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0% 맛있는 웰빙, CJ 맛밤
CJ제일제당
평점 :
절판


참으로 맛났건만 절판이라 안타까운 맛밤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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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해보았지 6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느라 서재에 거미줄을 치고 말았다. 빵 만들어본지도 꽤 되었다. 

깨찰빵 믹스로 빵을 만든 것은 지난 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믹스로 적당량의 재료가 배합되어 있으니 나는 반죽해서 굽기만 하면 되는 초간단 메뉴! 

하지만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았다. 너무 찰져서 반죽할 때 들러붙어서 고생을 했다. 괜히 거품기로 했다. 주걱으로 할 것을... 사용설명서 그림에 거품기가 그려져서 따라했더니만... 남은 믹스는 주걱으로 하리! 

오븐 토스터에 35분 구으라고 되어 있었다. 울집 바늘은 30분이 최대치니까 30분 돌리고 추가로 5분 더 돌릴 셈이었다. 그런데 25분이 못 되어서 타는 냄새가 또 나를 자극하였으니.... 

 

찜질방에서 돌멩이를 구운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저 맨질맨질 까만 껍데기를 어찌 할꼬. 

 

그래도 윗부분을 걷어내면 안은 쫀득쫀득한 깨찰빵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믹스의 힘이지. 

오븐 토스터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다. 울집에 있는 모델은 출력이 1100W인데, 그 다음에 출시된 모델은 800이던가, 900이던가... 너무 세서 타기 쉬워서 전력을 좀 낮춘 게 아닐까 싶다. 전기세도 많이 잡아먹게 생겼고... 

하여간 다음 번 믹스는 반죽도 조심, 시간 맞추는 것도 조심조심!! 

내 빵을 한 번도 먹지 않은 큰조카가 좋아하는 깨찰빵! 그렇지만 탔다고 안 먹겠다는 걸, 껍데기 다 발라내고 줬더니 맛있다고 잘 먹는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이 기분....-_-;;;; 

그 다음 날이었던 지난 주 화요일은 하루종일 기생수를 보느라 바빴다. 내가 중고 등록한 책이었는데 주문이 들어와서 말이지... 오래 전에 읽고 막상 애장판으로 구입한 다음에는 한 번도 읽지 않았는데, 바로 떠나보내기 아까워서 부랴부랴 다시 읽었다. 역시 좋더라. 괜히 팔았나 싶을 만큼...ㅎㅎ
그런데 이번 주 초였던가? 원어데이에서 40% 세일을 하는데, 그래도 내가 판 책보다 두 배는 비싸더라. 나한테 사가신 분은 횡재!  
 

그리하여 수요일에 다시 빵만들기에 도전했다. 이번 주제는 야채가 들어간 카레 머핀. 나름 웰빙 빵 되시겠다. 

 

당근은 좋아하지 않지만 카레를 좋아하는 나. 감자와 당근은 집에 있었는데 쪽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이로 대체했다. 난 파보다 오이를 좋아하지.... 이러면서. 

나름 열심히 다졌더니 저 모양새. 엄니가 집에 계셨으면 더 잘게, 더 빠르게 해주셨겠지만 엄니는 출타중. 

 

알고 보니 집에 찜질용 전용 냄비가 있었다. 오목하게 생긴 삼발이 찜질기를 쓰지 않아도 되니 한 그릇에 더 많은 베이킹 컵을 집어 넣을 수 있었다. 오븐 토스터를 이용하지 않고 끓이면 되니 탈 염려도 없고, 그야말로 성공 예감 120%였다. 

 

예정된 시간을 채우고 뚜껑을 열어보니 베이킹 파우더로 적당히 부푼 녀석들이 나를 마주하고 있다. 냄새는 그럭저럭, 카레 향이 나는군! 

 

비쥬얼은 냄비 뚜껑을 열었을 때가 가장 훌륭한 것 같다. 쟁반에 옮겨놓으면 언제나 저리 찌그러져 있다. 미안. 한꺼번에 굽느라고 너무 좁았지?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된단다! 

중간에 조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다 식은 다음에 시식할 수 있었다. 유산지가 잘 떨어지지 않아서 고생스럽게 껍질을 벗기고 한 입을 먹었는데...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이건... 맛이 좀 아니었다.  

뭐랄까. 딱히 아주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맛있지도 않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런 맛! 게다가 카놀라유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느끼하기까지...;;;;; 

엄니는 카레향이 싫다고 시식을 거부하셨고, 큰 언니는 집에 오자마자 이 토한 것 같이 생긴 건 뭐냐고 한 소리를 했고, 조카들은 모두 보자마자 외면했다. 

