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오늘의 역사 - 세계사편
이환주 글, 이동철 그림 / 조선북스 / 2008년 10월
절판


역사 달력이다. 탁상용인데 하루에 한 장씩 넘겨보며 역사 속의 '오늘'을 새겨보기 좋다.

어린이 취향에 맞게 스티커도 들어 있다.
안 쪽에 '나의 역사'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는데 오늘의 날씨를 스티커로 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다.

굳이 달력이 아니어도 다이어리 등등 스티커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많다.
단순히 갯수의 의미로 독서기록장의 '표시' 기능으로 써도 좋고...

날짜와 대표적 사건을 표시해 준다.
같은 날에 있었던 다른 사건들도 몇 개 더 일러준다.
오른쪽으로 사진이나 만화가 나오고 관련된 사건의 다른 날짜도 일러준다.
비교해서 보라고...

'세계사편'이라고 나와 있지만 국내 사건들도 나온다. 메인으로 나올 때도 있고.

사진 보는 것도 재밌고 만화 보는 것도 재밌다.
만화는 지극히 아이들 취향이긴 한데 이런 장면에 저런 그림이 더 어울린다는 건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오늘 날짜다. 보이스카우트가 창설된지 100년 조금 넘었구나.
영국에서 시작했고, 걸스카웃은 미국이었군.

밤에 잘 때 컴퓨터 끄기 전에 한 장씩 넘겨서 모니터 위에 올려놓는다.
어제는 언니가 한 장을 넘겼다.
잘 보이는 데에 두면 필연적으로 눈길이 가게 된다.
요일 상관없기 때문에 해마다 재활용해도 된다.
올해 내가 보고 내년에 조카 줄 생각이었는데 조카네도 하나 구입했나보다.^^
그리하여 지금 책상 주변에 달력만 네 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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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이건 그야말로 만년달력이군요.
세계와 좀 더 친해지는 계기도 될 거 같고...^^

마노아 2011-01-24 21:55   좋아요 0 | URL
게다가 50% 세일이에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ㅎㅎㅎ

카스피 2011-01-2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캘린더도 있었네요.참 재미있습니당^^

마노아 2011-01-26 01:39   좋아요 0 | URL
무난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요.^^

같은하늘 2011-01-2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정말 괜찮은데요.
그럼 하루에 한 장씩 넘기는 건가요?

마노아 2011-01-29 18:08   좋아요 0 | URL
네~ 하루에 한 장씩 넘기는 깨알 재미가 있어요.^^
 
다람쥐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7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 보림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왜 이 책을 궁금해하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우연히 구입하게 되었다. 책을 받고서 깜딱! 놀랐다. 폰트가 너무 촌스러운 게 아닌가! 초판 1쇄가 96년이다. 15년이 지났으니 촌스러울 만하긴 한데... 그래도 좀 심하긴 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촌스러운 폰트다!  

책은 다람쥐의 생태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해 준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따뜻하고 섬세하다. 아마도 그림의 영향일 것이다. 영국의 3대 그림 작가로 불리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작품인데 색들의 잔치가 벌어진 것처럼 화려하고 신나는 느낌이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에서도 그림의 '윤곽선'이 없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 그림책도 그렇다. 경계선이 무너진 것만으로도 좀 더 선뜻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친근함이 생겨버린다. 실제로는 무서워할 것 같지만 그림속의 다람쥐는 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둘째 조카 다현 양은 이제 여섯 살이 되어서 이 책은 이제 좀 어린 축에 속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가 읽어보니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니 그림 보면서 좋아할 것 같고 엄마가 읽어줘도 즐겁게 들을 것 같다. 설날 선물로 낙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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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빴나요?
사진이 없어 그림책 미리보기로 확인했는데 다람쥐가 귀엽네요~ ^^

마노아 2011-01-24 09:04   좋아요 0 | URL
40자 평으로 쓰기엔 조금 넘치고, 리뷰로 올리기엔 부족해서 몇 마디만 적었는데 사진이 없으니 역시 심심하지요? 이따 집에 돌아와서 사진 추가해야겠어요.^^ㅎㅎㅎ

순오기 2011-01-24 21:43   좋아요 0 | URL
사진 추가~ 고마워요!^^

마노아 2011-01-24 21:56   좋아요 0 | URL
이 정도는 요청하시면 기꺼이~~(>_<)

마녀고양이 2011-01-2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사진 추가하면 다시 읽으러 와야겠어요... 촌스러운 폰트에서 쿡 하고 웃는 중이거든요.

