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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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그 파격성과 시니컬함과 오덕후스런 모습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그때만큼의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수십 년 전의 사건으로 역사책에서 접한 것들이 아닌, 바로 금년, 작년, 재작년에 피부로 올곧이 느꼈던 시사적 사건들을 갖은 패러디와 유머와 속내캐기로 들여다보자니 영 입맛이 쓰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젠 그런 것에 기뻐할 단계는 아니지 않던가. 보다 진보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그런 정치 환경과 풍도를 보고 싶을 뿐이다.  

속상한 것은 속상한 것이고, 웃긴 건 또 웃긴 것! 만화가 주는 위대한 힘을 살펴보자. 

 

영화 놈놈놈을 패러디 했다. 충청도 웨스턴 편이었는데 제목 밑의 인물 소개에서 빵 터졌다. 그래도 앞의 두 사람은 충남 출생이라도 했건만, 뒷분은 할아버지 묘가 있을 뿐. 충청도 총리 카드는 가카께서 연출한 것들 중 그나마 가장 머리를 잘 쓴 경우 같다. 성난 민심을 달랠 잠시 잠깐의 카드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도 좋은 놈의 위치에 계실 수 있을런지...;;;; 

 

아, 엄청 웃었다. 실제로 TV에 나오면 절로 고개가 돌아가거나 채널이 돌아가는 반사신경이 작동하지만 이런 그림 속 희화된 가카는 제법 큰 웃음을 주신다. 빵셔틀이란 건 오해입니다! 친구입니다!라니, 실컷 웃다가도 울고 싶어진다.  

 

서울과 베네치아를 비교해 주었는데 그림을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냥 제낄까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나도 저렇게 엉덩이를 빵 차주고 싶을 뿐! 

 

 

최고로 많이 웃은 이야기였다. 오바마와의 회담에서의 동상이몽을 전래동화로 각색했다. 오바마는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F자를 펼쳐보였는데 우리의 가카께서 자동차 재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반응하였고, 세 개의 손가락을 들어 300명의 군사를 아프간에 파병할 수 있겠냐고 묻자 가카께서는 네 개의 손가락을 들어 400명을 더 보낼 수도 있다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오바마 측 판단. 다음은 우리의 가카 버전이다. 골프채 모양 손동작에 카트는 내가 몰 수 있다고 답하였고, 손가락 세 개로 세종시 문제를 걱정하자 손가락 네 개로 4대강 외에는 아웃오브 안중이라 답하셨다는 것이다.  

세종은 자주 나오는데 영어로 three bells라고 써놓아서 세종대왕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런 가카의 지혜에 탄복하여 천하가 그를 가리켜 '굴로벌호구'라 칭송하였다나 뭐라나... 

 

크리스마스 캐롤 버전이다. 미래의 크리스마스 혼령에 의해서 다녀온 가카의 묘비명이 압권이었다.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보시라. '2MB The Fool' 지극히 간단 명료하다. 게다가 꿈에서 깨어난 가카의 달력 날짜가 무척 고무적이다. 순식간에 시간을 뛰어넘어 가카께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시간이 후다닥 닥쳐왔으면 좋겠다. 

 

작년 여름에 영화 인셉션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니, 놀란 감독의 천재적 연출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그걸 이렇게 표현해낸 굽시니스트의 감각도 만만치 않게 천재적이다.  

비행기 안에서 잠든 이들의 꿈을 보시라. 원고 다했다가 최고의 꿈인 굽시니스트, 몸값 상승을 기대하는 민노당과 국민들의 구원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민주당과 가카 만세를 외치는 한나라 당까지. 서로의 동상이몽을 깨부수기 위해선 킥 외에 방법이 없다. 그나저나 그 밑에서 림보 중이신 가카. 영원한 무의식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계심을 알고나 계실지... 

 

이 그림은 무척 마음이 아팠다. 다섯 살 훈이가 던져주는 저 급식과, 바닥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대비가 서럽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란 결국 저 아이들을 저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런지...... 

아무래도 시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이 있었던 바로 그 직후에 보았던 것만큼 감동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사 인 만화 때문에 시사인을 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일 터!  

2009년부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워낙 많은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 바쁜 형국에 한발자국 뒤쳐지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새로운 사건으로 금세 덮이고 마는 시사적 사건들을 되짚어 보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훌륭한 교과서다. 지루하거나 딱딱할 틈이 없는 교과서. 

책을 내면서 덧붙인 뒷장의 이야기들도 무척 눈길을 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감정을 더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인다.  

