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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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책 속에서 유대인 아버지가 하는 보석상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 앞에서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과 사고로 죽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으면 겪게 되는 노년의 보통사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달력의 날짜와 관계없이,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계절은 겨울을 향해 빠르게, 혹은 천천히 쉼없이 가고 있으며, 한 장 남은 달력은 이제 올해도 다 가버렸음을 알려준다. 이 계절에 의도치않게 죽음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필립 로스의 책은 그 중 수작이다. 장례식, 병원, 수술, 약, 더 이상 젊지 않은 늙음, 이별, 죽음 등을 짧고 굵게 풀어 놓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것 같은 '나의 노년'과 '나의 죽음'을 쉬이 떠올려보게 된다. 

뉴욕에서 광고쟁이 20여년, 9.11 후, 그 곳을 벗어나 평소 꿈꾸던대로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며 보내게 된다. 건강하고, 돈 많고, 50여년동안 한 여자와 네 아들의 존경을 받으며 사는 자상한 형 하위. 언제나 완벽했던 형을 존경하고, 사랑한 그림을 좋아하는 예술가 기질의 동생. 세 부인과 자신을 증오하는 두 아들, 그리고, 완벽하게 착한 성격의 딸 낸시가 있다. 돌이켜보면, 후회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고 생각한다. 젊었을때 자신의 선택들에 대한 결과인 '현재'에 굴복하고, 순하게 살아가지만, 어딘가 아파서 매년 수술을 하고, 인공기구들을 달며, 체념의 노년을 연장해 나가는 것은
쓸쓸해 보인다.  

사실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포옹은 혹독한 슬픔을 자아내, 견딜 수 없는 외로움만 더 사무치게 할 뿐이었다. 물론 외롭게 살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건 그였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롭게 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상태의 가장 나쁜 점은 그것을 어떻게든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니까,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넘쳐났던 과거를 게걸스럽게 돌아보다 마음이 사보타주를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면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107 -  

'나'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노년에 관하여 죽음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죽음은 죽음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말하거나,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묻히는 것이 어떤것인지 알'게 된다거나 죽음에 관한 담담할 수 없는 결말에 관하여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격정, 분노 보다는 외로움과 슬픔, 체념과 후회로 범벅이된 노년이다.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지고 있지만, 노년의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에게는 '미래'는 거의 없고, '현재'를 잠식한 '과거'가 있을 뿐이다.  

흔해빠진 '죽음'의 이야기. 흔해빠진 '노년'의 이야기. 겁이 덜컥 나기도 하고,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굵고 짧게 경험하는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

유쾌한 주제는 아니고, 파도같이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아마, 이 계절에 어울린다.

* 리뷰 제목은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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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에 전화하고 싶다.

물론 아주 멋진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실사랑은 느낌이 틀리니깐.
올초부터 벼르던, 그리고 오더하는 날짜를 기다리며 몇달전부터 달력에 똥글뱅이를 쳐 놓았던 펭귄하드백이 오늘 아침 도착했다. 예정 도착일이 12월이었는데, 이런 서프라이즈라니!  아마존닷컴에서 오래간만에 주문하니, 하얀 쌀푸대가 투명 쌀푸대로 바뀌었다. 오오- 이쁘다! (쌀푸대마저 이뻐하는 나이니, 객관적인 리뷰는 애시당초 기대하지 마시라!는 경고. ^^)  

 

이런 모양이다. 다행히! 이미지 돌아다니는 것처럼 번호가 매겨져 있지는 않다.
펭귄 UK 에서 처음 나왔을때는 1권이 보봐리부인이었고, 책등에 번호 매겨져 있었는데,
이번에 릴리즈된 미국판은 번호 없고, 보봐리 부인도 ㅂ2  

 

앞 표지는 이런 모양.

* 어두운 표지의 경우, 무늬의 잉크(?)가 떨어져 나와 있는데, 후후불고 털면 떨어지는 것들.  
  그것 외에 어두운 표지의 경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글씨가 약간 뭉개진 느낌이 없지 않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괜찮은 걸 보면, 운에 맞겨야 하는가?? 대신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책등의 글씨가
  위대하게;; 약간 벗겨졌다. 노란 화이트 있으면 칠해주고 싶으네;

**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이 책이 상당히 읽는만큼 질이 들 것 같은 만듦새이긴 한데, 표지의 글씨가 지워질 수 있음?
    일단, 내게 도착한 것들 중에서는 디킨스가 불안하다. 어이, 디킨스!  