이번에 코알라랑 그림책을 알라딘에서 찾고 놀았는데,
사진 리뷰가 얼마나 고마운지 확실하게 알겠더라구요.... 마노아님 항상 감사!

마노아 2011-01-24 15:37   좋아요 0 | URL
사진 추가했어요~ 사이즈를 줄여놔서 촌스러운 폰트가 잘 안 보이지만, 표지의 촌스런 제목이 이 책의 폰트를 다 말해줍니다. ㅎㅎㅎ
사진 포함시키는 게 이젠 거의 습관이 됐어요.^^

마녀고양이 2011-01-25 13:41   좋아요 0 | URL
어머, 다람쥐 너무 이쁘다...
저 입이랑 발 좀 봐~
역시나 사진 있으니....... 너무 좋네요. 아하하.

마노아 2011-01-26 01:40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사진 리뷰에 더 힘쓰겠음돠. ^^ㅎㅎㅎ

하늘바람 2011-01-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깜짝 놀랄만하네요

마노아 2011-01-25 12:0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멋져요.
 
비밀 8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날마다 빠짐 없이 만화책 신간 목록을 확인한다. 오늘은 이런 책이 나왔구나. 내일은 이런 책이 나올 거구나. 이번 달에는 이 책이 나올 예정이구나... 그렇게 확인하면서 기다리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희열이 마구 솟구친다. 이 책 '비밀'이 내겐 그런 목록 중의 하나다.  

때는 21세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간 미래 시점. 인간의 뇌를 스캔해서 생전에 보았던 영상을 추적해서 범인을 잡는 '제9' 연구소. 이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미소년 얼굴의 마키 실장님! 

 

일부러 표지 그림을 가로로 찍었다. 세로 그림보다 마키 실장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므로! 혹시 이번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던 마키의 사생활이 조금은 드러나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마키의 사생활을 그 누구도 몰랐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다른 경찰 기관이었으면 과장 직급 달고 있었을 아오키가 이곳에서는 야식 심부름을 도맡아 할 정도로 말단밖에 되지 않는다. 엘리트 중의 초 엘리트만 모인 곳. 알고 봤더니 그것도 의도가 있는 거였다. 지금은 수도에 하나뿐인 제9 연구소지만, 전국 규모로 시설을 확대했을 경우 각각 실장으로 부임해서 팀을 이끌어나갈 재원이었던 것이다. 마키 실장과 헤어진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아오키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도 제법 포스가 느껴지는 상관이 되어 있지 않을까? 지금의 부드러운 아오키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튼... 이번에도 사건이 벌어진다. 이제까지의 사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살해되었다. 이어서 지진이 발생했고, 학생 하나가 옥상에서 떨어져 추락사했고, 다른 한 학생은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다가 교통 사고로 죽었다. 좀 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도 부상자만 발생했는데 한 초등학교에서만 무려 세 사람이나 죽었으니 사건이 시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아이의 사진을 보고 난 다음의 마키 실장 표정이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만 하지 않는다. 모두가 무심코 지나쳤지만 한 장의 사진에서 그는 아이의 비참한 죽음 이상의 것을 읽어낸 것이다. 일에 있어서는 늘 냉정하기만 한 마키지만, 사람의 생명 앞에서 그는 늘 숙연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쿄 말고도 추가로 제9 연수고가 세워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인원 충당이 필요했다. 요원들은 아리따운 여자 후배를 원했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이 시궁창!

 

저래보여도 서른 여섯이라고 한다.검사 출신의 그는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은 인물인 모양. 머리숱이 안습이다.  

팀원들의 사기는 고꾸라져도 할 말이 없다. 애도를 표한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아니의 뇌를 스캔했다. 아이는 체육관에서 죽은 교사의 상해 장면을 목격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치명적인 뇌기능 결함이 있다.

 

저 흐릿한 영상들.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흐릿한 형체로만 파악한다. 이러니 목격자는 있지만 증인이 되어주질 못한다. 그런데 이 아이, 비밀이 많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한 사람만 떠올랐다. 그것이 화가 되어 소년은 죽고 말았지만... 

마키는 신입 직원과 아오키에게 일을 맡겼지만 두 사람은 마키만큼 일을 잘해내지 못한다.(이제껏 그 누구도 그랬다.) 