그래서 나는 또, 나 혼자, 열심히, 치열하게, 서럽게 저것들을 먹어치워야 했다. 

아, 괴로웠다. 먹어도,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  

사흘째 되던 날 최후의 두 개가 남았을 때, 하나는 둘째 언니가 나에게 지은 죄가 있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시식을 했고, 맛은 괜찮네.... 라며 울 것 같은 얼굴로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도 남은 하나는, 도저히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어 다시 이틀을 방치시켰는데, 어느 순간 엄니가 갖다 버리셨다. 이제 제발 그만 만들라면서 막 화내시고......ㅜ.ㅜ 

너무 의기소침해져서 다음 빵을 만들 엄두가 안 나기도 했지만, 그 후로 열흘 간은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올인해 버려서 빵을 만들지 못했다.  

좀 전에 다시 한 번 밥통 케이크 책을 쭈욱 훑어보았는데 지나치는 엄니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크림 치즈로 빵 만들려고 파리바게뜨 기프티콘도 사놓았는데....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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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리를 해보았지 8-마지막회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5-09 15:17 
    깨찰빵과 핫케이크는 지난 4월 26일에 만들었으니 한참 전이다. 남아있던 믹스 가루를 다 쓰기로 결정, 두 번째 만들어보는 거라고 여유만만한 손동작으로 아주아주 대충 만들었다. 지난 번 만들 때 반죽이 손에 찰싹찰싹 달라붙었던 게 싫어서 그냥 숟가락으로 뚝뚝 떼어서 오븐 토스터의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귀차니즘의 대가는 찬란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sslmo 2011-04-2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마노아님이다~~~
제가 엄청 느긋해서 영타로 버벅거리는 일은 없는데...막 치다보니 영타인거 있죠.
넘 오랫만이예요, 반가워요~^^
와락~한번 안아봐도 돼죠?

근데 말이죠.
진짜 꿋꿋하세요.
제가 와플메이커 사서 반죽해서 딱 한번 해먹어보고 다시 잘 싸서 보관중이거든요.

저 빵은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해당사항 아니예요?@@

마노아 2011-04-23 17:1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반가워요, 부비부빗(^^ )( ^^)
저도 방금 급히 치다가 막 오타나서 수정했어요. ㅎㅎㅎ
우리 와락! 한 번 안아보고 시작해용~(응, 뭘??)

아, 저의 꿋꿋함이 흔들릴 뻔한 최대 위기였어요.
지금까지는 흉측해도 맛은 좋았다라는 것으로 버텼는데, 단팥의 단내를 능가하는 능글능글함과 부담스러운 조화였어요. 카레도 좋아하고 감자도 좋아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ㅜ.ㅜ

다음 빵은 엄니 안 계실 때 도전해야겠어요.ㅋㅋㅋ
그나저나 와플 페이퍼 보고서 와플 기기도 사고 싶다고 침 흘렸어요.^^

순오기 2011-04-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빵 페이퍼가 반가웠는데~ 맛은 아니었군요.
아마도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 그랬지 싶은데...
어머니가 갖다 버리고 화내고~~~~~마노아님의 빵 도전기 최대의 위기로군요.ㅋㅋㅋ

마노아 2011-04-24 01:04   좋아요 0 | URL
아핫, 야채가 너무 많이 들어간 탓이군요. 그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 있겠어요.
어휴, 무난한 제 입맛에도 영 아니었답니다.
진정 빵 도전기 최대의 위기예요.^^ㅎㅎㅎ

무스탕 2011-04-2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도구 하나 찾으셨네요. 찜 전용 냄비. 이걸로 뭔가 더 그럴듯한게 탄생할거에요.
깨찰빵은 저도 좋아하는데 저런 믹스가루가 있다니 빵은 빵집에서를 외치는 저도 슬쩍 사볼까 싶은 마음이 드네요. 어느날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사게 된다면 실험(?)결과를 저도 밝혀 볼게요 ^^

마노아 2011-04-24 14:03   좋아요 0 | URL
찜 전용 냄비는 무척 큰데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설거지가 두 배로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찜 삼발이보다는 훨씬 편해요.
저도 깨찰빵 믹스가 있는지 몰랐는데 언니가 사다줘서 알았어요.
무스탕님의 활약도 기대해 볼게요.^^

꿈꾸는섬 2011-04-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엔 너무 맛있어 보여요. 깨찰빵도 맛있을 것 같구요. 저도 믹스가 있다니 한번 사서 해봐야겠어요.ㅎㅎ

