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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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안 계신다고 했지? 그래도 돌아갈 곳은 마련해 두고 다녀야 해. 기다릴 사람이 없으면 집이라도 기다리게 해야지. 그래야 어딜 가도 든든하다우."-73쪽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 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달라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걸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77쪽

노인이 흘리는 눈물은 농이 짙은 눈물이다. 살아온 세월 동안 물기는 날아가고 진액만 남아 버린 눈물. 내게도 그것과 비슷한, 어릴 적 꾹 참아 버린 눈물이 몸에 남아 있다. 그 눈물이 아직도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112쪽

사람들은 지하가 지상보다 더 시원하다는데, 그 집은 미치도록 더웠어. 여름에는 땀띠가 두드러기처럼 온몸에 돋았다니까. 그래도 태석이와 태희는 창문을 열지 못했어. 창문으로 보이는 발들이 너무 무서웠거든. 저벅저벅 걸음 소리, 끼익!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 아빠가 돌아가신 것보다, 엄마가 떠난 것보다, 창밖에서 들리는 그런 소리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어.-130쪽

"거지 거지 땅거지! 또랑 건너는 쥐새끼. 한 푼 줍쇼!"
그랬어. 태석이와 태희는 한 번도 구걸한 적이 없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노래를 불렀어. 아이들은 알고 있었지. 놀리고 놀려도 달려와 혼내 줄 부모가 없다는 걸. 태석이와 태희도 알고 있었어. 같이 싸워도 혼나는 건 늘 자신들이라는 걸. 아이들이 잔인하게 놀리고 괴롭혀서 싸웠는데, 태석이 얼굴도 까지고 퉁퉁 부었는데, 부모들은 태석이만 혼냈어. 태석이한테 동네 깡패라는 거야. 그건 혼낸 게 아니야. 어른들까지 찾아와서 괴롭힌 거지. 그래서 태석이는 엄마를 기다렸어. 처음에는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언제부턴가는 나서서 싸워 줄 엄마를 기다린 거야. 어른이 따지러 오면 어른이 나가 주는 집,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지. 무조건 자식 편인 부모가 있는 집, 그런 집 말이야.-145쪽

건널목 씨는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태석이와 태희한테 건널목 같은 어른이었어. 건너라는 소리와 반짝거리는 신호등은 없어도, 조심해서 건너면 된다고 다독여 주는 건널목 같은 어른 말이야. 만약에 건널목 씨가 없었더라면...... 태석이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어.-163쪽

(작가의 말)
때로는 힘들고 지쳐 주저않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어른들도 부족한 게 많이 번쩍 안고 원하는 곳으로 옮겨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덜 힘들게 덜 아프게 덜 무섭게 그 시기를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친구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고, 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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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언니와 찜질방을 다녀왔다. 엄니가 집에 계셨으면 언니는 엄니와 갔을 테지만 엄니는 병문안을 가셨고 나를 데리고 가야 했다. 등 밀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고(언니는 팔이 길어서 혼자서 잘 밀더라...;;;) 스포츠 맛사지 1+1 때문이었다. 혼자 받아도 값이 똑같으므로 한 명 더 데리고 가서 받는 게 언니의 삶의 낙이랄까.  

뭐 암튼, 그 덕분에 나도 가서 받았다. 조선족 여자분이었는데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시던 두 분이 친구가 놀러왔는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밖에서 한참 나가수 시작했는데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흑...ㅜ.ㅜ 

소개 인사는 전혀 안 들리고 김범수가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이승철 보다는 약하다고 느꼈다. 난 좀 멀리서 들었고, 그나마 소음과 함께 들었고, 김범수가 컨디션 나빴다고 얘기하던 것 같은데 뭐 암튼 그랬고... 

BMK가 김광진의 '편지'를 부를 때는 환장할 것 같았다. 저 담백한 노래를 저렇게 힘주어서 우렁차게 부르다니...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들이 곧잘 하는 얘기인데 선곡이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BMK는 우연히 부르게 된 아름다운 강산은 좋았지만 본인이 골라온 곡들은 어째...ㅜ.ㅜ  

그에 비해서 박정현은 늘 영리한 선곡을 해낸다. 이번에 유재하 카드도 현명했다.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해!!

