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7 호/2011-07-25

바보상자, 너무 똑똑해진 거 아냐?!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여름방학! 하루 종일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던 태연은 아빠 앞에 자랑스럽게 방학계획표를 내보인다. 하루에 8시간을 TV 시청에 할애한 어매이징한 계획표에 아빠의 입이 떡~ 벌어진다.

“허걱!! 밥 먹고 TV보고 밥 먹고 TV보고 다시 밥 먹고 잠자는, 아주 심플한 계획표를 짠 것이로구나!!”
“네네~~ 바로 그거예요. 이번 여름방학 탐구주제가 TV거든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열심히 TV를 보며 탐구를 하려고요. 라라라~~.”
“그, 그렇구나…. 그럼 TV의 뭘 탐구할 건데? TV의 역사,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 PD나 아나운서의 역할, TV에 새롭게 도입된 첨단기술 등등 가운데 어떤 거?”
“에이, 그렇게 어려운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전 그냥 TV를 보면 좋구나~ 그런 걸 탐구할꺼걸랑요~~~.”

아빠는 태연의 무모할 정도로 단순무식한 계획에 뒷목을 잡는다.

“태연아, TV를 탐구하는 건 아주 좋은 주제야. 그렇지만 뭔가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음…, 신개념 TV의 등장 어때? 아빠가 찐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야 물론 좋죠!! 방학 숙제를 날로 먹는 건데요. 그래서요, 아빠! 신개념 TV에 어떤 게 있는데요?”

“우선 스마트 TV부터 알아볼까? 스마트 TV는 인터넷과 연결돼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내려 받아 보거나 검색을 할 수 있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는 TV를 말한단다. 다시 말해 TV를 방송시청 뿐만 아니라 인터넷 활용에도 사용하는 거지. 최근 등장한 스마트TV는 일정 기간 동안 소비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서 소비자의 성향을 감지한 뒤에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추천해주는 등 개인맞춤형 기능까지 하고 있어. 또 TV로 개인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단다.”

“와, 짱이다! 그럼 TV 보다가 연예인 검색하고 싶으면 컴퓨터 앞으로 가고 다시 TV 앞으로 오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겠네요?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TV가 알아서 모아 보여주고! 진짜 스마트, 다시 말해 똑똑한걸요? TV가 바보상자라는 건 이제 바보들이나 하는 말이겠어요!”

“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니? 암튼 그 다음으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3D TV를 탐구해 봐도 좋을 거야. 우리 몸의 두 개의 눈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물체를 보게 된단다. 이렇게 두 눈에 들어온 영상신호가 합쳐져서 3차원(3D)적인 원근과 깊이(입체감)를 인지하게 되지. 그런데 TV는 2차원(2D) 평면에서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각도가 달라져도 두 눈에 전달되는 영상은 항상 같단다. 따라서 입체감을 느낄 수 없지.”

“그럼 양쪽 눈에 각기 다른 각도의 영상을 보여주면 되겠네요. 그럼 TV가 입체로 보일 거 아니에요.”

“바로 그거야! 오랜만에 똑똑한 얘기를 하는구나. 현장감 넘치는 입체영상을 보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양쪽 눈이 각기 다른 각도로 평면 TV를 인식할까’를 고민했단다. 그래서 편광 안경(Polarized glasses) 방식과 셔터 안경(Shutter glasses) 방식의 3D TV를 출시하게 됐지.”

“참내,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간단한 방법이 있구만. 자,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아보세요. 사시처럼요. 그럼 초점이 흐리멍덩해지면서 뭐든 입체로 보인다니까요. 깔깔~. 아빠도 여러 명으로 보여요. 완전 매직아이다!”

“태연아, 장난 그만하고 진지하게 좀 들어봐. TV 화면은 수많은 가로줄로 이뤄져 있단다. 이걸 주사선(走査線)이라고 하는데, 이 줄들이 빈틈없이 모여서 하나의 화면을 만들게 돼. 편광 안경 방식은 이 주사선을 짝수선과 홀수선으로 나눈 다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영상신호를 동시에 내보내는 방법이야. 그리고 TV 전면에 양쪽 신호를 분리해 출력할 수 있는 필터를 부착한단다. 그리고 시청자는 두 가지의 영상 신호 가운데 서로 다른 한 가지씩만 통과시키는 2개의 편광 렌즈로 구성된 안경을 착용하게 되지. 그러면 각각의 눈에 다른 영상이 전달되기 때문에 입체적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거란다.”

