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 백작 카인 시리즈 3
유키 카오리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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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와의 기억은 카인에게 저주와 같다. 그 아버지를 꿈속에서 만났던 날, 오랜만에 되살아난 학대의 기억이 그를 쉬어가게 만들었다. 

요양차 시골에 가게 된 카인과 여동생 마리. 혈육에 연연하지 않을 것 같은 카인이지만, 도리어 함정처럼 마리는 카인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사랑받으며 살지 못했고, 사랑을 쏟으며 자라지 못한 카인에게 보살필 대상이 생겼다는 건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불안한 감도 있다. 본인 자신이 근친혼의 대가로 태어난 것처럼, 그 자신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근친 관계의 인물을 마음에 두었다.

비록 그 상대가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같은 일은 저지르지 못했지만, 카인이 어른이 되어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좀 끔찍하다. 물론, 이 책의 결말을 아는 나로서는 그게 기우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 이야기에선 '흡혈귀'를 다루었다. 근친혼의 이상 유전으로 송곳니가 발달한 집안의 오누이가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카인을 노린다. 이런 때에 리프는 변명도 없이 배신자의 이름을 달고 카인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딜라일라'의 존재. 아버지는 역시 살아계셨다. 살아서, 아들을 증오하고 괴롭힐 궁리를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음모를 카인은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도 그 곁에 리프가 있고, 마리도 있으니 잘 해나갈 거라고, 외롭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그 정도는 이 가여운 소년에게 허락되어야 마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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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부화하는 소리 - 백작 카인 시리즈 2
유키 카오리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이제야 내가 알고 있던 카인 시리즈를 읽은 기분이 든다. 본격적으로 카인이 메인 무대로 들어섰다. 

카인의 이름이 왜 '카인'인지부터 설명했다.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 카인! 더구나 그것이 친족이라는 것도!

카인의 아버지가 등장했다.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들을 학대하고, 세뇌 교육을 시켰던 비정한 아버지.

그러나 카인은 그 아버지를 닮아서 머리도 비상하고 독에도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결말 부분까지의 내용을 떠올려 본다면 이 이야기는 카인과 아버지의 끝판 대결이 될 것이다. 

카인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새가 알에서 나오는 것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소제목이 '소년이 부화하는 소리'가 된 것! 

여전히 카인의 가족과 이웃, 친구들 사이에서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걸 해결하는 것은 카인이다. 

카인은 그 살인 사건들의 해결자가 되기도 하고, 원인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혹은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이유가 있고 나름의 사연이 있었지만...


마더 구스 노래가 여러 차례 나왔다. 도대체 이렇게 잔인한 노래를 왜 아이들이 부르게 두었을까 궁금하다.

사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전래동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구두에 발을 맞추려고 칼로 뒤꿈치를 도려냈다는 이야기가 원전이란 소리를 듣고 까무라치게 놀랐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무튼... 그림도 많이 진정됐다. 내가 기억하는 매력적인 느낌의 카인으로 말이다. 

3권으로 가면 더더더 친숙한 나만의 카인으로 다가올 듯하다. 기대를 갖고서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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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줄리엣 - 백작 카인 시리즈 1
유키 카오리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백작 카인 시리즈다. 그림체도 익숙하지 않고 내용마저도 낯설어서 당황했다. 그만큼 처음 읽고 오랜 시간이 흘렀나 보다. 

첫번째 권에서는 백작 '카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리프와 호흡을 맞추는 그 명콤비의 느낌은 아니다. 아마도 처음엔 이 시리즈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하고 단편단편을 이은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그림체가 많이 다르다. 초반의 카인은 좀 겉늙어 보인다. 후반부의 안정된 그림체에서는 보다 귀엽고 섹시한 느낌의 차가운 카인이 있는데 말이다. 



줄곧 '반전' 코드로 진행하고 있다. 죽은 자가 살아 있고, 살아 있는 자는 알고 보니 죽은 자의 이름을 쓰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모두가 음모와 배신을 깔고 있고, 결정적으로 반드시 누군가 죽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유키 카오리는 탐미적인 느낌의 작가이지만, 검은 오로라도 가득 풍기는 작가라는 걸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십여 년 전에는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그 사이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님 그림체가 덜 무르익은 초기작이어서인지 흥이 크게 나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카인과 리프 이야기가 나올 때에나 그 감흥이 살아날 듯하다. 


그런데 참 재밌게도 이 구조라는 게 '흑집사'하고도 아주 닮았다. 흑집사가 더 나중 작품이니 야나 토보소 작가가 참고를 했을지도... 뭐, 아주 독창적인 얘기여서 오리지널을 주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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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960 호/2013-09-23

임부가 피해야 할 음식 list, 정말 먹으면 안 될까?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임부들의 푸념이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는 순간 임부는 수많은 속설을 듣게 된다. 특히 먹으면 안 되는 음식에 관한 얘기가 많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예가 자장면과 닭, 오징어 등이었다. 자장면이나 콜라같이 색이 짙은 음식을 먹으면 아이 피부가 검어지고, 닭을 먹으면 아이가 닭살이 되고, 오징어를 먹으면 흐물흐물 뼈가 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막상 들으면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쳐도 막연한 걱정에 입도 대지 않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지금이야 이런 말을 믿는 임부는 없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업데이트 된 ‘리스트’가 존재한다.