맛사지 거의 끝나갈 무렵 내 등짝 위로 이분이 훌떡 올라가셔서는 밟는 게 아닌가. 꽥! 가슴이 호떡이 되는 줄 알았다. 어이쿠, 사실 아직도 등이 결리다. 내가 초짜인 건지, 그분이 초짜인 건지... 흑흑... 

그렇게 스포츠 맛사지 받고 나오니 이소라가 막 무대를 끝내고 있었다. 노래를 못 들었는데 보아의 넘버 원 부를 때의 포스였었나보다. 대단한 이소라! 

그리고 자리 잡고 앉으니 윤도현의 차례. 아, 정말 신났다. 나는 앉아서 보고 싶은데 뒷사람 때문에 누워서 시청하자니 마구마구 근질거렸다.  

그리고 맨발로 나온 JK김동욱. 와, 비상이라니 정말 용감한 선곡이었다. 난 김동욱 목소리가 다소 답답하다고 여기긴 하지만 그래도 노래 잘 부른다는 것에 이의 없음.  

이어서 가장 궁금했던 옥주현 차례다. 스포일러에 따르면 그녀가 선택한 곡은 이승환의 천일동안이었으니까. 

천일동안을 불렀다는 소리에 잠시 움찔했던 건 사실이다. 아씨, 그럼 나중에 울 공장장 출연해도 천일동안 못 부르는 것 아냐? 뭐 이런 생각 때문에...ㅎㅎㅎ 

엄청나게 떨던 그녀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고 후덜덜 떨면서 내려갔다. 나더러 어땠냐고 물으면, 원곡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하겠다. 아주 약간 없는 가사를 한 글자 보탠 게 살짝 마이너스지만 뭐 그 정도야 넘어가고... 마지막의 '그 천일동안'이라고 한 번 더 지른 것은 살짝 미스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지난 번 뮤지컬 아이다 보다도 더 좋게 들었다. 내가 점찍은 바로는 옥주현 1등에 BMK 7등이었다. 이로써 아이돌 출신 가수의 나가수 출연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킬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욕을 먹고 있어서 살짝 속상했다. (이거 다 보고 나오느라고 주차 시간 오버해서 주차비 많이 나온 것도 속상...;;;)

천일동안은 어려운 곡이다. 이승환의 발성이 개성 있어서 따라 불러도 똑같을 수 없고 웬만큼 잘 부르지 않고는 본전 차리기도 힘든 노래라고 본다. 그러니 색다르게 편곡을 해야 했다. 뮤지컬 스타일로 부른 게 뭐가 문제일까? 모두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 박진영은 그런 의미로 엄정화를 최고의 가수로 치지만, 뭐 내가 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정현이 과도한 손동작과 R&B창법으로 부르는 것도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이다. 개인 차가 있으니까 그걸 싫어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불러서 욕먹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관객 반응 편집 건은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혹시 예상하는 것과 반대로 옥주현 무대의 반응을 BMK노래 화면에 넣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딱히 옥주현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요새 욕먹는 것을 보니 참 가엾다.    

그래도 개념 찬 기사도 있어서 다행....

각설하고, 나로서는 요새 공장장 버전과 옥주현 버전의 노래를 같이 연달아 듣는 게 참 즐겁다.  

이승환은 매 공연마다 자신의 곡들을 다른 버전으로 편곡하고는 하는데 '붉은 낙타' 같은 경우는 라이브 버전이 이미 수년 전에 10개가 넘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늘었을 것이다. 발라드를 댄스 혹은 락으로 편곡하고, 락을 발라드나 트롯 버전으로까지 변신시킨 적도 있다. 내 기억에 R&B 빼고는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가장 편곡이 적었던 곡이 그의 대표곡 '천일동안'이었다. 딱 한 번 라이브에서 댄스 버전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원곡의 장중함에 비해서 너무 가벼워서 그때 한 번 선보이고 사라졌고, 그 밖에는 담백하게 부르기, 섹서폰 버전 등등으로 다섯 손가락 안쪽의 버전만 들어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적전설 버전의 꽉 찬 사운드의 천일동안을 좋아하지만, 9집 이후의 담담한 노래도 좋다. 요새는 따라 부르라며 친절하게 무대에 가사를 보여주는데 그 배경으로 쓰이는 영상이 참 근사하다. 달밤의 숲이 계속 뒤로 후퇴하는 모습의 화면인데 최근에 JTN공연에서는 오랜만에 마지막 후주 부분에서 질러주어서 무척 반가웠다.  

