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감성앨범 사랑 R ep-007
Design Earthoo
절판


예전에 40자 평을 썼다는 것은 방금 생각났다.
그치만 사진을 이미 찍었으니 마저 올려본다.
난 이 앨범을 알사탕 경매로 구매했다.
고백하자면, 알라딘에서 알사탕 경매로 앨범만 세 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지금도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행운이었다.

스크랩북인데, 얼마 전에 나는 이 앨범에 이승환 공연 티켓만 모아서 붙였다.
갖고 있던 티켓앨범은 너무 작았고, 티켓을 접거나 잘라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어 있던 이 앨범을 떠올린 것이다.
처음 몇 장은 검은색 내지다.
아주 오래 전에, 초기에 드팩질 하던 시기에 받았던 스티커를 붙여보았다.
당시 저 스티커는 어떤 옷을 사면 받을 수 있던 거였는데 사람들은 차 유리에 붙이더만, 차가 없는 나는 이렇게 스크랩 북에 붙여본다.
꿈공장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이름인가!

한 사람의 공연이건만, 표의 모양새가 다양하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면 모두 똑같은 모양새가 나오지만,
지방 공연을 하면 그곳 예매처에 따라서 티켓 디자인이 바뀐다.
그 밖에 방송국 공연이나 어떤 축제 등등, 그가 나서는 무대가 바뀜에 따라 표도 옷을 바꿔입는다.

때로는 옷에 붙이는 스티커가 입장객을 표시해 주었고,
축제 같이 장시간에 걸쳐 넓은 공간에서 벌이는 공연은 주로 손목밴드를 이용했다.
한 시즌의 같은 공연도 지역이 달라지면 공연의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나는 참 부지런히도 다녔다.
물론, 나 정도를 극성스러운 빠로 보기엔 부족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전국 투어도 모자라 해외 공연까지 다녀오는 경우도 보았다. 돈만 있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을 같이 겸비해야 한다. 복받은 사람 같으니!

스카치 테이프는 나중에 끈적이게 될 수가 있어서 매직테이프로 붙였다.
그래서 좀 덜 이쁘다.
삼각형 모양의 테이프 틀은 많지가 않아서 다 쓸 수가 없었다.
기억나는대로 관련 공연 날짜와 간단한 정보를 적었다.
꽤 오랫동안 공연을 몰래 다닌 터라, 언니한테 들킬까 봐 표를 찢어 없애기도 하고, 직장 동료에게 맡겨둔 채 못 찾아온 것도 많다.
그랬다는 걸 이 책을 정리하다가 떠올랐는데 수년이 지났지만 분노지수가 마구 상승했다.
그렇게 바보같이 눈치보며 살았다니!
이제는 그렇게 알라바이를 만들어가며 몰래 공연을 가지는 않지만, 자랑하며 소문내며 다니지도 않는다. 여전히 우리 집에서 이런 나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크랩북은 앞으로도 계속 채워질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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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4-2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해요!
저는 버리지는 못하고 상자에다 쳐박아뒀어요 ㅎㅎㅎ

마노아 2011-04-28 20:46   좋아요 0 | URL
헤헷, 그래도 휘모리님은 모아두긴 했군요. 버리긴 아까워요. 게다가 비싸서리..ㅎㅎㅎ

무스탕 2011-04-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만 생각해도 공장장님이 마노아님을 알것 같아요. 이젠 공연에 마노아님이 안보이면 섭섭해 하실걸여? ^^

마노아 2011-04-29 12:41   좋아요 0 | URL
앞자리 사수를 잘 못해서 과연 내 얼굴을 알까 싶어요.
그래도 얼핏얼핏 지나친 얼굴로 기억하지 싶기도 하고요.
게시판에 글을 많이 쓰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아마 충분히 기억할 텐데, 그러진 않거든요. 여기서만 이승환 얘기를 하네요.ㅎㅎㅎ

버벌 2011-04-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 다른 말이 필요 없네요. 그냥 우와아~

마노아 2011-04-29 23:49   좋아요 0 | URL
헤엣, 저의 소중한 재산이에요.^^
 
The Black-Photo album (ver.3.0)/ 내지가 블랙 앨범 - 05 yellow

평점 :
절판


 앞서 주문에서 두 번이나 품절 사태를 겪고 겨우 받은 앨범이다. 내지가 검은색이어서 답답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깔끔하고 접착 비닐을 붙였을 때 공기도 잘 안 들어가서 단정했다. 만족도가 이렇게 좋을 줄 알았더라면 하나 더 주문했을 텐데... 

