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각지고 보기에도 둔탁해 보이는 링컨 콘티넨탈 한 대가 법원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흑인 기사에 링컨 차까지 대동한 변호사 믹은 오늘도 이 아바돈 같은 직장(?)에 출근하여 한 건 올리기 위해 입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그에게 수감자의 결백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하면 검사와 거례를 성사시켜 변호인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몰고 가 두둑한 수임료를 챙기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속칭 악덕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속물 변호사가 그의 지금 위치다.

어느 날 브로커는 근사한 왕건이를 물어다 준다. 수임료를 두둑하게 뽑아낼 수 있는 부동산 재벌의 아들이 길거리 여자와의 강간 폭행미수에 연루된 끈적끈적한 사건이었다. 의당 변호사가 그렇듯 그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변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기 시작한다. 검찰 측 증인에게 모욕을 주며, 무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검사를 박살내는 순서로 재판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인공 믹은 수상한 냄새를 감자하고 조금 더 깊게 자신이 변호하는 변호인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사건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조사원은 살해되고 지난 사건에서 일으킨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변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법적 강제 조항 때문에 그는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린다.

선택은 두 가지가 가능해 보인다. 사악한 피고의 뜻대로 조종되어 무죄방면 시킬 것인가.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부러트리는 강수를 둘 것인가. 그런데 이 느물느물하고 꽤 똘똘한 변호사 믹은 가장 위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이용해 상황을 일시에 반전시킨다.

이렇게 법정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흥미진진하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총탄을 날리며 칼을 휘두르며 거대한 화염과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도 사람의 세치 혀에서 나오는 언어들의 조합은 액션 영화들을 능가하곤 한다. 증거의 공방이 이루어지고 설전이 오고가는 중 결정적 요소 하나로 상황은 역전되며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쓴 사람은 광명을 찾았다. 정도로 요약되는 기타 법정영화들은 이렇게 정의를 강조하고 사법체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대로 삐딱하다. 주인공은 속물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데블스 에드버킷’에 나오는 뼛속까지 사악한 악마 같은 변호사는 아니다. 물질을 탐닉하고 부를 추구하나 마음 한구석엔 자신의 변호로 인해 혹시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판결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나약함까지 내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 비겁하고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그가 지능적인 범죄자의 위협 속에 한마디로 뚜껑이 열리면서 대반전의 역전을 선사하는 내용을 가득 담아주고 있다. 기존의 법정 영화들이 보여줬던 법원이라는 한정적 무대에서 확정적인 증거와 화려한 언변으로 상황을 뒤집는 모습이 아닌 속칭 물밑 작업으로 피고이자 살인범인 변호인을 확실히 보내버린다. 이런 특별한 차별성만을 본다면 이 영화는 꽤 즐겁다. 하지만 더불어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괴리감은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유전무죄라는 극악의 상황에 몰린 인질범이 외치던 외마디 비명이 아닌 독보적인 사실 그 자체로 인정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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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네개 주셨네요. 안 그래도 이 영화 보러 갈까 고민 중인데.
평이 좀 갈리더라구요.

음, 요즘 TV의 시티 헌터 보니 시원하더만요~
본방 사수 최고의 사랑 때문에 재방 찾느라 힘빼지만 말이죠.

Mephistopheles 2011-06-21 09:22   좋아요 0 | URL
별..평점은...그다지...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저 별점 주는 건 이해가 안가는 1人)

배우들은 분명 좋은데 말입니다. 내용도 좋고....뭔가 시간을
압축한 티는 납니다..

프레이야 2011-06-2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면에서 확실히 비현실적이네요.
저도 내일 보러 갑니다~^^

Mephistopheles 2011-06-21 09:23   좋아요 0 | URL
요즘 우리나라 시국에 법을 집행하시는다는 분들 보면..
이 영화는 장르상 거의 판타지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ㅋㅋ

루쉰P 2011-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원래 잘 안봐서...하지만 세치의 혀에서 나오는 언어의 조합이라는 문장은 너무 좋아요. ^^ 소름 돋아요. ㅋ

Mephistopheles 2011-06-24 09:36   좋아요 0 | URL
전 소름 돋는다는 루쉰님의 댓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ㅋㅋ

루쉰P 2011-06-27 12:59   좋아요 0 | URL
흐흐흐 감사합니다. 뭔가 해낸 이 느낌!!!

