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데이비스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  

이렇게 시작해..  

4월 막바지의 어느 이른 아침, 붉은 벽돌 담장으로 이어진 욱스브리지 가에 있는 곰 에릭과 토끼 엠마의 아파트 문을 누군가가 거칠게 두드렸다. 새벽에 내리던 비는 그쳤고 바람도 잠잠해졌으며 태양은 몰리산 타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 시끄러워. 문 좀 그만 두드려." 곰 에릭이 머리 위로 담요를 끌어 올리며 혼잣말을 했다.  

곰 에릭과 토끼 엠마의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이야기가 일어나는 곳은 봉.제.인.형. 도시. 등장인...형들은 각종 봉제인형들    

내용은 하드보일드 ..  

이다 보니, 이거슨 SF?   

주인공 에릭의 가족은 쌍둥이 곰 테디, 아빠늠 복서 (왜 그 투견 있지 않은가), 엄마는 코뿔소 인형으로 봉제인형 도시에서 가장 큰 권력자 중 하나인 환경부 장관이다.  

에릭이 깡패두목 비둘기인형 (고릴라 인형 보디가드를 두고있는 아주 잔혹한 인형) 의 위협에 살생부에서 비둘기 인형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이전에 한패였던 인형들을 모은다. 까마귀 인형 톰톰, 가젤 인형 샘, 뱀 인형 마렉  

스토리로만 보면, 잘 빠진 하드보일드인뎅, 등장인...형들이 봉제인형이다보니,
그 각각의 동물성과 인형의 성격도 잘 매치가 되기도 하고, 묘하게 매치가 되기도 하고, 매치가 안 되는 듯 하면서 매치가 되기도 하고 (어쨌든 그것이 작가의 의도일테니깐)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면, 인간 주인공(?!) 장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데, 주인공이 봉제인형들이다보니, 뭔가 귀여운 이미지와 잔인한 이미지가 중첩되며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되는 독특한 경험  

작가는 이 책을 사부작의 첫번째 책이라 하고, 악, 선, 믿음, 정의에 대한 사부작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로버트 세넷 <장인>  

더 읽어봐야겠지만 (4/1 정도 읽은 상황)
별로 내가 생각하던 책은 아니라서, 그냥 저냥 심드렁하게 읽어나가고 있다.

한나 아렌트와의 이야기에서 프롤로그 시작  

내가 생각한 건 (사실, 책 살 때 왠만하면 별 생각 안 하고, 그냥 산다 'ㅅ')
손을 쓰는 '장인' 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장인'의 고대부터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판도라'의 상자에서 그 중심 스토리를 끌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만들고, 그에 대한 철학이 부재했다던가, 건축가들이 손으로 도면을 그리면서 하는 '학습' 효과가 CAD 때문에 없어져서 생기는 문제라던가.. 이 책 역시 삼부작으로 기획되고 있고, 뒤로 갈수록 역시 내가 생각던 예술철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저자 소개에서 약간 짐작하긴 했지만서도.  

비야케 잉겔스 <예스 이즈 모어>

이 책의 몇 부분은 진짜진짜 맘에 들었다.  포토리뷰던 페이퍼던 따로 올리도록 하고,

책 앞에 '건축 진화에 관한 코믹북' 이라고 써 있는데,

코믹북이라는 건, 웃긴 책이 아니라 만화책이란 이야기는 알테고,
'건축 진화' 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 비야케 잉겔스네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엎어진 것도 있고, 실행중인 것도 있고, 완성한 것도 있고.  

그렇다고 재미 없는 건 아니고, 사실, '건축 진화' 에 관해 만화책 한 권으로 보면 얼마나 얕디 얕겠나.  

덴마크인 저자가 소개하는 덴마크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건축 스타일에 대한 그림, 사진, 글은 꽤나 흥미로웠다.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심플하고, 유려하며, 독창적인!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인 것이 인상적. 페이퍼에 올릴 내용은 '정신병원'과  '바닷가의 요트클럽 +사회복지 둥지' 이다. 건물이 어떻게 저런게 가능하지 싶은 곡선들이 많은 것도 신기.  

