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재생종이로 둔갑하다 [제 495 호/2006-09-08]
“아니, 양과장! 결재서류가 이게 뭔가?”
“부장님!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 뒷장에 써있는 건 뭐야?”
“아~그거요? 종이를 좀 아껴보자는 차원에서 이면지를 사용해 봤습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이면지 사용이라니?”
“그게 말입니다. 주말에 아들 녀석을 데리고 전주에 있는 종이박물관에 다녀왔거든요. 가서 종이에 대해 공부도 하고, 종이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니까 종이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더라고요.”
“종이박물관이라는 곳도 있어?”
“네! 저도 몰랐는데, 그런 곳이 있더라고요. 종이의 역사나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볼 수 있고,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종이를 한 번 만들어봤더니 별거 아니던데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어요.”
“집에서도?”
“네.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 집에 가셔서 아이들한테 보여주세요. 무척 재밌어 할 걸요.”

[실험방법]
1. 준비물 : 신문지, 믹서, 물, 녹말가루 조금, 깊이 있는 그릇, 체(철망), 가제수건, 다리미
2. 신문지를 잘게 찢어 믹서에 절반정도 차도록 담고, 2/3정도까지 미지근한 물을 넣는다. 종이를 질기게 하기 위해서 녹말가루를 작은 술로 2스푼 넣는다.
3. 믹서로 종이를 잘게 부숴 곤죽을 만든다. (믹서가 없을 경우 종이를 물에 불린 후 거품기로 휘저어 잘게 부순다.)
4. 큰 그릇에 신문지의 약 10배 정도의 물을 넣고 만들어진 곤죽을 붓는다. 펄프가 너무 진하지 않게 적당한 농도로 만들고, 섬유질이 아래쪽에 가라앉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잘 휘저어 준다.
5. 체(철망)를 그릇에 담가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여 얇고 고르게 곤죽을 담는다. 체(철망)를 약간 기울여 물기를 뺀다.
6. 여러 장의 신문지를 깔고, 가제수건을 올려놓고, 체를 뒤집어 종이곤죽을 빼낸다.
7. 곤죽 위에는 깨끗한 종이(또는 가제수건), 신문지를 올려놓고 다림질을 한다. 신문지가 젖으면 새 신문지로 교체한다. 종이가 마르는 동안 만지거나 흐트러지지 않게 주의한다.
8. 다림질이 끝나면 필요한 크기만큼 잘라내 용도에 맞게 꾸민다.

“어때요? 쉽죠? 종이 만드는 공정을 간단히 하면 4가지로 나눠져요. 첫 번째가 ‘고해(叩解)’라고 해서 종이원료를 두들겨서 부드럽게 하는거죠. 믹서기로 잘게 부수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되요. 두 번째가 ‘제작(制作)’인데요, 만들어질 종이의 형태를 잡아주는 거죠. 체로 건져서 신문지 위에 놓을 때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잘 잡아줘야 해요. 세 번째는 종이가 평평해 지도록 눌러주는 ‘압착(壓搾)’이고, 네 번째는 ‘건조(乾燥)’시키는 거예요. 다리미로 다리는 게 이 세 번째 네 번째 공정을 같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되죠. 그런데 신문지를 사용하면 종이 질이 거칠고 색도 좀 어두운 종이가 되더라고요. 우유팩을 사용하면 좀 더 하얗고 깨끗한 종이가 되고요.”

“사용하는 종이 종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말리는 걸 잘 해야 되겠군.”
“네. 종이곤죽을 얇고 고르게 잘 펴서 얼마나 잘 말리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옛날에 한지도 이런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우리 조상들은 참 지혜로웠던 것 같아.”
“그렇죠? 어쨌든 우리가 폐지를 회수해서 재생종이 1톤을 만들면 30년 된 나무 17그루와 물 238톤, 전기 4200kw/h를 아낄 수 있대요. 높이 15m 정도 되는 20년 된 나무 한그루가 1년에 이산화탄소 334g, 아황산가스 130g을 흡수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져보면 환경보호에 크게 이바지하는 거죠.”

