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역 메가박스에 출근도장 찍는 중이라, 영화 중간중간 반디앤루니스에서 유유자적중이다.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그건 도서관과 비슷한 모양이 아닐까' 라고 했는데, 천국이 도서관이라면, 서점은 속세의 낙원, 에덴동산 정도이지 않을까? '날 사시요' 라고 외치는 책은 배암! ... 미안, 무리수다.  

무튼, 견책생심이라고. 수그러들었던 '책을 사고 싶은 욕망'이 슬금슬금 고개를 처들고,
그간 적립금도 쌓였겠다, 보관함을 털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몰랐는데, 대산세계문학총서다. 대산세계문학총서의 레파토리는 정말이지 재조명이 필요하다. 시집은 원문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잘 안 사는 편이고, 이런 500페이지 넘는 시집 사는 무리수 잘 안 두는 편이긴 한데, 쉼보르스카가 사고 싶어졌으니, 사야한다.  

 


열린책들 미스터 노우Mr. Know  구간 50%. 이미 산 책을 제외한 쇼핑리스트다.
이 중에서 <세설>! 요거, 꽤 오래 사고 싶었는데, 이게 제일 반갑다.

  

 

 

 

 

 

 

 

 조지프 오닐의 <네덜란드>
어찌어찌 아마존 쇼핑카트에 담겨 있던 책이긴 한데, (아마존 올해의 책 이런것에 약하다.)
 오바마북클럽이란 요상한 이름을 달고, 번역본이 나왔다. 이 책의 실물은 이미지보다 멋지다.
 9.11 이후 뉴욕 배경.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추천글이 있다.
 그러고보니, 나는 지금 오바마가 좋아한다는 드라마 <와이어>를 보고 있구나.  

 

 

대니 그레고리의 <창작면허프로젝트>는 처음 나왔을때부터 찜해두긴 했는데,
실물을 보니, 영 지저분하다. 안그래도 글씨체가 약간 정신없는 글씨체인데, 너무 진하고, 번진느낌이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모든 날이 소중하다>와 비교된다.  

창작, 디자인에 대한 글들이 나와 있고, 자신의 작품(글/그림) 말고,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다른 작가의 노트 공개같은 것들 아기자기하고, 좋아보이던데,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고민 더 해봐야겠다.  

이 책 역시 나오자마자 나의 주파수에 걸려 보관함에 얌전히 모셔둔 책. 사실, 이런 책을 무척 좋아한다.
집에 몇권 있기도 하고 ^^ 선물도 받고 ^^ 하이드의 음침한 취미 ... 응? 그러고보니, 김갑수는 변태책을 모은다던데 말이다. 나는 괴수책. 으쌰- 실물을 보니, 표지도 이미지처럼 상큼하고, 안에 도판의 퀄러티는 나쁘지 않고, 도판은! 최고다! <동서양 기괴명화>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기괴한 그림들이 잔뜩이다. 얼핏 봐서는 찾기 힘든 것도 그림 전체에서 디테일로 좁혀가며 '사실 이 마차를 끌고 있는건 말이 아니라 흑돼지 두마리인 것이지' 뭐 이런식으로 전개되는데, 최고! 

 

얼마전 술자리에 내가 최고의 음주책(음주를 부르는 책)으로 <루바이야트>를 주려고 했는데, 까먹고 안 가지고 나왔다;;고 하자, 이미 가지고 있다고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음주책 <취한 배>를 권해주었다. 이럴 수가! 음주책에서 밀리다니! ,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배송기간이 너무 길어서 늘 막판에 빠짐. 실물을 보니, 이 시리즈에 나오는 다른 책들에 비해 생각보다 두껍다. 반디에서 사려다가 가격이 안 나와 있어서 -_-;; 일단 패스하고 다시 장바구니로  

 

미국 작가 책 두 권.
필립 로스의 책은 실물이 훨씬 낫고, 빌리지스는 실물이 좀 구리다.
무튼, 이 책들은 딱 내가 나오면 바로 사서, 몇년 묵힐 책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이 책 세권은 언제 한 번 묶어서 페이퍼로 써 봐야겠다.
이 중에 후지와라 신야 책만 아직 못 샀다. 빌 브라이슨 책은 워낙 원서로 읽었고.
 여기에 <아메리칸 버티고>도 넣을 수 있으려나?  