“그럼, 셔터 안경 방식은요?”

셔터 안경 방식은 주사선을 나누지 않아. 그 대신 왼쪽과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영상을 아주 빠른 속도로 번갈아가며 출력하는 방법을 이용한단다. 이에 맞춰 시청자가 쓴 안경의 렌즈 셔터도 번갈아가며 열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거지. 이 방법은 TV 자체보다 안경이 입체감을 주는데 더 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TV의 값은 싸지만 반대로 안경 값은 비싸단다.”

“값이야 비싸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어쨌든 TV가 점점 더 재밌고 버라이어티해진다는 거잖아요. 이래서 내가 과학자들을 좋아한다니까! 오늘부터 하루에 딱 10시간씩 TV를 보겠어요~.”

“음…, 그런데 태연아. 너에게 슬픈 소식도 하나 전해야만 하겠구나.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공보건연구소가 최근에 아주 마음 아픈 연구결과를 발표했어요. 하루 2시간 이상 TV를 볼 경우 제2형 당뇨병과 심장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매일 3시간 이상 시청하면 조기사망률이 증가하며, 시청시간이 2시간 더 늘어날 때마다 당뇨병은 20%, 심혈관질환은 15%, 조기사망률은 13%씩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구나.

“허걱! 그런 말도 안 되는…!! 할 수 없죠 뭐. 그럼 TV 대신 컴퓨터 게임을 탐구할게요. 하루에 딱 10시간씩만 게임을 하면 득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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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9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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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의 목차가 '플로로그/최후의 만찬/END GAME'으로 되어 있어서 순간 완결편인가 하고 맨 뒷장부터 확인했다. (플로로그는 '프롤로그'의 오타인 듯!) 다행히 완결이 아니다. 아직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벌써 마무리 지을 리가 없지... 그렇지만 이번 이야기는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권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서 궁금증은 평소보다 더 크다는 게 다소의 아쉬움이랄까.  

때는 서기 2062년의 일본. 뇌과학 연구의 혁신으로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해서 최장 5년 동안의 기록을 들여다 보고 수사를 하는 법의 제9연구실. 초절정 미모와 차가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마키 경시정은 오늘도 서릿발을 날리고 있다. 수사 시간에 꺼두라고 한 핸드폰이 잘못 울리는 바람에 불연소 휴지통으로 바로 직행한 휴대폰과 모두의 사색이 된 얼굴이라니....

 

비밀이 처음 시작될 때 마키 경시정의 잃어버린 동료들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들여다본 뇌에 대한 충격으로 동료들이 사망하고 자살까지 했던 그 이야기가 다시 꺼내졌다. 그때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제9 연구실 소속 연구원이 돌아왔다. 그의 출연은 마키 경시정에게 큰 혼란과 충격을 주는 듯 보였다. 그가 밝히지 못한 과거의 연결고리가 다시 꿈틀대는 중이다. 아오키는 마키에게 혼자서 비밀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테러의 위협을 받는 것이라고, 비밀을 함께 공유하자고 얘기하지만 마키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들의 업무는 혼자만의 생명의 위협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모두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염려가 현실화됐을 때, 감정이 앞설 때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마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방탄복을 평소에도 입고 있었다. 테러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죽게 된다면 정확하게 머리를 쏘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뇌에 담긴 기억이, 그가 보아왔던 모든 수사자료가 그대로 묻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비밀' 그대로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무시무시한 범죄가 저질러졌고, 살인범의 조롱 섞인 메시지가 소름 돋게 했다. 뉴스에서는 노르웨이 테러범 기사가 계속 나오니 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뇌가 보았던 영상을 읽을 때 소리는 들리지 않으므로 제9 연구소 직원들은 독순술을 공부한다. 입술 모양으로 말소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상대의 표정과 입술 모양으로 그가 하려던 말을, 그가 느낀 감정도 더 뚜렷하게 읽어낸다. 마치 텔레파시라도 하듯이...  