마노아 2011-04-25 13:34   좋아요 0 | URL
하하핫, 위로 감사해요..ㅜ.ㅜ 그치만 저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머핀이었답니다...;;;;
깨찰빵 믹스는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ㅎㅎㅎ
 

제 1324 호/2011-04-18
 

“말씀이 다르지 않습니까.”
“계약서 잘 읽어보라니까요. ‘1주일 이내’라는 말 안 보이냐고요.”
“정확히 7일 걸렸으니 1주일 이내 맞잖습니까.”
“아 진짜 이 양반, 일 안 해 본 티를 내네. 이 기회에 잘 새겨둬요. 사회 나가서 무시당하지 말고. 사회에서 1주일이란 말이지, 월에서 금까지라고 금! 주말에 일한 거 안 쳐준다고.”

‘그건 어느 나라 달력 기준이냐!’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온 말을 억지로 씹어 삼켰다. 개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상대의 면상에 계약서라도 집어 던져 주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온 몸이 떨릴 지경이었지만, 그것도 참았다. 쥐가 창궐하고 있으니 네 신묘한 피리소리로 제발 좀 없애달라고, 그러면 하늘의 별도 달도 따다 줄 것처럼 굴던 게 누구였던가. 막상 결혼…, 아니 문제점이 해결되자마자 돈이 없니 어쨌니, 계약을 어겼니 저쨌니, 그러니까 너는 알아서 빈손으로 가세요 난 배 째렵니다 하고 앉았다. 역시 처음부터 맡을 일이 아니었다고 후회하며 그냥 한숨만 내리 쉬었다.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결론은 돈 주기 싫다는 소리시네요?”
“어허 이 사람 보게. 왜 우릴 자꾸 야박한 사람으로 몰고 가? 우린 그저 계약서대로 처리가 안 됐으니까 어디까지나 서류에 입각한 공무원 정신을 발휘….”
“알겠습니다. 안 받겠습니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까지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에 속이 다 뒤틀릴 지경이었지만 방법이 없다. 안 보이게 주먹 한 번 꼭 쥐어 주고 보무(步武)도 당당하게 시청을 나선 건 좋았는데…, 이제 어디 가지? 주머니에 돈은 없고 잔고는 옛 저녁에 ‘0’을 찍었다. 밥벌이용 피리까지 전당포에 잡히고 받았어야 할 인건비는 저 하늘로 날아간 지 오래. 이 낯선 도시에서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나. 눈물을 삼켜도 배는 부르지 않다.

무너진 성벽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드문드문 핀 들꽃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 사이를 아이들이 뛰어 논다. 조금씩 내려앉는 석양 속에서 누가 쓰다 버린 기다란 빨대가 둔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심코 손 사이에 끼우고 입을 댔다. 그래도 배운 건 밥벌이용 기술밖에 없어서, 이 와중에도 소리를 내려 애쓰는구나. 문득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애들 몇이 고개를 갸웃대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 손에 들린 빨대를. 부러 흥겨운 가락을 내보았다.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개중에 용감해 보이는 놈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빨대로 뭐 하세요?”
“피리 불고 있어.”
“피리? 아저씨 혹시 음악가예요?”
“그런데?”
“저도 그거 알아요. 배고픈 직업이죠?”

순간 성벽에서 쓰러질 뻔 했다. 팔짱까지 끼고 고개를 끄덕이던 그 놈은 어린애들 특유의 ‘난 세상을 다 아는 훌륭하고 조숙한 어린이랍니다’라는 표정으로 사람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게 참으로 불안하다.

“뭐냐….”
“아저씨가 불쌍해서요.”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전 애잖아요. 애한테 갈취하는 건 범죄예요.”

나 참, 애들 데리고 뭘 하고 있담. 스스로가 세 배쯤 더 불쌍해지는 기분을 지우기 위해 성벽에서 뛰어 내렸다. 빨리 잘 곳을 찾지 않으면 내일쯤 스스로를 불쌍히 여길 기력도 안 남겠지. 바삐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뭐가 졸졸 쫓아온다. 아까 그 놈이다.

“피리 만들고 부는 법 가르쳐 줘요.”
“내가 왜?”
“가르쳐 주시면 저희 집에서 하룻밤 재워드릴게요. 빈 방 있어요.”

이 녀석, 협상을 안다.