미국이 폴란드를 MD(Missile Defenec, 미사일 방어체제)에 끌어들인 건 러시아를 펄쩍 뛰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친 러시아의 침탈이 낳은 폴란드 사람들의 반러 감정은 폴란드로 하여금 아주 즐겁게 미국과 손을 잡게 만들지요. 정말 이 정도 악연으로 엮인 이웃나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러시아와 폴란드는 1천 년에 걸쳐 악감정을 쌓아왔습니다.
가톨릭의 폴란드와 정교회의 러시아는 동방의 패권을 놓고 건국 이래 계속 싸워왔으며 한때 폴란드가 강성할 때는 모스크바를 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폴란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 의해 분할당해 멸망하고, 바르샤바는 백 몇 십 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쇼팽이나 퀼리부인도 이 러시아 지배기에 태어났지요. 제1차 세계대전 결과 독립한 폴란드는 러시아 적백내전에 개입해 적군과 투닥거리며 공산혁명을 쓸어버리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이후로도 철저한 반공의 교두보 역할을 자임합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소련군에게 분할 점령당하며, 그 악명 높은 카틴 숲의 학살을 겪습니다. 이후 냉전기에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가 1980년대 바웬사의 자유노조 운동과 폴란드 출신인 교황 바오로 2세의 영험한 법력에 힘입어 다시 자유를 찾습니다.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러시아가 싫어할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아온 폴란드지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그루지야를 지원한다든가, 체첸 반군 지도자를 석방한다든가...... 러시아로서도 이런 폴란드를 어떻게든 살살 달랠 필요가 있겠지요. -116쪽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대목은 여기였다. 

틱낫한 스님 말씀처럼 분노라는 것은 그것을 계속 곱씹을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발산할수록 더 커지며 내 마음의 주인을 나에서 증오로 바꿔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해 짧게 분노하고 길게 슬퍼해야겠습니다. -152쪽 

 

가카의 임기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굽시니스트의 활약은 이 한 구너으로 멈추지 않을 듯하다. 가카 한 사람만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그의 붓질은 결코 마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은 웃음 뒤에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지만 어느 땐가는 그저 호탕한 유머로 승화될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지극히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 때를 기다려본다.

혹여 우리는 더 많이 분노하고 분개하라며 가르치고 세뇌당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무리 착한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좋을 수 없다는 얘기와 우리의 현대사가 외쳐온 '성장천국 복지지옥'의 문구도 서늘하게 머리와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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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이거 대박이네요!ㅋㅋ

마노아 2011-05-09 00:31   좋아요 0 | URL
놀랍지요? ㅋㅋㅋ
 
물고기 마음 - 루시드 폴 詩歌
루시드 폴 지음 / 안테나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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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루시드 폴의 공연을 갔던 적이 있다. 친한 언니가 표가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음유시인'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잔잔한 노래에 한껏 취해버렸다. 게다가 브라질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 듣는 노래인 것은 둘째 치고 처음 들어보는 언어의 그 낯설음이 주는 충격이 꽤 컸더랬다. 저렇게 낯선 언어의 노래를 어떻게 외웠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공연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회자하지 못했던 건, 돌아나오기 전에 언니가 결혼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날이 만우절이었다는 것이다. 난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고, 언니는 진심이었다. 세상에... 형부가 될 사람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늘 공연을 같이 다니곤 했는데 종종 데리러 와주던 사람이었다. 사귀냐고 몇 번 물었지만 번번이 친구라고 해서 난 정말이지 친구인 줄 알았다. 게다가 착하고 상냥하고 죽도 잘 맞고 해서 그럼 저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던 것이다. 어이쿠... 말 안 하길 잘했지... 거기까지 말했으면 그 다음부터 두 부부를 어떻게 보았을꼬. 그래서 그 날 받은 충격으로 인해 루시드 폴의 음악과 공연에 대한 감흥이 많이 옅어졌었다. 두 달 뒤 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 부케는 내가 받았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털썩... 

최근에 퍼즐을 맞추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내내 틀어놓았었다. 작년 방송을 많이 보았는데 '만지작'에서 '만지다'로 옮겨가는 고정 코너에서 루시드 폴을 자주 마주쳤다. 스위스 개그의 선두주자를 달리며 어설픈 유머를 구하사지만 이 사람 좋게 생긴 천상 순둥이 뮤지션이 편곡해내는 곡들은 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그 루시드 폴의 음악을 다시 오랜만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의 가사를 시집처럼 낸 책으로 인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에서 석사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이 스마트한 청년은 유학 시절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백석의 시와 마종기의 시에서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노랫말도 시를 닮았다. 아니, 그 자체로 시다. 난해하지 않고 속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낸 자연스러운 시.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몰래 사랑하는 까닭을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 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 할까.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물이 되는 꿈 

