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라딘 14주년 행사가 한참이다. 이벤트 중에 14% 선물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1만원과 4만원 어치 주문을 하면 응모할 수 있는 거다. 양쪽에서 한 건씩 사야 가능했던 건데, 그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금액만 맞추면 되는 줄 알고 책을 잔뜩 질렀다. 그리고 응모권이 생기지 않아서 갸우뚱~ 결국 고객센터에 물어보고 알아차렸다. 설명을 잘못 알아들었구나.ㅜ.ㅜ

응모권을 하나 가지려면 오프 중고 매장을 한 번 다녀와야 한다. 내일 갈까나. 근데 내일도 비가 오겠지? 어휴...;;;;









14% 선물 응모 조건이 되면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삼나무 책꽂이다. 집에 하나 있는데 하나 더 갖출 생각.

북 다트를 오래 썼더니 많이 녹슬었다. 저건 나중에 적립금 모아 살 생각이고~ 한동안 에코백에 미쳐서 마구 날뛰었는데, 지난 달 무크지 부록에 잔뜩 실망한 터라 당분간 가방은 좀 참기로 했다. 가문비나무 홀더는 아무 매력이 없고...(먼지 들어갈 것 같아...;;;) 홈즈 북엔드는 며칠 전에 2개 세트 받았다. 최근에 사진 속 빨간 머그컵 이가 나간 걸 발견했다. 누구 소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현재 연필 꽂이가 되었다. 그 바람에 가까이 두고 자주 보기는 한다. ㅎㅎㅎ 텀블러는 탐나지만 일단 삼나무 책꽂이 먼저~


2. 1일에는 신한카드 행사에 맞추어서 책을 잔뜩 질렀는데 일주일이 되도록 주문한 책이 오질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내 책상자가 분실됐단다. 아흐 동동다리~ 곰발님이 어딘가에서 비맞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된 모양..(ㅡ.ㅡ;;;;)


새책은 다시 발송할 수 있지만 섞여 있던 중고 책들이야 어디 그게 되는가. 자동으로 주문 최소가 되었다. 아씨, 그거 품절 책이었는데..ㅜ.ㅜ









3. 책을 와장창 주문하고 돌아섰는데 유홍준 교수님 새책 소식이 들려왔다. 아뿔싸!


교수님 친필 부채 주는 행사는 세트 도서로 묶어서 주문할 때만 해당된다고 한다.(이것도 고객센터 확인...ㅎㅎㅎ) 

1권, 2권 같이 담아서 주문해도 가격은 같지만 이벤트 제외이니 주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드디어 완간 소식이다. 현재 예약 판매 받고 있다.


역시나 예상대로 20권 묶어서도 파는구나. 나야 다 갖고 있으니 묶음 도서는 눈이 안 가지만... 작가님 노고에 기립 박수를! 이 책을 즐겨 보기 시작한 지도 어언 십년 세월인가 보다. 재독해도 재밌는 책, 멋진 책이다. 


(작가님, 혹시 현대사 쪽으로도 작업해 보심이... 사실 현대사가 더 흥미롭잖아요. 더 혈압 오르고...;;;;)


5. 수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한 것이 4월이었다. 일년 만에 돌아오니 예전 맴버도 꽤 있었고 뉴페이스도 더러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 레일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1번 아저씨! 훈남이었다. 그리고 우리 레일에서 가장 잘 하는 분은 어떤 언니인데 사실 가장 최상급반에서 운동하던 분이 몇 달 쉬었다면서 우리 레일로 온 경우다. 옆 레일(최상급 반) 사람 없으면 거기 가서 수영 하시는 분이다. 이 언니가 술자리를 좋아해서 자주자주 자리를 만드신다. 회식 하자고 내내 졸라대더니 드디어 회식 날짜를 잡았다. 흠흠, 훈남도 있는데 모처럼 회식 자리 참석해 볼까? 실컷 수영하고 술자리라니, 다이어트엔 천적이지만 그래도 훈남이 있잖아!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지난 주까지.


6. 탈의실에서 만난 예쁜 꼬마 숙녀가 있다. 혼자서 샤워 다 하고 옷 예쁘게 차려 입고 거울을 통해서 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 녀석이 어찌나 예쁘던지 말을 걸어 보았다. 열한 살이라고 했다. 엄마 없이 혼자 다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게 막 대견해 보였다. 사실 열한 살이면 혼자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 거야 아무 문제 없지만, 그냥 내 눈에 무척 예뻐 보였다. 본인도 자기가 예쁜 걸 아는 눈치다.ㅎㅎㅎㅎ 아무튼 이때 이후로 수영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인사한다. 녀석은 나랑 같은 시간 대에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세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7. 지난 달에 우리 구에서 진행하는 수영 대회가 있었다. 2년에 한번 개최되는데 선생님이 나가보라고 권유하셨다. 내가 잘해서는 아니고, 30대 연령대에서 참가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들어 보니 40대와 50대가 가장 참가자가 많고 젊은 연령대일 수록 참가자가 적다고 한다. 추억도 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나가볼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가를 위해서 자기 기록을 재주던 날, 하필 매직이어서 수영장을 못 갔는데, 그날 선수 다 뽑았다고....;;;; 2년 뒤를 기약해 보자. 그때까지 꾸준히 수영을 할 수 있을까나. 


8. 뭐 암튼... 수영 대회는 물 건너 갔지만 즐겁게 다니고 있다. 그리고 회식 날짜가 잡혔다. 오늘이다. 지금 이 시간!

본의 아니게 수영장은 못 갔다. 훈남과 맥주 잔을 기울여 볼까 생각했는데, 6번의 그 꼬맹이가 내가 말한 훈남의 딸이었지 뭔가. 이렇게 큰 딸이 있을 줄이야!(게다가 그 밑에 아들도 하나 더 잇었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동생 얼굴을 자세히 보니 훈남을 쏙 빼닮았다. 세상 모든 훈남은 품절남이거나, 게이이거나, 아님 그림의 떡!


9. 게이 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지난 주의 일이다. 아니, 지지난 주였던가? 하여간 목이 아파서 한참 고생할 때의 일이다. 나는 개별실에서 따로 수업을 하므로 각 반에서 5명만 따로 데리고 있다. 시험 결과에 따라서 학생들이 바뀌긴 하는데 아무튼 내가 모르는 얼굴들이 더 많다. 그 내가 모르는 얼굴 하나가 굳이 우리 교실(자기네 교실과 건물이 다르고 정 반대 방향)까지 와서 내 얼굴을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 


"게이처럼 안 생겼는데?"


