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기념할 만한 책을 한 권씩은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어떤 책일지는 두고 볼 일. 아무튼 완연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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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6월 05일에 저장

아기 소나무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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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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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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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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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따라할까봐요

마노아 2011-05-02 16:28   좋아요 0 | URL
에? 리스트에 추가시키는 것 말인가요? 다이어리에도 적고 있지만 가끔 누락되어서 이쪽이 제일 좋더라구요.^^
 
흑집사 캐릭터가이드북 - 그 집사, 집합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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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은 팬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캐릭터 가이드도 나왔다.
이미 책 속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다시 한 번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팬이라면 일단 관심은 갖고 볼 일.
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수확도 생기는 법.

인물관계도다.
엘리자베스의 엄마가 시엘의 고모라는 걸 왜 몰랐을까. 앞에서 고모님이 나왔던 건 기억이 나는데 엘리자베스 엄마라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고종 사촌끼리 약혼을 한 거구나.

타나카의 직분이 세바스찬보다 높다는 것도 이제사 알았다.
하는 일은 물론 차를 마시는 게 거의 다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사고 안 치는 유일한 사용인이다.
세일이 워낙 어리고 부모님이 일찍 결혼을 하셨기 때문에 선친이 돌아가실 때의 나이란 기껏해야 이십대였다는 게 신선했다.

악마이면서 집사인 세바스찬은 시엘과 맺은 계약관계에 따라 주종관계가 되었다.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이며, 그것을 준수하는 것은 집사의 미학.
그리고 계약 준수는 악마의 미학이다.
이중 미학으로 단장한 절대복종이야말로 세바스찬의 행동 이념.
악마이기 때문에 섭생과 휴식이 필요치 않은 세바스찬이지만, '미학'의 준수자로서 정확한 스케줄을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세바스찬의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50분이고 취침 시간은 새벽2시.
물론, 잠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스케줄을 짰을 뿐이다.
그의 하루는 온종이 시엘의 뒷바라지와 저택 사용인들의 사고 뒷처리지만, 어느 것도 부족함 없이 완벽을 기하고 있다. 이것도 물론 그의 미학!

각각의 캐릭터에게 질문을 던지고, 캐릭터의 입장에서 대답하는 고백의 시간!
독자가 파악하고 있는 성격들이 드러나지만 오홋!하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들도 간혹 나온다.
사용인들이 망가뜨린 집기들을 재구입할 때 세바스찬이 주머닛돈을 사용한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캐릭터 설정 러프집도 실렸다.
연재 시작 전 준비 과정에서의 스케치도 나온다.
흑집사 세바스찬 미카엘리스의 초기 캐릭터는 좀 더 꽃미남스러웠다.
머리 모양도 7대3 비율이어서 지금의 앞가리마와는 차이가 있다.
지금의 캐릭터가 훨씬 차가워보인다.
둘 다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쪽이 더 좋다.

연재는 월간 G판타지에 실었는데 그 잡지의 목차 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코멘트와 잡지 게재 당시의 표지 그림이다.
대개는 단행본에서 소개되었는데 몇몇 그림은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초기 표지를 빼고 새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코멘트는 마감을 할 당시 작가의 상태와 기분 등을 반영한다.
연재는 2006년 10월호부터 진행되었으니 4년 반이 지난 셈이다.

사실 책 한권으로 묶기엔 내용이 빈약하다.
그래서 팬심을 확인케 하는 이런 퀴즈들이 들어가 있다.
16문제 중 12문제를 맞혔다.
점수 계산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 써있질 않아서 나의 애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수치로 확인하지 못하겠다. 아무튼 100점 만점 중에 75점인 셈이나 난이도를 고려하면 그보다 점수는 좀 떨어진다. 내가 아주 빠는 아니구나.

캐릭터 점도 나온다.
의외로 잘 맞아 떨어진다.
몇몇 선택을 바꿔서 진행을 시켜봐도 마지막에 나온 결과는 내 생각과 맞아 떨어진다. 신기하다.

