왼쪽 '오늘의 마이리스트' 를 보면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마이리스트가 있다.
당장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속 사서 쌓아두기도 뭐하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들의 모음이다.
예를 들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1권부터 4권까지 한번에 산다거나 존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 3권을 한꺼번에 사서 쌓아둔다거나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 할 수야 있겠지만, 읽기의 욕구가 현저히 떨어질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책장 앞에서 멍때리며, 무슨 책을 읽을까.. 하게 될 것이다. 읽히지 않은 책들의 원망섞인(?) 책등의 따가운 눈초리에 매일밤 악몽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무튼, 리스트의 책들은 한달에 한권 정도씩 사는 것을 원칙(? 깨지기 쉬운 무척 연약한;;) 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에는 망구엘 아저씨의 Library at night을 샀다. 이번달에는 알라딘에서 <레미제라블> 세트를 살 것이고, 교보에서는 이문열의 <세계 명작 문학>세트를 살 것이다. ( ... 쿠폰이 뭐길래.. 이문열 명작문학 세트는 교보에밖에 안 남아 있어서, 필히 이달 안에 사야함. 쿠폰 포함한 가격이 <추의 역사>보다 만원도 안 비싸니, 이 세트는 내게 너무 좋아보인다. ) 

주저리주저리 시작했는데, 각설하고, 이 페이퍼를 쓰게 된 이유는 엊저녁 술자리에서 '책 한권'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히치콕 골라도 되냐고(내 맘속 리스트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래 있었던) 찔러보았더니, 맘대로 하삼- 하기에,

즐거운 고민의 시간이 남겨져 있다.

리스트의 책들을 늘어 놓으며, 고민 시작-

조만간 5,6권까지 나와 완간될 것이라고 한다. 누가 찔러준 반스앤 노블의 원서를 당장 사지 못하는 바에야, 민음사의 이 책들을 사지 싶은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지난달에 2권을 샀다. 

스리스리 3권을 사줘야지, 5,6권이 나오면 구매페이스를 맞출 수 있는데 말이다. 

  

로마제국쇠망사에 열광하며 불을 뿜고 다녔더니,
누구는 멋지구리한 원서를 소개하며, 지름에 기름을 붙지 않나,
누구는 <비잔티움 연대기>를 소개하면, 지름에 부채질을 했다.
이 책의 1권을 사면 <로마제국 쇠망사>와 함께, 읽기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만만한 분량이 아니라, 계속 홀드되고 있다.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를 가지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데,
그녀가 이야기하는 동서양의 제국 이야기와 제국의 조건(관용), 제국의 미래(여기서 '제국'은 미국에 포커스를 둔) 와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관심간다. 그러나, 다시 보니, 표지는 맘에 안 드는군. 
 

 

 뉴스, 신문을 안 보고, 그렇다고, 고등학교때 암기했던 세계사가 딱히 머리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닌 나는 정말이지 여러모로 무식하다. 르몽드 디플로마띠크에서 나온 <르몽드 세계사>와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는 정말 교과서로 삼고 싶은 책들인데, 이 시리즈가 앞으로 더 나와줄지 모르겠다.  

 

나는 딱히 자전거를 포함한 탈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미시사 읽기를 좋아라하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만듦새는 정말이지, 한권이라도 더 사서 이런 책들이 많이 많이 나오길 바랄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다.  내 책장에 꼭 꼭 꽂아두고 싶은 책  

 

 

 이런저런 좋은 평들과, 실물을 만났을때의 급호감으로 리스트에 올라 있는 책  

 

 