 

 최초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열두 살 때였다. 자발적으로 찾아간 첫번째 전시회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간 sicaf였다. 내 인생 최초의 콘서트는 이승환의 '세기말 날리 부르스'였고, 발레 공연은 스무 살 때. 뮤지컬도 이십 대 초반이었다. 내가 갔던 모든 공연의 표가 다 남아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모아둔 편이다. 

컬투가 컬투 되기 전 컬서트 때 공연이 컬투 되었을 때 가본 공연보다 재밌었다.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를지 모르지만. 

야구장은 저때 딱 한 번 가봤다. 늦게 도착했지만 그날 경기 내용이 그닥 재미 없었고 승패도 좀 흐지부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라울 역을 맡은 배우가 음 이탈을 해서 분노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류정한 이었을지도 몰라...ㅎㅎㅎ

 

 고구려 전시회가 보인다. 마당 놀이도 두어 번 다녀왔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는데 두번째 갔을 때는 피곤에 쩔어서 졸다가 왔다. 뮤지컬 안악지애사의 주인공은 아마 엄기준이었을 것이다. 고구려 시대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 없었다. 처음으로 본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도 무려 수원까지 가서 봤지만 정말 재미 없었다. 오페라는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본 이후 고영빈에게 반해서 그가 나온 뮤지컬 등을 많이 봤다. 저 사진은 고영빈 어릴 적 사진이었던가? 아, 이젠 그것도 기억이 안 나네.  

우리 사진의 역사를 열다-는 무척 인상 깊었던 전시회였는데 다큐멘터리 상영도 훌륭했다. 그 다큐멘터리를 소장하고 싶었지만 판매용이 아니었기에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용이 가물가물... 의친왕 이야기가 얼핏 기억이 나다 말다 한다.

 

 같은 부서의 부장님이 고전 리코터를 부셔서 관련 음악회를 갔었는데 무척 좋았다. 리코더가 그렇게 큰 것에 놀랐고, 저렇게 다양한 소리가 나온다는 것도 놀라웠다.  

친구의 두 아이들과 울 언니의 두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두 일곱이 안데르센 전시회를 다녀왔었던 여름 날도 떠오른다. 그날 저녁은 피자헛이었지.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구매한 게 가장 많았고, 전시회의 만족도는 예술의 전당이 늘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연극 완득이는 어떤 면에서 원박보다도 좋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파격적인 노출 씬으로 사전 정보 없던 나를 많이 놀래켰는데 5월에 표를 오픈한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보았다.(아마도 메일에서) 화제의 노출이 아니어도 훌륭한 뮤지컬이니까 언제든 추천할 만하다. 

 

티켓이 몇 장 안 남았는데 앨범이 다 끝나서 접착 부분이 없는 종이 면에도 티켓을 붙였다. 

앨범은 총 15장으로 양면 30페이지다. 꽤 많은 티켓을 수납할 수 있다.(사진을 넣어도 깔끔하니 이쁠 것이다.) 

나는 옐로우를 샀는데 생각보다 탁해서 겨자색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어서 오렌지를 살 의향이 있다. 

티켓을 마지막까지 붙이니 더 이상 여백도 없다. 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번엔 품절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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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켓은 연연하지 않는편인데요~ 이렇게 잘 정리해놓으신걸 보니 또 움찔~하네요^^;
아, 분수를 알아야죠~리뷰라도 잘해야죠ㅋㅋ

마노아 2011-04-28 20:47   좋아요 0 | URL
어제 문득 나한테 수집벽이 있나 싶었어요. 이것저것 많이 모으곤 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스탕 2011-04-2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때도 말했지만 제 티켓들은 99.9%가 재활용 종이상자로 직행...;;
지금껏 갖고 있는건 뮤지컬 불의검이 유일해요 ^^

