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별 모임이 있었다. 원래는 '회의'이지만 '회식' 자리다. 어쩌다 보니 여자 여섯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여자들이 모이면 보통 패밀리 레스토랑을 잘 이용한다.
헌데 오늘 자리의 대빵께서 '회'를 먹자고 하셨다. 당근, 회를 먹어야 했다.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았는데, 우리쪽 테이블의 세 사람이 모두 회를 못 먹는 사람이었다.
내 앞의 분은 회를 먹으면 몸이 붓는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또 한분은 배불러서라고 극구 사양했지만, 내 보기에는 회를 못 드시는 것 같다.
배고팠던 나는, 그러나 회를 보면 소름이 돋아서..ㅠ.ㅠ
어린 시절 오징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그 비스무리 사촌 형제들을 다 끔찍해 한다.
도저히 손댈 곳이 없어서 미친척(?)하고 하얗게 갈라낸 매끄러운 오징어를 한입 베었는데 호곡, 입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 목구멍 안으로 안 들어간다.
뱉을 수도 없고 식은땀 흘리다가 물과 함께 꿀꺽했다. 그리고 사래 들렸다...;;;;;
민어회였던가? 어찌나 두껍고 두툼하던지, 광어회라면 초고추장 듬뿍 찍어 안 씹고 그냥 삼켰을 텐데, 얘는 인간적으로 너무 컸다.
옆쪽 테이블은 우리같진 않았지만 거기도 많이 남았다. 남은 회와 생선들은 대빵의 비닐봉투에 담겨 그 집 고양이에게로 간다고 한다.
젓가락 맘붙일 곳 없던 자리에서 그래도 밥 한공기를 비우고 나왔다. 엉엉... 이게 회식이냐고..ㅠ.ㅠ
나야 그렇다치고, 다른 사람들은 회를 어떤 맛으로 먹는 것일까?
씹는 맛? 아니면 초고추장 맛? 아니면 부수적으로 나오는 반찬들????
그도 아니면 '회' 자체에 고유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매력적인 '맛'이 있는 것일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맛이 궁금하다. 그렇지만 내 입으로 확인해보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