읭?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불러서 물어봤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내 수업 받는 학생이 교실에 돌아가서 우리 사회 선생님은 게이처럼 생겼다고 했단다. 그래서 궁금해서 구경하러 왔다고. 헐...;;;;;


내가, 어딜 봐서, 게이처럼 생겼단 말인가, 버럭버럭!!!!


말했다는 당사자가 마침 왔길래 사실 확인을 해보니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게이가 뭔지는 아냐? 하고 물으니 제대로 알고 있다. 더 황당. 이 짜식을 그냥!!!


내가 좀 뼈대가 있긴 하지만 날마다 샤랄라 원피스 입고 다니는 나름 꽃선생(응?)인데 어딜 봐서....ㅜ.ㅜ

남자가 여자 옷 입고 있는 그런 느낌으로 본 걸까??? 하아, 실망스러워....


접힌 부분 펼치기 ▼

 

(펑!)

 

펼친 부분 접기 ▲


10. 지난 주에 만난 친구에게 준 생일 선물이다. 



사진은 좀 안 예쁘게 나왔네. 실물은 좀 더 예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만들어서 동그랗게 조이는 방법이 생각 안 나 몇 번 풀러야 했다. 꼬박 이틀 동안 만졌는데 요새 눈이 좀 침침하다 느껴진 게 이때였다. 며칠 전에 비즈 한상자를 추가로 발견해서 다시 발동이 걸릴락 말락... 비즈가 한번 판 벌리면 주변이 많이 지저분해지고, 또 퍼즐 맞출 때처럼 다리가 썩는 고통이 종종 찾아오므로 주저하게 된다. 근데 비즈는 또 여름에 어울리는 녀석인지라... 주말인데 그냥 열어볼까? 팔찌 몇 개 만들어 볼까... 시계는 체인이 다 떨어져서 또 만들긴 힘들 것 같고... 샤워 하고 나서도 맘이 변하지 않으면 하나 만들지 뭐~ 빗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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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7-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제대로 된 책장만 있다면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 전권 퐉! 꽂아 두고 싶으요~
그나저나 마노아님의 책들은 정말로 어딘석나 비맞고 있는거 였군요, 아이쿠...
곰발님은 글만 잘쓰시는게 아닌듯 ㅎㅎ

마노아 2013-07-13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방에는 공간이 없어서 거실에 꽂혀 있어요. 이미 읽은 책은 거실로, 못 읽은 책은 내 방에~
내 방에 책 쌓을 데가 없어요. 못 읽은 것 천지에요. 그런데도 오프 중고 매장 가서 책 사야 한다는 사명감(?)에 바깥 강수량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곰발님께 신기가 있어요. -_-;;;;;

2013-07-1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3-07-1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대회 출전 권유를 받으시다니, 대단하세요~~

마노아 2013-07-15 09:34   좋아요 0 | URL
20,30대 참가자가 없어서 우리 반 모두 권유 받았어요. 절대 실력 때문이 아니에요. ㅎㅎㅎ
 
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교실밖 시리즈 6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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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둔 지 꽤 오래된 책을 뒤늦게 찾아 읽게 된 것은 올해는 역사 없이 사회 수업만 맡았기 때문이다. 개편된 교과서는 고등학교 과정이 내려와서 꽤 어려워졌는데, 그나마도 아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위도 경도가 먼저 나와서 쉬운 수업을 위한 도우미가 필요했다. 그때 이 책이 떠올랐다. 대체 언제 사둔 건지도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비록 지리 수업 다 끝나고 읽어서 적용은 못 시켜봤지만, 아무튼 내게는 유익한 독서였다.^^

밑줄긋기에 사진을 많이 포함시켰더니 정작 포토 리뷰에 쓸 사진은 몇 장 남지 않았다. 그래도 포토리뷰에 써야 사진이 크게 보이니 별 수 없다.

신기습곡 산지의 대표 사례 중 하나인 알프스 산맥이다.
높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감이 오지 않았다. 좀 막연하게 높이로 짐작했던 것을 사진으로 보니 정말 까마득하게 높아 보였다.
히말라야 산맥은 더 엄청나겠지?

책 속에서 하이디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로 하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
사실 그림체랑 하이디의 앞치마와 발그레한 볼 정도만 기억 난다. 하이디가 몽유병 걸렸던 것과 무척 해맑은 아이였다는 대략의 느낌은 남아 있지만 워낙 어릴 때 보아서(사실 다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 이 책에서는 알프스의 자연 환경을 설명하면서 왜 하이디가 겨울에만 학교에 다녔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오홋! 재미있구나. 오늘 시민 혁명에 대해서 수업을 했는데 아해들이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았더라면 훨씬 이해가 빨랐을 것을... 하면서 안타까워 했다. 점점 나이 차가 벌어지다 보니 내가 어릴 적 즐겨보았던, 혹은 커서라도 즐겁게 보았던 프로그램들을 학생들은 알지 못한다. 물론 그네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내가 모른다. 안타까워, 안타까워....

코르크참나무 사진이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키큰나무로, 지중해가 원산지이다.
사진에서 나무껍질의 갈색부분은 포도주병마개를 만들려고 코르크층을 벗겨낸 자국이다.

지중해성 기후를 설명할 때는 여행가와 지리 교사의 문답 형식으로 소개를 했는데,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가며 잘 설명해 주었다.

102쪽의 설명을 보자.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라는 말을 쉽게 알아듣지만, 이탈리아처럼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의 아이들은 그 말에 의아해할 것이다. 그 지역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작고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오홋! 좋아하는 노래다! 그렇구나. 이런 동요에서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드러나는구나. 하긴, 한번도 눈을 보지 못한 사람이 한 겨울의 그 하얗고 차가운 느낌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똑같이 온대기후 안에 속하지만 우리랑 스타일이 아주 다른 지중해성 기후가 한번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입지 조건으로 배산임수가 있는데, 남향 집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구체적 과학 원리까지는 몰랐다. 그걸 대류 현상으로 설명해 주는데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다. 저자 분들은 지리 이야기를 하면서 역사를 비롯한 인문, 과학을 모두 동원하는데 그야말로 융합의 이해라고 할까.
이 책이 94년도에 출간되었다가 2006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그걸 2013년에 읽는데도 여전히 좋은 책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알겠다.

