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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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기에 후다닥 구입해 버린 이 소문무성한 공중그네+인 더 풀은 무협지를
읽는 듯한 속도로 후다다닥 읽어내려 가버렸다. 낄낄 거리면서 웃고 떠드는 사이 아쉽게도 책은 마지막
번역자의 후기에 머물러 있었고. 결국 다 읽고 나서 내가 대체 뭔 소설을 읽은 거지.? 하는 약간의 공허감을
맛보기까지 했다.

두권의 책의 중심인물은 이라부라는 정신과 의사와 그의 육감적인 간호사 마유미의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표면적으로는 별탈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한 인물들이 진을 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한판같은 술렁술렁 넘어가는 이야기 책이다. 만화의 등장인물과 별반 차이없는 외양을 가지고 있는 이 주인공의사는 실패를 모르는 퍼팩트 정신과 의사이긴 하지만 치료과정은 과격하기 그지 없다.

병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그 원인제공요소에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환자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질 않나....
그걸로 끝을 내지 않고 그 최악의 상황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변태와 같은 야릇한 자기만족을 느끼질
않나.... 자질이 의심스러운 간호사는 무지막자하게 살가죽에 쑤셔박는 주사바늘을 무기 삼아 자신의
육감적인 육체의 한귀퉁이를 환자들에게 흘깃 흘깃 보이질 않나....
그런데 이상야릇하게도 이런 최악의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은 하나같이 파블로의 개 마냥 머리속에 종이
울리면 약속이나 한것처럼 이라부의 앞에 앉아 푸념을 하고 상담을 받고 있지를 않나....

병원. 의사. 간호사. 진찰...이러한 일련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두권의 책을 읽는 동안 즐겁게 깨버리기에는
충분했으며, 정신과라는 곳이 이런 방식으로 치료를 하진 않을까 라는...말도 안되는 의구심을 가지게도
돼버렸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라는 정의가 있듯이, 이 책 역시 짤막 짤막하게 끊어버리는 듯한 단편과
단편사이 책을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왠지 모를 드라마 대본을 보는 듯한 느낌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책이라고 보고 싶다.

그가 정신과 의사이기 망정이지.... 만약에 외과나 내과 안과 치과 같은 진료과목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외과 : 일단 배를 열고 보자고....!! 응...
(배를 가르는 메스를 보면서 그는 묘한 흥분감에 콧김을 내뿜었다.)
내과 : 머리 한쪽을 열고 뇌를 봐야겠어...!! 응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묶어 놓고 전기톱으로 두개골을 절개하는 그는 묘한 흥분감에
눈알이 시뻘게 졌다.)
안과: 나의 진료는 일단 두눈을 뽑아 놓고 시작한다고...흐흐
(환자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손에는 어느새 커다란 집게가 들려 있었다)
치과 : 일단 뽑고 보자고 응..!!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마취도 없이 생니를 뽑아 제끼는 그의 입술은 흥분감으로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 정말 그가...정신과 의사라는 사실이 새삼 다행스럽다.. 안그랬으면 이책은 즐겁기는 커녕 피가 튀고
살이 튀는 하드고어, 스플래터 호러 소설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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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영화 만들면 의사역할은 메피스토님이 하세요. =3

Mephistopheles 2006-06-2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이 간호사 역 맡으시면 할께요~!! =3=3=3=3

sooninara 2006-06-2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일본의 과장되고 유치한 드라마가 딱 떠오르죠? 그래도 이라부 귀엽잖아요?
이라부역엔 마태님도 어울리는데..=3=3=3

Mephistopheles 2006-06-2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되면..간호사는 야클님..?? =3=3=3=3

치유 2006-06-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깔거리고 웃다가 후딱 일어나서 형부에게도 주문해 드렸어요..ㅋㅋ

Mephistopheles 2006-06-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선물 해주는 처제 있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마님도 막내 나도 막내..우이씨.!!)

2006-06-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6-2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 그럼요 반항하는 학생은 선생님들이 잘 기억하잖아요..ㅋㅋ

반딧불,, 2006-06-3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 아주 지름질 제대로 하셨군요.

