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발송 완료했다고 뻥을 쳤던 택배 기사님과 통 연락이 닿질 않았다. 미배송신고를 하고 나서 옥션 측에 문의를 했는데 택배사에서 전화 받은 이가 아침에 안내 문자 드렸는데요? 하고 말한다. 아침에 '기사님 전화번호입니다'라는 글자만 덜렁 온 게 하나 있었다. 근데 번호가 없었다. 택배사가 한 둘이며, 밑도 끝도 없이 그따위 안내 문자라니! 문제는 그 번호로도 기사님이 전화를 안 받는다는 거였다. 상품 주문한 업체에도 연락했지만 다같이 내 문의글을 무시하고 있다. 어찌나 성질이 나던지... 수영 다녀와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뒤늦게 기사님이 전화를 받는다. 주소 얘기를 하니, 아, 거기요! 제가 깜박하고 배송 나갔다가 물건을 도로 들고 왔습니다! 라고 말한다. 얼씨구! 죄송합니다가 먼저 아닌가? 배송을 완료 못한 것도, 완료 못해놓고 해놨다고 한 것도, 그리고 계속해서 내 전화 문자 씹은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없다. 업체랑 택배사랑 기사님이랑 다 나쁘다. 흥! 

2. 어제 잘못 주문한 하드는 상품 안내 페이지에서 고객이 알아서 반품하라고 되어 있는데, 업체 쪽에서는 자기네가 지정한 택배사로 반품하라고 한다. 원하는 택배사가 있으면 그쪽으로 자동연결할 수 있는 페이지까지는 만들어 놓을 것이지... 모두들 참 불친절하다.  

3. 더 큰 문제는, 그래서 새벽에 새로 주문한 외장하드가 품절이라고, 해외에서 배송받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고 업체쪽에서 반품 요청 전화가 왔다는 거다. 아, 뭐가 이렇게 줄줄이 태클을 거는 것인지... 결국 난 잘못 주문해서 배송비만 날리고 그 업체에선 하드를 공수받지 못하는구나...  

4. 그래서 알라딘에서 주문했다.ㅎㅎㅎ 

상품 후기가 하나도 없어서 좀 거시기 했지만, 디자인이 예쁘지 않은가. 책 디자인! 

일단 내일까지 도착할 리가 없으므로 갖고 있던 내 외장하드를 좀 비워냈다. 예전에 알라딘에서 산 320기가짜리인데 꽉 차 있었다. 그 중에서 28기가를 비웠다. 아까버라....ㅜ.ㅜ 내일 친구네서 가져올 파일이 대략 7기가 좀 안 되는 것들 4개가 될 테니까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자정부터 녹화하는 것은 녹화 시간이 am 12시로 해야 하는지, pm12시로 해야 하는지 헷갈려서 설정을 두 개 해놨으니 하나 분량이 모자라는 구나. 하드를 더 비워내야 한다. 뭘 지운담? 이승환 시디는 다 갖고 있으니까 wav로 변환해 놓은 것들을 지워야 하나? 어쩐지 그건 몹시 마음 상하는 일이라서 싫은데 말이지.... 뭐, 그건 내일 고민하고! 

5. 오늘 이승환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축하무대를 가졌다 한다. 나 수영 다녀오니까 이미 끝나서 보진 못했는데, 두 곡을 불렀다 한다. 드팩에서 누가 캡쳐 사진을 올려주었는데 아주 샤방하다. 울 공장장님이 진! 먹으세요! 

 

서재 이미지 사진으로 쓰기엔 좀 사이즈가 작다는 게 흠이다. 큰 사진 누가 올려주면 좋겠다. 인화해서 보관해야지~♡ 

6. 속눈썹 붙이고 나서 이주 동안은 무척 불편한 채로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썹이 많이 빠지고 나니까 더 빨리 없애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눈썹을 뜯어냈는데, 내 눈썹도 같이 떨어져서 엄청 아프다. 게다가 듬성듬성 빠져버려서 속눈썹 사이사이에 길이 나버렸다. 어쩌지? 다시 자라긴 하겠지? 흑...ㅜ.ㅜ 

7. 그저께 내가 입었던 반바지가 너무 크다고 엄마가 안 이쁘다고 해서, 청반바지 4부 사이즈로 검색질을 했다. 청이라서 그런지 예쁜 건 죄다 비쌌다. 그래서 잠깐 생각을 해보니, 집에 있는 무수한 바지들을 자르면 될 것 같았다. 언니가 옷장사하면서 손에 닿는대로 옷을 갖다 입어서, 몇 해 전에는 언니 여름 청바지만 세어봤더니 60벌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니 계절별로 하면 옷이 얼마나 많겠는가. (독립하면서 몇 개 들고가지도 않았다. 늘 입는 옷만 입어버릇 하니까.) 

그래서 때 되면 아름다운 가게나 중국 쪽으로 기부하곤 했는데 낡은 것들은 차마 보내지 못하고 잘라서 반바지로 만들곤 했다. 언니가 만든 반바지들은 대개 무릎 사이즈였는데, 난 더 짧게 하고 싶었다. 무릎 길이는 더워...ㅡ.ㅡ;;;; 

그래서 사정 없이 잘라봤다. 이게 은근 재밌는 거다. 길이가 안 맞아서 다시 자르다 보면 부담스럽게 짧아지는 게 문제였지만...  

청바지에 이어 면바지도 잘라보았고, 오래 전부터 입지 않던 배바지, 나팔바지, 구제바지, 건빵바지 등등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구마구 잘랐다. 어느 순간 내가 가위 들고 광기를 보인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려 19장이었다. 헉, 미쳤나봐....  

다행히 게 중에는 꽤 성공적인 것들이 있었다. 건빵 바지는 주머니가 반토막이 나는 바람에 아주 웃겨져버렸는데, 주머니를 떼어내니 오히려 더 좋아진 경우였고, 원래도 입었을 때 컸던 옷들은 자르고 나서도 영 볼품이 없었다. 결정적인 실수는 스판이 들어간 바지들이다. 스판이 들어간 바지는 짧게 잘라도 역시 다리에 쫙! 달라 붙기 때문에 입었을 때 초민망하다. 짧은 반바지 판매하는 업체 사진에도 스판기가 없다고 나와 있던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잘라낸 스판 바지들은 내 허벅지가 가늘어지기 전에는 소화 못할 옷이 되어버렸다. 스판기가 있는 옷은 딱 무릎 사이즈 정도가 적당한데 그걸 다 잘라내고서야 알아버렸으니 우째...;;;  살 빠지면서 제일 안 빠지는 곳이 허벅지더만....;;;; 

8. 19개 중에서 밑단을 바느질하면 제법 그럴싸해 보일 것 같은 게 11벌이었다. 그래서 수선집에 맡기려고 했는데(최근에 언니가 옷을 60벌을 맡기는 바람에 단골집이 되어서 벌 당 천원씩 박아준다.) 휴가 중이란다. 8월 1일부터 8일까지. 세상에, 일주일도 더 쉬네. 멋지다! 하지만 나는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 

9. 옥션에 쌓여있던 마일리지가 7월 31일자로 소멸되게 되어 있었다. 그 마일리지는 배송비만 결제할 수 있는 거였기 때문에, 배송비가 들되 가격은 아주 저렴한 무언가를 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고른 게 팔찌다. 

