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1928 호/2013-08-07

추천하기

[이달의 역사]탄생 400주년 맞은 동의보감, 어떻게 편찬됐을까

17~18세기 동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책이 있다.

1613년 정식 발간 이후 수백 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까지 지속적으로 소개되며 온갖 찬사를 불러 모은 책이다. 18세기 조선 정조 임금은 “고금의 의서를 통틀어 진실로 우리나라의 쓰임새에 적절함으로 판단하면 이 책에 견줄 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했다. 1723년 일본의 후지와라 노부아스(藤原信篤)는 “이 책은 지금까지 떠돌던 이야기를 손으로 잡히도록 설명했으니 의학의 가르침과 바로잡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1747년 중국 학자 왕여존(王如尊)은 “이 책은 병세와 병증을 상세하게 설명해서 치료법을 적었고 그 원리를 밝혀놓으니 그야말로 의서의 대작”이라 평가했다. 1766년 능어(凌魚)는 “이 책은 이미 황제에게 올려져 명의임을 인정받았지만 아직도 비각에 갇혀 있어 사람들이 엿보기 어렵다”며 “천하의 보배는 마땅히 천하가 함께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다시 중국어 본을 펴냈다. ‘열하일기’를 지은 연암 박지원도 중국 땅에서 동의보감을 만나고 기쁨과 자랑의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중국 장쩌민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중 문화교류의 아름다운 역사를 빛낸 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2013년 탄생 400주년을 맞았다. 이쯤이면 ‘이 책’이 무엇인지 다들 짐작했을 것이다. 조선의 어의 허준이 지은 불후의 명작 ‘동의보감(東醫寶鑑)’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의 정보 집대성한 아시아 최고의 의학서
동의보감은 당시 동아시아의 한의학 정보를 집대성한 일종의 임상 백과사전이다. 전체 구성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 등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의 의학으로는 내과질환, 외과질환, 유행병과 가정의학, 약제와 약물, 침과 뜸으로 나눈 셈이다.

네 권으로 이루어진 ‘내경편’에서는 인체의 구성 원리와 신진대사를 설명했고, 이어 다시 네 권의 ‘외형편’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생김새를 보고 질병을 판단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열한 권의 ‘잡병편’에서는 체온, 구토, 부종 등 증상에 따른 치료법을 적었고, 세 권짜리 ‘탕액편’에서는 갖가지 재료를 이용해 치료약을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마지막 한 권짜리 ‘침구편’은 침과 뜸 사용법을 담았다.

이처럼 다양한 질병의 치료방법을 담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병의 발생 원인까지 상세하게 밝혔기 때문에 학술서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수백 수천에 달하는 기존의 수많은 의학 이론과 서적을 한데 모아 논리적으로 엮음으로써 한의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당대 최고의 의서라 불리던 동의보감이지만 그 탄생 과정은 힘들고 복잡했다. 임진왜란이 나라를 휩쓸고 얼마 지나지 않은 1596년 5월, 조선 선조 임금은 전쟁과 기근의 고통으로부터 백성을 구할 방도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린다. 어의 허준은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 유의와 태의 5인과 함께 의서 편찬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듬해인 1597년 왜군이 다시 쳐들어와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결국 선조는 의서 500권을 내어주며 혼자서라도 책을 집필하라고 허준을 격려한다.

[그림] 동의보감 신형장부도.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00년 내의원에서 가장 높은 수의 자리에 오르고 두 번의 왜란 동안 임금을 보필한 공로로 1604년 ‘양평군’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자 다른 신하들의 질투를 사게 돼 허준을 탄핵하라는 상소가 줄을 이었다. 결국 1608년 선조가 급사하자 그 책임을 물어 의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선조에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허준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임금이 병이 많은데 경험 많은 의원이 부족하다”는 구실로 이듬해 귀양을 풀어주었다. 이후에도 허준을 내치라는 탄원이 수십 차례나 이어졌음에도 광해군은 의서 저술에 전념해야 한다며 중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분에 허준은 1610년 드디어 동의보감 완성 소식을 전했고 광해군은 말 한 필을 선물로 하사하며 속히 간행해 널리 퍼뜨리라고 명한다. 그러나 초안의 양이 워낙 방대해 교정과 필사에만 몇 년이 소요되자 활자를 이용해 인쇄하라는 명을 다시 내린다. 결국 1613년 11월 광해군 5년에 동의보감 활자본이 25권 25책으로 탄생해 조선의 높은 의학 수준을 동아시아에 널리 떨치게 된다.