 

 

박정현 버전은 꽤 오래 되었다. 

  

 예전에 한참 들었던 넬 버전도 참 좋았다. 

  

완전 새롭게 부른 k.will 버전도 좋아한다. 생각보다 이 노래 부른 가수가 많네.   

 

신혜성 버전은 처음 들어본다. 호오...  

 린도 불렀지만 동영상을 못 찾았다. 예전에 들어는 봤는데 굉장히 별로였던 기억이...;;;;;

 

SG워너비의 이석훈이 콘서트에서 부른 천일동안 

 

이재원이 부른 천일동안

 

옥주현 나가수 버전 

 

이승환 99년 무적전설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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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31 22:07   좋아요 0 | URL
그동안 나가수에서 나온 노래 중 제가 처음 들어본 노래는 '빈잔' 뿐이었어요. 여전히 남진 원곡은 못 들어봤는데 임재범의 그 노래는 너무 황홀해서 막 떨렸답니다.
앙, 천일동안은 20세기 명곡 100곡 선정 중 1위 먹은 노래란 말입니다. 흑흑...ㅜ.ㅜ

글샘 2011-05-3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노랠 잘 몰라서 마노아님이 이렇게 페이퍼 올리시길 기다렸답니다.
이승환 하면, 역시 마노아님이니 말이죠. ^^

음... 옥주현이 꽤 잘했단 말이죠?
가사 살짝 틀린 건, 어쩜 편곡을 그렇게 했을 수도 있죠.
BMK 화면 편집한 건 피디 잘못이죠. 100%...

마노아 2011-05-3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글 지우고 다시 쓰셨죠? 지금 리플이 웃기게 달렸어요. 으하하핫^^ㅎㅎㅎㅎ
아무튼 저는 사람들이 너무 까칠하거나 칭찬에 인색하단 생각을 했어요.
옥주현이 과거엔 노래만 잘했는데 이젠 노래도 잘 하고 예쁘고 날씬하기까지 해서 혹시 미움을 받는 걸까요? ^^;;;;

글샘 2011-06-01 13:15   좋아요 0 | URL
음... 리플이 저렇게도 달리는군여. ㅎㅎ
댓글을 달았는데, 안 뜨길래, 다시 작성했더니 두 개가 되어버려서 위에걸 지우는 동안 저런 일이 생겼네요.
옥주현 개인의 문제보다 소망교회 피디라는 둥, 그런 게 더 악재가 되는 거 같아요. 옥주현도 와서 기도발이나 이야기하고 하니 더 욕먹죠.

근데, 이승환 노래 저도 들어보니깐, 옥주현이 가사 내용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역시 이승환 노래가 좋더군여. ^^

마노아 2011-06-01 17:54   좋아요 0 | URL
컴퓨터는 컴퓨터 나름대로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요. 리플을 달아야 하는데 원글이 사라져서요.^^;;;

이래저래 구설수가 참 무서워요. 너나 할 것 없이 입조심 말조심이 필요해요.
가사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면 진심을 전달하기가 힘이 들지요.
역시 이승환 노래가 좋아요.^^

건조기후 2011-05-3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일동안은... 역시 이승환 노래에요. 옥주현이 전 별로였어서 바로 원곡 찾아들었는데, 첫 소절부터 울컥하는 것이 역시 이승환이다 싶었어요. 지금 또 들어도 그래요. 넬도 무지 좋아하지만 천일동안은 별로네요. 다 별로에요-_- 이건 이승환 노래라고 이것들아 라고 막 소리지르고 싶어요 ;;

마노아 2011-05-31 22:57   좋아요 0 | URL
헤헷, 이승환 느낌의 천일동안을 다른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으니 비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해요.
원곡과 비교하지 않고 들으면 저는 저 정도로도 듣기 괜찮았어요.
오랜만에 99년 버전 천일동안을 들으니 또 가슴이 왈랑왈랑, 아 뭉클해요.(>_<)

건조기후 2011-06-01 00:15   좋아요 0 | URL
저 몇십분째 계속 리플레이에요. 어휴ㅠ 천일동안도 그렇지만 이 앨범 자체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마노아님께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겠지만요 하하.

