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무르익고, 아해들은 쑥쑥 자라고, 나는 더 늙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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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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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더 테러 라이브 


장소 변화가 거의 없고, 등장인물도 거의 없는 이런 영화에서 주연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란 배우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영화를 한번에 몰아 찍는 것이 아니니 순간순간의 감정의 변화를 잘 조절해야 했을 텐데, 그걸 위해서 감독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줬다고 한다. 오, 현명해! 생각해 보니 하정우가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멋진 하루'에서 전도연이 그랬다. 거의 두 사람만 나오는 지극히 단조로운 줄거리였는데, 그 사이에 전도연의 감정 변화가 중요했다. 그때도 훌륭히 해냈었지. 대단해, 대단해~



하정우 연기 잘하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두 여자 배우였다. 

테러 전담밤을 맡고 있던 박정민 역의 전혜진은 이선균 부인이라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과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 당장 바꿔라! 저렇게 지적인 느낌의 배우가 푼수처럼 보였단 말이다...;;;; 본명이 '전이다'던데, '혜진'이란 흔한 이름보다 본명이 더 좋아 보인다. 


이지수 기자로 나온 김소진 배우는 최근 '스파이'에도 나왔던데 네이버 스파이 등장인물 소개엔 나오지도 않는다. 버럭! 기자 역할로 나왔을 때 앵커 발음으로 무척 딱딱하게 대사를 했지만, 그게 자연스럽고 무척 정의로운 목소리로 들렸다. 스크린에서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이다윗은 올해 영화에서 폭탄 좀 만져본(혹은 만들어 본!) 인물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려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던 흑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금 밀양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명왕성에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이어서 설국열차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악하고, 이렇게 몹쓸 세상이라면, 누군가 그 문을 닫아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게 인류가 지구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은 아닐까, 그런 위험한 생각도 사실 들었다. 이 작품에서 윤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


55. 설국열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건만, 기대가 컸어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단백질 블록 속 캡슐이 빨간색이었던가?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그걸 여는 순간, 이것은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되어버렸다.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 더 위험했다. 진실은 많은 경우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나저나 이 영화 먼저 본 사람들이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양갱 들고 가서 봐야 한다는 얘기에 깔깔 웃었다. 짓궂기도 하고, 센스 있기도 하고... 이거 보고 나서 도저히 연양갱을 못 먹겠... 지는 않겠더라. 먹지는 않았는데 먹을 수는 있다. ㅎㅎ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게다가 이 아름다운 배우가 이런 외모로 변신한 것도 놀라운 일! 사투리 느낌의 억센 억양도 의도된 것이겠지? 

그녀의 키가 180인가 그렇고, 신발을 보니 굽도 있어 보이는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도 꽤 장신인가 보다. 작게 보였는데 말이지...


후반부에 짧게 나온 애드 해리스의 윌포드도 카리스마 끝내줬다. 이 놀라운 존재감! 그가 했던 말이 모두 진실인 지는 모르겠다. 길리엄이 윌포드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듣지 말고 죽이기부터 하라고 했던 것이, 그에게 현혹될까 저어해서인지, 그의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인지 모르겠다. 이중적으로 해석되는 것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영화가 중간에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원작처럼 열차 칸이 더 길었다면 지루해서 죽었을 테지. 중간쯤 좀 늘어진다고 여길 때 교실이 등장했다. 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재잘대는 입으로 윌포드를 찬양할 때, 그걸 새침한 목소리로 한껏 고무되어 가르치는 여선생을 보았을 때, 그 엽기적인 발랄함이 더 무서웠다. 저 선생 역할의 배우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젤다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사람 아닌가? 아무튼 이 영화에서 두 얼굴을 가진 여러 인물이 나왔는데 결코 밀리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다시 도래한 빙하기. 생존을 위해서 끝없이 달려야 하는 열차. 그 열차의 질서와 균형을 지켜야 하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 이토록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그런 세상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질서'라는 것도 이렇게 작위적이라면? 


조작된, 계산된, 유도된 혁명은 허무하고도 비참했다. 74%를 학살하려고 했는데 새해맞이 기념으로 18%를 추가로 살렸다.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어린아이를 기차의 부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에서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었다. 축구공 경제학도 떠오르고...


커티스의 혼란과 갈등을 충분히 이해한다. 원작에서 커티스 역할을 했던 인물은 결국 윌포드의 제안대로 기차의 엔진을 떠맡았다. 그에게는 남궁 민수같은 존재가 없었으니까. 


모두가 앞으로만 나가려고 할 때, 모두가 달리려고 할 때, 창밖을 보고, 이 열차를 세우려고 했던 민수. 그가 17년이나 버티면서 기다려왔던 이 순간은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을 기다린 뒤 밖으로 토해진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딸 이름은 요나다. 이름을 듣는 순간 이 아이만은 살아남겠다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커티스는 마침내 오랜 부채를 갚아버렸다. 그 순간조차도 그는 자신의 팔을 내주는 것을 망설였다. 당연하다. 그는 신이 아니니까. 예수님도 마지막까지 이 잔을 내게서 치워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민수와 커티스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양팔을 둘렀을 때, 인간에게 두 개의 팔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 순간을 위해서 커티스의 팔이 아직까지 건재했나 보다. 


열차의 엔진을 개발하고, 열차에서 지배층의 역할을 하고, 총을 든 군인 계급은 백인이었다. (모두였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대체로!) 그렇지만 이 열차에서 살아남은 것은 황인종과 흑인종이었다. 이 포악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보인다. 


영화는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아주 디테일했고 섬세했다. 그런데 또 영화를 아주 크게 보면 덜 매끄럽기도 했다. 중간에 조금 루즈하게 느낀 것도 그런 부분. 액션은 조금 약했지만, 횃불 씬은 뜨거웠다. 송강호는 짧게 등장했지만 묵직했고, 고아성은 아직 연기가 많이 가볍다. 


영화의 제작비가 4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걸로는 어마어마했지만, 헐리우드 기준으로는 저예산 영화라는 게 재밌다. 위대한 개츠비 출연 당시 디카프리오의 출연료가 3900만 달러라고 했으니까. 저예산으로 SF영화를 찍었다니, 게다가 이 쟁쟁한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봉준호 감독 대단하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차기작을 또 기대할 수밖에 없다. 









★★★★★


56. 마지막 4중주


이 영화는 포스터의 느낌으로는 드라마보다 음악에 더 집중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드라마의 느낌이 강했다. 



둘 다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태도는 무척 다르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연륜의 깊이도 있겠지만 성품의 차이도 무시 못할 듯. 


