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평균 온도가 24도인 곳도 있지만, 내가 있는 곳은 28도다. 어휴, 몇 도 차이냐... 교무실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반대편이 급식 조리실이어서 창을 열지 못해 맞바람이 치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당연히 덥다. 선풍기는 교감샘과 교무부장님 옆에만 있다. ㅎㅎㅎ

 

난 알라딘에서 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usb  선풍기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노트북에서 왼쪽으로 후끈후끈한 바람이 불어와서 이어폰이 그쪽에 놓여 있다가 귀에 꽂히면 뜨끈한 열이 내 귀를 타고 뇌를 자극한다.

 

오늘은, 덥지 않다. 비가 와서 식혀 주었고 바람도 제법 분다. 그런 오늘, 에어컨이 돌고 있다. 아씨, 한참 더울 땐 안 틀어주더니만... 후끈후끈할 때도 안 틀었는데 제습 목적으로 킨 것 같지는 않고...;;;; 하여간 그래서, 춥다. 더위 많이 타는 내가 춥다.

 

이번 주에는 역류성 후두염 약을 바꿨다. 지난 주에 먹은 약이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바꿔준다고 했는데, 이번 약에는 수면제가 들었나...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책을 펼쳐놓고 고개가 계속 떨어진다. 팟캐스트 방송을 틀어놓고 끝까지 듣지를 못해서 자꾸 앞으로 되돌렸다. 내일 병원에 가서는 약을 다시 바꿔달라고 해야 할지도...

 

 

 

 

 

 

 

 

 

 

 

 

여름이다. 여름은 봉숭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봉숭아 물을 들였다. 이번엔 변화를 줘서 프렌치 스타일로~

스티커가 중간에 떨어져서 안쪽으로 좀 번지긴 했지만 아무튼 완성했다. 드라마 틀어놓고 기다리면서 두차례 연속으로 들였다. 그래봤자 한 시간 조금 넘게 올려놓았을 뿐인데 제법 색이 진하다. 신기한 자연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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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2013-07-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면에서 보자면 저는 확실히 환경이 좋은곳에서 근무하고 있군요.
저는 아직 가디건을 걸어놨어요. 종종 추워서 입어야 할 때가 있거든요.

마노아 2013-07-18 20:18   좋아요 0 | URL
어저께 가디건 집으로 가져갔는데 오늘 추워서 떨 일이 생길 줄이야!
인생은 그래서 늘 타이밍이 중요해요.^^ㅎㅎㅎ

다락방 2013-07-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숭아물도 프렌치로 가능하군요!

마노아 2013-07-18 20:19   좋아요 0 | URL
혹시 다른 색으로 바꾸고 싶으면 감추기도 편해요~ ^^

saint236 2013-07-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버티고 있습니다. 도로옆이지만 창문 열어 놓고 바람 통하게 해놓으면서도. 물론 꽤나 시끄럽지요.

마노아 2013-07-18 20:19   좋아요 0 | URL
저는 집이 도로변이라서 먼지 많고 시끄러워요. 하지만 더우니까 창문은 비만 오지 않으면 열어놔요.

BRINY 2013-07-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봉숭아로 프렌치스타일을 구현하셨군요!
저희는 오후에 겨우 에어컨 틀었어요.

마노아 2013-07-18 20:19   좋아요 0 | URL
5교시 반짝 틀고 바로 껐어요. 저는 6교시에 수업이 있었는데 아해들이 덥다고... 교실에 선풍기가 없어요.ㅠ.ㅠ

감은빛 2013-07-1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왼손 엄지만 들였더라구요.
색깔이 진하게 들지 않아서 별로 였는데,
마노아님 색깔은 무척 진하네요! 예쁘네요!

마노아 2013-07-18 20:20   좋아요 0 | URL
한번 더 들이면 예뻐질 거예요. 집에서 같이 해봐요~ 전 울 엄니 해 드릴려고요.^^

야클 2013-07-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팡팡 나오는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
힘내세요. 곧 방학이잖아요.

마노아 2013-07-19 07:21   좋아요 0 | URL
제 방이 서향이라서 집은 더 덥다는 게 함정!이라죠. 작년에 실내 온도 38도 찍었어요. 엉엉..ㅜ.ㅜ

grace 2013-07-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이유로 학교에서 곤욕이네요. 냉방병이 다걸렸어요ㅠ

마노아 2013-07-21 09:36   좋아요 0 | URL
울 학교는 엄청 덥지만, 하필 안 더운 날 에어컨을 틀었네요. 무슨 청개구리도 아니고...ㅜ.ㅜ
 

   FUSION 과학

제 1913 호/2013-07-17

우주여행, 3D 프린터에 맡겨라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한여름엔 ‘피서(避暑)’라는 말처럼 더위를 피해 시원한 강이나 산으로 떠나야 제격이다. 요즘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를 자랑하는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외국 여행이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다.