시디 못 찾고 결국 싸이에서 도토리 결제ㅋ하고 앨범 듣는데 역시 정말 어휴ㅠ 명반이에요ㅠㅠ 너의나라도 오랜만에 들으니 미치겠고.. 노래들이 다 어쩜 이래요ㅠ

마노아 2011-05-31 23:48   좋아요 0 | URL
4집 정말 명반이에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중간고사 전날 천일동안을 처음 들었는데 밤새 리플레이 하느라고 다음날 시험 공부를 못했어요....;;;;;;

4집엔 버릴 것이 없는데 유독 가사로는 '내가 바라는 나'가 참 귀에 감겼답니다.
나즈막하게 속삭이듯 부르는 그 노래가 또 마음을 왕왕거리게 만들어요. 어휴!!

건조기후 2011-06-01 00:13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그 노래 엄청 좋아했었어요. 지금 이 앨범 들으면서 막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어요 ;;
정말요. 버릴 게 하나 없어요. 아픈 건 제대로 아프고 신나는 건 또 제대로 신나고... 환장ㅠㅠ
이렇게 가슴이 뛰어서야.. 오늘 잠은 다 잤네요. 어휴..

근데 무슨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뭘 이렇게 댓글을 줄줄이 ;

벌써 자정 넘었네요.
편히 주무시구. 오늘은 특히 더 좋은 꿈 꾸세요. 이승환 꿈요. ^^

웽스북스 2011-06-01 01:08   좋아요 0 | URL
저도 '내가 바라는 나' 너무 좋아해요. 이거랑 또 제일 좋아하는 이승환 노래가 화려하지 않은 고백인데...... 갑자기 듣고싶어요 으흐흐

마노아 2011-06-01 06:46   좋아요 0 | URL
우왕, 환몽을 빌어주시고, 넘 감사해요. 하지만 환몽은 꾸지 못했어요. 흑...ㅎㅎㅎ
내가 바라는 나 참 좋죠? 예전에는 공연 중에 이 노래에 덧붙어 멤버 각자 한 소절씩 붙여서 노래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새는 그게 없어 아쉬워요. 멤버들이 노래 시키는 것 엄청 싫어한대요.ㅋㅋㅋ

웬디님! 앙, 화려하지 않은 고백도 넘넘 좋아요. 그 노래로 프로포즈 받고 싶다죠. 흑.... 반드시 그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넘과 사귀어야 해요...(>_<)

건조기후 2011-06-01 08:07   좋아요 0 | URL
환몽이라고 따로 부르는군요. 역시 ㅎㅎ

마노아 2011-06-01 10:34   좋아요 0 | URL
환은 나의 기쁨이요 소망이에요.ㅎㅎㅎ

egg1004 2011-06-02 13:17   좋아요 0 | URL
댓글들 보다가 옛생각이 막 나서 끼어들어요..ㅋ
저도 Human 앨범 무지 좋아해요~ 전 요즘 체념을 위한 미련이 좋더라구요^^

전 옥주현씨 무대를 넘 실망스렇게 봐서..ㅠ
암만 들어도 천일동안은 정말 이승환 곡이다 싶어요.

마노아 2011-06-02 15:21   좋아요 0 | URL
체념을 위한 미련을 라이브로 들은 것은 돌콘 때였는데 그때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
어휴,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 그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중요 번호에 꼭 그 날짜를 쓰곤 해요.
천일동안은, 정말 레전드에요.^^

하이드 2011-06-0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현 버전은 역시 좋으네요. bmk는 참 .. 편지 무지 좋아하는 곡인데, 접때 위대한 탄생 꼬맹이가 불렀을때도 막 가슴 울렁거렸는데, 이번에는 '저게 뭐야' 싶더라구요. 옥주현은 좋았어요. 노래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는 약간 별로였지만, 개인적으로 옥주현의 퍼포먼스 기대하고 있어요. ^^ 그나저나 임재범을 앞으로 못 보니, 얼마나 속상한지 엉엉

이때까지 나가수 나온 가수들 다 좋았는데, jk김동욱.이라는 싫은 가수까지 생겨버려서, 나가수에 대한 매력이 훅 떨어지긴 했어요.

