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독서부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막연한 기억에도 2009년에 뚜렷이 기억에 남을, 황홀한 독서는 비교적 적었던 듯하다.
다이어리를 들춰보면 제목은 적혀 있는데 이게 어떤 책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도 많다. 무작정 읽기만 한 탓이려니...
새해에는 책 사기를 가급적 자제하고, 가진 책을 소화하며, 질보다 양이라는 모토를 좀 버리려 한다.
화요일에는 친구가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공연에 초대해 주었다.
주부들을 위한 시간 배려로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대략 한 시간 동안 '낭독'의 시간을 갖는다 한다.
내가 갔던 화요일에는 박완서 작가의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배우 강애심 씨가 낭독해 주셨다.
적절한 음악이 깔리고 분위기 있는 조명이 뒷받침을 해주고, 무엇보다 배우이면서 바리스타 분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소설 낭독을 듣는 게 몹시 운치 있었다.
연극 배우 강애심 씨가 자꾸 인상이 낯익었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이유를 알았다. 무스탕님과 몹시 닮은 인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이 반가워 했구나!
소설도 참 좋았다. 한 시간 동안 한 사람이 읽기에는 좀 벅찬 분량이어서 나중엔 배우 분도 좀 버벅거리셨는데, 작품 자체가 화자인 '나'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이뤄지니 다른 배우를 같이 세우기도 뭣했을 것이다.
화,수,목,금요일에 각각 다른 작품을 올리는데, 다른 작품에는 배우가 더 나오는 듯 보인다.
다음 주에는 '위험한 독서',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천지간', '대 바람 소리'가 이어진다.
1월 29일까지 진행되고 관람비는 커피 포함해서 4,800원이다.(리필도 해준다!) 대학로 선돌극장.
두 손과 마음의 온도가 같이 따뜻하기를 소망하는 2009년의 끝자락.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올 한 해도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