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 항우와 유방 - 제국의 붕괴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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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은 내게 무척 파격적인 책이었다.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진행 형식이 신선해서 매우 매력적이었던 책이었다. 1권의 주인공이 진시황과 이사였다면 2권의 주인공은 항우와 유방이다.

이 시리즈는 기존의 역사 만화들과 달리 '서사'를 가급적 줄이고 장면 장면의 연결로만 이어져 있다. 마치 사진을 느리게 돌려서 만든 영화 같은 느낌? 서사를 줄였기 때문에 초한쟁패의 주요 내용을 전혀 모르는 독자라면 이 책의 묘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살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적 고증에 힘을 써서 당대의 의복과 무기, 관의 형태 등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작품의 전개에 극적인 힘을 불어넣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하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사실, 이 시대를 그려내면서 기존의 만화 같은 '배경 그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고증에 고증을 더한다 할지라도 상당한 양의 상상을 덧붙여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 특징들은 저자의 그림 특색과 맞물려서 이렇게 부조 같은 느낌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보면서 그림의 '입체감'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다. 인물들이 그다지 동양인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저자의 그림 스타일이라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매 장면에 주석처럼 따라가는 짧은 설명들이 본문에서 부족한 살이 되어준다. 여백은 충분하지만 할 말은 하고 지나가는 셈이랄까.

한신이 귀족 출신이 아니라고 말한 것과, 호해가 단순한 바보는 아닐 거라는 전제 하에 진행시킨 점들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우리에게 지나치게 익숙한 나머지 오히려 '객관화'해서 보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는 머리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무의식적으로 저자의 지적대로 우리가 흘러가던 경향이 있었으니 말이다.

동아시아의 고대사만 전설이 넘쳐나는 건 아니어서, 헤로도토스나 플루타르코스 등 서양 고대사 역시 예언과 징조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텍스트를 낯설게 느끼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반면 이미 지나칠 정도로 익숙해져버린 <초한지>를 우리는 충분히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만일 영화나 그림에서 튜더 시대의 판금 갑옷을 입은 한니발이 포병부대를 지휘한다면, 여러분은 짜증을 낼 것이다. 그러나 명나라 때의 복장을 한 항우나 유방을 보아도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전국시대 말의 유물대로 복식을 고증하면, 그게 더 낯설어 보일 것이다. 동아시아 역사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한니발과 항우가 동시대 인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깜빡깜빡 잊는다. 우리 머릿속에서 한니발은 먼 옛날 사람이지만 항우나 유방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 4쪽

책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에 실린 윤성훈 가회고문서연구소 연구원의 '오랑캐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도 오래 눈길을 사로잡았다. '夷'라는 글자 하나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서 '초'나라와 초 문화를 함께 언급한 것이 좋았다. 얼마 전에 읽은 '춘추전국이야기' 3권에서 매력적인 초나라를 만났는데, 그것을 다시 확인한 기분이 들었다.    

  

초나라 지역은 거대한 장강과 수많은 지류, 안개와 비가 많은 습윤하고 온난한 기후 등의 자연 조건으로 인해 북방처럼 노동 집약적 집단 농업 경제 및 강력한 중앙 집중형 권력이 출현하기 어려웠다. 또한 물의 유연함, 거대한 대자연에 대한 경외가 뿌리 깊었다. 사회 속의 인간관계, 문화와 규율의 법칙성을 중시하는 유교가 북방의 고대 문화를 대표한다면, 인위에 대한 자연의 우위와 기존 질서를 초월한 자유로운 해방을 추구했던 도가 사상은 남방의 사유였다.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도 장강 유역에서 탄생했다. 유가와 도가 사상은 음양의 관계로 중국 문화의 양대 축을 형성한다. 산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침잠과 찬탄이 결여된 중국 예술은 상상하기 어렵다. 남방, 즉 초라는 타자로 인해 중국 문명은 그 거대한 풍요를 획득할 수 있었다. – 212쪽 

 마지막으로 '漢'의 유래와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한쪽으로 정리한 부분이 이 책을 진정으로 정리한 느낌이어서 유독 좋았다. 한이라는 글자가 우리나라를 뜻할 때처럼 '나라 이름 한'이겠거니 무심히 넘겼는데 한수 한이라는 글자라는 것을 제대로 확인했다. 

