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 순조실록 - 가문이 당파를 삼키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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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속도는 균일하게 유지되었건만, 비교적 정조실록을 읽은지 오래되지 않아서 순조실록은 아주 금방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서 경종/영조실록을 미용실에서 퍼머하면서 읽었는데 오늘도 그렇게 되었다. 미용실에서 뼈다귀 말고서 기다리는 동안 순조실록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만화로 공부하시나봐요? 하기에 네!했는데, 웬지 좀 찝찝. 나 만화로 공부하는 것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1800년 6월에 정조가 승하했을 때 그의 뒤를 이은 임금은 11세의 어린 순조였다. 임금이 어리니 왕실의 가장 큰 어른이 수렴청정을 해야 했다. 그가 정순왕후다. 이제껏 파다한 소문 속의 정순왕후는 권력의 화신이었다. 정조를 영웅으로 드높이면 드높일수록 안티의 눈총은 모두 그녀의 몫으로 결집했다. 저자는 그 시각의 부당함을 꽤 공들여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 시집온 정순왕후는 왕실의 온갖 풍파를 다 지켜본 노장이 되어 있었다.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두루 갖춘 여장부였지만 권력을 틀어쥔 권력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명분에 따른 순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신의 가문을 좀 더 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왕이 스무살까지 수렴청정한 예가 없던 것도 아닌데 순조가 열 다섯을 앞두고 있자 바로 권력을 내려놓는 모습은 보기 드문 귀감이었다. 그녀처럼 내려놓을 때를 미리 알았더라면 흥선대원군도 덜 비극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순왕후 김씨만큼이나 입방아에 많이 오른 이 시기의 대표 인물 김조순에 대한 설명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흔히 세도정치의 대표인물로 손 꼽히지만 뜻밖에도 그는 생전이나 죽은 뒤 모두 세간에서 평가가 좋았다. 내려지는 모든 관직을 마다했고, 국구로서 마땅히 갖는 관직 하나만 유지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처신은 그의 가치를 더 높여주기만 했다. 그러나 본인의 행실만 잘 단속했을 뿐 친족의 행패는 내버려둔 것이 문제였다. 처신을 잘했다고 해서 그가 권력욕이 없었다고도 말 못하겠다. 이 시기 세도정치의 폐단은 몇몇 인물의 도덕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500년 묵은 왕조가 쇠락한 나머지 무너져 가는 한 과정이라고 보여진다.    

 

시대는 이미 옛날 같지 않았다. 이앙법 보급 등에 따른 농업 생산력의 발전과 화폐경제, 상품경제의 발달은 조선 사회의 근간인 신분제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과거에는 소수의 지배층에 다수의 피지배층이었다면 이제는 양반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훨씬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영농 중심의 농촌 사회는 급격히 양극화의 길로 나아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영농에서 부농으로 성장한 평민들은 양반으로 신분상승 시키기 바빴다. 방법은 여러가지였다. 국가에서 파는 공명첩을 사들이거나 곡식을 바치는 납속 등의 방법으로 합법적인 양반이 되거나 몰락한 양반으로부터 족보를 사는 편법까지 동원하였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각종 면역, 면세, 혜택을 떠올린다면 남는 장사였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대편에 더더더 바닥으로 몰락하는 백성들이 생겨버렸다. 그들이 취할 수 있는 다음 길이란 뻔한 것이다. 홍경래의 난 때 반군 세력이 이미 끝장난 것이 보인 싸움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자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기를 들고 일어섰을까.  

세상은 바뀌어 갔다. 그러나 중세적 질서에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었던 조선의 시스템은 달라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다. 여전히 양반을 위한, 양반에 의한, 양반의 나라였다. 그들은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게 처벌받았고, 누릴 수 있는 권한은 무한했다. 오늘날 이 나라 경제를 쥐고 흔드는 부자들의 입장과 통한다고 할까. 이 시기 천주교와 동학 등 백성들이 종교와 신앙에 매달리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려서 왕이 되어 대비의 수렴청정을 받았지만 초기의 순조는 제법 싹수가 보이는 임금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야 마땅했던 효명세자도 그랬다. 허나 효명세자는 명이 짧았고, 순조는 부지런했던 것과 달리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 더구나 효명세자와 사랑하는 딸들을 연이어 잃은 뒤로는 더욱 의지가 꺾였고 건강도 좋지 못했던 임금은 정사를 비변사에 맡겨놓은 채 그저 버티기만 하였다. 온 세상이 들끓고 있던 19세기에 조선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으니 닥쳐오는 쓰나미에 대항할 힘이 있을 리 없었다. 인간적으로는 가엾고 연민을 느끼지만 그래도 그가 임금된 자이니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는 프랑스의 루이 16세가 떠올랐다. 그처럼 비극적인 죽음은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조선의 훌륭한 점은 이런 부분이다. 이리 답답한 임금을 향해 영의정이 직격으로 충언을 날린다. 이런 직언을 기꺼이 바치는 신하들이 왕조의 역사 내내 있어 왔다. 경우에 따라 목이 달아나기도 했지만, 그것을 새겨 듣는 임금도 있어 왔다. 