런던 교외의 밀밭 사진이다.
내가 신기했던 건 '벼' 사진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밀이 이렇게 벼와 닮아 있는 줄 몰랐다. 사실 밀 이삭을 볼 일이 내게 뭐가 있겠는가.
날마다 보는 것은 그저 '빵'일 뿐!
밀레의 '만추' 배경이 황금빛 풍경이었던 건 기억난다. 색깔은 알겠는데 생김새도 이럴 줄은 몰랐지.
가만, 내가 보리 생김새는 알던가? 예전에 50원짜리 동전에 보리 이삭이 있었던 것도 같고... 지금도 있나????

내 생각보다 백인의 비중이 높아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흑인이 적었던 것도 좀 놀라웠다. 그러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숫자가 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260쪽의 설명을 보자.

-질병뿐 아니라 극심한 노동 착취에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어 갔다. 예컨대 산토도밍고의 인구는 처음 백인들에게 정복될 때는 20만 명이었으나 20년 뒤 1만 4천명, 다시 30년 뒤에는 겨우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비극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20만 명의 인구가 반세기 만에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멸종에 가까운 게 아닌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은, 주객이 전도된 대표적인 사례지 싶다.

난 학창 시절에 지리 과목을 무척 좋아했다. 지리와 역사는 무척 가까운 관계고, 지도 역시 무척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처럼 호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이 책은 충분히 즐겁게 읽힐 수 있으리라고 본다. '유익성'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청소년들은 사회 과목을 아주 어려워 한다. 평균 점수가 영어나 수학보다 훨씬 낮다. 오죽하면 수준별 수업을 사회를 시키겠는가. 기본적으로 아해들이 독서량이 없어서 어려운 한자어가 즐비한 우리 교과서를 소화하지 못한다. 교과서의 단어들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사실 이 책도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독해력은 가진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일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교과서는 구성이 아주 난잡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은, 쫌 많이 못 만든 교과서였다. 출판사 이름은 차마 말하지 못하겠네...;;;;
암튼, 그래도 된다면 이 책을 교재로 쓰고 싶다. 즐겁게 읽고, 도판도 쉽게 이해하고, 무엇보다도 세계 속의 한국을, 한국 안의 세계를 피부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져야 할 더 넓은 눈과 안목도 가지면서...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무수한 지리적 편린들을 같이 찾아보자고 권하고 싶다. 좋은 책 같이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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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교실밖 시리즈 6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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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은 모래 성분이 많아서 그 일대의 하천이나 바닷가에 모래가 많다. 이런 지대에서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북악산을 끼고 있는 청계천도 모래가 많아서 물이 땅 속으로 잘 스며든다.
- 35쪽

삼각주란 하천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에 하천이 운반한 흙모래가 쌓여서 된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이름을 듣고 언뜻 삼각주의 생김새가 모두 세모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세모꼴이 아닌 삼각주들이 더 많다. 삼각주는 바다의 밀썰물이 쓸어 가는 흙모래보다 하천이 실어 오는 흙모래가 더 많을 때, 즉 바다의 밀썰물 차가 작을 때 잘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의 여러 하천 하구와 낙동강 하구, 압록강 하구에 발달했다.
- 51쪽

큰 하천은 흙모래를 많이 운반하는데, 미시시피 강은 한 해에 3억 t의 흙모래를 날라서 이곳의 삼각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해마다 1mm씩 가라앉는다. 삼각주 부근의 퇴적층은 두께가 히말라야 산맥의 높이보다 두껍고 무게는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하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 강에는 강 어귀에서 상류로 300km 지점까지 삼각주가 펼쳐져 있다. 이러한 삼각주는 옛날에 바다였다가 뭍이 된 것이다. 메콩 강 삼각주는 해마다 60cm씩 바다로 뻗어 나가고 있는데, 넓이가 남한 면적의 발쯤 되어서 자동차로 몇 시간 달려도 산을 볼 수가 없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쌀만 해도 우리나라 생산량의 반이나 되며, 강기슭의 호치민(사이공) 항구에서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 52쪽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세 지역이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문명을 비롯해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이 그것이다. 숱한 지류와 본류가 합쳐져 도도히 흐르던 하천이 마침내 바다를 만나 그동안 실어 나른 흙모래를 어귀에 잔뜩 쌓아 놓고, 이러한 현상이 오랜 세월 이어져서 바다가 메워지며 그 땅에 거대한 인류 문명이 탄생하고 국가와 도시가 번성한 것이다. 바다가 뭍이 되었으니 말 그대로 ‘벽해상전’인 셈이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의 삼각주들이 자연의 힘으로 계속 자라고 있다.
- 55쪽

새는 먹이사슬의 윗부분을 차지하고 수명이 길어서 환경을 평가할 때 지표가 된다. 새들이 서식지와 산란장으로 갯벌을 즐겨 찾는다는 것은 갯벌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고 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갯벌은 자연 정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갯벌의 오염 정화 능력을 실험해 본 결과, 갯벌 10km2의 정화 능력은 면적 25.3km2에 1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하수 종말 처리 시설에 맞먹었다. 갯벌은 육지의 자연 재해를 줄여 주기도 한다. 홍수가 났을 때 물을 저장하고 물살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태풍이나 해일이 일어났을 때는 육지를 향한 충격을 방패막이처럼 덜어 주기도 한다.
- 64쪽

해양보다 비열이 작은 대륙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연교차가 큰 기후를 ‘대륙성 기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계절풍의 영향도 받아서 더욱 연교차가 크고 지역에 따라 여름 강수량이 겨울보다 5~10배 더 많다.
대륙성 기후는 우리나라 집의 구조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대 기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집의 구조와 한대 기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집의 구조를 모두 갖춘 2중 구조, 즉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좋은 대청과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좋은 온돌(구들)이 발달했다.
- 72쪽

온돌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난방 시설로, 중국 만주의 난방 시설인 ‘캉’과 기원이 비슷하다. 난로, 페치카 같은 외국의 난방 시설은 실내의 위쪽을 따뜻하게 해서 대류 현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온돌은 실내의 아래쪽을 따뜻하게 하므로 따뜻해진 공기가 실내에 골고루 퍼진다.
- 73쪽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지역이다. 이는 바다에서 바람이 거침없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의 피해를 막는 방법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지붕은 날아가지 않도록 용마루를 만들지 않고 동아줄로 튼튼하게 묶어 둔다. 그리고 밭 주변에는 나무들을 심어 방풍림을 만드는데, 그렇게 하면 바람이 방풍림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가서 지표면의 농작물을 덮치지 못한다. 밭을 따라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서 바람의 피해를 막기도 한다.
- 79쪽

