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명탐정 1 -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라!, 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성완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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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심심하던 어느 날, 건이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이름하여 '명탐정 사무소'

손님이 하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던 찰나, 첫번째 의뢰인이 도착했다. 아니, 사실은 건이가 소환을 당했다. 벽에 걸린 거울을 통해서 도깨비 나라로!

 

도깨비들이 사는 마을 이름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달랑 넷 밖에 남지 않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의 도깨비 식구들은 이렇다. 이번에 나무방망이를 잃어버려서 의뢰를 하게 된 주먹코 도깨비는 말이 엄청 느리다. 주먹코에게서 사건 경위를 들으려면 3박 4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짝 친구 꺽다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이를 불러들이고, 기억력 나쁜 주먹코 대신 사건의 전후 사정을 설명해준 것도 꺽다리 도깨비였다. 거울 방망이로 인간 세계와 도깨비 나라를 연결하는 재주가 있다.

 

조금은 소심하게 보이는 외눈 도깨비는 특이하게도 '뼈다귀 방망이'를 갖고 있다. 이 방망이는 온갖 음식을 척척 만들어서 대령해주는 힘을 갖고 있는데 아주 보배로 보인다. 갖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질 급한 번개머리 도깨비는 금방망이를 갖고 있다. 금방망이로 금화도 만들어 내니, 사실은 이 방망이가 가장 탐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밖에 양념처럼 등장한 패션 스타 구미호도 있다. 하하핫!

 

탐정 건이가 주먹코 도깨비의 잃어버린 방망이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도깨비들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였다. 그때마다 눈길을 끈 것은 독특한 주문이다.

 

"번쩍따리~ 반짝따리~ 따리따리 쨍쨍~!"

"이리로~ 저리로~ 나리나리 날라리~!"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

"오물락~ 조물락~ 우물우물 꿀꺽~!"

 

우리말의 재미진 성격이 잘 보인다. 뜻도, 운율감도 모두 탁월하다. 아, 저렇게 주문 외우면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다.

 

건이는 도깨비 마을에서 날으는 양탄자가 아니라 날으는 거적을 타게 된다. 게다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중을 날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설정이라니, 정말 최고가 아닌가!

 

 

 

꼭 사막 같기도 하고 바닷속 풍경 같기도 하다. 우주라고 해도 믿을 것 같고, 꿈속이라고 해도 그럴싸한 도깨비 나라 풍경도 마음에 꼭 든다.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길지도 않은 이야기 속에서 건이는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서 주먹코 도깨비의 방망이를 찾아낸다. 범인은 가까이 있는 법! 도대체 누가 방망이를 가져갔던 것일까? 읽으면서 추리를 해보는 재미도 가져보자.

 

 

 

도깨비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지만 인간을 보면서는 입맛을 다시는 구미호 되시겠다. 패셔니스트라고 해도 흠잡을 데가 없다.

 

모처럼 도깨비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이. 당연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깨비도 죽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까닭은 애잔했다.

 

 

˝도깨비도 죽나요?˝

˝당연하지. 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 사람 수만큼 살거든. 그런데 요즘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아? 그러니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그거나 저거나 마을에 도깨비가 우리 넷뿐인 이유도 그래서라네.˝-29쪽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도깨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겼다. 믿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손에 도착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의심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주저주저했기 때문에 서성거리기만 할 뿐, 끝내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도깨비가 아니라 '믿음'이고, '희망'이고, '사랑'이라면... 짧은 동화책에서 갑자기 생각이 깊어져버렸다. '도깨비' 자리에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넣고 싶었다. 평화는커녕 '통일'이란 말도 쓰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기에...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자. 건이는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다. 추리력도 '명탐정'다웠다. 게다가 사건이 해결되고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도깨비 친구들이 보여주는 마음가짐은 또 얼마나 훈훈하던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착하고 정겨운 친구들이다.