만화 속의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가상의 세계이지만 2060년대가 되면 정말 저런 기술이 없으란 보장도 없지 않을까? 분명 뇌가 본 영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범인을 잡는 일은 보다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기술이 진보하는 동안 범죄자들의 수법도 똑같이 진화할 테지. 그리고 저렇게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여러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희생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놀라운 세상을 살고 있지만 정말 어처구니없게 놀랄 일도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다이나믹한 세상살이다. 양으로든, 음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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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배송] 누드 공간박스 6P 1세트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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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는 외출했다가 밖에서 택배 기사님 전화를 두 통 받았다. 어느 주문이 도착한 건지를 몰라서 화분 옆에 놓아달라고 했는데 집에 와보니 암 것도 없었다. 알고 보니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언니가 신문 가지러 집에 들렀다가 상자들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하나는 팩스 기능이 있는 복합기였고, 다른 하나는 MDF상자였다. 둘 다 상자가 어찌나 큰지, 기사님도 황당하셨겠지만, 누가 가져가려고 해도 무거워서 못 들고 갔겠단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는 복합기를 잘 연결해서 복사 기능은 써 봤는데 우리집이 인터넷 전화여서 팩스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건 SK에 전화해서 포트를 교환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제 토요일, 언니에게 보낼 옷들을 정리하다가 내친 김에 내 옷도 정리를 했고, 여름에 빨아서 집어넣었건만 땀이 덜 빠졌는지 흰 면티가 누렇게 바랜 게 보여서 찌든 때 빼는 방법을 검색해서 소다와 식초를 이용해서 빨래를 했고, 그 다음에 상자를 조립했다. (서두가 뭐 이리 긴지...) 

집에 전동 드라이버가 있긴 한데, 예전에 컴퓨터가 망가졌을 때 형부가 충전기 안의 모터(?)를 빼서 컴을 고치는 바람에 전동 드라이버는 쓰질 못하고 있다. 별 수 없이 드라이버로 직접 상자를 조였다. 기계를 쓰면 순식간에 완성이겠지만 손으로 하자니 시간이 꽤 걸렸다. 먼지 날리고 그다지 튼튼하지 않은 것은 각오한 바지만, 조립을 맞췄을 때 뒷부분이 들뜨는 건 참으로 못마땅하다. 아무리 힘을 주어서 조여도 그 부분은 전반적으로 다 들떴다. 왜 짝이 잘 안 맞는 건지....

사실 이 상자가 필요했던 것은 애매한 공간 때문이었다. 지난 주에 언니가 독립하면서 이것저것 정리를 많이 했는데 그때 책정리도 포함되었다. 빌려준 책을 돌려받으면서 꽂을 만화책이 수십권이었는데 꽂을 데라곤 책장 맨 위의 공간뿐. 높이가 33cm였다. MDF상자가 높이 32니까 딱 맞다. 가로는 120 나오니까 4개면 충분했다. 2개는 남겼다가 나중에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한쪽으로 치워뒀는데 다른 사공간이 눈에 띄어버려서 결국 다 쓰게 되었다.  

 

가로 120 공간 안에 서로 다른 책장이 4종류가 섞였다. 당연히 통일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을 수 없음. 하지만 공간이 이렇게밖에 안 되니 별 수 있나.

90도를 틀어 보면 작년 봄에 집 공사를 마치고 재정비된 책장들이 보인다. 집이 삐뚜름한지 위쪽 너비와 아래쪽 너비가 달라서 가운데는 식탁을 집어 넣었고 그 위로 MDF 상자를 쌓았다. 아래 사진에만 공간박스가 10개 들어가 있다. 각각의 상자는 또 종류가 다른 게 3개 섞여 있다. 완전 잡탕이다. 

 

다시 90도를 틀면 역시나 가지각색 책장들이 쌓여 있다. 여기는 공간박스가 들어갈 만큼의 높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가장자리 모서리에 알라딘 복스탠드를 끼워서 책들을 꽂았다. 모든 공간에서 가장 윗쪽 사각지대는 전부 만화책들이 꽂혀 있다. 푸대접을 받아서라기보단 엄마의 구박을 피해가느라....;;;;;; 암튼 아래 사진에는 공간박스가 12개 보인다. 이번에 언니 사무실에서 줏어온(언니가 모두 버리려고 해서....) 상자 10개가 들어가 있다. 이 구조로 바꾸느라 지난 주 토요일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일했는데 어제도 하도 오래 서 있어서 발바닥이 시큰했다.  