2011-07-03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라마라는 물건이 재미만 있다면 중독성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마련. 대표적이었던 경우는 미드 ‘24’였다. 살인마(?) 잭 바우어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편당 한 시간 단위로 편성하여 한 시즌이 24회로 마무리 한다. 그 시간동안 계속되는 반전에 반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테러리스트를 척살하기 위해 주인공 잭 바우어가 열심히 총질과 고문을 하는 내용이다.

간만에 접한 미드에서 이 비슷한 중독성을 느끼게 되었다.
‘Song of ice&fire(얼음과 불의 노래)’   

등장인물들 우루루 몰려나오는 것 보다 이런 오프닝이 훨 인상적이고 멋지다는.. 

장르는 판타지, 유명한 동명소설이 존재한다. 대륙에 존재하는 7개의 가문과 하나의 왕조, 그리고 바다건너 이국 민족 도트락(기마민족)과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북방의 미스터리한 세력. 이렇게 서로 부대끼며 치고받고 때론 막장 드라마 저리 가는 수준으로 꼬이고 꼬이는 내용인데....

이게 꽤 재미있다. 배경은 중세의 유럽풍인데 돌아가는 내용은 왠지 우리나라 사극의 단골메뉴인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암투 비슷하다. 특히 완소 배우 숀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시니 더더욱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단. 판타지라고 옹기종기 가족과 함께 보기엔 피와 살이 좀 많이 튀고 살색이 참 많이 등장한다.(그래서 더 재미있을지도)

일단 시즌 1편의 9편까지(아 9편의 허무함이란 주인공이라는 사람이 저리 배신을 때리다니) 보고 있는데 아마 당분간은 이 미드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다. 아님 차라리 책을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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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1-06-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빌리려고 도서관 갔는데 왕좌의 게임이 2권부터 있는거에요. 흑흑흑
미드는 못봤는데 살색이 많이 보인다니 갑자기 급 땅기네요.

Mephistopheles 2011-06-20 16:48   좋아요 0 | URL
책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는데...드라마는 재미있더라고요. 일단 HBO에서 제작했으니까 물량은 대단하고 그리고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이..아주 배신과 배신을 때리며 뒤통수 치고...흥미진진합니다. 아마 시즌 1 9편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ㅋㅋ

마녀고양이 2011-06-2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 왕좌의 게임을 미드로 만든게 있어요?
케이블에서도 할까요? 보고 싶다.. 제가 저런 종류에 그냥 미치는뎅~ ^^

Mephistopheles 2011-06-21 09:23   좋아요 0 | URL
아마 보시게 되면...미치는 걸로 끝나지 않고 화안장을 하실 겁니다..
재미있게 잘 만들었습니다..ㅋㅋ

머큐리 2011-06-2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메피님의 유혹에 넘어가서 중독증세에 떨고 있는 나....으흐

Mephistopheles 2011-06-21 16:54   좋아요 0 | URL
ㅋㅋ 이미 발을 담궜군요....^^

BRINY 2011-07-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립도서관에 대출예약자가 줄을 섰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1-07-02 17:21   좋아요 0 | URL
전 마님을 위해 일단 두권을 샀는데......마님이 읽다 말더군요..허허허.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889 