유방이 세운 제국의 이름인 한(漢)은 원래 지명이다. 한은 한수(漢水)라는 장강의 한 지류를 가리키는 한자인데, 이 한수의 중상류 유역이 한중이다. 유방은 패(沛) 출신이다. 패는 원래 송(宋)나라 땅이었다가 송이 멸망한 뒤 초나라에 편입된다. 또한 거병 후 줄곧 초 항우의 휘하였으므로 그는 엄연히 초나라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사건을 계기로 유방의 아이덴티티는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한중은 유방과 항우의 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외부로부터 격절된 궁벽한 산골이 아니었다. 험한 길이긴 하여도 관중 및 촉 등 주변 지역과 교통로가 확보되어 있었으며, 한중 분지와 사천 분지는 온난하고 강수량이 풍부하여 농업 생산력도 높았다. 또한 혜문왕 이래로 진(秦)에 속하여 왔던 진나라의 고지(故地)다. 한중의 왕이 된 후 유방 집단의 성격은 크게 변모한다. 한중 시절 유방 집단은 군사 및 행정 부문에서 진나라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패 지역의 토착적 군사 집단에 불과했던 유방 집단은 전국적 세력으로 급성장하였다. 이에 반해 항우는 군사적 승리를 쟁취하고도 다시 초나라라는 지역성으로 회귀해버렸다. 바로 이 점이 초한쟁패에서 유방과 항우의 운명을 갈랐다. 유방이 한왕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이었으되, 그가 건립한 대제국이 한(漢)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213쪽

이 시리즈가 모두 10권으로 기획된 책인데 출간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어서 기다리다가 지칠까 봐 다소 염려가 된다. 줄줄줄 줄거리를 다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만 짚으면서 판화로 찍듯 각인을 시켜주는 책인 것이 느린 간격의 출간으로 찾아오는 지루함을 다소 줄일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2권에선 유막둥이가 패배하는 바람에 항우의 인질이 되어 있었다는 아주 잠깐의 등장뿐이었지만 3권에선 주인공으로 등장할 여태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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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7-1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락이 제멋대로 이동해서 몇 번을 수정했는지 모른다. 이런 현상이 아주 자주 발견되고 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2011-07-1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과 만화 두 장르가 적절하게 어우려졌다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처음 읽을 때는 한나라에 대한 기본 역사 지식이 얕아 사건 위주로 좇아가기가 조금 버거웠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는 복식과 각주까지 꼼꼼하게 읽게 되면서 책을 더 즐길 수 있었습니다.
김태권 작가가 완성해가는 인문만화는 진행형이겠지만, 콘텐츠에 대한 작가의 책임감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4권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요..

마노아 2011-07-13 20:55   좋아요 0 | URL
확실히 1권 읽을 때 좀처럼 만나지 못한 파격성에 한참 흥분했던 기억이 나요.
여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 특성이 있지요.
기대하는 작가분인데 벌려놓은 일이 많으셔서 다음 권은 늘 오매불망 기다려야 해요...ㅜ.ㅜ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 항우와 유방 - 제국의 붕괴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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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고대사만 전설이 넘쳐나는 건 아니어서, 헤로도토스나 플루타르코스 등 서양 고대사 역시 예언과 징조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텍스트를 낯설게 느끼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반면 이미 지나칠 정도로 익숙해져버린 <초한지>를 우리는 충분히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만일 영화나 그림에서 튜더 시대의 판금 갑옷을 입은 한니발이 포병부대를 지휘한다면, 여러분은 짜증을 낼 것이다. 그러나 명나라 때의 복장을 한 항우나 유방을 보아도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전국시대 말의 유물대로 복식을 고증하면, 그게 더 낯설어 보일 것이다. 동아시아 역사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한니발과 항우가 동시대 인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깜빡깜빡 잊는다. 우리 머릿속에서 한니발은 먼 옛날 사람이지만 항우나 유방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4쪽

당시 긴 칼은 귀족이 차고 다니는 것이어서 서민인 한신이 칼을 차고 다녔으므로 놀림을 받았던 것 같다.

-19쪽

<사기> ‘항우본기’에는, 진나라가 멸망시킨 여섯 나라 중 초나라 사람들이 제일 억울해하였다고 한다. 진승, 항량, 항우, 유방 등 반군의 주요 인물들은 초나라 출신이다.

-21쪽

진나라가 망할 당시에는 말 위에서 긴 창과 긴 칼을 휘두르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아직 등자가 보급되지 않았고, 칼도 크게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1쪽

진승이 왕 노릇을 한 것은 고작 6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진의 멸망은 결국 진승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마천은 진승의 전기를 열전(列傳)이 아닌 왕과 제후의 전기인 세가(世家)로 분류하였다.

-35쪽

초나라 문화는 화려하고 판타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7쪽

봉(鳳)새는 초나라 지역에서 특히 사랑받던 상상 동물이다.

-57쪽

옛날 동아시아 사람들은 옥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60쪽

긴 자루를 가로질러 ㄱ자 모양으로 날을 이은 무기가 과이고, 그 앞에 창날을 하나 더 꽂은 것이 극이다.