데니스 루헤인 <운명의 날>은 뒤로 갈수록, 작가가 기세를 올린다는 느낌이다.
초반의 지루함이 가신지는 오래. 역사소설이다보니, 결말을 이미 다 아는데, 그 불행한 결말에 휘말린 주인공들. 영웅들.  불행과 체념이 이 책의 목적이냐! 고 소리지르고 싶은데, 그게 역사고, 그게 데니스 루헤인이네 ..  

1919년이 그렇게 먼 옛날인가? 인류가 막 네안데르탈인 그런 옛날도 아닌데,
인간성도 문명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밤에 읽는 책들은  

이 정도가 될까?

 

 

 

책은 위험하다.  

오늘 팔뚝에 엄청난 상처가 생겼고, 말로님의 사랑의 할큄;  

허벅지에 ... 정말 곱게 자랐어서 이런 외상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피멍 (10cm x 3.5cm x 1cm!!) 이 부풀어 올랐어
엉엉 택배와서 뛰어나가다가 책장에 튀어나온 커다란 그림책에 제대로 허벅지를 박는 바람에 말이다.

책은 위험하다.  

알라딘 메인도 안되고, 장바구니도 안 되고, 다음뷰도 안 되고, 이 밤에 맛이 간 것 같은데? 

이번주에 내 페이퍼가 블라인드 된 걸 4개나 찾았다. 그 중에 3개가 오류였다. ... 는게 말이 되나??????????????? 이런 .. 같으니라구. 나머지 한 개는 지난 주였던듯한데, 알라딘 시작하고, 최고로 열받았던 메일 

그러고보니, 요즘, 새삼, 페이퍼 블라인드 되는 것에 내가 무척 열받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블라인드 된 페이퍼 하나 찾을때마다 !#$!%$^&* 오늘 이후로 또 내 눈에 들어오면, 고객센터 안 남기고 전화해서 담당자랑 30분씩 제대로 된 토크해야겠다. 똑바로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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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_@;;
진즉에 알고 있긴 했지만, 하이드님 책을 정말 빨리 읽으시네요. 집중력이 대단하세요. 저는 나이와 함께 집중력이란 것도 한귀퉁이씩 떨어져나가더니 이제는 너무 재미있다! 생각하는 책도 일주일씩 붙들고 있다는. -_-;;;;
물론 컬러타일이란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만 쿨럭 ;;;;;;

봉제인형 도시... 는 정말로 정말로 독특한 책일 듯 하네요. 근데 왠지 감정이입이 잘 안 될 듯.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곰인형 비둘기인형이라니요. -_-;;;;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중 내가 읽은 몇 권 -_-;;;)은 너무 좋지만, 읽고 나면 한없이 슬퍼져서 한동안은 기분이 가라앉곤 하는데, 운명의 날. 도 역시 그런 분위기? ㅠ_ㅠ;

하이드 2010-10-08 18:09   좋아요 0 | URL
아.. 그놈의 컬러타일 ㅎㅎ 전 이제 오른손이 아파서, 자제하고 있어요. 아플때까지 따그닥따그닥 하는 저는 어찌나 미련했는지 ;;

봉제인형도시가 그래서 묘해요. 이야기가 재미나고, 뭔가 독특한 독서경험이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의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과는 다른 엄청난 박력이 있지요. 제 생각은 데니스 루헤인이 이 책을 쓸 때 뭔가 신이 내렸다거나 (뒤로갈수록 그 기세가 엄청나요), 역사속의 일을 이야기하는데서 오는 사실의 힘. 같습니다.

카스피 2010-10-0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틀동안에 이 많은 책을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이드 2010-10-10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다 읽는 건 아니구요, 한꺼번에 여러 책을 돌려 읽어요. ^^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 The Given Day>를 읽고 있는 중.
그러니깐, 이 책하고, <평생독서계획>하고, <YES is More>하고, <봉제인형 살인사건>하고, 에 또..

여튼, 상권을 막 덮고 나서, 지루하게 시작했던 이 책에서, 처음으로 어이쿠 했던 문장을 적고 넘어가야겠다.  