‘통시(뒷간)문화’도 이러한 기후·토양 조건과 관계까 있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통시는 사람이 배변하는 곳에 돼지 우리가 딸려 있었다. 사람의 배설물은 짚이 깔려 있는 돼지 우리로 곧장 들어가서, 돼지 우리에는 돼지의 배설물뿐 아니라 사람의 배설물도 쌓인다. 돼지가 우리 안을 돌아다니며 바닥을 밟아 주면 짚과 배설물이 섞이면서 잘 썩게 된다. 이것은 농작물에 좋은 거름이 되며, 씨앗과 흙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아 준다.
- 80쪽

우리나라는 여름 강수량이 수백mm에 이르지만 지중해 연안은 수십 mm밖에 안 된다. 그래서 여름에 나무나 풀이 마치 우리나라 가을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여기서 자랄 수 있는 나무는 뿌리 깊고 나무껍질 두껍고 잎 작은 코르크참나무나 올리브나무 등이다. 그 대신에 겨울은 따뜻하고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녹음이 짙은 계절이 된다. 가을에 씨앗 뿌리고 봄에 수확하니 ‘추수’가 아니라 ‘춘수’라고 해야겠다.
- 90쪽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 지대이지만, 저위도인 멕시코 쪽에서는 건조 기후가 나타나고 고위도인 캐나다 쪽에서는 서안 해양성 기후가 나타난다. 캘리포니아는 더운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쌀을 많이 생산한다. 엄청난 규모로 관개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로키 산지에는 눈이 쌓여 있는데, 이 눈 녹은 물을 콜로라도 강에서 끌어 와 관개를 합니다. 여름에 기온이 높으니까 관개만 하면 벼는 잘 자랄 수 있다. 칠레도 캘리포니아처럼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감에 따라 사막 기후, 지중해성 기후, 서안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곳이다. 칠레에서도 눈 녹은 물로 대규모 관개 농업을 한다. 대표적인 농산물이 포도다. 그 눈의 원천은 안데스 산지다.
- 92쪽

리비아에서 국가적 숙원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대수로 공사는 사하라 사막의 지하수층을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의 땅 속에는 옛날 이곳이 습윤한 지대였을 때 형성된 지하수층이 엄청난 규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공사를 우리나라 기업에서 도맡아 우리 기술과 인력으로 완성했다.
- 93쪽

유럽에서 고기용 가축으로 많이 키우게 된 동물은 양이다. 조금 먹고 빨리 자라는데다 번식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양들을 초원으로 몰고 가 풀을 먹이고 지키는 것이 바로 개였다. 양을 돌보는 목양견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보더콜리다. 보더콜리는 체력, 판단력, 학습력이 뛰어나고 아주 민첩한데다 주인을 향한 충성이 강하다. “눈으로 최면을 걸면서 양을 몰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만큼 양치기 능력이 탁월하다.
- 99쪽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라는 말을 쉽게 알아듣지만, 이탈리아처럼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의 아이들은 그 말에 의아해할 것이다. 그 지역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작고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 102쪽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중국에서 만든 「혼일강리도」, 아라비아 계통의 지리 지식을 토대로 아라비아에서 만든 「성교광피도」에 기초해 이회가 만든「조선전도」, 박돈지가 일본에서 수입한 「일본지도」를 합성해서 만든 것이다. 채색은 아라비아의 영향을 받았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는 데 비해 일본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를 보면 우리의 선조들은 중국을 크고 가까운 나라로, 일본은 작고 먼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 113쪽

김정호는 우리나라를 북쪽 백두산 일대부터 남쪽 한라산 일대까지 남북 120리씩 22층으로 나누었고, 층별로 동서 방향의 지도를 한 첩에 담았다. 그래서 22첩이 된다. 각 첩은 동서 80 리를 기준으로 접고 펼칠 수 있게 했는데, 접으면 큰 공책 크기여서 들고 다니기 편하다. 22첩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가로 약 3.3m, 세로 약 6.7m의 대형 조선 전도가 된다. 교실로 치면, 폭은 칠판 길이쯤 되고 높이는 교실 두 층쯤 되는 셈이다.
- 127쪽

기록을 통해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까지 기존의 우리나라 지도들을 두루 참고하면서 지도 제작의 전통을 집대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대동여지도』보다 앞서 만들어진 우수한 고지도들이 400종 이상 현존하고 있다.
- 128쪽

황현이 쓴 『매천야록』에 의하면 19세기 말엽 북촌에는 노론만 살고, 소론과 북인과 남인은 고급 공무원일지라도 남촌에 섞여 살았다고 한다. 100여 년 동안 노론이 권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 134쪽

양반 계급 아래에 속했던 중인들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대로 관아 앞에 살았기 때문에 ‘아전’이라고도 불렸다. 통역사, 의사, 필기사, 화가, 인쇄·출판인, 회계사, 의전관 같은 중인들은 지금의 정부종합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서쪽, 즉 종로구 당주동, 적선동, 내자동, 내수동, 사직동 등에 살았다. 중인들 중 군대 장교들은 왕십리에 살았다. 지금의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일대에 있던 훈련도감, 훈련원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 136쪽

북촌과 남촌 사이 청계천 주변에는 계층이 가장 낮은 주민들이 사는 중촌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관권과 결탁한 큰 상인들도 살았지만, 수많은 서민들의 초라한 가옥이 밀집해 있었다. 이곳은 청계천이 흐르는 저지대라서 큰비가 내리면 물이 잘 빠지지 않았다. 자연히 주거 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던 것이다.
- 138쪽

1925년에 일어난 을축년 대홍수가 저지대인 서울 일대 시장의 시설들을 모조리 휩쓸어 가는 바람에, 한강 유역의 수운 기능은 더욱 약해졌다. 결정적으로 한국전쟁 이후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휴전선이 지나가게 되자 바다에서 한강으로 들어오는 뱃길이 완전히 막혔다. 다리 건설도 여기에 한몫했다. 한강에 다리가 적었던 수십 년 전만 해도 나룻배를 이용해 강남의 채소를 용산 시장으로 운반했다.
- 146쪽