(줄거리)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 그들 내에서 음악적,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던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네 명의 단원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 등 개인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관계인 네 사람은 이를 계기로 25년간 숨기고 억눌러온 감정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삶과 음악에 있어서 최대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편, 본인의 병으로 인해 ‘푸가’ 4중주단이 위태로워질 것을 깊이 염려하던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할 것을 제안하는데…


제2 바이올린만 줄곧 연주해 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이번 기회에 변화를 주어 돌아가면서 제1 바이올린을 연주하자고 했고, 제1 바이올린을 내내 연주해 오던 주자가 넌 그럴 실력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정말 빡치게 아내까지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 이런 상황 속에서 하룻밤의 외도가 아내에게 들통나고, 아내는 떠나겠다고 하고, 그 와중에 딸년은 내 동료를 사랑한다고 하고...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 보듯 흘러갔는데, 그럼에도 마지막의 연주 장면은 참으로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보통의 공식이라면 병을 이겨내고 이 무대를 무사히 완성시켰겠지만, 인생은 그리 후하지가 않은 법! 피터는 자신이 동료들의 연주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새 첼리스트를 소개한다. 25년이나 이들의 연주를 응원하고 감상해 오던 관객들이 쓸쓸하게 퇴장해야 하는 이 연주자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은 뭉클하기만 했다. 25년을 연주한 음악가들만큼, 25년이나 한결같이 팬이 되어준 관객들도 멋졌다. (아, 25년 차 가수 이승환이 떠오르네. 나는 15년 차 팬이지만....)


비올리스트 아내 역의 캐서린 키너를 '아메리칸 크라임'에서 먼저 보았는데 차분하면서도 복학접인 느낌의 연기를 해내는 배우로 보였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머리카락과 수염 때문인지 본인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마스터에서도 그런 느낌이었고... 


음악은 들을 땐 좋았는데, 한달 더 지난 지금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하하핫..;;;;








★★★☆


57. 에픽-숲 속의 전설


이날 나는 일이 일찍 끝나서 의도치 않게 극장을 가게 되었다. 금방 시작하는 걸로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는데 내심 '감기'나 '숨바꼭질'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방학이라 그런지 관객이 많았고, 줄이 줄어들지를 않아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감기나 숨바꼭질을 예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줄 다 서고도 넉넉히 시간이 남는 '에픽'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영화는 대박 재밌었다. 



이 환상적인 숲의 모습이라니! 정말 숲의 요정들이 날개를 부비며 물위를 활주할 것만 같았다. 이제서야 라푼젤이 상영됐을 때 3D로 보았더니 좋았더라~라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나도 3D로 보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다. 급하게 끊은 표라 '우리말 녹음'으로 보았는데, 생각 외로 우리말 녹음이 괜찮았다. 한승연은 장희빈에서는 연기가 영 아니다 싶었는데, 여기서의 목소리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이 좀 별로였던 듯. 하긴, 둘다 가수 출신 연기자지... 


그보다, 어린이 관객이 많은 게 구멍이었다. 영화 중간에 팝콘 먹다가 싸움 붙은 아이들 하며, 중간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팝콘이랑 콜라 전해주느라 스크린 가린 엄마 하며..;;;;;


아무튼! 사필귀정을 잘 따르는 줄거리라지만, 그게 하나도 문제 되지 않을 만큼 재밌게 보았다. 숲의 여왕님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우아하면서도 섹시해 보였고, 여왕님의 뒤를 잇게 된 철부지 꼬맹이의 선망 어린 눈동자도 보기 좋았다. 달팽이 콤비의 개그는 좀 식상했지만!









★★★★


58. 숨바꼭질


가히 손현주의 리즈 시절이다. 추적자가 작년 드라마던가?(아, 추격자이던가? 여전히 헷갈림...;;;) 올해 숨바꼭질도 흥행 성공했고, 최근 '황금의 제국'까지... 과거 소시민 느낌의 배역만 맡았는데 이젠 재벌 회장님 역도 소화한다. 하하핫, 그리고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이 작품에서도 돈 좀 있는 사장님 역할이었다. 


아이의 나래이션을 앞과 뒤에 배치시킨 건 무척 효과적이었다. 이 작품의 음울하고 씁쓸한 느낌을 두배로 불려준 느낌이다. 


입양된 집에서 형을 밀어내고 재산을 상속받은 손현주. 그 원죄의 고리가 지금에 와서 나와 내 가족들을 위협하는 거라고 믿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믿었다. 이 완벽한 맥거핀! 



전미선도 예전에는 평범한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갈수록 재벌집 사모님 역할을 많이 맞게 되었다. 이 배우는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특히 흰색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역으로, 팜므 파탈적 배역을 맡으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배우 이기도 하다. '해를 품은 달'에서 새빨간 입술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마지막에 보여준 춤사위가 정말 아름다웠다. 음악도 없이 연기했다던데 대단대단! 다만 흠이 있다면 목소리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면 좀 빠른 말투도 가능해지려나....;;;;


문정희의 신들린 연기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측은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 집을 지키려는 자와, 그 집을 빼앗으려는 자의 사투란 이 미친 집값의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어저께는 이이제이에 출연한 김광수 소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이놈의 망할 집값 때문에 3포 세대가 된 청년들, 그리고 자식을 낳지 않으니 더더더 집값은 떨어지고, 더더더 악순환으로 돌고 도는 경제 문제를 짚어냈다. 방송을 들으며 이 영화가 떠올랐다. 대한민국과 부동산에 대해서... 


http://www.podbbang.com/ch/4362 [52회 인터뷰 김광수 경제 연구소 소장]


연구소장]