Mephistopheles 2006-06-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삐끼 할 정도까지는 아니랍니다...^^
 
식스틴 블럭 (2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도너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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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퇴물로 보이는 경찰이 한명 있다.
배도 불룩 나오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데다가 다리까지 절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습적인 알콜 의존증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누가 봐도 터프해 보이는 경찰이 한명 있다.
탄탄한 몸매에 유머스러운 말주변, 그리고 과격하게까지 느껴지는 범죄의 응징..
17대 1로 싸워도 17명 다 쓸어버리고 더 채워서 덤벼~! 하는 그런 경찰...

전자의 경찰은 2006년 영화 식스틴 블럭의 `잭 모슬리' 라는 경찰이고
후자는 1988년 영화 다이하드의 ` 존 맥클레인' 이라는 경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상반된 성격을 가진 경찰의 역활을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가 맡았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명료 그 자체이다.
앞서 말한 퇴물경찰이 어영부영 맡은 증인을 법원에 호송시키면서 뜻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다. 호송하는 증인이 부패경찰을 고발하는데 결정적인
증인이라는 것이 실제 시간과 맞어떨어지는 영화시간을 제공해주는 이 영화의
기둥줄거리이다. 경찰서에서 법원까지의 거리가 16블럭....그리하여 지어진 영화
제목또한 `식스틴 블럭'이란다.

2시간의 시간여유를 가지고 이동하는 16블럭의 거리는 참으로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이 휘둘리게 되는 표면적인 음모로 인해 물질적인 거리감은
점점 멀어지게 되버리는 상황에서 주인공 `잭 모슬리'는 흑인 증인 `에디'와의 대화
를 통해 심리적인 16블럭은 길조차 없는 오리무중 암흑천지에 빠지게 되면서 갈등이
표면화 되지 않았나 싶다.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 라는 아집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잭의 눈앞에 보호
해야 될 증인은 그가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잡범'의 부류에서 결국엔
모든 속박에서 그를 구원해주는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가 가진 고정관념이란 결국 자기 자신도 결코 깨끗하지 않는 경찰이며 돌이킬 수
없는 위치에 왔다는 걸 인지한 `잭'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약하고 수다스럽고 경박하기
그지없는 `에디'를 통해 구원을 받고 스스로 회계하면서 모든 갈등이 일단락된다.

조직의 포괄적인 부패에 맞서 16블럭을 이동하는 동안 동료의 총알을 피해 생사의
고비를 넘긴 주인공은 비로서 마지막 장면에서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내부 고발자'의
모습으로 또다른 생을 살아가게 된다.
전혀 무기력하지 않으며, 또한 무능해 보이지도 않는 모습으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16블럭의 의미는 복합적이라고 보고 싶다.
주인공 `잭'이 거듭나는 과정을 지저분한 뉴욕의 뒷골목을 이동하는 동안 점점 더
깨끗한 심리상태로 표백되어지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형사물의 명감독 `리처드 도너'(리셀웨폰시리즈)와 역시 이런류의 영화에 잘맞는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가 출연했다고 하지만 뭔가의 그 2%는 못내 아쉬웠던 간만에
본 브루스 윌리스가 형사로 나오는 영화가 아니였나 싶다.



뱀꼬리 : 호송중일때 에디가 잭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
`빗속을 뚫고 차를 몰고 가는데 길가에 3명의 사람이 서있다.
한명은 몸이 아픈 할머니, 또 명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친구, 또다른 한명은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인 이성.....그러나 차는 2인승이므로 한명만을 태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이면 누굴 태울 것인가...??
영화에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잭이 가장 현명한 대답을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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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6-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뱀꼬리 부분 아주 아주 유명한 건데요?
거기선 뭐라고 했나요?

마늘빵 2006-06-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억이 안나요 봤는데

瑚璉 2006-06-1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는 안 봤지만 일단 친구에게 할머니를 모시고 가게 한 후 이상형에게 작업을 걸면 어떨까요?

조선인 2006-06-1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질님이 정답입니다. ㅎㅎ

세실 2006-06-2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뭐 이성과 함께 했을듯....헤.
두번째 브루스 윌리스 멋집니다. 흐 저 근육질 몸 이라니~~~

Mephistopheles 2006-06-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호질님이 정답입니다..^^
아프님 // 호질님이 역시 정답이니다..^^
호질님 // 딩동뎅~!!
조선인님 // 보셨나요..??
세실님 // 다이하드에서의 브루스 윌리스는 대단했죠..^^ 물론 저때부터 대머리의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요..^^

조선인 2006-06-2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봤지만 꽤 유명한 조크잖아요.