 

오른쪽은 효명세자가 대리청정 중에 스물 둘, 젊은 나이로 사망했을 때 순조가 직접 지은 제문이다. 아들을 잃은 아비의 끓는 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번 편에서는 배꼽 잡고 웃을 만큼의 탁월한 패러디는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 시대적 특수성일 수도 있고, 저자가 힘에 부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몇몇 장면은 피식 웃게 했다. 벽파 김달순의 자살골이나 홍경래 듣보잡, 그리고 졸지에 인간 백정과 동격이 되어버린 가엾은 순조까지... 그나저나 28만원이 아니라 29만원 아니던가?? 무려 전 재산의 1/29인데 틀리게 표기하면 안 되지, 암....;;;;;

 마른 수건도 비틀어 짜서 물을 나오게 하는 수령들과 탐학은 웃자니 슬프다.

 

순조실록은 앞서의 실록보다 기록이 부실한 편이었다. 뒷편은 더 심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철종까지의 기록만 담고 있는데 다음 18편에서 헌종과 철종을 함께 다룰 예정이지만 기록이 부실한 탓에 고민이 큰 저자의 입장도 끄트머리에 담겨 있다. 이 시리즈가 원래 20권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실록이 편찬되지 못한 고종과 순종실록은 그냥 지나치는 것인지, 아니면 승정원일기나 일성록 등을 바탕으로 마무리를 지을지 궁금하다. 제목을 생각하면 헌종과 철종실록이 끝인데 그렇다면 완결이 한 권 남았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그건 너무 섭섭하고 안타까우니, 20권 다 채웠으면 좋겠다. 저자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이양선은 출몰하고, 열강은 조선을 탐내고, 이제 곧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려올 차례. 500년 묵은 늙은 왕조가 쇠락해 가는 모습은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겠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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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조가 뭘 했는지 별로 기억나는 게 없네요.ㅜㅜ
29만원인데 어찌 만원을 줄여서 적었는지~~~~작가는 착각햇다고 쳐도 편집자는 뭐했담!ㅜㅜ
시리즈 열심히 사들여 막내만 읽고 나는 제대로 안 봤지만, 언젠가 보고 말거야! 불끈 다짐만 수없이~~~~~~ㅋㅋ

마노아 2011-06-06 00:49   좋아요 0 | URL
이렇다 내세울만한 게 별로 없었어요. 공노비 해방이 있지만 정조가 준비하고 정순왕후가 발표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다 내세울 게 없어서 실록의 내용도 부실하다고 적혀 있네요.
순오기님은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번에 쭉 이어서 꿰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11-06-0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 죽고 난 후부터는 조선 역사가 영 땡기지가 않네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당췌 역사가 앞으로 나간다는 생각이 안 드니 말이죠.. 마노아님의 어린왕자를 보면서 이승환 노래 중에 젤 좋아하는 그대가 그대를..을 듣고 있어요. 가사가.. 가사가.. 울컥 하지 않는다면 심장이 없다는 것일거에요~~~~ㅡ.ㅜ

마노아 2011-06-06 01:04   좋아요 0 | URL
정조는 정말 매력적인 임금인데 그 바람에 그 뒤쪽은 상대적으로 좀 약하긴 해요.
게다가 이 시기는 연민과 한숨을 많이 느끼게 해서 더 그렇고요.
제 서재 이름이 '그대가, 그대를'이잖습니까. 가사 쩔어요. 아, 울컥....!

루쉰P 2011-06-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의 역사는 정말 읽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뭐랄까?? 하다 말다 하는 느낌...그래도 미용실에서 뼈다귀를 마시면서 독파하시다니 대단하신 듯...ㅋㅋㅋ

마노아님은 조선 매니아셔요.

마노아 2011-06-06 23:18   좋아요 0 | URL
하다 말다 하는 느낌이란 어떤 걸까요?
제가 조선 매니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점점 더 공부하는 재미가 생기고 있다고 느껴져요.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런 책이 그래서 더 고마울 따름이에요.^^

소나무집 2011-06-1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도서관에서 정조까지 빌려 읽었는데 순조 나온 김에 전권을 다 살까 망설이는 중이에요.
울 얘들도 이 시리즈를 보고 나서는 다른 역사책은 시시해서 못 읽겠대요.