외국이 아니라 달이나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은 어떨까. 피서와는 거리가 있지만 색다른 경험에 자신만의 추억을 쌓는 데는 최고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식주에서 ‘식(食)’과 ‘주(住)’에 해당하는 먹고 마시며 거주하는 문제다. 달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그곳에 머물 수 없으면 멀리서 달을 구경하고 그냥 돌아와야 한다. 또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오고 가는 데만 3개월이 넘게 걸리는데, 그동안 맛없기로 유명한 우주식량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이런 문제 해결에 3D프린터가 나섰다. 3D프린터는 잉크젯프린터가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듯이 플라스틱이나 고무 같은 재료를 이용해 물건을 입체적으로 인쇄하는 프린터다. 손으로 만들기 어렵거나 어딘가를 끊었다가 꼬거나 붙여야 하는 복잡한 모양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다.

재료도 플라스틱이나 고무에서 금속이나 음식, 살아있는 세포까지 다양해져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가 의료와 건축, 의류, 음식 같이 생활 곳곳에 쓰여 우리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프린터가 물건을 인쇄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피규어를 인쇄한다면 먼저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이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수천~수만 개 이상의 얇은 층으로 잘게 쪼개서 분석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에 따라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얇은 층을 한 층씩 쌓아 올린다. 물건에 따라 위치와 크기를 조절하면서 조금씩 층을 쌓으며 인쇄한다.

•달의 흙과 돌로 달 기지 건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달에서 얻은 재료로 부품을 인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2012년 11월 ‘쾌속조형저널(Rapid Prototyping Journal)’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달에서 가져온 돌과 거의 비슷한 물질을 얻었다. 그 다음 3D프린터를 이용해 이 물질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직접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달과 비슷한 물질로 부품과 같은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냈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달의 흙이나 돌을 재료로 지구에서처럼 원하는 것을 대부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NASA는 오래전부터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화성탐사로봇 로버(Rover)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이 70개나 들어가 있다.

3D프린터로 건물을 만든다는 얘기가 자칫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13년 5월 말 네덜란드에서는 뫼비우스 띠처럼 생긴 2층 건물을 3D프린터로 찍어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m 높이의 대형 3D프린터를 이용할 계획인데 이미 돌, 모래 등 다양한 건축 재료로 모형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3D프린터로 건물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 1]5m 높이의 대형 3D프린터로 만들 예정인 네덜란드의 건축물. 사진 제공 : Universe Architecture

•어떤 음식이든 만드는 3D푸드프린터

장거리 우주여행에서 먹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다양한 음식에는 그만큼 재료나 준비해야 할 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선은 공간이 제한적이라서 조금 밖에 실을 수 없고,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우주에서도 지구에서처럼 먹을 수 있게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2년 NASA는 우주인이 이용할 수 있는 ‘3D푸드프린터’를 6개월 안에 개발해 달라고 한 기업에 요청했다. 이 기업의 연구팀은 15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 장거리 우주여행용 음식을 위해 재료를 모두 가루 형태로 만들고 있다. 식재료의 습기를 빼고 가루로 만들면 상온에서 30년이 지나도 썩거나 변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2012년 11월에 3D푸드프린터로 초콜릿을 입힌 쿠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3D푸드프린터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어떻게 될까. 연구팀이 생각하는 피자 인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뜨겁게 달군 쟁반 위에 도우를 인쇄한다. 쟁반이 달궈져 있어 인쇄와 동시에 도우가 구워진다. 이 위에 가루 형태로 저장해둔 토마토소스를 물과 기름을 섞어서 인쇄한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단백질 층을 쌓아 토핑을 하면 완성된다. 모든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합성하기 때문에 단백질 층 재료는 동물이나 우유, 식물을 포함해 어떤 것을 써도 괜찮다.