세계 각국이 영해를 설정하던 초기에 영해의 범위는 3해리였다. 초기에 영해를 설정한 주된 목적은 방어를 위해서였는데, 그 당시의 함포 사격 거리가 3해리에 미치지 못해서 영해의 범위가 그렇게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해 설정의 목적이 점점 바뀌고 있다. 방어 목적뿐 아니라 수산자원을 확보하거나 대륙붕의 해저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 160쪽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일본은 1965년 맺었던 한일 어업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파기의 한 축에는 독도 부근을 ‘한일 공동 규제 수역’으로 설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이 의도는 성공해 현재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 161쪽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맺은 한미 항공 협정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서울에 도착한 미국 항공기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어느 도시로도 비행할 수 있지만, 미국의 어느 한 도시에 도착한 우리나라 항공기는 미국의 다른 도시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없다. 또 인천 국제공항에는 미국 항공기를 위한 독립적인 터미널이 설치되어 있지만, 미국의 어느 공항에도 우리나라 항공기 전용 터미널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 163쪽

우리나라에서 표준자오선을 최초로 정한 때는 1908년 4월 1일. 대한제국이던 당시에 동경 127° 30‘을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한일병합 이후 일제에 의해 1912년 1월 1일부터 일본의 아카시를 지나는 동경 135°를 표준자오선으로 쓰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뒤 우리나라에 일본의 모든 것을 배척하려는 의식이 번지자 1954년부터 동경 127° 30’을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동경 135°로 바뀌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장교를 지냈던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1961년 8월 7일 법률 제 676호 ‘표준자오선 변경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을 또다시 동경 135°로 굳어졌다. 우리는 생체 리듬에 맞는 자연적인 시간보다 30분 더 앞당겨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올림픽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될 당시에 우리나라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한 시간을 앞당긴 적이 있다.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올림픽 경기를 지켜볼 미국 시청자들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서머타임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체 리듬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차이 나는 생활을 해야 했다.- 167쪽

프랑스를 비롯해 중국, 인도, 스리랑카, 이란 등은 자기 나라 고유의 시간을 보존하기 위해 15‘이나 30’ 단위로 표준시를 정해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애초에 정해졌던 127° 30‘을 유지한다 해도 국제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
- 168쪽

우리 민족이 주체였던 조선 시대까지 우리나라 교통로는 왼쪽 지도와 같았다. 즉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교통로가 방사형으로 발달되어 있는 모양이 마치 ‘줄기세포’와 같았다. 이러한 방사형 교통로는 우리 민족의 터전 곳곳을 고루 연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교통로는 일제에 의해 거의 다 사라져서 흔적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래 우리 고유의 교통로를 무시하고, 신작로와 철도 위주의 X자형 교통로를 만들었다. 식민지 침략과 수탈을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염두에 둔 것은 우리 민족의 삶이 아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착취를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190쪽

철도 개통은 일본인들에게는 식민지 침략과 수탈의 발판이어서 환호할 일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조국이 멸망하는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의병들은 철도를 파괴하면서 항일 투쟁을 하다가 끝내 처형당했다.
- 191쪽

방사형 교통로와 달리 일제가 만든 X자형 교통로는 수탈을 위한 공간 구조를 나타냈으며, 국토 발전에서 소외되는 지역을 낳았다. 그로 인해 지역감정이 싹트게 되었으며. 결국 우리 민족이 단결하는 데 장애가 되어 국토 발전은 더더욱 불균형하게 전개되었다. 일제에 의한 근대 교통 개발이 끝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간 구조를 망가뜨리고 국토 발전까지 방해한 셈이다.
- 192쪽

노동 집약형 산업은 일한 시간에 비해 부가 가치가 낮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1970년대부터 집적 이익이 큰 중화학 공업을 육성할 필요를 느꼈고, 특히 철강·기계 공업과 석유 화학 공업을 발달시켰다. 중화학 공업 단지는 기종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적환지에 입지하느라 주로 남동 연안 지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집적의 이익을 지향한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는 결국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불러왔다. 정부가 산업이 발달한 대도시, 특히 서울과 부산 일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세금은 온 국민이 냈지만 예산은 주로 대도시를 육성하는 데 쓰였다. 정부는 이러한 대도시가 성장하면 그 이익이 주변으로 파급되고, 우리나라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70년대의 개발 방식을 ‘성장 거점 개발’이라 한다.
제1차 국토 개발 계획은 성공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제2차 국토 개발 계획은 그렇지 못했다. 성장한 대도시의 이익이 주변으로 파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1차 국토 개발 계획이 끝나면서 새로운 문제가 대두했다. 집중적으로 육성한 지역은 더욱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더욱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0쪽

사실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 사육은 토지 생산성이 매우 낮다. 드넓은 사료용 곡물 경지에서 생산되는 고기의 양이 턱없이 적은 것이다. 고기를 생산할 때 소비되는 사료용 곡물의 양을 살펴보면, 쇠고기 1kg 생산에 6.9kg, 돼지고기 1kg 생산에 4.8kg이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가 가축의 먹이로 쓰이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90%나 된다. 같은 면적에 곡물을 심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열량이 고기를 생산해서 얻는 열량보다 훨씬 높다.
- 209쪽

원주민들은 자연에 대한 윤리적인 태도, 후손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등 소중한 가치들을 소박하게 지켜 왔다. 세계적으로 소비 문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상할 때, 원주민들의 삶은 물질만능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많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 또 그로 인한 환경 파괴 같은 병폐를 극복하려 할 때 원주민들의 삶은 자꾸 되돌아보고 되살릴 만한 가치가 있다.
- 217쪽

난지도의 ‘난지’는 ‘난초’와 ‘지초’를 통틀어 가리키는데, 흔히 ‘아주 아름답다’는 뜻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난지도는 실제로 향긋한 난초와 지초뿐 아니라 온갖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웠던 곳이다. 김정호가 만든 지도 「경조오부도」나 「수선전도」에는 ‘꽃이 피어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중초도’로 표시되어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난지도가 사람 살기 좋은 터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라는 설명이 들어 있기도 하다. (...) 난지도는 1978년 3월부터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10여 년 새 높이 약 100m의 쓰레기산 두 개로 변해 버렸다. 경제 성장을 거듭할수록, 우리의 소비 문화가 확대될수록 난지도의 쓰레기 산은 점점 커져 갔다. 난지도는 쓰레기 때문에 늘 악취와 먼지, 해충이 가득했고 메탄으로 인한 화재가 15년간 1400여 건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위험해진데다 기술적으로 쓰레기를 위로든, 옆으로든 더 이상 쌓을 수 없게 되자 1990년대 들어 폐쇄되었다. 이후 버려진 땅이 된 난지도는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공사를 진행한 끝에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되찾아 가고 있다.
- 219쪽

