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17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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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장인이 된다는 것... 거장이 된다는 것....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치아키의 지휘는 훌륭했고, 피아노 연주는 근사했다.  그렇지만, 객석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보게 된 순간, 그는 무섭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지휘자로서의 자각을 상실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의해서 가까스레 커버가 되긴 했지만, 평론가들의 귀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 것은 평론가들의 냉정한 평보다, 아직도 따라가지 못한, 극복하기 힘든 아버지와의 거리였다. 그것은 마음의 거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실력의 거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노다메에게도 똑같이 다가온다.  피아노를 치는 그녀는, 지휘자이면서 피아노도 자신보다 더 잘 치는 치아키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같은 분야에 매진하는 사람으로서 배도 아프고 서럽기도 하고 속상한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그녀의 자리에서 열심히 매진하고, 치아키는 다음 무대를 위해서 새 각오로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마친다.  노다메가 있는 그곳을 떠나서 치아키가 새 출발을 하게 될 지는 다음 이야기를 보아야 알 듯 싶다. 


어김 없이 이번에도 유머를 빼먹지 않았는데, '불멸'을 얘기하면서 '바순'도 멸하지 않는다!고 오라를 풍겼던 연주자, 치아키에게 식사대접을 받은 윤롱의 처절한 빌붙기가 폭소를 터트리게 했고, 지각하는 바람에 외투 속에 속옷만 입고 달려온 노다메라던가, 치아키의 자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일주일치 충전을 채웠다고 좋아하는 노다메는 이 작품의 독특한 별미다. 


늘 못되게 굴기 일쑤였던 콘서트 마스터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우리' 상임 지휘자 잡일 시키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할 때는 오옷! 하며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못되게 굴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위신 깎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은, 이미 '애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이번 편에선 유독 치아키의 공연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2차원의 종이 예술을 뛰어넘어 3차원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드라마가 만화처럼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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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15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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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작가의 유머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읽는 내내 웃고 있으려니 식구들이 무슨 일이냐고 한번씩 물어본다.  타냐가 바캉스 예행 연습을 할 때 타월 잡고 운동하는 씬이라던가, 브누아 가의 성에 도착했을 때 모차르트 복장을 하고 맞아주는 성주의 모습이나 그의 콜렉션(?) 등을 볼 때, 그리고 노다메의 특제(?) 카레에 모두들 된통 당할 때 등등 말이다. 
작품은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지만 본업(?)을 잊지 않는다.  노다메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간직한 채 멋진 모차르트와 리스트, 라벨, 슈베르트 등을 들려주었고, 음악하는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자극과 감동을 받는다. 
뿐이던가?  이번 이야기에선 치아키와의 로맨스도 제법 분위기가 익어갔다.  여전히 아웅다웅 다투던 중에서의 일이었지만.  그들이 성장해가고 활약해 가는 일상은 거의 '모험'에 가깝다.  마치 원피스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 
참 독특하다.  보통의 작품들은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엽기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이끌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소재도 아닌 정통 클래식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오히려 섬세하지 않은 그림이 더 이 작품에 맞아 떨어지는 걸지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직까진 보지 못했다.  이 작품처럼 재밌는지... 소장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제목이 안 떠오름...;;;; 
하여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했는 지는 모르지만, 작품을 보면서 모차르트의 곡들이 궁금해졌다.  라벨도 마찬가지고... 
오늘 밤은 클래식을 몇 곡 들어야겠다.  생각났을 때, 듣고 싶을 때.. ^^ 

(지금 3연속으로 들은 것은 경쾌한 왈츠 곡. 유튜브에서 멋진 영상을 보았다. 오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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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너무 힘들어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5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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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만이랑 만만이는 내 동생이에요.
밥 먹을 때 여기저기 흘리고 먹는 동만이,
밥풀 하나 안 남기고 싹싹 핥아 먹는 만만이.

병만이의 두 동생 동만이와 만만이를 소개했다. 동만이는 코흘리개 동생이고, 만만이는 식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강아지다.
흘리고 먹는 동만이와 싹싹 잘 먹는 만만이의 대구가 재밌다.

아기 강아지일 때 집에 왔는데 어느새 동만이보다도 키가 커버린 만만이.
둘의 키를 재고 있는데 주변 소품들이 재밌다.
TV 안의 기상 캐스터가 서 있고, 그 앞에는 로봇이 손들고 서 있다.
시계 바늘도 서 있고, 옷장 앞 토끼도 그림 속에서 서 있다.