[그림 2]3D푸드프린터로 만든 꼬인 띠 모양의 과자(좌)와 영국 엑세터대학교와 브루넬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초콜릿 3D프린터(우). 사진 제공 : oskay, 엑세터대학교

특히 3D푸드프린터는 재료를 모두 가루 형태로 만들어 쓰기 때문에 원재료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단백질 성분으로 고기류 대신 벌레나 콩과 같이 자연에 널려 있지만 직접 먹기에 거부감이 있거나 잘 먹지 않는 수많은 동식물을 음식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조류나 풀, 각종 씨앗, 벌레 같은 다양한 요소를 음식으로 활용한다면 지구 환경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D프린터를 잘만 활용하면 달이나 화성에 기지를 세울 수도 있고, 지구에서처럼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달이나 화성에서 몇 달을 머무는 긴 우주여행이 좀 더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우주여행을 앞당기는데 발 벗고 나선 3D프린터의 다양한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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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1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3D프린터가 과학의 발달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꽤 위험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총기류의 부속품을 그대로 만들어 실제 조립하여 발사했더니....정말 발사가 되었다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강화 플라스틱을 재료로 깍아낸다면 공항검색대도 무사통과겠고요.

마노아 2013-07-17 23:21   좋아요 0 | URL
과학이 발달할수록 이런 양면성이 더 두드러지네요. 편하고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것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말이에요. ㅠ.ㅠ
 
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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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하게 된 교실 대청소 때문에 학원에 늦게 되었어요. 셔틀 버스를 놓쳤거든요. 부랴부랴 학원으로 향하는 찰나에 시간 가게 전단지를 보게 되었어요.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시간 가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호기심이 일었어요. 나는 그때 정말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전학 온 새 학교에서 수영이를 꺾고 1등을 하는 게 엄마의 꿈이었잖아요. 시간 가게 할아버지는 하루에 한 차례, 10분의 시간을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시간을 사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행복한 기억이라고 했죠. 세상에, 단지 기억 뿐이래요. 큰 돈을 요구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행복한 기억 한자락 내주고 살 수 있는 시간이라니, 이건 분명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 


처음으로 시간을 사게 된 건 학원까지 가는 길이었어요. 지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죠. 내 몸속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게 뭔지 어떻게 확인하겠어요. 일단 수업에 늦지 않는 게 중요했거든요. 지각에 단어 시험까지 겹쳐서 숙제가 배로 늘어났어요. 엄마한테 잔소리 듣기 싫어서 몰래 하느라고 애먹었어요. 내가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초단위로 쪼개서 살고 있는지 엄마는 아세요? 엄마가 짜준 계획표는 30분 단위로 꽉 차 있죠. 나 그거 엄청 숨막혔는데, 엄마도 그거 알고 계세요?


수학 시험 때였어요. 문제 하나가 막히자 나머지도 줄줄이 안 풀리는 거예요. 수영이는 쓱쓱 문제를 풀고 있는데 말이지요. 난 초조했어요. 또 다시 수영이를 이기지 못하면 엄마는 얼마나 실망할까요? 20등도 아닌 2등인데도 엄마는 나를 낙오자 취급 했잖아요. 엄마에게는 1등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거죠. 나는 시간을 사기로 했어요. 10분, 10분이면 충분했거든요. 교실 안의 모든 것이 멈췄어요. 내가 산 10분이 흘러가는 동안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뿐이거든요. 난 수영이의 시험지를 베꼈어요. 그 덕분에 올백을 맞았죠. 당연히 전교 1등이에요. 수영이는 다른 과목에서 한문제를 틀렸대요. 난 정말 기뻤어요. 내 힘으로 얻은 성적이 아니었지만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어요.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이니까요. 1등하면 전학 오기 전 내 단짝 친구인 다현이를 생일날 초대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다현이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나만큼이나 기뻐해 주었어요. 역시 내 베프답죠. 


1등을 했지만 행복한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어요. 시험이 한번 뿐인 게 아니잖아요. 단지 중간고사가 끝났을 뿐이니까요. 엄마는 영어 인증 시험도 잘 봐야 한다고 했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스포츠 클럽을 다니는 건 어떠냐고도 하셨죠. 난 사실 싫었어요. 내겐 그저 체육 학원일 뿐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스트레스 추가용일 뿐이거든요. 


난 자꾸자꾸 시간을 샀어요. 준비물을 깜박했을 때 친구들 것을 몰래 가져오는 용으로 쓰기도 했고, 밉살맞은 친구를 골탕 먹일 때도 10분의 시간을 샀어요. 근데 이상해요. 시간을 사면 살수록 점점 더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게 힘들어졌어요. 하필 그날은 수학경시대회였죠.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서 애먹다가 지난 중간고사 때 전교 1등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일까요. 시간 가게에서 받아온 시계의 버튼을 눌렀는데도 시간이 멈추지 않는 거예요. 난 시계가 고장난 줄 알았어요. 덕분에 시험은 망쳤죠. 또 다시 1등은 수영이 차지. 