‘갈바람’은 서풍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앞에 붙은 ‘갈’에는 ‘작은’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렇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서풍은 그다지 위력 있는 바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심각한 골칫거리를 떠안기는 바람이 되었다.
- 222쪽

최근 들어 중국에서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위험이 더 심각해진 이유는 중국의 주요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은 주로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지만, 석유는 질소산화물이 일으키는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다. 광화학 스모그는 시야를 가려서 교통사고 같은 각종 사고를 유발하고, 호흡기 질환이나 눈병 등도 불러온다.
- 225쪽

적도 부근은 동풍을 타고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남태평양 동쪽의 경우 한류가 페루 해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에콰도르의 과야킬 만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여 동남아시아까지 흘러간다. 과야킬 만은 용승 현상-수심 200~300m 되는 중간층의 차고 영양 풍부한 바닷물이 해수면으로 솟아오름-이 활발한 대표적인 한류 지역이다. 한류인 페루 해류가 지나는 페루 연안은 멸치의 일종인 안초비가 풍부하여 세계적인 어장이 형성되며, 많은 어민들은 이 바다에서 살아 왔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이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여러 주나 여러 달 지속되면 이곳 어민들의 주 소득원인 안초비가 사라져 버린다.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 페루 어민들은 그 현상을 ‘엘니뇨’(남자 아이, 아기 예수)라고 불렀다.
- 227쪽

198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한 데클레르크는 흑인 인권 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석방하고, 1991년 인종 차별에 관한 모든 악법을 폐지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을 선언했다. 데클레르크와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다인종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 235쪽

팔레스타인에는 본래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기원전 11세기에 건설된 이스라엘 왕국이 분열과 멸망을 거쳐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마 제국은 636년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에 의해 멸망했다. 12세기 제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 왕국을 건설하여 이곳을 통치하기도 했지만,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팔레스타인은 줄곧 아랍인들의 영토였다. 한편 로마 제국에 의해 쫓겨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1800년대 말에 시오니즘(유대인의 민족 해방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 236쪽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싸우던 영국은 유럽과 미국의 돈 많은 유대인들에게 지원을 받으려고 1917년 벨푸어 선언을 발표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민족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영국이 정책적으로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은 원래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국제연맹의 결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영국의 위임 통치령이 되어 버린다. 그때까지도 팔레스타인에는 유대인들이 거의 없었다.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고부터 유대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1918년 6만 명이 채 안 되었던 유대인들은 1947년 총 인구 193만 명 중 61만 명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유대인들이 차지한 땅은 전체의 6%에 지나지 않았다.
- 236쪽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는 1948년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영국은 다수를 차지하는 아랍인과 강력한 시오니즘으로 세력이 점점 커져 가는 유대인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연합 총회에 떠넘겼다. UN 총회에서는 1947년 11월 29일 팔레스타인에 아랍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따로 세우고 예루살렘은 국제도시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UN 총회의 결의안이 통과되자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의 56%를 유대인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UN은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농장과 곡창 지대의 80%, 아랍인 공장의 40%를 유대인들에게 배정했다. 흔히 유대인들이 불모의 사막을 농경지로 개척했다고 알고 있으나, 처음에 그들은 강대국의 힘을 빌려 아랍인들의 농경지를 빼앗았던 것이다. 마침내 유대인들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되었다.
- 237쪽

관동대학살 당시 도쿄 일대에 살던 조선인 3만 명 가운데 6000 여 명이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학살되었다. 조선인 대학살은 자경단뿐 아니라 군인, 경찰, 소방대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겁을 먹고 경찰서를 찾아 보호를 요청한 조선인들은 경찰서에서, 군에 연행된 조선인들은 수용소에서 ‘폭동 방지’라는 명목 아래 무참히 살해되었다. 이를 은폐하려고 시신을 대부분 하천에 버리거나 암매장했다.
- 241쪽

인도에서 카디 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 아닌 데칸 고원이다. 데칸 고원은 사바나 기후 지역으로, 연중 고온인데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서 목화를 재배하기에 알맞다. 더욱이 이 고원은 용암지대여서 현무암의 풍화토인 레구르토가 많다. 레구르토는 점토질이어서 수분 유지가 잘되며, 유기물까지 풍부해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이어짓기 농사를 할 수 있다.
옛날에 인도에서는 목화를 별로 재배하지 않았다. 각 농가에서 작은 규모로 재배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국이 미국에서 목화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되자 인도의 데칸 고원을 새로운 목화 공급지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나면서 노예들이 해방되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으로 많은 목화를 재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국은 데칸 고원에 목화를 대규모로 심고 인도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재배하기 시작했다. 인도에 아시아 최초로 철도가 놓이게 된 이유도 교통이 불편한 생산지에서 콜카타, 뭄바이, 첸나이 등의 항구로 목화를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해서였다.
- 248쪽

커피 농장 일꾼들이 되풀이되는 고단한 생활에서 활력소로 여기며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있다. 1년에 한 번씩 벌어지는 ‘집단 투우’이다. 식민 모국 에스파냐의 영향을 받아 콜롬비아 사람들도 투우를 즐기는데, 집단 투우는 이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의 경기다. 수만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에 투우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풀어 놓고,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동시에 경기를 한다. 농장 일꾼들이 집단 투우에 참가하는 동기는 투우들이 날뛰는 사이를 달리면서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에스파냐계 백인 농장주들이 던지는 돈을 줍기 위해서이다.
- 255쪽

콜롬비아에서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 우림, 남쪽의 칠레, 서쪽으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지역은 고대에 ‘타완틴수요 제국’이 형성되어 있었다. 타완탄은 ‘4’, 수요는 ‘지방’을 뜻하는 말이어서 타완틴수요는 ‘네 방향에 걸쳐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지금껏 타완틴수요 제국을 잉카 제국으로 불러 왔는데, 잉카는 ‘왕’ 또는 ‘왕실’을 뜻하는 말이어서 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타완틴수요가 더 걸맞다.
- 257쪽

질병뿐 아니라 극심한 노동 착취에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어 갔다. 예컨대 산토도밍고의 인구는 처음 백인들에게 정복될 때는 20만 명이었으나 20년 뒤 1만 4천명, 다시 30년 뒤에는 겨우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비극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일어났다.
- 260쪽

