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가 겹친 작은 마을에서 죄 없는 범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문이 무성했던, 평도 좋았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을 읽었다.  

읽기 전부터, 도대체 이 책이 왜 뜬거야? 싶었는데, 읽고 나서도 여전히 궁금하다.  

재미있다. 주제도 있고, 시리즈물이며, 현지(독일)에서도 오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좋은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는건 맞는데, 그렇더라도 이렇게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신기하다.  

이 소설만큼, 어쩌면 이 소설보다 더 재미도 있고, 주제도 있고, 시리즈고,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였는데, 묻히는 추리소설들을 잔뜩 봤기 때문이다.

  

 이 추리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게 신기한 이유는 :

1. 독일 추리소설이, 아니, 독일 소설이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본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2. 출판사의 소위 작업, 서평단 도서를 엄청 푼다거나, 마케팅을 엄청 한다거나(막 뭘(알사탕,적립금,수첩 등) 끼워주거나, 거한 이벤트(독일/이탈리아/파리 여행 뭐 이런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알사탕 이벤트가 있었긴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긴 기간 한 것도 아니었다.  광고를 엄청 한다거나.도 없었다. 광고가 있긴 했지만, 그냥 광고하는구나. 정도의 광고였지, 과하다 느낌 들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3. 출판사도, 이 시리즈도, 저자도 모두 생소하다. 이 책은 북로드 '스토리텔러' 시리즈 두번째 작품인데, 첫번째 작품이 아리카와 히로의 <키켄>이었다 -_-;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굳이 비교하자면,  최근 읽은 별 다섯개 미스터리로 카첸바크의 <하트의 전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카첸바크의 <하트의 전쟁>이 재미면에서나 감동면에서나 별 다섯개중 여섯개도 줄 수 있는 수작이었다.

이스케이프 시리즈는 스토리텔러 시리즈만큼이나 인지도 없을지 모르지만, 전작으로 냈던 스릴러들은 이쪽 분야에서 꽤 인기 많았어서 시리즈 인지도로는 스토리텔러보다 높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존 카첸바크의 세 번째 작품이었고, 전 작 두 개는 다 좋은 독자평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애널리스트'는 별로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평) 그러니깐, 매니아가 어느정도 있는 작가였다. (나 포함)  

브루스 윌리스와 콜린 파럴이 나오는 영화도 있었다. (영화는 별로였다고 하지만, 쨌든 이름을 알리는 것에 도움된 면이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하트의 전쟁>은 안 팔리는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카첸바크의 책이 부담스럽게 두꺼워서 일까? (700여페이지고, 백설공주..는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500여페이지)

카첸바크의 책표지가 우중충해서일까? 백설공주 표지가 처음부터 인상적이기는 했다.

서점에서도 눈에 안 띌듯, 눈에 띄는 표지였다.  

출판사 여러분, 꽃다발 들고, 얼굴 없는 표지를 한 번 제작해보세요.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합니다.)  

 


리뷰에도 썼듯이 재미나게 읽었고,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인데, 이 책이 어떻게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누가 알면 좀 알려줘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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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1-03-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리포터. 1권 (원서로) 읽었는데 시간 죽이며 읽기엔 나쁘진 않지만 뭐 그냥저냥 시시했거든요.

2011-03-2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박사 2011-03-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 책... 발간일도 같죠. 한 쪽은 판매량 저조로 울상이고, 한쪽은 제가 구입했을 당시 초판 7쇄정도였으니. 생일은 같은데 팔자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 <하트의 전쟁> 같은 경우는 카첸바크에 실망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잡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두껍고 비싸니까)저도 읽고 나서 카첸바크를 다시 보게 된 책이기도 하고요. 백설공주 같은 경우는 장르팬들한테 처음엔 표지가 므흣하다고 쑥덕대는 용도로 쓰였는데 읽어보신 분들이 간만에 탄탄하고 재밌다고 평을 하셔서 점점 이미지가 좋아졌어요. 물론 그 때 이미 일반독자(?)분들은 엄청나게 구입하셨더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시크릿 가든인가 거기서 엘리스에 대해 나오지 않았나요? 예쁜 표지에 백설공주라는 이름에 대한 호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감히 추측해봅니다. 작년 여름에 우타노 쇼고와 블랙펜을 동시에 구원해 준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가 여름-추리-명탐정 단지 이 이유로 광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하이드 2011-03-22 00:15   좋아요 0 | URL
카첸바크는 잘 안 팔릴 것 같았어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 읽어보셨나요? 전 그 작품도 굉장히 좋아했는데. ^^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제목덕을 봤다고 생각해요. 전 무지 별로였지만요.