 

다시 90도를 틀면 어쩌다 보니 흰색 투성이가 되어버린 CD장(이지만 책 꽂힌...)과 삼나무 스타일의 책장이 있고, 큰 지구본 아래에 여기저기에 끼지 못한 공간박스 두 개가 놓여 있다. 하나는 크기가 34x34사이즈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까 맞춘 4개 말고 남은 것 하나다. 다른 남은 것 하나는 식탁 아래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식탁 아래에도 공간박스가 두 개 더 있으니 사용된 공간박스는 모두 30개다. 정말 조잡하구나....  

이 집에서 이사를 가서 커다란 내 방이 생긴다면 공간박스와는 안녕하고 싶다. 난 프레임 두꺼운 책장이 갖고 싶단 말이지.... 많이 못 꽂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디자인 적으로 그게 가장 예뻐보여서 말이다.  

 

클림트 퍼즐 액자는 이 사진 찍은 뒤 오른쪽 벽으로 이동했다. 형부가 액자는 내려주고 갔는데 못은 안 박아주고 가서 혼자서 씨름하다가 원하는만큼 높이 못 달고 야트막하게 달았다. 그리고 클림트 그림이 있던 자리에는 부직포로 된 세계지도를 붙였는데 3M 양면 테이프로도 벽지의 미끄러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꾸 떨어져서 결국 스카치 매직 테이프 붙였다...;;;;  

사실 아주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방구조지만, 이 방에서 살았던 11년 동안 현재 상태가 가장 깔끔하다. 언니가 독립한 기념으로 책정리(응?)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되도록 책 위로 누운 책을 만들지 않았다. 이 상태가 오래 갈 것 같진 않지만(분명 책이 더 쌓일 것이므로) 기념 삼아 사진을 찍어본다. 공간박스 리뷰를 빙자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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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1-07-2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우리 집은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뭔가..높이 쌓을 수 없어요..
불안해서요..ㅡㅡ;;
알바하는 학교 바닥도 울퉁불퉁해서 서가가 꿀렁거리는데 말이죠..ㅡㅡ

마노아 2011-07-25 00:55   좋아요 0 | URL
우리집도 그래서 양옆으로 꽉 채워서 찡기게 책장을 놓았어요. 아래 위 사이즈 안 맞아서 책장 하나는 밖으로 나가고, 또 다른 책장은 옆방으로 가고 뭐 그렇답니다....;;;;
그런데 도서관 바닥도 울퉁불퉁하다니... 털썩...

순오기 2011-07-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노아님방도 사방이 책으로 포위되었군요.ㅋㅋ
민경이 4박5일 홍콩문화체험 배웅하고 돌아왔어요~~~ ^^

마노아 2011-07-25 11:31   좋아요 0 | URL
책에 갇혀있어요.^^ㅎㅎㅎ
홍콩문화체험이라니, 완전 부러워요. 그곳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메르헨 2011-07-2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3중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순서를 두고 3중으로 정리했는데
엄마와 동생이 책 찾기 어렵다고 성화에요.ㅜㅜ
사공간을 저도 잘 찾아보렵니다.^^

마노아 2011-07-25 11:31   좋아요 0 | URL
나만 아는 책 찾기...ㅎㅎㅎ
우리집에서는 저말고 손대는 사람이 없어서 저만 알아보면 되는데, 문제는 저도 잘 못 찾는답니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3 - 여씨와 유씨 - 건설과 숙청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한나라 이야기 3권은 여씨와 유씨가 소제목이다. 나라의 주인이 된 후의 이들 부부의 모습인데 서로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는 꽤 궁합이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향하는 바가 같았달까. 다만 유방은  유씨 천하를 원했고, 그의 사후 여후는 여씨 천하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게 다르지만. 

역사의 패배자로 사라졌지만 인간적인 매력으로는 항우가 유방을 더 앞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사마천의 영향일 것이다. 이 위대한 역사가는 또한 문학가이기도 해서 정치적 패배자였던 항우와 한신 등에게 문학적 영생을 안겨주었다.  