반값등록금 루저들 집착" 명품 PR맨의 '명품' 시각?
자신들이 명품이라고 착각하는 작태…그의 말대로 진짜 토가 쏠리는 이유

 저는 언론의 자유를 믿습니다. 언론사의 자유가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이 믿는 바를 구속받지 않고 말할 자유를 말합니다. 설령 그 믿음이 저질이고, 터무니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당사자가 말할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보다는, 그 자유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되 그의 발언을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물론 언론의 자유에서 예외도 있습니다. 공공연히 공익을 저해할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고의적으로 왜곡한 경우라면 곤란하겠죠. 히틀러와 그의 추종 세력들에게까지 언론 자유를 제공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언론 자유는, 그걸 적극적으로 부르짖는 사람을 모욕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요 며칠간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자칭 패션 칼럼니스트, 타칭 명품 PR맨(명품 홍보담당자)의 발언을 존중합니다. 그의 발언이 ‘국밥집 아줌마’처럼 노골적으로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차별적인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그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 저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의 자유까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의 발언이 ‘반값 등록금을 원하는 학생들이 반값 인생’이라는 식의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감정적인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그것이 청담동의 이름 난 카페에 앉아 샴페인을 홀짝 거리며 비슷한 사람끼리 나눴을 법한 얘기를, 트위터를 통해 대중에 널리 알릴 목적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의 언론 자유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감정적으로 분출한 그의 의견을 경청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트위터 글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읽었습니다.

당신의 언론자유를 존중한다. 그러나 …

그런데 그의 글 한 대목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로 인해 제 언론 자유를 행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의 자유를 존중하는 대신 그의 착각을 지적해줄 수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 대목은 이른바 명품 행사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여기서 당사자인 명품 PR맨은 자신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여배우가 ‘공짜 옷 협찬을 받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여배우는 이 사실이 허위라고 합니다. 사실 여부는 추후 밝혀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정작 제가 관심이 간 것은 사실관계가 아닙니다. 명품 행사의 주역으로, 그와 같은 명품 PR맨(혹은 우먼)들이 그간 보여 온 행태입니다. 남의 언행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한 번 돌아보라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네. 패션 칼럼니스트를 자칭하는 이 분은 우리 홍보업계, 특히 명품 홍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입니다. 명품 홍보업계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입니다. 오늘날 명품업체-언론사-연예인의 삼각 공생관계, 나쁘게 얘기하면 부패구조를 만든 당사자 가운데 한 분입니다.

명품 PR맨들은 명품업체를 대신해 언론사와 연예인을 상대합니다. 그리고 그 위세는 대단합니다. 제 기자 시절 경험이 떠오릅니다. 한 명품 홍보담당자의 소개로 유명한 샴페인 생산업자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그 홍보담당자가 다른 기자를 통해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인터뷰 태도가 불손했다며,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샴페인의 품질과 관련해 직설적인 질문 몇 개 던졌다고 불손하다뇨? 명품 홍보담당자의 반응은 더 놀라웠습니다. 다른 기자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명품업체들을 ‘슈퍼 갑’이라고 하는지, 명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왜 자신들을 명품으로 착각한다고들 하는지.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일제 시대 일본 놈들보다 일본 앞잡이들이 더 밉다’던 조부모님 말씀이 실감날 정도였습니다.

최근 잡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얘기도 명품 홍보담당자들의 저질 행태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일반적으로 잡지에서는 화보를 찍기 위해 명품업체의 협찬을 받습니다. 물론 명품 홍보업체의 홍보담당자를 통하죠. 그런데 이 잡지는 협찬 상품인 스카프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해당 홍보담당자가 스카프에서 냄새가 난다며 구입하라고 종용했던 겁니다. 잡지 기자가 구입할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자, 홍보담당자가 여럿이 지켜보는 매장에서 그 스카프를 기자 얼굴에 집어던졌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명품 홍보담당자들이 늘 언론과 연예인에 위세를 떠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별의별 아양을 다 떱니다. 그들이 명품을 소개하거나 소비해줘야 홍보에 도움이 되는 언론과 연예인이 그 대상입니다. 한 여성 패션지 편집장은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매달 명품 홍보업체가 보내온 선물이 책상에 수북이 쌓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렇게 화려하게 포장해서 보낼 필요가 있을까? 저런 데서 비용을 절감하면, 가격을 좀 낮출 수도 있을텐데.” 특급 연예인들이 명품업체들로부터 각종 상품을 단순히 협찬 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선물 받는 것만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바로 명품 홍보담당자들이 만든 기가 막힌 관계입니다. 한 마디로 강한 자에게는 지극히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지극히 강한 구조입니다.