 

1900원 줬다. 노끈이 느슨해서 자주 풀리긴 하는데 뭐 쓸데가 있겠지.... 뒤집었을 때의 색이 더 예뻐 보이는구나. 저런 팔찌를 소화하려면 옷은 뭘 입어줘야 하는지는.... 언니가 없으니 물어볼 데가 없네(언니 독립하고 처음으로 아쉬워짐!) 

10. 수영복도 주문했다. 지금 입는 수영복은 작년에 이어 올해 3월에 두 번째로 샀던 건데 처음부터 좀 컸다. 너무 저렴한 것을 골라서인지, 원단을 아끼느라 그랬는지 입으면 가슴골이 조금 보인다. 보통 수영복은 목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데 말이다. 그래서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수영 모자도 해져서 바래었고, 수영복도 더 늘어나서 새로 사기로 결정했다. 내가 제일 고수하고 싶었던 디자인 원칙은 등이 U자형으로 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X자형은 입을 때 불편하니까. 

처음에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은 이거였다. 

풍차가 몹시 마음에 들었는데 랠리마켓에서 42,000원이었다. 브라패드가 없어서 사은품으로 주는 걸 달아야 한다는 게 좀 마음에 안 들었고(탈부착 말고 고정형을 원했다) 

'랠리' 로고가 안 이쁘다는 것과 42,000원이 비싸게 느껴졌다. 게다가 사이트 가입도 해야 하고.... 

그래서 다시 한 번 검색을 했다. 새벽 예배 간다고 잠을 별로 못 자서 눈이 퀭했는데 피곤한 눈을 힘들게 뜨며 검색질을 하다가 요 디자인에서 잠이 확 깼다.  

오, 내가 원하던 핑크야! 

같이 수영하는 아주머니 중에 정말 예쁜 핑크색 수영복을 입은 분이 계신데 X자형이라서 똑같은 것을 사긴 싫었지만(어디서 파는지도 모르지만...) 그 컬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자꾸 어른거렸다.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어쨌든 핑크니까 마음에 든다. 게다가 등쪽도 U자형이고.... 

다만 가슴 패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써 있지 않아 모르겠다. 고정형이었음 좋겠다.  

그리고 이 수영복은 가격도 착하다. 21,000원에 수영모자랑 수경까지 따라온다. 안티포그가 필요한데 같이 팔지를 않아서 구입하지 못한 게 좀 아쉽다. 그건 수영장 가서 사야겠다. 8천원, 너무 비싸..ㅡ.ㅡ;;;; 

오늘은 수영을 하는데 너무 표나게 뒤로 쳐져서 다들 밤샜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고 잠을 좀 못 자긴 했지.... 아직도 허벅지가 아프다.  

내일은 모처럼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할 거다. 비가 안 왔으면 좋겠는데 비 소식이 있네. 앗, 12시 넘었다.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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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4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언니의 바지 60벌도 대단한데, 마노아님이 자른 바지는 19벌~~~ㅋㅋㅋ
파란만장 일상은 오늘도 빈틈 없어요.^^
공장장님도 보기 좋아요~~~~~

마노아 2011-08-05 10:54   좋아요 0 | URL
언니의 옷을 모두 방 한칸에 걸어두면 꽉 찰 것 같아요. 많이 비워내서 이 정도랍니다.ㅎㅎㅎ
바지 19벌을 자르고 나니 하나 더 잘라서 20벌을 채울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울창 2011-08-0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글은 꼭 태그까지 봐야...

마노아 2011-08-05 10:54   좋아요 0 | URL
태그에 좀 더 신경쓰겠습니다.^^ㅎㅎㅎ

pjy 2011-08-0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는 언젠가 올꺼고 물건은 언젠가 도착하겠지...라며 나름 급하지 않은 물건을 주문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배송이 늦는건 꽤 달인의 수준으로 기다릴 수 있는데~ 주문한 뒤 품절이면 아직 수양이 부족해서 울컥합니다요!!!

아, 이런 눈물의 데자뷰가~~ 제가 스판청 일자바지를 자른뒤 무슨 스키니처럼 되서 절대 못입고 댕겼지요 ㅠ.ㅠ
저도 예전에 U자형 수영복을 좋아했었지만 점점 디자인에 집착?하면서 결국 X자형을 선택 할 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이쁜건 다 그렇더라구요ㅋㅋㅋ

마노아 2011-08-05 10:55   좋아요 0 | URL
주문 뒤 품절은 알라딘 중고책 결제 단계에서 이미 팔린 책이라고 나왔을 때 느끼는 울컥과 비슷하군요!
X자형에 예쁜 게 많긴 하던데 다들 입을 때 안 불편하나 몰라요.^^

굿바이 2011-08-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수영하는 마노아님 쫌 많이 부러워요!!!!
수영복 입고 가슴골이 보이는 마노아님은 쫌 더 많이 부러워요 ㅡㅜ

마노아 2011-08-05 10:56   좋아요 0 | URL
늘어진 수영복이라면 누구라도 연출은 가능합니다아~ㅎㅎ
수영하는 게 부러움을 살 줄이야, 더 열심히 하겠음돠!!

무스탕 2011-08-0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장장님이 진 잡수셨나요? ㅋㅋㅋ
옷 사는거 중에 바지 사는게 제일 어려워요. 도대체 엉덩이가 흡족하면 허벅지가 거슬리고 허벅지가 괜찮다 싶으면 허리가 너무 넘치고.. ㅠ.ㅠ
그래서 1년을 바지 몇 벌로 사는 탕입니다. 요즘엔 흰색 바지가 입고 싶어 눈에 띄는거 들춰봐도 모두 불합격.. -_-;;

마노아 2011-08-05 10:56   좋아요 0 | URL
미스 서울 진이 진을 냉큼 채갔는뎁쇼. ㅎㅎㅎ
허리와 엉덩이와 허벅지를 다 만족시킨다면, 이미 신이 내린 몸매!
그런 축복은 우리를 꼭 비켜가드만요...ㅜ.ㅜ

울보 2011-08-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네요, 우리동생도 가끔 가위들고 바지를 자르는데,,저런 숫자는엄두도 못내요,
옷을 사고 입어보고 너무 크면 제에게 주거든요,그래서 전 청반바지가 하나있는데 동생이 준것 올해 반바지 하나 사려고 했는데 뭐그리 비싼지,,
저도 입는 바지만 입습니다 새로 사면 왠지 잘 안맞는것 같고 ,,
오늘 비가 내리네요, 친구는 잘 만나고 계신지요 전 아침일찍 류랑나갔다 집에 들어오니 비가내리네요다시,

마노아 2011-08-05 10:57   좋아요 0 | URL
수선을 못 맡겨서 저도 계속 입는 바지만 입게 되네요. 다양하게 입고 싶어서 많이 잘랐는데 말이죠.^^
다양하게 입으면 빨래감만 늘어나긴 합니다. 하하핫!
어제 비가 왔지만 그래도 걸어다닐 때는 비가 그닥 많이 오지 않았어요.
근데 비온 뒤 너무 습해서 엄청 덥더라구요. 숨을 헐떡일 것 같았어요!