마노아 2011-06-01 06:48   좋아요 0 | URL
위대한 탄생 김정인? 맞나? 암튼 그 꼬맹이가 '편지' 부를 때 완전 뭉클했어요. 근데 방시혁이 어렵다고 다른 곡으로 바꿔서 무지 섭섭했답니다. 그 맑은 목소리에 딱 어울렸는데 말이에요. 저는 심지어 김광진 버전보다도 좋았답니다.ㅎㅎㅎ
임재범은 가장 좋을 때 훌쩍 떠나버렸어요. 그 스스로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신기록을 보고 싶었건만 하필 맹장이...ㅜ.ㅜ
김동욱은 오페라스타 때 더 멋졌더라능...ㅎㅎㅎ
말 만혹 탈 많은 나가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애정할래요. 울 공장장도 나왔음 좋겠어요. (>_<)

웽스북스 2011-06-0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옥주현 버전 별로였어요. 박정현 버전이 훨씬 훌륭하네요. 넬 버전도 기대하며 들었는데 실망 실망. 그래도 마노아님 올려주신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천일동안 들으니 재밌는데요. ㅎㅎㅎㅎㅎ 옥주현은 경력이 몇년인데, 저렇게 숨소리 조절도 제대로 못하나 싶네요 ;;;;;

그나저나 우리 마노아님 대인배 ㅋㅋㅋ 제가 이승환 팬이었으면 막 화냈을 것 같은데. 아. 역시 전 아직 인간이 덜됐어요 ㅜㅜ 그냥 이승환 >>>>>>>> 넘사벽 >>>>>>>>> 다른 가수들, 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셔서 그런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1-06-01 06:50   좋아요 0 | URL
숨소리... 저도 그거 좀 거슬렸어요. 앨범 들을 때 제가 숨소리가 제일 짜증나는 가수는 사실 이소라랍니다.ㅋㅋㅋ
이승환이 숨소리를 일부러 넣지 않는 한 잘 안 들리는데 노래 부를 때 마이크를 떼었다가 다시 붙이는 테크닉이 훌륭해서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어요.^^

어느 댓글에선가 누가 옥주현 때문에 이승환이 천일 동안 울고 있다고...ㅋㅋㅋㅋ
전 그냥 덕분에 이 노래가 더 많이 울리는 게 좋아요. '옥주현 천일동안'으로 검색어가 바로 뜨는 건 좀 울컥이지만, 맞아요. 넘사벽인 거죠. 나머진 그냥 웃을 수 있어요.^^ㅎㅎㅎㅎ

비로그인 2011-06-01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일동안은, 이승환 이상을 상상할 수 없어요. 제 개인적인 의견.

마노아 2011-06-01 10:35   좋아요 0 | URL
아아 맞아요. 저는 그래서 Jude 님의 대부를 생각했어요. 넘사벽이에요.

건조기후 2011-06-0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천일동안 울고 있다고 ㅎㅎㅎ
이소라는 호흡도 음악의 일부라고 생각한대요. 노래부르는 사람의 감정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고..
물론 옥주현처럼 과하면 역효과지만요. 옥주현은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이며 목소리며 온통 과잉이라.. 어휴.
암튼 이소라 말에 공감하는 저는 헤드폰 꽉 끼고 숨소리까지 듣는 거 좋아하는데 ㅎㅎ 말하고보니 쫌 변태같네요 ㅋ

마노아 2011-06-01 10:37   좋아요 0 | URL
말들도 얼마나 재밌게들 하는지요.ㅎㅎㅎ
이소라의 거친 숨소리가 의도된 것이군요. 그래도 저는 좀 답답했지만, 그게 이소라의 매력을 떨어뜨리진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자주 듣는 그녀의 음악들이에요.
울 공장장은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맨 마지막에 숨소리를 내뱉는 장면이 있거든요. 관중이 박수를 너무 일찍 치면 그 숨소리가 안 들려요. 어휴, 그것까지 들어야 완성인데... 하악하악!!

굿바이 2011-06-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장님 눈치보면서 이어폰으로 노래 다 들었어요 :)

역시 천일동안은 이승환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네요.
뭐랄까 나에게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다른 가수에게서는 받을 수 없으니 말이죠.
물론 제 경우에는요.