★★59. 감기내가 좋아하는 수애와 장혁 주연이어서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다.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사정 없이 과시해 주었는데, 영화 보면서 제작비 보전이 될까 걱정스러웠다. 초반의 수애는 지나치게 안하무인이어서 마지막의 애교 섞인 모습이 잘 안 섞였다. 어찌 보면 '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삶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반증 같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서 장혁은 유머러스하고 허당의 얼굴로 덮었지만 거의 '성자' 수준의 직업의식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의 소방관들은 멋지고 훌륭하고 근사하기까지 하지만, 내 남자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한다면....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영화 말미에 언제든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시민들이 뛰쳐나가는데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87년 6월 항쟁과, 광주에서의 학살이 지나칠 정도로 겹쳤다.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군인이라지만, 발포해버리면, 그래서 사람이 죽어버리면, 저 군인은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또 다시 이런 학살의 기억을 갖고 살아야 한다면.... 뭐 이렇게 생각이 폭증을 해버려서 감정이 아주 힘들었다. 다행히 영화는 잘 수습되었지만... 차인표가 대통령 역으로 나왔는데, 차인표는 '정치인' 역할이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은 '영어'로 싸울 수 있는 정치가 타입의 배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정말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작권도 없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최근 전투기 도입 관련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숨 나오는 게 이 나라의 국방 분야뿐이겠냐마는... 내내 저렇게 안고 찍었을 텐데 엄청 힘들었겠다! 장혁은 영화 끝까지 검댕이 묻히고 나왔는데, 저 엄청난 혼란 속에서 수애는 마지막까지 완벽 메이크업을 자랑했다. 예쁘게는 나왔지만 이건 프로의식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미모로운 것을...그러고 보니 야왕에서도 둘은 모녀로 나왔다. 수애가 미국 가 있는 사이에 등장해서 함께 나온 씬은 없었지만... 이 아이의 이름이 박민하던가?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알고 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것이, 아이가 지나치게 영악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줄 꿰어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점점 더 예쁜 '척'을 한다. 그냥 있어도 예쁜 아이인데... 너무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지랖 넓게도 걱정이 되는 그런 아이이다. 난 이 아이의 연기를 보면 '자연스러움'을 못 느끼겠다. 그런데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무려 안티 카페까지 있다고. 아니 측은함을 느낄 일이지 안티질까지야...;;;;;바이러스가 발발한 곳이 분당이었다. 지역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텐트 안에 갇히게 된 중년의 아저씨가 분당 주민을 뭐로 보냐는 뉘앙스로 저항을 했는데, 집값 높은 땅에 사는 거주민의 프라이드가 느껴져서 웃펐다. 숨바꼭질을 볼 때와 같은 느낌. 그러니까 대한민국과 부동산으로 통하는 키워드랄까. 영화는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100억이나 든 제작비를 생각하니 안습이...;;;;; 연가시보다는 좋았지만 컨테이젼

보다는 많이 부족했다. 





★★★☆60. 일대종사왕가위에 대해서 특별히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와 같이 찍었다고 한다면, 조금 더 관심이 가기는 한다. 거기에 양쯔이와 송혜교도 들어가 있으니 조금 더 양념을 친 느낌!


송혜교 분량은 아마도 짧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정말 짧았다! 게다가 양조위가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리도 짧아...;;;;;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한 승자와 패자의 간결한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상도 그렇게 수직과 수평으로 간결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영상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아름답고 강렬한 영상들이 계속 이어졌다. 감독은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고수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길 원했고, 수년에 걸쳐서 무술을 연마하게 했다. 장첸은 심지어 대회에 나가 우승까지도 했다고...장쯔이가 연기한 궁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무용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몸이 유연한 장쯔이의 무술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엽문과의 대결도 무술 한판이 아니라 무용극을 보는 느낌처럼 흘렀다. 그렇게 의도하고 연출한 왕가위 감독일 테지. 


고백하자면... 이 영화에 양조위와 송혜교, 장쯔이의 출연만 알고 있어서 다른 배우들은 관심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 내 눈에 장첸은 마삼 역할을 한 배우와 무척 닮아 있었다. 난 둘이 동일 인물인 줄 알고는 장쯔이가 왜 저 놈을 도와주지! 했다. 둘이 다른 배우라는 걸 거의 끝에 가서야 알아차린...;;;; 



두번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엽문. 한 문파를 이루어 일대종사로 불릴 만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그 얼굴에 담긴 쓸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마지막 사진의 꼬마 아이는 이소룡으로 생각해도 될까? 


영화는 무척 좋았다. 화양연화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영상은 더 아름다웠고, 액션은 보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개봉 날짜를 잘못 잡았나? 생각 외로 흥행은 거의 못한 듯.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었다. 어쩐지 섭섭한 느낌... 






★★61. 엘리시움디스트릭트9은 무척 힘들게 봤다. 그날 경복궁을 샅샅이 걸어다녔고, 아주 피곤했다. 그런데 친구가 대신 가달라고 한 시사회 표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보았는데, 사실 3/4은 조느라고 거의 보지를 못했다. 게다가 기괴하게 생긴 외계인만 잔뜩 출연을 하니 눈도 즐겁지가 않고... 주변에선 호평 일색이었는데 같이 못 즐겨서 뿔이 났나 보다. 이번엔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8월의 마지막 날에 보게 된 영화 엘리시움!

악역을 시켜도 아주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국방장관 조디 포스터! 다만 마지막에 죽을 때 너무 허무했다. 멧 데이먼은 이 작품을 위해서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고. '인빅터스'에서 미식 축구 선수로 나왔을 때는 울퉁불퉁 근육을 자랑했는데, 이번 근육은 아주 슬림하고 날씬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정도 뒤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우주에 떠 있는 '엘리시움'은 그야말로 '낙원'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의 난민들이 사는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실제로도 쓰레기장에서 촬영을 했다고...;;;;지구의 못 배우고 가난한 족속들은 하층민의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엘리시움에서 사는 선택받은 인간들은 우아하게 '불어'를 쓴다. 하하핫, 역시 웃프다.  설국열차에서도 열차의 앞쪽 칸에 살고 있는 계층들은 술에 쩔고 약에 쩔고,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뭔가 치열한 열정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 영화속 상류층도 우아하게 와인 잔을 기울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은 흥겨운 노래는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렇게 나눠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고아 소년시절부터 맥스는 엘리시움을 갈망했다. 엘리시움 행 티켓을 꼭 사겠다고 결심했다. 같이 자라게 된 고아 소녀 엘리스에게도 엘리시움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리고 맥스는 그 약속을 지켜냈다. 그가 방사능에 노출되어서 달랑 5일 밖에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로보트는 약을 주는 대가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부터 받아갔다. 사람의 생명보다 귀찮아질 여지를 없애는 걸 더 먼저 챙기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맥스는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제 몸에 무기를 장착하고 청부 살인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싸워나간 시간 속에서 그는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처음부터 그가 영웅적 면모를 자랑하며 숭고한 사명의식에 불탔다면 영화는 묵직한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적 고아원의 수녀님이 말해 주셨듯이 이 작은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곳에서 갈망하는 엘리시움처럼,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맥스가 깨달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리관 안에 들어가서  빛만 조금 쬐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낫는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엘리시움의 저택. 저런 정도의 기술을 가질 수 있다면, 엘리시움이란 선택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낙원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어도 만들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지금도 인류가 모두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면서도 굶주리는 아이들이 넘치는 것처럼... 엘리시움의 시스템이 지구에서 의료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를 계산하고, 그들을 위한 우주선을 보낸다고 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명령어 하나만 바꿔줘도 저렇게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인 것을...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은 과연 성공할까...멧 데이먼은 어쩐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배우다. 그가 선택한 배역들이 주는 이미지일까? 악역을 전혀 안 맡았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선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상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엘리시움'의 뜻이 극락, 이상향, 파라다이스를 뜻한다고 한다. 영화 속 엘리시움에 딱이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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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외의 문화 생활도 정리해 본다. 