캐릭터 가이드는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희소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보면 나름 재밌고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좀 더 도움은 된다.
그러니까 내 경우 트와일라잇 제작기를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것마저도 보고 나니 이젠 철저히 12권만 기다려야 할 차례다.
물론, 그 사이 다른 팬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무척 농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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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아래 글 모두 읽었는데 비로그인 상태로 봐서 댓글을 안 달았어요.
잘 지내죠~~~ 벌써 5월이네요.
5월은 분주하고 돈 쓸 일이 많지만 그럼으로 행복해지는 푸른 5월 되시길...^^

마노아 2011-05-01 13:12   좋아요 0 | URL
우왓, 저의 5월 각오와 똑같아요. 돈은 많이 드는 달이지만 행복해질 5월을 기대해요.
오늘 벌써 한 해의 1/3이 갔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아찔했어요.
얼른 추스리고 이 5월을 누려야겠어요.
광주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며칠 뒤 개봉하는 것 같아요.
올해는 조금만 아파하고 그 의미를 더 생각하도록 해요.^^

2011-05-01 0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승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8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주강현 지음, 이규경 그림 / 보림 / 1995년 2월
평점 :
절판


주강현 씨가 글을 썼다고 해서 그림책이지만 뭐랄까, 보다 학술적인 느낌의 책을 상상했다.  

그런데 책을 펴는 순간 난감했던 것은 그림이었다. 

 

도저히 학술적인 느낌과는 어울릴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저 광활한 여백이라니, 말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설명할 것도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마구 실망이 밀려올 즈음, 나름의 반전이 있었다.  

뜻밖에도, 재밌는 거다. 

나무의 사계절을 보여준 뒤, 시집 장가가는 나무들로 인해 모두가 흥분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신랑 각시되어 마을 입구에 우뚝 서게 된 장승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앞에 마을 처녀 총각들도 큰절을 올리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시집 장가 가게 해주세요! 

올 농사 풍년들게 해주세요! 

아, 나라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하나... 중얼중얼... 소원이 너무 많은 걸! 

 

뒷부분에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읽는 장승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얼핏 험악한 얼굴로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해학적인 우리네 얼굴의 장승 사진도 반갑다. 

심슨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첫 장승은 전남 승주군 송광면 이읍리의 벅수다. 벅수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장승을 부르는 이름이다. 

두번째 사진은 전남 승주군 송광면 대흥리의 벅수다. 코가 높다라한 것이 오똑한 걸! 

마지막의 퉁퉁한 얼굴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 입구의 호법대신이다. 온갖 잡신들이 들어섰다가 호되게 놀라며 당장 도망칠 듯 부리부리하다. 

요새는 시골에 가도 축소된 도시 느낌이 나서 장승들이 잘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지키고 친근해져야 마땅한 우리 유산에 대한 반가운 그림책이다. 비록 절판되었지만 이런 시리즈를 접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제주도 장승 돌하르방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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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마노아님의 그림책 구경하러 왔잖아요.
역시..... 이쁜 사진이예요. 전 색상 이쁜 그림책이 넘 좋아요.
(그렇다고 구매하지는 않고, 대신 마노아님 서재 오기언니 서재 같은하늘님 서재에서 눈팅 열심히.. ㅋ)

마노아 2011-04-29 23:23   좋아요 0 | URL
처음에 그림이 너무 유치해서 실망했는데 보다보니까 정감도 가고 어린이 눈높이에 잘 맞춘 것 같아서 호감으로 변했어요.
제가 앞으로도 포토 리뷰 많이 쓸 테니 자주 감상하셔요~!

버벌 2011-04-2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역사를 좋아해요. 그리고 이런 토속신앙을 너무 좋아합니다. 솟대도 좋아하고, 정승도 좋아하고, 무당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잘 알지 못해서. 그게 문제입니다. ㅡㅡ;;

마노아 2011-04-29 23:48   좋아요 0 | URL
헤헷, 역사를 좋아하는 버벌 님이 근사해요. 솟대 참 멋져요. 솟대 박물관도 함 가봐야 하는데 계속 미루게 되네요.^^;;;

sslmo 2011-04-30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강현 님 좀 애정해요.
근데 그림만 보이고, 글이 없어 아쉽네요.
그림을 보니 괜찮을 듯 한데...절판이네요~ㅠ.ㅠ

마노아 2011-04-30 23:00   좋아요 0 | URL
글이 너무 적지요? 검색해 보니 장승 관련 어린이 책이 더 있나봐요.
서점에 가서 찾아보고 싶어요. 아님 도서관이나...
어른용 책은 너무 길고, 이보다 좀 더 내용을 보강한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흑집사 11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기다린 흑집사 11권. 주문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출시일이 변경되어서 체감 연체는 더 길었다. 아무튼 내 손에 들어왔다. 

