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밑은 꽤나 북적북적한 동네이다. 아무생각 없이 나들이 하자는 생각으로 찾아간 일요일 그곳의 풍경은 평상시 보다 더욱 북적거리고 시끌거리는 공간을 창출해낸다. 이유가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이 상가는 이번 달을 넘기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단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리노베이션을 6월에 시작하기에 5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다음 달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소리다. 강남역 지하상가와 같은 모습을 띄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폐업, 점포정리라는 커다란 문구는 줄지어 늘어선 가게의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더불어 원래 얼마에 판매했을지 모를 각종 물품들을 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같다. 마님과 함께 그 수많은 인파를 뚫고 마님 옷 몇 벌과 여름 이불과 배게,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인테리어 샵에서 몇 가지 구입하게 되었다. 특히 이불을 파는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는 투정을 하시면서도 이불을 사니 배게 커버를 두 개 서비스로 내주신다.   



정리와 폐업이라는 그리 반갑지 않은 단어가 거슬리지만, 분명 미관상으로나 안전상으로 보다 나은 공간으로 창출되는 장소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나는 가수다.’ 가 생각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나 보다. 사실 우린 귀로 듣는 음악 본연의 기능을 많이 거세당한 요즘 가요계의 공허감과 빈곤함이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당연한 단어의 조합이 이렇게 이질적이라니).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로웠나 보다. 시청자들과 여러 언론매체들은 극찬과 더불어 경배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더불어 비주얼로 승부했던 아이돌 가수들의 위기감까지 언급하는 조금은 오버하는 신문기사까지 마주치게 된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단 한편도 시청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반응들을 주변에서 들어보며 노래방이라는 장소가 생각났다. 요즘 거의 가지 않았던 공간. 그곳에서 함께 어울려 불렀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노래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대중적인 노래들이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녀시대, 빅뱅의 노래를 따라 부를까. 아니면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나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를 부를까.

각종 기계음과 믹싱, 화려하며 섹시한 율동을 배제한 상태로 노래로만, 귀로만 듣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노래를 접했던 나의 세대가 어쩌면 요즘 세대들보다 더 풍요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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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호섭이나 김민우는 세대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더군요.50대부턴 별로 안 좋아하고 30대중반 이하는 잘 모르고요.전형적인 40대의 선호가수죠.그 가수들의 전성기가 너무 짧아 그럴 겁니다.그래도 김민우는 노래도 잘해 꽤 오래갈 것 같았는데 군복무 마치고 잊혀진 가수가 되어버리더군요.이미자 남진 나훈아 배호 좋아하던 세대들이 보기에 김민우 같은 목소리는 남자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죠.

Mephistopheles 2011-05-24 21:03   좋아요 0 | URL
그래도 김민우씨는 수입차 세일러로 꽤나 탄탄가도를 달리는 것 같더라고요. 최호섭씨는 모르겠고. 근데 확실히 그때 그 가요들이 가사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요즘 노래는 호불호를 떠나서 대체 가사가...좀 한숨이 나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4 22:01   좋아요 0 | URL
아이돌 스타들이 부르는 노래들도 방송에 많이 안 나오는 곡들 중엔 괜찮은 가사들이 있으니 한 번 찾아보세요.

Mephistopheles 2011-05-25 09:40   좋아요 0 | URL
근데 여간해선 그런 곡들이....타이틀로 나오진 않기도 하죠..쩝 대세에 따르는 걸 뭐라 할수도 없고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5 17:34   좋아요 0 | URL
1.에이트--심장이 없어 2.다비치--시간아 멈춰라 3.티아라--거짓말(댄스와 발라드 두 종류로 나왔는데 발라드가 더 나음) 4.태연--들리나요 5.티파니--나 혼자서 6.데이라잇--비밀 7.아이비--이럴 거면
6번과 7번은 2006년 경 노래이고 나머지는 2009~2010년에 나옴.

위의 노래들이 가사도 좋고 노래도 좋아요.감상해 보세요.그외에도 많은데...




Alicia 2011-05-2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감입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티비에서 위대한탄생에 양희은씨 나오는 걸 봤는데, 이태권씨한테 목소리는 거짓말을 못해, 라고 말하는 걸 들었죠^^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그 노랠 듣는데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저도 귀로 듣는 음악이 그리워요.

