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절판


제목은 몹시 구태의연하지만, 책 속 명화까지 식상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명화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고구려의 벽화, 고려의 불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아있는 작품이 압도적으로 조선 작품이 많은지라 조선의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물을 바라보는 옛 선비의 모습이다. 유유자적, 여유로워서 부러울 지경. 그림은 익숙한데 늘 책으로만 보아서 이 그림의 크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23.4X15.7이라면 꽤 작은 크기다.
눈앞에 갖다 놓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이다.

안견을 얘기할 때 몽유도원도를 얘기하지 않으면 섭한 법!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일본 덴리 대학에서 우리나라로 아주 짧게 전시회를 가졌었는데 이후 재공개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미어터지게 했던 그 작품이다.

왼쪽은 현실 세계를 그린 것으로 정면에서 본 것처럼 그렸고,
오른쪽의 도원 세계는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표현했다.
알고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비록 원본은 이제 보기 힘들지만, 복원품도 꽤 그럴싸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퍼뜩 떠오른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이정은 조선 3대 묵죽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칼에 오른팔을 다친 뒤부터 왼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왼쪽 그림은 이정이 82세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필시 왼손으로 그린 그림일 것이다.
경이로울 뿐이다.

조속이 그린 금궤도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알지의 탄생 설화를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청록산수화인데 푸른색과 초록색을 사용해서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그림으로 변신했다. 익숙한 수묵화의 느낌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상자가 걸려있는 모양새는 몹시 불안해 보이지만 그 아래 닭은 고고해 보인다.

김명국이 그린 달마도다.
몇번의 굵은 붓놀림으로 그림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그려냈을 것만 같다.
붓놀림을 최대한 줄이면서 몇 가닥 선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을 감필법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감필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김두량이 그린 삽살개
그림보다 어원에 더 관심이 갔다.
'삼사리'라고도 부르는 우리나라 토종 개인데 '삽살개'라는 말에는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털이 길고 머리가 커서 사자처럼 보이기도 해서 '사자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칼린이 여행갈 때도 꼭 동행시키는 삽살개가 떠오른다.
이국 얼굴을 한 그녀가 토종개와 절친이라고 생각하니 오묘하고 반갑다.

동물을 그린 민화다.
원숭이는 '잔나비'라고도 불리는데 한자의 '잔나비 원'자에 '성성이 성'자를 붙여 '원성이'에서 '원숭이'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았던 원숭이였기에 일본 사신이 선물로 바친 기록도 있다.
원숭이 그림에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자로 원숭이는 '후'자를 쓰는데, '제후'의 '후'자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새끼 원숭이를 안고 있는 어미 원숭이 그림은 대대손손 높은 벼슬을 얻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또 서유기의 주인공이 천도복숭아를 먹고 오래 살았던 까닭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하지만 내게 원숭이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법!

박제가가 그린 목우도다.
실학자로 널리 알려진 그가 사실은 그림 실력도 빼어났었다니...
이렇게 재주가 많으니 출신에 대한 서러움이 더 컸을 것이다.
박제가는 추사 김정희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림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근데 소가 많이 비대하다. 다리는 짧고...;;;

눈이 황홀해지는 그림이다.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 대련.
그림은 두개인데 마치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많지 않은 색을 썼음에도 눈에 띄게 화사하고 화려하다.

오른쪽 그림은 동 화가의 화접묘도.
고양이의 자태가 날렵하니 섹시하다.
고양이와 나비라니,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래서 고양이가 '나비'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렸던 걸까??

김수철이 그린 송계한담도
여백에서 오는 이 풍성함과 충만감이라니...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소나무 밑에서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는 다섯 선비의 팔자 좋은 인생이 마구 부러워지고 있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문자도다.
글자를 나타내는 그림인데 각각의 글자가 추구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공경할 제
두번째는 믿을 신
마지막은 충성 충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자는 信이지만, 그림으로는 悌자가 제일 예쁘다.