마노아 2011-06-13 16:11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같이 보기 좋은 책이니까 기왕이면 구입하셔요~
두루두루 빛날 책이라고 분명히 확신해요.^^
 

한국전쟁은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인지라, 있는 그대로 무겁게 나가면 영화가 너무 버겁다.  

대체로 정석은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코믹하게 나가다가 진지한 비극으로 마무리 짓거나, 

웰컴투 동막골처럼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속을 파보면 아픈 마무리가 대세가 아닌가 한다. 

그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되기 마련. 

성공한 영화도 있고 아쉬운 영화도 많지만 엮어서 담아 본다.  

보지 못했지만 관련 영화도 담았다.  

이 중 '쉬리'는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도 볼만한 영화로 인식되게 만든 일등 공신이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정말인지 통계상으로 알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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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리, 실미도, 태풍, 한반도, 웰컴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의형제, 크로싱, 적과의 동침, 간첩 리철진까지 딱 10편 봤네요~~~~~~ 그 유명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안 봤고, 얼마 전에 탑이 주연한 영화도 있는데 안 담겼네요.^^

마노아 2011-06-06 00:44   좋아요 0 | URL
헤헷, 순오기님이 뭔가 추가해주실 줄 알았어요. 포화속으로 추가할게요.^^
참, 제가 메일 보냈어요. 네이버로 보냈는데 메일 주소를 몰라서 찍었거든요. 잘 갔는지 모르겠어요.(>_<)

순오기 2011-06-06 00:44   좋아요 0 | URL
아~ 포화 속으로 였구나~^^
난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봤네요.ㅋㅋ

마노아 2011-06-06 00:50   좋아요 0 | URL
태풍이나 실미도처럼 스케일은 크지만 무척 실망스러운 영화들이 있지요. 그러고 보니 둘다 곽경택 감독 작품...ㅋㅋㅋ
웰컴투 동막골은 좋았지만 만남의 광장은 참 별로였고요.
장진 감독이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수작이 많았는데 요새는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어요. 이준익 감독처럼요.

순오기 2011-06-06 01:06   좋아요 0 | URL
사진 메일 확인했어요.
마노아님 사진도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

마노아 2011-06-06 01:10   좋아요 0 | URL
방금 답장 보냈어요. 초특급 빠른 반응이에요.^^ㅎㅎㅎ

프레이야 2011-06-0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석규와 고소영이 나왔던 '이중간첩'도 있어요.ㅎㅎ

마노아 2011-06-06 21:43   좋아요 0 | URL
벌써 추가했지요~ 국경의 남쪽 위에 있네요. 근데 포스터가 너무 낯설어요.^^ㅎㅎㅎ

프레이야 2011-06-07 07:36   좋아요 0 | URL
앗, 있었네요.
정말 포스터가 낯설어서(구리구리해서ㅋ) 못 알아봤나봐요.ㅋ
굿모닝~ 마노아님^^

마노아 2011-06-07 11:29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외국 영화를 잘못 집어넣은 줄 알았어요.
외국영화 포스터 같지도 않지만 이중간첩 느낌도 아니 나는 포스터예요.
프레이야님, 뜨거운 굿모닝이에요.^^
 
소년병과 들국화 마음이 예쁜 아이들이 사는 세상
남미영 글, 정수영 그림 / 세상모든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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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주는 장점이 많이 있지만 내가 유독 높이 사는 장점은 중요한 이야기를 쉽게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다. 때로 그것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더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기에 쉽고 간결하게, 그렇지만 강렬하게 설명해주는 힘이 있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좋은 그림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척 좋은 그림책이다. 소년병을 통해서 한국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 내었으니까. 

 

어린 소년병은 국군이었다. 사흘 간 뺏고 빼앗기는 모진 전투가 끝나고 남은 총알은 그의 총에 들어있는 단 한 발 뿐이다. 상대방에게서도 총격이 중단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야겠기에 정탐꾼을 보내야 했고 소년은 자원했다. 가야 하는 길목에 제 고향 집이 있기 때문이다. 피난을 떠난 어머니는 자신이 돌아올 것을 알았는지 비밀 몰래몰래 손가락으로 찍어 먹곤 했던 꿀단지 밑에 편지를 남겨두셨다. 소년의 마음에 파문이 인다. 원래 북쪽이 집이었던 소년은 공부하러 남쪽에 왔다가 전쟁이 나서 군인이 되었던 것이다.  

언덕을 기어서 높다란 나무 둥지까지 가는 그의 눈에 들국화가 밟혔다. 어머니가 개울가에서 빨래하고 돌아오실 때에 옷섶에 단추처럼 꽂고 돌아오시던 그 들국화. 소년병은 자신의 철모에 들국화를 꽂아놓는다.  