햇살 가득한 날 온 집안 식구들이 뒹굴뒹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아빠는 만만이를 베고 있고, 병만이는 아빠 배를 베고 있다.
동만이는 코 후비느라 바쁘다.
한데 뭉쳐 있는 가족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엄마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날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은 죄악!!
햇살이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지 않는가!!

이제 한가족이 되었으니 산책길에 만만이가 동행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만만이를 준비 없이 데려가는 건 무리!
목줄도 달고, 이름표도 달았다.
집에서처럼 아무 데서나 똥을 싸면 곤란하니 휴지랑 비닐봉지도 챙겼다.
이제 산책 준비 끝!!

밖으로 나온 만만이는 벌써 신이 나서 겅중겅중 뛰고 있다.
병만이는 만만이 데리고 걸어보겠다고 했지만 만만이 힘이 보통 센 게 아니다.
한 손으로 잡고 버텨 보니 질질 끌려 간다.
동만이는 두 손으로 잡고 버텼지만 더 빨리 끌려간다.

문제는 이때 생겼다!
모퉁이 돌자 마주친 자그마한 하얀 강아지가 캉캉! 짖어댄 것이다.
쬐만한 게 얼마나 앙칼지게 짖어대는지, 놀란 만만이가 펄쩍 뛰었고 그 바람에 동만이는 목줄을 놓치고 말았다.

쏜살같이 달아나는 만만이, 놀라서 구급차 소리를 내며 울어대는 동만이!
온 식구가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할 때 정신 바로 세우고 기지를 발휘한 것은 아빠다!

휘파람을 불며 만만이가 달려간 곳의 반대편으로 달려가는 아빠!
그런데 놀랍게도 만만이가 아빠를 따라 달려왔다.
오히려 아빠를 지나쳐 더 빠르게 달려가는 만만이!
식구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아빠와 함께 돌아온 만만이.
아빠의 설명에 따르면 개는 쫓아가면 더 빨리 달려가서 오히려 반대편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랑 놀자는 줄 알고 쫓아서 달려오는 모양인가 보다.
오홋, 재밌는 사실을 알았다.

병만이네 가족의 산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땀도 쏙 뺐지만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행복한 마무리다.
만만이 덕분에 십년감수했다는 엄마, 심장 터질 줄 알았다고 한 동만이, 그리고 간 떨어질 뻔했다는 병만이까지. 저마다 놀란 마음을 다른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렇게 우리말의 묘미를 전달하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내일도 산책가야지~ 라며 그려놓은 그림에 병만이와 동만이가 함께 목줄을 잡고 있다.
만만이의 힘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음 번 산책에선 두 형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오른쪽 그림을 보고서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짐작해 보는 건 어렵지 않다.
톰과 제리에서 늘 당하기만 하는 톰이 떠오른다. 필시 그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리라.

현재 키우는 동물, 혹은 키우고 싶은 동물을 그려보라고 했다.
현재 나는 키우는 동물 없고, 앞으로도 사실 그렇게 키우고 싶은 동물은 없다.
그런데 상상으로는 바로 떠오른 게 사자였다.
예전에 위너스 카드였던가. "사자 한 마리 키우시겠습니까?"라고 묻던 이정길 씨 등장하는 광고가 떠오른다.
상상으로는 코끼리도 키울 수 있고 호랑이도 키울 수 있지. 암~

오른쪽 그림은 강아지랑 산책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찾는 그림이다.
어휴,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참 많구나. 고양이는 이보다 더 많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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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8-1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더 많이 필요합니다.
아주 비싼 모래를 평생 사야 하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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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목줄 안하고 다니는 사람들
변 안치우는 사람들...하아...정말 너무너무 싫어요.
개와 사람 모두를 위해 목줄과 배변봉투는 정말 필수핌인데 말이죠.

마노아님....집이 너무 더워서 출근하고 싶은 일요일입니다........