마노아 2011-06-01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무척 듣고 싶어요. 옆의 교감샘만 아니 계시면...ㅜ.ㅜ

옥주현 노래를 들으면서 찜질방에서 울 보스가 너무 그리운 겁니다.
그만큼 처연하게, 그만큼 절절한 노래는 다른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오리지널의 힘이기도 하고요. 아, 퇴근하면 CD꺼내어 잔뜩 들어야겠어요!!

드팀전 2011-06-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번에 나온 <나가수>노래는 제 연애시대과 겹치는 노래가 무려 3곡이나..ㅜㅜ <그대내품에>(이건 김현식버전을 좋아합니다),<천일동안>,<편지> 였어요.ㅋㅋ 뭐...그 외에도 이오공감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나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오래전 그날>...그리고 좀 뒤에 나온 <배웅> 등
인생이 연애와 애련인지라...ㅋㅋㅋ <천일동안>나왔을때 이승환-신애라 스캔들 이후라 그 사연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지요.당시 저도 애인 뺐겼던지라. 크으..원래 이 바닥이 오고 가고 뺏고 뺏기고...그러는지라.음음.. 흐흑.하여간 옥주현도 잘 불렀지만 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고 bmk는 그 언밸런스함으로 노래를 죽여버리셨고...전 bmk노래 듣고 속이 터져서 김광진의 버전을 다시 봤다니까요...

마노아 2011-06-01 17:56   좋아요 0 | URL
지금 드팀전 님이 올려주신 김현식 버전의 그대 내품에를 듣고 있어요. 거친 매력이 있네요. 유재하 버전은 저는 좀 나른했고요. 요새 임재범과 함께 인기를 끄는 차지연 버전으로 처음 이 노래를 들었어요. 여자가 부르는 느낌도 좋았답니다.^^
내 인생의 그 곡에 해당하는 사연과 노래가 있군요. 내 연애사에 그런 노래도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확실히 이승환 노래랍니다.^^;;;
이승환도 사연 있는 노래를 많이 만들어서 더 애잔할 때가 많아요. 많은 가수들이 그럴 테지만요.
BMK는 노래를 그렇게 만들 동안 아무도 옆에서 조언해준 사람이 없었던 걸까요? 막 안티가 될 뻔 했어요. 어휴...;;;;;

타마르 2011-06-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팅으로 모셔갑니다. ^^ 다른 곳에~ ^^전 옥주현이 이뻐보이더라구요. 노래 후에 "노래에 대한 감정 플러스 저 자신의 복잡한 (블라블라)" 하는데 노래에 대한 감정에...옥주현 언니도 뭘 아는군 하면서 ^^

마노아 2011-06-02 12:30   좋아요 0 | URL
오늘 알라딘 메일 덕분에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어요. 갑작스런 방문객 폭주에 살짝 놀랐지요.
노래 즐겁게 감상하셔요~ ^^

풀먹는사자 2011-06-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옥주현 좋았습니다. 옥주현은 못하면 당연히 욕먹고, 잘해도 욕먹는구나 생각했지요.

마노아 2011-06-02 12:3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못하고 욕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야죠. 무관심의 김동욱보다 본인에겐 더 좋을지도 몰라요.^^;;;

kwoncsjjang 2011-06-0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옥주현 버전과 이승환 무적전설 버전만 번갈아 들은지 사흘째....ㅋ
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옥주현 때문에 다시 듣게 됐네요
이 앨범 무적전설 아주오래전에 생일선물로 받은거였는데....케이스도 독특하고 디스크도 여러장이고
라이브곡들 전부 좋고....지금봐도 멋진 앨범인듯해요^^
그리고 천일동안은 이승환이 짝사랑했던 신애라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하고 만든 노래라던데 맞나요?

마노아 2011-06-02 22:44   좋아요 0 | URL
무적전설이 나온 즈음에 제가 이승환에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렸거든요.
그래서 더 그 앨범이 각별한 것 같아요. 전설의 무적전설 공연을 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이랍니다.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저는 꼭 무적전설 공연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시간을 되돌려서 갖고 싶을 만큼 소중한 공연이지요.^^
천일동안 앨범이 나왔을 때가 두 사람이 사귀고 헤어진 뒤였을 거예요. 짝사랑을 거절 당한 게 아니라..^^;;
노래의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본인은 한사코 아니라고 했는데,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결혼하신 분에 대한 예의인 건지는 알 수 없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거죠.