미국은 1940년대 후반부터 농산물이 눈에 띄게 남아돌기 시작했다. 잉여 농산물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시장 가격의 폭락을 막으려고, 미국 정부는 재배 면적을 줄인 농민들에게 금전 보상까지 해 주었다. 그래도 남아도는 농산물은 정부가 사들이다시피 해 곡물 메이저의 창고에 보관했다. 그런데도 잉여 농산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머리를 앓다가 미국계 곡물 메이저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식 식생활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 267쪽

논은 자연 생태계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습지와 그 환경이 비슷하다. 이런 까닭에 논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토지는 비옥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논은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와 같아 여름철 집중 호우 때 홍수 피해를 줄이는 기능이 있다. 토양 침식도 막아 주고, 대기 오염도 줄여 준다. 또 우리의 목숨을 이어 온 논농사는 전통 문화의 토대가 된다. 그래서 여러 형태의 논 가운데 일부 논은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할 정도이다. 경상남도 남해군에 있는 다랭이논(계단식 논)이 그 예이다.
-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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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과학

제 1908 호/2013-07-10

무더위 이기는 선조들의 지혜!

정확히 정오를 기점으로 태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동공이 슬슬 풀리며,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2시, 더 이상 참지 못한 태연이 고함을 냅다 지른다.

“아빠! 당장 에어컨 틀어주세요. 당장!! 국가적인 전력부족 사태가 더 심각한가요, 아님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딸내미가 더위에 비쩍 말라 죽어가는 게 더 심각한가요. 네?!”

“에이, 넌 절대 비쩍 마르지 않았어요. 비만에 조금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리고 옛날에는 에어컨 없이도 잘만 살았다고.”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아빠가 뭘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옛날에는 지금처럼 덥지가 않았기 때문에 에어컨 없이도 잘 살았던 거라고요. 하지만 요즘엔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해져 여름이 너~~무 덥다고요.”

“물론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기온이 섭씨 1.8도 올라갔다는 안타까운 조사가 있긴 하지. 그러나! 그렇다고 옛날이 덥지 않았던 건 아니야. 옛날 사람들도 삼복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엄청 노력을 했단다. 대나무로 좋은 부채를 만들어 부치거나, 죽부인을 안고 자고, 삼베옷 입는 등의 방법을 썼지. 그리고 왕과 신하들은 석빙고의 얼음을 먹기도 했단다.

“아 맞다. 석빙고! 전 그게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 이 뜨거운 여름에 어떻게 얼음이 녹지 않고 남아있을 수가 있어요? 냉장고도 없는데?”

“그러니까 우리 선조들이 위대하다는 거야. 석빙고의 구조를 보면 옛 사람들이 얼마나 머리가 비상했는지 알 수 있어요. 석빙고의 천장은 아치형을 하고 있단다. 당연히 벽돌들이 딱 붙어있는 게 아니라 벽돌 사이 뒤쪽에 빈 공간이 생기겠지. 석빙고는 그 공간을 이용해 빙고 안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인 다음 바깥의 환기구로 배출시키는 구조를 하고 있단다.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현명하게 이용한 거지. 또 얼음과 맞닿은 벽과 천장의 틈 사이에는 볏짚, 톱밥 같은 것을 채워 넣어 외부의 열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단다. 볏짚은 속에 빈 공간이 많아서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훌륭한 단열재 역할을 했을 거야.”

“와, 진짜 과학적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데 얼음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잖아요. 대부분은 생짜로 더위를 견뎌야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집 구조 때문에 조금은 덜 더웠을 거야. 옛 사람들은 가급적 남향(南向)에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에는 산이 앞에는 물이 흐르는 곳에 집을 지었단다. 이런 집에 여름 햇볕이 내리쬐면 어떻게 될까. 마당이 뜨거워지고 더워진 공기는 위로 상승할거야. 그럼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뒷산에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잽싸게 마당 쪽으로 이동을 하겠지. 대류현상에 의해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순환을 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배산임수 남향집 대청마루에 앉아있으면 뜨거운 한낮에도 산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덕에 그다지 더위를 느끼지 않는 거란다.”

“아, 시골 할머니네 집 마당에 가면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에도 이상하리만큼 시원한 바람이 잘 분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네요. 할머니 집이 배산임수 남향집이란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목욕도 더위를 이기는 주요한 수단이었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목욕을 좋아하는 청결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해. 송나라 사람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보면 ‘고구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날마다 두 번씩 개울에서 목욕을 하는데, 남자 여자 분별없이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 따라 몸을 벌거벗되, 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단다.”

“아이고머니나, 부끄러워라!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그렇게 목욕을 했대요? 어마마, 말도 안 돼.”

“시대마다 풍속이 다르잖니. 그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거지. 그러나 예외의 사람들도 있었어. 바로 양반들이지. 조선시대 선비들은 제사를 준비하며 목욕재계할 때를 빼고는 거의 몸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여름이면 염증으로 고생하는 양반들이 아주 많았다는구나. 그래서 생각해 낸 게 풍즐거풍(風櫛擧風)이란다.”

“그게 뭔데요? 뭔가 바람풍을 즐긴다는 얘기 같긴 한데….”

“체면 상 개울에서 목욕을 할 수 없었던 선비들은 산에 올라가 상투를 벗어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고, 남성의 중요한 그 부분 그러니까 심벌을 볕에 쬐여 말리곤 했다는구나. 그걸 풍즐거풍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볼 때는 매우 과감한 피서법이라고….”

“악! 그만! 거기까지! 아아아, 난 어떻게 해. 상상이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빠가 상상만은 하지 말라고 했잖니. 보기엔 좀 거시기해도, 풍즐거풍은 상당히 건강에 좋은 피서법이었어요. 요즘 들어 옷을 벗고 바람으로 목욕을 하는 풍욕(風浴)족들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란다. 풍욕을 하면 피부호흡을 통해 모공으로 산소가 들어가서 에너지 대사를 촉진시켜주고, 체내 노폐물이나 독소 배출에도 효과가 좋다는 구나. 그래서 이 아빠, 굳게 결심한 바가 있단다. 이번 여름엔 절대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샤워도 하지 않고, 오로지 풍즐거풍으로 굳건히 여름을 이겨 보려는 구나~~.”

“음… 할 수 없네요. 아빠, 우리 가을에 만나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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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하드고어에 속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마태우스 님의 리뷰를 통해 책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아주 불편했다. 