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별.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비.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산.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 빗물이 되는 꿈. 냇물이 되는 꿈. 강물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우리 말이 참 곱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주는 노래다. 물이 되고 꽃이 되고 씨가 되고 강이 되고 소금이 되고 내가 되는 꿈이라니.... '나'가 아니라 川이라니... 공학도에게서 나오는 이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에 부러움을 담뿍 느껴본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놓은 '국경의 밤'은 이제 고인이 된 루시드 폴의 친구를 생각하며 가사를 만나니 이국 땅에서 친구를 떠올리며 곡을 써냈을 루시드 폴의 젖은 마음이 떠올라 짠하기만 하다.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에서 왈칵 슬픔이 솟는다. 친구의 시간은 이 땅을 떠나던 그 때에 머물러 있고, 홀로 세월을 맞닥뜨리고 있다. 소년의 추억을 함께 간직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8분이 넘는 긴 트랙 '사람이었네'는 방송에서 들려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이틀 곡을 고집했다. 가사를 보니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떠올라서 또 다시 왈칵! 

사람이었네 

(......)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자본이란 이름에 세계라는 이름에 정의라는 이름에 개발이란 이름에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세련된 너의 파괴 
(......) 

'세상에서 나는 네가 제일 좋아'는 모든 가사의 문장을 다 붙여 썼다. 흡사 이상의 오감도가 떠오르는 연출이나. 가사는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애정을 과시하지만,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좋다고 할까 싶고, 이렇게 서로 좋다고 하니 젠장 부러운 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의 뒷표지에는 싱글 디스크가 하나 꽂혀 있다. 책의 제목인 '물고기 마음'과 '여기서 그대를 부르네' 두 곡이 담겨 있다. 딱 루시드 폴다운 감성의 노래들이다.  

나의 개인적 성향을 반영한다면 그의 노래는 지나치게 잔잔하고 조용해서 때로 지루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가 표방하는 '치유의 음악'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음색이, 노랫말이 있을까 싶다. 물리적인 약 대신 심리적인 약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대로,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명약 제조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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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0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발의 타이밍을 앞서가서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말했고 그 뒤의 사태는 일파만파...질투쟁이에 소심쟁이인 그녀는 저에게 왠만하면 연락하지 않습니다^^;
이 가시내야! 별생각없다매!! 친구래매!!!

마노아 2011-05-06 21:2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가시내야!하며 덤비기엔 우리가 나이 차이가 좀 있습니다.ㅎㅎㅎ
암튼, 그 간발을 겨우 피했어요. 휴우..ㅎㅎㅎ
 
셜록 2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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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권교정 작가가 그려내는 셜록 2권이다. 연재분이 비교적 축적되어 있었던 까닭에 1권과 2권의 출간 간격이 짧았다. 3권부터는 마음을 비워야 될 거라고 미리 짐작해 본다.^^

먼저 초판 한정 부록부터 보자.

신부 이야기 때도 이런 걸 받았는데 이번 엽서는 불투명한 재질이다. 뒤쪽도 똑같은 그림이 좀 더 옅은 빛깔로 비춰보이는 그림이다. 재질이 두꺼워서 앨범에 붙여넣기는 좀 곤란하고, 좀 지나서 이런 부록들만 모아 수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앨범이든 스크랩북이든 그냥 상자든...

책 속 컬러 그림이다. 마차의 바퀴 그리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작가님이지만 모처럼 애를 쓰신 모양이다. 
귀부인의 손에 감긴 털 장갑? 하여간 저 방한 도구를 어릴 때 무척 선망했다. 소공녀 세라에서 세라가 하고 나왔는데 무척 따뜻해 보였고 고급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저런 식은 귀부인 마냥 손 쓸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나 유용하지 손으로 많은 것을 해야 하는 내게는 어울릴 것 같진 않다.

2권은 홈즈와 왓슨이 어떻게 만나서 한 하숙방을 쓰게 되었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 왓슨의 예비 신부가 물어보고 대답해 주는 형식으로. 어릴 때 읽었던 홈즈 시리즈에서 왓슨의 약혼녀 얘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결혼을 했었던가? 싶은데, 셜록 시리즈에서도 언급은 되지만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인물은 아닌가 보다. 

어릴 적 내가 읽었던 홈즈 시리즈는 언니가 읽던 책을 몰래 챙겨 본 거였는데 그래서 순서가 맞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보았기에 순차적인 흐름은 알 길이 없다. 