다락방 2011-08-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여동생은 바지로 치마를 만들기도 하던데요? 청바지로 청치마를 만들어서 저도 입고 다녔더랬어요. 제가 입고 다니고 나자 늘어나서 줄줄 내려간다며 그 뒤로 동생은 입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 '')

열아홉벌이나 가위질을 하고 있었을 마노아님을 상상하니 어쩐지 좀 무서워요, 마노아님. 열아홉벌이면 정말 몰두한거잖아요, 가위질에... 마노아님 그러지마요. 엉엉 ㅠㅠ

저 위에 굿바이님 말씀처럼 수영하는 마노아님 쫌 많이 부러워요. 전 수영을 배울 엄두도 안나던데 말이지요. 수영하는 마노아님은 진짜 울트라 캡숑으로 부럽지만(살짝 남자수영선수들의 몸매가 눈앞에 그려져서 헤롱거리다가 다시 돌아와 이어서 댓글을 달자면), 가슴골이 보이는 마노아님은 별로 부럽지 않아요. 그것쯤은 나도 자신있으니까요!!

마노아 2011-08-05 10:59   좋아요 0 | URL
청바지를 뜯어서 청치마를 만드는 내공을 저도 발휘하고 싶어요.
어제 이 댓글 보고서 브라더 미싱을 사야 하나... 뭐 이런 생각을 잠시 했어요. 둘 데도 없는데..ㅎㅎㅎ

열아홉벌을 가위질 하고 있는 제 모습 뒤로 검은 오로라가 막 고여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눈에는 막 쌍심지를 켜고, 잘 들지도 않는 가위를 싹둑거리며... 이거 완전히 호런데요.ㅋㅋ

앙, 제가 또 가슴얘기하면 다락방님 앞에서 겸손해지죠. ㅎㅎ
수영장에 몸매 좋은 남자가 딱! 한 명 있긴 합니다. 특히 다이빙할 때가 참 멋져요. 근데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안 나와요. 그날은 결코 빠질 수 없어요. 불끈!

마녀고양이 2011-08-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마노아님... 19벌의 바지를 자르셨단 말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치게따, 이 더위에 그 상상을 하니 웃음이... 그런데 자르는 동안 너무 더우셨을거 같아요. ^^

저는 눈썹 붙이기 너무 싫더라구요. 갑갑하고 불편하고, 결혼식 때 딱 한번 붙였는데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눈썹은 당근 이쁘게 다시 나실테니 걱정마시구요.

마노아 2011-08-05 11:01   좋아요 0 | URL
선풍기를 돌리며, 그 바람에 실밥도 날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잘랐어요. 삐뚤삐뚤하긴 하지만요.^^ㅋㅋㅋ

눈썹 다시 나는 것 맞죠? 아, 안심이에요. 어제 눈화장하고 리무버로 지웠더니 그 자리에서 눈썹 다섯 개 빠졌어요. 진즉에 이렇게 할 걸, 괜히 엄한 눈썹을 직접 뽑는다고 비명을 질렀네요.ㅜ.ㅜ

다락방 2011-08-0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프로필 사진 엄청 이뻐요. 꺅 >.<

무스탕 2011-08-05 12:01   좋아요 0 | URL
내말이!!!

마노아 2011-08-05 13:29   좋아요 0 | URL
꺄아아~ 이런 댓글을 위로 올리려면 새 글을 썼어야 했어요.ㅋㅋㅋ
고마워요, 두 분!!

자하(紫霞) 2011-08-05 16:45   좋아요 0 | URL
댓글보고 다시 올라가 마노아님 사진을 보니...
이런...샤방샤방한 마노아님이~

마노아 2011-08-06 00:01   좋아요 0 | URL
앙, 반응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아요. 꺄우~ (>_<)

북극곰 2011-08-0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7번 보고 대폭소! 대문사진 바뀌어서 와봤답니다. 옆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반짝반짝.눈이 정말 이쁘세요!

마노아 2011-08-05 15:42   좋아요 0 | URL
저의 가위질이 많은 분들께 웃음을 줬군요.^^ㅎㅎㅎ
사진은 살짝 뽀샤시 효과를 줬답니다. 그냥 올리긴 부끄럽잖아요.^^;;;;

2011-08-05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8-05 15:43   좋아요 0 | URL
오늘 도착했는데 저는 생각보다 예쁘다! 이랬어요.^^ㅎㅎ
무거워서 들고 어디 갈 수는 없고, 기존 320기가의 자료를 이쪽으로 옮기고, 작은 걸 이동할 때 써야겠어요.
마구 넣다 보면 어느새 하나 더! 아아, 끔찍하군요. 꼭 주의하겠습니다!!

자하(紫霞) 2011-08-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도...수영을 하면 뭐가 좋은 것 같나요?
수영을 다니고 싶은데 게을러서 다닐까 말까로 벌써 몇 개월을...ㅠㅠ

마노아 2011-08-06 00:03   좋아요 0 | URL
수영이 전신운동인데다가 수평운동이어서 늘 수직 생활을 하는 우리 몸에는 참 좋대요. 게다가 한쪽 팔만 쓰는 게 아니라 양팔을 다 쓰기 때뮨에 균형에도 좋구요. 이건 들은 얘기지만 맞는 말 갖고요.
그리고 살은 안 빠져도 몸매가 예뻐진다고 해요. 좀 더 유연한 곡선이 나온다고 할까요?
날도 더운데 여름에 하기 좋은 운동 같아서 저는 작년 이맘 때 시작했거든요. 하다 보니 재밌고, 그러다 보니 계속 하게 되었어요. 운동을 한다고 살은 안 빠지는데,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살이 찌므로 이제 그만 둘 수도 없어요...;;;;

카스피 2011-08-0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옷값이 넘 비싸긴 해요,저도 긴바지 잘라서 반바지를 만들고 싶지만 긴바지도 몇벌 없어서 그것도 불가능해요 ㅜ.ㅜ

마노아 2011-08-06 00:04   좋아요 0 | URL
이번에 자른 옷 중에는 유행이 한참 지나서 입기 힘든 나팔 바지가 있었어요. 다시 유행이 돌아오면 또 그때는 구닥다리가 될 것 같아서요. 저도 청바지 많은 언니 아니었으면 엄두도 안 났을 거예요.;;;

뽀송이 2011-08-0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미지사진 넘넘 이뻐요.^^*
저도 올 여름에 바지 2개 잘랐는데,,,마노아님 자르신거 보니까,,,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ㅋ ㅋ ㅋ
근데 이,,, 바지 자르는 거 은근히 막~ 잼나요.^^;; 중독성ㅋ ㅋ
저도 수영 배우시는 님 부러워요.^^
제 동생은 잘하던데요.^^ 전 물이 무서워서 아마도 배우기 힘들것 같아요.^^;;