마노아 2011-04-29 16:05   좋아요 0 | URL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불의 검이에요.ㅎㅎㅎ
요새 산마로 노래 듣고 있는데 다시 들어도 참 좋아요.^^
 

1. 얼마 전에 친구가 내 증명사진을 보더니 눈이 짝짝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고서 사진을 보니 정말로 내 눈은 크기가 달랐다.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더 컸던 것이다. 유독 그 사진이 차이가 많이 나보였던 건 아닐까 싶어 집에 와서 다른 사진들을 보니 역시나 다 눈 크기가 달랐다. 세상에, 이걸 30년 넘게 모르고 살았네. 아무도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나도 몰랐고. 

(앗, 이미지 업로드가 되네!) 

(사진 펑!)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나는 손가락 길이도 다르다. 왼손은 피아노의 도에서 한 옥타브 위의 미까지 닿지만, 오른손은 레까지 닿는다. 아마 왼손은 주로 반주할 때 사용하니까 더 길어진 게 아닐까 싶다. 발도 분명 크기가 다를 것이다. 구두나 샌들을 신을 때 유독 한쪽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지금은 정확히 어느 쪽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오른발을 더 많이 사용했을 테니 왼쪽보다 크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귀걸이를 착용하는데 오른쪽에 끼울 때 더 아픈 것을 느꼈던 것이 생각났다. 왼쪽 귓불보다 오른쪽이 더 두꺼웠다. 어헛, 귀마저! 하고 자세히 보니, 귀를 뚫은 높이가 달랐다. 왼쪽이 좀 더 아래쪽이고 오른쪽 귀가 좀 더 위쪽에 뚫려 있어서 그런 거였다. 아, 이걸 귀 뚫고 10년이 더 지나서야 알아차리다니!! 

2. 지난 주에 만난 친구가 노래를 잘 하냐고 묻기에, 좋아하지만 잘 못한다고 말했다. 문득, 내 노래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까마득한 옛적에 노래방에서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녹음 상태도 안 좋고 반주 소리가 커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 목소리로 울리는 노래는 어떤 느낌일까. 마구마구 궁금해졌다. 

그래서 반주를 틀어놓고 헤드폰을 꼈다.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mp3로 녹음을 했다. 대 여섯 곡을 불러서 녹음을 하고는 엄니와 함께 개봉박두를 했다. 첫 곡이 나오는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 왔다. 이건 엄마와도 들을 수 없는 수준의 노래였다. 그동안 슈스케나 위탄 등을 보면서 쟤들은 왜 저렇게 노래를 못해... 하고 지적질 해오던 과거를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네들의 노래는 천상의 하모니였다. 난, 내 노래는... 아아... 지구가 멸망한다면 함께 사장되어야 마땅한 소음 덩어리였다.  

단 하나 장점이 있다면, 넘흐넘흐 웃겨서, 지독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일단 한 번 듣고나면 웃음이 빵 터지지 않을까. 하지만 지인에게 써먹을 수는 없다. 이 노래를 들려주는 순간 관계를 청산해야 할지도...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노래방을 안 간다거나, 설거지를 할 때 노래를 안 부르겠다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거고. 

3. 그런데 그 노래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간밤에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음악 전문가에게 내 노래를 들려줄 기회가 생겼다. 앞에 무수한 사람들이 이미 테스트를 받았고, 통과와 탈락의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받았는데, 하필 내 노래만 앞의 노래들과 다른 노래였다. 들어본 적은 있어도 불러본 적은 없는 노래였고, 무엇보다도 중간에서 자르지 않아 끝까지 불러야 했다. 내가 듣기에도 괴로웠다. 꿈에서 그 전문가는 내게 30점 만점 중 5점을 주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대략 16~17점? 나는 탈락했다.ㅠ.ㅠ  

 