이 책도 만듦새가 정말 끝내준다.
내가 이콘과 만났던 것은 카자흐스탄 갔을적과 그리스 갔을적.
얼마전 읽은 대체역사소설 <비잔티움의 첩자>에 이콘 에피소드가 나오고, 주인공이 이콘에 나오는 성인같은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 라는 걸 읽고 나서, 또 더 궁금해져 버린 책이다.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미술가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뭉크는 언젠가는 꼭 사게 될 책이고, <히치콕>은 아.. 이 책 처음 나왔을 적 직장이 소공동이어서, 을지문고(리브로)에 들러 책들을 보곤 했는데, 거기서 이 책을 처음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박찬욱 감독의 추천평이 띠지던가에 나와 있던걸로 기억한다. 나온 그 순간부터 계속 리스트에 있었으나, 아직 못 산 책. 대신, 히치콕 영화 보고 읽으려고, 히치콕 디비디만 사제꼈다는;; 을유문화사에서 이 책을 20%까지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 고민하다가 한번 가격 내려갔으니, 유지되거나 더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더 올라갔다. '정가제free'마크가 붙었지만, 가격이 더 내려갈 것같지는 않다. 리브로에서 5천원 쿠폰이나 함 써볼까. 고민.. 이 시리즈에 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트뤼포>는 아주 착한 가격으로 알라딘 중고샵에서 건졌다. 하나는 개인셀러에게 하나는 알라딘 직배송으로다가.
그 때의 기쁨이란!  

 미메시스에서 나온 이 책도 좀 사고 싶긴 하다. 을유에서 나온 책의 두배 정도 되는 두께의 책인데,
이미지는 후져보여도 실물은 꽤 멋지다. 그러나, 내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전기를 두 권이나 가지고 싶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괴테 자서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들라면 존 버거 정도를 이야기할지 모르겠으나, 괴테는 딱히 내가 독문학을 전공해서는 아니고, 신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삶의 목표중 어느 한 부분의 괴테와 밀접하게 관계 있기도 하고. 괴테의 작품을 원서로 읽는 것이 먼저고, 자서전에서는 어떤 내용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서점에도 잘 없어서, 실물을 아마 못 봤을 것이다. 이미지로는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말이다.  

로스킹의 책
19세기 유럽은 내게 너무도 매력적인 곳과 때이다. 이 책은 너무나 궁금하고, 당장 읽던 말던 샀어야 할 책인데, 이미지로 보이는 표지는 괜찮으나, 실물은 빠딱빠딱하니, 덜 고급스러워 보여 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이 책은 언젠가는 사고말거야. 리스트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양장본 세트. 를 사고 싶은 욕구는 많이 줄은 상태다. 가격도 한 몫.
한권씩 살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말이다. 반양장본의 편집은 구리다. 양장본은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뜻 살 수 없는 책.


 마테오 마랑고니의 까칠한 미술감상 이야기.
 까칠해서 좋다. ... 응?
 사고는 싶은데, 두 권의 가격이 부담스럽다.  세계의 교양 시리즈를 염가로 너무 사 버릇해서 더욱 그렇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권해주면서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었다.  

 

 

 아주 아리땁게 만들어진 백년은 갈 단테 신곡의 영어번역본을 본 적 있다. 
 정말 멋진 단테 신곡 사이트를 알고 있다.
 이런저런 로망이 많은 단테 <신곡>인데,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이 책을 사고 싶은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I love BBC
처음 나왔을때 샀어야 하는데, 미루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책( 크고 예쁘다. ^^) 선물 받으면 기분 좋겠구나. 싶긴 하네.  

 


 김갑수의 책에서 소개 받았던 비틀즈의 전곡 가사와 해석을 소개한 책.
 말대로 이런 책은 좀 많이 팔려야 하는데 말이다. 작년 발렌타인데이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다시 비틀즈에 불타올랐으나, 그 때를 또 놓쳐서 보관함 안방마님이 되어주셨다는..  

 

 

스티븐 컨의 <사랑의 문화사>, <육체의 문화사>,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를 가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도 어여 사서 끼워 넣어야지.  

 

 


자... 어떤 책을 사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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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2-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즐거운 고민이네요 ㅎㅎ
보기 배우기는 저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세계 교양 시리즈니까 좀 기다리면 당연히 보급판이 나오겠..(퍽;;;)
근데 번역이 좀 심하다는 리뷰가 있어서 걱정되기도 해요. 이태리어까지 배울 수도 없고 쩝...
스티븐 컨은 괜찮으셨나요? 저는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만 가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거든요.
열심히 안읽어서 그런가...말씀하신 다른 문화사 시리즈들도 살펴봐야겠어요. ^^

하이드 2009-02-21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끝까지 읽은건 육체의 문화사 정도..나 아주 오래전에;
딱히 열광하는 저자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다보니, 그런대로 시리즈를 구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랑의 문화사>는 끝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괜찮았던 걸로..