 

사건을 해결해 주었으니 당연히 수임료가 필요한 법! 외눈 도깨비가 뼈다귀 방망이를 휘둘러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한상을 차려주었다. 아, 나도 먹고 싶다. 쓰으읍!

 

 

건이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거울을 통해서 나갔다. 꺽다리 도깨비가 건이를 탐정으로 고용하게 된 것은 건이의 시험지 때문이었다. '10점짜리' 시험지를 '100점'짜리로 착각했지만, 건이의 해결법은 100점을 충분히 넘기고도 남았다. 100점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10점은 놀라워 한다는 말에, 도깨비는 후자가 더 좋다고 했다. 물론, 도깨비는 그거나 저거나 마을 출신답게 별 상관 없어 했지만...^^

 

도깨비가 거울을 통해서 돌아가고 나자 거울이 트림을 했다. 이런 깨알같은 설정도 참 재밌다. 흥부 놀부에 나오던 박도 등장하고, 여러모로 전천후 마당발 도깨비들이다. 구미호 친구도 그렇고...

 

우리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잘 버무렸다. 거기다가 판타지스런 설정까지도... 90쪽도 되지 않는 짧은 쪽수 안에 모험과 액션과 수수께끼와 감동을 같이 담아냈다. 작가님이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 게 아닐까.

 

재밌고 예쁜 책이다. 어린이 날도 다가오는데 어린이 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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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셈법은 많은 경우, 덧셈이 아니라 배수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가다 보면 탄력이 붙어서 의외의 큰 수확을 올릴 수 있지. 짚 한 단이 새끼 서 발이 되고, 새끼 서 발이 옹기 하나가 되고, 옹기 하나가 쌀 서 말이 되고, 쌀 서 말이 죽은 말 한 마리가 되고, 죽은 말 한 마리가 산 말 한 마리가 되고, 산 말 한 마리가 죽은 처녀가 되고, 죽은 처녀가 산 처녀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인 거야.-18쪽

 

인생의 셈법이 덧셈이 아니라 배수라는 말이 와 닿는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다시 여덟이 되는 인생의 셈법.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실천하고, 더 많이 축복하는 삶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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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849 호/2013-04-22

생체에 삽입하는 전자신분증, ‘베리칩’이란?