-72쪽

어린 임금은 항량이 범증의 건의를 받고 세운 초회왕의 손자 미심이다. 초회왕에 대한 동정 여론을 의식하여 어린 임금도 초회왕이라 불렀다.

-77쪽

‘막둥이’는 유계다. ‘계(季)’는 막내아들을 부르는 말. 그 아버지는 역사서에 ‘태공(太公)’이라 소개되지만, 그 역시 동네 영감을 일컫는 말이다. 즉 이름도 갖지 못할 정도의 신분이다. 당시 농민군에는 이런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78쪽

장함의 항복 이후 호해는 조고를 문책하였고, 조고는 처형될까 두려워 "이제 사태가 급박해지자 책임을 우리 가문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정변을 꾸몄다.(‘진시황본기’) 호해가 흔히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바보가 아님을 보여 준다.

-109쪽

아방궁은 진시황제 생전에 완공되지 않았고 황제는 바빠서 향락을 즐길 틈이 없었을 것이다. ‘진시황본기’에 따르면 우주와 천하를 모방해 궁궐을 만들었다고 하니, 아방궁은 세계의 미니어처인 셈인데 주술적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111쪽

어린 임금 의제의 죽음에 대해 <사기>의 ‘항우본기’ ‘고조본기’ ‘경포열전’에 기록된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르다. 증거가 남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대에도 후세에도 항우가 암살 배후라는 주장이 의심받은 일은 없었다. 먼 훗날 조선에서 김종직이 몰래 ‘조의제문’을 지어 단종과 세조를 의제와 항우에 빗대었다. 40년 후 1498년에 이 사건이 밝혀지면서 무오사화가 일어났다. 의제의 일은 그때까지도 핫이슈였던 셈이다.

-140쪽

팽성전투에 이어 형양전투에서도 패배하자 유계는 한신의 병부를 훔친다. 병부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명령권자와 일선 지휘관이 각각 지니다가 맞추어 보는 도구다. 부(符)를 맞춘다(合)는 것에서, 부합(符合)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163쪽

명나라 모곤은 "한신의… 전략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듯 기묘하여 적과 혈전을 벌인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혈전을 벌이지 못하는 것은 그가 항상 신병을 데리고 싸워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74쪽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세 세력이 솥 발처럼 웅거하면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천하삼분의 계책은 제갈량의 것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보다 앞선 것은 노숙이었고, 그 기원은 괴철과 무섭까지 올라간다. 한나라 때는 한무제 유철의 이름과 겹치지 않게 하려고 괴통이라고 불렀다.

-183쪽

‘패왕별희’라는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가 소개된 문헌은 <사기> ‘항우본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항우의 부인 우미인이 자결하였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자치통감>에는 아예 ‘패왕별희’의 장면조차 누락되어 있다.

-192쪽

유계는 이름도 없는 미천한 신분이었다. 황제로 즉위한 다음에야 우리에게도 친숙한 유방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최고 권력자인 그를 이름으로 부를 사람은 없었다.(미치지 않고서야)

-198쪽

‘존왕’의 왕은 주왕을 뜻한다. ‘양이’는 ‘이(夷)를 물리친다’는 뜻으로, 이때 ‘이’는 초나라다. 옛 기록에 초나라 군주는 ‘초자’라 일컬었다. 초의 자작(子爵)이라는 뜻이다. 당시 중원 제후국들의 작위는 대개 공, 후, 백이었으므로 초자는 초나라를 하대한 칭호였다. 초의 군주였던 웅통은 주의 왕에게 자신의 작위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스스로 무왕이라 칭해버렸다. 당시 ‘왕’은 주나라 천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칭호였다. 이후 초는 대대로 왕호를 칭하며 중심의 질서에 도전했다. 장강 연안의 풍요로운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변 소국들을 병합하여 팽창해가던 초의 신장세는 대단했다. ‘존왕양이’는 초라는 강력한 타자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211쪽

초나라 지역은 거대한 장강과 수많은 지류, 안개와 비가 많은 습윤하고 온난한 기후 등의 자연 조건으로 인해 북방처럼 노동 집약적 집단 농업 경제 및 강력한 중앙 집중형 권력이 출현하기 어려웠다. 또한 물의 유연함, 거대한 대자연에 대한 경외가 뿌리 깊었다. 사회 속의 인간관계, 문화와 규율의 법칙성을 중시하는 유교가 북방의 고대 문화를 대표한다면, 인위에 대한 자연의 우위와 기존 질서를 초월한 자유로운 해방을 추구했던 도가 사상은 남방의 사유였다.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도 장강 유역에서 탄생했다. 유가와 도가 사상은 음양의 관계로 중국 문화의 양대 축을 형성한다. 산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침잠과 찬탄이 결여된 중국 예술은 상상하기 어렵다. 남방, 즉 초라는 타자로 인해 중국 문명은 그 거대한 풍요를 획득할 수 있었다.