아직은 마키가 거두고 가르쳐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당장 헤어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  

 

사건의 또 다른 증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깜짝 변신(?)한 마키. 아, 제복이 잘 어울린다. 딱 마키 스타일이다. 팔목이 너무 가느다랗긴 하지만 마키라는 사람이 워낙 어린애 체형이다. 키도 작고 얼굴도 십대고... 

저런 미모에 저런 성깔에...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그는 늘 약자를 배려해주곤 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공갈 협박도 하지만...;;;) 또 다른 2차 희생을 막기 위해서 범죄자에게도 기회를 줄 줄 아는 인물이다. 멋지다!  

수사 정보가 자꾸 밖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거기에 대한 언급은 잘 마무리가 안 된 것 같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서 나올지도...

 

아무튼, 인상은 그닥 호감형이 아니지만 야마모토 켄지가 저 안에서 제대로 활약해 주었으면 한다. 그가 갖고 있는 상처와 트라우마에도 연민이 생겨서 그가 오히려 이곳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했으면 한다. 다른 양반들이 혈압 좀 올릴 것 같긴 하지만... 

앞의 제9 연구소 일정에 대한 것은 2009년 연재분이고 지진 사건은 2010년 연재분이다. 연재 간격이 긴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이제 2011년이 되었으니 9권 엮여 나오는 게 아주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별로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튼, 시미즈 레이코 선생님! 조, 존경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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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1-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시미즈 레이코상. 1963년생이네요.
오우~ 50이 다 되신 나이에도 이렇게 홀딱 반하게 만드는 솜씨라니요!!
우리나라 김혜린님, 황미나님, 신일숙님, 김진님 등등.. 비슷한 연배실텐데 아쉬워요 ㅠ.ㅠ

마노아 2011-01-24 15:33   좋아요 0 | URL
오, 제 짐작보다 젊은 걸요. 항상 데뷔년도만 나와서 좀 더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우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에요.ㅜ.ㅜ

마녀고양이 2011-01-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폐업하는 대여점에서 비밀 건져오고 싶지만,
날이 추워서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런데 이제는 비밀 주인공만 보면 자동적으로 엘신님이 연상되는군요. 흐흐.

마노아 2011-01-24 15:35   좋아요 0 | URL
오오, 날은 내일도 추워요. 수작이 팔리기 전에 선수쳐야 합니다아!!!
저도 읽을 때마다 엘신님이 떠올라요.^^ㅎㅎㅎ

BRINY 2011-01-2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받아보네요~ 지금까지 시미즈 레이코 장편은 갈 수록 좀 흥미가 떨어졌는데, 이걸 갈 수록 더 좋아요~

마노아 2011-01-24 15:35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 두번씩 읽진 못했는데 저는 다 좋았어요. 소장만 하고 재독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완결되면 다시 찬찬히 읽고 싶어요.^^
 
신과 함께 : 저승편 - 하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발설 지옥에서 염라대왕의 호감을 사며 후한 대접을 받은 우리의 소심한 자홍 씨와 능력자 변호사 진기한 씨. 이제 다음 지옥을 무사히 지나가게 해줄 강철 트랙터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강철구슬들이 굴러다니는 강 '철환소'는 역시 만만치 않다. 본의 아니게 재판도 받기 전에 지옥으로 떨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섯 번째 지옥에 갇혀 있는 이들은 생전에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겉만 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들의 무섭고 추한 속내들. 그렇지만 착하디 착한 자홍 씨는 여기 있을 인물이 아니고, 임기응변에 유독 강한 진 변호사도 그를 여기서 내버려둘 위인이 아니다. 독사지옥의 변성대왕은 무척 착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 여기서는 본인의 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붙이와 친구들의 죄도 본다고 한다. 이른바 '연좌제!' 

역사 속에서 연좌제는 그야말로 무섭고 비합리적인 법이건만, 지옥에서의 연좌제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착하게 살았으면 나의 죄가 덜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무거워 진다고 한다. 혼자만 착하게 사는 것도 정도가 아니었다. 더불어 함께 착하게 살아야 했던 것. 그리고, 지금 착하게 살았던 과거를 갖고 이곳에 온 김자홍 씨는 훗날 그들이 심판 받을 때 공덕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렇게 서로서로 생전의 연이 죽어서까지 닿는 것. 뭔가 합리적으로 보인다. 좋은 연은 죽어서도 좋게 연결되고, 나쁜 연은 죽어서도 나쁘게 작용한다. 그러니 우린 또또! 착하게 살아야 한다. 더불어서 같이... 