Mephistopheles 2006-06-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전 처음 들었거나 아니면 들었지만 까먹었을
것이 분명할 듯 하네요.^^

로드무비 2006-06-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평하게 아무도 안 태울랍니다.=3=3=3

Mephistopheles 2006-06-2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무정한 로드무비님 같으니라구..~~~
 
뻔뻔한 딕과 제인 - 아웃케이스 없음
딘 패리삿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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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나는 짐 캐리의 가벼운 영화..다시 말해 극장가서 봤다면 깔깔 웃다가 극장 밖을 빠져 나오면
팝콘에 음료수 홀짝거린 기억밖에 안날 시간 죽이기 아주 좋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웃고 넘길 코미디 영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딕(짐 캐리)은 어느날 갑자기 사옥의 꼭대기층에 있는 회장실로 호출을 받게
된다. 엄청난 실수..혹은 초고속 승진이 아니면 올라갈 일이 없는 이 회장실은 코엔 형제의 허드서커
대리인에 나오는 그 사무실의 분위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상대방을 주눅들게
만드는 실내 인테리어에 압도된 딕은 자신이 초고속 승진으로써 홍보이사로 발탁되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해진 영화의 뻔한 공식에 따라, 초고속 승진의 이면에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기업의 진실을 은폐하고
회장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시간벌기 내용이였고, 결국 회사는 부도나고 직장을 잃은 딕과 제인 부부가
생계를 위해 강도짓을 계획하고 범행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딕과 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집안의 살림살이를 내다 팔기 시작했고, 결국 최종 집까지 압류 들어가기
일보직전의 상황이라는 벼랑끝에 내몰리게 되는 모습에서 결국 나의 옆지기는 영화를 외면했고, 나역시
웃음보다는 씁쓸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과거 나의 직장생활이 영화에서의 딕의 생활과 그다지 틀려보이지 않는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IMF를 정통으로 맞았고, 신혼여행 다녀왔더니 사무실은 결국 갈때까지 간 상황에서 직원들을 전부 정리
해고를 했었고, 그나마 다시 얻은 직장은 반년씩이나 월급이 밀리는 악덕회사였었으니까...
영화에서의 딕과 제인처럼 배짱 좋게 생계형 강도와 은행털이 같은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게 만들어준 결코 FUN하지 않는 슬픈 코미디 영화 한편이였다.

요란한 표정연기와 극단적인 표현방식을 지향하는 짐 캐리식 코미디에서도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심각하게 느껴지는 블랙 코미디같은 요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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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6-1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부인이 나오는 영화네요.ㅎㅎ

chika 2006-06-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캐리가 '화장실'로 불려가고...로 읽었어요. 전 짐 캐리 좋아요~ ^^;
- 맘이 씁쓸하셨다니... 마냥 웃고만 볼수는 없게 됐어요. (만약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요;;;;)

Mephistopheles 2006-06-1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 댓글만 봐도 파비님의 댓글인 줄 알았답니다..
치카님 // 화장실로 불려갔다면...학원 폭력물이겠군요...ㅋㅋ

비로그인 2006-06-1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몇몇영화에서 테아레오니가 인상 깊어서 볼까했다 까먹었지요. 봐야겠네요.. 제 남동생도 imf 덕에 미국갔어요 인생 참.......................................

Mephistopheles 2006-06-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배우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6-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말씀처럼 블랙코미디의 기운이 물씬한데요?
짐 캐리라는 인물이 주는 느낌이 그래요. 초기와 달리 요즘은.^^

Mephistopheles 2006-06-1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캐리라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업그레이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더라구요.^^ 특히 마제스틱 같은 영화를 보면...나름대로 노력을 엄청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뮤직 박스 - [초특가판]
제시카 랭 출연 / 미디어체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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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들을 접할 때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의 영화가 정치적인 성향이 짙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감상후에 오는 묵직한 느낌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오랫동안 무엇가가 걸린 듯한 느낌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페이퍼에 밝혔듯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만나게 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뮤직박스'는 역시나 다보고 나서 명치쪽에 무엇인가가 묵직하게 걸려있는 느낌을 오랜
시간 주고 있는 영화였다.

헝거리 이주민 가족의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정이 헝거리 정부의 전범색출 과정에서 오래전
피해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상처를 준 가해자의 입장으로써 부각된 아버지와 그를 변호하
는 변호사 딸이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외면했던 진실에 사정없이 부대끼게 되는 시리어스
그 자체인 영화였다.