하이드 2009-02-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히치콕 리브로가 알라딘보다 4,800원 싸다! 허걱! 5천원 쿠폰 쓰면.. 룰루-

뷰리풀말미잘 2009-02-2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이야기 양장본 퀄리티 괜찮습니다. 르몽드세계사는 좋은 책입니다만 교과서로 삼기엔 너무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이라 적합한지 모르겠구요. 실제로 세계사(史)도 아닙니다. 저는 며칠 전 교보에서 본 커다란 건축학 관련 원서가 너무 그리워요. 실루엣 보이는 커다란 플라스틱백에 들어있었는데 오우 정말 섹시하더군요. 가격 빼고. 단권에 28만원은 좀 그렇잖아요.

하이드 2009-02-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몽드 세계사는 실물 여러본 보고 침만 묻히고 왔어요. 컨텐츠가 '세계사'라고 할만큼 포괄적인건 절대 아니더군요. 그래서 더욱 다양한 시리즈로 나와줬음 하는 바램.

단권에 28만원이라.. 제가 가진 사진집 몇권도 지금의 환율이라면(쉬발-) 그정도까지 하겠군요.

로마인이야기 양장본 퀄리티 얘기는 못 들은걸로 할께요.훌쩍

mong 2009-02-2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테 신곡 강의부터 시작하시면 읽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생겨요
아니면 보르헤스 할배의 칠일밤중에 첫날 이야기를 읽거나
(후자가 좀더 강력한 뽐뿌질이긴 하나 전자의 친절한 안내도 참 좋아요)
저는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
물론 시작하고 나서도 좀 끈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천국편까지 한번에 읽는다고 생각 안하고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가면 정이 푹 들더군요
(지난주말에 드디어 천국편 33곡을 마친 인간의 경험담)

하이드 2009-02-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천국편 33곡을 마친 인간' 이라고 하니, 막 광채가 나면서 우러러보입니다.
보르헤스가 좀 더 제가 읽기에는 가까워 보이네요.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데, 한두권 빠진 중 하나가 <칠일밤>이에요.
 

 

짐 정리 하다가 튀어나왔다.
스무권이나 된다. 이 집에 이사온지 십년이 넘었는데, 박스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이 책이 왜 우리집에 있는 걸까? 우리 아부지 알고보니 한때 밀덕?
 
어디서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나?
이글루스의 밀리터리 벨리 같은데 올려볼까요?  (어제보니, 이글루스 트랙백 또 고장났던데)

그나저나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만을 주제로 이십권이나 책이 있다니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서른권 나왔고, 원래는 39권짜리 시리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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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눈여겨 보던 시리즈 물인데 양에 눌려서 차마 주문을 못하고 있던....

무해한모리군 2009-02-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런책이 다 있나요..
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하이드 2009-02-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사세요- ㅎㅎ
아마,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책케이스는 약간의 색바램이 있긴한데, 케이스도 책도 깨끗하네요. 케이스에서 빼보지도 않은 책들입니다; 책이 커서, 양은 20권도 무척 많군요;; 무게는 45kg




하이드 2009-02-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의 속도로 판매완료-
2차세계대전의 세계는 놀랍고도 오묘하군요.

메피님이 하신다고 하시면, 저렴하고 착하게 드릴려고 했는데~~~

보석 2009-02-2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역시 아는 것이 힘. 공돈(?) 생긴 것 축하드립니다.ㅎㅎ

하이드 2009-02-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 봤을때, 잠깐 그냥 버리는 것도 생각했던거에 비하면, 완전 공돈이죠! ㅎㅎ

카스피 2009-02-2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시리즈 헌책방에 가끔 나옵니다.저도 네 권 골라서 샀어요.그 전에 리델 하트가 감수한 휴맨 카인즈 판 2차대전 시리즈 20권이 있어서 중복되지 않은 전투만 골랐습니다.1차대전도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이드 2009-02-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전집으로 검색하니, 완전 새로운 세계가 나오더군요.
 
The Red Notebook: True Stories (Paperback)
Auster, Paul / New Directions / 200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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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nothing else, the years have taught me this : if there's a pencil in your pocket, there's a good chance that one day you'll feel tempted to start using it. 
 As I like to tell my children, that's how I became a writer.  