최근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람의 몸속에 ‘베리칩(Verichip)’이라는 전자칩을 심는 일이 크게 늘어나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그동안 애완용 동물이나 가축들의 관리를 위해 전자 인식표로 사용되던 이 칩을 이제 인간의 몸속에도 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0년 3월 미국의회에서 건강보험제도를 추진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베리칩을 강제 이식하게 하는 건강보험개혁법을 통과시켰다는 소문이 돌며 베리칩에 대한 찬반논란이 더욱 커졌다. 내용인 즉슨, 2013년까지 베리칩 이식 준비기간을 갖고 2016년까지 유예기간을 걸쳐 2017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아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베리칩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베리칩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베리칩은 ‘확인용 칩(verification chip)’의 약어로 무선주파수 발생기인 RFID 칩의 일종이다. 쌀알 크기 정도로 주사기를 통해 간단하게 인체에 주입할 수 있으며, 별도의 제거 수술을 받지 않는 한 몸속에 영원히 남게 된다. 이 칩에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또는 고유 번호가 저장돼 있다.
이 칩은 무선으로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개인 정보가 저장된 외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는 순간 개인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베리칩 하나면 개인의 신분에 관한 신상정보뿐 아니라 계좌 등 금융거래 정보, 유전자와 같은 생체 정보, 질환 및 진료 기록과 같은 의료 정보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GPS와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이 칩은 인간의 몸에 이식돼 개인의 신분확인, 건강관리, 자산관리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가령 미 CIA에 근무하는 김 씨는 보안지역을 통과할 때 더 이상 신분증이나 지문, 홍체 인식 없이도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다. 보안지역에 설치된 스캐너가 김 씨의 몸속에 있는 베리칩으로부터 무선 전자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김 씨의 신분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쇼핑하기를 좋아하면서 줄서기는 몹시 귀찮아하던 박 씨는 더 이상 계산대 앞에 길게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계산대 옆 출구를 나서는 순간 그곳에 설치된 스캐너가 박 씨의 신분을 확인함과 동시에 박 씨가 구매한 물품들에 심어진 RFID칩으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물품 정보를 확인해 곧바로 자동 전자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혈압과 심장질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은 노인 이 씨는 진료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할 복잡한 등록 절차 없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씨 몸에 내장된 베리칩을 스캔하면 유전정보를 포함한 생체정보와 그동안의 진료 기록들을 즉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 술자리가 많은 중견기업의 CEO인 최 씨는 최근 모 클럽의 VIP고객으로 등록했다. 그 클럽의 VIP고객은 입장에서부터 제공 서비스 계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몸속의 베리칩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생활의 편의성 때문에 이 칩을 이식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 중 한 면이다. 동전의 다른 면에서 본다면 이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전자 감시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우선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든 타인의 몸속에 심어있는 베리칩을 동의 없이 몰래 스캔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개인의 중요한 모든 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는 개인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차별을 강요하는 등 인간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가령 개인의 건강이나 병력 기록을 포함한 신상 정보의 유출은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역시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RFID칩은 본질적으로 식별장치이지만 GPS와 연결되는 경우 추적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이 장치를 인식할 수 있는 리더기 또는 스캐너가 설치된 곳을 지날 때면, 개인의 행적은 소리 없이 추적되고 기록으로 남는다. 이러한 정보들이 어떤 이유로든 특정 집단의 서버로 모이게 된다면 ‘빅 브라더’의 등장과 함께 개인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도 가능해 질 것이다. 베리칩을 몸속에 이식한 사람이 누구든 언제 어디에 있었고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개인 정보를 수집해 감시할 수 있다.

베리칩 이식은 현재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언젠가 정부나 기업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강제로 추진할 수도 있다. 가령 기업의 경우 생산성 향상과 생산관리의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자료 조사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 칩을 통해 수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베리칩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도 사실이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명분이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 수집과 일상적인 감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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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2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너리티 리포트 떠오른다.

hnine 2013-04-2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서 곧 애완동물들 대상으로 이걸 시행한다고 해서 애완동물은 시작이고 인간들에게도 곧 실시한다고 하겠군, 했더니 과연 그렇군요. 우리 모두 족쇄를 차는거지요 ㅠㅠ 저는 절대 반대랍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들에게도요.

마노아 2013-04-25 09:47   좋아요 0 | URL
유기견이 너무 많아서 시행을 하려는 걸까요? 인간이든 동물이든 역시 이건 좀 아니다 싶어요. 주민증은 상대가 되질 않네요. 어휴...;;;;;;;

saint236 2013-04-2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독교계에서는 이것들을 666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베리칩이라기보다는 이것을 운용하는 시스템이 아닐가 싶네요. 휴대폰, 신용카드와 같이 이런 것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감시가 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차하면 빅브라더는 지금고 등장할 수 있는 것이죠...

마노아 2013-04-26 01:06   좋아요 0 | URL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 많이 감시당하고 더 많은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 같아요. 당장 휴대폰 하나만 없어도 엄청 불편해진다고 느끼는 것도 그렇고요. 666이라고 하니 갑자기 막 소름도 돋아요. 어휴...;;;;

네꼬 2013-04-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무릎 안 나가고 잘 있었어요? 나 오래간만에 왔어요. 근데 나 돌아온 거 마노아님 지분도 되게 많다. -_- "나를 책임져, 마노!" (나를 책임져, 알피!를 흉내내 보았습니다.) 여기다 댓글 달아 버렸어요!