또 다른 군인이 있다. 그는 인민군이다. 고향이 남쪽인 그는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들국화로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던 설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약혼녀를 두고 의용군에 의해 강제 징용되었다. 그도 갑작스레 중단된 교전에 상대방 진영을 정탐하고자 언덕을 오르다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들국화 한송이를 철모에 꽂았다. 추억에 너무 젖었던 탓일까. 나무 위로 오르던 그는 귓가를 스치는 장전 소리에 덜컹 놀라고 만다. 먼저 나무 위에 올라서 주변을 살피던 소년병과 맞닥뜨린 것이다.  

 

아직 한참 앳된 얼굴.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과 또래의 모습이다. 원래 남쪽 출신이던 그로서는 남쪽 군복을 입고 있는 소년이 자신의 적이 아니라고 여기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다.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이다.  

이런 일촉즉발의 순간에 총성이 울리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들국화 때문이었다. 서로에게서 발견한 들국화가 서로의 추억을 건드렸고,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북쪽 병사는 주머니에 가득 담아온 산딸기를 남쪽 소년병과 나눠 먹었다. 서로 가야할 곳이 달랐던 그들은 각자의 고향 가족에 소식을 전해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렇게 살벌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을 사람들인 것을, 아프고 아픈 일이다.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어디까지 직접 겪은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적군을 그렇게 놓아둔 채 헤어진 사실을 그때 당시에는 밝히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오래 가슴 속에 묻어야 했을 비밀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도 때로 그렇게 감출 수밖에 없는 비밀이 되는 것이다.  

 

결코 꾸미지 않고 결코 뽐내지 않는 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들국화처럼 우리가 있는 그대로 빛날 수 있을 텐데, 그래야 마땅한데 아직은 멀고 멀어서 안타깝다. 저렇게 맞잡은 손이 따뜻함을 알아차려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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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이 닥쳐오니 수영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 새로 편입된 회원들이 많아지다 보니 기존 회원들은 자연스레 자리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 반도 그렇게 되었는데 실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리가 부족해서 상급반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다음 주부터~ 선생님 왈, 지금 운동량에 익숙해져서 칼로리 소비가 되지 않고 있으니 좀 더 빡센 데서 수영하라신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씀하시던데,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말씀??? ㅡ.ㅜ 

2. 그래서 오리발을 샀다. 생각보다 비싸더라. 아직 써보진 못했는데 무척 재밌을 것 같다. 커서 들고 다니기는 꽤 불편하겠지만.... 오리발 사면서 귀마개도 샀는데 한 번 써보니 너무 불편해서 다음부턴 못 쓸 것 같다. 귀에 물은 안 들어오지만 엄청 먹먹해서 사람 말소리도 안 들리고 그 이물감과 압력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3천원이나 줬는데 아깝네... 

3. 여름이 다가왔고, 칼로리를 더 소비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들으며 훌라후프를 주문했다. 작년에 쓰던 게 망가져서 버렸기 때문이다. 때마침 언니가 훌라후프 소개 페이지를 메일로 보내주지 뭔가. 언니가 보기에도 운동이 절실해 보였나보다. 흑..;;;; 

 

무게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전에 쓰던 게 얼마의 무게였는지 모르기 때문에 내게는 기준이 없었다. 무거운 게 운동효과가 좋겠거니 싶어서 주문한 것은 2kg짜리. 

 

열라 크고, 열라 무거웠다. 처음에 허리에 대어보고는 이걸 돌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스러워 한 번 시도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누가 들어서다가 잘못 맞으면 제대로 다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돌려보니 너무 무겁고 아파서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무릎팍 도사 염정아 편을 보면서 안 떨어뜨리고 잘 버텼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멍은 들지 않았지만 엄청 쑤시는 거다. 허리에 각이 잡힐 때마다 비명이 새어나온다. 목요일에 하루 해보고 금토는 시도 못해봤다. 자리 많이 차지한다고 벌써 엄니가 치워 놓으셨다. 내 그래도 자주자주 찾아주리. 불끈!! 

4. 1일에 주문하려던 것은 화장품들이었다. 눈화장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놨었는데, 지난 부여답사 때 나의 야곱이 가져온 스텐 텀블러에 넋이 나가 모두 비우고 책으로 다시 담았다. 텀블러를 받으려면 지정 도서 포함해서 책으로만 5만원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중고도서는 제외! 

 

뚜껑도 옆으로 돌리게 되어 있어서 기존의 위로 열리는 형태보다 더 마음에 든다. 스텐으로 되어 있어서 설거지도 더 쉬울 것이고 플라스틱보다 마음에 더 안심이 된다. 고양이 친구도 무척 예쁘고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그림을 바꿔끼울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ㅎㅎㅎ 

5. 책 주문하면서 dvd도 같이 주문했다. 