마노아 2011-08-07 14:29   좋아요 0 | URL
모처럼 사진이 잘 나와서 기뻐요.^^
자른 바지 중에 언니가 몇 벌 가져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마 하나 더 자를 것 같아요. 기어이 스무 벌을 채울 기세예요.^^ㅎㅎㅎ
제가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뽀송이님에게 어울리는 신나는 운동이 분명 있을 거예요.^^
 

참고도서 중 내가 참고하고 싶은 책들


1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성전, 문명충돌의 역사- 종교갈등의 오랜 기원을 찾아서
자크 G.루엘랑 지음, 김연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1년 08월 03일에 저장
품절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이슬람사
프랜시스 로빈슨 외 지음, 손주영 외 옮김 / 시공사 / 2002년 11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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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사와 농민- 유럽 경제의 초기 성장 : 7-12세기
조르주 뒤비 지음, 최생렬 옮김 / 동문선 / 1999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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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전설
세이바인 베어링 구드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사 / 1997년 12월
5,000원 → 5,000원(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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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던 오밤중에 급하게 주문했던 외장하드가 도착했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보니 들어 있는 것은 내장 하드. 얼라?? 주문 내역을 확인해 보니 내가 주문한 게 맞다. 아뿔싸! 난 '외장하드'로 검색한 것으로 들어간 터라서 당연히 외장하드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옵션 값을 보니 '외장하드는 22,000원 추가'라고 적혀 있다. 그 밑에 하드케이스 추가 5천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무심코 그걸 누르며 싸다!하고 여겼는데, 도착한 것은 이모냥! 

  

배송비도 들어간 제품이었는데 반품하고 다시 주문해야 한다. 배송비만 7,500원. 게다가 22,000원 추가해야 한다. 아아아, 슬프다....ㅠ.ㅠ 

둘. 졸업증명서랑 성적증명서를 발급받느라고 인터넷으로 결제를 했는데 출력이 안 된다. 아씨, 기분도 나쁜데 사이트까지 말썽이라고 투덜거리며 문의 글을 넣었다. 그리고 나서 살펴보니 컴퓨터 뒤의 usb허브가 느슨하게 되어 있어서 프린터가 인식을 못했던 거다. 급 부끄러워서 글 지우러 들어갔는데 지우기 기능이 없다. 아... 창피하다...ㅠ.ㅠ 

셋. 진즉에 usb허브를 주문했더랬다. 집에 있는 게 2.0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속도가 느린 것 같아서 말이다. 이참에 도착하면 프린터를 책상 위로 올리고 책장 하나를 책상 밑으로 내려야지... 이런 구상을 하고 있었는데 도착한다던 허브가 오질 않는다. 배송 조회를 해보니 이미 내가 받은 거로 나와 있다. 아씨, 나 여기 있는데 대체 누구한테 줬다는 건가! 택배 기사님께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문자도 남겼지만 연락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미배송 신고를 했다. 혹시 배송 기간 맞추려고 아직 도착하기 전의 물건을 이미 도착한 것처럼 해놓은 것인가 싶어서... 근데 오늘 엘지 유플러스 장애가 종일 있었다던데, 혹시 기사님 엘지 유플러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니 온 물건을 배송 완료 시켜놓은 것은 옳지 않으삼! 

넷. 허브 주문할 때 같이 주문한 화상 캠이 있었다. 메일 올 때마다 캠 좀 사라던 오빠가 이번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또 캠 이야기를 했나보다. 그래서 내친 김에 주문을 넣었는데 결제 완료에서 화면이 바뀌질 않는다. 어찌 된 건가 싶어 들어가 보니 여름 휴가 중이시란다. 아, 뭐 이래....ㅜ.ㅜ 

다섯. 유홍준 선생님 새 책을 예약 주문했더랬다. 

같이 주문한 책들이 있었는데 편의점 배송인지라 따로 받으면 두 번 다녀와야 하므로 예약 주문한 책이 출고될 때 같이 받겠다고 선택했다. 그런데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일주일 연기됐다는 문자와 메일이 왔다. 아, 여기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해? 이럴 땐 센스 있게, 나머지 책은 집으로 배송해 주면 얼마나 좋아.... 먼저 받는다고 먼저 읽진 않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안 풀리는 게 많을 때에 받은 지연 메시지는 좀 싫더라. 운도 지지리 없지.  

그나저나 유홍준 선생님과 박경철 샘의 대화 다녀온 후기도 써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는 일 없이 바쁜 와중이다....;;;; 

여섯. 오늘의 삽질의 대망은 현대 해상에서 찍어주셨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병원과 약국 진료 기록을 뽑아서 지난 주에 청구했다. 대략 18만원이 넘었는데, 건당 5천원씩 제하고 나면 대략 15만원 정도 받겠거니 했다. 그런데 오늘 입금이 되는데 내역이 아주 웃겼다. 처음엔 100원, 그 다음에 2900원, 그리고 3200원....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면 입금 알림 문자가 오게 설정되어 있는데 이게 건당 얼마더라? 암튼 돈이 나가는 거다. 전에는 한꺼번에 쫙 입금했는데 하나하나 따로 입금하는 것 같아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100원짜리야 병원비랑 약값이랑 합한 것에서 5천원을 뺀 차액이라니 할 말이 없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갑상선 건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병명으로 일년에 30회를 못 넘기고, 혹은 1년이 지나면 180일의 면책 기간이 지나야 다시 그 병명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라? 난 금시초문인뎁쇼!  

보험을 내가 가입한 게 아니라서 당연히 설명을 못 듣기도 했지만, 가입을 해준 언니도 못 들었을 것 같아서 계약 당시 설명했냐고 물으니 설명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약관에는 적혀 있다고 한다. 아씨, 그럼 이번에 세 번째 청구인데 지난 두 번에 걸쳐서는 왜 설명하지 않았냐고 하니 이번에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젠장, 그래서 작년 5월부터 청구를 했기 때문에 올해 5월까지만 갑상선 관련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고 11월이 지나서야 다시 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갑상선은 완치가 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인데 이게 말이 되냐고 하니 규정이 그렇다고 한다. 난 7월 달에 이것저것 검사도 많이 받고 약도 많이 지어서 제일 병원비가 많이 나왔는데 6월과 7월은 모두 보험료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15만원 예상하던 내게 떨어진 보험료가 56,000원이다. 아... 짜증을 지나서 막 화가 솟구친다. 나쁜 넘들! 이제부턴 약 짓고 검사받는 일정도 자세히 계획해야 한다. 씨이...

일곱. 이건 사소한 것이지만... 11시경부터 오른손 새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서 화끈거리고 아프다. 마치 화상 입었을 때처럼 물집이 잡혔다. 근데 이 상처가 왜 생겼는지를 모르겠다. 뜨거운 것 만진 일도 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뭐가 이렇게 엉망인지...  슬프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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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8-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오늘 일진이 사납군요.
다른 것보다 마지막 손가락 물집 어째요. 많이 아프시겠어요. 병원에 안 가보셔도 될까요?