•식혜와 수정과, 참치는 피해야
임부가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 리스트에는 짜고 매운 음식, 인스턴트 음식, 알로에, 팥, 율무, 녹두, 생강, 감, 수박, 멜론, 참외, 배, 파인애플, 복숭아, 생선회, 참치, 복어, 생강, 마늘, 인삼, 술, 담배, 콜라, 카페인 함유 식품(커피, 녹차, 초콜릿 등), 식혜, 수정과 등이 있다.

이 음식들을 먹으면 정말 아이에게 해가 될까. 물론 술과 담배는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태아의 뇌, 심장, 신경 등에 기형을 일으킬 수 있고 담배는 유산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아의 염색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혜와 수정과도 전통적으로 젖을 말리기 위해 마셨던 것으로 임신기간 중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참치류의 생선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살에 수은이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선회의 경우 산모가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권하지 않을 뿐, 어쩌다 한번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커피는 하루에 300mg 이상의 카페인을 마실 경우, 태아의 생식능력이나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하루에 300mg 이하, 1~2잔 정도의 커피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연구가 많다(출처 : 캐나다 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인 마더리스크프로그램(Can Fam Physician. 2013)). 학회 권장사항은 2~3일에 한 잔 정도다.

이 외에 다른 음식은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을 걱정해 떡볶이나 라면 등 조금이라도 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산모도 있지만 한두 번 먹었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비만이나 당뇨, 유전적 요인이 임신성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원인이 다양하고 특정 음식이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평소에 먹지 않았던 음식을 몸에 좋다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음식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임부에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변비 해소엔 자두와 요구르트
임부들 사이에서 금기시 되는 음식 목록을 보면 수박, 멜론, 참외, 배, 복숭아 등 과일이 많다. 임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이 과일들이 몸을 차갑게 하면서 설사를 유발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하지만 과일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변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신을 하면 장운동이 감소하고 커진 자궁이 장을 눌러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어서 생기기도 하며 철분제 섭취가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변비 해소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식습관이 중요하다. 육류 대신 채소나 과일, 과일 중에서도 자두가 좋다. 또 호두나 잣 등 견과류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비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마시거나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골고루 음식을 잘 섭취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영양제를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정량의 영양제는 혹시라도 부족할 수 있는 산모의 필수 영양소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임신 전부터 초기까지는 엽산제를, 중기부터는 철분제를 챙기자. 엽산은 임신 초기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해 유산이나 사산, 선천성 기형아 출산 등을 막는다. 철분은 빈혈로 발생할 수 있는 조산과 유산, 산모 사망 등을 예방한다.

•임부에게 금기시 되는 행동은?
임부가 되면 행동의 제약도 많아진다. 파마와 염색이 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신 기간 중에는 파마나 염색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임신 초에 모르고 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파마약과 염색약에는 다양한 화학물이 포함돼 있다. 파마약에는 머리의 각질을 떨어뜨리는 성분과 웨이브를 유지시키는 카르복시-산 성분이 있다. 염색약에는 페닐디아민, 아미노페놀 등이 들어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파마약이나 염색약에 있는 성분 중 두피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약물의 양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신으로 흡수되는 성분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 결과, 임신 중 이들 약물에 노출된 임부라고 해도 태아의 기형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헤어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부 논문에서 자연유산과 기형, 저체중아 출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치료는 미룰 수 있다면 분만 후에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조건 미루는 것은 오히려 산모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치주질환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산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꼭 치료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에는 여성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혐기성 세균은 증가하는 반면 면역세포가 감소해 잇몸에 쉽게 염증이 생긴다. 위산이 역류하면서 치아를 부식시킬 가능성도 있다.

치료를 받는다면 임신 중기(4~6개월)가 좋다. 중기에는 항생제, 소염제를 복용하지 않는다면 국소마취 하에 진행되는 모든 치과치료가 가능하다. 임신 초기인 3개월까지는 치과 치료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조기 유산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말기가 되는 7개월에서 출산까지는 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 머리를 젖히는 자세가 혈압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조산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 임부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간편히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좋은 점이 많지만 ‘~카더라’식의 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나친 맹신과 걱정이 아기와 임부에게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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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9-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보감의 관련 정보를 보면 더욱 많은 주의를 요구하죠. 천둥번개 치는 날의 밤도 피해야 하구요, 참새고기를 먹어도 안되고, 등등...ㅎㅎ 워낙에 중요한 일이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마노아 2013-09-24 12:45   좋아요 0 | URL
천둥번개까지! 금기가 정말 많네요. 이렇게 금이야 옥이야 아이를 낳아놨는데 나중에 머리 커서 말 안 들으면 울화가 화르르륵! 갑자기 급 상상이 되네요. ^^;;
 

특별한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FUSION 과학

제 1959 호/201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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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굿닥터’에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지만 천재적인 기억력과 공간지각 능력을 발휘해 훌륭한 소아외과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다. 