Mephistopheles 2011-05-25 09:41   좋아요 0 | URL
그런면으로..이런 오디션이나 경쟁프로그램은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비주얼을 배제하고 청각만으로도 음악은 충분히 감동적이다...라는 원초적 정의를 충족시켜주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5-2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의 세대'가 저랑 동일한 세대시죠? 케헴~~~ ^^

Mephistopheles 2011-05-25 12:58   좋아요 0 | URL
제 새대는...음..."트랜스포머(변신가능)"입니다...ㅋㅋㅋㅋ
 

음식이 보약이다. 란 말이 있다고 한다. 좋은 재료로 맛나게 만든 음식을 섭취하면 그게 바로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말. 요즘처럼 쌍곡선 패스트푸드점이 24시간 배달을 하는 시대엔 이 말이 더더욱 와 닿는다. 그만큼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

더불어 고물가 시대에 좀 있어 보이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들은 덩달아 가격이 오르시니 나 같은 서민은 그냥 침만 꿀꺽 거릴 뿐. 그나마 마님이 정성들여 차려주는 집밥도 그동안 일이 바쁘다 보니 섭취하기도 힘들기도 했다. 하루하루 만만하다는 중국집과 사무실 앞에 위치한 고기 집에서 갈비탕만 들이키다가 입맛까지 잃어버렸었다.

좀 한가해진 요즘 봄 햇살도 따뜻을 넘어서 뜨뜻하게 내리쬐다 보니 하루하루 약 먹은 장닭마냥 정신도 몽롱하고 온몸이 찌부둥하다. 그리하여 요즘 저녁은 원기회복을 부르짖으며 사무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음식을 먹고 다니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전 페이퍼에서 언급했던 개고기는 사용안한 보신탕. 다시 말해 붕어빵에 붕어 안 들었고 국화빵에 국화 안 들었고 빈대떡이 빈대 안 들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음식이다. 일반 뚝배기에 비주얼은 딱 보신탕이지만 고기는 소고기를 쓴단다. 이 집 주인이 꽤나 연구를 하여 소고기 엉덩이 살 부위를 개고기처럼 찰지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개고기가 아니니 일단 거부감이 없다. 잡냄새 또한 없다. 먹고 나서 보양이 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뭔가 좀 아쉽다. 그리하여 다시 찾은 그 집의 또 다른 메뉴 ‘해물 갈비찜’을 어제 저녁 먹으러 갔다. 
 



제목 그대로 커다란 냄비에 소갈비와 해물을 같이 넣고 매콤한 양념에 재워 자작하게 끓여 먹는 음식이다. 가격은 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삼만 냥에 육박한다지만, 나름 재료는 신선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콩나물과 감자, 통마늘 등등 각종 야채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는데 서빙 하시는 아주머니가 오셔서 먹는 순서를 알려주신다. 일단 낙지부터 드시고요. 그다음에 야채와 전복(두 마리!) 그리고 갈비를 먹으란다. 이렇게 세 명이 게걸스럽게 먹다보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럴지도 그동안 몸이 축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지만 일단 깨끗하게 비워 먹고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 먹어버렸더니 속은 든든하다. 소화도 시킬 겸 열심히 걸어서 집까지 왔더니 왠지 모르게 몸에서 기운이 조금씩 오르는 느낌이다.

역시 사람은 좋은 것 먹고 잘 자고 잘 싸야 좀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뱀꼬리 : 서비스라고 콩국수를 조금씩 주셨는데. 콩국이 거의 크림스프 수준으로 걸쭉. 이런 행사도 오늘 했다지만 가진 못했고..

 

또 배꼬리 : 더불어 골골거리는 요즘 일상을 아셨는지 알라딘에선 수면제 DVD를 선물로 주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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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5-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악
저 해물갈비찜 엄청 맛있어 보여요. 전 일단 시뻘건 음식을 좋아하는 1人 으로서 보자마자 뱃속에서 소리가 났어요. 아아. 4분, 4분만 있으면 퇴근이에요. 근데 소주도 함께 드신거에요?

Mephistopheles 2011-05-18 18:05   좋아요 0 | URL
아뇨..전 술은..먹지 말라는 의사의 충고에 의해..아주 초큼..아주 초큼만 맥주(소주 타서)로 마셨습니다..^^

paviana 2011-05-18 18:21   좋아요 0 | URL
아주 초끔 맥주 500에 소주 한병 넣어서요?

Mephistopheles 2011-05-18 19:14   좋아요 0 | URL
아닌데요..^^ (거꾸로라면 모를까.)