 


음반 쇼핑목록도 있다. 니키는 가을과, 달리아는 여름, 가을, 제이슨 므라즈는 늦여름과 어울리는데,
음.. 겨울이 오고 있나?  

 

 

  

잊을뻔했다. 반가웠던 신간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이 새로 나왔다.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이 책을 산다면, 세번째 이 책을 사게 되는셈이다. 두번째 산 구판은 아직 집에 있긴 하지만,
 양장본에 예쁜 옷 입고 나왔으니, 한번 더 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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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in 2009-11-02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종 들러서 글을 보다보면 가끔씩 저와 취향이 비슷한 선택이 보여서
살짝 미소를 짓곤 한답니다 ^^

이번 열린책들의 [ 세설 ] 과 [ 도적 떼 ], [ 우리들 ]의 표지가 그렇군요.

http://blog.naver.com/hajin817/60093347503
 
표지에 경고 - 띠지도 아닌 것이, 표지도 아닌 것이

 

안그래도 어제 서점에서 유심히 봤는데,
(삼성역 반디엔 루니스 매대 맨 위에 있던 책 거의 떼어내기 직전까지 감)

'떼어내셔도 됩니다' 라는건 정말로 책에 적혀있었다. 띠지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떼어내셔도 되서, 저 번거로운 표지를 떼어내면?

 

* 사진은 역시 끝까지 가버리신 B님의 사진펌  

이제 b님은 책등에 매직으로 제목써야할판  ^^  

정말이지 올해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표지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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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0-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 문구도 그렇고 띠지? 자체도 그렇고.. 글자만 커다란 우리나라 간판들 처럼 공해에요, 공해.
어제 서점에 갔다가 그 띠지를 보는 순간, 들춰보지도 않고 머얼리 딴데로 갔습니다요...
그래도 웃음을 선사해 주긴 하는군요. ㅎㅎㅎ 떼어도 되지만, 그 결과는 책임 못 진다는 걸까요?

2009-10-23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9-10-2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이건 뭐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폭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등에 매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띠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닥 호오가 없는 편인데, 가끔 아주 잘 된 표지나 아주 괴상한표지( 얼척없는 마케팅 문구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 뭐 이런거)가 아닌 이상 그닥 느낌이 없다. 나에게 책띠의 용도는 책갈피로 유용하게 쓰이는 정도.   

다만 미묘하게 맘에 안 드는 건 띠지도 아닌 것이, 표지도 아닌 것이 딱히 버리기도 뭐하고, 끼워두면 표지에 구멍 뚫어진 것 만큼이나 번거로운 책들이다. 근데, 이런 책들은 이미지로만 봐서는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얼핏 생각나는 책으로는 왼쪽의 김연수의 책 앞의 사진, 이 정도는 커버의 일부로 봐도 되겠지만, 책을 다 감싸고 있지 않아 간수에 번거롭다. 표지를 벗겨야할지, 말아야할지..   

오른쪽의 <마이 빈티지 로망스>의 시계부분 네모가 구멍 뚫려 있는데, 보면 왼쪽 여백도 무척 적어서 대번 찢어진다. 알라딘에서 책주문할때도 찢어져서 도착; 찢어져 도착한게 이해가 가는 표지.  

  

 

 

 

 

위의 두가지 유형이 미묘하게 맘에 들지 않았다면, 제대로 맘에 들지 않는 띠지(?)가 나왔다.
대단히 창의적이다. 이미지에는 이 띠지인지 표지인지가 나와있지도 않다. 