-212쪽

유방이 세운 제국의 이름인 한(漢)은 원래 지명이다. 한은 한수(漢水)라는 장강의 한 지류를 가리키는 한자인데, 이 한수의 중상류 유역이 한중이다. 유방은 패(沛) 출신이다. 패는 원래 송(宋)나라 땅이었다가 송이 멸망한 뒤 초나라에 편입된다. 또한 거병 후 줄곧 초 항우의 휘하였으므로 그는 엄연히 초나라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사건을 계기로 유방의 아이덴티티는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213쪽

한중은 유방과 항우의 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외부로부터 격절된 궁벽한 산골이 아니었다. 험한 길이긴 하여도 관중 및 촉 등 주변 지역과 교통로가 확보되어 있었으며, 한중 분지와 사천 분지는 온난하고 강수량이 풍부하여 농업 생산력도 높았다. 또한 혜문왕 이래로 진(秦)에 속하여 왔던 진나라의 고지(故地)다. 한중의 왕이 된 후 유방 집단의 성격은 크게 변모한다. 한중 시절 유방 집단은 군사 및 행정 부문에서 진나라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패 지역의 토착적 군사 집단에 불과했던 유방 집단은 전국적 세력으로 급성장하였다. 이에 반해 항우는 군사적 승리를 쟁취하고도 다시 초나라라는 지역성으로 회귀해버렸다. 바로 이 점이 초한쟁패에서 유방과 항우의 운명을 갈랐다. 유방이 한왕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이었으되, 그가 건립한 대제국이 한(漢)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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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발일까? - 세계의 신발 그림책은 내 친구 21
정해영 글.그림 / 논장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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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발을 보고서 누구 신발인지 맞춰 봅시다! 

 

1. 달각달각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문제 없고, 질퍽질퍽한 진흙길도 문제 없습니다. 누구 발일까요?
2. 뽀드득뽀드득 차가운 눈도 밟을 수 있고, 씨잉 씽씽 거친 바람도 막을 수 있어요. 누구 발일까요?
3. 따각따각 서둘러서 걸으면 또각또각 나무 굽이 노래한답니다. 이건 누구 발일까요?
4. 뚜벅뚜벅 휘고 높은 굽이 멋지지요? 철컥철컥 힘차게 한 바퀴 돌아봅니다. 누구 발인지 맞춰보세요! 

몇 개나 맞췄나요? 쉬운가요, 어려운 가요? 몇 개 더 문제를 내 보지요. 

 

5. 짝자작짝짝 캐스터네츠 소리 들리면 딱다닥 딱딱 흥겹게 리듬을 탑니다. 누구 발일까요?
6. 휘리릭휙 꼬부라진 신발 끝에 폭신폭신 자그만 털 방울이 콕! 달려있는 이 신발, 누구 발일까요?
7. 나풀나풀 노오란 나비들이 사뿐사뿐 빠알간 꽃밭에 앉았네요. 이 예쁜 발은 누구 발인가요?
8. 통통통 어, 없네. 신발이 없네. 이 당당한 맨발은 또 누구의 발일까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발들을 꼴라쥬 기법을 담은 재미난 그림으로 정겹게 소개하고 있는 멋진 책이다. 신발의 특성은 곧 그 나라의 자연 기후의 특징을 담고 있고 풍습의 묘미도 담고 있다. 신발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네덜란드의 클로그, 일본의 게다, 스코틀랜드의 길리, 우리나라의 나막신과 설피, 이누이트의 머클럭, 아르헨티나의 보타, 미국의 카우보이 부츠까지, 저마다 특색있는 신발들을 맛깔스런 우리의 의성어와 함께 설명해 놓았다.  

 

에스파냐의 플라멩코 구두, 몽골의 고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신는 모카신, 터키의 전통 신발 예메니, 인도의 주티, 중국의 화펀시에, 우리의 꽃신까지 전통의상과 함께 선을 보였다. 커다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각각의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적도와 얼마나 가까운지, 극지방과 또 얼마나 가까운지를 가늠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지, 네덜란드처럼 바다가 육지보다 높은 땅인지, 터키처럼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위해서 자주 신을 벗어야 하는 나라인지를 함께 기억해 보자. 저절로 나라별 자연환경과 풍습, 종교까지 두루 공부하게 될 것이다. 