➢소설과 드라마로 만들어져 한류 이끈 우리의 문화유산
동의보감에 얽힌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최근 소설과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드라마 작가 이은성은 1976년 집필한 ‘집념’을 바탕으로 장편소설을 구성하던 중 1988년 타계해, 1990년에야 유작으로 소설 ‘동의보감’이 발간됐다. 1999년에는 전광렬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시아 곳곳에 ‘신의(神醫)’라는 제목으로 수출됐다.

탄생 400주년을 맞은 올해는 갖가지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보물 제1085-1호로 지정된 원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판본을 한데 모아 오는 10월 31일까지 ‘전통의약을 생활 속으로’ 전시회를 연다. 허준이 편찬한 의서와 한·중·일 각국의 전통의학 자료도 선보인다.

오는 9월에는 영어판 동의보감도 발간된다. 100여 명의 전문인력과 7억 7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6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같은 달에는 경남 산청에서 동의보감 400주년을 기념하는 ‘2013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은 연중 언제든 동의보감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한약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까지 오른 불후의 명저 ‘동의보감’. 질투와 역경을 딛고 방대한 저술을 완수한 허준의 집념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별빛속에 1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별빛속에를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당시 예전에 다니던 교회를 가느라고 꽤 멀리까지 이동했어야 했는데, 원래 살던 동네에 단골 만화방이 있었다. 추석 연휴여서 별 부담 없이 만화방에 죽치고 앉아서 이 책을 읽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책을 무척 늦게 읽는 편이어서 그 먼 거리를 갔음에도 한번에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읽는 동안 벅찬 가슴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었던 건 늦게 읽는 사람에게 주어진 아주 조금의 선물 같은 것. 


내가 고등학교 때였으면, 이미 완결은 난 상태였고, 이 작품이 나온지 7년 여 되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지금 보아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그림은, 좀 별로였다. 특유의 그림체가 지저분한 편이다. 강경옥 샘, 미안해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그러나 나는 원래 그림보다는 내용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림도 멋지면 더 좋겠지만 내용이 좋으면 별 상관 없다. 그림이 문제 되었으면 '기생수'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책이었을 것이다.^^


(지구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레디온은 뒷쪽보다 훨씬 머리카락이 곱슬거렸다.)


아무튼! 강경옥 샘은 별, 우주, 초능력...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에, 나도 그렇다. 호기심이 인다. 그래서 SF영화가 재밌고, 초능력 가진 슈퍼 히어로에 열광한다. 만화 속에서도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히어로물들도 그 출발은 대개 만화 아니던가. 만화 속의 무한 상상력 덕분에 가공할 힘도, 놀라운 우주의 이야기도 가능해지니까. 


별빛속에 1권은 배경을 설명해 준다고 보면 되겠다. '유신혜'라는 별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어떻게 우주의 '카피온'이라는 별의 왕녀인지에 대한 소개서다. 작품은 우주와 외계인, 그리고 초능력자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반응에 대해서 먼저 언급한다.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편견이 적어 보였던 신혜 양도, 그러나 정작 외계인 초능력자를 만났을 때의 반응은 자신의 의지와 달랐다. 


우주는 어떻던가. 밤하늘을 보며 지새우기 일쑤였던 신혜는 늘 우주를 동경했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납치될 위험에 처하자 '우주 따위'는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보고 싶지도 않은 살벌한 곳이 되고 말았다. 누구라도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그 무서웠던 기억이 삭제되고 나서 처음 맞닥뜨린 밤하늘 앞에서 신혜는 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한다. 인간은 지극히 망각의 존재. 이 역시 당연하다. 동경하던 것을 향한 막연한 선망도, 또 공포를 느꼈을 때 피하고 싶은 감정도 모두 인간적이다. 물론, 신혜는 지구인이 아니지만. 지구인 아니라 우주인이라고 해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데 사람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 '외계인'이라고 쓸 때 비록 사람 인자가 들어가도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 같다. 뭔가 모순적이다. 


지구에서의 레디온은 아직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매력을 확인할 날이 주야장천 남아 있다. 서두를 필요 없다. 레디온은 레디온이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RINY 2013-08-1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런 만화를 찾기 힘드네요.