이 책의 배경은 1919년 미국
첫 챕터에는 베이브 루스가 월드 시리즈를 하러 시카고 컵스, 보스톤 레드 삭스 선수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있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이 보스톤 경찰인 대니 커글란이고, 당시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 중에 '보스톤 경찰 파업'을 가장 크게 다루고 있긴 한데, 배경이 '보스톤'이다보니, 필연적으로 보스톤 레드 삭스 이야기도 나온다.  

베이브 루스도 첫장면에 길게 등장한 거 말고도 또 등장해서 존 리드와 유진 오닐과 술집에서 싸우기도 하고, 뭐 그런 장면들.
야구선수 파업 이야기도 나오고. 이 때, 1919년 구단주 해리 어쩌구가 선수들 마구 팔아 치우고, 베이브 루스까지 팔아치운 후 ... 그 ... 밤비노의 저주로 2004년까지 우승 못 했던.. 그 시발점이 되던 해가 (아....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  바로 이 해.  

이야기의 주가 되는 보스톤 경찰 파업은 이제 이야기의 반정도 온 정도라 이제 막 슬슬 피치를 올리고 있고,
상권에서 지나간 굵직한 역사 속의 사건은 '스페인 독감'이다. 1차대전 후 귀환한 병사들에 의해 퍼진 독감은  

1918 - 1920년 전세계적으로 500만에서 5000만의 생명을 앗아갔고, 50만명의 미국인이 죽었으며, 한국에서도 14만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인물들이 스치듯 지나가는데,
스페인 독감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나오고, 그 중 하나로 장의업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주가 다 가기 전, 장의업자들이 관을 지킬 경비들을 고용했다. 경비들은 계층도 다양했다. 사설 경호업체에서 온 자들은 그나마 목욕하고 면도하는 법을 아는 자들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퇴물 축구 선수나 복서처럼 보였다. 게다가 노스엔드에서 온 자들 중에는 흑수단 졸개들까지 끼어 있었다. 어쨌든 모두 샷건이나 라이플을 소지했다. 목수들 중에도 환자가 있었는데, 모두 건강하다 해도 밀려드는 관 제작 요구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캠프 데븐스에서 하루 동안 독감으로 죽은 병사가 모두 63명이나 되었다. 질병은 노스엔드와 사우스 보스턴의 셋집, 그리고 스콜레이 광장의 하숙집들을 파고들었고 퀸시와 웨이머스의 조선소를 쑥밭으로 만들어놓은 후 다시 선로를 따라 이동했다. 급기야 신문들이 하트포드와 뉴욕시의 발병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전염병은 맑은 날씨를 타고 주말쯤엔 필라델피아에 도달했다.  

나는 이 문장이 참 기가 막힌 것 같다. 장의업자들과 관 지키는 경비 이야기를 건조하게 풀어나가며 죽음과 불행의 향을 풀풀 풍기다가, 그 죽음의 사신인 '전염병'이 '맑은 날씨'에 '주말'에 필라델피아까지 퍼졌다니, 인간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떼죽음과 같은 하찮은 사정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맑은 날씨의 자연과 인간의 불행과의 괴리감이 뺨을 때리듯 선연하게 느껴진 문장이었다.
 
데니스 루헤인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와 주인공과 문체인데, 아무래도 역사소설이니만큼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스케일과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이다. 소설에서 (그것이 아무리 역사소설이라도) 소설같지 않은 드러운 현실같은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의 그 쌔- 한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부터인가, 볼티모어 경찰이 주인공인 경찰수사물 미드 '와이어'가 생각났다. 주인공 대니도 완전 오버랩되고.  

열악한 환경, 그리고 경찰물이어서만이 아니라, 그 현실적인 냉혹한 터치가 닮아 있다.

어느 정도냐면, 드라마 '와이어'를 보고 나면, 내가 그 좋아하는 'CSI', '크리미널 마인드', 'NCIS'를 한동안 못 보는 후유증이 있다. 시시하고, 너무 드라마 같아서.  