난 시간 가게 할아버지에게 따져 물었죠. 할아버지는 머리로 만들어 낸 행복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기억을 하는 진짜 행복으로만 시간을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이게 뭔 소린지... 하여간 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시계를 고쳐달라고 했죠. 할아버지는 그 대신 행복한 기억을 두 개씩 팔아야 한다고 했어요. 난 거래를 했어요. 2개 아니라 3개를 팔아서라도 난 시계가 필요했어요. 그렇지 않고는 시험을 잘 볼 자신도 없고, 엄마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도 없거든요. 


엄마가 날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 알아요. 아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나만 보고 산 것두요. 근데, 그것 알아요? 그 기대가 무겁다는 것. 기대가 곧 사랑이라는 것 알지만, 사랑이 아프기도 하다는 것 말이에요. 엄마를 만족시키는 일이 나의 최대 과제였어요. 엄마가 늘 강조하신 미래를 위해 난 오늘을 포기하며 살았어요.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의 행복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난 많은 시간을 샀고, 그 바람에 많은 행복했던 기억을 팔았어요. 그리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어요.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깡그리 사라진 거예요. 그들과 함께 나눴던 추억의 물건을 보아도 그 물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외할머니가 오셨을 때도 그랬죠. 하물며 아빠와의 기억까지... 난 어떡하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팔아서 무얼 산 걸까요? 시간만 사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1등만 하면 충분히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난 여전히 쫓기고 있고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해요. 내 안의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텅 빈 껍데기만 남은 나는 대체 뭐가 되는 걸까요? 공부하는 기계? 엄맘는 정말 내가 그리 사는 걸 바란 건가요?


난 거래를 되돌리려고 했어요. 내가 팔았던 내 기억을 되사고 싶었거든요. 그 바람에 내 시간을 내주어야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되찾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정말인가봐요. 난, 시간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알아차렸어요. 사실 그 깨달음은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했어요. 시간가게의 경험은 무서운 대가를 치렀지만 나에게 다른 세상도 보여주었거든요. 


엄마, 사랑하는 엄마.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엄마 딸 윤아는 공부를 잘하기도 하지만 때로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시험 문제 하나 틀렸다고 내 인생이 틀어진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아주세요. 가기 싫은 학원을 억지로 가지 않을래요. 꿈을 향해 다가가는 친구를 위해서 시간도 내주고 축하도 해주고, 나의 꿈은 무엇인가 고민도 해볼래요. 지금은 그런 과정이 더 필요한 때 같아요. 


나는 조금 천천히 갈래요.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렸더니 내가 몽땅 사라져버렸어요. 나는 조금 천천히 가는 대신 나와 내 주변을 더 살필래요. 그러니까 엄마도, 내 공부에만 올인하지 말고 엄마 인생을 살아요. 지금처럼 피곤이 덕지덕지 쌓여서 짜증도 같이 쌓인 모습 말고요, 휴식도 취하고 여유도 가지면서 엄마의 시간을 갖도록 해요.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시간도 같이 만들구요. 난 그 시간을 다시는 팔지 않을 생각이에요. 차곡차곡 내 가슴에 새길 거예요. 공부만 강요하고 압박 주는 그런 엄마로만 기억하는 건 싫어요. 넘어졌을 때 왜 빨리 안 일어나냐고 화내는 엄마가 아니라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엄마를 보고 싶어요. 그런 엄마로, 돌아와 주세요. 


어쩌면 엄마도 시간 가게의 유혹을 받을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절대로 흔들리지 마세요. 이건 경험자가 주는 충고예요. 네버, 네버! 10분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 지불해도 될 만큼 값싼 행복은 없어요. 우리의 소중한 행복,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름다운 행복,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가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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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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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가 편한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웃게 돼."
엄마는 작년에도 그랬다. 4학년은 인생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이다. 6학년이 되는 내년엔 뭐라고 말할까?-38쪽

한꺼번에 학원에서 밀려 나온 아이들 때문에 거리는 복잡했다. 도대체 이 많은 아이들이 어디서 온 건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학원 거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가운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학원이 들어차 있다. 무리에 섞여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으로 최상의 제품을 찍어 내는 것처럼, 나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있나는 느낌. 절대로 불량품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77쪽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20등도 아니고, 2등인데도 너무 창피했다. 한 번쯤은 봐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자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무서웠다.
"다음은 없어. 그건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엄마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지 몰라?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 공부만큼 쉬운 게 어딨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잖아."-94쪽