역사 영화반 애들에게 보여주려고 로빈훗을 골랐다. 리들리 스콧 작품 말고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로. 수요일에 주문하고 편의점 배송을 시켰는데 금요일 밤까지는 도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도착했고, 나는 토요일 오전에 필요했고... 별 수 없이 집에 있는 다른 걸로 대체했다. 최근에 정조 수업을 했기 때문에 '영원한 제국'을 골랐다. 책은 고3 수능 끝나고 졸업하기 직전에 읽었으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요 내용은 기억이 났지만 세부 과정은 깜깜했는데 오랜만에 차분하게 볼 수 있었다. 책 읽던 시절에는 미처 몰랐는데 작품에 '유신'이란 단어가 엄청 나온다. 그게 영화에서만 그런 건지 원작에서도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원작자의 의도도 거기에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개혁 군주'라는 이름을 앞세워 정조의 도전을 박정희의 유신과 연결시킨, 개혁을 위해선 독재도 불사해야 한다는 은연 중의 논리가 무척 불편했다. 가만 보면, 안성기는 임금 역으로도 대통령 역으로도 곧잘 출연했다. 뭐, 잘 어울리긴 한다.^^ 

6. 책 주문할 때 선택 주문한 또 다른 선물은 어린이 용 썬캡이다.  

 

며칠 전에 언니가 다현양 가방 사달라고 메일을 보내와서 주문한 키티와 나란히 두니 하나씩 선물하기 좋겠다 싶은데, 세현군 머리에 저 캡이 맞을런지.... 뒤가 고무줄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쨍기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둘 다 여름 생일인데 나중에 생일 선물 줄 때 더불어 줄 것인가, 당장 내일 줄 것인가 좀 생각해 봐야겠다.ㅎㅎ  

7. 어제는 만화가 김지은 샘이 대장암 투병 중에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무척 황망했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2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신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잡지 원고를 계속 하셨나보다. 5월에 재차 입원했다가 6월 2일에 퇴원하면서 약이 없다고,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글을 쓰셨는데, 당일 저녁에 돌아가셨다. 1970년 생이니까 이제 마흔 조금 넘겼을 뿐인데 이렇게 금세 가시다니.... 2011년 6월호 잡지 표지가 유작이 되어버린 셈이다.

최근 작은 거의 접하지 못했지만 과거 엑스트라 신드롬 그리실 때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즐겨 읽었더랬다. 기사를 보다 보니 얼마 전에 이보배 선생님도 돌아가셨지 뭔가. 향년 58이면 김지은 샘보다는 오래 사셨지만, 그래도 요즘같이 장수하는 시대에는 너무 이른 죽음이다. 남편 되시는 이진주 샘도 안쓰럽고... 두 분 선생님 모두 안녕히 가세요... 

8. 며칠 전에 연극 '저승'에 당첨되었다. 때마침 전화가 온 친구가 만나자고 해서 같이 연극을 보기로 했다. 오전과 오후 일을 보고 3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 친구가 4시에 온 것이다. 연극은 4시에 시작하는데 말이지...ㅜ.ㅜ 결국 1분 지각했지만 입장할 수 없다고 해서 급 좌절했는데 극단 측에서 7시 공연으로 바꿔주었다. 휴, 다행다행.... 

연극은 가오싱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버스 정류장을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관심이 갔고 경극을 옮겨온 거라고 해서 또 흥미가 갔다.

정사각형 넓은 무대의 양 옆에 반주와 음향 효과를 담당하는 연주자가 앉아 있고, 코러스와 뮤지컬의 앙상블 역할을 해줄 이들도 가장자리에서 극을 시작했다. 내용은 이렇다.  

장자의 호접몽에 나오는 그 장주가 미녀 아내의 정숙을 의심하며 자신을 죽은 것으로 위장한 채 초나라 귀공자로 아내 앞에 나타나 그녀를 희롱한다. 오래도록 독수공방했던 그녀는 초나라 귀공자에게 마음을 주고, 그가 병을 고치기 위해서 갓 죽은 자의 뇌수가 필요하다는 말에 남편의 관에 도끼를 꽂는다. 때마침 남편은 관 속에 들어가 있다가 뛰쳐 나오고 모든 것이 남편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장주의 부인은 스스로 도끼를 찍어 죽고 만다.  

저승에 도착한 그녀는 자신이 속아서 이렇게 죽게 된 억울한 사연을 말하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고 공정한 재판은 진행되지 않는다. 도리어 혀를 잘리고 연옥에 갇혀 긴긴 고통 속에서 허덕이면서 작품은 끝이 난다. 저승에서조차도 불합리하고 억압받는 여성의 삶이 잘 묘사되었다.  