홈즈를 찾아와서 동료를 마구 헐뜯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친구가 없는 홈즈를 무척 안쓰러워 했지만, 실상 파악해 보니 그런 홈즈보다 더더더 친구가 없는 경감 자신이었다. 진심으로 홈즈는 눈앞의 사내를 측은하게 여겼다. 독자도 동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두 번째 사건 이야기를 해보자.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편을 의뢰한 인물은 복면을 쓴 채 등장했다 .물론, 그를 보자마자 홈즈는 그의 정체를 단박에 파악한다.

하핫, 그래도 왕인데 옷 차림이 좀 우스꽝스럽다. 복면을 써서가 아니라 망또 단추가 좀 그러네. 19세기 복장은 이런 걸까? 망또는 역시 로마 군인 망또가 쵝오!!

이번 이야기도 어릴 적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홈즈를 유일하게 이겨버린 여인네랄까. 의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빼돌리기 위해서 홈즈가 변장을 했고, 화재를 연출해서 가장 중요한 사진을 숨겨둔 장소를 알아차리던 그 내용. 마지막에 사진을 찾으러 갔더니 찾던 사진 대신 그녀의 사진이 있었던 결말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매우 미인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자태가 몹시 궁금했건만... 이런 좀 실망스럽다.

대단히 남성미가 느껴진다. 남성이 여장을  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입술이...ㅠ.ㅠ 권교정 작가님에 대한 나의 애정으로도 쉽게 미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뭐 아무튼, 사건이 매우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면서 몹시 궁금한 부분에서 뚝 끝났다. 3권을 오골오골 기다릴 차례다.

작품 후기가 재밌다. 바퀴가 네개나 달려 있다니 나랑 싸우자는 건가!에서 빵 터졌다. 하긴, 이렇게 동그란 것은 어떻게 그리는 걸까? 콤파스? 모양자 대고 그리시려나? 알 수가 없다. 꿈에서 내 친구는 신일숙 작가의 문하생으로 뽑혔다며 천안까지 통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일숙 샘이 일산에 살고 계셨던 게 아니던가? 뭐 그건 중요치 않고, 평소 친구가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전혀 몰랐던 나는 꿈속에서 감탄하고 놀라고 부러워하다가 깼다. 하핫, 셜록을 보고 잔 후유증으로 설마 신일숙 샘이 등장? 그 연결 고리는 설득력이 없지만, 이 작품 속에서 '전보'로 약속을 잡은 것처럼 꿈에서 친구가 합격 소식을 받은 것도 '전보'였다. 하핫, 좀 어이 없지만 재밌는 꿈이다.

아무리 절친이어도 홈즈와 왓슨처럼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죽이 척척 잘 맞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홈즈와 왓슨의 우정이 몹시 부럽다. 시리즈가 꽤 길게 진행될 것 같은데 그 중간에 내가 셜록 홈즈 전집을 다 읽어낸다면 좋겠다. 좀처럼 엄두가 안 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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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5-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혹시,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보헤미아왕 사건인가요? 저게 아이린 애들러? 띠잉~ 어릴 때 본 얇팍한 홈즈 시리즈물에 실렸던 정말 매혹적인 아이린 애들러의 삽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제가 교정님 팬이지만, 저게 아이린 애들러라니 흑흑...

마노아 2011-05-06 00:02   좋아요 0 | URL
호호호혹시, 그 아이린 애들러가 맞습니다. 주르르륵...ㅜ.ㅜ
매혹적인 아이린 애들러의 삽화를 저도 보고 싶어요.
킹교님의 팬이지만 용납할 수 없는 아이린이었어요...흑흑....

또치 2011-05-0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건 사야 해!!!!!!!

마노아 2011-05-06 14: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리고 언능 읽어야 해요.^^ㅎㅎㅎ

pjy 2011-05-0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권교정님 책이 좀 집에 있는데 이거참, 완결까지 기둘리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겠습니다요~~
맨날 볼때마다 BL버젼은 안되는지 망상으로 킥킥거리는데 역시나 미인캐릭이 말썽이군요ㅋ

마노아 2011-05-06 14:37   좋아요 0 | URL
킹교샘은 늘 우리의 인내심을 단련시키는 교주시지요.ㅎㅎㅎ
셜록과 왓슨은 최고의 BL소지가 있어요. 어떤 여자가 두 사람보다 더 각별해질 수 있을까요.ㅎㅎㅎ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돌개바람 3
유은실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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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멀쩡한 이유정’으로 배꼽을 잡게 했던 유은실 작가는 ’우리 동네 미자씨’로 내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는 그 두가지 감정을 모두 갖게 했다.  