명품 홍보담당자들의 위악을 적잖게 목격한 저로서는, 이번 한 명품 PR맨의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한 여배우의 사회적 발언은 별 볼 일 없는 연예인의 주책으로, 반값 등록금을 향한 절박한 목소리는 루저들의 집착으로 본 것이죠. 만일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회적 발언을 했더라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이 결혼식 의상을 협찬 받으려 했던 사실을 들춰가며 비난했을까요? 강남 부잣집 자녀들이 등록금 문제를 제기했더라도 그들을 비난했을까요? 전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는 강자를 비난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반면 약자를 싸잡아 공격하는 데는 도가 튼 이죠.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가혹한 명품PR맨들의 직업병

흥미로운 것은 명품 홍보담당자들이 개인적으로는 의외로 약자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명품업체와의 계약 환경이 워낙 열악합니다. 홍보대행사는 ‘절대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홍보담당자들의 봉급도 적습니다. 그나마 명품을 남들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자부심의 원천이고, 명품 협찬처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권력의 핵심입니다. 여러 모로 경제적 약자인 자신을 강자로 군림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것뿐입니다.

이번에 문제 발언을 한 홍보담당자는 샴페인과 패션에서 전문가를 자처했습니다. 그와 관련한 책도 냈죠. 그런데 그 책을 볼 때마다 늘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정직하게 번 돈으로 사 마신 샴페인과 사 입은 옷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고요. 당사자는 성적 정체성 면에서도 소수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소수자, 약자를 지나칠 정도로 몰아부치는 것은 명품 홍보담당자의 직업병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오늘날 모든 명품 홍보담당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창기 명품 홍보시장을 연 소수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의 행적을 일일이 다 들출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명품업체와 홍보담당자들의 오만이 우리 소비자와 유통시장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오만을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오만의 문화를 만든 당사자와 그 문화를 죽어도 버릴 수 없다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더욱이 그가 고상하게 샴페인을 들고 축배를 외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저주와 비난을 퍼붓고 있다면, 그게 진정으로 그가 얘기한 ‘토가 쏠리는’ 경우 아니겠습니까? 상징적인 표현입니다만, 저는 기꺼이 그의 샴페인 잔에 침을 뱉겠습니다. 그것 또한 제 언론의 자유입니다.

이여영 프리랜서 기자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불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간다.
 
 대세인 핑크를 몰아내고 내 서재 간판에 걸려있는 문구이다. 중용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위축되고 활동 폭이 좁은 소극적인 삶을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조금은 강박적인 문구일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자기 PR의 시대이며 남들보다 더욱 더 자신을 돋보여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을 해야 속칭 뜨는 요즘 사회에선 뒷방 할아버지 해소, 천식을 동반한 캐캐묵은 잔소리 문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자신의 던진 말과 행동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든 부류들이 많이도 눈에 띄곤 한다. 일단 싸지르곤 아님 말고 혹은 자신이 할 말, 할 행동 다하고 뒤끝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저엉말 파렴치에 안면수심 벽창호같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이런 분들에게 중용에 나온 저 문구를 큼지막하게 써서 집 현관에 걸어주고 싶다. 군자가 되길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배운 사람으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도 하시라고 말이다.  천만원짜리 백을 들었다고, 백만원짜리 샴페인을 마신다고 이십원짜리 인간이 천만원, 백만원짜리가 되진 않는다.