 

글자수까지 맞춘 우리의 의성어가 맛깔나고 재밌다. 각각의 소리를 상상해보면서 신발의 느낌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보다 자세한 신발에 대한 설명은 맨 뒤에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네덜란드의 클로그가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몹시 신고 싶었던 이 신발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일명 아로아 신발! 플란더스의 개 네로에서 아로아가 신고다니던 그 부드러운 느낌의 신발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에 신기에는 발목이 짧아서 종아리가 추울 것 같지만, 치마 입었을 때 아주 귀엽고 앙증맞을 것만 같다.  

카우보이 부츠가 내게도 있는데, 사실 사고서 한 번도 못 신고 수년이 흘렀다. 7cm 굽은 둘째 치더라도 앞코가 너무 뾰족해서 나의 마당발에는 좀처럼 어울리지가 않고 화려한 웨스턴 무늬가 옷을 맞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 겨울에는 좀 도전해 볼까나... 한 번도 안 신고 묵히자니 몹시 아깝다.  

이누이트의 머클럭은 우리나라에서 대박 유행한 어그 부츠! 겨울엔 정말 최고로 따뜻한 신발이지. 모카신과 주티도 꽤 흥미롭지만 바닥이 거칠면 발이 아플 것 같다. 기념으로 하나 갖고 싶기는 하다. 저 신발을 주인으로 한 나라들을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사고 싶다.  

그나저나 계속 비가 내리니, 내일은 며칠 전에 작심하고 산 장화를 꼭 신고 말리라. 장마엔 장화가 최고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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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신발을 소재로 한 그림책, 참신하네요~~~~^^

마노아 2011-07-10 13:07   좋아요 0 | URL
아이디어가 무척 훌륭한 책이에요. 그림 보는 재미도 크구요.^^

bookJourney 2011-07-1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찜이에요~ ^^

마노아 2011-07-10 16:21   좋아요 0 | URL
선물하기도 좋지만 그냥 제가 갖고 싶기도 한 책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7-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마노아님 사진은 너무 이쁘군요.
이쁘게 찍고 이쁘게 편집해서 올리시네요. 구두가 참 이뻐요.

그런데 아로아 신발은 천이 아닌거 같아요, 여름 크록스 신발과 비슷한 재질같죠? 고무같은..

마노아 2011-07-12 10:28   좋아요 0 | URL
예쁜 구두지요?
아로아 신발은 크록스 특유의 그 고무재질 맞아요. 고무지만 가벼워요.
요새 고무로 된 장화 신고 있는데 확실히 크록스에 비하면 많이 무거워요.
크록스가 비싼 게 이유가 있나봐요.(>_<)
 
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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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프리카 공동체에서 인간은 지상에 살아있는 사람, 사샤sasha, 그리고 자마니zamani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뉜다. 본인은 죽었지만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이 아직 지상에 남아 있는 경우, 그는 사샤, 즉 살아 있는 죽은 자가 된다. 사샤들은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들을 떠올릴 수도 있고, 예술작품을 통해 그들을 표현할 수도 있고, 이야기 속에서 다시 그들을 삶으로 데리고 올 수도 있다. 그를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죽고 나면, 그 조상은 사샤이기를 그만두고 자마니, 즉 죽은 자가 된다. 일반화된 조상으로서 자마니는 잊히지는 않고 경외의 대상이 된다. 많은 이들이…… 그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죽은 자는 아니다. 그 둘은 엄연히 다르다. -제임스 로웬,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 -9쪽

어린 아이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아이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곧잘 해주는 이야기가 네 마음 속에 그 사람이 살아있으니 영영 이별은 아닌 거라고, 그런 얘기들을 곧잘 하기도 하고 또 들어보기도 하면서 우린 살아온 것 같다. 그것이 단지 위안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사는 공동체가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사는 시티를 구상한 소설가도 있다. 케빈 브록마이어의 소설은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시티에 모여든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죽음의 순간도 기억한다. 또 자신이 이 시티에 남아 있는 것은 자신이 살다가 온 그 지상에 누군가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은 시티에서 생전에 마무리 짓지 못했던 것들을 마무리 짓기도 하고, 끊어졌던 관계를 잇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 줄곧 꿈꿔왔던 꿈을 이루려고 도전도 한다. 시티의 인구가 무한대로 증가할 것 같지만 지구의 인간들도 꾸준히 죽기 때문에 시티는 인구 과잉으로 몸살을 앓지 않는다. 더군다나 현재 지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전 인류가 거의 전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오히려 시티의 사람들이 대거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지금 시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 '로라 버드'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현재 남극에 있다. 코카 콜라 직원으로 남극에 파견을 갔지만, 같이 갔던 사람들도 모두 죽고 그녀 혼자만이 남았다. 기지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사정을 알아보러 갔던 두 남자 직원이 돌아오지 않자 기지로 찾아나섰던 그녀는 그곳에서 전 대륙을 뒤덮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세상에 단 홀로 남아있는 원천적 고독에 시달려야 했다. 혹시나 어딘가에 누군가가 살아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못하지만, 시시각각 닥쳐오는 시련들은 그런 기대를 덧없음으로 바꿔버린다.  