서점에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보고 허걱했는데,  마침 B님께서 사진을 올리셨길래 가져왔다. 
이미지로만 봐서는 뭐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요즘 많이 나오는 일러스트 표지. 고양이 세마리가 귀엽다.  

근데, 이 책을 실제로 보면... 뭥미?

  

 

 

 

 

 

  

앞 뒤로 붙은 이 신개념띠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실사 사진 출처는 B님의 서재 ^^

 

4월 12쇄 3만부 돌파! 6월 19쇄 50만부 돌파! 8월 25쇄 70만부 돌파! 출간이후 100만부 판매!  

뭐 이런 문구가 바글바글한 띠지(?)가 책에 ..... 붙.어. 있.다.  

사진을 퍼온 책을 구매한 B님에 따르면, '표지는 떼도 된다' 고 써 있나보다.
서점에서 경악하며 실물을 본 결과, 접착제로 붙어 있던데, 그걸 떼면 과연 어떤 책등이 나오는 걸까?? 

사서 떼 보신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간혹, 표지가 바뀐 책의 초판 이미지가 인터넷 서점에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책, 구매하면 시퍼런 촌스런 성의없는 표지의 책이 배달되어 와서 
 책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았다면, 옆의 표지로 된 책을 구할 수 있었다면, 
 교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는 표지였다. 
 
  진열한 상품과 파는 상품이 그렇게 차이나면 안되죠. 네?

  무튼, 위의 '해바라기..' ,일본추리소설, 내가 산 상품과 다른 그림(적어도 반 이상 다른!)
  난 아마 환불의 유혹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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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떼어내셔도 됩니다. 떼어내면?
    from 하이드 책방 2009-10-23 12:39 
      안그래도 어제 서점에서 유심히 봤는데, (삼성역 반디엔 루니스 매대 맨 위에 있던 책 거의 떼어내기 직전까지 감) '떼어내셔도 됩니다' 라는건 정말로 책에 적혀있었다. 띠지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떼어내셔도 되서, 저 번거로운 표지를 떼어내면?   * 사진은 역시 끝까지 가버리신 B님의 사진펌   이제 b님은 책등에 매직으로 제목써야할판 &
 
 
미키루크 2009-10-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돌아오셨군요. 60%쯤의 모습으로.^^ 밑에 있는 글들을 보니 어딘가에서 굉장한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포탈 카페 게시판 분위기네요. 앞으로 재미있는 글 많이 올려주세요. 책 추천도 많이 해 주시고... 모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2009-10-22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의 제목이란건 꼭 작가가 정해야만 하는건 아닐지도 모른다. 판매를 생각해서 잘 팔릴법한, 눈에 쏙 들어오고 잊혀지지 않는 제목을 정하는건 마케팅 부서나 PR 부서에서 더 많이 관여할 수도 있다. 번역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번역서의 경우 계약에 묶여있지 않는 이상 '먹힐법'한 제목으로 바꾸어 내는 일도 낯설지만은 않다.  

근데... 그 제목 바꿀때 말이다. 
'먹힐법'하고 '팔릴법'한 눈길을 끄는 제목으로 바꾸어서 내는 것이
가끔은 경박하고, 몹시 부끄러운 경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두 책의 경우, 책꽂이에 꽂아두기 민망한 제목의 이 책들의 원제는 기발하고, 독창적이기 그지없어서
볼때마다 제목을 뭣같이 바꾼 출판사가 원망스럽고 짜증난다.   

알리사 발데스 로드리게즈의 <The Dirty Girls Social Club>은 보스톤대학 신방과를 나온 여섯명의 동창생 이야기이다.
라틴 아메리카계 1.5세인 그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그 여섯명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재기발랄한 문장, 좀 많다 싶지만, 어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개성있는 여섯명의 주인공들. 가정폭력에서 인종차별, 남녀차별, 동성애, 1.5세의 고민 등 여러가지 문제를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다.