이박사 2011-03-22 14:1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미사>로 시작했는데... 흥미진진한 초반부에 비해 살짝 부족한 뒷부분 때문에 실망했었답니다.

이박사 2011-03-2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읽고 나서 전혀 <백설공주...>에겐 불만이 없어요. 단지 <하트의 전쟁>이 더 팔렸으면 하는 마음뿐. 올 해 상반기 가장 재미있는 책을 꼽으라면 저 두 책이죠. (밀레니엄은 아직 박스에 들어있고... 펜더개스트 신작은 읽기 전이라서)

저도 하트의 전쟁을 먼저 읽고 잘 팔리는 모양이 괘씸해서'백설공주 니까짓게!' 하는 심정으로 책을 잡았는데 재밌어서 급찬양모드로 돌아섰어요... 제가 원래 그렇습니다. <살인자의 진열장>이 두권으로 나왔을 땐 분권수첩이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는데, <악마의 아이>가 1권으로 나오자 무한한 사랑이 솟아나네요.

하이드 2011-03-2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설공주..>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위에 이야기한 이유들로 이 책이 전혀 뜰 것 같지 않은데 떠서 그게 신기해요. 제목때문에 뜨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결과론적이긴 하죠. 동화같은 제목이나 소재가 없었던 거 아니니깐요. 제일 이상한건 '독일추리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거에요. ㅎ <백설공주..> 재미있게 보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올해의 소설! 막 이 정도는 아니였거든요.

감은빛 2011-03-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눈에 띄길래 잠시 살펴보긴 했는데,
베스트셀러에 오를만큼 팔린 책이었군요.
이 글 읽고 나니, 저도 궁금해지네요. 과연 이유가 뭘까요?

카스피 2011-03-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재미있을것 같네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주변의 적의를 한 몸에 받으며 감방에 가는 것 뿐이었다.  

이야기는 토비어스의 출소로 시작된다. (그 앞에 에필로그가 있긴 하지만 뭐)
10년의 감방생활을 보내고 난 토비를 마중나온 사람은 인기 많은 여배우 나디아이다.  

어릴적부터의 소꿉친구인 나디아는 십여년동안 꼬박꼬박 편지 쓰고 면회 왔던 유일한 친구이다. 선머슴 같은 모습은 애저녁에 벗어던지고, 인기 여배우의 모습으로 부티나는 차를 몰고 토비를 마중나온 것이다.  

십년만에 집으로 돌아간 토비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집안과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토비가 감방에 있는 동안 어머니는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는 것도 알게 된다.  

두 여자를 죽인 죄로 십년형을 살고 나온 토비는 자신만 억울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부모의 마음고생을 헤아리며, 당장 떠나려던 지긋지긋한 마을에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은 공공연히 그를 적대시하고, 욕하고, 물리적 폭력까지 가한다. 
그 중 아멜리라는 마을의 신참 소녀만이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다. 그녀의 고스적인 모습이나 용감하고, 똑똑한 모습은 라르손의 리스벤더를 떠올리게 한다.  

제목의 '백설공주'는 토비어스가 죽인 것으로 알려진 소녀이다. 토비는 십여년전 축성일에 그의 전 여자친구와 당시의 여자친구를 모두 죽이고 시체를 숨긴 살인마로 마을의 증오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이 작은 마을의 적대감은 악의로 겹쳐 있다. 이 악당과 악의들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이부분에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흡입력이 나오지 않나싶다.  

억울한 놈, 나쁜 놈. 이 아니라 억울한 놈, 조금 나쁜놈, 나쁜놈, 더 나쁜놈, 더 더 나쁜놈 이렇게 끝도 없이 다양한 나쁜놈들이 나오는거다.  범인은 초반부터 뻔해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읽는 내내 알게 된다. 이 놈이군, 아, 이게 다가 아니야. 아, 그래 이놈이군, 아니 이것도 다가 아니군. 하면서 말이다.  

주인공일법도 한 토비와 아멜리의 존재감이 희박할 정도로 나쁜놈들이 막강하다.  