4. 노래를 녹음하던 날 오랜만에 헤드폰을 사용했다. 몇 달 전에 쿠팡에서 할인받아서 산 줌리드 헤드폰. 그때는 이어폰이 한쪽이 안 들려서 고장난 줄 알고 주문한 거였는데 알고 보니 접촉이 잘 안 되어서 잠시 안 들렸던 것 뿐이다. 그 후 이어폰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오랜만에 헤드폰을 쓰고서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다 부르고 났을 때는 턱이 마비가 되고 팔에 쥐가 났다. 뭔 조화래? 하고 헤드폰을 머리에서 치웠더니 잠시 후 증세가 사라졌다. 아씨, 헤드폰이 머리를 너무 조여서 마비가 온 것이었다. 오래 전에 야구 모자를 오래 쓰고 있다가 턱에 마비가 왔던 것과, 강력한 수축성을 자랑하는 머리띠를 하고 있다가 역시나 마비가 왔던 기억이 스물스물... 진정 머리가 큰 것은 죄악일까. 

5. 어제는 수영장에서 고급반 대 중급반의 시합이 있었다. 고급반 샘이 제안한 것인데 상품은 소주 한 박스. 각각 아홉 명의 주자가 나가는데, 고급반에서는 키판 잡고 발차기만 해서 나가고, 중급반인 우리 반은 자유형으로 나가는 거였다. 

우리 측의 첫 번째 주자는 아직도 나를 귀찮게 하는 고삐리 녀석인데 이 친구가 평소 많이 산만하다. 언제나 설명할 때는 잘 안 듣다가 엉뚱하게 나가서 꼭 지적 받고 다시 하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나가는 그런 녀석. 어제도 그랬다. 1번으로 헤엄쳐서 나가는데 팔돌리기를 하지 않고 발차기만 해서 가는 게 아닌가. 그건 실력이 더 우수한 고급반 선수들에게만 적용된 규칙이었던 것을! 그래서 우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팔 돌리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서버린다. 아, 주먹이 우는 순간이었다. 다음 번 주자가 나였는데 반대편에 도착해서 녀석의 볼을 쭈욱 늘려주었다. 말할 때 제대로 좀 들으라고.  

첫번째 시합은 우리가 이겼다. 아무래도 발차기만 해서는 이기기는 무리. 옆반 샘이 다시 제안했다. 이번에 자기들은 배영으로 갈 테니 우리는 그대로 자유형으로 가라고. 

이번에도 아까 그 고삐리가 1번으로 나가기로 했는데 신호가 떨어지면 나가는 거라고 설명을 하고 있을 때에 그냥 출발해 버렸다. 아직 출발 아니었는데.... 결국 녀석은 끝까지 혼자 갔고, 우린 우리끼리 다시 시합을 시작했다. 덕분에 첫 주자로 나갔다. 건너가서 엉덩이를 차주고 싶었지만, 녀석은 다시 한 번 달려야 했으므로 참았다. 아, 주먹이 우는구나. 녀석이 수영 경력 10년 넘었다고 한 게 거짓말이 아닌가 보다.

두번째 시합은 우리가 약간의 차를 두고 이겼다. 고급반은 우리한테 이겨도 별로 폼 안 나고, 지면 모양 빠지는 시합이었다. 그렇다고 이겨서 아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진 것보다는 나았다. 그나저나 소주 말고 맥주로 안 되겠습니까아??? 

6. 어제는 로열 패밀리를 보면서 주문 세 번만에 겨우 받을 수 있었던 스크랩북을 정리했다.  

티켓을 정리하고 나니 얼마 전에 샀다가 작아서 낭패를 본 앨범이 비어서 거기에는 엽서를 붙였다. 엽서는 두께가 제법 있어서 일반 비닐 앨범에 넣으면 부피가 너무 커져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다른 미니 앨범이 또 생각이 났고, 내친 김에 사진을 좀 더 정리했다. 이미 꽉 채워진 앨범들은 그냥 두고, 듬성듬성 사진이 흩어져 있는 것들만 정리를 했다. 이름표까지 붙여 놓으니 마음이 놓이는 걸. 

 

 

7. 빨대를 이용한 팬플룻을 만드려고 어제 버거킹 갔다가 빨대 7개를 들고 왔다. 집에 와서 과학향기를 보며 따라 만드려는 순간, 필요한 빨대의 수는 8개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뿔싸! 하나가 모자라구나. 아쉬워라...  