칙릿을 연상시키는 서른살 먹은 여자들을 꼬이는 제목 '서른 살의 다이어리'의 원제는 <The Dirty Girls Social Club> 리뷰에 쓴것처럼 제목을 거칠게 직역하여 '망할년 클럽'이라고 내기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바꾼 한국어 제목이 성의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제목이 부끄럽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바뀐 제목의 책이었는데, 얼마전 신간 체크하다가 또 하나 발견  

 

독특한 제목과 표지의 <A Short History of Tractors in Ukrainian >

'비아그라 코미디'라고 불리우는 이 책은 여든살의 아버지가 삼십대 금발의 가슴큰 돈밖에 모르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으면서, 그 이면에 노인문제, 외국인 신부 문제, 이민, 불법체류자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우크라이나어로 쓴 트랙터의 짧은 역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책을 다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다만, 이런 독특한 제목의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면 꼭 역사책 같아보이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어책 같기도 하고, 트랙터의 역사책 같기도 할 이 사랑스러운 제목이 평범하고 우악스럽게 바뀌어 버렸다는 것은 몹시몹시 유감이다.  


 

 

 

 

 

 

적고보니 둘 다 멋진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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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10-2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글을 읽으니 오래전에 한번 공론화 되었던 외화의 제목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예전에는 외화 제목이 모두 한국어로 번역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냥 외국 제목 그대로 하는것이 대세가 되었지요.
위에 나온 것처럼 The Dirty Girls Social Club을 그대로 직역해서 '망할년 클럽'이라고 번역하면 아주 어색할 제목이 영화에도 많은데 이것 저것 신경쓰기 귀찮아서 그냥 외국어 제목을 쓰는것이 정착 된것 같습니다.
그래도 책의 경우는 아직까지 착실하게 한국어로 번역되는데(하이드님 말씀처러 호볼호가 갈리지요),만일 영화같은 추세가 출판계에도 들어온다면 A Short History of Tractors in Ukrainian는 아빠가 결혼했다가 아니라 어 쇼트 히스토리 오브 트랙터 인 우크라이나로 쓰여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을것 같습니다.ㅎㅎ 설마 이렇게 될까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여행기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내가 여행기에서 원하는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여행기가 아닌들, 이 책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겼겠지만 말이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문장들, 원쿠션, 아니 투쿠션, 스리쿠션으로 웃겨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좋은점이 웃음으로 배근육을 단련하고, 눈주름을 만드는 역할만인 것은 아니다.

eat pray love 라는 영어제목이 표지에 떡하니 나와있고, 우리나라 제목으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고 나와 있어서
이 책이 오랜동안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이어트책이거나, 종교책이거나, 아님.. 연애서? 정도로 흘려 생각하고 있다가, 좋은 평에 끌려 읽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여행서이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힘든 이혼과정과 우울증의 시련을 거쳐 1년간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로 하는데, 가고 싶은 나라가 세군데나 된다. 이탈리아어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이탈리아, 신을 만나기 위한 인도, 점술사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언했던 인도네시아. 결국, 와이낫, 네달씩 이 세나라를 여행하기로 하고, 일년치 몸과 마음의 행장을 준비한다.  