비싼 가방을 들고 샴페인을 들이킬 생각보단 계신호기소불도를 몸소 실천해야 진짜 명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진짜루 일단 믿어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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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 딸 말이요,
집에서도 방귀를 못 뀌면 대체 어디서 뀌란 말이야? 하고 되물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만, 정말 힘들어요.
다들 어디선가 풀고 싶은가봐요. ^^

Mephistopheles 2011-06-20 10:46   좋아요 0 | URL
창도 없고 문만 있는 스트레스 해소 방을 만들어줘야 할 듯...(방귀만 끼고 오는 방일지도요..ㅋㅋ)
 

 


세상 참 시끄럽다. 제 2 금융권인 저축은행들이 그 소음의 중심에 서 있다. 지방의 저축은행 몇 곳이 문을 닫으며 시작한 이 소음은 갈수록 볼륨업이 되어가고 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3D 입체 사운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돈 없는 서민들 한 푼이라도 악착같이 모아 보려고 많이들 이용하는 것 같다. 리스크가 존재하는 대신 그만큼 고 이율을 미끼로 피 같은 돈들이 저축은행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피와 살 같은 돈들을 엄한 놈들이 죄다 곳간에 쟁여 논 곶감 빼먹든 솔랑솔랑 빼 먹다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고 한다.

그 은행 경영주와 그의 가족들은 그 모뙨 작당 패거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을 감독하고 감사해야 할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해도 너무할 정도로 많이도 받아먹고 또 받아먹다 걸렸다고 한다. 신문 기사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이 인간들이 나라 녹을 먹는 사람들인지 길거리 초딩들 삥을 뜯는 동네 건달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저축은행 직원 가족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받아 흥청망청 쇼핑을 하시고 (야식 통닭 값부터 백화점 명품 쇼핑까지) 집 사는데 돈 좀 보태라며 2억을 꿀꺽, 차량 구매 시 정확한 모델명과 옵션까지 지시하여 그 돈을 받아 챙기셨다고 한다. 이런 인간들이 자기 직장에선 모범직원으로 뽑히셨단다. ( 뇌물을 얼마나 받아 챙겼는가가 금감원의 모범직원의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정작 손톱이 뒤집어지도록 일하며 한 푼 두 푼 모아 예금한 서민들은 그 원금마저도 되돌려 받기 막막한 현실인데 말이다.

단죄는 당연한 것이며 이렇게 사리사욕으로 채운 모든 금전적 이득을 환수해야 함은 마땅하지만 실상을 그리 만만치 않다.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퇴직금 수급을 위해 여차하면 법적 구속 영장을 발부받기 전 사직서를 제출해버린다고 한다. 이러면 현실은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뇌물 공직자이지만 실상은 두둑한 퇴직금 챙기고 민간 동종업계 비싸게 스카우트되는 악순환 반복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에 구속된 금감원 직원도 일단 도주 후 자수를 했다고 하니, 그가 도주기간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을 리는 만무하다. 아마 이미 받아 챙겨 쌓인 재산을 어떻게 걸리지 않게 숨겨야 하나 궁리와 행동을 했을 것은 뻔하다.

옛날 옛적 참으로 무식하고 살벌한 형벌이 생각난다. 역적질을 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삼족을 멸하고 그 처와 자식은 노비로 팔아버리는 무시무시한 형벌. 이미 죽었다면 관 속에서 끄집어 내 시체의 목을 처 버리는 부관참시. 살벌하며 야만적인 형벌의 전형이었지만 아마도 본보기로써의 효과만큼은 대단했을 것 같다.

21세기에 이런 형벌의 부활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강력한 단죄는 필요하다고 생각되곤 한다. 삼족을 멸하는 대신 삼족이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내가 부정을 저지르면 내 처가, 외가,  친족까지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제도. 내가 아는 기준에선 뇌물 수수 부패 공직자들은 반성은커녕 재수 없게 왜 나만? 똥 밟았다고 생각들을 하시니까 말이다. 때론 강력한 형벌로 다스려야 할 부류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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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오로지 이 단 한마디만 생각납니다!

Mephistopheles 2011-06-16 17:11   좋아요 0 | URL
사실 옳지않습니다. 이건 꽤 극단적인 생각이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6-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대검중수부 폐지 반대를 주장하자 검찰과 정부여당에서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중수부 존속으로 방향을 틀더군요.

Mephistopheles 2011-06-17 09:41   좋아요 0 | URL
천재지변에 지구가 멸망을 해도 자기들 입맛대로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집단에겐 소통이나 공익은 없겠죠.

Alicia 2011-06-17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저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취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메피님의 생각과 방향이 같지요.