마노아 2013-04-26 01:07   좋아요 0 | URL
네꼬님, 반가워요. 와락!!!
무릎이 안 좋아서 허벅지 근육 키우라는 특명을 받았어요. 계단 올라가며 늘 무릎을 생각해요.(응?)
우왕, 네꼬님 돌아오는 데에 저도 한몫 한 거예요? 영광입니다. 후후훗, 책임지겠어요.! 알피 대신...^^
 
노다메 칸타빌레 12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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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노다메 칸타빌레. 반갑다. 기분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치아키가 핀란드에서 파리 데뷔곡으로 시벨리우스를 정하는 장면이 처음 씬이다. 침엽수림이 빽빽한 나무 숲에서 슈트레제먼이 시벨리우스를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핀란드니 시벨리우스! 계절도 겨울에 접어들었으니 딱이다. 직접 듣지 못한 연주가 상상이 간다. 그러니까 그건 몹시 잘 어울리는 느낌!

 

치아키가 파리로 돌아오면서 노다메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무엇보다 압권은 다락방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 아저씨다. 세계 유산을 등 뒤에 두고 길거리 벽을 그리는 아저씨. 드디어 데뷔 전시회 기회가 왔지만 아저씨는 주저하고 있다. 취미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못을 박지만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다. 이 아저씨는 정말 열심인 것이다.

 

아저씨가 아래층 피아노 연주하는 학생들의 곡을 듣고 그것을 그림으로 묘사한 부분이 재밌었다. 타냐와 프랑크 모두 발끈했지만, 아저씨 그림이 짚어낸 것은 정확했다. 덕분에 자존심 상한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노다메의 연주로 나온 그림과 치아키의 바이올린을 듣고서 그린 그림도 재밌었다. 진지함 속에 언제나 녹아있는 개그 코드가 독자를 즐겁게 한다.

 

파리에서의 연주는 성공적이었고, 치아키는 또 다시 한단계 도약을 한다. 그 바람에 네덜란드로, 다시 독일로 바쁘지만, 음악으로 연결된 이 요상한 연인들의 앞날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윤롱만큼이나 향수병에 젖어있는 쿠로키가 등장했다. 노다메가 그에게 천사 노릇을 해줄 수 있다면, 또 노다메에게 그가 행운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미사에 오르간으로 바흐를 연주한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 게다가 합창까지 들어가면 더더욱 완벽해질 테지. 아직 봄도 채 오지 않았건만 크리스마스 미사를 떠올려 본다. 웅장한 느낌. 정갈해지는 기분... 이 재밌고 웃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장중한 생각을 한다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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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2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히. 여기 답이 있군효! 오랜만에! 다시!

집에 노다메를 소장하시나봐요. 저는 '피아노의 숲'은 있는데 노다메는 아직까지 살까 말까 고민중.

마노아 2013-04-28 17:16   좋아요 0 | URL
노다메랑 피아노의 숲을 갖고 있어요. 음악 만화 좋아해요. 오래 전에 수다쟁이 아마데우스를 정리한 게 두고두고 아쉽네요. 하하핫^^ㅎㅎㅎ
 
세븐시즈 7SEEDS 22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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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헤어졌던 동료들을 만났다. 똑같이 봄 팀에 있었던 후지코와 치사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나오는 책을 읽었더니, 이 인물들이 앞에 어떤 내용으로 나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ㅜ.ㅜ

 

아무튼 이들은 만났고, 서로의 존재에 안도했다. 서바이벌 훈련을 받고 이 이 지옥같은 근미래에 온 하나와 달리 아마도 평범하게 살았을 후지코와 치사는 확실히 생존 능력이 하나만큼은 충분하지 못했다. 하나가 합류하는 바람에 이들의 생활의 질이 달라질 정도였으니.