 

내가 좋아하는 디테일이다. 책끈.
커버와 내지와 책끈!까지 잘 어우러져야 함.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디킨스 외에는 글씨나 그림이나 짱짱하다.  

 

뭉개진 도리안 그레이 제목-_-; 검은 커버의 하얀거는 후후불고 털면 떨어짐.
펭귄하드백의 각각의 문양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의 '공작새 깃털'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위의 사진들에서 눈치 챘는지 모르겠는데, (깔끔한!!!!) 천싸바리에 (천싸바리보다 고상한 말 있으면 누가 좀 알려주삼;;)
커버는 디보싱으로 무늬와 글씨가 들어가 있다.   

 

자간과 인쇄는 내 보기에 완벽하다. 우리말인 경우에는 더 빡빡한 것도 좋아하지만, 영어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사진에는 잘 안 나타났지만서도;   

종이는 맨질맨질한 종이와 꺼끌한 종이 사이에 맨질한쪽에 가까운 편이다. (맨질맨질하지는 않음. 무광)
음.. 그러니깐, 맨질하지 않은 종이 중에서 가장 맨질한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리고, 종이가 두꺼운 편이다. 넘기는 맛이 있다! (물론 나는 얇은 종이였어도 얇은 나름 넘기는 맛이 있다고 했겠지만 ^^)
책 넘길때 사사삭 - 사사삭- 소리가 듣기 좋다.   

그나저나 내 책장들 완벽하게 꽉 차서 (...라기엔 몹시 넘쳐 나는 모양) 정말 놓을 자리가 없는데,
식탁 위에 쌓아두는 일이 없으려면, 침대에서 이고 자기라도 .. 응?
12월에 도착하면, 그때까지는 자리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방문 밖 책장 중 하나에 아주 위태롭게 쌓여 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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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로드의 세계문학 담당자는 무엇을 고민했는가??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3-04-07 13:42 
    이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때의 열광을 기억한다. 처음 이 믿기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천장정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본 것은 어느 캐나다 사람의 블로그에서였다. 알고보니, 영국에서만 판매. 그것도 죄다 품절. 영미권의 아름다운 표지의 펭귄 세계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북러버들이 영국에서, 혹은 나중에 검색검색 하다 알았는데, 캐나다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 후에 미국 아마존에서 판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한참이 지나서였고, 반년쯤 후에야 나올 -_-; 시리즈
 
 
perky 2009-11-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기분 아주 좋으시겠어요!!
펭귄클래식으로 주문하셨군요! (저번에 thrift걸로 주문한다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하이드 2009-1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rift도 주문해서 왔어요. 박스는 부실하고, 3권 중에 2권 맘에 들고, 생각보다 커서 자간이나 글씨 괜찮네요. 막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을 것 같아요. ^^

Joule 2009-11-0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데요! 괜찮으시면 보바리 부인 첫 문장 시작하는 페이지 사진도 좀 보여주세요.

다정한 둘째 언니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거로 결정했어요. 언니가 제인 에어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선물하기에는 책이 너무 예쁘다는 게 흠이군. 이거 자꾸 사심이 생기잖앙.) 그리고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도리언 그레이, 폭풍의 언덕, 테스. 이 정도? 근데 어째 쟤들 중 미모가 떨어지는 애들로만이냐. 제인 에어랑 오만과 편견이랑 연두색 책은 더 이쁘고만. (.. )

근데 저 책더미 제일 아래쪽에 있는 연두색 책은 어떤 책이에요. 저는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라서요.

Joule 2009-11-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마존의 쌀푸대 저도 참 이뻐해요. 하하. 근데 요즘은 쌀부대 말고 상자로 와서 통 서운하다는.

하이드 2009-11-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자가 큰 경우에 쌀푸대로 오던데요? ^^
맹세컨데, 안 예쁜 책은 없습니다. 다 이뻐요!! 가장 예쁜 한 권을 꼽자면, 한 권을 꼽자면 ... 으...
일단 딱 봤을때는 sense and sensibility 가 예뻤어요. 근데, 계속 바뀔듯.