귀여운 아침식사거리 책이다. 폴 오스터의 'The Red Notebook'
100페이지 조금 넘는 책 속 에는 'The Red Notebook', 'Why Write?', 'Accident Report', 'It Don't Mean a Thing'
네가지 제목이 있고, 각각의 제목 아래 열몇개에서 서너개까지의 이야기들이 숫자 번호와 아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일상의 우연과 감동과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봤더라면, 작위적이라고 할 정도의 우연. 그러나, 나 외의 다른 누구에게는 무의미한 우연. 그런 일상의 우연들, 혹은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부분 특별한 빛을 내는 기억들. 순간들. 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우연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존재는 희미하고, 희미해져가고, 마음 속 깊숙한 어느 곳에 꽁꽁 묻혀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시 튀어 나왔다가 금새 다시 들어가 버리는 그런 존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인, 폴 오스터가 특유의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로 기억해내서 쓰는 각 챕터의 소중한 순간들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끄트머리에 가서 절로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리뷰 첫머리에 인용한 '작가가 된 이유'와 같은 이야기는 진짜 진짜 좋아하는 이야기.
I was eight years old. At that moment in my life, nothing was more important to me than baesball. 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다. 첫문장부터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았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던 여덟살의 어린 폴 오스터는 뉴욕 자이언츠의 광팬이었는데, 모든 팀 멤버들과 로스터를 달달 외우고 다녔더랬다. 근데 그 중에서도 윌리 메이스란 선수는 신이었다. 어느날 아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빅리그 경기장에 갔는데, 다른 모든 건 기억 안나고, 경기가 모두 끝나고, 다들 나가는데, 그들만 남아서, 아빠와 아빠 친구가 이야기하는걸 오래도록 들으며 기다려야 해다. 마침내 나갈때가 되자, 모든 문이 닫히고, 문 하나만 열려 있어서, 그 쪽으로 나가다가 유니폼에서 사복으로 갈아 입은 윌리 메이스를 보게 된다. 첫 빅리그 경기장에서 신처럼 숭배하던 윌선수를 보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선수에게 가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사인 좀 해주실래요' 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 에너지와 파워로 가득찬 윌리가 '연필이 있느냐고 묻는다.' 연필이 없었던 어린 폴은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아빠 친구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그 자리의 누구도 연필이 없음을 알게 된다. 윌리는 '아쉽네' 하면서 가 버리고, 폴 오스터는 집에까지 울면서 왔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는 언제라도 연필 없이는 집 바깥에 나간 적이 없다.는 이야기. 그렇게 연필을 들고 다니다 보니깐, 언젠가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게 되더란 이야기. 그렇게 폴 오스터는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  꼭 야구 이야기가 나와서 진짜진짜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짤막한 이야기를 더 짤막하게 요약하여 썼지만, 그 순간순간이 무척 생생하다.

이 외에도, 마티즈의 권위자로 몇년간 프랑스의 모박물관의 마티즈 전시를 열기 위해 그림을 찾는 프랑스의 F 이야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두고두고 되새겨도 맘에 든다.) . 여름 캠프에 갔다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겪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여름 태풍을 만났던 이야기. 그렇게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했던 것. 무지 배고프고 헐벗었던 프랑스의 어느 농장에서의 이야기. 거기에 나오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파파이의 운명과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제임스 '슈가'씨 이야기. 프랑스 시인인 친구 C가 몇십년전에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이 친구는 폴 오스터에게 '니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뉴욕 3부작'중 잘못 걸린 전화로 인한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된 에피소드, 327달러 이야기, 등등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폴 오스터는 쉬운 단어들로 적당히 심오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원서로 읽을때가 번역본을 읽을때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특히나 이 책의 번역본은 빨간 꼬불꼬불한 선이 그어진 노트 모양이다. 원서의 다른 버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번역본에만 그런건데, 책 제목이 'the red notebook'이라서 그런거임? 보기에 좀 끔찍했다.  

중학교 영어실력 정도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라는건 그냥 내 추측이니 신뢰성은 확 떨어지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번역본 보다는 원서가 나아 보인다. 무튼, 오래간만에 읽은 폴 오스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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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말을 쉽게 할 줄 아는 작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작가 보다는, 저는 폴 오스터 같은 간결한 문체가 좋아요.