 

척씨 부인과 여후의 대립 구도도 비슷하다. 척부인의 행보를 보면 담대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는 부족했던 듯하다. 하지만 사마천에 의해서 그녀는 가련한 여인으로 재탄생했다. 그림속 척부인의 입술에 세모꼴 연지가 발라져 있다. 당시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에선 이런 소소한 것들을 챙겨보는 재미가 제법 크다.  

오른쪽의 여후는 척부인과 대조적으로 새하얗게 샌 머리가 세월의 힘을 보여주지만 눈빛은 여전히 강렬하고 투쟁적이다. 

 

토사구팽의 어원은 한신이 시작이 아니지만, 한신으로 인해 이 고사성어가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한신의 죽음에 대해 후대인들은 또 안타까움을 표현하곤 하지만, 그의 처신이 현명했던 것은 분명 아니다. 그도 나름대로 열심히 계산하고 재고 발도 빼가면서 유방을 상대했다. 철저한 충성을 바쳤던 것은 아니다. 물론, 그의 도움으로 천하의 주인이 되었는데 그렇게 차갑게 버린 비정한 처사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한신이 자신을 낮추고 몸을 사렸다 하더라도 유방과 여후가 그를 살려뒀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장량이 역시 훌륭하다. 신선이 되겠다며 정계를 은퇴한 것이다. 사마광은 그가 몸을 사리느라 그랬다지만, 장량이 신선사상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역시 일석이조를 챙길 줄 아는 장량이다. 

유방의 눈은 매우 음흉하게 보인다. 꽤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그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그랬나보다. 그런데 눈동자의 저 색은 공포 영화 '주온'을 떠올리게 해서 자꾸 놀라게 된다.  

유방은 군사나 나라 살림이나 모든 면에서 자신이 거느렸던 신하들보다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그 사람들을 거느리며 움직였다. 그게 유방의 능력이고 또 그가 제왕이 될 수 있었던 조건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지도자의 자질이다.  

사마천이 보기에 리더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이른바 용인(用人), 즉 사람 쓰는 능력입니다. 지도자 본인이 모든 능력을 고루 갖출 필요는 없으며, 다만 각 분야 능력 있는 인재들의 마음을 얻으면 충분하다는 사상이지요. 이러한 생각이 2천여 년을 내려오면서 동아시아의 독특한 지도자상을 형성했어요. <삼국연의>의 유비나, <수호지>의 송강, <서유기>의 삼장법사 등, 이렇게 무능력한 리더들이 다른 문화권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37쪽 

 진나라의 가혹한 법률체제로 지쳐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한나라의 내버려두기 통치 정책은 차라리 편안했을 것이다. 역시 역사는 거울이 되어준다. 그 체제로 백년을 이어갈 수는 없지만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나라의 초기 재상들은 현명했다. 

후세의 어떤 연구자들은 장량을 전형적인 도가 지식인으로 이해합니다. 이전 세대 법가 지식인과는 처신이 사뭇 다르기는 하지요. 법가라면 얼핏 모질고 야박하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들은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회 개혁 세력이었습니다. 어쩌면 사회가 서구화된 요즘, 우리에게 더 익숙한 지식인의 모습일지도 몰라요. <한비자>에도 나오지만,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버려도 좋다는 의식이 있었어요. 상앙이니 이사니 실제로 개혁에 나섰던 법가 지식인들 가운데 제 명에 죽은 사람도 없어요. 그들 덕에 바로 민중의 삶이 나아진 것만은 아니었지만요.
그러나 도가 지식인은 달라요.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거꾸로 자기 몸부터 챙겼답니다. 노자는 난세를 피하여 인간사회를 등졌지요. <장자>에는 벼슬살이에 묶였다가는 자기 몸을 망칠 수도 있다는 철학이 등장합니다. 도가 지식인은 소하나 진평처럼 절묘한 처세술로 복이란 복은 다 누리기도 하며, 장량이나 ‘상산사호’처럼 은일지사가 되기도 하죠. 개인을 중시하는 도가 지식인의 모습은 이후로도 동아시아의 독특한 전통을 형성하였답니다. -97쪽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세워질 때, 새 왕조 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숨어 지내던 많은 처사들. 그들의 후계자들이 훗날 사림을 계승한다. 마지막의 고려 왕조가 그렇게 의리를 지킬 만큼 훌륭했었냐고 생각한다면 전혀 동의할 수 없기에, 충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정몽주 등은 그저 보신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조선 초의 혁명파 세력들은 보다 건강했다는 느낌이다. 초기 훈구파의 모습은 훗날의 사림보다 훨씬 열린 마인드였는데 역시 시간이 지나 부패하면 더럽기는 다 마찬가지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3권은 작년에 선물을 받았는데 저자 사인본이었다. 은색 매직으로 분홍 바탕에 사인을 했는데 고대의 한자를 연상시키는 사인이 재미있다. 원래 이런 사인을 썼는지, '한나라 이야기'답게 나름 각색을 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앞서 2권에서는 초한쟁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가 읽으면 너무 듬성듬성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는데, 3권의 말미에는 특별부록으로 '열두 꼭지로 읽는 <<초한지>>'가 실려 있다. 이 부분을 먼저 읽는다면 좀 더 이해가 잘 될 테지만, 책의 끝부분에 실려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마지막에 읽게 되지 싶다.  