마태우스님의 저자 강연회에서 처음으로 마태우스님을 만났다. 다년간 갈고 닦은 유머 솜씨를 직접 확인한 아주 재미난 시간이었다. 책에 사인을 받으면서 문득, 예전에 선물로 받고서 중간까지 읽다가 중단된 책이 떠올랐다. 아뿔싸! 그 책을 다시 부지런히 읽기는 했는데, 리뷰 안 쓰고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아뿔뿔싸!! 이날 족발을 처음 먹어봤는데 내 취향엔 좀 아니었다. 독일식 족발이어서 그랬나 싶어 이후 한국 족발도 먹어봤지만 여전히 내게는 좀... 난 보쌈이 좋더라. ㅎㅎㅎ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카파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사진전은 꽤 좋았지만, 다른 사진전보다 월등히 좋지는 않았다. 이날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오는 바람에 치마가 홀딱 젖었고, 무척 안 좋은 일이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앞서 본 사진전의 기억도 그렇게 좋지는 않은 형태로 남았던 걸지도... 













아무튼, 이날 오후에는 야곱과 약속이 있었다. 야곱이 당첨되어서 같이 보게 된 '불편한 타이밍'은 요새 유행하는 코믹 연극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재밌긴 했지만 개연성은 무척 떨어지고, 일단 웃기고 보는 것에 무척 집착한 느낌. 


'조국으로 가는 길'과 '또까레프 초상전'은 앞서서 페이퍼를 작성했으므로 감상은 패쓰! 10월 13일까지 전시 중이니 아직 다녀오지 못한 분들 다녀오세요~


'그림 문답' 강연회는 3주에 걸쳐 다녀왔다. 평일이었고, 장소는 엄청 후미진 곳이었고, 마지막 날에는 비까지 와서 이걸 3주 연속 다녀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어이 다 참석했고, 무척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비록 피곤에 쩔어서 간간이 졸기는 했지만...;;;;









참석자들이 질문도 많이 했고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전에 다녀왔던 표암 강세황전과 초상화의 비밀,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도 함께 떠올랐다.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100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몽유도원도 전시회도 생각난다. 한 20초 보았던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감상이라고 할 수가 없었던... 몇 시간 기다려서 말이지...;;;;  하여간, 그렇게라도 다녀오길 잘했다. 이렇게 다시 떠올릴 기억이 있으니. 


올 봄에는 간송 미술관 다녀오는 걸 깜박했다. 수년 동안 봄가을 잘 챙겼는데 살짝 아쉽군!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생각난 김에 올가을 주제는 뭔지 찾아봐야지. 잊지 않게 달력에 표시도 해주고~ 가을은 전시회 보기에도 아주 좋은 달~



문화생활, 영화, 공연, 전시회, 더테러라이브, 김병우, 한국영화, 스릴러, 드라마,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최진호, 김소진, 이다윗, 김대명, 강진아, 한성천, 김해인, 이선균, 명왕성, 설국열차, 봉준호, 헐리우드, 단백질블록, 매트릭스, 연양갱, 크리스에반스, 송강호, 에드해리스, 존허트, 틸다스윈튼, 제이미벨, 옥타비아스펜서, 이완브렘너, 알리슨필, 고아성, 스티브박, 루크파스콸리노, 케니도우티, 클락미들턴, 블라드이바노브, 엠마레비, 토마스레마르퀴스, 아드난해스커빅, 이고르주릭, 위헬미나맥패든, 타일러존윌리엄스, SF영화, 독립영화, 위대한개츠비,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사투리, 카리스마, 젤다피츠제럴드, 빙하기, 만화원작, 학살, 부품, 자본주의, 엔진, 요나, 성서, 부채, 계급, 봉테일, 제작비, 저예산영화, 마지막사중주, 음악영화, 콰르텟, 푸가, 베토벤, 파킨슨병, 바이올린, 필립세이모어호프먼, 외도, 베토벤현악4중주14번, 아메리칸크라임, 캐서린키너, 야론질버맨, 크리스토퍼월켄, 마크이바니어, 이모겐푸츠, 월리스숀, 매더재프리, 마티크르지우노스, 리라즈차리, 에픽, 애니메이션, 숲속의전설, 라푼젤, 3D, 미국영화, 한승연, 정진운, 우리말녹음, 크리스웻지, 이십세기폭스, 어린이관객, 사필귀정, 달팽이, 숨바꼭질, 손현주, 추적자, 황금의제국, 나래이션, 입양, 원죄, 맥거핀, 전미선, 사모님, 팜므파탈, 해를품은달, 문정희, 아파트, , 대한민국, 김광수, 팟캐스트, 3포세대, 집값, 악순환, 부동산, 허정, 정준원, 김수안, 김지영, 감기, 수애, 장혁, 블록버스터, 분당, 안하무인, 의사, 성자, 소방관, 차인표, 대통령, 전시작전권, 군인, 발포, 광주, 87년6월항쟁, 전투기, 바이러스, 메이크업, 박민하, 자연스러움, 안티카페, 텐트, 프라이드, 모험, 액션, 전염병, 유해진, 이희준, 김기현, 이상엽, 박효주, 박정민, 보리스스타웃, 김문수, 최병모, 이동진, 이영수, 최정현, 김형석, 함진성, 마동석, 격리, 일대종사, 왕가위, 양조위, 송혜교, 장쯔이, 장첸, 이소룡, 무술, 무용, 수직, 수평, 승자, 패자, 영상미, 고수, 엽문, 자오번산, 왕경상, 장지림, 홍콩, 엘리시움, 디스트릭트9, 경복궁, 남아프리카공화국, 지구, 빈민가, 악역, 조디포스터, 미래사회, 난민, 하층민, 영어, 불어, 갈망, 로보트, 방사능, 각서, 의료시설, 오바마, 건강보험, 이상향, 파라다이스, 닐블롬캠프, 맷데이먼, 샬토코플리, 윌리엄피츠너, 앨리스브라가, 디에고루나, 와그너모라, 마이클생크스, 페런테이어, 탈리아소토, 카리포프, 오나그라우어, 호세파블로칸틸로, 테리첸, 맥스웰페리코튼, 자레드키소, 애드리언홈즈, 캐서린로이해그퀴스트, 렉시허버, 자니시코, 파울린에간, 숀o.로버츠, 휴고스틸, 클로드더하멜, 서민, 기생충, 저자강연회, 기생충열전, 로버트카파, 사진전, 불편한타이밍, 연극, 조국으로가는길, 서울역사박물관, 독립운동가, S.Y.또까레프의독립운동가초상, 그림문답, 마태우스, 족발, 보쌈, 세종문화회관,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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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0-02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마지막 4중주의 크리스토퍼 발켄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에요. 나이 들면서 캐릭터가 더욱 강렬해진다고나 할까요? Deer Hunter에서 러시안 룰렛하다가 죽는 친구로 나왔죠. 일대종사는 여러 번 봤는데 역시 쿵후액션보다는 장면의 아름다움, 철학, 이런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구요. 팔극권 고수 일천선으로 나오는 장첸이 젤 멋있었네요.ㅎㅎ 특히 홍콩으로 이주해서 이발소/무관을 운영하는 부분이 많이 남네요. 궁이가 자신의 세월속에 남았다는 말이 가슴에 사무쳤더랍니다.