제목은 좀 모양이 빠지지만 책 만듦새와 표지는 잘 뺀 것 같다.
43쪽의 박스 안에 세한삼우를 잘못 표기한 것과 92쪽에 정조의 재위 기간을 1777로 잘못 표기(1776년이 맞다)한 게 옥의 티다.
언급하고 싶어서 표시해둔 그림이 세 장 더 있었는데 실수로 사진을 덜 찍어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면 좋겠다.

작년에 읽은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이 떠올랐다.
이 책을 친구의 아이들에게 어린이 날 선물로 주려고 구입을 했는데, 작년에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을 그 집에 보냈던 게 생각이 나버렸다. 이 책은 다른 집으로 보낼 생각이다...;;;;
뭐, 덕분에 내게 공부가 되고 감상이 되었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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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어린이날 선물용이군요~~~~~ ^^

마노아 2011-05-03 14:39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선물 마련하느라고 요 며칠 빡세게 그림책 읽고 있어요.^^ㅎㅎㅎㅎ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지아이들 24
윤동주 외 지음, 최윤정 엮음, 한유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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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72쪽

내가 쓴 글자

문명래

내가
나 때문에
부끄럽고

내가
나 때문에
속상한 날은

눈 덮인
들판으로 달려가
시린 손가락으로
하얀 눈 위에
글씨를 쓴다

'하느님, 제가 또 그랬어요'-78쪽

눈 내리는 밤

강소천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82쪽

호수1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88쪽

우리 엄마

임길택

밭둑에 앉아
"엄마, 이 꽃 좀 봐요" 해도
꽃 볼 새 어딨냐며
뒤도 안 돌아본다.

엄마 눈에는
마늘과 그 옆의 풀들만
보이나 보다.

노랑나비를 보아도
표정이 없고
무당벌레를 보면
징그럽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떠나 산다.-104쪽

키 작은 아이

노여심

그 애를 쳐다보고 싶지만
쳐다볼 수가 없다.
부끄러워할까 봐.

그 애 곁을 지날 때마다
내가 앉아서
손을 잡아 주고 싶지만
그만두고 만다.
울어 버릴 것만 같아서

짓궂은 아이가
그 애를 불렀다.
"야, 숏다리!
너의 아빠도 난쟁이지?"
나는 덜렁 겁이 났다.

키 작은 아이는
씨익 웃고 지나갔다.
나는 그때서야 말을 했다.
"야. 같이 가자."-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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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에 꼭 만나야 할 100명의 직업인
한선정 글, 이동철 만화, 이규철 AZA 스튜디오 사진 / 조선북스 / 2008년 9월
절판


열 살이면 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직업군도 한참 많을 나이. 그리고 원대한 꿈을 눈치보지 않고 맘껏 품어볼 수 있는 나이.
그 아이들을 위한 직업 소개 책이다.

먼저 책의 구성을 보자.
100가지 직업을 15개로 분류해 놓았다.
음악과 춤이 좋아/미술이 좋아/책이 좋아/동물과 자연이 좋아/공부가 좋아
컴퓨터가 좋아/방송이 좋아/영화가 좋아/운동과 여행이 좋아/남을 돕는 게 좋아/
사회가 좋아/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디자인이 좋아/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아/경제가 좋아

각각의 인터뷰 대상자에게 10살 때 꾸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었다.
자신이 품은 꿈을 이룬 대상은 25%에 이른다.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를 짧게 소개하였고
그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도 물어보았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기본적으로 밟게 되는 공부 코스도 간단히 알려준다.