“나 잘 곳 없는 그런 사람 아니야.”
“돈 달라면서요. 돈 없는 예술인은 보호해야 하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요.”
“뭐 하시는 분인데 그런 장한 소릴 하시냐?”
“시청에서 일해요. 아저씨 같은 사람 지원하는 부서.”
“혹시 아주 심한 지성 피부에 이마가 살짝 광활하시니? 눈 사이에 사마귀 하나 있고?”
“네. 잘 아시네요. 본 적 있어요?”
“네 아빠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다면 우린 만나선 안 되는 사이 같구나.”
“아, 아빠가 또 돈 안 준다고 뻗댔구나. 이해하세요. 집에서도 그러거든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지. 나랏돈 가지고 제 돈인 양 뻗대면 정말 못 쓰는데…. 그런데도 재워준다고?”
“음, 엄마랑 삼촌이랑 전 아빠 괴롭히기 연합회 회원이거든요. 우리가 아저씨를 거둔 거 보면 아빠가 미쳐 날뛸 걸요. 그럼 엄마랑 삼촌이랑 전 웃으며 하이파이브~!”
“갈 마음을 차~암 부추겨주는 발언이구나.”
“아 괜찮아요. 엄마 말에 따르자면 ‘삼시 세끼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양반’이거든요. 오늘 중 들어오기만 해도 다행인데요 뭐.”

표정이 거짓이 아니었나 보다. 보통 조숙한 꼬마가 아니다. 그 거만한 인간이 가족에게 이렇게 미움 받고 있다는 것에 마음의 위안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항복의 뜻으로 다시 성벽에 걸터앉자 꼬마는 만세를 부르며 옆에 앉았다.

“집 가깝냐?”
“네.”
집에 굵은 빨대는 좀 있고?
“아마도요.”
그럼 가서 가져 와. 내 몫, 네 몫 해서 16개. 가위랑 테이프, 끝을 막을 솜이나 스티로폼 있으면 그것도 갖고 오고.
“오케이. 10분 만에 올 테니까 그 사이 도망가면 안 돼요~.”

정말 10분 만에 바람을 가르며 돌아온 녀석을 보며 속으로 좀 웃었다. 어지간히 갖고 싶었나보네. 빨대를 자르고 있노라니 옆에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쳐다본다. 조숙하지만 착하고 솔직한 소년이다. 절대 재워준다고 해서 이러는 거 아니다! 네가 외가 쪽을 닮아서 이 아저씨는 정말 기쁘단다.

“자, 이제 8개가 다 다른 길이지?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끝을 막고 붙이면 돼. 다 만들었으면 입 대고 소리 내봐. 세게 불고~!”
“우와, 소리가 다 다르게 나네? 왜 이런 거예요?”
“음, 소리는 진행 방향에 평행하게 이동하면서 가는 파동이야. 파동은 덜덜 떨리는데 이걸 진동이라고 하거든?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진동하느냐를 진동수라고 해. 진동수는 헤르츠(㎐)로 표시하는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은 20~20,000㎐야. 이 음역대를 가청음이라고 하지. 파동이 빨리 진동하면 진동수가 높아지겠지? 그럼 소리도 같이 높아져.
“그럼 소리마다 다 다른 게 진동수가 달라서겠네요? 짧은 관에서 높은 소리가 나는 이유는 거기서 진동수가 높아져서고요?”
“정말 외가 쪽을 닮아서 다행…, 아니 넘어가고. 소리의 파동을 음파라고 하는데, 길이가 짧은 관을 통과하는 음파는 긴 관을 빠져나가는 음파보다 빨리 진동해. 우리 귀에 ‘도레미파솔라시도~’로 들리도록 관 길이를 맞춰 주면 어떤 관으로든 악기를 만들 수 있지.

신나게 불어대는 소년 뒤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성벽에서 내려와 손을 내미니 고개를 살랑살랑 젓더니 제 힘으로 뛰어 내린다. 앞장서는 녀석을 따라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 정신 건강과 가족의 안위를 생각하면 그 집에서 자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묵묵하게 걷고 있자니 녀석이 문득 빨대에서 입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그 반짝이는 눈동자에 어쩐지 코가 시큰해진다.