마노아 2013-10-02 13:11   좋아요 0 | URL
매달 이렇게 정리하는데, 이번엔 많이 늦어져서 숫자상으로는 두달이나 지난 느낌이에요.^^
크리스토퍼 발켄의 디어 헌터를 보지 못했는데, 마지막 4중주를 보면서 무척 깊이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노익장이에요.
일대종사는 나중에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정말 물 흐르듯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강한 사람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표현해내는 게 놀라웠어요. 장첸의 무술이 팔극권이군요. 대회 나가 일등한 고수...ㅎㅎㅎ 이발소에서 마지막 씬 엄청 웃겼어요.
전반적으로 무거웠는데 쉬어갈 틈을 주는 영화였죠. 만족스러웠어요.^^
 
백두산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 보림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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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까마득히 먼 옛날,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의 일이다.
그때는 하늘과 땅이 맞붙어 있었고,
어두운 기운의 소용돌이만 세상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틈이 벌어지면서 맑고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기운은 내려가 땅이 되었다.
하늘 나라의 천황닭이 꼬리를 치며 힘껏 우니
동쪽으로부터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에는 해가 둘이나 생겨나고 달도 둘이 생겨 세상은 활짝 밝아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청이슬과 땅 밑에서 솟아나는 흑이슬이 한 덩어리가 되어 온갖 동물과 식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기저기 마을을 이루며 살게 되었다.
'조선'이라고 부르는 끝없이 넓은 들에도 여러 마을이 모여 나라를 이루며 살았다.
그들은 착하고 씩씩했으며 부지런하기까지 했지마 해와 달이 두 개라는 게 문제였다.
낮에는 곡식이 말라죽도록 뜨거웠고 밤에는 땅이 꽁꽁 얼어붙도록 추웠다.
꼭 금성 같다. 금성에 가면 낮에는 더워 죽고 밤에는 추워 죽는다고 하던데, 하늘에 해와 달이 두개이던 시절의 이 나라가 꼭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조선의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하늘을 다스리는 한울왕은 저들을 도울 자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흑룡거인이 해보겠다며 나섰으나 해는 뜨거워서 잡지 못하고, 달은 차가와서 놓치고 말았다.
평소 심술 맞았던 흑룡거인은 한울왕님께 야단만 맞았다. 고거 쌤통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조선의 사람들은 이번에는 땅을 다스리는 따님왕에게 제사를 지냈다.
따님왕은 백두거인에게 이 일을 맡겼다.
백두거인은 천근활에 천근화살로 해 하나와 달 하나를 쏘아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다.

백두 거인의 손이 근사하다. '마지막 거인'에 등장하던, 온 몸에 그들의 역사가 새겨지던 거인의 문신처럼 보인다.
구름같이 표현한 바다와 파도도 근사하다. 저 위에 누으면 내 몸이 뜰 것만 같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시뻘건 태양!
이제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달만 남았다.
조선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온 것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지만 흑룡거인은 백두거인을 시기하기 시작했다.
거인 주제에 마음씀씀이는 밴댕이다!

한울왕은 아들인 한웅왕자를 내려보내 착하고 예쁜 처녀와 짝을 짓고 조선의 임금이 되도록 하였다.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이어받은 조선 사람들은 번성하여 더욱 크고 부강한 나라를 이루게 되었다.

이 그림 무척 익숙하게 다가온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 그림을 닮아서일 듯!
굵고 웅장한 느낌의 그림체가 고구려와도 잘 어울리고 '조선'과도 어울린다. 우리 역사니까.

조선이 잘 나가는 것을 가만 두고 볼 리 없는 흑룡거인이다.
포악한 흑룡거인이 한울왕 몰래 지상으로 내려와 이웃 나라를 충동질하여 살기 좋은 조선땅을 침략해 온 것이다.
닥치는 대로 짓밟아 부수고 사람들과 가축을 죽이는 흑룡거인!
이 숨막히는 뒷태는 진격의 거인을 연상시킨다. 오호 통재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조선 사람들은 따님왕에게 빌었다.
진노한 따님왕은 백두거인을 보내어 백성을 구하게 했다.
백두거인이 내려와 보니 조선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고 조선의 백성들은 이웃 나라의 노예로 살고 있었다.
이런! 백두거인이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나 보다.
백두거인을 보자 흑룡거인은 도술을 부려 커다란 용으로 변해 달려들었다.
백두거인은 흰호랑이로 변해 싸웠다.
도교의 사방위 신도 떠올리게 한다. 현무와 백호 말이다. 현무는 비록 용은 아니지만...

백일이나 계속된 싸움은 결국 독수리로 변신해서 도망가는 흑룡거인을 학으로 변신해서 쫓아간 백두거인의 승리로 끝났다.
땅으로 떨어진 흑룡거인은 모래가 되었고, 그곳은 넓은 사막이 되었다.
흑룡거인이 숨을 거두자 조선의 백성들도 힘을 내어 적들을 물리쳤다.
이제 조선의 백성들은 억압에서 벗어났다.
백두거인의 도움이 컸다.
언제고 조선 백성들이 위험에 처하면 다시 깨어나겠다는 말을 마치고 백두거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잠이 깊을수록, 그가 깨지 않을수록 이 땅엔 좋을 것이다. 그만큼 평화롭게 지낸다는 의미일 테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백두거인은 거대한 산으로 변해갔다.
자, 이제 눈치 채셨는가? 바로 백두산의 등장이다.
이 산을 중심으로 나라는 사방으로 넓어지고 세력은 날로 커졌다.
그리고 조선에는 백두산 노래가 전해 내려왔다.