그런 묵직한 박진감이 있다. 멜랑꼴리하고, 하드보일드 하지만, 대단히 생생한 1919년 보스톤,
보스톤 경찰 대니  

초반의 지루함을 극복하면, 명품 역사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인상적인 인물과 이야기와 문장들이 있지만,  

'전염병은 맑은 날씨를 타고, 주말쯤엔 필라델피아에 도달했다' 는 문장은 오래오래 마음 한켠에 붙어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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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한숨;)
제가 '바라만 보고 있는'-_- 운명의 날은 책의 외관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두툼하고 믿음직스럽고.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에 가끔 꺼내서 쓰다듬어보고 다시 꽂아놓는답니다.(이런 말은 딴 데 가서는 못하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
그나저나, 마구, 열심히, 전투적으로 독서하시는 하이드님을 보니 마음 한켠이 안스러워진...;;;;;;;;;;;

그나저나(어흠;) 하이드님 덕분에 챙겨봐야 할 미드도 생겼네요. 크리미널 마인드가 시시해지는 드라마라니!!! ^^

하이드 2010-10-07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쓰다듬기 .. 중증의 증상이지요. 책앓이~
그나저나 달밤님도 책 진짜 많이 사시네요. 제가 페이퍼 올리는 책, 거진 다 가지고 계시거나, 구비하실 예정이라는.

저요.. 네... 책 속으로 마구 빠져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직 한 가지 좋은 일이 남았어요. 로감독님 재계약 하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전 또 무섭게 책으로 빠져들지도 ..

저도 '와이어' 알라딘에서 어떤 분이 인생 최고의 드라마라며 추천해 주셨는데요, 역시 처음에는 좀 지루하고, 지금까지 보아오던 수사물과 다를 수 있는데, 2시즌까지는 정말 보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요. 1시즌은 한 번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돌려 봤을 정도 ^^ 3시즌은 봤는지 안 봤는지 아리까리 하지만, 여튼, 그래요

Beetles 2010-10-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구입보단 도서관 대여를..^^;; 아이들 책때문에 제책을 살 수 가 없어요...거기다 남편의 엘피,씨디,와인,카메라..기타등등..ㅠ.ㅠ 며칠전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는데 바흐전집이 떡~~하니 들어있길래 제가 그거 사면 그 열배의금액의 물건으로 갚아줄테다 해서 겨우 막았어요...ㅠ.ㅠ

dalcom34 2011-02-1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wire 투섬쓰업!with brotherhood
2005년부터 죽 보아왓는데,, 조,꼬마들,,,맥널티,,,,,,,
 
이 책! 평생 독서 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 도착

뭔가 울 타이밍도 안 주고 개발렸던( 격한 표정 죄송, 속으론 울고 있음) 야구인지라,
할 말을 못한냥 목에 걸린 말처럼(그러나 욕은 술술), 나오지 못한 눈물이 어디 눈물샘가에 걸려있는듯한 우울한 밤  

열.독.중.이다.  

제작년에 가을야구 하고, 작년에 1승하고, 올해 2승했으니, 내년에는 3승하고 플옵 가고
그렇게 계산하면 우승은.... 무튼, 이것도 다 로감독님 있을 때 이야기.  

가을의 꿈을 접고, 책을 펼친다.
가을에는 독서! 가을야구의 짧은 꿈을 꾸고 나니, 남의 잔치는 응원할 기분이 싹 가신다.
작년처럼, 제작년처럼.  

무튼, 그래서 나는  

열.독.중. 

격하게 열독중이라 책이 마구 좋았다, 마구 싫었다 널띄고 있는데,  

일단 이 책  

서문은 패스를 권함.
보통 좋은 책은 서문부터 그냥 확 독자를 사로잡는 법인데,
공저자인 존 S. 메이저의 서문은 책 중에 나온 글도 지루하고, 뭔가 편협하고, 올드하다.   

<평생 독서 계획>은 4판까지 나왔는데, 이 번역본은 앞에 NEW 가 붙은 평생 독서 계획으로
새로운 작품들이 들어갔고, (동양고전들과 비교적 근대의 작품들이 포함됨) 존 S. 메이저가 공저자로 들어가서
새로 들어간 작품에 대한 글을 썼다.  