이 이야기는 귀족출신인 냉철한 카리스마 형사 보덴슈타인과 직관적인 여자 형사 피아 콤비가 활약하는 네번째 시리즈이다.
귀족출신인건 맞고, 카리스마도 맞는데, 냉철한지는 잘 모르겠는, 한심하고, 무능한 장면 많이 나오는 보덴슈타인보다는 가장 강한 직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피아가 훨씬 매력적이다.  

위에 악당 퍼레이드가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했는데,
11분서의 형사들 이야기도 또 다른 매력이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외에 당돌한 막내형사 카트린이라던가, 막 나가는 바텐 등은 분명 작가의 다른 시리즈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재미난 경찰/경감 소설들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버랩 되었다.
형사들의 사생활이 다뤄지는 점에서 스코틀랜드 야드의 기데온도 떠오르고, 11분서 형사들 이야기에서는 에드 맥베인이나 마르크 벡 시리즈도 떠오른다.   

악당, 희생자, 경찰 외에도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잠깐 지나가는 조연들에게도 캐릭터가 확실히 살아 있어, 작가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두루두루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  

읽기 시작하자마자 마지막 장의 결론을 알고 싶어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든 재미난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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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이 도대체 왜 떴을까??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1-03-21 00:54 
    소문이 무성했던, 평도 좋았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을 읽었다.읽기 전부터, 도대체 이 책이 왜 뜬거야? 싶었는데, 읽고 나서도 여전히 궁금하다.재미있다. 주제도 있고, 시리즈물이며, 현지(독일)에서도 오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좋은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는건 맞는데, 그렇더라도 이렇게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신기하다.이 소설만큼, 어쩌면 이 소설보다 더 재미도 있고, 주제도 있고, 시리즈고,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였는데,
 
 
pjy 2011-03-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 소재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막 떠오르는데요^^; 리뷰를 보니 전개 과정은 다른듯 싶군요~ 관심도서네요~

하이드 2011-03-23 23:22   좋아요 0 | URL
복수하는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날 것 같은데, 범죄수사물쪽이라지요. 그러니깐, 거기가 이 책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생각해요.

Beetles 2011-03-23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는데..아직...안왔네요...하이드님 리뷰보니 더 기대되네요

하이드 2011-03-2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사카모토 류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홍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 진행형인 아웃라이어 천재 음악가 이야기. 천재는 장르를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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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3-2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요즘 별다섯개 행진.

하이드 2011-03-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 이 책은 읽은지 좀 되었는데, 리뷰 못 쓰고 이렇게 40자평으로나마 기록

중간에 별 두개 폴 오스터도 있었어요. ㅎ

하트의 전쟁,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까지 이렇게 연속으로 미스터리가 재미나긴 오랜만이에요. 기세를 살려 밀레니엄 2부나 볼까봐요.
 
자음과 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인터넷 이미지로도 기대되던 표지인데, 실물이 더 멋지다!  

 

 

 

 

 

 

 

 

 

 

자음과 모음의 한국 인문학 시리즈인 '하이브리드 총서' 두번째 권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는 한국의 시각 문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법을 구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을 받고 놀랐던 건, 이미지의 은색 사선이 '은박' 이었다는 거! 불투명 무광 실버의 '음각' 이다.  

대단해!  

그러니깐, '불투명'에 '무광' 은색.이라는 것도 굉장히 세련되었다 싶었는데, 이게 그냥 프린트도 아니고 안으로 들어간 음각. 이라는 것이 대단히 고급스럽게 보인다. (실제로 돈도 많이 들어갔겠지)  

 

사진과 제목, 저자 이름, 출판사 이름도 세련되게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고,
하이브리드 총서 두번째를 나타내는 숫자 '2' 위의 은색도 표지 전면의 수직 직선과 같은 기법이다.  

 

다른 시리즈들도 이와 같은 고급스러운 만듦새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음.. 확실히는 모르겠다. 빨간색과 파란색도 음각이려나?  

 

 

 

 

 

 

 

 

두번째 책만 이렇게 멋지게 만든건 아닐꺼라 생각된다. 첫번째 시리즈인 <사유의 악보>는 너무 어려울 것 같고
<남성성과 젠더>는 그닥 끌리는 주제가 아니라, 3권을 쪼로록 모아 놓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이 책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만듦새는 꽤 마음에 든다.  