"나는 일어나리라.
그대가 북을 치고 노래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는 깨어나리라.
그대가 억눌려 신음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그런데 평화롭던 나라에 재앙이 닥쳐왔다. 몇 년째 비가 오지 않아 큰 흉년이 든 것이다.
땅이 갈라지고 사람들은 굶어 쓰러졌고, 새와 짐승들도 죽어갔다.
사람들은 아주 오랜만에 백두거인의 약속을 떠올렸다.
백성들은 백두산을 향해 기우제를 지냈다.
경건할 줄 알았건만, 기우제는 신나는 축제의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지친 것도 잊고 며칠이나 북을 치고 노래를 하며 흥을 돋우었다.
그리고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백두산, 백두거인!
세상을 뒤흔들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백두산 꼭대기를 내리쳤다.
산 꼭대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아 오르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화산 폭발했나보다!)
이내 먹구름이 세찬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역시 조선 백성들을 저버리지 않는, 약속 잘 지키는 백두산! 백두거인이다.
며칠을 두고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산 꼭대기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겼다.
백두산을 맞춘 그대라면 이 물웅덩이의 정체도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천지! 백두산 천지 되겠다.
이렇게 커다란 물이 곁에 있으니 농사 걱정은 덜었다.
(이 지역의 지형과 날씨는 염두에 두지 말자. 일단은!)

조선 사람들은 이후 언제나 백두산을 생각했다. 민족의 영산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다시 재앙이 닥쳐오면 저 백두산이 다시 깨어나리라는 믿음과 함께!

무려 도올 김용옥이 가사를 쓴 동요가 실려 있다. 게다가 작품 말미에는 동화 이해를 위한 성인강좌로 도올 선생의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사진에 보이는 저런 글이 열장에 걸쳐 나온다. 하하핫....;;;; 거기에 프로이드도 나오고 융도 나오고 무의식이 어떻고 저떻고.... 나온다. 하하핫... 끝까지 못 읽겠다.ㅜ.ㅜ

책은 재밌게 읽었다(김용옥 글 빼고~). 개천절을 앞두고 뭔가 개천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이 딱이지 싶었고,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신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더 익숙한 것이 늘 민망했다. 그랬기에 주호민의 '신과 함께' 시리즈도 아주 좋아하고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조금 더 어린 친구에게 적합하겠지만, 초등 고학년 정도 되었다면 이젠 '신과 함께'를 읽혀도 좋겠다. 당장 울 세현군부터 읽으라고 책을 내밀어야겠다. 개천절 기념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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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68 호/2013-09-30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알레르기 비염이 급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강혜련 교수팀은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성인 8,000여 명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알레르기 비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우선 혈중 비타민D 수치가 15ng/ml 미만인 결핍군, 15ng/mL ~ 25ng/mL 미만인 부족군, 25ng/mL 이상인 정상군으로 나눠 그룹별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3그룹(정상군)에 비해 1그룹(결핍군)과 2그룹(부족군)의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이 각각 80.6%, 59.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맑은 콧물은 1그룹에서는 14.1%, 2그룹에서는 11%, 3그룹에서는 9.4%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대부분 햇빛을 통해 체내 합성되는데,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르면 충분한 합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족할 수 있다.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가을철 적절한 야외활동을 하며 햇빛을 쐬는 게 좋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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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크로마뇽 시리즈 1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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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상은 기생충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 장내기생충에 감염된 인구는 약 1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구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 셈이다. 회충, 편충, 구충 같은 장내기생충을 포함해 제3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열세 가지 감염성-특히 기생충 감염-질환을 소외 열대 질환이라고 부른다. 소외 열대 질환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빈곤한 계층,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소외 열대 질환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지만 정작 연구나 지원은커녕 질병의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다. 이제 기생충 질환으로 대표되는 열대 질환은 빈곤과 소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11쪽

주어진 주변 환경에서 모두가 억척스레 살아가던 도중, 발상의 전환을 일으킨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바로 기생충이었다. 기생충들은 주변 환경을 개척하거나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경쟁하기보다는, 아예 다른 경쟁자들의 몸 안에 들어가 그들이 획득하는 물질을 고스란히 가로채기로 했다. 세상은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로 뒤덮여 있었고, 기생충들에게는 그만큼의 보금자리와 먹잇감이 널려 있었다. 기생은 혁명이었다. 이제 지구상에 기생충 하나쯤 없는 생물은 없으며, 기생충과 다른 모든 생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세상을 뒤덮은 기생충은 진화를 주도했고, 성을 탄생시켰으며, 사회를 형성했고, 행동을 변화시켰으며, 궁극적으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주었다. 기생충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은 생물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26쪽

우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가정, 즉 고온·설사·기침 같은 감염성 질환의 증상들은 사실 우리 몸이 기생충에 대항하는 방법 중 하나다. 설사 실험에서 보았다시피 약을 통해 방어 기전을 억지로 막게 되면 오히려 질병의 증상이나 회복 기간을 늦추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감염의 증상을 단순히 피해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로 인식하는 것은 기생충 감염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 되고 있다.
-113쪽

메디나충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바로 알을 낳기 위해 피부를 뚫고 나오는 성충을 막대기에 감아 물을 부어 가며 천천히 빼내는 것이다. 1미터에 달하는 성충이 다 빠져나오는 데는 1~2주가량의 시간이 걸리며, 그 기간 동안 막대기에 매달린 기생충을 다리에 달고 다녀야 한다. 앞서 인용한 성경 구절(민수기 21장 6~9절)에도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는 내용이 있다. 메디나충의 치료법을 표현한 부분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성경에 언급된 2천 년 전 치료법이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나충을 억지로 잡아 빼다 끊어질 경우 체내에 남은 나머지 부분이 심한 염증을 일으키거나 2차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메디나충이 유행하는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정교한 외과 수술을 통해 기생충을 제거할 만한 장비나 인력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130쪽

유럽 지역, 흔히 말하는 구세계 사람들은 가축을 많이 길러 동물에서 옮겨오는 전염성 질병들에 자주 노출되었다. 다양한 전염병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저항성도 높았고, 새로운 지역에 진출했을 때는 자신들도 모르게 전염병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새 대륙에 진출하기 전 이미 여러 번 유럽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나 홍역, 독감이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런 대형 전염병들은 유럽 사회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지만, 이후에는 면역력을 가진 유럽인들이 다른 대륙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반면 아메리카 원주민들, 신세계 사람들은 유럽인들을 괴롭히던 질병에 노출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다른 대륙 사람들과 접촉하여 질병을 미리 겪어 볼 기회도 없었고, 가축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동물에서 옮겨오는 전염병도 드물었다. 결국 유럽인들이 진출했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쓰러뜨린 것은 총도 쇠도 아닌 균이었다.
-137쪽