마노아 2011-08-03 07:35   좋아요 0 | URL
손가락 물집은 심하지 않아요. 아직도 아리긴 한데 병원 갈 정도는 아니고요.
생돈 나가는 거랑 보험료가 가장 충격적이었죠... 크흑...ㅜ.ㅜ

울창 2011-08-0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워해야 하는 삽질 이야기에 계속 웃다가(미안하게도) 웃다가 웃다가, 태그에서 나가떨어집니다.
마노아님! 삽질 카테고리를 따로 하나 만드심이..
꿉꿉하고 끈적하고 기분 별로였는데 덕분에 가벼워졌습니다.

마노아 2011-08-03 12:30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카테고리를 만들면 정말 나의 삽질이 가속도가 붙을 것 같아서 두려워요.
반달님이라도 기분이 가벼워져서 다행입니다.(>_<)

pjy 2011-08-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요리시리즈부터 느꼈는데 저도 충분히 가능한! 삽질~ 싱크로율 200%만땅입니다..
식구 앤 친구, 나사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건 새로 생긴 제부뿐~ 그나마 운대가 맞아야만 써먹을 수 있는~~ 차라리 저보다 엄마가 훨씬 능력있다는 현실로 눈물나는 상황을 많이 당했습니다ㅋㅋㅋ
바지를 잘못 자른 이야기는 제가 자주 겪어서 미리부터 웃기면서도 가슴아프군요^^~

마노아 2011-08-03 12:30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저같은 사람이 저뿐은 아니라는 걸로, 우리 서로 위안을 삼도록 해요.
바지는... 하나만 잘못 자른 게 아니라능....ㅜ.ㅜ

순오기 2011-08-0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만장 삽질 이야기를 읽는 나는 즐거운데 마노아님은 얼마나 열받고 속상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이 더위에 삽질을 멈추려면 마노아님께도 장맛비가 내려야 할까요....

마노아 2011-08-03 12:3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오늘 비온다는 소식이 있네요. 창가에 널어놓은 고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답니다.ㅎㅎㅎ

개인주의 2011-08-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험을 좀 추가하려고 설계사랑 신나게 얘기했는데
만나기로 한 그달 말..이전에
설계사가 얘기한 관절질환이 도져서..
그 추가를 못하게 될 모양입니다.-_-;;;
관절과 디스크를 추가하려고 했는데 말입죠.. 아아..
사람은 역시 동작이 빨라야 되요..

마노아 2011-08-03 12:31   좋아요 0 | URL
타이밍! 정말 중요해요. 제가 약을 꼬박꼬박 밀리지 않고 먹어서 5월에 검사를 받았으면 보험료로 다 뽑았을 텐데... 넘흐 아깝네요. 아흐흐흑...ㅜ.ㅜ

2011-08-0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3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8-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님,,,
그런데
바지 잘못 자른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요

마노아 2011-08-03 12:32   좋아요 0 | URL
바지는 나중에 실물 인증샷과 함께 올리겠습니다.^^ㅎㅎㅎ

2011-08-03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8-03 20:51   좋아요 0 | URL
오, 생밤으로도 맛있군요! 그치만 까기 힘들잖아요.ㅎㅎㅎ
저도 다른데서 같은 가격으로 파는 것 어제 봤어요.
다이어트에 밤도 금지 식품이어서 꾸욱 참고 있는데 무척 탐났답니다.
아픈 데에 호오~~~~

sslmo 2011-08-0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컴맹이어서...모든 얘기가 외계어처럼 여겨지다가 일곱번째에서 좀 알아먹고 감정이입했는데...
저도 바지 얘기가 무진장 궁금합니다~!

마노아 2011-08-03 20:52   좋아요 0 | URL
저도 컴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주변에서 일을 떠맡길 땐 제가 도사인냥 일을 넘기네요. 어휴...^^;;;;
바지 얘기는, 뭐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ㅎㅎㅎ
 

지난 번엔 언니의 독립한 집에 수신카드를 달려다가 실패하고 반품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디비코 얘기를 해보자. 

친구가 케이블방송 모니터링 알바를 일년째 하고 있다. 아직도 독수리타법을 고수하는 꽤 컴맹인 내 친구는 비디오로 일주일치를 녹화해서 보고서 보내야 하는 날 몰아서 6시간 정도를 작업해서 보내곤 했단다. 작사를 하는 친구라 집에서 알바로 적당하다며 무척 마음에 들어 했는데 오늘 날짜로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 3주 일정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없는 동안 세 차례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야 하므로 한동네 사는 내게 이 일을 맡기게 되었다. 

문제는 또 TV다. 친구네는 지역 케이블을 보지만 우리집은 Btv를 본다. 증권방송인 토마토 방송은 우리집에서도 나오지만 지역방송은 우리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집에 지역 케이블을 한달만 신청을 하면 사용료와는 별도로 설치비만 4만원이다. 그래서 친구는 자신에게 이 일을 소개해준 후배의 조언에 따라 디비코를 사기로 했다. (사실 검색도 구입도 모두 내가 대행했다..;;;;;) 

이런 제품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무척 편해 보였다. 그러니까 TV에 설치해서 녹화를 할 수 있는 제품인데 타임쉬프팅 기능도 있어서 생방송을 멈춰두었다가 이어서 볼 수도 있고, 비디오처럼 예약녹화도 가능하다. 그밖에 외장하드처럼 쓸 수 있어서 파일을 넣어서 그 파일을 TV로 시청하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TV가 아주 좋지 않는 한 별로 쓸 일은 없는 기능이지만...) 

아무튼, 이게 지난 주 금요일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계획은 이걸 우리집에 설치해서 증권방송은 녹화를 하고, 지역방송은 수영 다녀오는 길에 친구 집에 들러서 예약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오는 것이었다. 근데 또 Btv가 문제였다.  

설치를 해보니 모두 녹화방지가 걸려 있는 것이다. 이게 vod서비스가 되는 거라서 저작권 때문에 그리 막아놨나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비디오로 토마토 방송을 녹화해 보려고 하니 토마토 방송은 300번대인데 우리집 오래된 비디오는 두자리수만 인식한다. 당연히 녹화할 수 없고, 심지어 Btv는 공중파도 녹화가 안 된다. 이런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얼마 전에 인터넷 전화여서 팩스가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우리집 서비스에 무척 불만이 많아졌는데 TV마저 신경질나게 해서 약정이 얼마나 걸려있는지 알아봤다. 아씨, 일년 넘게 남았네...ㅜ.ㅜ 

그래서 일요일에 친구집에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근데 제품이 말을 듣지 않는다. 채널 검색만 수십 차례를 했다. 되다가 멈추고, 화면이 떨리고, 그러다가 안 되고, 그러다가 또 되고... 아예 안 되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제품은 반품을 했을 터인데 미련이 남게 될까 말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녹화에 성공한 것은 6시간이 지나고 난 뒤의 일이었다. 친구 집에 12시에 가서 저녁 6시가 넘어서 우리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시부터 9시 반까지 프로그램을 녹화하고(하루에 3시간 반씩 모니터링 해야 한다) 녹화가 끝나면 메일로 보내라고 말해둔 터였다.  