내부는 재생지를 썼고, 도판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사실, 도판이 있을꺼라 기대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니, 더 강조되긴 하는데, 재생지에 인쇄되는 컬러,흑백 도판의 퀄러티가 떨어지는건 할 수 없다.

 

감상용 사진이 아닌, 자료용 사진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아파트의 역사'를 둘러보는듯한 과거의 자료들도 충실해서, 읽는 맛, 보는 맛이 있는 책이다.   

 

기억 속의 모든 집이 '아파트'인 나에게, 허허벌판을 기억하고, 지금의 꽉 들어찬 아파트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세대에게,
'아파트 = 집'인 어린 세대에게도 흥미로운 소재와 자료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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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3-2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빨간색과 파란색 모두 같은 형식입니다.^^

Joule 2011-03-21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 책 관심 없었는데 표지 때문에 관심이 가요.

하이드 2011-03-21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기대되요.

다른 책은 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안의 사진들이나 후루룩 본 내용(아직 붙잡고 제대로 읽지는 않았구요)재생지를 쓴 점(전 보통 재생지 쓰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책의 내용과 어우러질 때는 좋아요)이 잘 어우러져 좋아보였어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워커에 의해 쓰인 3부(봄, 여름, 가을)의 이야기가 각각 1인칭, 2인칭, 3인칭으로 펼쳐지고, 중간에 워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워커의 친구이자 유명한 작가인 제임스의 이야기와 워커의 편지 등이 들어간다.  

짧은 소설에 이런저런 실험도 좋고, 책을 읽는 동안 도대체 작가가 뭘 이야기하려는가.에 대한 의문은 번역가님께서 풀어준 이야기로 이해해보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의 독서에 실패한건, 끝까지 책을 읽고, 실망만 잔뜩인건,  

이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이 '복수'이고, '복수'에 대한 동기가 끝까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의 김민정이 한혜진을 왜 부모 죽인 원수마냥 증오하고, 독하게 구는지 도저히 이입이 안 되는 거랑 비슷하다.  

워커가 보른이라는 악당에게 가질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정들은 경멸, 실망, 공포 정도라고 생각한다.

워커는 보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그를 괴롭히기 위해 (파멸도 아니고, 괴롭히기 위해.. 열라 찌질함)
죄 없는 선한 두 모녀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인생에 간섭하고 (좋은 의도였다고 착각하는건, 작가가 치매인지, 아님, 그런 하자를 부러 남겨둔건지 모르겟다만) 자신의 인생의 행로 역시 바꾸게 된다.  

이 과정이 당췌 설득력이 없는 와중에 그의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책 속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있을법하지가 않다.  그러니깐, 소설이 허구인건 맞으나, 있을법하거나, 독자에게 설득력이 있거나 해야지, 잘 만든 거짓말이어야지. 이렇게 작가가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물질'로서의 '책'일 뿐이다.  

해설자가 설명하는 '인비저블'은 이렇다.  

오스터는 '나 자신을 1인칭으로 서술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질식시켰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트릴 필요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과 나의 주제(바로 나 자신)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되었다.'  

고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 속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그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기억이든 환상이든 우연이든) 그 사건이 존재한다. 이렇게 볼 때 나라는 존재가 먼저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생각해 내는 이야기가 먼저 있고 그 이야기 속의 나는 얼마든지 <그>로 대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꾸며낸 것이든 혹은 꾸며내지 않은 것이든 - 일관된 이야기가 그 사람의 자아라는 것이다.  

'나'의 '인비저블'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알겠다. 좋았다. 다만, 그게 현실이던, 허구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어서야 마지막의 감상은 '나이스 트라이' 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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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1-03-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없는 모양이네요. 폴 오스터는 매번 읽고 난 뒤에 (좋았건 나빴건) 다시는 안읽으리라 다짐하는 작가인데... 작년에도 한 권 읽었으니 언젠가 또 읽겠죠.

하이드 2011-03-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재미 없었어요. 위안은 분량이 적었다는 거.

moonnight 2011-03-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그렇구나. 하이드님 리뷰 읽고 살 것을 ㅠ_ㅠ
그런데 신기한 게, 폴 오스터 책은 참 손이 안 가는데도 나오면 사긴 또 사요. -_-;

하이드 2011-03-2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나서 남는건 없지만, 읽을때는 왠지 뿌듯한 책이었는데, 이제 폴 오스터 신간은 왠지 사야할 것 같은 미련은 버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