열대 질환과 기생충들로 인해 열대 지역에 진출한 유럽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국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열대 질환이 유럽 본토에는 퍼지기 힘든 질병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등지에 옮긴 질병들은 주로 인간 사이에서 전염되는 질환들이어서 환경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열대 질환들은 말라리아처럼 특수한 매개체가 필요하거나 열대 지역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만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139쪽

식민지 주민들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었다. 대단위 집약식 농업이 이루어지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졌고, 인구 증가를 뒷받침할 만한 위생 시설은 갖추어지지 않아 질병이 유행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급속도로 성장하던 영국과 유럽의 면직물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개발된 대규모 목화 농장 지역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무차별적인 개발은 모기 같은 질병 매개체들이 폭발적으로 번식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강제 이주는 질병에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을 기생충 유행 지역으로 끌어들였다.
-139쪽

말라리아는 전쟁의 양상도 바꿔 놓았다. 식민지 확장 전쟁이 시작되기 전, 유럽에서 군수물자라 하면 흔히 군인을 비롯한 탄약·식량·의복 정도를 의미했다.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던 18세기 유럽 열강들은 열대 지역 식민지 확장에는 전혀 다른 개념의 군수물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약’이었다.
-144쪽

이집트에 저수량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아스완 댐이 건설되면서 문제가 된 것은 수몰 위협에 놓인 나일 강 유역의 고대 이집트 신전들뿐이 아니었다. 신전은 엄청난 돈을 들여 더 높은 지역으로 옮겨 수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렇지 못했다. 기존 주민들은 수몰지만 간신히 벗어나 저수지 근방에서 계속 생활했으며, 농업용수를 얻기 위해 댐 근방으로 새로 이주해 온 사람도 많았다. 댐 근방에서 주혈흡충 감염자가 늘어나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이 섞인 오줌을 누는 것이 당여한 일이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피 섞인 오줌을 남자의 월경처럼 보는 지역도 생겨났다. 말라리아나 주혈흡충으로 인한 노동력의 공백으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댐으로 인한 환경 변화는 농업 근간을 흔들어 놓는 결과도 낳았다.
-152쪽

농경의 몰락은 말라리아의 추가적인 유행으로 이어졌다. 농경지가 버려졌기 때문이다. 관리되지 않는 물이 고여 모기들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이 물고 물리기 시작했다. 댐이 생기고 전기가 공급되는 혜택을 누리는 것은 도시에 사는 소수뿐이고, 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 공급은커녕 더욱 극심한 기생충의 공격에 시달리게 되었다.
-152쪽

소득 증대라는 달콤한 약속과는 달리, 담배처럼 먹을 수는 없지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작물들에는 맹점이 있다. 지역의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려 오히려 국외 시장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담배 농사가 망하면 단순히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굶주림과 연결된다. 자급자족형 농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하나는 대부분 이런 시장성 작물이 거대 육종 회사나 유통 업체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고소득 작물인 것처럼 선전하지만, 고가의 씨앗과 비료를 강매할 뿐만 아니라, 수확할 때가 되면 시장가격보다도 싼 값에 사간다. 사업을 지속하고 식량을 수입할 현금을 얻기 위해 기업이 제시하는 돈에 어쩔 수 없이 작물을 팔아야 하는 농부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인 셈이다.
-153쪽

데메라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주로 고인 물에서 번식하여 가축들의 피를 흡혈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옥수수나 카사바 밭은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인 물이 별로 없어 모기가 번식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쌀농사를 위해 개간한 논은 대량의 고인 물을 필요로 했고, 물로 가득 채워진 논은 모기의 서식처가 되었다. 물이 많이 필요한 논농사의 특성상 대규모의 관개수로가 확보되었으며, 이 수로 역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모기의 서식처가 되기에 알맞은 환경이었다. 모기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만으로도 말라리아가 유행할 위험은 충분했지만, 주변 초원을 논으로 개간해 마을 주변에 가축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 또한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가축을 먹이로 삼던 모기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었지만, 정작 피를 빨 수 있는 가축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모기들은 사람에게로 눈을 돌렸다. 사람들이 논에 심은 종자는 말라리아라는 작물이 되어 되돌아온 셈이다.
-156쪽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광대한 숲을 개간하고 대형 플랜테이션을 농장을 경영한 것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질병을 유행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열대 지역의 대형 농장을 일컫는 플랜테이션은 단일 작물만을 키우기 때문에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과 환경 간의 접촉을 막아주던 다양한 장벽들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제거해 파괴적인 결과가 돌아온 경우는 수없이 많다.
-157쪽

제2차 세계대전은 말라리아 관련 연구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전쟁 당시 추축국과 연합군이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이탈리아나 태평양 전선은 말라리아 유행이 극심하던 지역이었다. 따라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이 확보는 전쟁의 승패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일본은 이를 노리고 전쟁 초기부터 세계 최대 기나나무 생산지인 자바 섬을 점령하고 연합군 측으로 키니네가 유출되는 것을 막았다. 필수적인 전쟁 물자 확보에서 밀린 연합군, 특히 미국은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가정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살충제, DDT도 개발되었다.
-161쪽

장내기생충들을 필두로, 이렇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여러 질병들을 ‘소외 열대 질환’이라고 부른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외 열대 질환은 총 열세 가지 질병)브루리 궤양, 샤가스 병, 뎅구열, 메디나충증, 간질증, 수면병, 리슈마니아편모충증, 한센병, 사상충증, 강변실명증, 주혈흡충증, 장내기생충증, 독사교상, 트라코마, 요우스)으로 전 세계에서 약 1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질병들로 고통받고 있다. 현재 지구 인구 가운데 1/5이 감염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대 질환의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환이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하거나 굉장히 드문 질병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소외된 질병’들은 여전히 연간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열대 질환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약의 개발이나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질병들이 가난과 소외의 상징이 되어 버린 셈이다.
-185쪽

개인위생의 향상이나 안전한 상하수도 시설, 간단한 항생제만으로도 몰아낼 수 있는 다양한 질병들, 안전한 치료법이 있지만 경제적 한계로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부패하고 무너진 정치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회 기본 보건 의료 시스템,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세계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그와 반대로 이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질병들이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믿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만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 감기와 독감에 사용되는 의료비는 아프리카에서 소외 열대 질환 박멸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전체 금액을 넘는다. 단순히 집의 벽을 진흙에서 합판으로 바꾸는 것, 간단한 식수 펌프를 놔주는 것만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장애에서 해방된다. 감기보다 이런 질병들에 쏠리는 관심이 적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195쪽