2013-08-12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3-08-12 22:43   좋아요 0 | URL
메일 보냈어요~ 확인해 보셔용.^^
 
내가 도둑이 된 이유 - 타무라 유미의 만능캡슐 1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타무라 유미의 만능 캡슐 시리즈 1편이다. '내가 도둑이 된 이유'

표지의 10세 소년(난 소녀인 줄 알았는데 소년이었다!)이 주인공이다. 메이지 시대 때 선교사가 지은 커다란 고택('성'이라고 봐야 할 수준의)에 살고 있다. 엄마는 전직 배우였는데 지금도 철부지 소녀같은 인물이고 아이가 집안을 다 꾸려나간다. 이 무슨 소년가장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내 제대로 개그다!


꼬맹이는 개그체로 그렸지만 어른들은 모두 제대로 그렸다. 사실 다른 어린이들도 모두 예쁘게 나온다. 주인공만 이렇게 2등신 캐릭터로 그렸다. 


엄마는 집에 있는 골동품들을 팔아서 새로 쇼핑하는 취미가 있는데, 하필 이때 류의 여자친구가 맡겨놓은 작은 반지 상자가 같이 딸려가버렸다. 그걸 되찾아와야 하는데 이미 또 팔려나간 상황! 철없고 즉흥적이고 대책 없는 엄마는 과거 '도둑' 역할을 했던 걸 떠올리면서 반지 상자를 찾아오겠다고 '예고장'을 보냈다. 분명 엄마가 사고칠 것을 알기 때문에 미리 손을 쓰게 된 아들 류. 그래서 '내가 도둑이 된 이유'다. 


반지를 찾아오는 과정에서 알게 된 친절한 형사 아저씨. 10년 전에 헤어진 아내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 순수청년은 알고 보니 류의 아빠. 엄마와 아빠는 극적으로 재회를 하고 극적으로 다시 결혼하게 되지만, 그건 류가 돌봐야 할 어른이 둘로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게 산너머 산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빠가 도둑이 된 이유'와 '내가 왕이 된 이유', '내가 유령이 된 이유'까지 이어지는 단편들이 엮여 있다. 마치 분위기가 '어거스터 러쉬'같다. 지극히 말이 안 되는데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예쁜 이야기. 게다가 그림도 예쁘다! 바사라나 세븐 시즈 같은 작품들은 주제가 무겁기 때문에 사실 늘 진지하다. 그런데 이렇게 개그도 되는 작가였구나! 새삼 또 놀라고 있다. 절판된 책이라 중고로 구매했는데, 시리즈를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구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지 - 유키 카오리 단편시리즈 5, 완결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유키 카오리 단편집 다섯번째 작품 '네지'다. 확실히 시간 차가 있어서인지 '카이네' 보다는 훨씬 낫다. 그래도 작가의 이름에 대한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초능력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실에선 만날 수 없는 이런 비일상은 얼마나 짜릿한가. 슈퍼 히어로물이 괜히 인기가 좋은 게 아니잖은가. 

그러나 그 평범하지 않은 것 때문에 SF물은 좀 더 촘촘한 이야기를 요구한다. 단순히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만으로는 독자를, 관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 작품을 그릴 때의 배경이 1992년이었나 보다. 냉동인간이 되어 2033년으로 보내지면서 초능력이 생겼고, 그 바람에 생체 실험 대상에서 정부 산하 킬러로 깨어날 수 있게 된 네지. '네지'란 일본 말로 '나사'란 뜻이다. 


1992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이니 작품이 촌스러운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20년 뒤일 2033년. 어휴, 20년 뒤의 세계까 이런 꼴로 변한다면 정말 끔찍하리라. 디스토피아적 작품은 아주 많다. 근래 개봉한 설국열차도 결국 디스토이파적 지구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미치도록 더운 폭염을 떠올라도 지구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뭐, 인간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과학은 분명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발전은 오히려 인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CW-7이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다가 오히려 빙하기를 불러온 것처럼.


그러나 이런 절망적인 미래 사회에서 항상 휴머니즘이 등장한다. 초능력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신 능력을 악용하려는 사람에 대항하는, 파괴된 인간성을 안타까워하며 사람으로 살다가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꼭 나타난다. 우리 사는 세상에도, 필시 그럴 것이다. 디스토피아를 기다리진 않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인간의 인간됨은 꼭 남을 거라고, 근거 없는 낙관을 해본다. 


좀 전에 읽은 '카이네' 보다는 나았지만 이 작품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번은 읽을 만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이네 - 유키 카오리 단편시리즈 3, 완결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초기작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여러모로 함량 부족. 펜선은 깔끔한 편인데 특유의 마성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역시 내게 베스트는 백작 카인 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