10권을 보다가 알아차린 겉 껍데기와 속 표지의 차이를 이번에도 감상해보자. 

 

밉살스러운 여왕의 집사 그레이 백작이 표지를 장식했는데 속 표지에는 흑 구르메로 나온다. 탐미 정식이 투철한 세바스찬이 구르메를 한다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다.(세바스찬은 뭐든 잘 어울려!) 

 

속 표지는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이 장식했다. 해맑은 철부지 엘리자베스와 달리 모두들 한 인상 한다.  

세바스찬은 두 손을 모은 자세를 자주 취하는데 속지에서도 그런 모양새를 가졌다. 보통은 저기서 손바닥이 붙은 자세를 보여주지만... 

앞 이야기는 지난 이야기의 덧붙임 정도에 해당된다. 소설가 양반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친절하게 풀어주는데, 그 과정에서 지난 번 밀실 살인 사건의 진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인 다역을 해내느라 무척 분주했던 세바스찬의 코믹 연기도 이번에 발군이었다. 그 심각했던 장면의 이면에 이런 웃음 코드가! 

 

더구나 새롭지 않은 뉴(?) 페이스도 등장했다. 앞의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뱀의 피부를 가진 스네이크의 재등장이다. 늘 뱀이 말하는 것을 자신이 전달하는 것처럼 말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때 언급하는 이름이 계속 바뀐다. 오스카, 와일드, 워즈워스 등등... 영국 작가들 이름만 돌아가며 쓰는 것 같다.  

세바스찬처럼 턱시도가 어울리는 스네이크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해 봐야겠다. 

 

악마 주제에 천연덕스럽게 저런 말을 자주 뱉는다. 하지만 그는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시엘과의 계약 조건을 충실히 이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 조건들을 지킬 것이다. 팬텀하이브 가의 집사이자 악마의 명예를 걸고... 

 

새 이야기는 호화 여객선 위에서의 좀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두르잇 자작의 요상스런 포즈를 본편에서는 시엘과 세바스찬 버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좀, 웃기다.  

한정판으로 텀블러도 나왔는데, 팬시용품의 그림은 본편의 그림보다 지나치게 만화스러워서 크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내 입맛에는 2편 부록으로 나왔던 스티커 정도가 딱 좋은데 말이다. 가격도 그렇고. 암튼 12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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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1-04-3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11권이 나왔군요. 그런데 저 거대한 꼬치를 들고 있는 속표지는..ㅋㅋ

마노아 2011-04-30 23:01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나왔어요. 속표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커요.
그나저나 엘신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반가워효!
 
마오의 라스트 댄서 - Mao’s Last Danc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처음엔 제목이 '마오의 라스트 댄스'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나는 주인공 이름이 마오인가 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마오의 라스트 댄서. 여기서 마오는 중국의 마오쩌둥을 가리킨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주인공 리춘신의 자서전이 원작이 되었고, 작품의 캐스팅에 리춘신 자신이 관여했다고 한다. 

영화는 리춘신이 미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때는 1981년. 리춘신은 휴스톤 발레단의 벤 스티븐스의 눈에 들어 3개월 간 교환 유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 당에서는 자본주의의 사악한 기운에 물들지 말고 현혹되지 말라며 갓 미국에 도착한 그를 단속하기 바쁘다. 리춘신 역시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다짐을 해본다. 촌스런 양복과 촌스런 넥타이가 그의 다짐을 증명하듯 부조화스럽다. 

 

 리는 벤의 집에서 머물었는데 백화점에서 벤이 사준 옷이며 신발 등등이 부담스럽다. 자신의 아버지는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50불을 벌어들이는데, 벤이 그를 위해서 그날 하루 쓴 돈은 500불이 넘었다. 벤이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했는데 그는 나이만큼 연륜 있고 지혜롭게 대처했다. 여기 있는 동안만 쓰고 집으로 돌아갈 때 다시 돌려달라고.  