이 작품의 소재는 사실 실화에서 따왔다. 열여섯 소녀를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이코패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소설에서는 14세 소녀로 나온다.) 책에서 소녀가 지하실에 감금당하고 학대를 당하기 시작하는 것은 100여 쪽이 훌쩍 지나서의 일이었다. 앞부분은 다소 지루한 편이었고, 이웃집 소년 데이비드가 소녀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야기의 화자가 소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시골 외곽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다소 어려운 경제적 형편을 짐작할 수 있고, 또한 바로 그 사회경제적 환경이 이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서 여러 동조자들이 나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든다. 물론,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지적장애 소녀를 마을 어른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윤간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이 소설에서 소녀를 상대로 '친구'들이 수십 일에 걸쳐서 학대를 했고, 심지어 거기에는 남매도 있었다. 그러니까 여자 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남자건 여자건, 하나같이 주인공 소녀를 괴롭히며 즐거워 했지 이 비상식적이고 끔찍한 일에 대해서 제동을 걸지 않았다. 집단 광기에 다름 아니다. 


이웃집 소녀 맥은 다리가 불편한 여동생 수전과 함께 루스의 집에 맡겨졌다.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맥은 꾸준히 루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지만 초반에는 그 사실들을 밝히지 않고 버텼던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참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경찰은 어른 루스의 말만 듣고는 맥의 말을 무시했다. 어린 아이가 그냥 반항하는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이 된 실제 사건에서도 그랬다고 한다. 학대받은 소녀의 자매가 편지를 받고는 찾아왔지만 만나지 못했고 다른 수를 내지도 못했다. 이때의 막막함이란...


루스는 대체 왜 맥을 그토록 괴롭혔던 것일까? 그녀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고,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자신과 달리 젊고 아름다운 맥을 질투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성적 결핍을 맥을 창녀로 만드는 것으로 채우려고 했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들을 동원해서. 나아가 이웃집 아이들까지 끌어들여서. 그 아이들은 한때 맥의 친구들이기도 했다. 맥을 좋아했던 데이비드는 폭력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방조함으로써 공범이 되었다. 심지어 지하실에 묶인 채 발가벗겨진 맥을 보면서는 몽롱해지기까지 했다. 그녀를 좋아했고, 사춘기에 다달은 소년의 욕망까지도 이해한다고 해주어도 이건 아니었다. 맥이 나에게 뭐 바라는 것 있냐고 쏘아붙였을 때 데이비드의 뜨끔했을 얼굴이 제대로 그려졌다. 


실제 사건은 소설보다 더 끔찍했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에서 아이들은 맥의 얼굴에 오줌을 쌌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소녀에게똥을 먹였다고 한다. 또 자신들이 저지르는 폭력 행위에 실비아(실제 사건의 피해자)의 동생 제니도 동참하게 협박했고, 끓는 물을 붓고는 소금으로 문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세상에나......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순진하거나 순수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가져야 할 기본 덕성이라는 것은 있지 않은가. 루스 아줌마는 정신 이상자였다. 이렇게 정신이 이상한 엄마 밑에서 자란 세 아들도 당연히 정상은 아닐 것이다. 그럼 이 가족은 모두 비정상이라고 해두더라도, 나머지 아이들은 무엇일까? '집단 광기'라는 말로 다 설명이 되는 것일까? 하긴, 히틀러는 무려 600만이나 되는 유태인을 학살하지 않았던가. 현실은 소설보다 더 공포스럽고 잔인한 것을,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런 일이 없었던 일로 둔갑하지는 않는다. 무섭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그나마 소설이 실제의 이야기보다 나았던 것은 결말이었다. 적어도 루스 아줌마에 대한 '심판'은 이뤄졌으니까. 비록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아마도 작가 역시 이 짐승(짐승, 미안해!)만도 못하고, 벌레(벌레 미안미안!!)만도 못한 인간 쓰레기에게 '자연사'라는 선물은 주고 싶지 않았나 보다. 동감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데이비드는 두번의 결혼을 실패하고 세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언으로 참여했던 폭력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짓을 했는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자신의 바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스크랩해둔 신문 기사를 찾게 된다. 거기에는 루스의 세번째 아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이 담겨 있었다. 루스가 뿌려놓은 왜곡의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데이비드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라고 적어 놓았다. 거기에는 다른 이웃집 남매의 이름도 추가되어야 하고, 데이비드의 이름도 추가되어야 마땅하다. 그가 평생 동안 스스로에게 묻고, 참회하고, 또 괴로워하면서 갚아야 할 빚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갚을 대상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대신 싸워줄 만큼의 용감함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신고라도 해주는 용기는 내주며 살았으면 한다. 모두들 그만큼씩의용기만 내주어도 이 무서운 세상이 조금은 더 안전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모두가 한발자국 씩만 용기를 내준다면.


헐리우드에서 두차례 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듯하다. 아마 너무 끔찍해서 그런 게 아닐까. 작품을 보고 나서 영 기분이 안 좋다. 무서운 책이었다. 


덧글) 9쪽 마지막 줄

우리나라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 17개월 전인 1946년에 태어났다. 마티스가 막 여든 살이 되던 해이기도 하다.

>>>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은 1945년이다. 마티스는 1869년 생이다. 연도가 이상하게 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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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0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은 "언 아메리칸 크라임" 입죠. 주노에서 미혼모 역활 제대로 해준 엘렌 페이지 주연이죠.

굉장히 불편한 영화.....

영화 고령화 가족을 보면 주인공 인모(박해일)가 형 한모떄문에 깡패들에게 엄청 두둘겨 맞으면서
"늬들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지켜왔던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했다."고 하죠.


마노아 2013-07-09 19:45   좋아요 0 | URL
인셉션에 나왔던 배우 맞죠? 포스터 보니 알아보겠어요. 이 영화 찍을 때는 꽤 어렸을 텐데 후유증 없나 모르겠어요.
인간의 존엄성. 작품 속에서 맥은 바로 그 존엄성을 보여주었는데, 그걸 다 깨부수는 괴물들을 만난 거죠. 조카 18색 크레파스 욕을 잔뜩 해주고 싶어요.ㅡ.ㅡ;;;;;

moonnight 2013-07-0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벌레와 짐승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인간들. ㅠ_ㅠ 저도 영화랑 책 읽고 너무너무 무서웠던 기억 나네요. 사람인 게 부끄러워요. ㅠ_ㅠ;;;;;;;;;;;;;;;;

마노아 2013-07-09 19: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부끄럽고 끔찍했어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 '마터스'가 생각나네요. 그건 극장 가서 봐서 더 충격적이었어요. 아흐 동동다리...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