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친구가 내 증명사진을 보더니 눈이 짝짝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고서 사진을 보니 정말로 내 눈은 크기가 달랐다.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더 컸던 것이다. 유독 그 사진이 차이가 많이 나보였던 건 아닐까 싶어 집에 와서 다른 사진들을 보니 역시나 다 눈 크기가 달랐다. 세상에, 이걸 30년 넘게 모르고 살았네. 아무도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나도 몰랐고.
(앗, 이미지 업로드가 되네!)
(사진 펑!)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나는 손가락 길이도 다르다. 왼손은 피아노의 도에서 한 옥타브 위의 미까지 닿지만, 오른손은 레까지 닿는다. 아마 왼손은 주로 반주할 때 사용하니까 더 길어진 게 아닐까 싶다. 발도 분명 크기가 다를 것이다. 구두나 샌들을 신을 때 유독 한쪽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지금은 정확히 어느 쪽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오른발을 더 많이 사용했을 테니 왼쪽보다 크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귀걸이를 착용하는데 오른쪽에 끼울 때 더 아픈 것을 느꼈던 것이 생각났다. 왼쪽 귓불보다 오른쪽이 더 두꺼웠다. 어헛, 귀마저! 하고 자세히 보니, 귀를 뚫은 높이가 달랐다. 왼쪽이 좀 더 아래쪽이고 오른쪽 귀가 좀 더 위쪽에 뚫려 있어서 그런 거였다. 아, 이걸 귀 뚫고 10년이 더 지나서야 알아차리다니!!
2. 지난 주에 만난 친구가 노래를 잘 하냐고 묻기에, 좋아하지만 잘 못한다고 말했다. 문득, 내 노래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까마득한 옛적에 노래방에서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녹음 상태도 안 좋고 반주 소리가 커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 목소리로 울리는 노래는 어떤 느낌일까. 마구마구 궁금해졌다.
그래서 반주를 틀어놓고 헤드폰을 꼈다.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mp3로 녹음을 했다. 대 여섯 곡을 불러서 녹음을 하고는 엄니와 함께 개봉박두를 했다. 첫 곡이 나오는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 왔다. 이건 엄마와도 들을 수 없는 수준의 노래였다. 그동안 슈스케나 위탄 등을 보면서 쟤들은 왜 저렇게 노래를 못해... 하고 지적질 해오던 과거를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네들의 노래는 천상의 하모니였다. 난, 내 노래는... 아아... 지구가 멸망한다면 함께 사장되어야 마땅한 소음 덩어리였다.
단 하나 장점이 있다면, 넘흐넘흐 웃겨서, 지독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일단 한 번 듣고나면 웃음이 빵 터지지 않을까. 하지만 지인에게 써먹을 수는 없다. 이 노래를 들려주는 순간 관계를 청산해야 할지도...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노래방을 안 간다거나, 설거지를 할 때 노래를 안 부르겠다는 건 아니다. 그건 그거고.
3. 그런데 그 노래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간밤에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음악 전문가에게 내 노래를 들려줄 기회가 생겼다. 앞에 무수한 사람들이 이미 테스트를 받았고, 통과와 탈락의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받았는데, 하필 내 노래만 앞의 노래들과 다른 노래였다. 들어본 적은 있어도 불러본 적은 없는 노래였고, 무엇보다도 중간에서 자르지 않아 끝까지 불러야 했다. 내가 듣기에도 괴로웠다. 꿈에서 그 전문가는 내게 30점 만점 중 5점을 주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대략 16~17점? 나는 탈락했다.ㅠ.ㅠ
4. 노래를 녹음하던 날 오랜만에 헤드폰을 사용했다. 몇 달 전에 쿠팡에서 할인받아서 산 줌리드 헤드폰. 그때는 이어폰이 한쪽이 안 들려서 고장난 줄 알고 주문한 거였는데 알고 보니 접촉이 잘 안 되어서 잠시 안 들렸던 것 뿐이다. 그 후 이어폰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오랜만에 헤드폰을 쓰고서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다 부르고 났을 때는 턱이 마비가 되고 팔에 쥐가 났다. 뭔 조화래? 하고 헤드폰을 머리에서 치웠더니 잠시 후 증세가 사라졌다. 아씨, 헤드폰이 머리를 너무 조여서 마비가 온 것이었다. 오래 전에 야구 모자를 오래 쓰고 있다가 턱에 마비가 왔던 것과, 강력한 수축성을 자랑하는 머리띠를 하고 있다가 역시나 마비가 왔던 기억이 스물스물... 진정 머리가 큰 것은 죄악일까.