보봐리 부인은 이번에 안 나왔어요.
Elisabeth gaskell , 'Cranford' 저도 좀 생소한 작가긴 한데, 드라마로는 본 것 같아요.
http://dvd.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9246770358


blanca 2009-11-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페이퍼 열광입니다. 저 이쁜 책들은 품에 안고 주무시기를.. 저도 요새 책을 꽂을 곳이 없어 급우울하답니다. 그런데 가루가 떨어진다는 부분은 좀 ^^:

하이드 2009-11-0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거라 그런듯해요. ^^ 계속 우두두 떨어지는게 아니라, 묻어 있는것만 털어내면 되죠. ^^
오늘밤부터 한권 붙잡고 자기 전에 읽을 예정입니다.

카스피 2009-11-0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클래식과 같은 저런 느낌의 하드커버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드니 좀 안타깝네요.

하이드 2009-11-08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책중에서 천 싸바리는 민음사 이십몇만원짜리 소위 '한정' 세트 밖에 생각 안 나네요.

2009-11-0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심상치 않다. 고전이라면 고전인 책인데,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판해주고 있다.
이것은 정녕.........................하루키의 힘이란 말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만..   

아래는 이전에 나왔던 1984 들이다.
동서문화사와 문예출판사는 비슷한 느낌이다.
열린책들의 미스터 노 시리즈는 가벼운 페이퍼백을 추구하는 시리즈 답게 캐쥬얼한 표지.
내가 가지고 있는 1984는 민음사 버전이다.

  

  

 

 

 

 

 

 

지금 산다면, 나는 어떤 1984를 살까 좀 더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1984도, 가장 최근에 나온 펭귄클래식의 1984도 무척 멋지기 때문이다.
펭귄그래픽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표지의 펭귄클래식은 꽤 욕심난다.

 

 

 

 

 

 

 

해외의 표지들을 보면 :  

 

내가 가지고 있는 버전이다. 음... 1984 있는 부분이 눈인건 지금 알았다! 

 

눈이 들어가지 않은 예전 펭귄 버전  




이건 언제쩍 펭귄인지 모르겠다. 역시 펭귄. 역시 눈 

 

가장 욕심나는 북커버는 역시 신상 ^^  
작년에 나왔던 Shepard Fairey 의 디자인. <동물농장>과 함께 새로이 디자인된 커버다.  

새삼 다시 읽는 1984는 내 기억속에 남아 있던 것보다 지루하다. 그도 그럴것이, 1984의 이야기는 각종 장르에서 무한반복되었고, 나는 그것의 충실한 소유자였기에.  

고전을 우선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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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11-07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펭귄 클래식 표지 완전 쓰러지네요 ㄷㄷㄷ 역시 1984라서 '눈'이 대세군요.

Joule 2009-11-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은근 빈티지 취향 제법 있어요.

세실 2009-11-0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 표지 첫번째 이미지 참 좋으네요. 음 읽었는지도 가물가물...


blanca 2009-11-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을까 말까 고민중인데 지루하다는 말에 바로 마음을 접어버립니다.-..-

하이드 2009-11-0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민음사꺼 없었으면, 펭귄꺼는 좀 사고 싶긴 해요.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도 이미지는 별로인데, 실물은 꽤 괜찮아서, 둘 중에서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가장 맘에 드는 표지는 원서 맨 아래 있는 표지요.^^

카스피 2009-11-0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클래식 표지 넘 멋지네요.미국의 팝 아트 작가 엔디 머시기를 생각나게 하는데요^^

2009-11-07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8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8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민음사꺼 가지고 있는데.. 펭귄꺼 탐나는군요 ㅎㅎ

무량수 2009-11-0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팽귄 클래식 버전은 없네요. 왠지 모르는 소외감이... 붉은 색에 옛날 dot 프린터기로 프린트 한듯한 눈동자 하나가 떡 하니 붙어있는 것인데...

한국어로 된 것은 주로 동물농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그속의 단편 모음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대다수였지요. 만약 이 시점에서 대표작품을 동물농장이 아닌 1984로 바꾸어서 출판되는 책이 생긴다면 그건 정말 하루키의 힘이라고 할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라는 긴 제목의 책으로 마르크 레비를 처음 만났더랬다.
참 착하고 예쁜 소설을 쓰는구나 싶었다. 착한 소설은 두드러기 나서 싫은데, 마르크 레비의 착함은 음.. 유쾌했다.
남자주인공도, 여자주인공도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이었으니깐. 남녀의 사랑, 가족의 사랑,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사랑.
여러가지 사랑이 이뻤으니깐.  