 

 

8. 며칠 전에(왜 이리 며칠 전이 많은가!) 와인바를 다녀왔다. 와인을 마시려고 간 것은 아니고 공연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의 이두헌이 서래마을에서 운영하는 와인바 피노. 여기서 한 시간 반 분량의 이승환 공연이 있었다. 예매가 무척 힘들었는데 선착순 80명 중 73번째로 예매 성공한 나의 손가락에 경의를! 울 공장장님이 제공해 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고, 우리 테이블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기분 좋다며 맥주를 쏘셔서 맥주도 맛나게 얻어먹었다. 가는 길에 얼마나 헤맸는지, 돌아올 때도 얼마나 헤맸는지는 구차하니 적지 말자. 나는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만 가면 꼭 헤맨다.(물론, 거기서만 헤매는 것은 아니지만....) 

 

 

 

9. 어째 오늘의 이야기가 하나도 없구나. 오전에는 울적했는데 엄니가 해주신 부추전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은 맛있어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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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1-04-2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머리가 아파서 모자를 못 쓴답니다. 저 역시 충분히 머리가 크거든요. 제 소원 중 하나가 야구 모자 쓰고 미니스커트에 흰 티를 입는건데.. 집에 야구모자는 네개가 있답니다. 그 중 아무것도 제 두통을 낫게 하진 못 했어요. 슬픕니다. 지갑에서 예전~ 예전에 봤던 영화표를 발견했어요. 마노아님 처럼 모아볼가? 한 3초간 생각했나봐요. 지금은 쓰레기통에 있습니다. 저는 그냥. 가슴에 담을게요. 마음에 드는 것만. ㅡㅡ;;;;;

마노아 2011-04-28 20:48   좋아요 0 | URL
저두요. 게다가 사각 턱이라서 큰 사이즈의 야구모자라도 일단 쓰면 안 어울려요. 상콤하게 야구모자를 쓰고 싶어효!!
영화표는 올 3월부터 모으기로 결심했어요. 그 전에는 인상깊었던 영화 몇 장만 갖고 있었는데, 이젠 본 영화도 잘 떠오르지를 않아서 표를 모으기로 했어요. 가슴에 담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요..ㅜ.ㅜ

꿈꾸는섬 2011-04-2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저 엄청 웃으며 읽었어요. 대체 어머니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노래는 어떤걸까요? 또 수영장의 고삐리 어째 그리 산마할까요? ㅎㅎㅎㅎ
저도 오늘 아침에 부추전해서 아이들 먹이고, 저녁에 고추 썰어넣어 남편에게 주었어요. 부추전 너무 맛있어요.ㅎㅎ

마노아 2011-04-29 12:38   좋아요 0 | URL
엄마 앞에서도 보여줄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는 게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정말 민망하더라구요. 엄니가 듣다가 나가버리셨어요. ㅜ.ㅜ

전 김치전보다 부추전이 더 좋아요. 쑥 부침개도 좋구요~ 그치만 해물전은 힘들어요. 오징어 땜시롱...ㅜ.ㅜ

turnleft 2011-04-29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노래방 같이 가자고 해 봐야겠어요 :)

마노아 2011-04-29 12:39   좋아요 0 | URL
겁이 없군요! '충격과 공포'를 맛볼 수 있습니다. ㅎㅎㅎ

무스탕 2011-04-2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귀에 뚤린 구멍도 미묘하게 높이 차이가 있어요 -_- 그래도 다시 뚫는다거나 더 뚫을 생각을 안하고 살지요.
마노아님의 꿈은 참 리얼할때가 많아요. 어쩜 저렇게 구체적으로 꿈을 꾸실까..? ㅎㅎㅎ
다음에는 노래방 같이 가자고 해 봐야겠어요 :) 2

마노아 2011-04-29 12:40   좋아요 0 | URL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다시 뚫으면 괜히 구멍만 흉할 것 같아요.
뚫으려면 다른 데다 뚫어야죠. 그치만 더 뚫고 싶지는 않아요.