이렇게 로라의 현재 상황과 그녀의 기억이 이루어낸 시티의 사람들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교차한다. 처음엔 그저 한 사람의 등장 인물로 보였지만, 뒤로 가면 그가 로라의 기억 속에서 어떤 인물이었는지가 언급되어 다시 마주친다. 게 중에는 로라의 첫사랑도 있고, 어릴적 친구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잠시 스쳐갔던 사람들도 있다.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인물들이 하나의 시티를 이룰 정도라니 그 숫자에 놀라게 된다. 작품 속에서 로라는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 산 사람도 아닌데도 말이다.  

거의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은 로라의 남극에서의 동료 두 명이었다. 그 중 퍼켓은 자신이 아주 어릴 적에 자전거 사고로 죽은 형을 찾아 나선다. 자신이 시티에 도착함으로 인해서 시티에서 곧 사라져버린 자신의 형이었다. 그는 형을 기억해줄 수 있는 지상의 마지막 사람이었는데 이제 자신마저 죽었으니 형은 시티에서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로라가 그의 형을 알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형의 자취를 찾아 나서고 그 흔적을 느끼는 부분이 참 아련하고 애틋했다.  

빌레 톨바넨은 매일 밤 8번 가와 바인 가가 만나는 모퉁이의 술집에서 당구를 쳤다. 술집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부터 만나오던 친구들이었다. 핀란드의 오울루에 있는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실 때 그들은 종종 "우리 죽어서 다시 만나세, 8번 가와 바인 가가 만나는 모퉁이의 술집에서"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 한 명씩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한 후, 그들은 정말 8번 가와 바인 가가 만나는 모퉁이의 술집을 찾았다.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럽게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당구대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 있었고, 마침내 모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29-30쪽 

습관처럼 농담삼아 하던 말을 그들의 입장에서 현실화되던 장면이다. 이런 모습도 참 애틋하니 먹먹하다. 죽어서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가족이 있다는 건 참 벅찬 일이지만, 이들이 모두 로라의 기억 속에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신일 테니 이들의 행복한 재회는 복불복이다. 코카콜라의 홍부 부사장 린델이 그랬다. 로라는 그를 알지만 그의 가족을 모르니 그가 보고 싶은 엄마도 아내도 아들도, 누구도 만날 수 없다. 시티에서 린델은 그런 로라를 원망하기도 한다.  

로라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평생 온갖 것들을 주변에 두고 살았던 그녀. 경우에 따라서 그런 습관은 무척 답답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시티 안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찰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추억과 삶이 공존했다.

그런데 시티 안의 사람들은 추억을 재생시키며 자신들이 죽은 이후 세계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나름의 삶을 꾸려나가느라 애를 쓰지만, 그런 시티의 존재도 모르고 남극의 얼음 속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로라의 처지는 가엾기만 하다. 그녀가 가장 극적인 위험을 만났을 때 시티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나쁜 기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언뜻 김강원의 '여왕의 기사'가 떠올랐다. 여왕이 사랑을 잃고 마음에 겨울이 오면 온 나라가 겨울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이야기 말이다.  

작품 속에서 한국이 두 번 나오는데 하나는 코끼리가 멸종되고 한국의 공장에서 만 개씩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상아 목걸이 이야기를 할 때였고, 시티 안에 한국 식당이 있어서 김치와 국수를 판다는 얘기였다. 코끼리와 고릴라가 모두 전멸한 지구라고 하니 지금보다는 더 앞서나간 미래 사회이지만, 그때도 전 세계에 대량생산된 물건을 뿌릴 대상으로 한국은 좀처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하니 아주 나쁘지는 않다. 

코카콜라라는 거대 자본의 기업이 해낼 수 있는 광고와 홍보 효과, 그리고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 위험에 대해서 아찔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반자본주의 적 감성으로 다가갈 일은 아니다.  

작품이 <뉴요커>에 게재된 뒤 바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더 로드' 같은 느낌의 영화가 나올 지, 혹은 '러블리 본즈' 환상적 느낌의 영화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로라의 이야기를 할 때면 한없이 안타까울 것이고, 시티의 이야기를 하면 대조적으로 밝은 이야기도 가능할 것이다.  