연이어 무죄 판결을 받은 자홍씨. 이제 저승에서 49재 안에 7번 받는 재판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그 전에 저승의 시스템에 대해서 좀 더 알고 가는 시간. 두 사람은 커피 타임을 갖는다. 

 

스타벅스를 무릎 꿇린 지옥 커피숍! 더 지독한 49일 이후를 티오피와 비교하는 건 대구가 좀 안 맞긴 하지만, 아무튼 자홍 씨 쫄았다. 허나 걱정은 금물!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보건대 댁은 분명 극락행이거나 아님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테니.... 

이번엔 저승삼차사가 공들이고 있는 원귀 얘기를 해보자. 원귀로 둔갑하긴 했어도 사실은 자홍 씨보다 더 순둥이였던 유성연 병장. 그의 한풀이를 위해서 같이 뛰어준 고마운 저승삼차사. 수명이 남아 있는데 임의로 데려올 수는 없고, 대신 죽어서도 내내 후회할 낙인을 찍어준다. 어떤 변호사도 선임할 수 없고, 지옥의 모든 벌을 갑절로 받게 될 중죄인의 표시. 당연히 환생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낙인을 찍어 마땅한 인물들이 뇌리를 마구 스쳐 지나간다. 온 얼굴을 덮어서 마구 도장을 찍어주고 싶다. 일종의 대리 만족이지만, 아주 쪼금은... 위안이 된다. 

어머니께 작별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꿈속을 방문하는 저승차사와 유성연 씨. 엄마의 마음밭은 춥기만 하다. 마음 속이 춥기 때문에 꿈속에서도 황량하고 춥다. 애잔하기만 하다. 자식 놈이 천상에서 훌륭한 장군이 되어 있다고 뻐겨도, 어미 눈을 속일 수가 있을까. 훌륭한 갑주를 착용하고 있어도 그 눈의 일렁임을 못 알아차릴 리가 없다. 대통령이든 장군이든, 세상의 그 어떤 높고 영예로운 자리여도 아들의 목숨과 바꿀 수 없다. 어머니 마음이 너무 아파 같이 울고 말았다. 어쩌랴, 어쩌랴... 

자, 이제 마지막 지옥 관문을 가보자. 거해지옥의 태산대왕은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 일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기둥에 묶여 있는 자홍 씨에게 전기톱이 다가온다. 남을 속인 일이 있으면 5cm씩 가까워 오고, 남에게 속아 피해를 본 일이 있으면 3cm씩 멀어진다. 내가 지은 죄가 더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보다 정직한 계산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의 산업 속성상, 회사 생활하고 지냈던 자홍 씨도 본의 아니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더 힘없는 자를 착취하는 일에 동원되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바로 진기한 변호사가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인생 여정에 속아서 손해본 경우는 너무 많았다. 그 덕분에 멀리 저멀리 후퇴해버린 전기톱. 이거... 기뻐해야 하나? 모르고 지났다면 차라리 다행인데, 나중에라도 속은 걸 알았다면... 이렇게 사후 심판대에서 조금은 덕이 된다고... 역시 자기 합리화 겸 위안을 삼아야겠다. 거해지옥 도감에까지 실린 평화의 댐 사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호기심 많고 호탕했던 염라대왕은 은밀히 진기한 변호사의 뒷조사를 시켰다. 이 양반,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죄인을 구제하기 전까지는 성불하지 않겠다 작정하신 지장보살님.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라 여기시고 저승 최초의 변호사 양성기관을 세우셨다. 이름하여 '지장 법률 대학원' 아아, 저승 근대화 최고다. 그곳의 유례 없는 훌륭한 학생이 바로 진기한. 그런 그가 수석 졸업의 영예를 버리고 변호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더 좋은 대우, 나은 환경, 연봉(?) 등등 모두 걷어차고서. 그렇게 유능한 변호사에 대비할 상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쁜 놈까지 쉽게 지옥을 통과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변호사에 대응할 사람은 누구???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참 착한 사람 김자홍 씨. 그의 재판 결과는 당연히 무죄 통과다. 그는 극락행을 결정할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까?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도... 있지 않을까? 자식을 잃은 젊은 부부라든지... 