법정이 무대인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재판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검사와 변호사와의
충돌로 야기대는 비열하고 추잡한 법정싸움의 모습은 집에서는 다정한 어머니이며, 사랑스런
딸의 모습이 아닌 지저분한 변호사의 모습으로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황 증거상 자신의 아버지는 시민권 박탈과 헝거리 본국 송환과 응징의 대상인 그 잔인한
학살자라는 확신이 점점 자리잡으나 확고한 자신의 아버지의 부인과 증인들의 증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기력하게 만듬으로써 혹시라도 있을 의혹을 스스로 잘라버리는 느낌을
주기 시작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환멸과 저질이라는 단어가 뭉글뭉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후의 증인을 위해 헝거리로 날라간 후, 거부할 수 없는 진실과 오래전 자신의 아버지
를 협박했다 의문사를 당한 어떤 남자의 유품을 전당포에서 받은 후, 그속에 들어있는 확고한
진실 속에서 절규하는 딸의 모습에서 불과 몇분전에 느꼈던 환멸과는 반대되는 동정이라는
감정이 생기기도 하였다.

자신의 아들에게 유태인 학살은 조작의 역사일 뿐이라고 세뇌를 일삼고, 헝거리 가무단의 공연장
에 난입해 쓰레기를 투척하는 열혈반공주의자인 자신의 아버지의 가면을 벗긴 후, 인정을 하지
않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올가미를 씌우는 딸의 결심에서 의당 느껴야 할
권선징악적인 모습을 결코 느낄 수 없었다.



극 초반부 이혼한 남편이 재판을 준비하는 주인공에게 던지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정의가 더 앞서야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땅의 현실과 너무나도 정확히게 맞아떨어지는 16년전 영화가 아니였나
싶다. 영화를 감상한지 48시간이 지났건만, 내 가슴은 아직까지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뱀꼬리 : 딸의 역활을 맡은 제시카 랭의 연기는 완벽 그 자체가 아니였나 싶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모습, 진실에 접근하는 모습, 외면할 수 없는 진실에 마주친 후 고뇌하는
모습...120분이 넘는 동안 끊임없이 그녀는 빛을 내뿜고 있었다.



다시 만난 영화였지만...역시 최고의 영화가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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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6-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초특가 만나시면 저도====3333333!!!

Mephistopheles 2006-06-1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이상하게 귀하게 구한 건 재고가 없더군요..=3=3=3
별님 // 들. 켰. 다..!!!

건우와 연우 2006-06-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정의가 더 앞서야 하는거야... 사실 내가 아닌 타인에게는 분명한 당위건만 그것이 내 핏줄의 문제로 다가올때 저는 자신이 없네요. 그부분을 어떻게 표현해냈는지 제시카랭의 연기가 보고싶네요.

Mephistopheles 2006-06-1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거의 끝부분에서 제시카 랭이 모든 진실을 알고 아버지와 독대를 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조차도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인정 안하더군요.
쉽게 말해 자신의 과거는 결코 부끄럽거나 악한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풍깁니다.
결국 결정적인 사진자료를 상대 검사에게 보내고 다음날 아침 상황 역전되고
제시카 랭이 어린 자기 아들을 안고 슬픔에 잠깁니다.
헝거리 송환, 처벌이 아닌 아버지와의 의절로 끝낼려던 딸이 아버지의 바닥
깊숙한 곳의 추악한 모습을 봐버린 거죠...^^

sayonara 2006-06-1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애슐리 쥬드의 '하이 크라임'을 보니까, 이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감독과 각본가, 배우의 재능에 따라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잘 생각해 본 계기였다고나... ㅋㄷ

반딧불,, 2006-06-14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본 기억이 났어요. 끝부분 말씀하시니 무슨 내용인지 기억났어요.
스치듯 티비에서만 봤죠. 대단했어요.
그나저나 정말 강력지름질이십니다.