하늘바람 2011-06-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옥주현들으면서 이승환의 목소리가 훨씬 애절하다고 생각했엉 그럼에도 눈물이 나데요 다시는 만나지 마요라는 부분에서요

마노아 2011-06-03 11:32   좋아요 0 | URL
그 가사 때문에 노래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만나자는 얘기보다 더 절절하고 절박하게 들리잖아요. 어휴...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산하작은아이들 2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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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산토끼/가엾은 나무/떡반죽 그릇 속의 개구리/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강장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약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느티나무 편에서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서 고통 당하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가 빗대어 담겨 있다. 냉전 시절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세력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진영의 충돌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남과 싸우는 것도 나쁘지만 자기 편끼리 싸우는 건 더 나쁘다고 서문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분단 이후 6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서로를 미워한다. 이제는 미워할 때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때, 그리고 함께 두 손 맞잡을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느티나무의 고통에서 어린이 친구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우리나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저 심술궂은 표정의 붉은 북풍과 음흉한 표정의 파란 남풍을 보니 착잡해진다. 새들도 행복해질 수 없다. 저렇게 싸우는 나무 그늘 아래서는 말이다.  

 

까마귀의 본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온갖 화려한 깃털로 치장을 해버리니 몸은 무겁고 마음도 즐겁지 않다. 뒤늦게 이런 치장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둘렀던 깃털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제 모습으로 당당히 서는 모습에 속이 시원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탐을 내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메시지들이 하나같이 무척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편이지만, 그 편이 어린이들에겐 더 쉽게 작품의 주제로 다가가게 만들 것이다. 세련미는 떨어질지언정 여전히 진국인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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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소나무와 굴뚝새 동화가 좋은 친구들 3
권정생 외 지음, 김혜영 그림 / 여우오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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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단편을 모은 건줄 알고 읽었다가 어째 느낌이 좀 다르네? 하고 살펴보니 권정생 외 글이라고 적혀 있다.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작가님에 의해 쓰여졌다. 이주홍 선생님은 1906년생인데, 권정생 선생님은 1937년생, 그리고 조장희/이준연 선생님은 모두 1939년에 태어나셨다. 모두 우리나라 동화책의 스승님들이시구나.  

첫번째 이야기는 표제작 늦가을 소나무와 굴뚝새다. 가을이 되자 모두 울긋불긋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건만, 사시사철 푸른 옷만 입고 있는 것이 불만스러운 소나무가 주인공이다. 숲속 친구들이 알려주기를, 소나무가 늘 푸른 옷을 입는 것은 아주 오래오래전 소나무의 큰 조상님이 무척 고집스런 분이었기에 늘 푸른 옷을 입고 있는 거라고 했다. 이때의 고집은 그냥 똥고집이 아니라 의리와 절개를 뜻한다. 소나무는 아직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모두가 겨울을 나러 떠난 뒤 홀로 남은 굴뚝새에게 자신이 큰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집센 할아버지를 닮아야겠다고 결심한다.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가 딱 권정생 선생님 스타일이다. 그게 너무 정형적이어서 두 번째 작품의 유머와 해학과 비교가 되어 다른 사람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이주홍 선생님의 '가자미와 복쟁이'다. 두부 장사를 하는 가자미와 기름 장사를 하는 복쟁이는 앞뒷집에 사는 친구지만, 무늬만 친구이고 서로의 집에서 상대 물건을 외상으로 갖고 와 절대 갚지 않는 욕심쟁이들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서 더 큰 손해를 입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만 물난리가 났을 때에 사고를 일으킨다. 그 바람에 가자미는 몸이 잔뜩 납작해지고 복쟁이는 몸이 뚱뚱하게 불어버렸다. 복쟁이가 뭘까 검색을 해보니 '복어'의 의미 같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나무 물고기와 가재와 개똥벌레 등등이 왜 지금의 그 모습으로 남아있게 된 것인지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바로 조장희 선생님의 '게가 되고 싶은 새우'다. 이 이야기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게가 되고 싶었던 새우는 커다란 집게발을 갖게 되어 몹시 우쭐했지만, 게 사회에서도 새우 사이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개울 바위 그늘에 숨어 지내게 된 이야기이다. 어릴 적에 읽었던 기억이 뚜렷이 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남을 부러워하고 비교만 하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본 이야기인데, 그래도 나름 자신이 매력적이라 여기는 부분에 투자를 해서 성공한 것인데 어째 가재가 된 새우가 불쌍하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들국화와 반딧불이'다. 길섶에 핀 들국화가 너무 고와서 곤충들이 모두 공주처럼 떠받들었다. 반딧불이는 특이하게도 들국화를 밤하늘의 별님으로 생각했다. 풀숲 곤충들 사이에서는 외톨이였던 반딧불이가 들국화가 친구가 되는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별을 사랑하지만 달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슬픈 반딧불이의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자연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생기 있게 잘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그림이 글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네 명의 작가가 글을 썼지만, 통일된 분위기의 그림이 작품들을 더 하나의 주제로 묶어준다.  