다락방 2011-05-18 19:59   좋아요 0 | URL
우앗 저도 지금 소주 마시다가 맥주에 소주타서 또 마시고 있어요!!기절할거에욧!!

Mephistopheles 2011-05-18 23:23   좋아요 0 | URL
지금쯤 다락방님은 기절 중..??

하늘바람 2011-05-1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한참 웃었어요
그런데 전복에 낙지에 와우

Mephistopheles 2011-05-19 14:40   좋아요 0 | URL
전복+낙지+소갈비+콩나물+통마늘 정도의 비주얼입니다..^^

야클 2011-05-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원기회복엔 혀를 낼름거리는 비암탕이 최곤데....
비암탕은 불법이니 장어라도.....

전화 한번 주세요. 팔뚝만한 장어나 몇마리 같이 잡아 먹자구요. 제가 쏠게요 ^^

paviana 2011-05-19 14:12   좋아요 0 | URL
어멋 저도 장어 먹을 줄 아는데....

Mephistopheles 2011-05-19 14:41   좋아요 0 | URL
장어를 먹기 전 꼭 한가지 먼저 상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꼬리는 과연 누가 얼마만큼 먹을 것인가..친구들과 어쩌다 장어 먹으면 꼭 꼬리땜에 싸움이 나더군요. ㅋㅋ 전화 드릴께요 야클님..근데 너무 간만이십니다..^^

파비님. ㅋㅋㅋ 이로써 파비님은 흔적은 안남겨도 언제나 알라딘을 '지켜보고 있다.'가 성립되는 것이군요..

paviana 2011-05-19 15:36   좋아요 0 | URL
그게...실은 로그인하는게 너무 귀찮아서요...
다 산거 같아요.
일주일에 한번쯤은 로그인하고 있다고욧.흥

버벌 2011-05-1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너무너무 먹고 싶어요. ㅠㅠ 짐 자극적인 것을 먹지못하는 중이라.. 아아아아아아 괜히 들어왔다. 여기 괜히 들어왔다아~~ ㅠㅠ

Mephistopheles 2011-05-20 11:45   좋아요 0 | URL
서재주인장의 이름을 잘 살펴보아요...ㅋㅋ

루쉰P 2011-05-1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군 훈련 갔다 와서 보니 이렇게 먹음직한 음식 리뷰가...버벌님의 괜히 들어왔다에 공감 추천 꾹...

Mephistopheles 2011-05-20 11:46   좋아요 0 | URL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셨다면 기력이 소진되셨을 텐데....원기회복을 위해 뭐라도 근사한 걸 드셔야 함이 지당하다고 보고 싶습니다.

토토랑 2011-05-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메피님이 DVD 보고 안주무신다는데 한표!!

EBS 서 하는거 몇번만 봤는데.. 전 그 내용보다도
샌델 교수님이 뻘소리하는 학생들 깨는게 너무 재미났었어요~
(교묘하게 버럭킹을 숨기고 학생들을 조종해 나가시는 솜씨가 아주 기냥 최고)
정말 교수법의 달인님 같아요


Mephistopheles 2011-05-20 11:47   좋아요 0 | URL
뜨문뜨문 EBS에서 센델 교수의 강의를 방송하는 걸 들었는데 나름 집중력은 좋아보이더라고요. 근데 저 DVD가 공짜로 받기 떔에 아무래도 본전생각에 대한 애절함은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 더 이상 제동씨의 입에만 주목하지 맙시다. 그의 귀에 주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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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니까. 하드고어하게 일을 한 후 후유증에 시달린다고나 할까. 만사가 귀찮다고 해야 할까. 난 4주 동안 (지나치게) 빡빡하게 일을 하고 나서 생각보다 많은 걸 잃었다는 걸 최근에야 감지하기 시작했다.

난 두 달 동안 한 편의 영화도 보지 않았다. 아니 관심과 흥미 자체가 없다. 아무리 북유럽 신화의 토르가 망치를 휘둘러도 심드렁하고, 빈 디젤이 아빠이 악셀을 밟아도 나에겐 관심 밖이다. 그나마 뜨문뜨문 다시 봤던 영화라고 해봤자. ‘투썸위드러브’가 울려 퍼지던 스승의 날 특집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전부였다. (어제 EBS 편성. 역시 구관이 명관. 시대가 지나도 좋은 영화는 확실히 좋다.)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나가수(나는 가수다.)’ 역시 단 한편도 본적이 없다. 조금 더 왜곡하자면 ‘가수가 노래 잘 부르는 게 왜 화제일까? 란 삐딱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간간히 봤던 유일한 TV예능프로 ’남자의 자격‘, 이나 ’1박2일‘ 역시 간만에 시청을 하는 이유 때문인지 별 흥미를 못 느꼈다.