마노아 2013-08-12 00:16   좋아요 0 | URL
비싸기까지 한 모래를 평생이라니, 후덜덜해요. 정말 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큼 돈이 드는군요.ㅜ.ㅜ
영화 '타워'에서 보면 자기 개가 싼 똥을 아파트 청소하는 분에게 대신 치우라고 미는 아주 밉살맞은 국회의원 부인이 나와요. 화면 속으로 달려가 때려주고 싶었어요...;;;;

아아, 오늘이 열대야 최고 같아요.
이 시간에도 실내 온도 34도예요. 미쳤나 봐요.ㅜ.ㅜ
이 무더위 속에 갑자기 주방 청소에 꽂혀서 무려 7시간을 내내 일했어요. 다리가 퉁퉁 부었어요.
제가 더위에 맛이 갔나 봐요...;;;;

jo 2013-08-1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 책이 너무 예뻐요.

마노아 2013-08-12 00:1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재밌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획도 아주 훌륭한 책이에요. '읽기'에 중점을 두어서 필요로 하는 연령대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그 나이는 지났으니 재미로 보지만요.^^
 
별빛속에 8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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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이 작품을 87년도에 썼다. 작가님 나이 23세였다. 이야, 젊어서, 아니 어린 나이에 대작을 쓰셨구나. 갑자기 존경심이 팍팍 든다. 개정판은 97년도에 나왔고, 현재 애니박스는 그 다음 버전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 온다. 마지막 권을 읽는 동안에는 소름도 돋았다. 이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니!

(아르만의 마음을 끝내 거절해야 했던 시이라젠느가 마지막 인사를 하던 장면이다.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만나지 못했는데, 미안하단 말 대신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미안하단 말보다 그게 나았다.)


초능력자 왕족이 존재하는 카피온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근친혼도 자주 일어났다. 기레스의 선조 대에서 2계급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그것이 결점이 되어 기레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왕이 될 왕녀였고, 자신은 집안에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한 세기 전의 유전이 시이라젠느의 대에 일어나서 발현되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여자아이를 기레스는 불온함의 상징으로 보았지만, 결국 그녀는 멸망을 앞둔 카피온과 카라디온 모두에게 구원이 되는 존재였다. 그 대가로 그녀의 삶은 이토록 고통 속에서 헤엄치게 되었지만.


기계의 힘으로 유지되던 카라디온. 모행성 카피온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완벽한 독립, 나아가 카피온을 제압하고 발 아래 꿇리기를 원했다. 카피온도, 카라디온도... 모두 '공존'을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를 원했을 뿐. 그리하여 나온 결과가 사만 작전이었고, 그 대가는 '파멸'이었다. 


사만호는 거대한 폭발 장치다. 핵무기가 가득 들어 있는 항공 모함 정도로 상상하면 될까? 카라디온은 물론 카피온까지 함께 날릴 정도의 규모다. 세상에, 이런 미친 물건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도, 그것을 발사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슈퍼 히어로물이나, 혹은 SF액션물을 보면 지구를 날려 보낼 위기나, 아니면 그 만큼의 위험한 무기가 등장한다.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한 무기는 그보다 더 거대해 보인다. 일견 핵무기에 대한 은유로도 여겨진다. 점점 더 경쟁을 올리며 많이 만들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엄청난 무기. 

(성역에 들어가기 전 그녀는 여왕의 화려한 예복 대신 활동성이 편한 새옷을 골랐다. 그녀다운 선택이다. 카피온의 새 여왕은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다. 누군가는 그것 때문에 더 싫겠지만, 누군가는 그래서 더 그녀가 좋다!)


시리아젠느. 그녀는 또 다시 성역으로 들어가서 신의 음성을 찾았다. 그리고 카피온의 앞날도 내다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했던 이유도 찾았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라는 것도. 신은 알려주었지만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카피온도, 지구도. 


레디온은 어떠했던가? 그는 제2계급으로 태어나서 그 신분의 굴레에 사로잡혀 껍질을 깨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그가 시이라젠느를 지구에서 데려오면서부터 바뀌었다. 스스로 주군을 선택했고, 충성을 다했다. 그 충성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 마음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은 늦지 않았다. 그 역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이제껏 살아온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한 얼굴로 그는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시이라젠느는 다시 지구로 돌아갔다. 그것이 어느 세대인지, 어떤 환경인지 알지 못한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국 돌아갔다. 그녀가 카피온에서 여왕으로서 해야 했던 모든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내고 이제야 자유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잃고 그녀 자신도 온갖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또 다시 별이 흐르는 하늘 아래 놓여 있다. 마지막 순간에 모두를 사랑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은 모두를 내려놓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복수도, 증오도 다 내려놓은 그 시점은 그러나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잃은 뒤였다. 그녀가 생에 대한 의지를 놓을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마지막 언덕 위에서 그녀가 잊어버린 한 사람이 가슴 아팠다. 그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살아달라는 그의 유언을, 그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그 마음 속 가장 아픈 것 하나를 내려놓아야 했을까. 