“이야~ 종이박물관에 한 번 다녀오더니 박사가 다 됐군 그래. 그런데 종이는 이렇게 계속 재생해서 쓸 수가 있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종이란 게 섬유질을 추출해서 넓게 펴고 압축해서 만든 건데,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종이의 섬유질이 잘라져서 아무래도 계속 재생해 사용하기는 어렵죠.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백억 원을 들여서 백만 톤이 넘는 폐지를 외국에서 수입한다는데, 어떤 식으로든 종이 재활용률을 더 높여야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이면지활용 아닙니까.”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결재서류에 이면지를 쓰는 건 좀 그렇지 않겠어? 어서 가서 다시 작성해 와!”
“아, 알겠습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재생지의 활용
아무래도 종이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급용지를 사용하는 곳에는 많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제품포장용 박스나, 계란판 등에 많이 사용되며 화장지로도 사용된다. 환경부에서는 일반 관공서와 기업체 내에서의 인쇄물을 재생지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녹색인쇄문화 가이드라인’ 훈령을 제정해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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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9-0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사온 장난감 중에 '가미스끼 다이스끼'라는 것이 있는데요,
가미=종이. '종이만들기 너무좋아' 라는 브랜드 되겠습니다. ^^
저 과정을 귀여운 분홍빛 틀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할수있게 해놓았어요.
설명서에는 우유팩으로 하라고 했는데 저는 티슈 2장으로 만들어봤어요.
흰 티슈 2장에 녹말풀하고 색종이 잘게 찢어넣으면 색종이 빛깔에 따라서
여러가지 빛깔이 되는데요, 저 틀은 딱 엽서크기로 종이가 나오게 돼있어요.
그런데 말릴 때 종이가 휘어져서 그냥 갖고 놀기만 했어요.
이제보니 다림질을 하면 되는 거였군요.

마노아 2006-09-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만 나오는 건가요? 와, 애들이 좋아하겠어요. 믹서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겠네요^^ 과학향기 좋아좋아~
 
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 선집 1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광규 옮김 / 한마당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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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누구인가를 미리 알고서 작품을 접하게 되면, 그 작가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품을 읽기도 전에 지레 짐작으로 평을 하고서 첫 장을 펴게 되는 예가 있다.  또한 비슷한 감정으로 어떠 어떠하리라... 라는 식으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 어떤 작품은 그 작가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은 어떠한지를 알고서 접근하는 것이 작품의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브레히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그러했다.


19세기 말에 태어나서 전쟁의 폐허를 경험하고 나치 치하에서 탄압도 받고, 긴 망명 세월을 보내고 동독에서 사망한 브레히트는, 그가 체험한 세대가 공유한 기억으로 인해 철저히 리얼리스트가 되었다.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 혹은 예술인으로서 시대의 아픔에 동조하지 않고 홀로 외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현실의 도피이거나 비겁한 자기 부정으로 내비치기도 쉬웠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브레히트의 아픔이, 그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그 시대상을 투영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을 뿐이다.


눈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구조 요청을 보낸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소년 십자군에 비유했던 것, 날기를 원했던 재단사와 그를 부정한 주교의 모습, 화가로 묘사한 히틀러, 무차별로 군대에 끌려간 남자들의 모습, 망명지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 이주자들의 모습 등, 하나하나 관념적인 단상들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시 속에 녹아 있었다. 