독서는 더더욱 심한 상태. 쟁여 논 책은 많은데 최근에 읽었다는 것이 제동 씨의 책이 전부. 떨어진 체력 회복하자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수준 역시 거의 좀머씨 수준이다. 더불어 야구는 응원팀이 아주 죽을 쑤고 계시다. (그래 가을에 올 슬럼프가 차라리 초반에 오는 게 다행이다. 라고 애써 긍정적 생각을 하는 중.)

아마도 나이를 먹으며 일에 대한 후유증과 데미지를 회복하는 속도가 더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우연히 사무실 주변을 싸돌아다니다 알게 된 보신탕집에서 탕국 한 그릇 뚝딱 해결하고 원기라도 회복해야겠다.

뱀꼬리 : 보신탕이 꼭 개고기로 만든다는 편견은 버립시다.....^^

2. 주니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비교적 학생 수가 적다. 같은 학년에 두 반뿐이고 그나마 인원도 합쳐서 50명을 넘어가지 않는다. 이제 3학년이 되었으니 반만 갈라져 있을 뿐 서로 다 알고 지내는 사이가 돼 버렸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도 서로 구면이고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되었다.

문제는 어느 인간집단이나 있을 법한 잡음이 학부모들 사이에도 흘러나오고 있나 보다. 이건 아마 서로의 시선이 틀리기에 일어난 일이겠지만 이 잡음이 꽤나 마님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나 보다. 그에 비해 주니어는 제법 초연한 느낌이다. 초등학교 3학년치곤 제법 시크하며 시니컬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마님에게 애교부리고 까불거려도 가끔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학교 내 급우들 간의 문제에 대해서 냉정한 분석과 더불어 명쾌한 해답을 내놓곤 한다. 갓 난 아기였을 때 마님과 나눈 대화 중 ‘내 성격과 늬 성격을 반반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평범하진 않을 텐데 볼만하겠다.’가 점점 현실화 되는 느낌이다. 어이 주니어 그래도 짱구처럼 되지 말라고....

3. 발이 크다 보니 선택에 대한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슈어 홀릭은 아니지만 신발 하나 사기 위해선 이런저런 피곤한 전개가 발생한다. 러닝화 하나 사겠다고 돌아다녀 본 매장에선 신발을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닌 일단 발에 맞는 것을 찾기 일쑤다. 그렇다고 밤에 돌아다니면 신발만 번쩍번쩍 보일 것 같은 형광색 만발 운동화는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뭔 놈의 러닝화가 이리도 비싼지.. 무슨무슨 테크놀로지, 어쩌고저쩌고 기능에 가지가지 수식어가 붙을 때마다 가격표의 동그라미가 하나씩 더 붙는 느낌이다.

신고 다니는 운동화 뒤축이 거의 너덜너덜해지기 일보직전인지라 마님께 신발하나 사야겠어요. 넌지시 찔렀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러하다.

‘가정의 달 5월은 참아주세요.’

하긴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에 아버지 생신까지....나와 마님처럼 낀 세대에겐 5월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잠깐 망각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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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1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시달린 이후의 여유는
도리어 사람을 텅비게 무기력증으로 달리도록 만들더라구요.
고생하셨어요... ^^

음, 5월달은여, 거덜나는 달 같아요. ㅠㅠ

Mephistopheles 2011-05-16 14:27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작고하신 일본의 에니메이션의 거장 데자키 오사무의 작품 '내일의 죠(치바 테츠야 원작)'라는 복싱애니가 있습니다.(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만들었이기도 하고요) 거기 마지막 장면이 주인공 죠가 링에서 잠자듯이 죽은 모습이었죠. 대사는 '하얗게..하얗게..다 태워버렸어..' 입니다.