사실 몇 가지 문제가 더 있기는 했다. 친구의 TV와 컴퓨터의 위치가 멀어서 녹화가 끝나도 그걸 컴퓨터로 옮기기 위해서는 장치를 빼서 컴까지 가져가야 하고, 이 고물 컴은 친구의 동생의 친구가 얻어준 것인데 상태가 아주 메롱인데 usb위치도 엄한 것이 끙! 소리가 나게 만든다. 게다가 이 고물 컴을 친구의 동생의 친구가 도로 돌려달라고 말해놓은 상태라지 뭔가. 여차하면 친구가 유럽 가 있는 동안에 컴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파일을 옮길 것인가. 집에 있는 역시 상태가 메롱인 노트북을 들고 가야 한단 얘기인데, 내가 너무 귀찮아지지 않는가!  

친구의 오빠와 여동생은 집에서 파일을 나한테 메일로 보내는 것도 못하냐고 하니 그 두 사람은 곧 휴가를 갈 계획이란다. 아씨, 장난하나...-_-;;; 게다가 두 사람도 컴맹 수준이라고... OTL 

하여간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하기로 결정은 났는데, 밤 12시가 다 되어서 친구의 걱정스런 전화가 울렸다. 녹화한 파일을 들여다 보니 3시간 반 분량이 6기가란다. 이거 메일로 어케 보내냐고.... 하아... 그래서 나도 써본 적은 없지만 클라우드를 설명하면서 클라우드로 보내라고 했다. 이번엔 첨부파일 한계까 4기가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압축 분할을 설명해야 했다.  

친구의 고물 컴은 6기가 짜리를 담으니 더 이상 용량이 없어서 파일을 두 개씩 담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외장하드를 질러야 했다. (뭐 이래...ㅜ.ㅜ ) 

친구는 날마다 노트북을 들고 오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너무 번거로워서 어차피 필요했던 거니까 1TB를 주문했다. 8월이 시작되려는 찰나였고, 나름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새벽예배를 가고자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래봤자 7080보고 나니 새벽 1시...;;;;)  

근데 2시 다 되어서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자니?" 

아, 놔! 또 뭐냐? 하니 그냥 케이블 신청해줄까? 한다. 됐다고 했다. 이미 외장하드 질렀다고. 친구는 알았다며 다시 마무리지어야 할 곡으로 돌아가고, 한 번 잠이 깨자 나는 잠이 오질 않았다. 얼른 자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 들었지만 잠은 오지 않고 생각만 많았다. 친구 모니터링 문제랑 이것저것 내 문제랑, 알라딘의 검은 오로라 등등... 

그렇게 뒤척이다가 5시에 기상해서 새벽예배를 다녀왔다. 요새 형부가 새벽예배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차로 가는 걸 얻어 타고 5시 반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그 교회는 내가 다니는 도서관과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데 예배 마치고 나온 시간이 대략 6시 15분. 도서관 열람실은 8시에 문을 열지만, 그 전에 도서관에 들어가서 기다릴 수는 있겠지 싶어 형부를 먼저 보내고 난 도서관으로 갔다. 

근데, 문을 안 열어주네. 안에 사람이 있지만 빗속에 서 있는 나를 보고도 문은 안 열어준다. 알림판에는 우천시 들여보내줄 수도 있다고 적혀 있건만...ㅜ.ㅜ 

그래서 그 애매한 상태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책을 보기는 했지만 자리가 불편했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해서 영 기분도 별로고.... 그러다가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말았다. 그 순간 기분이 확 상해서 집으로 휙 돌아오고 말았다. 나 오늘도 삽질한겨??? 

오후에는 토요일자 비디오로 녹화한 테이프를 모니터링 해봤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증권방송을 돌려보며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게 웃기지만, 어쨌든 완수해야지.... 근데 이때 전화가 울렸다. 국제전화라고 나온다. 친구가 파리에서 전화했나? 하며 받았는데 아무 소리 없이 끊어졌다. 뭐지? 친구가 아니라 스팸인데 내가 잘못 받았나? 아, 심난하게시리... 요금 폭탄 나오는 거 아니겠지? 흑...ㅜ.ㅜ  

사실 TV시리즈 중 가장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한 것은 울 언니의 새로 산 42' TV지만, 그건 누워서 침뱉기라 차마 말을 할 수가 없구나...(버럭!)

그나마 오늘 하루의 가장 보람찬 일은 수영장에서 있었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혹시나 싶어 화목 아쿠아로빅 7시에 자리 있냐고 하니 한 자리 있다지 뭔가! 지난 수요일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가서도 등록하지 못했던 그 수영강습이 아니던가! 누군가 환불을 받아가서 극적으로 한 자리가 남아있었단다. 앗싸! 8월에는 새벽같이 나가서 줄 안 서도 된다. 만세!! 

나로서는 서재 이미지가 울 공장장님인 것이 가장 좋은데, 최근 내 사진에 대한 주변 반응이 좋아서 제법 오래 걸어두었었다. 하지만 조선인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역시 이게 진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환님! 나도 사람 얼굴 잘 구별 못해서 나무랄 수가 없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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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2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까지 민폐가 줄줄이군요~ ㅜㅜ
그래서 마노아님의 이쁜 사진을 내리고 공장장님 얼굴을 다시 올렸다는 슬픈 이야기~~~~~ ^^

마노아 2011-08-02 12:56   좋아요 0 | URL
주변에 민폐형 인간이 많아요.ㅋㅋㅋ
공장장님을 온 세상에 전파하기 위하여 잠시 제 사진쯤은 내리겠어요.^^ㅎㅎ

moonnight 2011-08-0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너무 착하세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렇게 솔선수범해서 해결해주기 쉽잖은데요. 읽다보니 제가 막 울화가 ;;;;;;;; 어쨌든 아쿠아로빅 신청하신 건 축하드립니다. ㅠ_ㅠ;
그나저나, 저도 7080 봤는데 이승환씨 나오시더군요. 멋졌어요. +_+

마노아 2011-08-02 12:57   좋아요 0 | URL
저도 순간순간 울화가 막 치밀었는데, 꾹 눌렀습니다.
이래서 뭐든 미리미리 해야 하는데 닥쳐서 해결하려니 욕봤어요.ㅜ.ㅜ
엄니의 아쿠아로빅 오늘부터 시작이에요. 묵은 짐이 하나 내려간 기분이랍니다.
앙, 7080을 그 친구 문제 해결하느라 앞에 두 곡 놓쳤어요..
일주일 뒤에 제대로 시청하겠어요. 불끈!

또치 2011-08-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구구절절... ㅠㅠ 그래도 끝은 수영장 등록의 해피엔딩 ^^ !!

마노아 2011-08-02 12: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꿈꾸는섬 2011-08-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해도 마노아님 너무 친철한 친구에요.^^
마노아님 대문 사진 정말 맘에 들었었는데 다시 이승환님의 사진이군요.