비로그인 2006-06-1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디어 반딧불님처럼 본 기억이 나요 아니 나는거 같아요..흑흑
제시카랭 정말 대단한 배우란 생각 하긴 아민뮐러슈탈(맞나?)도 마찬가지죠..^^

Mephistopheles 2006-06-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 우와..역시..맞어요..하이 크라임의 경우 애슐리 쥬드와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별 감흥이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반딧불님 // 저는 절대 삐끼가..아니랍니다.....씨익....
사야님 //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맞습니다..^^ 아민 뮐러-슈탈....^^

날개 2006-06-1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예전에 본 영화군요.. 매우매우 감명깊게~^^

Mephistopheles 2006-06-1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날에 한번 보고 엄청 감동 받았는데....최근에 다시 봤는데 그 감동이
여전하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6-1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친일인사의 자제들이 요직을 꿰차고 앉아
자신의 아버지의 행적을 변호하고 미화하는 것과는
다르게.^^

Mephistopheles 2006-06-1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 대조되잖아요..
특히나 대선에 출마한다는 박XX씨도 마찬가지고요...

비로그인 2006-06-2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과는 다른 내 안의 이데아를 꿈꾸는 영화.. 그래서 서글픕니다.

프레이야 2006-07-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메피스토님, 바지림님 벤트에 이거 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옵니다.^^ 호호호

Mephistopheles 2006-07-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쇄된 서재님 //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보실려나 모르겠어요..^^)
맞아요 제가 저 위치라면 저 주인공처럼 행동할 순 없을 듯 합니다...
배혜경님 // 어쩌죠 이미 다른 웃기는 페이퍼로 내버렸는데..^^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라는 문학장르를 자주 접하면서 글을 쓰는 이야기꾼들의 세계에 몰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와 뻔한 결말, 지나친 우연남발에 엉성한
이야기 구성으로 인해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받아 봤을 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조건을 두루 충족해주고
있었다. 영화장면의 한 스틸 컷을 잘라 왔을 것 같은 책의 앞표지...그리고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호평을 받았다는 유난히 호들갑스러운 띠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책 뒤편에 빼곡
하게 자리잡은 유명 언론지들의 과도한 극찬....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여러분들의 리뷰와 편집자 추천이라는 시퍼런 딱지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결론은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두번 지각을 하게 되었다.
독서의 방해요소들이 모두 꿈나라에서 지내는 시간이 나의 평화로운 독서시간인 요즘 이 책
을 밤 12시에 잡았고 결국은 새벽 4시에 아쉬운 마음에 책갈피를 꽂고 잠이 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으리라고 보여진다.

내공이 고강한 고수 이야기꾼인 작가 덕분에 두권의 책을 내리 읽어 나가면서 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의 거리 구석구석을 휘젖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으며.
우리만큼이나 가슴 아픈 그들의 과거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다니엘이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우연히 접한 카릭스의 `바람의 그림자'를
접했을 때의 감정은 내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접했을 때의 느낌과 동질
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재미있고 즐거운 책들을 연속으로 접하는 나는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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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6-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기대되는데요. 담아갈께요.

mong 2006-06-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로 보는 메피스토님, 최고의 바람잡이!=3=3=3

물만두 2006-06-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넘 좋은 작품이죠^^

마늘빵 2006-06-1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사건 안사건 일단 보관함으로. ^^

Mephistopheles 2006-06-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 꼭 읽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몽님 //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로드무비님 // 설마 로드무비님만 하겠습니까..ㅋㅋ
물만두님 // 동감입니다..상당히 짜임새 있고 잘 만들었어요..^^
아프님 // 이왕이면 꼭 사서 보세요...^^

해리포터7 2006-06-1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놓지 못하게 한다니,,또한 제가 좋아라하는 스페인이 배경인가보군요..일단 메피스토님의견에 힘입어 담아둡니다..

비로그인 2006-06-13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안그래도 시누이에게 선물도 받은데다 몽님이 극찬을 하셔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메피님까지 이러시니 심히 갈등이 되네요
조금만 얇아도 시작할텐데 넘 두꺼워요..ㅜㅜ

Mephistopheles 2006-06-1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 // 꼭 한번 읽어보시길....^^
사야님 // 두께는 중요하지 않아요..전 정말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 후다닥 잃었습니다.

씩씩하니 2006-06-1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너무 재미있어요,,,
저도 제가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책 하나를 골랐음 싶드라구요~

Mephistopheles 2006-06-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을 가질 수 있는 책 한권..정말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이책처럼 스펙터클한 삶을 주는 책이라면 사양하고 싶어요..^^

비로그인 2006-06-1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메미스토님
강력한 찌름에 시작했습니다만 얼마나 걸릴지..ㅎㅎ

Mephistopheles 2006-06-1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송곳같은 지름 쨉을 사야님께 날렸군요...
스트레이트도 날라갈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