사건의 시작은 도우미 할머니가 집에 오시면서부터였다. 엄마는 결혼 기획 전문가 일을 하시느라 집안 일은 통 안하시고(못하시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아빠가 집안 일을 더 잘했다. 하지만 그 아빠도 이젠 집안 일을 하기 싫어하시게 되어서 도우미 할머니가 오시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세 가지를 지킬 것을 당부(명령)하셨다. 


첫째, 내 방에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내 물건 뒤지는 사람이 제일 싫어. 할머니 방에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둘째, 집안일은 내 맘대로 한다. 내가 해주는 대로 먹고, 내가 정리한 대로 살아. 나는 세상에서 돼지우리같이 지저분한 집이 제일 싫어. 

셋째, 나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하지 마. 눈도 아프고 목도 아파. 나는 세상에서 책 읽는 게 제일 싫어. 

 



이렇게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하니 어려울 것도 없다. 기분이 좋으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아빠의 수줍은 모습이 재밌다.  

할머니는 골목대장같이 으름장부터 놓고 일을 시작하셨지만 슈퍼할머니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셨다. 고작 1시간 20분 동안 무려 12가지 반찬을 해내셨고, 모두 맛도 좋았다. 게다가 집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청소도 해놓으셨다. 이 모든 걸 할 수 있으려면 호박으로 마차를 만드는 요정 쯤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단 며칠 만에 집안은 대변신을 거듭한다. 할머니는 찌개를 끓이면서 버섯을 볶을 수 있고, 동시에 생선을 구우면서 왼손으로 나물을 무치고 발로는 걸레질도 할 수 있다. 우렁 각시가 변신한 것은 아닐까 또 의심하게 만든다. 



용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밥그릇에 밥을 잔뜩 담아 모두 소화시키고, 트림도 크게 하고 코고는 소리도 천둥 소리 같은 할머니. 게다가 힘도 좋아 무거운 상자도 번쩍 번쩍 드시는 할머니. 도대체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주인공 윤이는 이렇게 이상하고 신기한 할머니가 제주도 설화의 주인공 마고 할미라고 단정짓는다. 할머니와 나눈 대화 속에선 그렇게 믿어도 좋을 만큼의 신비함이 있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전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이미 윤이의 눈에는 할머니는 마고 할미다.  

걸핏하면 뭐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라고 말씀하시지만 할머니의 속 사람은 참 따뜻하다. 할머니는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보살핌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실현해내시는 분이다. 비밀도 많고 완고한 고집도 있으신 할머니.  

윤이가 할머니더러 마고 할미라고 부른 것은 자신이 알아차린 것을 뽐내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이 할머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할머니는 더 이상 이 집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열흘 만에 떠나셨다.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사라지신 것이다.  

윤이는 우리 집에 오셨던 마고 할미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할머니가 그렇게 떠나신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윤이에겐 좀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자기 때문에 소중한 만남을 잃어버리게 된 거라고 자책할까 속상하다.  

동시에, 마고 할미의 출연 덕분에 윤이는 소중한 추억을 안게 되었다. 좀처럼 누군가에게 이해시키고 인정받긴 어렵겠지만 윤이만 알고 있고 윤이에게만 특별한 마고 할미를 만났으니까.  

마고 할미는 지금도 다른 어느 곳에서 그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이런 게 제일 싫어~라고 투덜거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라도 좋지만, 부디 윤이에게처럼 인사도 없이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편지는 남겼짐나 그런 이별 통보 말고, 눈을 보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아쉬움과 고마움의 포옹 쯤은 나누고 헤어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의 마음은 부디 당신을 위해서도 베풀어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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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은실 작가 글을 참 잘 쓰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죠. ^^
등단하기까지 7년의 글쓰기 과정을 거쳐 기본이 탄탄한 작가가 된 거 같아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인정받으니까, 그전에 썼던 작품들도 모두 빛을 보게 됐다네요.

우리집에도 마고할머니가 오신다면 금세 반짝거려질텐데~~~~~

마노아 2011-05-06 00:14   좋아요 0 | URL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보지 못했지만 덕분에 린드그렌 작가까지 궁금해져서 언니네 집에 있는 책을 빌려오려고 해요. 어릴 때 삐삐 롱스타킹 참 재밌게 봤는데 말이죠.
마고 할미가 우리 집에 오시면, 대대대 반전이 이뤄질 거예요.^^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45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45
송도수 지음, 서정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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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 언제 끝나나요. 절기마다 세현군에게 사주지만 끝이 보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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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5-0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현군 초등학교 졸업하는게 더 빠를수도 있어요 -_-

마노아 2011-05-05 13:18   좋아요 0 | URL
네버 엔딩 스토리예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