각각의 글 말미에 C.F. 혹은 J.S.M 이 나와 있는데,
난 왠지 첫문장만 읽어도 이건 C.F. 이건 J.S.M. 딱 맞출 수 있었어.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 싶다.  

서문에서 실망하고, 하필 첫 글, 길가메쉬 이야기가 J.S.M.의 이야기라 마구 하품하며 후회하며
내 페이퍼에 낚였을 사람들에 뜨끔하다가 그 다음부터 나오는 C.F. 의 글에 눈이 똥그래지고, 입가에 미소가 씨익 걸린다.  

시대순으로 나와 있어서 초반 부분이 고전, 누가 이야기해도 지루하고도 남을 이야기인데도
클리프턴 패디먼은 품격있고, 와닿게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일리아스가 지금의 대규모 전쟁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싸움에 지나지 않지만, 전쟁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고, 그 대신 인간과 신들의  스케일이 더 중요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 <일리아스>의 본질적 특징은 고상함이다. 고상함은 장엄함과 관련된 미덕인 만큼, 사소한 고상함이란 있을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한다.  

본질적 특징인 고상함, 그리고 그 고상함이 장엄함과 관련된 미덕이라고? 여기서 읽는 걸 멈추고, 한참 생각했다.
사소한 고상함이란 있을 수 없다.  

번역문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세 문장이지 않은가? 아.. 좋다.  

<오디세이아>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갖가지 스토리들을 묘사하면서 이 스토리들이 이 서사시를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잘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성경과 마찬가지로 이 서사시는 책이라기보다 우리 마음 속 한 구석을 영원히 차지하고 있는 가구같은 것이다.

<일리아스>를 읽고 나서 <오디세이아>를 집어 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작품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조차도 다르게 들린다. <일리아스>에서는 무기의 충돌로 시끄러운 쇳소리가 나는 데 비해, <오디세이아>에서는 수많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바다의 속삭임 혹은 노호가 들려온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의 차이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일리아스>는 비극적이다. 그것은 서구 문학에서 되풀이 되어 온 주제, 우리의 마음속에서 늘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대해서 말한다. 그것은 아무리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일지라도, 불변의 운명이 지배하는 세상과 맞서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주제이다. 하지만 <오디세이아>는 비극적이지 않다. 이 작품은 우리의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 주제는 죽음과 맞선 용기가 아니라, 고난에 맞서는 지성이다. (...)

우리는 오늘날 다음과 같은 정신에 입각하여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늘 곰곰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어떤 비상한 남자에게 벌어진 모험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오디세이아>의 무드는 <일리아스>의 그것에 비해 한결 이완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을 때 우리의 마음도 한결 느긋해진다."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만 이야기했지만 뒤로 나오는 그리스 비극 이야기도, 헤로도토스 이야기도 무척 재미나게 읽힌다.
읽을 엄두도 못 내는 고전에 대한 이야기가 이정도이면, 아직 남은 부분이 더 많지만, 이 책,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서문과 중간 중간 박혀 있는 공저자 J.C.M의 글이 지루할 뿐 아니라 편협하게까지 여겨져, 음모론까지 상상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스팩타클한 점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난 그냥 앤 패디먼 아부지. 패디먼가 수장. 으로 알고 덥썩 책을 구했지만,
저자 소개를 보면 대단한 이력이다.

작가, 비평가, 사회자, 독서가였는데, 라디오 퀴즈 쇼 '인포메이션 플리스' 의 사회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쇼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패디먼은 당대 최고의 사회자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고. 술술 읽히고, 이렇게 하면 재미있는 포인트를 아는 그의 글발은 방송경험에서 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가 사회자로 명성을 날린건, 그의 무지막지한 독서에 빚졌을테고 .. 뭐, 그런 선순환  

자주 인용되는 그의 말 중, 이전 페이퍼에도 썼던 것 같지만 .  

"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 "  

나는 독서력이라는 걸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이 재미가 없으니깐 안 읽는 것이고, 안 읽으면 어떤 책을 읽더라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책 읽는 버릇' 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왜, 재미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한달에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인 대한민국 평균 독자이기도 하고,
한달에 2-30권은 거뜬히 읽어내는 나와 같은 독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도 '일리아스'니 '오디세이아'니 그리스 비극이니 하는 고전들 앞에선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133명의 작가? 작품? 여튼 133챕터가 나오는데,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정독했는지 세아려 보기도 두려울 정도다.  

