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 기억하기, 이름 기억하기, 길 찾기... 그거... 나 잘 못한다. 아니, 거의 못한다.ㅡ.ㅡ;;;;
나의 심각한 길치 현상은 거의 정신적 공황 상태인데...
일례를 들자면, 중학교 때. 당시 우리 집이 정릉 살다가 불광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전교에서 내가 들어간 고등학교에 배정된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었다.(당연한 거다..;;;;)
당연히 친구도 없고, 등교길에 나 혼자 학교 찾아가야 하는데...
바둑판식 길로 되어 있는 끄트머리의 학교는, 어떻게든 학교까지 가게는 되어 있는데, 얼마만큼 빠르게 가느냐의 문제가 있다.
나의 경우, 당최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앞서가는 우리 학교 교복 입은 언니들 뒷꽁니를 쫓아가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헌데, 가다 보면 나는 어느 새 딴생각을 하고 있고, 정신을 차려보면 그 언니들은 모두 사라진 뒤. 그럼... 나는 길을 뱅뱅 헤매다가 실제보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해서 학교에 도착한다. 그 짓을, 무려 한학기 내내 했다.
지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울반 담임샘이 심각하게 고민을 하셨다. 길 못 찾는 나 때문에....;;;;
길치인생은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나름 위로를 받고 있는데...;;;;;;
사람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것은 사회 생활에 지장있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인데, 특별구역 청소를 감독하고 있었는데, 청소하는 아이를 꼬박꼬박 기다리는 학생이 있다. 누구 기다리냐고 물으니, 청소당번 기다린다고 한다. 그래서 초코렛 하나 주면서 넌 몇 반이니? 하고 물었더니.... 6반이랜다.
헉..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다.ㅡ.ㅡ;;;;;
그것도 오늘 수업이 들었던....;;;;;;
당황함을 감추며 못 알아본 게 아니었던 척하며 헤어졌지만 미안해서 혼났다. 대략 400명의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차례 만나는데, 수업 중에 이름 부를 일이 없어서 이름 잘 못 기억하고, 워낙에 사람 알아보는 눈썰미가 없어서 얼굴도 잘 못 알아본다ㅠ.ㅠ
만약 국어 과목처럼 일주일에 다섯시간씩 네 학급만 들어가면 기억했을 거야... 뭐 이런 자기 합리화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로 위쪽으로 보도블럭 공사를 하는 것이다. 아니, 여기도 예산이 남나? 왜 뒤늦게 도로를 헤집어났을까? 하며 보는데, 공사기간이 표시되어 있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2006.2-2006.12
헉... 2월부터 공사를 했단 말이야????
6개월이 꼬박 지나서야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는 집에 들어가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다.
엄마! 아랫 정거장 산이 깎였어!
식구들이 모두 기절했다. 거기 아파트 들어오는 공사 때문에 산 깎은 지 오래 됐다고....
그런가 하면 나도 모르는 새에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입주 끝난 다음에 알아차린 적도 있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버스 타면 일단 자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친 거라고.....;;;;;;
그런 일도 있었다. 내가 3년 동안 살았던 홍은동으로, 시집간 둘째 언니네가 이사를 갔는데, 그 집에 찾아가려니 도저히 못 찾겠더라는 것. 그 날 언니 집에 처음 갔던 것도 아닌데....ㅠ.ㅠ 결국 전화해서 길 물어봤다. 골목을 잘못 들어섰던 것....;;;;;
나이가 몇 갠데 그걸 못 찾냐고 구박도 엄청 받았다. 그래서 큰언니는 무슨 심부름 시킬 때, 목적지말고 입구에서부터 전화해서 길 가르쳐준다. (차라리 지도를 그려주지ㅡ.ㅡ;;;)
언니는 종종 내게 묻는다.
"난 니 머리 속이 궁금해."
치잇... 나도 궁금하다고. 혹시 바본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