4권의 주제는 '문경지치'다. 5권의 한무제에 비해서 좀 평화로운 색채가 나타날 것인가. 사뭇 궁금하지만 책의 출간 간격을 생각할 때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래도 십자군 이야기보다는 빨리 나오겠지...

은둔생활하던 도가 지식인들을 떠올리면 자연과 더불어 욕심없이 사는, 혹은 속세를 초월한 느낌이 강하지만, 지적한대로 오히려 그들은 방관자이자 제 몸의 안일만 생각한 이기주의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리어 법가 사상가들이 제 몸을 던져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한 혁명적 인물로도 비친다. 물론, 그 어느쪽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지만...  
관중의 생각과도 관통한다. 그가 제 환공에게 요구했던 지도자의 조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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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그림책 뜨인돌 그림책 22
오니시 사토루 글.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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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열면 모두 18마리의 동물들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나를 쳐다본다.
개/호랑이/하마/캥거루/사자/토끼/코뿔소/돼지/양/
얼룩말/곰/사슴/기린/원숭이/소/닭/코끼리/고양이

지극히 단순화시킨 그림이지만 각자의 특징을 잘 살려서 표현해냈다.

동물들은 각자의 색깔이 있는데, 그림의 바탕색이 자신의 몸통 색깔과 같아지면 해당 동물이 꼭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책은 자꾸 묻는다. 누가 숨었지?
몸통은 색이 같아서 경계까가 사라졌지만 사슴의 뿔이 남아있어서 사슴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흰색 바탕으로 넘어가면 표정의 차이를묻는다.
누가 울어?
눈물이 뚝 떨어지고 있는 토끼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

왼쪽 그림에서 하나의 동물만 표정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에서의 질문은 '누가 화났지?'이다.

오른쪽 그림은 생김새의 차이를 묻고 있다.
질문은 누가 뿔이 있는가? 이다.
사슴과 기린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
왜 이 책이 유아를 대상으로 한 '똑똑한 그림책'인지 알아볼 만하다.

바탕색과 같은 색의 동물이 사라지고 안 보이는 효과는 계속 반복되니까 더 찍지 않았다.
이번 그림의 왼쪽은 누가 뒤돌아 있냐고 묻고 있다.
돌돌 말린 꼬랑쥐를 보고서 돼지를 알아차리면 되겠다.

오른쪽 그림은 누가 자고 있냐고 묻는다.
눈이 작아서 잘 표가 안 나긴 하지만 분명히 코뿔소가 자고 있다.

이렇게 반복해서 그림을 보고 퀴즈를 맞추다 보면 해당 자리에 있던 동물의 위치까지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엄마 눈과 아기 눈이 위 아래 위치해 있는 동물은 캥거루일 것이고, 다른 동물 친구들보다 유난히 키가 큰 녀석은 기린일 것이다.
또 옆으로 치켜올라간 눈은 고양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얼마나 단서를 갖고 맞출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똑똑한 그림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동물들의 뒷모습이다.
역시 뒷모습들도 모두 개성이 있어서 어떤 동물인지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유아책답게 모든 페이지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놓았다. 친절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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