영화는 이렇게 현재를 보여주면서 그가 어떻게 발레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과거로 재차 점프한다. 

열한 살 어린 나이였을 때 그의 고향 산둥에 당에서 보낸 사람들이 도착한다. 발레 학생에 적합한 아이들을 고르는 자리였다. 눈에 띄지 못한 그는 잊혀질 뻔했지만, 어떤 마음이었는지 선생님은 그를 데려가보라고 추천한다. 몸이 유연했던 리춘신은 그대로 베이징 예술 학교에 입학해서 발레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체격도 작고 체력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평발이었던 그의 하루하루는 순탄치 않았다.

 

 위의 선생님은 리춘신 역을 맡은 배우의 친 아버지라고 어느 기사에서 본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 암튼, 감정을 배제한 채 당이 원하는 이념을 충실히 재연하기를 원하는 무대 위에서 선생님은 발레가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서 홀로 항변하다가 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선생님을 통해서 춘신은 자신이 뛰는 정도가 아니라 날아오를 수도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근성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와중에 중국을 방문한 휴스톤 발레단 벤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 그로서는 경천동지할 세상을 만난 것일 터. 뿐아니라 사랑도 찾아왔다. 연습하고 있던 발레리나에게 조언을 해주다가 그녀가 부상으로 다리 길이가 어긋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실제 리의 첫 연인이 그런 부상을 입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리보다 발레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두 사람의 앞날에 그림자를 지울 거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리는 영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실수들이 많았다. 본의 아니게 그의 엉터리 영화는 언어 유희가 되어서 관객을 즐겁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역의 배우는 낯이 익은데 어디서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외국인이어서 그렇게 보였던 것일까...

 

 리가 휴스톤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발레 공연 당일 돈키호테에서 배역을 맡은 이가 어깨 부상을 입은 탓이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벤은 단 3시간 만에 리를 완벽한 주역으로 만들었다. 뜨거운 환호와 갈채, 자신의 가능성까지 알아버린 리는 더더욱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당에서는 그의 체류 연장 신청을 거절했고, 그는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찾았고, 변호사는 그에게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정치적 망명이 가능하지만 권하고 싶지 않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랑하지 않는데 체류를 위해서 결혼하는 것도 역시 말리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리에게는 엘리자베스가 있지 않은가. 

 

변호사 찰스 포스터는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위기의 주부들에 나왔던 인물이 아닌가. 괜히 반가웠다.^^ 

리는 엘리자베스와 전격 결혼을 하고, 이것은 벤을 노엽게 만들었다. 리에 이어서 자신의 발레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보다 폭넓은 교류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리가 남음으로 정치적 이슈로 변하고 거기에 대한 제재를 받을 테니 말이다. 벤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리의 선택은 그의 가족뿐 아니라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휴스톤 발레단에게도 지독히 이기적인 선택이니까.  

하지만 또 리의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몰랐다면 모르되, 알았다면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돌아간다 한들 억압된 체제 하에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발레는 감정을 버린 메마른 춤사위가 될 것이다. 모두에게 나쁜 사람도 되지 않고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길이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이 정치적 난관 앞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들여다봐도 그렇고, 영화 '타인의 삶'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리는 남기로 결심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그는 날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운 가족을 만날 수도 없고 소식을 전할 수도 없다. 나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는 건 아닌지 늘 전전긍긍해야 했다.  

발레도 힘들었다. 그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 엘리자베스도 힘들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랑의 결과가 자신은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그녀도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했다.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 가기 힘든 운명이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진들은 대개가 실제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어서 무대 위에서의 완성도가 훌륭했다. 심지어 군무조차도 최고의 솔리스트들을 기용해서 만든 장면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남주인공보다 저 무대 위의 발레리나의 춤이 더 인상적이었다.