호기심 해결 코너에서는 그 직업에 대해서 갖게 되는 궁금한 점을 소개했고,
어떤 어린이에게 이 직업이 좋은지,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눈길 끄는 직업들을 몇 개 짚어보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저작권 에이전트'였다.
소개된 이구용 씨는 1998년 독일의 한 저작권 에이전트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다음날 노벨문학상 발표가 났다.
그리고 그 에이전트과 관리하는 주제 사라마구가 상을 받아서 국내 작품에 대해 독점 관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막힌 우연과 운이다.
날마다 쏟아지는 책들에 거의 깔릴 것 같은 사람일 것이다.
좋은 책이지만 출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책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번역비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책 속에 담긴 사진 등의 저작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서 출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은 2008년도에 출판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언급된 '세기의 편지들'은 출간되지 못했나보다. 판권 문제가 빨리 정리되었으면...

번역가 편의 일러스트가 재밌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거짓말 잘하고, 약속 안 지키고 목소리 큰 사람이란 뜻인데, 풀어쓰자니 너무 길고, 이걸 한 단어로 압축할 단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찾아낸 단어 '정치인'
아, 기막힌 번역이건만 씁쓸하다. 더군다나 아이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면 말이다.

한 권의 책을 번역할 때 보통 우리 말로 세 번 정도 옮긴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이는 김주경 씨인데 프랑스어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는 초벌번역, 두번째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장을 고치는 단계, 그리고 세번째는 소리내어 읽으면서 매끄럽게 다듬는다고 한다.
전문 서적을 번역하기 위해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더해주어야 하니 번역가들의 교양 수준은 어마어마할 것 같다. 동시 통역가들도 비슷할 듯.

동물 조련사 편에서 고래를 구분해 주었다.
돌고래처럼 이빨을 가진 이빨 고래, 이빨 대신 수염을 가진 수염 고래.
돌고래는 숨 쉬는 데 필요한 콧구멍이 한 개이고, 수염 고래는 두 개란다. 어머나, 신기하다.
수염 고래는 크릴 새우를 좋아하고, 돌고래는 생선, 새우, 문어, 오징어 등을 먹는데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고 한다.
돌고래의 식성이 생각보다 육식스럽네.

프로게이머가 명심해야 할 일로 꼽아준 대목 중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프로 게이머뿐 아니라 어떤 직업군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념할 부분이다.
또 세번째로 지적한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단지 게임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덤빌 직업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겠다.

성우 편에서 실린 일러스트인데 무척 재밌다.
최수진 씨의 실화인가보다.
상대 성우는 정말 감정 잡기 힘들었을 듯.
내가 좋아하는 성우 강수진 씨가 문득 떠올랐다.^^

쇼핑 호스트 편의 호기심 해결에서 홈쇼핑에서 팔 수 없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약이나 술, 담배 그리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상품은 팔 수 없다고 한다.
뭐 이건 당연한 거고...
분유 또한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아핫, 그랬구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은 제대로 안 만들면서 말이지....;;;;;;

건축가 문훈이 소개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물 세 개다.
프랑스 대사관, 폐광촌, 소쇄원
소쇄원 밖에 보질 못했다.
소쉐원은 누구라도 손 꼽을만한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 사진을 찾아 보니 지붕 처마가 한국의 정자 느낌을 갖고 있다. 신선하다.

도시 건축가 승효상 씨는 제일 좋은 건축 재료를 시간이라고 꼽았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도시들이 오랜세월을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보면 서울은 지나치게 인위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사가 깊은 것에 비해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긴 좀 힘들지 싶다. 아쉽다.

파티시에 편에서 몇 가지 빵의 유래를 소개했다.
베이글과 크루아상, 카스텔라였는데 베이글이 독특하다.
오스트리아가 터키와의 전쟁에서 불리해지자 폴란드에 구원병을 요청했고, 폴란드 기마병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등자 모양의 빵을 만든 것이 베이글의 시초라고 한다. 베이글이 딱딱한 것도 같은 이유일까? ^^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인데 글밥이 많아서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한 자리에서 다 읽으면 지치기 쉬우므로 관심가는 직업군부터 골라서 읽어보는 게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직업을 만나보면 꿈을 조각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고, 몰랐던 직업이지만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소개받아 즐겁기도 했다.
특히 문지애 아나운서의 입사 면접 때의 발언이 뭉클하다.