초반에 장주의 아내 희롱하는 장면은 무척 코믹스럽게 진행됐지만, 저승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웅장하면서 공포스런 느낌을 잘 조화시켜냈다. 어찌 보면 뮤지컬 같고 또 마당극 같고 경극같기도 한, 여러 가지 공연 예술이 조화롭게 섞여서 진행되었다. 조연들이 마치 관객인 것 마냥 무대를 향해 야유도 보내고 지지도 보내고 경고도 보내는 모습이 재밌고 신선했다.  

다만 한 가지 옥의 티라면, 내 옆에 앉은 남자가 지나치게 오버하며 웃어댔다는 거다. 아직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고 아무 대사도 없는 때에도 못 견디겠다는 듯 꺽꺽 소리를 내며 웃는데 짜증나서 혼났다. 배우들 중에 지인이 있어서 응원하는 티를 내려고 그런 것인지, 바람잡이 용으로 극단측에서 투입한 사람인지, 순수한 관객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오버스런 반응이 여러 사람 관람 분위기를 망쳤다는 것을 제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9. 친구랑 늦은 저녁을 먹으며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눈화장 얘기를 했다. 스모키 화장을 해보고 싶은데 친구의 다음 말이 나를 갈등케 했다.  

"스모키 화장에 걸맞는 옷도 입을 거야?" 

아, 그건 생각 못했는데... 그간의 패션을 고려할 때 스모키 화장과 어울릴 수가 없구나. 곤란해....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의미의 스모키 화장은 스모키가 아니라 그냥 아이라인 찐한 거라고 친구가 수정해 준다. 

그런가? 그럼 스모키 말고 아이라인에 도전해 보겠소.   

 

 

 


10. 높은 굽 구두 신고 종일 다녔더니 발에 물집 잡혔다. 아프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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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6-0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지막 링크해놓으신 제품들이 눈에 밟혀서 댓글 달아요 ㅋㅋ
첫번째 보브 붓펜 추천해요. 지금 젤 아이라이너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붓펜이 젤 좋은거 같아요.
보브는 그리기도 쉽고 오래써서 좋아용 ㅎㅎ 아니면 스킨푸드의 가지 아이라이너도 좋더라고요. 가격도 비슷해요 ㅋ
두번째 폰즈 리무버는 제발 사지 마시옵소서 죽어도 안지워져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미샤 가면 2천원?인가 아이리무버 팔아요. 그게 짱입니다! ㅎㅎㅎ

마노아 2011-06-05 13:52   좋아요 0 | URL
역시 새로운 도전에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해요.
어제 친구 아이라이너 써봤는데 잘 안 그려져서 힘들었어요.
붓펜이 더 잘 그려질 것 같아요.^^ㅎㅎㅎ
폰즈 리무버는 당장 빼버리겠어요. 미샤 매장이 주변에 어디 있는지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대학로에는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종로에 나가야겠어요.^^ㅎㅎㅎ

이매지 2011-06-05 23:51   좋아요 0 | URL
곧 미샤데이니까 쫌만 있다가 사세요 ㅋㅋㅋㅋ

마노아 2011-06-06 10:27   좋아요 0 | URL
미샤데이가 뭔지 찾아봤어요. 매달 10일에 미샤가 할인 행사를 하는군요!
좋은 정보 캄사해요. 10일을 기다려 미샤를 달려가겠어요.^^ㅎㅎㅎ

루쉰P 2011-06-05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훌라후프 잘못하면 허리에 멍들어요...^^ 조심하세요. 사용자가 있어서 위험사항 알려드려요. ㅋㅋ

마노아 2011-06-05 13:52   좋아요 0 | URL
전에 쓰던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무거운 것 같아요.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겠어요.^^;';;

하늘바람 2011-06-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훌라후프 하다보면 나중에 이쯤이야 할거예요 그런데 정말 필요한건 저 같아요.
염정아가 훌라후프로 살 뺐다고 하나요?
저도 눈화장 잘하고 싶네요 요즘 눈화장은 커녕이어서리
아 선캡과 키티가방 넘 이쁘네요

마노아 2011-06-05 13:53   좋아요 0 | URL
염정아는 두 아이의 엄마임에도 44 사이즈 입는다고 하네요.
훌라후프만 돌리기 심심해서 TV를 틀어놓은 건데 염정아 편이 궁금해서 다시 보기로 본 거예요.
선캡과 키티 가방은 모두 다현양에게 돌아갔어요.
지금 착용하고 노는 중이랍니다.^^

또치 2011-06-0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라인 ㅠㅠ 저는 속쌍꺼풀이 있어서 아이라인 그리기 진짜 힘들답니다.
마노아님은 눈화장 하면 의외로 아주 화려해 보일 듯요. 해봐요, 해봐요!
우리 언제 만나서 아이라인 그리기 연습해볼까요? 그리고 마노아님은 페이퍼를 씁니다.
화장을 해보았어요 1) - 아이라인 편~~ 인기대폭발 예감!