근래에는 어릴 적에 있었던 일, 마주쳤던 사람, 혹은 내가 했던 말들 등등... 이런 걸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싶은 기억들이 조각조각 자꾸 나를 건드린다.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자세히 기억나는 바람에 양심이 자꾸 아프기도 했었다. 그런 내 기억들을 다 담아내면 로라가 만들어낸 시티와 아주 흡사할 것 같다. 가족의 가족으로 올라가고, 친구의 친구, 친구의 가족으로 이어지고, 어쩌다 알게 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등등... 많은 카테고리가 마인드 맵처럼 주렁주렁 가지를 칠 것 같다. 그 세계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따뜻한 구역에서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내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면 어쩐지 시큰하다. 이 책과 같은 가정이 성립하려면 그들이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 할 테니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우리는 말하는데, 경계를 넘어 그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만난다고 가정을 한다면, 역시 허투루 넘길 사람이 하나도 없다. 기억하는 자와 기억되는 자, 그 공통 분모인 기억이 다만 아름답기를 원할 뿐이다.  

덧글)오타가 몇 개 있다. 

105쪽 매리언와 필립에게>>매리언과 필립에게
241쪽 린델는 거지가 다음 >>>린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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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0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다보니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때의 애틋함과 먹먹함이 다시 막 떠오르네요. 그러면서 지금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끊는다고 한들, 만약 이 책속의 도시가 존재한다면 그 누군가는 여전히 그곳에 있겠구나, 싶어져요. 그렇다면 관계를 맺고 끊는건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걸까요? 어렵네요. 그곳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먹먹해져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1-07-08 15:33   좋아요 0 | URL
로라는 마지막 사람인데, 로라가 죽으면 시티에 아무도 없을 텐데, 로라는 어쩌지요? 로라 생각에 정말 먹먹해요. 그녀의 공포와 추위와 외로움이 너무 가여워요. 내가 잊고 싶어하는 동창이 하나 있는데, 나와 그 아이를 같이 기억하는 누군가가 분명 있을 테니,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시티에 가면 만날 수밖에 없게 되네요. 시티에서조차도 왕재수면 어쩌지요?
아무튼, 이거 영화로 나오면 엄청 슬플 것 같아요.ㅜ.ㅜ

다락방 2011-07-08 15:35   좋아요 0 | URL
일단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기 때문에 이건 영화로 나와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 보면 펑펑 울지는 않아도 주루룩 눈물이 흐를 것 같아요. ㅜㅡ
근데 말이죠, 로라의 남자친구요, 물론 전(前)남자친구..지만, 다른 여자랑 사귀는 거 보니까 막 서운하더라구요. ㅜㅡ

마노아 2011-07-08 16:00   좋아요 0 | URL
그 관계도 로라가 엮어준 건가 싶어 참 아이러니 했어요.
근데 그 남자 너무 동문서답해서 좀 얄밉더라고요.
왠지 연애하면 여자 고생시킬 것 같아서 말이죠. 흥!

다락방 2011-07-08 16:09   좋아요 0 | URL
흥! 남자들이란.. -_-

마노아 2011-07-08 16:33   좋아요 0 | URL
그렇죠? 흥, 킁!!

굿바이 2011-07-0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라는 부제에서 덜컹합니다.
물론 가정이겠지만 죽어도 또 시작되는 삶이 있단 말입니까? 이렇게 참담할 수가 있나요.
이 세상에서 유통기한이 다 하면 그걸로 영영 끝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ㅡㅜ

마노아 2011-07-08 16:56   좋아요 0 | URL
아아, 유통기한이라고 하니 시들어가고 상해가는 제가 보이네요..ㅜ.ㅜ
부제가 이 책의 대부분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진정 덜컹!하는 제목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를 보고 왔다.  

 

로비에는 이상봉 디자이너가 재현한 이 시대의 옷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예뻤다. 얼마나 입어보고 싶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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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계획 전시회를 이미 다 다녀오신거예요? 우아~
로코코 전을 저두 눈독 들이는 중인데, 혹시 저 전시회도 그림이 거의 전부인가요?
옷이나 폐물이나 그릇 같이 아기자기한게 있다면, 코알라가 더욱 좋아할거 같은데 말이죠.

마노아 2011-07-08 11:49   좋아요 0 | URL
하나 더 다녀왔는데 깜박해서 방금 하나 추가했어요.^^ㅎㅎㅎ
로코코전은 엽서에 보이는 가구들이나 도자기, 생활용품 들도 꽤 되어요. 코알라가 좋아할 거예요.
팬시상품으로 갖고 싶은 게 더러 있었지만 비싸서 말이죠...;;;;;

무스탕 2011-07-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이걸 10일만에 다 클리어 했단 말이에요?! 바쁘셨네요.
옥함은 정말 화려함의 극치네요. 저런게 300개라면 어디에 뭘 넣어 뒀는지도 잊어버리겠어요.
하긴.. 하인들이 관리했겠지만요. ㅎㅎㅎ

2011-07-0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7-08 11:50   좋아요 0 | URL
방학 때까지 두루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단시간에 후루룩 돌았어요.
그래서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 것도 있지만요. ㅎㅎㅎ
오르세전 좋아요, 좋아~
그날 제가 이승환 콘서트를 안 다녀왔으면 그날의 하일라이트는 오르세전이 담당했을 거예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티셔츠 너무 귀엽다.
퍼머도 완전 잘나왔어요!