고전을 읽지 않는 이유는, 쉽게 읽히지 않고, 재미 없기 때문인데,
'왜' 재미있는지 아는 것, 이 책이 '왜' 중요한지 아는 것은 나같은 독자를 끌어주는 도움의 손길이다.

아, 오디세이아는 곰곰히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잘난 남자의 모험 이야기이구나, 일리아스에서는 무기 쇳소리가 나는데, 오디세이아에서는 바다의 노호가 들린다고? 오, 그렇단 말이지. 하며 유심히 보게 되는 것.

그렇게 재미를 느껴 보게 되고, '재미'를 찾고, 알게 되고, 나만의 재미를 찾게 되고,

클리프턴 패디먼의 말대로, 그렇게 책은 그대로지만, '나'는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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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0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 읽어보려고 했는데 감사합니다.

하이드 2010-10-0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했던 거랑은 다르지만 (사실 별 생각 안하고 그냥 저자 이름만 보고 샀긴 하지만 ^^;) 기대 이상이에요.

엠제이 2010-10-0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

moonnight 2010-10-0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의 날' 페이퍼에도 댓글로 썼지만... 열독중이시군요. 토닥토닥;;;;

이런 얘기, 언질을 주셔서 고마워요. 눈치없는 저는 지레 첨부터 실망했을 것 같아요. 하이드님 덕분에 맘의 준비를 할 수 있겠군요. ^^

승주나무 2010-10-0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계속 걸리던 책이었어요. 이번 달 책 구입비가 위험 수위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ㅎㅎㅎ

Beetles 2010-10-0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이드님이 리뷰쓰기전에 구입했네요 아쉽당 땡쓰투를 날렸어야는데염..^^음~~목차보고 전 정말 책을 안읽는 사람이구나..ㅠ.ㅠ
 

세스 고딘의 신간 <린치핀>을 읽기 시작했다. 원서 신간 나왔을때부터 눈여겨 봤던 책이긴 한데, 제목의 린치핀이 무언가 찾아볼 생각도 안 했었다.   

린치핀이란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의 반대.로 꼭 필요한 부속품이다. (그러나 저러나 부속품이라는 건 똑같은거?)

Linchipin
1.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 ( 아하, )
2. 핵심, 구심점, 요체
3.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 조직의 핵심인재  

아하, 기구에 젬병인 나이지만, 어떤 건지 알겠다. 그 핀, 그거그거 말이지? 없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거.  

입버릇처럼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톱니 바퀴'로소이다. 라고 말하거나.. 나 없으면 안 될것 같지? 조직은 어떻게든 다 굴러가게 되 있어. 라고 말하거나.  

'나' 따위는 없어도 얼마든지(자기위안 삼아 '어떻게든' 이라고 써도 마찬가지) 잘 굴러가는 '조직'인 것이다.  

세스 고딘은 400개의 동전을 쌓아 놓고, 그것이 인류가 종족으로 살아 온 10만년을 상징한다고 가정해 본다. 동전 한 개는 250년. 맨 위의 동전을 들어보면,  

그 400개의 동전 중 하나. 이 동전 하나가, 공장을 중심으로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오늘날 세상이 지속된 기간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공장에서 일하기 좋은 '노동력'을 길러내고, (창의력과 예술성을 죽이고, 순응하고, 적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공장에서는 대체 가능한 가장 저렴한 노동력을 구함으로써 생산력을 높인다.

<린치핀>은 세스 고딘의 전작 <보랏빛 소가 온다>의 개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튀어라,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라, 리마커블, 리마커블, 리마커블!   

 

 

 

 

 

세스가 이야기하는 공장은 산업혁명 이후의 말그대로 '공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넓은 의미에서의 '공장'이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란 하얀 깃이 달린 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은 여전히 공장이다.
물론 그들은 삽질을 하지 않는다. 대신 연필을 눌러쓰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컴퓨터로 일을 처리한다. 옷에 기름이 묻을까 걱정하기보다는, 점심 때 먹는 싸구려 음식으로 배에 기름이 차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하는 곳은 공장일 뿐이다.