“다른 악기도 같은 원리인가요?”
“진동수를 조절해서 들리는 소리를 바꾼다는 원리는 마찬가지지. 어떻게 바꾸느냐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예를 들어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줄을 튕기는 힘으로 공기를 진동시키고, 줄의 굵기나 길이로 진동수를 바꿔서 여러 가지 소리를 내거든.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안에 들어있는 줄을 쳐서 음파를 만들어내.
“드럼이나 북은 그 두드리는 판이 떨려서 그런 거구요?”
“너 이해력 진짜 빠르구나. 판 또는 가죽이 떨리면서 공기를 진동시키는 거 맞아. 걔들이 붙은 통의 크기가 달라서 소리 크기나 높이가 달라지곤 하지.”
“아, 제가 엄마 닮아서 그래요. (역시!) 그건 그렇고, 팬 플루트 말고 리코더 같은 악기는 어떻게 소리가 달라져요? 그거 관 하나밖에 없잖아요.”
“구멍을 막고 떼고 하면서 공기가 빠져 나가는 길을 조절해 주는 거야.”
“오오, 집에 가서 한 번 확인해봐야지.”

검은 공기 속을 빽빽거리며 울리는 녀석의 서투른 피리 소리에 난생 처음 피리를 손에 들었던 어린 내가 겹쳐 보였다. 그 소리에 개니 고양이니 온갖 동물이 모이기 시작했을 무렵도. 그 땐 내 음악에 동물까지 감동한다며 순수하게 기뻐했었는데 어쩌다 이런 꼴이 되어버렸을까. 괜히 더 서글퍼져 아래만 보고 걷고 있자니 앞의 녀석이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자, 다 왔어요. 여기가 우리 집!”
“어, 그래. 잘 가.”
“아저씨도 같이 들어가야죠.”
“아니 난 그냥 밖에서 잘란다. 아버지 안 계신데 들어가기도 미안하고. 마음이나마 고맙게 받으마.”
“아 이 아저씨 보래. 우리가 한 약속 잊었어요? 아저씨는 제게 피리 만드는 법 가르쳐 주시고, 전 잠자리를 제공하고. 약속은 지켜야죠. 안 그래요?”

사람을 기본 도리도 안 지키는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말아요. 가볍게 투덜거린 녀석은 내 옷자락을 잡은 채 문을 힘차게 열며 앞으로 나아갔다. 야무진 손끝에 고개를 숙이며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나도 내 편의대로 약속을 잊어버리는 인간이었구나. 미안하다. 따스한 빛 속에 발을 들이기 직전, 문득 다시 올려다 본 검은 하늘에 소년이 불던 서투른 음색이 별빛처럼 내려앉았다. 세상에서 들어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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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4-19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1-04-19 12:53   좋아요 1 | URL
앞의 내용은 쓸데 없이 긴데 그래도 빨대로 만들어보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옮겨왔어요.
아이들이 좋아할 거예요.^^

후애(厚愛) 2011-04-19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이곳은 빨대보기가 참 힘 들어요.
패스푸드점에 가야 빨대가 있어요.

마노아 2011-04-19 12:53   좋아요 1 | URL
하긴 한국에서도 슈퍼에서 저렇게 큰 빨대를 많이 가져가면 싫어할 것 같아요.
역시 패스트푸드점에서 가져오는 게 짱입니다.ㅎㅎㅎ

루쉰P 2011-04-19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리라...불어 본 지가 언제적인지, 혼자서 저걸 만들고 불고 있으면 누군가가 올 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마노아 2011-04-20 10:12   좋아요 1 | URL
쥐가 나타나면 큰일이에요.^^ㅋㅋㅋ

꿈꾸는섬 2011-04-20 0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신기해요. 저도 아이들이랑 시도해보겠어요.ㅎㅎ