이거와 별반 다를바가 없어 보이는 요즘입니다.

moonnight 2011-05-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결혼을 안 해서 훨씬 나을텐데도 제게도 오월은 상당히 부담스럽답니다. ㅠ_ㅠ

조카아이가 여섯살인데,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어가니 걱정이 많이 돼요. 우리 조카도 메피님네 주니어처럼 시크하게 학교생활을 잘 해 나가길 기도해봅니다. ^^

저도 요즘 영화에 대해 굉장히 심드렁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는지라 토르도 어제 겨우 봤어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구요!!! +_+; 남자주인공이 어디 나왔던 사람인지 브래드피트 좀 닮았던데 너무 멋있었어요. 헤헤 ^^

메피님도 영화 한 편 신나게 보시고 몸에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후유증을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참. 당연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 토르 보실 때는 엔딩 크레딧 완전히 올라갈 떄까지 꿋꿋이 기다리셔야 한다는 거 ^^

Mephistopheles 2011-05-16 14:29   좋아요 0 | URL
오월에 이런저런 날들이 죄다 몰려있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정도가 좀 심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보너스가 나오는 달은 더더욱 아니고...

때가 되면 다 적응할꺼라고 보고 싶습니다만. 요즘 애들이 애들인가..하는 생각이 들면 깝깝하기도 합니다.

토르의 남자주인공을 찾아보니 그가 스타트랙 더 비기닝과 퍼펙드 갯어웨이에 나왔다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사진 몇장 봤는데..몸 참 좋더군요.

그게 요즘 신나게 볼만한 영화가 그닥 없어요. 끌리는 영화도 없고..

무해한모리군 2011-05-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주전엔 짬짬이 자며 48시간을 일했더니 말이 잘 안들리는 경험을 했어요 --;;
저같은 아이를 낳는건 너무 끔찍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ㅠ.ㅠ
5월은 얼마남지 않았어요 힘내세욧!!

Mephistopheles 2011-05-16 14:33   좋아요 0 | URL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일이라는 것을 하면 소위 성취감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함이 마땅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어요. 관의 횡포, 갑의 무능력과 더불어 을에 떠넘기고 독박 씌우기를 종합선물셋트로 경험하게 되었죠.

(갑 사무실의 PM은 어찌나 뺀질거리던지 제가 10년만 젊었어도 멱살 잡을 뻔 했습니다..ㅋㅋ)

그렇다면 오이지군과휘모리님의 2세 계획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인건가요?

휴 오월은 끝나겠지만서도 앞으로 다가올 6월과 7월 8월도 안개속인지라..^^

하늘바람 2011-05-1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님께 애교부리는 님, 전 왜 그런 마님이 못 되었을까요? 애교부리는 마님 보셨어요? 에효, 내팔자야. ^^

Mephistopheles 2011-05-16 14:33   좋아요 0 | URL
음음음...일단 제 페이퍼의 내용을 찬찬이 잘 읽어보시면 애교를 부리는 주체는 주니어이며. 그 대상은 마님이라지요. 고로 애교와 저는 저언혀 관계가 없습니다..ㅋㅋㅋㅋ

Joule 2011-05-1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운동화도 못 사실 테니 이참에 <본투런> 읽고 운동화 사세요. 재미있고 잘 읽히고 유익해요, 그 책. 가계부와 건강에도 왠지 도움되고. 벌써 읽으셨을 수도 있겠네요.

Mephistopheles 2011-05-16 21:33   좋아요 0 | URL
이미 읽었습니다..맨발로 뛰어야 한다...가 결론일까요..??

Joule 2011-05-16 22:15   좋아요 0 | URL
아뇨, 싼 거 사라. 미즈노 좋더라구요. (그렇다고 미즈노가 싸지는 않지만.) 하루키가 마라톤 뛰러 해외 갈 때마다 한 켤레씩 더 사서 챙겨간다는.

Mephistopheles 2011-05-16 23:31   좋아요 0 | URL
으윽...인터넷 쇼핑몰 검색결과 화제의 신발 나이키의 루나글레이드와 미즈노 러닝화는 동격입니다. (치사하게 하루키에게만 싸게 파는 건가요?)

Joule 2011-05-17 12:58   좋아요 0 | URL
미즈노 매장 검색해 보세요. 인터넷에는 미즈노 별로 없더라구요. 저는 언니집이 익산인데 일산에도 없는 미즈노 매장이 거기 있어서 거기서 샀다는. 신발이 가볍고 뭐랄까 허영과 가식이 빠져 있는 운동화 같은 느낌? 디자인도 꽤 꽨찮던데요.
 

뭐긴 뭐야...쓰댕 텀블러지.. 



사실 ‘정의’라는 말이 있기나 하나 좀 의심스럽기도 하고,  

웬만하면 뉴스는 안보고 살려고 하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루에 틀어져 있는 TV를 통해 저축은행에 돈 넣었다가 날려먹게 생기신 어르신들이 차가운 시멘바닥에서 구호 외치는 걸 봐 버렸다는...