 

그리고 이제 막 저승에 도착한 유성연 씨. 많은 변호사들이 자신의 의뢰인을 찾고 있다. 아, '최규석' 이름이 눈에 쾅쾅 들어오는구나. 유성연 병장의 가슴팍 하트가 따뜻해 보인다. 억울하게 죽은 이 착하디 착한 사람에게는 최고의 변호사가 따라와야 마땅한 게 아닐까? 그가 억울한 취급을 당하지 않게 좋은 변호사를 만났으면 한다.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책은 이렇게 세 권으로 저승 편이 끝난다. 다음 편은 이승, 그리고 그 다음 편은 '신화' 편이라고 한다. 이승 편은 이미 연재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 나는 웹연재로 갈아타야겠다. 도저히 책으로 묶여 나올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 단행본의 맛은 그때 다시 맛보기로 하고, 일단은 이승 편에 취해 보자.  

내 인생의 좌우명은 '세상에 공짜란 없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세상의 좌우명은 '사필귀정'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일이 반드시 바른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 혹시 잠시 길을 잃었더라도 꼭 제자리로 돌아갈 것. 그렇지 못한 세상이니 더더욱 그런 세상을 꿈꾸고 기다려본다. 그리고 그런 세상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자리엔 나의 가족, 이웃, 친구가 함께 하고 심지어 '신과 함께'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따뜻하고 다정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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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1-2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벅스 커피와 빨간 비디오...이런...^^;
웹연재도 하는 건가요?

마노아 2011-01-23 18:00   좋아요 0 | URL
리뷰 쓰고 나서 가보니까 금요일 코너에 있었어요. 4회까지 이승편 연재되어 있네요. 베리베리 님은 저승 편부터 일독하셔요. 무장 재밌어요.^^

2011-01-2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1-24 15:40   좋아요 0 | URL
서평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판매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어요. 저야말로 너무 늦게 수작을 알아봤어요.^^

이매지 2011-01-2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과 함께 이승편 연재는 월요일 금요일이욧 ㅎㅎ
아, 마노아님도 신과 함께의 매력에 푸욱~
정말 따뜻하면서도 깨알 같은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예요!

마노아 2011-01-23 22:06   좋아요 0 | URL
오 1월 10일하고 17일도 올라와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주2회 연재군요.
그러니까 내일도 올라오네요. 오예~!
말씀하신 대로 따뜻하고 깨알 같은 재미가 쏠쏠해요.
너무 기뻐요. ^^

무스탕 2011-01-24 11:10   좋아요 0 | URL
아.. 주2회군요. 전 월요일만 업되는줄 알았더니.. 오늘도 올라와 있겠네요. 가서 봐야징~~~ ^^

마노아 2011-01-24 15:36   좋아요 0 | URL
저랑 반대였네요. 저는 금요일만 업뎃 되는 줄 알았어요. ㅎㅎㅎ
 
신과 함께 : 저승편 - 중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 생전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착하게만 살았던 자홍씨. 그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세번째 지옥 대왕 앞에 섰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죽은 탓에 부모 가슴에 못 박을 일도 적었던 자홍씨지만, 살아 생전 착하기만 했던 게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능력있고 기지 넘치는 진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과 설득력으로 엄격한 세번째 지옥마저도 의뢰인을 데리고 무사히 통과한다. 자홍씨, 저승 변호사 복이 있다! 

불효자가 넘치는 세상인지라 일거리에 치이는 송제대왕은 유능한 진기한 변호사에게 판관 자리 스카웃 제의를 한다. 하지만 심판보다는 구원 쪽이 즐겁다고 완곡하게 거절하는 진변호사! 심판보다 구원이 더 좋다고 말을 하는 그에게서 성자의 모습이 보인달까. 자홍 씨가 혹시 '신'이 아니냐고 묻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떠본다. 제목이 '신과 함께'가 아닌가. 이 수완 좋은 변호사, 사람 좋은 자홍 씨를 위해 특별히 내려온 어느 '신'이 아닐까. 뭐, 그건 나중에 나오겠지.  

실컷 심각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진지하기만 해서는 이 만화의 진면목을 다 말해줄 수가 없다.  

 

네번째 검수 지옥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래 위에 한자를 써본다. 어렵다! 대강 지우고 한글로 써주는 센스! 

이들이 머무는 호텔의 이름을 보시라. 호텔 캘리포니아가 왔다가 울고 갈 명 이름이다.  