계획과 통제에 따라 일을 해야 하고 성과도 측정되기 때문에 공장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이다.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하루 종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침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공장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세스가 이야기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공장의 정의는 :

시키는대로 일하고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조직.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들려온 뉴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전직을 꿈꾼다'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이정근)이 직장인 1,173명을 대상으로 전직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전직을 생각한 적 있다’는 57.6%, ‘현재 계획 중이다’는 응답은 29%에 달했다.
 
   

 이와 같은 조사가 근 몇년간 잊을만 하면 한 번 씩 등장했었는데, 열명 중 아홉명? '생각한 적 있다' 와 조사기관이 '취업포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높은 '전직을 꿈꾸는' 수치가 나왔던 적은 없는 듯하다.   

세스 고딘에 의하면, 그렇다.
이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옮기거나 말거나 .. 

세스 고딘이 꽤나 공격적인 글을 쓰는 저자이고, 이 책은 지금까지의 책들보다 더 공격적이고, 막 사람을 몰아댄다.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새삼스럽지는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세상은 더 이상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와 사회는 수세대에 걸쳐 우리에게 톱니바퀴가 되라고 강요해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물, 인간성, 관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창조해내는 예술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고 있을 때, 세스 고딘의 신간은 반갑기 그지 없다.
변화를 꿈꾸고, 달라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스 고딘의 채찍을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공장을 뛰쳐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장일 중의 기분 전환은 되지 않겠는가.  

이미 뛰쳐나와 배수의진을 친 내가 하는 '말'이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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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0-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음뷰는 제목 어떻게 바꾸나요? 제목 잘못 썼;

hnine 2010-10-0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트가 안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직장을 그만 두려고 고민할때, 직장에서 당시 제가 하던 일은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던 건지....

열 중 아홉이 전직을 꿈꾼다는 말은 참...씁쓸하네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린치핀으로서 인정받으며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어떤 일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겠지요.
관심이 가는 책인데 이런 리뷰를 읽으면 안 읽고도 꼭 읽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어서 말이지요.

하이드 2010-10-0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린치핀은 아직 1/3 정도밖에 안 읽은터라, 요건 리뷰라기엔 부족하구요 ^^ 잘 쓴 경제경영 리뷰는 독서를 대신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 책을 보면 '오랜 시간' 보다는 '재능', 근데, 그 재능을 키우기 위한 '노력' 에 대한 이야기가 주에요.

세스 고딘의 책은 거진 읽은 편인데, 이 책의 어조는 좀 공격적이고, 전에 <더딥>이 워낙 내용이 없어서인지 ^^; 여러가지 잡다구리한 내용은 더 많이 들어갔는데, 일단 1/3 까지 읽은 지금은 so-so 입니다.
 

책이 읽히지 않을 때 나는 인터넷을 켠다.
리뷰들을 보고, 더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 쯤되면, 안 읽을 핑계를 이미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을 읽기 시작했다.
 며칠을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서 (양장에 500페이지 넘는데, 이라이트라 가볍긴 하다.) 읽지 않았던 건, 재미 없을 것을 이미 예감?  

 여튼,  

 

이야기는 술술 흘러간다. 배경은 1919년 보스톤 

시작은 베이비 루스의 에피소드 ..가 꽤 길게 나온다! 베이비 루스가 투수도 하고, 1루도 하고, 중견도 했어? 우와 - 그야말로 까마득한 메이저 리그의 역사다. 

그래, 이것은 역사소설.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를 비롯한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그렸던 데니스 루헤인을 생각하면 안 된다.  

  

 

 

 

위의 책들 중 가장 재미있고 찜찜하게 읽었던 책은 역시 <가라, 아이야 가라> 이다.
아.. 그 결론이라니.. 그러고보면, 데니스 루헤인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 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지만, 책도 읽고, 영화도 본 그런 작품들이 많다. 많이 영화화된 덕분인데, (<가라, 아이야 가라>는 영화로도 찜찜.. 아 .. 그 결말..)