"지름길을 찾지 않았습니다. 늦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죽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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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0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진 업로드 기능에 문제가 있나 보다. 추가했던 사진 한장이 엑박으로 나오더니 글 올리자 사진이 날아가면서 같이 썼던 글도 날아갔다.
이렇게 황당할 데가...ㅜ.ㅜ

pjy 2011-05-02 17:24   좋아요 0 | URL
해결이 언젠가 되겠죠~에휴휴~ 여행기를 쓰긴 썼는데 이미지땜에 천천히 올릴려고 생각중입니다^^;

마노아 2011-05-02 20:37   좋아요 0 | URL
그나마 하나가 날아갔으니 무시하고 올렸지, 다 날아갔으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했을지...;;;;
pjy님은 천천히 올리셔요. 여행기에 이미지가 없으면 안 되죠.^^
 

제 1338 호/2011-05-02
 

국내 통신사들이 앞다퉈 LTE를 통한 4세대 통신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011년 7월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LTE 상용 서비스를 실시하고 2013년까지 전국 82개 도시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8월에 서울을 포함해 부산, 광주에서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2년 상반기까지는 전국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가 최근 8,500억 원을 LTE망 구축에 투자할 방침을 밝혔고 SK텔레콤도 약 7,000억 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통신사들이 LTE 서비스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이유는 뭘까. 그동안 부족한 줄 모르고 사용했던 통신망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순식간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가입자는 2011년 말까지 최소 2,000만 명, 2012년에는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각 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이로 인한 트래픽 증가율은 현재 각 통신사가 보유한 이동통신망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트래픽(traffic)이란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2011년 1월 5,496TB(테라바이트, 1TB=1,024GB)였던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2012년 말 4만 7,913TB로 8.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사용자들은 3세대 이동통신망이 제공하는 느린 속도에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스마트 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낸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들 역시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해법이 바로 4세대(4G)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이다.

LTE는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3세대 이동통신(3G)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현재 LTE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73Mbps(Mega bit per second, 1초당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로 700MB 용량의 영화 1편을 1분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다. 3G일 때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5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앞으로 LTE는 더욱 발전해 2013년엔 1Gbps(Giga bit per second)의 다운로드 속도와 500Mbps 업로드 속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LTE는 3세대 이동통신과 4세대 이동통신의 중간에 해당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3.9세대 이동통신(3.9G)이라고도 한다. (주1)

LTE 도입은 단순히 통신망 부하를 해결하는 것 이상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지금의 3G망보다 5배 이상 빨라지는 덕택에 기존 이동통신에서 불가능했던 여러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4G 통신망에서는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내려 받거나 입체 영상을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한 대표적인 대용량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아이온도 가능해진다. 이런 서비스는 모두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 기존 3G 통신망에서는 사용이 어려웠다.

원래 LTE와 와이브로(WiBro)는 4G 이동통신을 두고 치열한 표준 경쟁을 벌였다. LTE는 유럽의 통신업체가 주도해 개발했고 와이브로(WiBro)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주축이 돼 개발한 방식이다. 국내에서 KT가 적극 투자에 나섰던 WiBro 진영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이나 러시아의 요타 등 주요 사업자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1년 현재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중소 사업자들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LTE는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에서 진화되고 기존의 네트워크망과 연동할 수 있어 기지국 설치 등의 투자비와 운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010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 70개국 180개 사업자가 LTE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2009년 처음 LTE를 도입한 북유럽 최대 통신사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는 현재 스웨덴 25개 주요 도시, 오슬로를 비롯한 노르웨이 4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가입자가 1억 명에 이르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 역시 4G 서비스를 조기 상용화해 아이폰을 서비스하는 경쟁업체 AT&T에 밀렸던 판세를 단번에 뒤집겠다는 태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1위 통신업체 NTT도코모가 2010년 12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LTE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공격적인 LTE투자에 나설 전망이어서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인한 망 과부하는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2011년 하반기 4G가 일반화되면 무선 데이터 속도에 대한 불만이나 끊김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의 세대구분*
이동통신에서 3세대(또는 3G)니 4세대(또는 4G)니 하는 세대구분은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이 주관한다.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다. 네트워크의 전송속도에 따라 음성, 문자, 영상, 동영상 등의 통신서비스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의 3세대(G)는 흔히 말하는 IMT2000이다. ITU는 144K~2Mbps 전송속도를 3G 이동통신으로 규정했다. KT의 ‘SHOW’ 서비스나 SK 텔레콤의 ‘T’ 서비스가 바로 대표적인 3G 서비스다.