마노아 2011-07-08 14:17   좋아요 0 | URL
귀엽죠? 공연 주관사에서 만든 거라서 메이드 인 드림팩토리는 아니지만 예뻐서 샀어요.
가격도 만원으로 저렴했고요.^^ㅎㅎㅎ

꼬마요정 2011-07-0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집니다. 단시간에...
18세기 복식은 제인 오스틴 영화들에서 많이 보던 것들이네요. 친숙하다고나 할까욤..ㅋ 보석함은 저도 탐나네요. 색깔도 이쁘고.. 체르노빌 사태 때문에 목에 나이테라니.. 너무 가슴 아파요. 로마노프 왕조 오골오골 모여 사진 찍은 거 보고 왠지 의천도룡기가 떠오릅니다. 조민 옷차림이랑 비슷한 듯 해서요. 문화의 힘은 대단해요. 대동여지도도 인상 깊네요. 전 길치라서.. 지도도 못 읽고.. 마치 밴드오브브라더스의 소블처럼 말이죠ㅠㅠ

마노아 2011-07-08 14:18   좋아요 0 | URL
영화 얘기를 하니까 마리 앙투와네트도 보고 싶고, 제인 오스틴 영화도 보고 싶어지네요. 어제 에뷔오네를 읽어서 더 그런가봐요.^^;;;
조민 주연의 의천도룡기는 보지 못했지만 얼추 상상이 가요. 오골오골-이 단어 재밌어요.ㅋㅋ
저도 심각한 길치인지라 대동여지도 할아버지가 와도 그거 들고서 길은 못 찾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7-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를 주르르~~~~~~ 다녀왔군요. 부지런도 하셔라~~~~
빠짐없이 등장하는 마노아님표 길~~~~찾기!^^

마노아 2011-07-08 15:3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단 한 번을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네요. 같은 번호 두 개인데 왜 내가 탄 번호가 하필 잘못 탄 번호냔 말이에요..ㅜ.ㅜ

블루데이지 2011-07-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리 앙투와네트가 다시 보고싶어지게 하는 의상들이네요~~저런 옷은 어떻게 하면 입을수 있는거죠? ㅠㅠ~ㅎㅎ
진짜 마노아님의 행보가 정말이지 부럽습니다.~ 그런 부지런함은 뱃속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건가요?
저는 한국 고지도의 역사란 책을 찜해놨었는데...조선 고지도 여행시리즈를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오늘도 감사드려요!!

마노아 2011-07-08 16:56   좋아요 0 | URL
평생 저 비스무리한 옷을 한 번은 입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웨딩드레스 말고는 어케 길이 없을까요? ㅋㅋ
몇몇 전시들이 일정이 짧아서 부랴부랴 해치웠어요. 반값 할인에 폐휴대폰, 그리고 도록에 들어있는 입장권까지, 가격을 줄이려면 몸이 빨리빨리 움직여야 했답니다.^^;;;

pjy 2011-07-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멍뚫린 프레임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라인을 멋지게 한 마노아님의 얼굴이 있어야 완성작인데요^^;
정말 화려한 장식의 옥함이네요,,크기가 궁금해요~
이런거 안에 결혼반지할 다이아몬드원석이나 목걸이용 진주알 잔뜩 담아서 선물주는 그런 남자 어디 없을까요? 없겠죠? ㅋㅋ; 아직 날짜 여유가 있으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좀 가봐야될듯 싶습니다~
저는 꼭 저 구멍뚫린 판넬에 얼굴을 넣고 찍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녹음 설명을 듣겠습니다*^^*
역사박물관에서 하는 '모스크바의 초상'도 가보고 싶고~ 아주 정보가 유용합니다

마노아 2011-07-08 17:29   좋아요 0 | URL
오르세전에서도 프레임에 얼굴 넣고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웠어요.
옥함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정도?
그렇지만 그 안에 보석을 담는다면 결코 작지 않아요. ㅎㅎㅎ
모스크바의 초상은 애석하게도 이미 끝났어요. 월요일인가 일요일인가에 끝났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부랴부랴 다녀온 거거든요. 이건 사이버 전시도 해서 컴퓨터로도 볼 수 있었는데 지금도 사이버 전시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녹음 설명 택하셔요. 도슨트 하시는 분들이 복불복인지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