그 후에 읽은 < 너 어디 있니?>는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그 외의 작품들에서는 실망의 연속. <행복한 프랑스 책방>에서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은 안타까움. 근데, 그렇게 실망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것이, 번역에 의구심이 든다. 이야기도 워낙 어수선하니, 이장면, 저장면을 왔다리갔다리 하지만, 어색한 번역체 때문에 읽어내기가 더욱 힘들었다.  

어색한 번역체야 개인차라 치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내내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마티아스가 다림질을 하다가 조리대에서 토스트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호일로 식빵을 싸서 정성드려 다림질해서(?) 토스트를 만들어 먹는 마티아스의 엉뚱한 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원서가 궁금한데, 영화가 생략은 해도, 저렇게 맥락없이 변형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마티아스와 앙투완이 함께 살기로 하고, 집의 여기저기를 뜯어고치는데에는 허가 나려면 몇주, 몇달도 걸린다고 하자.
마티아스는 잔디깎이로 벽을 뚫어버린다. 잔디깎이로 어떻게 벽을 뚫을까? 싶었는데
영화보다보니, 잔디깎이를 켜 놓고, 커다란 망치(혹은 곡괭이?) 같은 걸로 벽을 뚫는다.
옆집에서 신고들어오겠다 그러자(이건 책에도 나옴) 잔디깎이 소리밖에 못 들을꺼라고 한다.  

그런 미묘하게 틀린 장면장면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어색한 번역체와 틀린 단어들에 이미 짜증내면서 책을 읽었던터라, 영화 보면서, 물론 영화와 책이 틀릴 수는 있지만, 책의 번역에 다시 의심이 가는건 어쩔 수 없다. 새삼 영화보며 짜증배가 되고 있는 중이다.  

뭐, 불어 원서나 영어 번역본을 구해볼만큼 재미난 책은 아니였다고 생각하기에, 의심은 의심에 그치겠지만..  

그걸 제하더라도, 그닥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아니였어서, 마르크 레비의 이 책에 점수를 주기 뭐하다. 
일단, 남자 둘이 각기 아이를 데리고 함께 사는 모습이 서양에서는 굉장히 웃기고 이상한 모습이라는 것.이 소재가 되었겠다. 
우리가 읽기엔 뭐.. 마티아스가 너무나 무책임하게 나오고, 앙투완은 너무 안달복달하는 캐릭터라 두 주인공이 다 맘에 안 들었다. 두 주인공이 자주 가는 카페 아줌마 정도 빼고는 이해불가 캐릭터들.

이래저래 맘에 안 드는 책. 당분간 마르크 레비의 책을 사서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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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이세진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 윌북 / 2009년 11월
품절


작가의 집, 이미지 반띠반커버를 벗긴 모습이다. 요런 반커버 스타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책 읽는데 불편), 겉이미지와 안의 이미지가 그런대로 어울려주니 나쁘지 않다.

본격, '작가의 집' 포토리뷰 -

이 책, 프롤로그부터 맘에 쏙 들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프롤로그와 그녀의 집으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태평양의 방파제' 영화 판권을 판 돈으로 현찰로 ^^ 샀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 정원을 보자마자 아 이집은 내집.

이 집을 사고 나서부터 글쓰기의 광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화산같은 충동이 솟구쳤고, 이 집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작가의 집 프롤로그 다운 좋은 지름글이다.)

그녀에게 집은 고독의 장소, 글 쓰기의 장소, 행복과 사랑의 장소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나왔다. 정원의 빛에서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연못에 반사된 이 빛에서. 내가 방금 여기서 한 말을 쓰기까지 20년이 걸렸다.'

* 뒤라스의 집은 그녀의 책 <말의 색채>에서도 엿볼 수 있고,

프롤로그의 뒤라스를 지나 헤세를 읽고 나면,키웨스트의 헤밍웨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많이 소개된 작가 중 하나가 헤밍웨이의 키웨스트 자택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를 좋아했던 헤밍웨이.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버린 그 곳에는 아직도 많은 고양이들이 어슬렁어슬렁-

* 헤세의 집은 <헤세의 정원 이야기>
* 헤밍웨이의 이야기와 집은 <쿠바의 헤밍웨이>에서 더 볼 수 있다.