과거 고딩 시절 앞에서 노래 부르다가 노래 중간에 애들이 박수를 쳐버린 것은 그만 부르고 들어오란 의미였다는 걸 이제사 깨달았어요..털썩...ㅜ.ㅜ

마녀고양이 2011-04-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이 아닌 사람이 더 흔치 않을걸요?
그리고 노래방 녹음, 저도 제 노래 녹음해서 들었는데, 저두 결심했죠,
다시는 녹음하지 않겠다고. 그냥 노래만 부르겠다고... 흐흐.
이제는 수영의 초보를 확실하게 벗어나, 전문가로......... 너무 부럽습니다.
그리고 스크랩북 드디어 도착했군요. 위에 스크랩한 멋진 사진들 구경하고 내려왔습니다.

마노아님,,, 스크랩북 보면서요, 진짜 상큼하다, 그리고 진짜 여유있다고 부러워했습니다.
결론. 오늘은 이모저모 많이 부러워하고 갑니다. ㅋ

마노아 2011-04-29 23:26   좋아요 0 | URL
아핫,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모두가 짝눈이라고 생각하니 다소 위안이 됩니다.^^;;;
오늘 엄니께서 자신의 목소리도 녹음해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시금 얼굴이 빨개졌어요.
아, 민망한 순간을 잊기 어려워요.ㅜ.ㅜ
수영은 초보 딱지만 떼었어요. 여전히 자유영 하면 숨차서 죽을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물도 더럽더만, 물도 엄청 먹었어요. 어휴...ㅜ.ㅜ
제가 요새 일이 없어서 시간이 많아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어요.
애는 쓰고 있는데 사실 속은 만싱창이랍니다.
그러니 너무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버벌 2011-04-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토요일. 그러니까 내일 콘서트에 갑니다. 출연진이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제국의 아이들, W&Whale 그리고 이승환. 이네요 ㅎㅎㅎ 개인적으로 Whale을 보러가는 거지만 이승환도 잘 보고 오겠습니다.

마노아 2011-04-29 23:50   좋아요 0 | URL
뷰민라 가시는 거예요? 비가 많이 오는데 행사 계속 진행하나봐요.
이승환은 일요일에 출연해요. 저는 그래서 일요일에 간답니다.
내일 출연진도 참 좋으네요. 많이 즐기고 오셔요.^^

버벌 2011-04-30 23:35   좋아요 0 | URL
뷰민라?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카드회사에서 하는 홍보성 콘서트인데 팀장님이 주셨어요. 자신은 가지 않는다고. 웨일 보러 갔다왔어요. 움. 이승환님을 정말 생전에 처음으로 뵜어요. 역시나 황제답게 마무리를 장식. 버뜨. ㅠㅠ 뒤에 있는 약속때문에 두곡정도를 못 듣고 나왔어요. 아쉽 아쉽.

마노아 2011-04-30 23:44   좋아요 0 | URL
아핫, 신한카드 행사를 다녀오셨군요.
죄송해요. 서울 행사만 생각했어요.^^;;;;
버벌님 광주에 사시는군요.
거긴 비 안 왔어요?
울 공장장님이 비를 몰고 다니는 분인지라 행사만 나가면 비가 오더라구요.ㅋㅋㅋ
두 곡이 뭘까 궁금하네요. 제가 다 아쉬워요.^^
 

제 1333 호/2011-04-25


너무 날씬하면 더 일찍 죽는다?
여기 키가 163cm인 사람 다섯이 있다. 이들의 몸무게는 각각 46kg, 54kg, 65kg, 70kg, 75kg이다. 이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또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이 54kg이나 46kg인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75kg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대답할 것이다. 약간 마른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때 마른 몸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 Body Mass Index)’다.