마노아 2011-08-02 12:57   좋아요 0 | URL
그 친구도 좀 알아줘야 하는데 말입니다.ㅎㅎㅎ
며칠 뒤에 친구가 예쁘게 사진 찍어주면 다시 바꿀지도 몰라요. 내 마음은 갈대~

무스탕 2011-08-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7080을 잘 안보는데 지난 일요일엔 티비를 돌리다 보니 공장장님이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마노아님을 생각하며 끝까지 봤어요. 천일동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게 처음인데 그렇게 정직하게 불러주니 빠져들지 않을수가 없겠더라구요.
저 공장장님 사진에 오른팔뚝에 핑크색 밴드는 멤버 모두들 하나씩 하고 있던데 매번 하는건가요, 아님 그날의 아이템이었을까요?

마노아 2011-08-02 13:29   좋아요 0 | URL
요번 공연 the regrets 컨셉이 핫핑크예요.
그래서 공연마다 두 명씩 핫핑크를 잘 소화한 사람에게 친팔 사인 시디를 주거든요.
저도 지난 6월 공연 때 핫핑크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글쎄 어떤 남정네가 핫핑크로 머리를 염색하고 왔어요. 또 다른 한장은 마미손 핑크 고무장갑 끼고 온 여인네가 받았답니다. 아이디어 끝내주지요? 핫핑크 티셔츠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카스피 2011-08-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케이블 보면서 왜 녹화가 안되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마노아 2011-08-03 07:35   좋아요 0 | URL
Btv에 요새 내내 실망하는 중이랍니다. 심지어 리모콘도 잘 작동이 안돼요. 어찌나 반응속도가 느린지..;;;;
 
고지전 - The Front L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국전쟁과 분단을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많았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의형제 등등.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몰이를 한 작품은 '태극기 휘날리며'이지만, 영화적으로 가장 촌스러웠다고 생각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동건의 눈빛은 기억에 남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완성도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웃으면서 웃게 한 공동경비구역JSA와 웰컴투 동막골, 의형제 등이 모두 내게 좋은 감상을 남겼는데, 이제 여기에 '고지전'도 추가해야겠다.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에 조인하면서 중단되었다. 휴전협상은 무려 2년 반이나 끌었지만, 휴전 얘기가 나오기 전보다 휴전 협상 기간에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누군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말로 싸웠다면, 그 기간 동안 전선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삶과 죽음이 엎치락뒤치락 부대끼며 싸웠다. 문득,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이 떠오른다. 


   
  전투는 사십칠 일간 계속되었다. 이십 일째부터 신병들이 투입되었는데, 칠 일 이상 살아 있으면 고참병이 되었다. 대원이 다섯 명 남은 중대장에게 연대장은 고지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돌격하라우!"
시화평 전투는 쌍방이 모두 손실을 돌보지 않고, 죽음으로써 삶을 제거하고 죽임으로써 죽음을 갚는 무한소모전이었는데, 그 전략적 득실관계는 지금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유해발굴단장 강중령은 전사戰史에 썼다. -150쪽
 
   

영화는 1953년 2월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는 상부로부터 동부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동부 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중대장이 죽었는데 시신에서 아군 지휘관의 총알이 나왔기 때문이다. 적과 내통하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그가 받은 임무였다. 애록고지로 가는 강은표의 심정은 복잡하다. 전쟁 초기 자신과 함께 북한군에 잡혔다가 실종된 절친한 친구 김수혁(고수)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도 그렇고, 당시 자신들을 잡고서 너희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싸우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이 싸움 일주일이면 끝난다고 호언장담했던 북한군 장교 현정윤(류승룡-목소리에서부터 카리스마가 좔좔 흘렀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면 끝난다던 싸움은 그 후로도 2년 이상을 끌었다. 우리가 왜 싸우고 있는지 지금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이었다.  

애록고지 악어부대는 무척 수상한 곳이었다. 유약하기 짝이 없던 이등병 김수혁은 어느새 중위로 특진해 있었고 부대에서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었다. 뿐아니라 이제 스무살이 되었을까 말까한 어린 대위의 카리스마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영화 파수꾼에서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눈빛을 선보였던 이제훈은 고지전에서도 특유의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굳이 화보집 사진을 같이 보탠 것은 순전히 사심이 더해진 까닭!) 

파수꾼에서도 그랬지만 상당한 동안인지라 나이보다 훨씬 어린 배역을 깊이있게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역시 대세는 동안!) 

영화 '시'에서 윤정희의 손자로 나왔던 뻔뻔한 중학생은 이 영화에서 열일곱의 말단병으로 나오는데 미성으로 부른 '전선야곡'이 청아하면서도 슬프게 들렸다. 

 1.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거운데
   단잠을 못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아~아~  그목소리 그리워

2.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길속에 달려간 내고향 내집에는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오
   아~아~아~ 쓸어안고 싶었오  


 
(나이가 실감나게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그밖에 장훈 감독의 세 영화에 모두 출연하며 씬스틸러의 역할을 해낸 고창석의 능청스런 연기와 류승수의 코믹 연기도 궁합이 잘 맞았다. 까메오라고 생각했던 김옥빈은 생각보다 비중 있는 역할이었고, 영화의 서늘함을 더하는 데에 큰 몫을 담당했다. 

영화는 몇 차례나 극적인 순간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첫번째는 애록고지를 탈환했을 때 인민군이 지하에 숨겨둔 편지와 술 등을 꺼내다가 강은표에게 들켰을 때였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얼마든지 인민군과 내통한다는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었고, 게다가 방첩대 출신 강은표가 목격했으니 손발이 후덜덜해지는 게 당연했다. 첫번째 고비는 그래도 유머러스하게 잘 넘어갔다. 워낙 고지의 주인이 자주 바뀌다 보니 서로 남쪽과 북쪽에 가족에게 편지를 대신 전해주면서 술과 담배를 나눴던 게 전말이었다.

두번째 고비는 열심히 싸워왔지만 현재로서는 정신줄을 놓은 군인이 지금 이곳을 아직도 포항전선이라고 착각하며 자기 부대원들을 찾으면서 등장한다. 여기서 앞서 칭찬했던 이제훈의 연기가 몹시 빛났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만이 최고의 전략으로 생각하는 병사들의 처절했던 과거가 등장하면서 수혁(고수)이 얘기했던 '지옥'의 참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세번째 최고의 고비이자 절정은 휴전 당일이었다. 모든 전쟁이 끝나는 순간, 그들의 지옥의 끝이 보이는 순간, 고향과 가족과 기다렸던 모든 따뜻하고 평화로운 것들이 떠오르는 그 순간에 들이닥쳤다. 이 부분의 내용은 한국전쟁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섬뜩한 상상력이 보태진 것이겠지만, 그 전쟁에서 무엇이 불가능했을까 싶은 마음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로서는 영화를 본 날이 바로 휴전협정에 조인했던 그 날이었기 때문에 좀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왜 이 영화가 6월이 아닌 7월에 개봉한 것이 더 의미있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안개가 드리워지고 전선야곡이 서로의 진영에서 울려퍼질 때, '크리스마스 휴전'이 떠올랐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에 기적처럼 벌어졌던 단 하루의 휴전 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같이 낭만스러운 결말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어제는 서로에게 술과 담배를 나누던 사이였어도 오늘은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그들이었으니까. 전쟁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왜 싸우는지 알았는데, 이제 3년을 피비린내 속에서 살았더니 누구도 왜 싸우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던 비참한 순간이 와버렸으니까... 