2009년 브라질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열대우림의 5%가 개발되면, 개발된 지역의 말라리아 감염자가 25%나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농장을 위해 무분별한 확장이 반복되던 20세기 초반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생충에 시달려 죽어 가야 했다.
-198쪽

천연두는 오랜 세월 인간을 위협해 온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특히 16세기 대항해시대 직후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인들이 들여온 천연두가 유행했을 때는 원주민 인구의 90%가 사망하기도 했다. 1980년 세계 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천연두 박멸을 선포하기 전까지, 천연두는 한 세기 동안 5억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서운 질병이었다.
-200쪽

수렵 채취 생활을 벗어나 농경 생활에 접어들자 숙주로서의 매력은 더욱 커졌다. 농경 사회 이전 수렵 채취 생활에서는 주로 동물들을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이 많았다. 인구 규모가 작아 인구 전체가 기생충에 면역력을 획득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기생충은 길게 활동하기 어려웠다. 회충이나 촌충처럼 면역력을 획득하기 어려운 기생충이라도 대변을 통해 나오는 기생충 알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어, 주거지역의 오염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수렵 채취를 하는 사람들은 영구적인 마을을 형성하기보다는 사냥감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기생충과 접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고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더 많은 인구가 한데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어나고 출산율이 높아지면서 기생충은 비로소 인간의 풍토병이 될 수 있었다.
-218쪽

구충은 대변을 통해 알이 빠져나오면, 땅에서 부화하여 유충이 된 다음 사람의 피부를 파고 들어가 한 살이를 완성한다. 그러나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에서 땅이 메마르면 유충이 말라 죽는다. 인간은 탄광과 터널을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에서 갑자기 구충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터널에서 온 구충들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현장 상황은 열악했다. 터널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공사장 안에서 생리 현상을 모두 해결해야 했다. (...) 공사가 끝나자, 터널에서 일한 사람들은 구충에 감염된 채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지나간 길에는 구충이 남았다. 19세기 증기기관의 개발과 함께 늘어난 탄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생충이 새로운 숙주를 찾는데 거쳐야 하는 귀찮고 위험한 작업들을 인간이 대신해 주기 시작했다.
-220쪽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운송 수단의 발달은 인간뿐만 아니라 기생충에게도 혁명이었다. 먼 거리를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인간에 편승해 기생충이 번성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7세기 노예무역이 극에 달한 시기, 서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넘어간 각종 기생충들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충분히 살펴보았다. 21세기에는 17세기와는 또 다르다. 17세기에는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에 도착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성질 급한 기생충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대서양을 넘는 데는 겨우 한나절이 걸린다. 지구 전역이 비행기와 컨테이너 선박이라는 크고 빠른 네트워크로 엮이게 되면서 기생충의 전파가 더욱 손쉬워졌다.
-221쪽

개발된 지역 내 초목은 농경을 위한 화전으로 소모되거나, 가축들의 먹이로 사라졌다. 강변에서 초목이 사라지면서 토양 유실이 가속화되고, 사막화를 촉발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기생충학의 딜레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생충을 박멸했지만, 기생충이라는 부담을 제거하자 사망률이 낮아져 인구 폭증이 일어나거나 개발 장벽이 사라져 과도한 개발이 오히려 환경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기생충학이 진정한 성과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기생충의 박멸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박멸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기생충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대비 없이 단순히 기생충만 몰아낸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224쪽

기생충에 대한 답은 기생충에 있었다. 차세대 살충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곤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다. 곤충 병원성 곰팡이라고 불리는 이 균류는 동충하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곤충을 감염시킨 곰팡이는 몸을 파고 들어가 곤충을 죽이고 그 몸을 영양분 삼아 자라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곤충은 저마다에 기생하는 곰팡이 한 종씩을 가지고 있다. 곰팡이들 중 백강균과 녹강균은 이미 메뚜기나 흰개미 방제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효과 또한 입증되었다.
-236쪽

덜 위험한 기생충으로 더 위험한 기생충을 치료한다는 발상은 어찌 보면 엽기적이며 비윤리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발한 발상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실용화되었다. 심지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에게 노벨상이라는 영광까지 안겨 주었다. 기생충을 치료제로 이용해 1927년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줄리어스 와그너-유렉이었다. 와그너는 말라리아를 이용해 신경매독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성행위를 통해 전염되는 매독이 중추신경에 침범하는 것이 신경매독인데, 방치할 경우 중추신경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다. 항생제가 없던 과거, 신경매독은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45쪽

알레르기나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주변의 무해한 물질에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염증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이런 질병들이, 장내기생충을 찾아보기 힘든 선진국이나 도심지에서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생각했다. 자가면역질환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장내기생충 박멸이 완료된 시점과 겹친다. (...)이렇게 탄생한 이론이 바로 위생 가설이다. 인간이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에 살게 되면서 면역계를 조절해 주던 장내기생충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하는 기생충과 미생물들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면역계가 모든 것에 과민 반응을 한다는 내용이다. 위생 가설에 기초한 다양한 시도들은 지금까지 불치, 혹은 난치성으로 분류되던 자가면역질환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248쪽

기생충을 통해 인류 이동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인류의 역사는 기생충과 시작부터 함께해 왔고, 기생충과 인류는 더불어 진화해 왔다. 인류에 특화된 기생충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역사를 함께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이 최근 기생충학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조명되고 있는 고기생충학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것은 이제 정설로 굳어졌지만, 정확히 언제 어느 경로로 어느 지역을 향해 육로를 통해 움직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56쪽

기생충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다. 기생충 질환 같은 소외 열대 질환은 먼 열대 국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10여 년간 경제 및 식량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지속적인 굶주림과 영양 결핍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기생충의 감염에 더욱 취약해졌다. 의약품이나 기존의 의료 보건 체계마저 무너진 지금 북한은 심각한 기생충 감염의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과 남한의 기생충 감염률은 비슷했다. 하지만 부단히 노력한 결과 남한에서 기생충은 거의 박멸 단계에 이르렀고, 일부 흡충이나 북한과의 경계 지역에서 유행 중인 말라리아를 제외하면 기생충의 위협에서 크게 벗어난 상태다. 반면 북한의 경우, 의료 인력은 둘째치더라도 약품 생산 시설이나 원료를 확보할 수 없어, 간단한 항생제나 기생충 약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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