마노아 2011-04-20 10:12   좋아요 1 | URL
저도 조카들이랑 해보려고 해요.^^
 
엔젤하트 Angel Heart 5
츠카사 호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시티 헌터 작가의 작품이다. 내용도 시티 헌터 후속작이라도 해도 좋을 연결 고리가 있다.
내가 시티 헌터를 본 것은 중학생 즈음이었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정식 출간본도 아니고 아마도 한국 이름으로 된 해적판이었을 것이다. 료의 이름이 '우수한'이었던가. 암튼, 그랬던 시절에 보았기 때문에 완결까지 다 보지 못했다. 이 책에서 보니 해결사 료가 사랑한 파트너 카오리가 사고로 죽었고, 생전의 의사에 따라 심장을 기증하기 위해서 이동하던 중에 심장을 강탈당한다. 빼앗긴 심장은 대만의 전설적인 여자 킬러에게 이식되었다. 이제 나이 열 셋이지만 조직을 위해 벌써 50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 병기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살인도구로 길러졌지만 살인이 주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심장을 파괴했건만 강탈된 카오리의 심장이 이식되었고, 거부반응도 없이 완벽한 수술을 마쳤지만 1년 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의식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거부한 것이다. 어려서는 넘버 27로 불리고, 킬러로 활동하고 나서는 글래스 하트라고 불렸던 그녀를 심장의 전주인이 깨워버린다. 카오리의 기억과 카오리의 마음이 그녀를 움직였던 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뇌'이므로, 심장을 이식한다고 해서 전 주인의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소재로서는 이런 패턴이 종종 등장한다. 그렇게 글래스 하트는 카오리의 기억을 갖고 무의식에 남아있는 남자 료를 찾아 일본으로 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대만의 암흑계를 꽉 잡고 있는 보스의 잃어버린 딸이었고, 그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부하가 보스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실수로 보스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쌍둥이 동생을 죽게 했다. 그런 사건들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료는 접었던 해결사 일을 다시 하게 되었고, 카오리의 심장을 갖고 있는 글래스 하트는 료를 파파라고 부르며 따르게 된다. 생전에 카오리가 자신의 심장을 기증받은 사람을 자식처럼 대해주라고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는데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깨어지기 쉬운 유리 심장같았던 넘버 27의 본명은 '샹잉'이다. 일본어로 표현하면 이 이름도 '카오리'가 된다. 카오리의 심장을 전해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처럼. 평범한 여자아이로 자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행동하고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남다른 샹잉.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제법 웃음을 자아낸다. 사실, '해결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제 많이 쏟아졌고, 또 많이 진보했기 때문에 시티 헌터와 그 후속작 격인 이 작품은 몹시 구닥다리다. 그럼에도 고전적인 멋이 있는지라 제법 재밌게 읽게 되었다. 5권까지 보았는데 31권에서 완결이다. 길구나. 더 찾아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봐야지...

내용 중에 대만 보스의 쌍둥이 동생-생잉의 삼촌-이 죽으면서 유산을 샹잉에게 남겼는데 그 규모가 대만 1년 예산 정도라고 한다. 하하하핫,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김정숙은 이유리에게 용돈하라며 3천 만원을 주었는데, 이건 뭐 비교도 안 되는구만. 갑자기 허탈함이 몰려온달까. 

암튼, 고전이라면 고전일 작품. 나름의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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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1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몹시 구닥다리인데도 반갑네요^^ 아이참, 나이대가 나옵니다그려~

마노아 2011-04-13 14:20   좋아요 0 | URL
피해갈 수 없는 흔적이지요.ㅋㅋㅋ

BRINY 2011-04-1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아~ 이거 언제적 작품이죠? 반갑네요.

마노아 2011-04-13 14:21   좋아요 0 | URL
이 작품도 이제 10년쯤 된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곧 드라마 시티헌터가 하네요. 이민호 주연으로요.ㅎㅎㅎ

saint236 2011-04-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젤 하트는 아무래도 시티헌터만 못한거 같아요. 신주쿠의 종마^^ 예전에 이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서 이연걸이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 졌었죠....

마노아 2011-04-14 11:3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연걸 주연의 시티헌터도 본 것 같은데 내용은 생각이 안 나요.^^ㅎㅎㅎ
고등학교 때 이연걸 참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심술 2011-04-14 16:43   좋아요 0 | URL
쎄인트님.
트집 잡을 생각은 없고 그냥 알려드리는 건데 시티헌터 영화는 이연걸이 아니라 성룡 주연이었어요. 카오리 역은 왕조현이었고 구숙정이랑 여명도 나왔었죠. 중3때 학교 단체관람으로 그 영화 본 기억이 나요.^^ 이연걸도 참 좋아했는데.

안녕하세요, 마노아님.
님 서재엔 이따금 왔지만 글 남기는 건 오늘이 첨인 거 같네요.
저랑 비슷한 나이신 거 같네요.

마노아 2011-04-14 23:38   좋아요 0 | URL
호곡! 그렇군요.
성룡 주연이라고 하니, 제가 본 게 아닌가 봅니다. 게다가 왕조현이라니!
보았다면 분명 기억했을 미모의 언니인 것을요.
제 몹쓸 기억력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반갑습니다, 심술님!
작품 하나로 많은 분들이 서로의 연배를 확인하고 있어요.^^ㅎㅎㅎ

saint236 2011-05-09 01:42   좋아요 0 | URL
맞네요. 성룡 주연...간만에 들어 봅니다. 조현이 언니...왠지 기억나는 예스마담을 미롯한 마담시리즈들이....