내 눈동자가 '계획표'라는 글자에 꽂혔다. 불안했다. 엄마는 나를 관리해야 할 고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하루하루를 설계했다. 오늘은 11월과 12월 계획표였다. 11월 초에는 영어 인증 시험을, 12월에는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시험 날짜에 맞추어 하루, 삼십 분 단위로 계획되어 있었다.-109쪽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원래 책 읽기를 좋아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책 읽는 것마저도 간섭하면서 싫어졌다. 책장을 덮자마자 느낀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식은땀이 났다. 이제 나에게 세상 모든 책은 교과서와 다름없었다. -118쪽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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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909 호/2013-07-15

[FUTURE] 기후변화 대응, 이번이 마지막 기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상청에 근무하고 있는 박하늘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매년 올라가는 것이 걱정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기후는 뚜렷한 4계절은 먼 나라 얘기가 됐고 여름, 겨울만 나타나는 연중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굳어져 버렸다.

서울의 가로수는 이미 야자수로 변해버렸다.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쉽게 외출을 할 수 없게 됐고 외출 시 선글라스와 자외선차단제는 필수품이 됐다. 멜라닌 세포가 많은 사람들은 점점 얼굴색이 까맣게 변해갔다. 멜라닌은 일정량 이상의 자외선을 흡수해 유해한 자외선이 인체 내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작용은 피부가 검게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일하거나 야외 활동,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점점 피부색이 동남아인처럼 변해갔다.

한국인의 특징인 근면과 성실, 거기다 우리나라를 빠른 시간 내에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한 ‘빨리빨리’ 습관은 사회문제화 됐다. 아열대 기후로 변한 걸 모르고 대낮부터 여기저기 거래처를 돌던 세일즈맨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정부에서는 바깥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2시대에 강제적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이 시간에 냉방이 갖춰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외출을 하는 사람들은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좀처럼 요리를 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돼 버렸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던 주부들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쓰러지는 등 목숨 걸고(?) 요리하느니 차라리 요리를 포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음식은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거나 배달, 혹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쪽으로 생활습관이 변했다. 2023년, 외식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한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현재 지구가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인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데 있다. 아주 먼 옛날 급격한 기후 변화로 공룡이 멸종했듯이 조만간 양서류의 30%,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15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8도 정도 상승했다.

계속 녹고 있는 남극의 빙하도 변수다.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고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불어나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태평양에 있는 섬들은 거의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했고, 상당수의 도시가 현재 물에 잠길 태세다. 둑을 쌓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을 더 이상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2년 리우회의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발표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2023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전 세계 국가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서울회의’를 열었고 ‘서울의정서’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이제 지구를 지키고 곧 우리 목숨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전 세계가 공감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온실가스 처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¹⁾ 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²⁾이다. 전자는 발전소나 공장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후자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면 의무적으로 탄소세를 내야한다. 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기술은 바야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거기다 그 탄소를 이용해 바이오연료까지 만들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기상청에서는 슈퍼컴퓨터로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³⁾을 활용하고 있다. 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실시간 감시하고 예측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통한 우리나라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 확보와 세계 녹색시장 점유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도 인류가 공룡처럼 멸종하지 않고 자손대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도 슈퍼컴퓨터에서 예측한 데이터들을 더욱 철저히 분석·감시해 기후변화를 막는 첨병이 돼야 겠다고 다짐한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 :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수송해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 지중저장 기술 중 대수층주입기술은 현재 실용화 연구단계이고 기술적 과제만 해결된다면 조만간 실현 가능. 2015~2030년 동안 이산화탄소 1억 톤을 감축할 수 있음. 관련 산업은 11.4조 원 성장이 예상되고 일자리 창출은 4만 7,000명으로 기대됨.

2)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 :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따른 환경보호와 미세조류 생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자원 생산 및 새로운 소득 증대 창출이 기대됨. 기술의 실현 시기는 3~4년 후로 예상됨.

3)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 : 기후변화 유발 및 환경 인자 관측을 통해 정확성 높은 지구시스템 장기 예측 모델링으로 고기후·환경변화 규명·추적 및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 기후변화 예측을 목표로 하는 기술. 기술의 실현 시기는 7~8년 후로 예상됨.

참고 :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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