4G는 IMT2000을 넘어선(beyond IMT2000) 기술을 말한다. 정지 중에는 최소한 1Gbps, 이동 중에는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ITU가 규정한 4G 서비스로 인정을 받게 된다. WCDMA에서 진화한 3G LTE의 초기 버전과 국내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등이 4G 이동통신 기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LTE는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73Mbps 수준이기 때문에 3.9세대 이동통신(3.9G)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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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스마트 폰의 보급의 발달로 새로운 통신망이 생기고 여전히 세상이 정신 없이 변화를 하는군요. 인간도 3G의 인격, 4G의 인격 등으로 얼른 얼른 업 그레이드가 되어야 하는데 사물의 발달에 비해 인간의 인격은 여전히 삐삐보다 더 못한 발전 속도를 자랑하고 있으니...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철학적인 내용을 댓글로 달고 있는지...

마노아 2011-05-02 16:29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랐어요.
전 아직 스마트폰 비사용자거든요. 지금 쓰는 휴대폰을 바꾸게 되면 아마 저도 스마트폰을 쓰게 될 테지요.
그때까지 가격이 팍팍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 댓글...ㅎㅎㅎ

루쉰P 2011-05-02 17:22   좋아요 0 | URL
저도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으나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어요. 가격 떨어지면 꼭 사세요. 저도 철학적이지는 못 해용. ㅋ

마노아 2011-05-02 20:36   좋아요 0 | URL
이동 중에 인터넷 검색이 급할 때가 있어서 그때마다 스마트폰이 아쉽긴 해요. 그치만 아이패드를 본 이후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버벌 2011-05-0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스마트폰 비사용자입니다. 싫어서가 아니라. 가지고픈 폰이 아직이라서. ㅡㅡ;;; 아이팟을 사용하는데 그닥 스마트폰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어요. ㅎㅎㅎㅎ

마노아 2011-05-02 20:36   좋아요 0 | URL
아이팟이 있으면 굳이 스마트폰까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아이패드2가 눈에 아른거려요...(>_<)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등... 온갖 기념일이 가득한 5월. 

주머니는 가벼워지더라도 미소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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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싸고 달달해서 좋아요~ 몇개 더 구입하려고 땡스투!^^

마노아 2011-05-02 17:00   좋아요 0 | URL
울 언니가 추천했는데 순오기님도 이미 드셔봤군요. 저도 믿고서 구입!

버벌 2011-05-0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좋은가요? 그럼 저도 저도. --> 따라쟁이.

마노아 2011-05-02 20:37   좋아요 0 | URL
하하핫, 다같이 시식회를 해야겠네요.^^ㅎㅎㅎ

버벌 2011-05-03 16:46   좋아요 0 | URL
구입하고 말았어요. 푸핫~ 책과 함께 담았는데... 언제 올런지. ㅠㅠ 지방은 이게 안 좋아요~

마노아 2011-05-03 17:02   좋아요 0 | URL
하핫, 벌써 지르셨군요. 시식하시면 맛에 대한 평가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