서번트 증후군은 드라마와 함께 덩달아 관심이 높아졌는데, 최근 ‘스타킹’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제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소년이 출연하기도 했다. IQ 50인 14세 정신지체 소년은 아주 능숙하게 피아노를 치는가 하면, 수십 년 전은 물론 수 년 뒤 특정 날짜의 요일을 단 몇 초 만에 정확히 맞췄다. 또 지하철노선도를 통째로 외워 진행자가 ‘4호선’ 하면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수십 개의 역 이름을 줄줄이 읊어대기도 했다.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이들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특정한 좁은 영역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음악, 미술, 달력 계산, 수학(소수 계산 등), 공간 지각력(길 찾기 등) 등 크게 5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데, 스타킹에 나온 소년도 음악과 달력 계산, 길 찾기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이로운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자폐성 서번트를 주인공으로 한 1988년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기도 한 킴 픽은 책 9,000권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데, 한 페이지를 읽는데 8~10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살아있는 스캐너인 셈이다. 

2009년 ‘영국왕립학회철학회보B’는 서번트 증후군을 특집으로 다뤘다. 서번트 증후군의 권위자인 미국 위스콘신의대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는 개괄하는 글에서 서번트의 절반은 자폐 증상을 보이고 나머지 절반도 뇌질환이나 선천성 이상 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폐인 사람 가운데 10% 정도가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다. 

트레퍼트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여러 서번트의 뇌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좌뇌에 문제가 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뇌가 능력발휘를 해 서번트 증후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뇌의 좌우비대칭성은 잘 알려져 있는데 좌뇌는 주로 논리적, 언어적, 추상적 사고를 하는 반면 우뇌는 감각적, 구체적 사고를 한다. 즉 좌뇌가 진화상 늦게 발달했음에도 사람에 이르러 지배적인 뇌로 군림하면서 우리는 ‘이성의 동물’이 됐다는 말이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따른다고 좌뇌는 우뇌보다 늦게 성숙한다고 한다. 따라서 그만큼 더 취약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아의 뇌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문제가 되는데, 이때 특히 좌뇌가 손상을 입는다. 그 결과 자폐아나 정신지체아가 태어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이므로 이런 현상은 남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때문에 자폐증은 남자가 여자보다 4배 더 많다. 

좌뇌에 문제가 생겨 정신지체가 된 것이 서번트 능력을 갖게 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증명은 어렵지만 그럴 것임이 거의 확실한 정황증거가 있다. 바로 후천성 서번트의 존재다. 즉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사고나 질병, 치매로 좌뇌가 손상되면서 동시에 서번트 능력을 갖게 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발성치매인 ‘전측두엽성 치매’로 좌뇌가 점점 손상돼 추상적 사고 능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동시에 미술이나 음악에서 놀라운 예술성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우뇌까지 손상되면서 이런 능력도 사라진다. 

호주 시드니대 마음센터 앨런 스나이더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잠재력이 있지만 강력한 좌뇌의 억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즉 좌뇌의 ‘가공된 의식적 기억’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우뇌의 ‘날 것인 무의식적 기억’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접근하려면 문지기인 좌뇌를 따돌려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겐 어림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두개자기자극(TMS) 같은 외부 교란을 통해 일시적으로 문지기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이란 두피에 전극을 대고 일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줘 해당 뇌 부위의 활동이 떨어지게 하는 작용이다. 좌뇌 전두측두엽에 경두개자기자극을 주면 우뇌가 활성화되고 따라서 서번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을 한 결과 11명 가운데 4명이 그림을 훨씬 더 잘 그렸고 다른 실험에서는 12명 가운데 10명이 화면에 흩어져 있는 조각들의 숫자를 더 정확히 추측했다. 

좌뇌가 평소 우뇌의 서번트 능력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지심리학자인 베티 에드워즈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1989년 출간해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에서 사람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건 우뇌의 묘사력을 억제하는 좌뇌의 추상화 성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좌뇌는 대상을 개념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디테일을 무시하고 도식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을 그릴 때 새끼손가락이 가려져 안 보이더라도 ‘사람 손가락은 다섯 개’라는 개념이 관찰을 무시하고 손가락이 다 보이도록 그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좌뇌를 무력화시키면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 실제로 그림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에게 한 사람은 제대로 된 피카소의 그림을, 다른 사람은 뒤집어 놓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그리게 했다. 그 결과, 뒤집어 놓은 그림을 보고 그린 경우가 묘사력이 월등했다. 에드워즈 교수는 의식적인 좌뇌를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훈련을 하면 누구나 어느 수준 이상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의 서번트 능력을 계발하면 전반적인 삶의 질도 개선된다고 한다. 스타킹에 출연한 소년도 음악 선생님이 아이의 음악성을 알아보고 끈질기게 피아노 앞에 앉게 해 이처럼 재능이 꽃피게 했다고 한다. 트레퍼트 교수 역시 “재능을 훈련시켜라! 그러면 당신의 결함도 가려질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서번트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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