비연 2009-03-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글 보고 구입하게 되네요~ 폴 오스터의 글 참 좋아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적에는 꿈도 꽤 스팩타클했다. 왜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만화같고, 동화같은 꿈을 꾸지 못하는 걸까. '무서운 꿈'이라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재미가 없다. 내게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무서운 꿈은 다 어린시절에 꾸었던 꿈들의 잔재다. 요즘은 거의 꾸지 않지만, 나의 무서운 꿈 베스트 3는 이렇다.
1. 거인꿈
2. 드라큘라꿈
3. 계단꿈  

거인과 드라큘라는 현실에 나타날리 없지만, '계단'이라면 매일매일 접한다.
'계단꿈'에서 무서운건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인데, 끝도 없는 계단을 올라가며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차서 점점 속력이 떨어지고, 나를 쫓는 존재로부터 가까워지는 꿈. 현실에서는 계단을 쫓겨 올라갈리 없지만, '지각' 이 무섭더라도, 나는 항상 환경오염주의속성을 지닌 현대인답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니깐 말이다. 다만,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발이 미끄러질까봐 약간 가슴이 뛰고, 에스콸레이터를 탈때에도 넘어져서 손이 낀다거나 하는 몹슬 상상이 자동으로 되어 손에 땀이나곤 한다. 내가 일명 '계단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인 증상이다.  

 

 

 

 

발터 뫼르스의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을 읽고 있다.
이치는 어른이 되어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꿈을 꾸고 있구나 싶다.

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나의 몇가지 공포를 발견했다.  

푸른곰이 바다를 표류하다가 수다파도를 만났는데, 수다파도가 오랜세월 바다를 떠돌다가 본 이야기들을 해준다.  

그들은 바다에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내는 어마어마한 태풍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서로 싸우면서 물불을 내뿜는 거대한 바다뱀 이야기도 해 주었다. 또한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다리가 수 킬로미터나 되어 섬을 통째로 둘러쌀 수 있는 문어, 물마루 위에서 춤을 추면서 맨손으로 나는 물고기를 잡는 물도깨비,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다의 소용돌이'에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해서, '바다뱀' 이야기에서 자리를 뒤척이고,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부분에서 땀이 삐질 났다.  

맞어.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바다는 더 무섭다. (이건, 내가 수영을 못 하기에 생길 수 있는 공포일 것이다.)

커다란 뱀은 그것이 나의 태몽이었을지라도, 무섭긴 무서운거고,

'고래'! 그렇다. 나는 '고래'를 무서워한다! 게다가 '속이 훤히 보이는' 이라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속이 훤히 보이면, 그 무서운 바닷속에서 
그 무서운 고래한테 먹혀서 고소공포증까지 느끼게 될 지경인 것이다.  

훅-  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라니... 진짜 무섭다.  

  

* 한가지 정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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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2-1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스트 무서운 꿈은 바로바로 공룡꿈이에요~! 풍선 공룡인줄 알았는데 진짜 공룡이어서 마구 도망가고 ㅋㅋ
바다뱀이나 속이 비치는 고래라니 왠지 제겐 매력적 '-'; ㅋㅋ

하이드 2009-02-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아요. 공룡이라 ... ^^

eppie 2009-02-1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몽이라기에도 좀 머쓱하긴 한데,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의 꿈을 종종 꿉니다.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데, 안에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mannerist 2009-02-1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 감사. 바흐와 쇼팽 악보 샀다우. 간신히 오른손만 놀리는 수준이지만 들으면서 읽는것만으로도 재밌어서. =)

2009-02-1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2-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꾼 무서운 꿈은 동굴을 헤메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었지요.이런 꿈 꾸면 키가 큰다는데 저는.............. OTL

하이드 2009-02-1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선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룡꿈, 굉장한 속도로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꿈, 동굴 밖으로 나오니 절벽 꿈 .. 오-

Kitty 2009-02-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곰이라 머리만 대면 자고 꿈은 연중행사로 꾸는 1인;;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ㅠㅠ
일생에 기억나는 꿈이 별로 없지만;; 저는 사실적인 꿈이 제일 무서운거 같아요.
마치 생시처럼 가족 중에 누가 아프거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막 울다가 깨거나 그런거요.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에 전화해보기도 한다는 ㅎㅎ

bookJourney 2009-02-1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가끔 꾸는 계단꿈~ 저도 무서워요. --;
전, 여전히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꿔요. 깨고 나면 줄거리가 너무나 황당하여 웃어버리지만, 꿈에서는 너무나 무섭고 초조해서 .... 아직 어른이 못 되었는나봐요. ^^;;;

하이드 2009-02-20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가끔은 꾸고 싶어요!