같다가 붙이면 그게 정의가 되고 선이 된다고 한다지만 그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 피 같은 돈 떼어 먹는 인간들은 절대 정의나 선이 될 수 없다고, 당사자에게 응당한 죄에 대한 처벌이 안내려진다면 대를 이어 인벌+천벌이 내려졌으면 한다. 괜히 삼족을 멸한다는 먼 옛날 숭악한 형벌이 그냥 있는 건 아니라는..

이건 시골에서 농사지시는 분들 추수철에 농작물 깡그리 걷어가는 인간들도 마찬가지. 사무실 과장네 아버님이 시골에서 조그마하게 인삼을 키우시는데 수확 철이 되면 장난 아니라고 한다. 동네 사람들과 교대로 가며 밤새가며 인삼밭을 지킨다고 한다. 살짝 방심하면 귀신같이 인삼만 파가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

암튼 이 땅에 정의는 그래도 다가올 여름, 커피나 녹차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저 쓰뎅 텀블러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보고 싶다.

뱀꼬리 : 간만에 주문했더니만 셋트로 칙칙한 포스가 가득한 책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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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쓰댕텀블러를 실허하는뎅~ 왜 자꾸 이딴걸 -_-; 차라리 전 머그잔이 좋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5-13 14:06   좋아요 0 | URL
그래도 플라스틱 컵보다는 확실히 더 오래 뜨끈뜨끈한 것 같습니다.

pjy 2011-05-16 09:08   좋아요 0 | URL
대부분 급하게! 들이켜서 식을 틈이 없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5-16 14:35   좋아요 0 | URL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뜨거운 음료나 술을 급하게 들이키며 식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주가조작한 재벌삼세 쉐이들 말이죠....
살인범이구 가정파괴범들인데...
세상빛 다시보지 않게 쳐박아둬야되는데... 구속안되겠죠? 울컥

Mephistopheles 2011-05-13 14:08   좋아요 0 | URL
아..제가 본 뉴스는 부산저축은행사태였어요. 이런저런 내용을 접해보니 참 대단하더군요. 수백억 불법대출에 영업정지 이전 큰손들은 미리미리 연락받고 돈 다 빼버리고...그걸 감독하는 금감원은 뇌물 받아 먹느라 정신 못차리고... 마피아 보다 무서운 모피아의 실체겠죠.

세실 2011-05-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쓰뎅 텀블러...ㅋ
작년에 받은 플라스틱 텀블러에 뜨거운 커피 담으면 냄새가 나서 요거 얻으려고 책의 홍수에 빠져 살면서 주문했다는.....쿨럭.
워킹 푸어. 제목만으로도 우울해요.

Mephistopheles 2011-05-13 14:09   좋아요 0 | URL
전 그래도 한동안 주문을 안한지라 다행히 홍수까진 아니고 발목까지 물이 찼습니다..ㅋㅋ

위킹푸어는 환경과 더불어 저의 요즘 관심사 중에 하나랍죠. 대체 뭐땜이 이런 현상이 오는가..하는...

루쉰P 2011-05-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의란 무엇인가는 저도 살까 말까 완전 망설이는 중이에요. 먼저 구입하셨네요. 커피잔이 단단해 보이기는 한데요.

Mephistopheles 2011-05-13 14:11   좋아요 0 | URL
전 언젠가 사게 되겠지 하다가...저기 저 쓰뎅 텀블러를 준다길래..그래 뭐 겸사겸사 사야할 책 지금 사지..했는데..포함 5만원이더군요. 그래서 겸사겸사 저 책들을 함께 구매해버렸다는..(낚시에 지대로 당한거겠죠..ㅋㅋ)

루쉰P 2011-05-13 15:41   좋아요 0 | URL
오잉...그렇게 비싼가요? 이거 전 좀 망설여 지는데요. 그래도 '정의란 무엇인가' 리뷰는 꼭 부탁드려요. 전 사서 보고 싶기는 한데 뭔가 5% 망설이고 있거든요. 저도 사실은 저 커피잔을 보고 흔들흔들 거리는 와중이에요. ^^

Mephistopheles 2011-05-16 14:36   좋아요 0 | URL
일종의 통큰 피자, 통큰 치킨..과 비슷한 구성이 아닐까요. 이 책을 사면 뽀대나는 쓰뎅 텀블러를 줍니다.(여기서부터 작은 글씨로) 단 관련 책 포함 5만원 이상 결재시....이렇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