고엽제 전우회라든가, 6.25참전용사 등등의 이름을 붙인 할아버지들이 가스통 들고 목에 핏대 올리시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편으로는 연민도 느끼곤 했다. 전쟁을 텍스트로, 그리고 영상 이미지로 접한 우리 세대와, 전쟁을 피부로, 온 몸으로 느끼신 그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스펙트럼은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연민으로 그분들에게 동의의 한 표를 던질 수는 없지만, 그분들도 피해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에 누구보다 책임이 있었을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더 솟구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전쟁의 기억을 전쟁으로 덮을 수는 없는 노릇.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분노와 응징이 아닌 용서와 화해, 그리고 평화의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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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축학개론-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2-03-26 23:44 
    서른 다섯 승민은 야근과 밤샘을 밥먹듯하는 건축 사무실에 근무한다. 여전히 밤을 새서 피곤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찾아와 말을 건다. 누구...세요? 하고 묻는 그에게 그녀는 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냐는 얼굴로 자신을 소개한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 시절 첫사랑 그녀와 다시 만난 순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나운서 시험에 몇 차례 떨어지고 의사 남편 만나서 결혼을 했다던 그녀가 제주도의 고향 집에 집을 짓고 싶다고 건축을 의뢰한다
 
 
무해한모리군 2011-08-0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쟁을 경험하신 분들의 말씀은 늘 어느정도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르치려하거나 바로잡기보다 그 진실을 이해해 주는 쪽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이 불과 얼마전이었다는게 늘 믿어지지 않아요.

마노아 2011-08-01 15:14   좋아요 0 | URL
서로 가르치려 들고 바로잡으려 하기 때문에 더 대화가 되지 않나봐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정말 아주 오래 전 일도 아닌데, 참 멀어져버리고 아득해져버렸어요. 낯설어요.

프레이야 2011-08-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심 담긴 이제훈 페이퍼 좋아요.ㅎㅎ
류승용은 매번 나오는 역할마다 멋이 있어요.
다윗군의 전선야곡은 좀 청승인가싶었는데 조금 쉬어가는 의미로 나쁘지 않았어요.

마노아 2011-08-01 21:20   좋아요 0 | URL
이제훈의 콧날이 날카로워서 베일 것 같아요. ^^ㅎㅎ
류승용은 정말 카리스마가 넘쳐요. 예전에 여섯 개의 시선인가 다섯 개의 시선인가, 단편 영화에서 비정규직 고민기술자로 나왔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전선야곡을 처음 들어봤는데 여자가 부르는 줄 알았어요. 엄청 미성이던걸요. 청승맞았지만 짠한 노래였어요.(>_<)

순오기 2011-08-02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거론한 전쟁영화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만 안 봤어요~~~다른 영화는 다 좋았고요.
이제훈에 담긴 사심은 좋아요.ㅋㅋ 고수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봤는데 괜찮았어요.
전쟁은 정말 미친짓이죠, 동족간의 피터지는 전쟁으로 내몬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ㅜㅜ

마노아 2011-08-02 12:59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한명이 본 영화를 보지 않은 뚝심 깊은 순오기님!
사실 저 중에 그 영화가 제일 별로였으니 못 보셨어도 무방합니다.^^
고수의 연기는 백야행에서 더 절정이었는데 이 영화도 괜찮았어요.
무얼 위해 싸웠는지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게 더 힘들 거예요...ㅜ.ㅜ

순오기 2011-08-02 14:47   좋아요 0 | URL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대놓고 애국심으로 마케팅하는 영화 우리 가족은 체질적으로 거부해요, 그래서 제아무리 난리를 쳐도 모두들 안보기로 뜻을 정했거든요. 그러면서 한반도는 개봉하자마자 봤어요.ㅋㅋ
어쨋든 한국전쟁에 금기시하던 것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는 영화들 아주 좋아요. 그래서 우리가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진실을 알아가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1-08-03 07:34   좋아요 0 | URL
태극기는 장동건과 원빈으로 일단 보고 넘어가야 하는 영화였어요. ㅎㅎㅎ
그렇게 대놓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로 저는 '태풍'이 가장 짜증났어요.
이후 곽경택 감독 영화는 등을 돌리게 되던걸요.
영화 한 편이 얘기해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요. 이래서 종합예술이라고 하나봅니다.

순오기 2011-08-03 09:53   좋아요 0 | URL
아아악~~~원빈은 꼭 봤어야 했건만OTL
태풍을 먼저 봐 버렸기 때문에 태극기를 안 봤던가~~~ 뭐가 먼저 나왔나 가물가물~~ ㅜㅜ

마노아 2011-08-03 12:33   좋아요 0 | URL
원빈이 연기를 참 잘했는데 장동건의 눈 흰자 돌아간 얘기만 회자되어서 안타까웠어요.
뭐, 원빈은 작년에 그의 해였지만요.^^

saint236 2011-10-01 09:45   좋아요 0 | URL
태극기의 원빈은 가을동화의 복사판이었습니다.^^ "얼마면 돼?"와 "누가 집에 보내 달라고 했어?"의 어투가 완전히 일치... 아저씨에서 그의 모습은 변신 그 자체였죠

마노아 2011-10-02 23:09   좋아요 0 | URL
원빈의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어요.^^

꿈꾸는섬 2011-08-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싸우는지 선뜻 답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정말 들어요.
이 영화 보고 싶어 점찍어 놓긴 했는데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ㅜㅜ
이제훈..저 처음보는 배우인데 너무 멋진데요. 게다가 정말 동안이군요. 사심 페이퍼 정말 좋아요.ㅎㅎ

마노아 2011-08-02 12:59   좋아요 0 | URL
이제훈이 일일드라마 세 자매에서 '은국'이라는 순수 청년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저리 서늘한 눈빛을 간직한 친구일 줄이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답니다. 영화는 좋고도 슬펐어요...ㅜㅜ

saint236 2011-09-2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승룡 짱입니다. "아우들, 안녕하신가? 나 장순탄이여." "너는 몰아붙여 나는 퍼부을테니" "개떼처럼 오라우, 다 개박살내 주갔어!" "확실이 알았는데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어." 그의 주옥같은 명대사입니다.

마노아 2011-09-29 15:09   좋아요 0 | URL
대사를 치는 힘이 끝내주지요? 최종병기 활에서도 만주어가 그의 목소리를 빌어 나오자 정말 만주족 전사가 부활한 느낌이었어요. 대단한 배우예요. ^^

saint236 2011-10-01 09:44   좋아요 0 | URL
아직 활은 못봐서요. 활을 보고 그의 어록을 작성해 보죠.

마노아 2011-10-02 23:09   좋아요 0 | URL
하핫,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