키티님, 저도 예전에 키티님이 겨우 홍차 먹고 심장 벌렁인다고 할때 똑같은 얘기 했습니다요.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ㅎㅎ
 
경관의 피 - 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2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30년이나 생각하면서 계속 조사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
"조사를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야."
"더더욱 부자연스러워. 형은 직업인으로서는 주재 경관으 임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거야. 사생활에서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아들이야.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겠다는 거야?"
"짊어지고 뭐고, 난 아버지의 아들이야."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제목과 상 이름의 방점을 나는 이렇게 찍고 싶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와 <경관의 '피'> 
그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에 올랐던 작품으로는 <바티스타팀의 영광>와  <금단의 팬더>를 읽어보았을 뿐이지만,
이 작품을 포함해서 정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외의 전문적인 요소는 상당히 많다. <바티스타팀의 영광>은 저자가 현직 의사이고, <금단의 팬더>는 저자가 전직 요리사였다. '이게 무슨 미스터리냐' 라고 묻는 독자는 많았지만, 전문가가 쓰는 의료 이야기나 요리 이야기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재미있는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쳐 경찰의 길에 들어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도 각각의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통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거의 없거나 시시한 결말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무척 재미난 소설이다. 제목의 '경관'이나 주인공 3인이 모두 '경관'인 것을 보아 '경찰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소설에 대한 인상보다는 '경관의 '피'! '경관'이라는 가업을 운명처럼 물려받는 진한 경관의 피가 더 인상적이었다. 직업의 가업을 잇는 이야기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세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3세대가 같은 직업으로 나오면서 각각의 세대 묘사가 나오는데, 그 것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주재원 경관이 목표였다. 주재원 경관이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순찰을 하는 경관인데, 수사 경관에 비해 안전하고, 온 가족이 경찰인 아버지의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을 모조리 보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주재경관의 아들이 주재경관이 된다고 하였을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하여 추켜세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경관 1대에서는 전후 어수선한 시국의 경관의 모습, 2대에서는 학생운동이 한참이던 시절에 스파이로 잠입한 공안으로서의 경관의 모습. 3대에서는 1대의 의문사와 미결 살인 두건, 2대의 순직과 1대부터 내려온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3대 경관인 가즈야는 경관의 모습을 검정과 하얀색의 경계에 서 있다고 표현하였다. 조직에 몸과 마음을 희생당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의 경관이 사는 방식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그 모습이 결코 나빠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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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9-02-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 후기를 보시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매년 출간된 일본과 해외 미스터리의 베스트 랭킹을 투표를 통해 뽑는 부문과, 신인상 격의 작품을 뽑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경관의 피>는 2008년 랭킹 1위에 오른 작품이고, 말씀하신 <바티스타 팀의 영광>과 <금단의 팬더>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이라는 신인상을 탄 작품들이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세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통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성에 치중했다는 말씀은 약간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베스트 선정은 1988년부터 했는데, 그간 정통 미스터리도 랭킹 1위에 많이 올랐었거든요^^ 대단한 것은 아닌데 살짝 오해가 있는 듯하여 몇 자 남기고 갑니다~ 마침 저도 어제 다 읽고 독후감 좀 읽어보던 중이었거든요~

하이드 2009-02-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좀 헷갈리는데요;; 제가 본 리스트는 아마, <이 미스터리가 대다하다! 대상> 이었나보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낙원 2009-03-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바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위엣분 말대로 1988년 부터 계속 이루어진 그해의 미스터리(본격이든 뭐든 완성도나 인기 그런요소를 포함)중에 뽑아온 것이었고 이게 나름 권위를 얻게 되면서 미스터리분야의 신인들에게도 길을 하나 내주자 해서 4~5년 전부터 <대상!>을 붙여서 신인작가들의 작품에만 따로 상을 주는걸로 알고 있어요
하여튼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이 미스터리 ~대상!>은 신인상이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MVP라고 보시면 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