마노아 2011-05-09 02:11   좋아요 0 | URL
예스마담이 양자경 주연이었던가요? 왕조현에 비하면 양자경은 여전히 현역이에요.^^

루쉰P 2011-04-1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전 시티헌터가 나올 적에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전 3x3아이즈가 해적판으로 나오던 시절이 중학생이었으나 나이의 역추산이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잠깐 흐름 놓쳐 들어오니 세상에 엄청난 리뷰로 꽉꽉 차 있으시네요. 아~정말 대단하신 독서량이심...(-.-) 시티헌터는 주인공과 같이 나오는 숏커트의 여성 주인공에게 홀딱 반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는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를 않으니...민망하네요. 부끄러워서 댓글을 못 남기겠어용...

마노아 2011-04-17 01:23   좋아요 0 | URL
요새 책 못 읽고 있어요. 1000피스 퍼즐 시작해서 끝을 봐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어요. 중간에 포기해야 하나 마구 고민하고 있답니다. 포기하긴 싫은데 무릎이 썩을 것 같아요...ㅜ.ㅜ
3x3아이즈는 표지만 알아요. 읽어보질 못해서 내용은 모르겠는데 그것도 해적판이 나왔었군요.^^ 하긴 예전에 해적판 엄청 많았어요.^^

루쉰P 2011-04-17 10:33   좋아요 0 | URL
1000피스 퍼즐이 뭔지를 몰라서 검색을 해 봤는데, 뜨아! 이런 걸 하시다니! 무릎이 썩을 만 할 것 같아요. 아! 무서워요! 괜찮으신거죠? 제가 볼 때는 장기적 마인드로 하시는게 좋을 듯 싶어요. 이건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 휴~마노아님이 분명 이 퍼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분명 있으실거라 생각이 들어요. 어찌됐든 그 도전 정신, 칭찬합니다. 그대는 퍼즐의 용자!

해적판의 천국이었죠. 그 불성실한 번역하며 크흑! 그래도 재미나게 읽었다는 사실!

마노아님도 좀 오타쿠 기질이 있으신 것 같다는 제 날카로운 추측! 암튼 집중력 짱 이삼 ㅋㅋㅋ

루쉰P 2011-04-17 13:48   좋아요 0 | URL
화창한 봄 날의 일요일 오후, 어둠의 직장에 나와 햇빛도 쬐며 광합성을 하던 중 오늘은 즐겨찾는 서재 중 한 곳을 방문해 집중 공부를 하겠다는 나름 대단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노아님 서재를 들려 여러 글들을 보고 놀고 있습니다. 이승환의 광팬이라는 사실이 확실이 입증이 되더군요. 일요일 이 햇살과 어울리는 노래 '슈퍼 히어로'에 뻑이 가서 멜론으로 가입하고 노래도 다운 받고 듣고 있어요. '붉은 낙타' 'jerry jerry go! go!' 등 불후의 명곡도 듣고요. ㅋㅋㅋ

빵도 많이 만드시고 게다가 만화가로서 자신의 필살기를 개발하셨던 추억의 상자 개봉작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자와 그를 길러준 사람들의 포옹 동영상은 눈물을 흠치게 만들더군요. 크흑!

아! 정말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여러 글 써주셔서 재밌게 보고가요! 노래도 좋구요!!!

'너의 이름은 멋쟁이 마노아!'

마노아 2011-04-18 12:51   좋아요 0 | URL
1000피스 퍼즐은 몹시 기분이 언짢던 날,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벌려 놓으면 식구들에게도 민폐가 되기 때문에 빨리 해치워야 한답니다.
지난 2월에 만든 것보다 난이도가 높아서 고생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마치는 게 목표인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사실 더 이상 걸어둘 데도 없지만요.^^;;;;
그러고 보니 제가 오타쿠 기질이 정말 있는 것도 같네요. 아하하핫...;;;;;;

옛날 글들을 보셨나봐요. 언제 썼는지도 막 가물가물 합니다.
나중에 제가 쓴 글을 들여다보면 막 부끄럽고 재밌고 그럴 것 같아요.^^
비가 오고 나니 봄날이 처연하네요.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월요일이에요.^^

루쉰P 2011-04-19 16:47   좋아요 0 | URL
아 벽에 걸어놀 자리도 없으시다니..오타쿠세요. 정말 오타쿠세요. 확실합니다.
잘 마치셨는지 걱정이 됩니다. 하여튼 그래도 기분 언짢을 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죠.