 

타무라 유미 작가는 늘 독자를 먹먹하게 만든다. 냉동 캡슐에 담겨 운석이 충돌해서 생명체가 거의 사라진 지구로 보내진 이들은 아주 혹독한 환경에서 늘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들이 먹어오던 것들이 지금 이곳에 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저장하고 또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날마다 장작을 구하고 비상 사태에 대비하며 경계를 한다. 우기와 건기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이동도 해야 하고 물도 구해야 한다.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악어 고기든, 도룡뇽 알이든, 애벌레로 만든 크림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습진이 나서 혹시 약으로 쓸까 했던 알로에도 귀한 거니 먹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존은 치열하고도 모든 조건들에 앞서서 반응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람은 인정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이 키우거나 키우다시피 했던 짐승을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곁에 두었던 녀석을 먹게 되었다. 자신이 잘해 주었기 때문에 경계심을 잃고 사냥감이 된 작은 짐승. 미안한 마음과 역겨운 마음이 다투지만 토해낼 수 없다. 이미 먹은 거니까 영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생존이 최선의 과제인 이곳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예의인 것이다.

 

타카히로와 아유 편도 재미 있었다. 여름 A팀에 속한 아유는 어려서부터 미래에 보내지기 위해서 생존 훈련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이라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놀이라는 것도 모른다. 아유가 살아갔던 세계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득할 수가 없었다. 우수한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보다 강하고 건강한 상대와 결합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런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 아유에게 무려 15년이나 이곳에서 살아남은 타카히로는 신기한 존재다. 수영도 하지 못하면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는 궁금해졌다. 이곳의 환경이 척박할수록 외로움에 사무친(15년이나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외롭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이 남자의 성정이 대조적으로 보여서 더 두드러진다. 그가 끝까지 하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고,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한다. 비록 하나의 남자 친구는 아라시지만.

 

하나와 다시 만난 친구들이 살던 지역에 정체 모를 버섯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처음엔 무심했던 하나마저도 공포감을 느끼면서 22권이 끝났다. 동물은 미리 알아차렸던 공포의 대상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많은 버섯들이 징그럽게 자라나버렸는지...

 

하나의 음식만 먹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의 까탈스러운 생존 스타일은, 그러나 멸종위기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유난히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아서 여름 A팀 같은 조건에서는 개를 키우지 않게 했던 것이 더 나았다는 아유의 깨달음도 좋았다. 개란 인간에게 꼭 그런 존재. 안고에 의해서 몹쓸 경험을 해버린 하나는 자신이 이 세계에 보내진 것이 무임승차 같아서 개운하지가 않았는데, 후지코와 치사와의 대화에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들은 안고처럼 고깝게 여기지 않고 하나 아버지의 발언권이란 결국, 그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설득력이 있었다.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생각하게 해주는 작가님이 참 좋다. 매번 감동받고, 고개 끄덕이며 가슴이 벅차게 된다. 이런 가혹한 미래에 몇 안 되는 사람으로 뽑혀서 가고 싶은 마음은 네버, 네버지만... 이런 이야기는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책 사두고서 바쁜 나머지 한달 만에 읽게 되었는데,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제 다시 다음 권을 기다리자. 그 사이에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나 흑집사가 나와주면 좋겠다. 에뷔오네 완결도 곧 나올 것 같고... 아자아자. 볼 것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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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22 나왔네요. 저도 오랜만이라 가물가물.
세븐시즈는 볼 때마다 우리의 가까운 미래 같애서 조마조마해요. 키우던 짐승까지 식량으로 해야 되는 상황이라니..아고..
비밀창고의 식량은 다 떨어졌나봐요..ㅠ.ㅠ

마노아 2013-04-28 17:20   좋아요 0 | URL
키우던 짐승은 아니었고 그냥 따라다니던 애들이었는데, 같이 있다 보니 인간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잡혀서 고기 반찬이 되었어요. 그런데 하나는 그게 그녀석인 줄 모르고 오랜만에 먹는 고기를 아주 맛있게 시식했죠. 뒤늦게 자신이 뭘 먹었는지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아요. 이 작품은 매 순간순간 아주 절절하게 만들어요. '근미래'라는 설정이 섬뜩해요. 정말 이게 상상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한부분을 가져온 것만 같아서 말이지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