마노아 2011-06-05 13:54   좋아요 0 | URL
아이라인 그리기 연습! 훈늉해요. 미리미리 연습 좀 해봐야겠습니다.
화장해보기 연속 시리즈가 새로 탄생하는 건가요?
아이라인이라고 쓰고 팬더라고 읽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11-06-07 00:58   좋아요 0 | URL
여기 아이라인 못그리는 1인 추가요~~

마노아 2011-06-07 11:25   좋아요 0 | URL
우린 드라이질도 못하고, 아이라인도 못 그리고...;;;;;;

카스피 2011-06-0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저 훌라후프를 보니 살빼다가 사람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용^^;;;;

마노아 2011-06-06 00:4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수영 안 가는 날만 골라서 할 생각이에요.^^;;;

이매지 2011-06-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훌라후프 돌리다가 옆구리에 멍 들고 포기했어요 ㅠㅠ
멍이 들거나 말거나 그냥 해야 하는데 아이고아이고 하면서 포기.
저는 늘 색조화장을 해봐야지 하고 화장품을 사놓고 결국 밍기적거리다가 포기.
그렇게 버린 화장품이 벌써 얼마인지!! ㅠㅠ
마노아님은 부디 귀차니즘을 떨치고 눈화장 성공하세용!
나중에 뵐 때 눈화장 기대할께요! ㅋㅋ

마노아 2011-06-06 00:42   좋아요 0 | URL
멍들고 사라지는 과정을 극복한 다음에서야 운동이 된다고 울 언니가 아까 말해주고 갔어요.
얘기를 듣고 나니 더더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거 있죠...ㅜ.ㅜ
색조화장을 예쁘게 성공하고 싶은데 클린징 한통을 다 쓴 다음에야 좀 사람답게 그릴 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암튼 도전해 보겠음돠. ㅎㅎㅎㅎ

레와 2011-06-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발을 착용하면 속도감이 죽여줘요! 대신 그만큼 운동량은 줄어드는것 같아요.
해서 오리발 착용하고 수영할 때는 보통 쉼없이 30분~50분 정도를 돌아야 몸이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수영장 가고 싶네요. 다락에 있는 오리발은 잘 있는지..^^;
아 또, 저는 귀마개 착용대신 수모로 귀를 덮어버리는데, 그래도 물 들어가요.ㅋㅋ;;

마노아 2011-06-07 22:05   좋아요 0 | URL
오, 속도는 죽이지만 운동량은 오히려 떨어지는군요. 상급반이 사람도 더 많고 속도도 빨라서 치이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이에요. 한 바퀴만 돌아도 헐떡이는 저질체력인데 30분에서 50분이라니... 너무 어마어마합니다..ㅜ.ㅜ
귀마개는 일회용으로 전락했어요. 수모로도 감춰지지 않는 저의 머리통을 어찌하면 좋을까요....ㅜ.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X-men: First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5월 31일에 할인쿠폰과 카드 할인을 겸하면 영화 한 편을 공짜로 예매할 수가 있었다. 수요일은 수영을 가야 하니까 시간이 안 됐고, 그래서 목요일에 볼 영화를 고르니 죄다 엑스맨 밖에 안 뜨지 뭔가. 다른 영화는 있지만 오전이나 밤 늦게 상영하는 시간표. 도리 없이 엑스맨을 예매했다. 엑스맨 1편을 보고 그 사이 영화들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검색해 보니 1편은 2000년에 나온 영화다. 어휴, 10년이나 지났으니 잘 생각 안 나는 게 당연하다. 기억에 울버린 역의 휴잭맨은 떠오르고, 키스를 했더니 상대 남자가 감전되어 쇼크로 죽었던가? 뭐 그런 소녀가 나왔던 게 생각나고, 엄청 많이 먹어도 끄떡 없는 남자가 식당에서 내기하던 것도 기억난다.(근데 그게 엑스맨 맞나????) 

뭐 암튼, 어차피 이번 작품은 프리퀼이니까 사이에 못 본 영화들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캐릭터가 겹치니 내용이 더 생각이 나면 이 인물은 나중에 갈라서겠군, 끝까지 남겠군... 정도의 정보를 알겠지만 몰라도 문제 없다. 