문득, 바로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기억 언저리에 남아있는 이야기 보따리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나 궁금해졌다. 이런 식으로 불현듯 떠오르는 조각까지 합하면 무수한 이야기들이 한데 엉키어 있을 것이다. 가끔씩 그것들을 풀어서 하나씩 꺼내놓을 때면 반갑고 즐겁다. 나이가 들수록 선명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풍성함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야기 보따리가 내 안에 가득 들어왔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이렇게 곱고 예쁜 이야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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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소나무 산하작은아이들 19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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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주제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그건 단연코 '평화'다. 끊임없이 평화를 노래하셨던 선생님, 그 평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었기에 선생님의 책에는 같은 소재와 주제가 무한 반복된다. 때로 그게 식상한 것도 사실이지만, 재차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평화 이야기이니 그것에 감히 불만을 품을 수 없다.  

이 책에는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하느님의 눈물
아기 소나무
고추짱아
두꺼비
소낙비
굴뚝새
다람쥐 동산 

지금 우리집에 있는 선생님의 다른 책들 제목에는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소제목들이 표제작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왜 그런지 선생님 작품은 유독 중복 수록이 많다. 여러 단편집 묶음에 몇 개씩은 꼭 작품이 겹친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지나쳐 보이는 게 사실이다. 선생님이 그렇게 소비되는 것을 별로 탐탁스러워 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말이다.  

작품을 열면서 선생님이 남긴 메시지가 뭉클하다.  

우리는 부자 되는 것보다, 축구를 일등 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답니다. -5쪽 

당연한 명제인 것을, 그것을 마음으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게 참 속상하다. 그러니 선생님은 재차 반복해서 강조하며 평화를 이야기하고 또 평화를 이야기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동물이거나 해와 달 등의 자연이다. 인간은 그 사이에 끼지 못했지만 빗대어서 하는 이야기는 모두 인간들의 것이다.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동물과 해와 달, 소낙비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니 정서적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갈 듯하다. 

 

제 잘난 모양새만 뻐기며 오로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 온종일 땅만 쳐다보고 걸었던 수탉은 하늘을 바라보며 세끼 식사에 만족할 줄 알았던 못생긴 두꺼비의 친구 자격을 잃는다.  

 

울타리 너머에는 도깨비가 산다며 아기 다람쥐들을 단속했지만, 사실 그 너머에도 똑같은 다람쥐들이 산다는 것은 금세 들키고 만다. 한 동안 북쪽 나라에는 도깨비같은 사람들이 산다고 가르쳤던 옛 시절의 기막힌 교육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7편의 이야기 중 가장 내 마음에 든 작품은 표제작인 '아기 소나무'다. 전쟁으로 온통 상처 뿐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기 저 달 속에 초가 삼간 집 짓고 살고 싶어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아기 소나무가 자신의 키가 하늘만큼 커지면 자신을 베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초가집 짓고 살았으면 하고 말하는 것이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이상의 사랑과 희생이 아닌가.  

목이 메인 달님은 아기 소나무가 가장 착하다고 말해 주지만 아기 소나무는 고개를 젓는다. 제일로 착한 건 싫고 보통으로 착하면 된다고 말을 하는 이 욕심 없는 나무의 마음은 거인 그 자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배울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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