BMI지수는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얻은 값이다. 이는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왔다. BMI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경도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BMI지수가 23만 돼도 주의해야 하고, 25를 넘으면 각종 질환 및 사망 위험이 1.5~2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BMI 지수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BMI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는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사람부터 비만에 속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범위다. 기존의 BMI지수 기준으로 봤을 때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셈이다.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의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을 연구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질이 다르다. 따라서 서양에서 개발한 BMI지수 기준을 한국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도 아시아인에게 맞는 BMI지수 판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강대희, 박수경 교수가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을 꾸렸다. 이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7개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대상은 한국인 2만 명을 포함해 114만 명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BMI지수와 사망위험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은 BMI지수가 25.1~27.5일 때였다. BMI지수 기준치로 본다면 경도비만 구간이다. 심지어 정상 체중에서 사망위험도는 경도 비만보다 높았다. 비만에 해당하는 BMI지수를 가졌다고 해도 사망위험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BMI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일 경우의 사망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배 정도 높았다. 초고도 비만일 경우 사망 위험이 2배가 넘을 수 있다는 경고와는 다르다. 이는 그동안 비만과 사망위험을 분석할 때 인종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비만한데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극심한 저체중’이다. BMI지수가 15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에 경우는 BMI지수 22.6~25.0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배나 높았다.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사망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키가 163cm인 사람의 몸무게가 63~73kg일 때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다. 앞에 소개한 5명 중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는 몸무게가 70kg(BMI지수:26.35)인 사람과 65kg(BMI지수:24.46)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뒤를 몸무게 75kg(BMI지수:28.23)과 54kg(BMI지수:20.32), 46kg(BMI지수:17.31)인 사람이 따른다.

키가 163cm이고,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은 약간 뚱뚱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BMI지수도 25를 넘어 비만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위험도는 다른 몸무게보다 낮았다. 우리가 너무 과도한 살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비만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같은 서구형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논의가 상업적 측면과 연결되면서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 없이 비만기준이 정리된 측면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소개됐다. 아시아인의 BMI지수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를 활용하면 BMI지수로 한국인의 비만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한국형 BMI지수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우리에게 꼭 맞는 지침을 갖고 똑똑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도움 : 유근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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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대로라면 난 장수할 거야.

따라쟁이 2011-04-28 17:59   좋아요 0 | URL
저도 장수는 불가...;;;

마노아 2011-04-28 20:48   좋아요 0 | URL
글을 제대로 안 읽었군요! 우린 장수족이 된다니까요.ㅎㅎㅎ

다락방 2011-04-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도비만 이라 어차피 장수는 불가;;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1-04-28 13:48   좋아요 0 | URL
동아시아인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우린 고도비만이 아니라 정상 범주예요.ㅋㅋㅋ

무스탕 2011-04-2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표를 믿고 몸무게를 조금 더 늘려야 겠어요. ㅋㅋㅋ

마노아 2011-04-28 13:4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너무 말랐어요. 좀 더 드셔도 됩니다.ㅎㅎㅎ

L.SHIN 2011-04-3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는 납득이 안 되네요..몇 키로만 살이 쪄도 혈액순환이 안 되고 몸도 무겁고..여러모로 힘들던데..-_-'

마노아 2011-04-30 23:0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건 한국인 체질을 적용시킨 것인데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장수한다니 기분은 나쁘지 않아요. 물론, 저 기준에서의 장수란 보통 사람들 눈에 보기엔 확실히 살이 찐 사람이지만요..ㅜ.ㅜ

루쉰P 2011-05-0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완전 오래 못 살겠어요. 살 찌워야 해요. 175 키에 74의 몸무게를 지니고 있으니 폭식을 통한 장수를 추구해야 될 듯 합니다. ㅋㅋㅋ

마노아 2011-05-02 16:28   좋아요 0 | URL
그 키에 그 무게면 딱 적당하네요. 살벌한 도전은 하지 마세요. ㅎㅎㅎ
 

제 1332 호/2011-04-25

슈퍼 농산물이 지구를 구한다!


학교에서 돌아 온 태연, 의기양양하게 커다란 화첩을 아빠 앞에 펼쳐놓는다. 정원 한 가운데 있는 분수에서 콜라가 콸콸 용솟음치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에는 햄버거와 치킨이 광채를 내며 매달려 있는 그림이다. 제목은 ‘유토피아’.

“어때요, 아빠. 대단하죠?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 1등 먹었어요. 저의 넘쳐나는 상상력이 드디어 진가를 인정받은 거죠. 쿠할할할”

“너의 모든 상상력이 먹을 것에서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은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사실 과학자들도 오래전부터 너와 비슷한 상상을 해왔단다. 그 결과 열매는 토마토, 뿌리는 감자인 ‘포메이토’나 잎은 배추, 뿌리는 무인 ‘무추’ 같은 세상에 없던 식물들이 만들어졌지.”