다섯 번째 발설 지옥의 염라 대왕은 저승 근대화에 발맞추어 컴퓨터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검색은 생활화! 구글이 울고 갈 죽을! 기가 막힌 유머 감각이 아닌가! 게다가 업경에 죄를 비춰보는 시간을 영화 감상하는 시간처럼 안락의자와 팝콘 대령! 이 작가를, 이 저승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잠시 이승 얘기를 해보자. 원귀는 자신의 시체를 찾았으니 저승 차사와 함께 저승으로 가야 마땅하지만, 군부대 앞에서 아들을 찾는 제 어미를 보자 폭주하고 만다. 그는 제대를 코앞에 두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사람이었다. 사고는 덮어졌고, 엄마는 탈영병의 오명을 뒤집어 쓴 아들을 애타게 찾는다. 1인 시위 중인 어머니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난다. 이건 결코 '창작'이지만은 않으니까. 애가 타는 모정과, 그런 어미를 보고 있는 원귀의 설움이 한껏 마음에 와서 부딪힌다. 게다가 이 원귀! 우리의 의뢰인 김자홍 씨만큼이나 착하디 착한 인물이다. 저승강 건너면 똑같이 심판을 받고 죄값을 치른다지만, 이런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낸 사람이 이승에서 계속 활보하고 다녀도 되느냐고 목청껏 외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이니... 

다시 돌아가서, 네번째 검수 지옥이 오관 대왕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업칭'이라는 저울로 죄의 무게를 재서 죄가 바윗 덩어리보다 더 무거운 사람은 시퍼런 칼날이 우거진 숲으로 떨어뜨린다. 그가 남긴 명언이 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 많이 들어봄직한 말이지만, 그것이 저승 대왕의 이야기라면 달리 들린다. 더더욱이 죄의 무게를 재고 있는 저울 위에서라면. 나의 입을 빌려서 나온 말들, 나를 통해서 걸러져 나온 행동들, 그리하여 내 죄의 무게를 상상해 본다. 아찔하다. 역시, 착하게 살아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다섯 번째 '발설지옥'은 우리에게 익숙한 염라대왕이 심판을 관장하는 곳이다. '업경'을 통해 죄인이 살아오며 입으로 지은 죄악을 심판하고, 죄가 무거운 자는 혀를 길게 뽑아 그 위에서 소가 밭을 갈게 하는 형벌을 내린다. 똥거름을 뿌릴 필요도 없이 아주 거름진 혀밭. 얼마나 썩어 있기에 씨만 뿌려도 바로바로 나무가 자랄까. 한라봉을 닮은 기똥찬 맛의 이 과일 이름은 게다가 '염라봉!' 

요즘은 익명성을 무기로 남을 괴롭히는 무서운 댓글도 많이 올라오는 세상이니, 염라대왕은 '손가락'도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신다. 다시 한 번 강조! 죄업을 늘리지 말자.  

염라대왕은 무골호인 김자홍을 이승에서는 힘들고 불리한 성격이나 저승에서는 상받을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늘 착하게만 살아서 언제나 손해만 보고 사는 사람에게, 당신의 저승 업경에 비출 모습을 생각하며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말하면, 혹시 위로가 될까? 손해 보고 살아도 그걸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에 스스로 눌리는 사람이라면 별로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지금 당장, 여기에서의 자신을 더 생각하는 법이니까. 

염라대왕의 소원 질문에 대개의 사람들은 다시 살아나게 해달라거나 모든 지옥 시험을 다 패쓰하고 바로 극락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한단다. 그럴 것 같다. 욕심 없는 우리의 김자홍 씨는 조금 다르겠지만... 죽어 소용없는 재물을 원한다든지. 이미 한줌 흙으로 돌아간 육신의 부활을 의미한다든지, 그렇게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선택해서 애석하게 멋진 기회를 놓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겠는데, 그럴 자신이 솔직히 없기는 하다. 역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꽤 유능한 변호사가 필요할 듯! 

작품 말미에는 저승삼차사에 대한 설명과 관련 사진, 그리고 웃음을 살짝 자아내게 하는 4컷 만화가 실려 있다. 혹시 연재 당시에는 없던 보너스 컷 같은 것일까?  

변신(?) 트랙터를 만들어낸 진 변호사, 이제 김자홍 씨를 데리고 다음 관문을 갈 차례다. 하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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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림이 바로 만화의 묘미겠지요? 죽을 보다는 주글이라고 했으면 더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마노아 2011-01-23 15:22   좋아요 0 | URL
소소한 곳에서 빵 터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하권에서는 '스타벅스' 패러디도 나옵니다.ㅎㅎㅎ

무스탕 2011-01-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염라봉에서 뿜었어요. ㅋㅋ

마노아 2011-01-24 15:36   좋아요 0 | URL
네이밍 센스가 끝내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