일부러 노리고 그렇게 한건 아닌데, 하다보니, 기가막히게 잘 맞아 떨어질 때, 우리는 하늘을 보며 '운이 좋았어!' 외치게 된다. 이 여행의 순서가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서, 인도를 거쳐, 인도네시아여만 했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였다면, 우연과 필연의 신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쾌락'을 찾는다. 그리고, 그 '쾌락'은 그녀의 이탈리아 친구가 말한 로마를 가리키는 한 단어 '섹스' 가 아니라, 먹는 쾌락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크림' 언제나 남자가 있어왔고, 그 남자에 모든 것을 올인했던 그녀였기에, 이탈리아의 '너무' 잘 생긴 남자들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쾌락은 '먹는 것'에 집중된다. 아쉽. 그녀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떠오르는 책들은 빌 버포드의 <HEAT 앗 뜨거>나 하루키의 <먼북소리>다. 맛깔스러운 묘사들, 그리고, 하루키의 책 이후, 언제나 나에게 무섭고, 도둑놈 많은 곳으로 남아버린, 이탈리아에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초긍정적인 유머로 승화된 이탈리아의 모습은 진흙탕에 엎어져도 웃어버리고 말 그런 느낌이다. 나폴리 여행중에 만난 일곱살 여자 어린이의 가운데손가락 인사와 같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녀가 역사에, 나중에는 마피아에 유린당한 시칠리아에서 내린 '즐거움의 가치'에 대한 나름의 결론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행복과 몸에 좋은 영양소들을 잔뜩 충전하고, 행복하고 충만한 몸과 마음으로 다음의 여행지를 준비한다.  

인도에서
인도에서의 이야기는 낯설다. 이탈리아의 이야기는 그간 봐 온 여행기에 있는 얘기일지라도, 인도에서의 명상, 구루, 수행과 같은 이야기는 평소 내가 즐겨찾는 이야기는 아니였다. 사실, 앞으로도 찾아 읽고 싶은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수행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처음 그녀가 뉴욕에 있는 그녀의 집 욕실 바닥에서 울면서 지새우던 밤들중 어느 밤, 그녀 내부의 목소리. 그것을 만났을때, 그녀는 그 목소리를 '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도에서 '신'을 탐구하게 된다. 앉아서 명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 바쁜 현대에, 명상하는 생각만해도 식은땀이 삐질나는 가장 어려운 아무것도 하지 않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녀, 잘나가는 뉴요커였던 그녀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어서 감정이입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녀가 소위 말하는 신을 만나는 경지를 만나게 된다고 해도, 우주 저 끝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고해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약먹었냐, 꿈꿨냐, 자기암시가 강하구나, 등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난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아직 없었지만.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는, 그것이 신이건 뭐건, 그런 순간들,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무언가 열심히 할 때, 노력할 때, 그녀의 인도 수행생활의 시작은 새벽 네시면 일어나 사원 뒷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이다.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맘에 와닿았다. ... 방좀 치워야지.  몇 번의 좌절과 희열의 언덕을 넘으며, 그녀는 그간 마음의 짐을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쾌락(행복)과 비움(놓아줌), 다음에 균형(밸런스)를 찾게 해 줄 마지막 여행지로 떠난다.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는 균형, 밸런스를 찾기 위한 여행지이다.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던 점술사를 찾아 무조건 무계획으로 찾아간 인도네시아. 그녀는 이제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도 알고, 마음을 놓아주는 방법도 안다. 그런 그녀는 천천히, 느긋하게 인도네시아 명상과 인도명상을 반복하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들면서 마지막 퍼즐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 나타난다. 그녀는 아직 인생이라는 긴 여행중이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퍼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행복한 날들이 많이도 남았는데, 이미 완성체인것은 재미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에서 그녀의 마지막 퍼즐은 '사랑'이었다.  

이 여행의 순서, 깨달음의 순서와 마지막 퍼즐은 '그녀'만의 것이지만, 읽는내내 너무나 즐거웠다.
외국에서의 '생활', 동안 '목표'를 가지고 쓴 주제가 있는 여행기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 '그간의 경험' 을 빼 놓고 이루어질 수 없다. 가족 이야기들, 친구 이야기들, 전남편, 애인, 호기심의 거미줄에 걸리는 많은 재미난 것들.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에 눈을 떼기가 힘들다.

아마존평중에 '일주일에 세번이나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로 시작하는 평이 있었다. 
책선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까다롭지만, 이 책이라면, 맘껏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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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09-10-2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의 즐거움이라니 아무래도 구매로 이어질 듯 합니다 ^^

마냐 2009-10-2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책은 기대 이상 좋았어요. 꼭 리뷰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