(모든 걸 다 끝내고 지구로 돌아온 시이라젠느다. 자신도 모르게 레디온의 부재를 느끼면서, 그러나 그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마지막 부분이 절절하게 아파 와서,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도 다 보고 나서 집에 울면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왜 2부 안 써주냐고 마구마구 원망했던 기억도 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결말은 여전히 아프다. 


작가님도 애니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게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보다 섬세하게, 보다 스펙터클한 연출도 가능하겠지만, 여긴 대한민국이어서 말이다. 만화는 여전히 어린이 전유물로 여기는 사람이 많고, 애니메이션도 여름방학을 기대하며 어린이를 공략하느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지극히 매니악하니까.... 그러니 이 작품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현해 보는 상상은 내 머리 속에서나 가능하겠다. 


강경옥 샘은 이 작품 이후에도 다작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다. 현재도 '설희'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80년대 데뷔한 작가들 중에선 그래도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분이시다. '별빛속에'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후의 작품들도 좋았지만 이 작품만큼 좋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필생의 작품이 너무 젊어서 일찍 나왔던 건 또 나름이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림이나 보다 깊은 연출에 대한 아쉬움. 


오랜만에 추억을 보듬어 보고 이 안에서 내가 인상깊어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찾게 되었다. 하하핫, 내가 이 부분에 꽂혔었구나. 이게 그렇게 가슴에 남았구나 싶은 것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 오래도록 꺼내보지 않았던 추억 한자락을 다시 재생시켜 보는 것 말이다. 별빛속에. 아름답고, 쓸쓸하고, 그래서 위태롭고 그러나 또 그럼에도 소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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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8-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울면서 봤던거 같은 기억이 나긴 하는데
내용이 전혀 떠오르질 않네요.

술좀 고만 마셔야 해마가 정신을 차릴텐데 말입니다~

마노아 2013-08-12 11:49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봤더니 막 낯설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애틋하고 안타깝던 감정은 살아나더라구요.
어휴, 어느새 이 작품이 순정만화의 고전이 되었어요.(>_<)
 
별빛속에 7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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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점점 커져 갔고 여왕은 기레스와 비밀리에 만났다. 젊은 시절 연인이었으나 결코 맺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 여왕은 기레스가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레스는 여왕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결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지금껏 모든 증오의 표적으로 여기던 상대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갑작스럽게 사랑한다는 감정이 생길 수 있는 걸까? 대신 죽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겠다. 그러나 사랑도? 대신 죽을 수 있으니 사랑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보면 납득 못할 것도 아니지만 감정의 보폭이 너무 급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아시알르가 고작 열다섯이었다. 이제 열여섯이 되었지만, 그녀의 여왕 자리에 대한 집념과 신념, 그리고 전쟁을 결정하는 단호함 등을 생각할 때 당황스러웠다. 신분 사회에서 왕족들이란 으레 일찍 성숙해지는 법이기도 하지만, 이런 순정만화에서는 대체로 주인공들이 너무 어린 경향이 있다. 순정만화 뿐이랴. 에반게리온이나 최종 병기 그녀에서 보더라도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주인공들은 꼭 십대 소년이거나 소녀였다. 나이 먹은 성인으로서 생각해 보니 쫌! 불만스럽다. 흥!


시리아젠느에겐 또 다시 가혹한 시련이 시작되었다.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 때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그녀인데, 카피온이 그녀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우주에 발을 들여놓았고, 절박하게 가져야 했던 초능력은 그녀가 짐작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 했고, 거대한 힘을 가진 결과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원치 않아도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그게 신의 결정인지, 그녀의 운명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녀는 살아 있고, 카라디온은 전쟁을 선포했으며, 그녀는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줄곧 그녀 곁을 지킨 레디온의 존재다. 늘 억압과 복종의 세월만을 살아온 그에게 스스로 자신이 섬길 군주를 정하고, 그 곁을 지키면서 충성을 넘은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어마어마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이라젠느를 유일하게 일으킬 수 있고, 또 버틸 수 있게 한 단 하나의 존재. 두 사람이 애틋할수록 마지막을 아는 독자로서는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아, 이거 2부 쓰실 생각 없나요, 강경옥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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