사진 왼쪽 멕시코 협탁 위의 고양이 장식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헤밍웨이에게 피카소가 만들어 선물한 것.

'세상의 끝, 가장 먼 해변, 대양의 종착점, 수많은 섬들과 조무래기 섬들이 열대의 바다로 스러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대륙의 거품...'

그곳에서의 파파를 집과 글로나마 상상해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집을 가지고 있는 두 작가 중의 한 명, 비타 색빌웨스트. 낯선 이름이긴 한데,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의 모델이라고 하면, 알지도 모르겠다.

집 사진은 패스하고, ^^ 각 작가별 챕터의 말미에는 이와같이 작가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이 한장 정도에 걸쳐 나와 있다. 비타에 대한 글은 짧고, 사진이 한 페이지지만, 헤밍웨이나 뒤라스, 헤세 등에 대한 글은 꽤 읽을만하게 길다. 헤밍웨이 글을 읽고 얼마전 읽었던 JCO의 '소녀 수집하는 노인'을 떠올릴정도.

최고로 맘에 들었던 집. 이탈리아 소설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집이다.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다.

'난 과거에는 흥미가 없다. 고작 서글퍼지는 정도다. 추억은 내 관심 밖이다'
현재에 충실했던 작가는 옛 물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집들을 지겨워했다.
그가 정 붙인 단 하나의 집은 사바우디아 모래언덕의 집이었다.'

모라비아 챕터에 나온 사진은 정말이지 다 오려서 벽에 붙여 놓고, '꿈의 집' 이라고 일컬을만하다.

'테라스는 모래언덕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라서 바다를 마주보고 마치 멋진 무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변화무쌍한 사랑을 그린 '금요일의 집'은 작가가 좋아하던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 것.

* 이 작가 챕터만은 나중에 따로 페이퍼로 작성해 볼 생각이다.

영원한 프로방스 인 장 지오노의 집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노벨상 작가 크누트 함순의 집이다.

이 책의 장단점을 리뷰에 앞서, 포토리뷰 말미에 써보자면,
단점은 사진의 퀄러티가 그닥 높지 않다는 것.
장점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사진들, 작가의 집! 사진들이 풍부하다. 자료들이 정말 풍부! 게다가, 사진들은 위의 몇장에서 보듯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다. 인테리어 잡지에서 막 뽑아낸냥 세련된 사진들이다. 이유인즉슨, 저자는 보그 이탈리아, 까사 보그의 편집장 출신으로 보그 파리에서 현재 일하고 있고, 사진 역시 엘르 인터네셔널, 하우스 뷰티등의 잡지에 사진을 실을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들로도 유명한 에리카 레너드. 그러니, 쨍한 사진들은 아니라도, 컬러에 환상적인 구도와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좋은 컨셉일수록 의심이 가는데,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사진' 으로도 대만족이고. 그닥 기대치 않았던 '글' 마저 좋다!!! 거장들의 작품에 나타난 집에 대한 인용과 뒷이야기들. '집'이 주제인 글이지만, 작품과 생애마저 '성의있게', '성의있게'(부러 두번 쓴거임.) 다루고 있다.

절대 돈 안 아까운 나의 완소책으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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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9-11-0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멋지다... 그나저나 비타 여사도 작가였구나. 그녀는 상류층 레이디였으니 집도 꽤 클 거 같은데.
버지니아 울프가 쓴 책에서 비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어린시절 집, 정원 곳곳에서 엄마아빠의 친구들의 짖궂은 손길을 견뎌야 했었다는. 대저택이라 그렇겠지. ^^

하이드 2009-11-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안 올렸는데, 비타 여사 집 멋짐. 뒤에 버지니아 울프 집도 나오는데, 거기에 비타 이야기도 나오고. 재밌고, 멋진 책!

blanca 2009-11-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 원하는 바로 그 책이네요. '작가들의 서재'도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었는데 이 책은 완전 읽기 전에 완소입니다. 의외로 장소를 모티브로 했을 때 그 작가의 작품론보다 더 심도있는 작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더라구요. 좋은 글 감사해요

2009-11-05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5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09-11-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필실을 따로 장만할 주제는 못되지만 하이드님 덕분에 구경이라도.... 땡스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