저축은행사태는 감독기관의 책임도 물론 있지만, 저는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가 성장만 추구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이 대형화되고 PF대출이 늘면서 자산부실을 초래한게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고 생각되고요. 예금자보호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죠..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는 저축은행 사태의 한 부분인데(그래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사람들은 그 부분만 확대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서 오는 답답함 때문이겠죠..

Mephistopheles 2011-06-17 09:46   좋아요 0 | URL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 로데오(성난 소 등에 탄 카우보이들이 버티는 시간으로 순위를 정하는 경기)를 봤습니다. 그런데 점수채점 방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소 위에 탄 카우보이의 행동으로만 점수를 정하지 않고 얼마나 소가 지대로 날뛰었느냐도 점수에 포함되더군요. 고득점으로 가는 길은 무얼까요. 소는 미친듯이 날뛰어야 하고 그 광폭한 소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카우보이들이 결국 우승을 합니다.

다를바가 있을까요. 날뛰는 소가 규제를 풀어버리는 정부라면 이를 제어하는 능력은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인데 소는 기대 이상으로 날뛰어버리고 카우보이는 1초도 못버티고 튕겨져나가는 걸로 모자라 승부조작까지 하는 형태까지 와버린 지금입니다..^^

검찰을 비롯한 대한민국 감찰기관들은 언제쯤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될까요...

saint236 2011-06-1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는 짓들이 영 저렴해 보이니....개작두를 대령하라...^^

Mephistopheles 2011-06-17 11:57   좋아요 0 | URL
글쎄요..스스로 프라이들은 대단히 강한 부류들인지라 죽는 순간에도 가오를 잡기 위해 용작두를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릴지도 모를 일이라죠..ㅋㅋ

2011-06-17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7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1-06-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는 놈들 돈이나 챙기지.. 꼭 서민 돈을 삥 뜯고..ㅜㅜ

5천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기간 안에 갔으면 원금과 원래 이자를 다 받았을텐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결국 원금에 쥐꼬리만한 이자만 손에 넣고, 더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돈이 묶여서 나중에 받을 수 있고, 5천만원 넘은 사람들은 한숨만 쉬고.. 정치인 알아서 정보가 빠삭한 있는 놈들은 죄다 미리 돈 다 빼가고 말이죠...

Mephistopheles 2011-06-17 15:42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 사바나를 묘사하는 줄 알았습니다...^^

진주 2011-06-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축은행 사건...알고보니 저도 피해자였어요~이런줸장!

Mephistopheles 2011-06-20 10:47   좋아요 0 | URL
어제 신문 보니까...예금을 넣은 사람 뿐만이 아니라 근저당 잡힌 시행사 아파트 전세로 입주한 사람까지 제대로 피보고 있다고 하더군요..이게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더 얼마나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지 좀 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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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6-1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눈엔 마로로 보여요. ㅋㅎㅎ

Mephistopheles 2011-06-16 10:14   좋아요 0 | URL
아...정말 그렇게 보면 마로로 보일 수도 있겠군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6-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로마에 필이 꽂히셨을까요? 궁금해지는데요?

Mephistopheles 2011-06-16 11:16   좋아요 0 | URL
그냥 신문 광고에 나온 저 책들을 슬쩍 찢어 놓고 방치해놨다가 리스트화 한것일 뿐이라죠...^^

루쉰P 2011-06-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옆길로 새지만 저희 동네에 '로마 나이트 클럽'이 있어서 그곳이 매일 저녁이면 여러 마티즈를 빨갛게 칠한 후 저 노래를 틀면 동네를 돌아다니거든요. '로마 로마 로마 로마 로마 로~' 그래서 사실 제목만 보고 혹시 우리 동네 사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와서 봤는데 그 로마가 아니군요. 아, 저 더위 먹었나봐요...

Mephistopheles 2011-06-16 17:11   좋아요 0 | URL
음 이건 좀 옆길로 샌 정도가 아니라 아주 거칠게 타이어를 마모시키며 드리프트 유턴을 하신 댓글 같은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