시작은 1944년에서 출발한다. 에릭은 유태인인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지면서 철문을 밀어내는 능력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 덕분에 눈에 띄어서 동전을 움직여 보라는 명령을 받지만 해내지 못하고, 그 바람에 엄마는 눈앞에서 총살을 당한다. 그때 받은 충격과 분노로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그 바람에 실험 대상이 되어서 불우하게 성장한다.  

한편 찰스 자비에는 무척 부유하고 안전한 집에서 성장을 하고, 파란 피부를 가진 돌연변이 레이븐을 만나면서 자신같은 존재가 또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친구이자 남매같은 사이로 성장한다. 시간은 62년으로 점프. 냉전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으로 이동한다. 어느덧 찰스 자비에는 유전학 교수가 되어버렸고, 레이븐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품고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낸다. 한편 CIA요원인 모이라는 임무 수행중 돌연변이를 목격하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찰스를 찾는다. 모이라의 기억을 훔쳐본 찰스는 더 많고 다양한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찾아내라는 미 정부의 임무를 수락한다.  

처음에 그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제 능력을 감추고 살거나, 혹은 제 능력에 취해 우쭐거리던 이들이었고, 아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어떤 자각도 없는 상태였다.  

성인이 된 에릭은 자기 자신과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실의 쥐로 만든 세바스찬 쇼우를 찾아나서다가 찰스의 팀으로 합류한다. 세바스찬 쇼우는 미국과 소련의 가운데서 양쪽 군 수뇌부를 움직여 제3차 대전을 일으키려고 음모를 꾸미는 중이었다. 영화는 이 부분을 1962년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과 연결시켜서 나름 극적인 연출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사소한 웃음 몇 자락 외에는 이렇다 하게 보여준 게 없었다.  과도한 핵무기 개발 노력이 돌연변이의 출연을 더 증폭시켰다는 설정은 현재 시점에선 시사하는 바가 몹시 컸지만 그 또한 슬픈 일이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가 워낙 수작이어서 '프리퀼'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보다. 적어도 더 후대에 만들었으니까 기술적으로 혹은 시나리오 상에서 더 정교한 솜씨를 내보일 거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엑스맨은 이도 저도 아닌 축이다. 그들이 '돌연변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세상의 무관심과 편견에 부딪치며 꽤 고생을 했을 거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설득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캐릭터들의 이합집산에는 그런 연결고리가 무척 부족했다. 까메오로 잠깐 등장한 휴잭맨의 울버린은 까메오를 위한 까메오였고,  내내 자학 모드였던 레이븐이 제 모습을 갑작스럽게 자랑스러워하는 데에는 에릭의 몇 마디 말이 전부였다. 반면 그랬던 에릭이 메그니토로 돌변하는 것도 너무 순식간이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1960년대인데, 그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도 그닥 들지 않는다. 영화가 2/3가 지나서야 짓게 된 몇몇 웃음코드 전에는 이 영화가 왜 이리 길까, 언제 싸우고 끝낼까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워낙 대단한 특수효과도 많이 보았던 터라, 이젠 돌연변이가 대거 등장하는 이런 영화의 장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스토리에서 힘을 못 쓰고, 화면에서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니 영화의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퀼' 역할로서의 이야기만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계속 챙겨볼지는 모르겠다. 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짜표가 생기면 혹 모를까. 이번 영화는 나에게는 좀 아니올시다였다. 

 

근데 '엑스멘'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복수잖아. 표기법에 안 맞나??? 참, 자막에 두 번 실수 있더라.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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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3 0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3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6-0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피부 얼마전 스머프 실제 존재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흥미있었어요

마노아 2011-06-03 11:32   좋아요 0 | URL
우와, 유전자 변이 뭐 그런 걸까요? 그러고 보니 스머프 영화로 개봉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가물가물...^^

Mephistopheles 2011-06-0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코믹스 원작 엑스맨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매력덩어리들이죠. 근데 영화는...1편은 재미있었어요. 2편은 음....
3편은 이게 뭐야...!! 였었죠. 그리고 프리퀄 시리즈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이 영화 전에 울버린(휴 잭맨)의 탄생을 알려주는 번외편 영화가 따로 있었고요.

마노아 2011-06-04 23:59   좋아요 0 | URL
1편은 저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오래되어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 하지만요.
울버린은 영화 말아먹었다는 소문을 듣긴 했습니다.ㅎㅎㅎ
2편도 곧 개봉할 모양인가본데 여전히 궁금하지 않아요.ㅋㅋ

sslmo 2011-06-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엔 영화를 못 봤어요.
6월에도 이변이 없는 한 못 보게 되겠죠.

이렇게 선별해주시는 리뷰, 제게 절실합니다~^^

마노아 2011-06-04 23: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심신엔 영화 같은 휴식도 필요하건만 이변이 없는 한 당장엔 힘들겠지요.
파이팅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