워낙 많이 써 놓으셔서 그런 걸꺼에요. 그치만 참 재밌게 읽고 봤거든요. ㅋㅋ 앞으로 많이 써 주세요. 헤헤헤

마노아 2011-04-20 10:13   좋아요 0 | URL
집이 크지가 않아서 벽에 여유가 없어요.ㅎㅎㅎ
이미 10000피스 두 개 걸려 있고요.^^
요게 마무리가 되어야 서재질도 열심히 할 텐데 요새 짬이 안 나네요.
퍼즐 맞추고 나면 밤에 잘 때는 파김치가 되어요.
그래도 고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4-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티 헌터에 한때 엄청 미쳐있었는데요,
몇년 전에 엔젤 하트 보고 허걱했잖아요. 으아, 이젠 식상해 하면서.
2011년에 다시 엔젤 하트를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다니, 진짜 새로운데요.

마노아 2011-04-19 12:51   좋아요 0 | URL
나중에 보니 많이 촌스럽더라고요.ㅎㅎㅎ
그래도 추억이 있어서 즐겁게 보았어요.^^
엔젤 하트를 제가 딱 5권만 보아서 더 너그러운지도 몰라요.^^ㅎㅎ
 
기생수 애장판 8 - 완결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고 10년은 더 지난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시작 부분과 끝부분이 명확히 기억에 남았고 그 안의 내용은 대략적인 줄거리만 남아 있었기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했다.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연출에도 꽤 신경을 쓴 듯하다.  

어느 날 지구에 생겨버린 기생 생물체. 이들은 인간의 뇌를 잡아먹으라는 울림에 충실해 뇌속으로 파고들어 점령하는 육식 생명체였다. 그런데 한 녀석이 어쩌다 보니 주인공 신이치의 오른손에 잘못 기생했다. 뇌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성숙해졌기 때문에 그대로 공생 관계로 살아남았다. 신이치는 이 기생수를 '오른쪽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인간과 달리 정이 없고 합리적이었으며 자신의 생명에 대한 강한 방어본능을 지녔다. 인간 입장에서는 침입자이고 무서운 괴물이지만, 그들의 생각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만큼 무서운 괴물도 없고 인간만큼 이기적인 생물도 없다. 작품은 시작하면서 이렇게 지구를 망쳐버리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렇게 늘어버린 인구. 그 인구의 10%만 줄어도 지구가 그 이상으로 숨을 쉴 수 있을 거라고. 인정할 수 있지만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워낙 다양한 기생수들이 인간 속에 섞이면서 변종들이 늘어났다. 단순히 식욕만을 갖고 인간을 잡아먹는 놈도 있고, 호기심을 갖고 인간을 탐구하는 이도 있고,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이도 있었다. 다양한 그들의 육성을 듣노라면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지구에서 학습한 것이 오히려 인류의 스승으로도 보였다.  

그림체가 상당히 지저분하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긴 한데 거친 터치가 박력을 주고 운동감을 느끼게 했다. 처음 연재부터 시작하면 지금은 무려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고 그 사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었다. 한쪽에선 그렇게 인간의 잘못을 반성하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더 큰 범죄를 저지르며 자연에도 인간에도 몹쓸 짓을 하는 인간들이 늘어간다.  

뉴스를 보다 보면, 인간이 이렇게 이 지구에서 잘난 척을 하며 살아도 좋을 것인지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이러다 벌받지 싶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극닥전인 위협을 느끼게 된다면 결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든 애를 쓸 것이다.  

자주 좌절하게 되지만 그래도 늘 희망만은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잘못도 많이 저질렀고 오만하기까지 하지만 작품 속 기생수들이 지적했듯이 '이타심'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맨 처음 오른쪽이도 인간의 '헌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신이치와의 공생 관계에서 헌신이라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인간 아기를 낳은 타무라 레이코처럼 모성도 알아차리고 희생도 치른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기생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갔다. 인간 역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문명을 일구며 살아남았을 것이다.  

메시지가 묵직하면서도 시원하다. 이렇게 괜찮은 작품이 그 후 영화로는 안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동 저자의 '히스토리에'를 이제 그만 쟁여두고 읽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작품 후기에 80세 노인이 10년 전에 읽었다던 이 책을 여전히 명저라고 꼽는 것처럼, 내게도 오래오래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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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수는 그림이 너무 잔혹해요.
저는 1권 겨우 보고 끝냈어요. ㅠㅠ

마노아 2011-04-19 12:5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엄청 징그럽고 무섭다고 여겼는데 세월 지나 다시 보니 좀 낫더라구요.
워낙 잔인한 게 많이 노출되는 세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