5. 어제는 수영장에서 고급반 대 중급반의 시합이 있었다. 고급반 샘이 제안한 것인데 상품은 소주 한 박스. 각각 아홉 명의 주자가 나가는데, 고급반에서는 키판 잡고 발차기만 해서 나가고, 중급반인 우리 반은 자유형으로 나가는 거였다.
우리 측의 첫 번째 주자는 아직도 나를 귀찮게 하는 고삐리 녀석인데 이 친구가 평소 많이 산만하다. 언제나 설명할 때는 잘 안 듣다가 엉뚱하게 나가서 꼭 지적 받고 다시 하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나가는 그런 녀석. 어제도 그랬다. 1번으로 헤엄쳐서 나가는데 팔돌리기를 하지 않고 발차기만 해서 가는 게 아닌가. 그건 실력이 더 우수한 고급반 선수들에게만 적용된 규칙이었던 것을! 그래서 우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팔 돌리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서버린다. 아, 주먹이 우는 순간이었다. 다음 번 주자가 나였는데 반대편에 도착해서 녀석의 볼을 쭈욱 늘려주었다. 말할 때 제대로 좀 들으라고.
첫번째 시합은 우리가 이겼다. 아무래도 발차기만 해서는 이기기는 무리. 옆반 샘이 다시 제안했다. 이번에 자기들은 배영으로 갈 테니 우리는 그대로 자유형으로 가라고.
이번에도 아까 그 고삐리가 1번으로 나가기로 했는데 신호가 떨어지면 나가는 거라고 설명을 하고 있을 때에 그냥 출발해 버렸다. 아직 출발 아니었는데.... 결국 녀석은 끝까지 혼자 갔고, 우린 우리끼리 다시 시합을 시작했다. 덕분에 첫 주자로 나갔다. 건너가서 엉덩이를 차주고 싶었지만, 녀석은 다시 한 번 달려야 했으므로 참았다. 아, 주먹이 우는구나. 녀석이 수영 경력 10년 넘었다고 한 게 거짓말이 아닌가 보다.
두번째 시합은 우리가 약간의 차를 두고 이겼다. 고급반은 우리한테 이겨도 별로 폼 안 나고, 지면 모양 빠지는 시합이었다. 그렇다고 이겨서 아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진 것보다는 나았다. 그나저나 소주 말고 맥주로 안 되겠습니까아???

6. 어제는 로열 패밀리를 보면서 주문 세 번만에 겨우 받을 수 있었던 스크랩북을 정리했다.
티켓을 정리하고 나니 얼마 전에 샀다가 작아서 낭패를 본 앨범이 비어서 거기에는 엽서를 붙였다. 엽서는 두께가 제법 있어서 일반 비닐 앨범에 넣으면 부피가 너무 커져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다른 미니 앨범이 또 생각이 났고, 내친 김에 사진을 좀 더 정리했다. 이미 꽉 채워진 앨범들은 그냥 두고, 듬성듬성 사진이 흩어져 있는 것들만 정리를 했다. 이름표까지 붙여 놓으니 마음이 놓이는 걸.
7. 빨대를 이용한 팬플룻을 만드려고 어제 버거킹 갔다가 빨대 7개를 들고 왔다. 집에 와서 과학향기를 보며 따라 만드려는 순간, 필요한 빨대의 수는 8개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뿔싸! 하나가 모자라구나. 아쉬워라...
8. 며칠 전에(왜 이리 며칠 전이 많은가!) 와인바를 다녀왔다. 와인을 마시려고 간 것은 아니고 공연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의 이두헌이 서래마을에서 운영하는 와인바 피노. 여기서 한 시간 반 분량의 이승환 공연이 있었다. 예매가 무척 힘들었는데 선착순 80명 중 73번째로 예매 성공한 나의 손가락에 경의를! 울 공장장님이 제공해 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고, 우리 테이블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기분 좋다며 맥주를 쏘셔서 맥주도 맛나게 얻어먹었다. 가는 길에 얼마나 헤맸는지, 돌아올 때도 얼마나 헤맸는지는 구차하니 적지 말자. 나는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만 가면 꼭 헤맨다.(물론, 거기서만 헤매는 것은 아니지만....)
9. 어째 오늘의 이야기가 하나도 없구나. 오전에는 울적했는데 엄니가 해주신 부추전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은 맛있어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