지금 읽고 있는 <운명의 날>도 영화화 된다고 한다.  

알라딘의 리뷰들을 읽고 ( 이 책에 달린 리뷰와 페이퍼들이 거의 다 훌륭하다)
아마존의 리뷰들을 봤는데, 이 책의 배경이 1919년 보스톤, 미국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리뷰들이 의외로 실망스럽다. 역사소설이 아니라, 데니스 루헤인의 책으로 본 평들이 대부분. 뭔가 미국인들이 할 수 있는 리뷰가 있기를 바랬는데, 1919년이면 너무 먼 옛날인걸까? 

여튼, 책도 잘 읽히고, 좋은 책이라고들 하고, 보스톤 경찰파업에 대해서도 엿 볼 수 있고, 그러니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우울한 결말을 알고 보는 책이라, 읽기가 싫었나보다.
인종 차별과 노동착취가 대놓고 이루어지던 시기, 얼마전 읽은 처칠에 대한 책들에 1차대전과 2차대전이 나오는데,
1919년은 1차대전 종전 직전의 미국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 그들의 참전과 종전에 대한 이야기도 우울하지만, 흥미롭다.

그간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인물에 대한 묘사 외에도 도시나 분위기 묘사가 그렇다.
하드보일드 멜랑꼴리한 느낌이 나는 우울한 역사 소설을 상상한다면 얼추 맞을지도.  

종전을 바라며 검은 울 십자가를 뜨개질해서 술집 한 벽에 붙여 놓는 술집 주인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 술집 벽의 검은 울 십자가들이 왠지 생생하게 상상이 되어 버려 마음에 붙어 버렸다.

그 십자가들이 전쟁에서 죽은 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서 죽을 많은 사람들,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과 문명에 대한 복선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 

그리고 이 책,

<원죄자>를 읽고 좋았어서, <도망자> 신간을 사려다 예약판매여서, <실종자>를 샀는데, 그러니깐,  9월 말에 말이다.

 <원죄자> 만큼 재미나지는 않다.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실제 사건이 등장하는데, 아, 실제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하자.  


<원죄자>는 혼자 사는 여자를 대상으로 성폭행하고 불지르는 범행을 반복한 연쇄강간살인마 (으... 끔찍하다)
<실종자>는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엽기적으로 절단하는 범행을 저질렀던 고베의 소년 A  (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이야기일 것이다.)
<도망자>는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하고 얼굴을 일곱번이나 성형하며 도망쳤던 후쿠다 가즈코 사건 ( 그러니깐, 이 책이 읽고 싶었다구) 을 다루고 있다.  

<실종자>에는 <원죄자>에 이어 범죄전문 르뽀작가가 나온다.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다 읽고 나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가 가능할듯. 의외로 지금까지 읽었던 오리하라 이치의 책들이 다 평작 이상이었으니, 이 책도 기대한다.  

...그렇게 <작가 수업>을 다 읽고, <운명의 날>과 <실종자>를 번갈아 읽고 있다. 야구 지고, 안 하니 책이 마 쑥쑥 읽히네
가을은 야구의 ... 독서의 계절!  

그래도 다섯게임이나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가을이다.
로이 감독 재계약 안 하면(혼자 맘속으로 협박중이다), 내년에는 잠실 떠야지. ..  

라는 아, 이 페이퍼의 이상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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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을 보고, 야구 때문에 책이 읽히지 않는 요즘. 이라는 의미라고 생각 ^^;;;;
저는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의외로 읽은 책은 몇 권 안 되는군요. -_-; 운명의 날도 모셔놓고 맨날 쳐다만 보고 있다는. ㅠ_ㅠ

하이드 2010-10-0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 때문에 안 읽힌것도 많아요. 덕분에 지난 이틀간 책 많이 읽었다는;; ㅎ

운명의 날 되게 박진감 있어요. 상권 거진 다 읽었는데, 강추! 처음엔 좀 지루한데, 읽을수록 빠져들어요.
미드 '와이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그 드라마처럼 넘치는 현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