 

발레에 대해선 잘 모른다. 스무 살 때 신문에서 보았던 '해설이 있는 금요 발레'를 보러 국립극장을 찾았지만 선착순에 밀려 입장하지 못하고 뮤지컬 '킹 다비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와야 했던 게 첫 출발이었다. 그 후 몇 번을 더 실패하고 결국엔 갈라쇼를 볼 수 있었는데 그때 나왔던 남자 무용수의 역동적인 모습에 흠뻑 빠졌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실력파였는데 지금은 이름도 잊었다. 내가 알아차린 그때에 이미 유부남이라는 걸 알고서 관심이 급 식었는지도 모른다.  

리춘신 역을 맡은 발레리노는 보는 내내 유오성을 떠올리게 했다. 연기는 처음이었을 텐데 어색하지 않았고 배역에 잘 녹아들었다. 그의 청소년 시절 역을 맡은 이도 유명한 발레리노였고, 어릴 적 소년의 역을 맡은 아이는 체조를 한다고 한다. 모두들 몸으로 예술을 하는 이들이었구나.

영화를 보면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찬양으로 읽히기도 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비교하다 보니 표면에 드러난 것일 뿐, 그게 주요 메시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TV시리즈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에서 '미국적인 것'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곧잘 나오게 했다. 미국스러운 것들 중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도 물론 많겠지만,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적인 것들은 그가 누구이든지 그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걸 지지해 주는 모습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변호사 찰스가 그랬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자막에 보면 그는 이민법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고 리춘신과 같은 이들을 계속해서 도왔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리가 어떻게 그와 만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까지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특별한 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미국 땅에서 자유를 얻고자 하는 한 사람의 인물로서 그를 도왔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그 지역의 유명 인사가 아니었을지라도.

영화의 엔딩이 참 감동적이었다.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훌륭한 무대가 아닌 그곳 흙바닥 위에서, 생전 발레라고는 접해보지 못했을 사람들 앞에서, 그렇지만 누구보다 그를 만나고 싶어했고 그의 춤을 기다려온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춤사위.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다.  

역시 음악 영화와 춤 영화는 늘 나를 만족시킨다. 아주 가끔 예외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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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1-04-2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사다 "마오"인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영화가 아니라 공연 포스터인줄... 그나저나 카일은 완전히 할아버지가 되었군요... <쇼걸>... 아니 <섹스 앤 더 시티>까지만 하더라도 괜찮았었는데... 세월 앞엔 장사 없군요...
ㅠㅠ

마노아 2011-04-29 23:24   좋아요 0 | URL
아하핫, 때가 때인 만큼 오늘은 그 마오를 많이 떠올릴 거예요.^^ㅎㅎㅎ
카일이 쇼걸과 섹스 앤 더 시티에도 나왔군요. 제가 본 건 위기의 주부들 뿐이네요.
그래도 저 정도면 분위기 있게 나이 든 것 같아요.^^

pjy 2011-04-2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제목을 잘못읽은게 아니었군요~ 남주인공 이름이 '마오'인줄 알았는데요^^;
다양한 음악과 비보잉까지 춤에 열정적이신 엄마가 좋아할만한 영화네요~

마노아 2011-04-29 23:24   좋아요 0 | URL
오, 다양한 음악에 비보잉까지라니... 어머니 참 멋지십니다.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다락방 2011-05-0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춤영화인가 싶어 볼까 했었는데 중국영화라 좀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볼까 어쩔까 잘 모르겠어요. 마오쩌둥의 사진을 막 찢어버렸던 내용이 나오는 책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이 리뷰를 읽는 내내 겹치네요.

그나저나, '내가 알아차린 그때에 이미 유부남이라는 걸 알고서 관심이 급 식었는지도 모른다' 읽고 뿜었어요, 마노아님. 이건 마치 제가 임태경을 완전 애정하다가 결혼하는 순간 관심이 급 식은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그들이 유부남이든 결혼을 했든 총각이든 그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데 말예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 2011-05-01 23:05   좋아요 0 | URL
중국에서 제작했나 찾아보니 오스트레일리아 제작이네요. 영화는 꽤 좋았어요. 저는 추천이에요.^^
으하핫, 유부남 얘기 쓰면서 저도 다락방님과 임태경 생각이 났어요.
다락방님이 임태경에게 차가워질 때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저도 전적이 있었던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핫, 우린 늘 이러네요.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