태연, 눈을 수박 만하게 뜨더니 아빠 앞에 넙죽 엎드린다.

“아바마마! 저에게 그런 식물을 만들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당장 전수해 주신다면 그 은혜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에고 에고, 또 오버 시작했다. 유전자 연구는 너처럼 단순한 호기심을 시험하는 게 아니라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연구야.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기후변화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경작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그런데 전 세계 인구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어 식량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 실제로 2010년에는 주요 곡물생산국마다 이상기후가 발생해서 곡물가격이 전년에 비해 70% 이상 오르기도 했단다.”

“어머나! 듣던 중 가장 슬픈 일이네요. 아빠, 그럼 어떡해야 하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위기의 순간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처럼 슈퍼농산물을 개발해내고 있단다. 먼저 농산물이 가뭄에도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ABCG40’라는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어. 식물은 물이 부족할 때 기공을 닫아 내부에 있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보호하지. 이때 기공을 빨리 닫게 하는 물질이 ‘아브시스산’이라는 호르몬이야. 이 아브시스산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가 ABCG40이지. 과학자들은 ABCG40의 기능을 왕성하게 해서 가뭄에도 시들지 않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곡식을 개발하고 있단다.

“요즘엔 땅 자체가 중금속에 오염돼서 농산물까지 못 먹게 되는 경우도 많다던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근처 땅이 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거기서 재배한 시금치까지 몽땅 뽑아버리는 걸 TV에서 본 적도 있어요.”

“그래, 맞아. 토양 오염도 문제야. 그래서 중금속에 중독되지 않고 오히려 토양 속의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AtABCC1’과 ‘AtABCC2’도 연구 중에 있단다. 이 두 개의 유전자는 중금속인 비소를 세포 속 작은 기관인 ‘액포’에 저장했다가 밖으로 내보내지. 액포는 다른 생체조직에 영향이 가지 않게 격리돼 있기 때문에 식물 자체에 악영향을 끼칠 염려도 없단다.”

“비소 말고 다른 중금속이랑 방사성 물질 오염도 없앨 수 있는 유전자 연구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태연이가 먹는 문제를 접하니까 엄청 진지해지는구나. 이 외에도 식물 자체를 튼튼하게, 어떤 병균이 들어와도 끄떡없도록 만들어주는 유전자 연구도 활발하단다.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가물었다가 홍수가 나는 등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리면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아 시들고 말거든. ‘AtTDX’ 유전자는 이럴 때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서 식물이 시들지 않도록 보호한단다. 또 ‘ABR1’ 유전자는 병원균의 증식 자체를 억제하고 유전자 ‘OSKAT’와 ‘CBL’은 염분이 있는 땅에서도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해주지.

“와~ 유전자마다 각각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지를 잘 밝혀내서 식물에 적용시키면 비가 오건 안 오건, 땅이 오염이 됐건 안 됐건, 심지어 병균이 몰려와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슈퍼농산물’이 탄생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곡물 수확량이 늘어나고 배고픈 사람들이 줄어들고 결국, 결국, 드디어, 드디어!! 제가 정말 원하는 ‘미친 듯 배부른 세상’이 탄생한다는 거죠!!!!”

태연,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포효한다. 그러더니 곧바로 정원으로 뛰어나가 버린다. 잠시 후 정원에 나가 본 아빠,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질 지경이다. 태연이 전지가위(가지치기할 때 사용하는 가위)로 나뭇가지들을 잘라 제각각 다른 나무에 붙이고는 테이프로 칭칭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감나무에 개나리 가지가 붙어있고 목련 줄기에 사과나무 가지가 붙어있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던 것!

“태연아~ 무슨 짓이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생명공학자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이 정도의 실험정신은 발휘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버지? 걱정 마세요. 동물실험은 좀 더 커서 시작할 테니까요.”

“무작정 잘라 붙인다고 목련에서 사과가 피겠냐!? 아이고 내 사과, 아이고 내 감~~.”

“나의 유전자 연구 사랑을 매도하지 마~~!!”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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