시인의 작품 연대별로 구성을 취한 이 시집은 작가의 세월과 그가 이동한 거리를 함께 이동하며 독자들에게 눈에 보이듯 그려주고 있다.  마지막에 역자의 작품 해설과 배경 설명 등이 주석처럼 달려 있는데 이 또한 읽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을 통해서 전달되어지기에는 ‘시’라는 장르가 워낙 섬세하여서 그 미적 가치가 충분히 전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것은 어느 누구가 번역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우리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역자는 브레히트가 서독에서 작품 생활을 하지 못한 것을 서독과 브레히트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가 그 같은 극한 상황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만약 그가 좀 더 여유 있고, 좀 더 안락하며 덜 위험한 주변 환경을 가졌다면 이보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덜 날카로운 그런 시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물론, 브레히트 자신으로서는 간절히 서독을 원했을 테지만 이제 수십 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읽혀지고 또한 감동을 주는 그런 시를 남겼다는 것으로 그는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그 위로도 결국은 우리들 자신이 대신 받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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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구판절판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159쪽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 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고모가 너보다 많이 살면서 정말 깨달은 거는 그거야.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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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절판


표지예요. 예전판보다 좀 더 어두운 칼라 같아요.
일단, 좀 더 '있어' 보입니다. ^^

본문 중에 영어 요약본이 있어요. 그냥... 패스...;;;;;

사진과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강의 내용을 옮긴 "한국의 美 특강"보다는 좀 더 딱딱하게 읽힙니다. 그래도 멋져요^^

역시 본문 중에 한 컷인데...
사진을 여덟 장 정도 찍었는데 왜 네장만 나왔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본문이 150페이지 늘어난 게 왜 그런가 했더니, 맨 뒤쪽으로 주석만 150장 정도가 나옵니다.
책이 두꺼워진 것은 그때문이었어요.
일반 책보다 폰트가 작습니다. 그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있다지만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전부터 사야지... 하다가, 할인도 안 해주고...;;; 엄두가 안 났는데,
요번에 개정판 나오면서 질렀어요.
사실, 오주석 선생님이 이제 계시지 않으니 다시 개정판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책 출간 소식에 미루지 말고 사자! 했지요.
여전히 안타깝고 아쉽고 그렇답니다.
나중에 정식 리뷰 다시 올려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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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지 길게 쉬게 되었죠.  징검다리도 있지만 대체로 회사들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이 잘 될리가 없는...;;;;

그렇지만 내년부터 참 엄한 날짜죠.  이미 많이들 보셨겠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기!

2006년 설: 토일
2007년 설: 토일
2008년 추석: 토일
2009년 설: 월화
2009년 추석: 금토일
2010년 설: 토일
2011년 추석: 월화
2012년 설: 월화
2012년 추석: 토일
2013년 설: 토일
2014년 추석: 월화
2015년 추석: 토일
2016년 설: 월화
2017년 설 : 금토일
2018년 추석: 월화

십년 이상 주말과 함께 모드네요. 학생 때 알바할 적에는 명절날이 휴일과 끼는 게 좋았어요. 남들 다 놀 때 혼자 일하는 게 어찌나 서럽던지...;;;;  그런데 지금은 휴일에 명절 끼면 넘 싫더라구요^^;;;

참, 그리고 주부들은 명절 끼어서 출산하기를 고대하더라구요. 그래야 명절 때 좀 쉰다고... 아, 그 심정 벌써 이해가 가요. 한달 조산하는 바람에 명절 피해간 우리 언니 불쌍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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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9-0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헛 싫어 싫어.. 전 원래 토, 일 쉰단 말이어요. 흑....
월요일도 휴관일이라 한달에 두번 쉬는데..미오 미오!!!
수, 목, 금이 명절이면 좋겠어요. ㅠㅠ

라주미힌 2006-09-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싫다...

마노아 2006-09-0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도 수, 목, 금이 명절인 게 좋아요(>_<)
산새아리님, 이건 반칙이라구요. 그쵸?ㅡ.ㅜ

Mephistopheles 2006-09-0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 초반에 추석 연휴를 오너에게 강탈 당한 적이 있는지라...^^
그려려니 합니다...^^

마노아 2006-09-0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는 분은 여름 휴가 때 회사가 이사하는 바람에 전 직원이 이삿짐 싸고 휴가 반납했대요. 아 안습이..ㅡ.ㅡ;;;;

마노아 2006-09-08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죠?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일부러라도 저렇겐 못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