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베틀북 그림책 99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고향옥 옮김,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 베틀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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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그려낸 수작 그림책이다.
늘 혼이 나는 터라 심술이 잔뜩 나 있는 아이의 표정이 실감난다.
떼를 쓰며 울어대는 동생. 엄마가 올 때까지, 혹은 엄마가 오고 나면 더 울어버리는 동생 때문에 늘 혼나는 건 내 차지!

학교에서도 혼나는 건 다르지 않다.
뭔가 잘해보려고 하는 일들이 선생님을 기암시키고 마니...
먼저 약올리게 한 건 다른 녀석들인데 싸우고 나면 나만 혼나고 만다.
먼저 울어버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쒸...

어제도 혼났고, 오늘도 혼나고... 내일도 혼나겠지?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엄마도 선생님도 늘 화난 얼굴만 보여주신다.
화내면 얼굴에 주름 생긴다는 말은 엄마가 언제나 예뻤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는데 화를 내셨고,

입학식 때는 목소리가 크고 씩씩해서 좋다던 선생님이, 이제는 시끄럽다고 화를 내신다.
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칭찬을 받을까?
나는... '나쁜 아이'일까?

칠월 칠석날에 반 친구 모두 소원 나무에 걸 소원을 쪽지에 적었다.
축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는 소원...
그렇지만 우리의 꼬마 친구의 소원은 바로 이거다.
혼나지 않게 해주세요!
(틀린 맞춤법은 원작의 느낌을 바로 가져오기 위한 설정이다.)

아, 아이의 저 간절한 바람이라니. 눈물이 와락 나버렸다.
오죽했으면 저런 마음일까.
자주자주 혼나곤 하는 큰 조카는 벌써 이 책을 섭렵해 버렸단다. 울 언니가 보기 전에 치워두려고 했다는데...^^

아이의 저 마음도 이해가 가고, 매번 혼내키는 엄마와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책 속 아이의 사랑스러움과, 엄마와 선생님의 반응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풍습도 알 수 있어서 또 좋았다.(일본에서는 칠월 칠석날,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인 '단자쿠'를 매달고 색종이 따위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예쁜 책이다. 지금... 할인 행사 중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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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9-27 00:02   좋아요 0 | URL
이런 황금 기회를 놓치시다니...정월 대보름에는 기필코 소원을 비셔야겠어요.^^;;;
아쉬운 연휴가 끝났어요.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도록 해요.^^

2010-09-2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28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그냥 하는 웬만한 말도 아이들은 혼난다고 생각하더군요. 우리 민경이도...
그래서, 혼나지 않기를 비는 아이의 마음에 저절로 공감돼요.

마노아 2010-09-28 12:13   좋아요 0 | URL
아이들 입장에선 그렇게 들릴 것 같아요. 이 책은 공감 백만 배였어요.

같은하늘 2010-10-0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얼마전 이 책 구입했는데...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50% 한다는 얘기에 외도를~~ㅋㅋ

마노아 2010-10-01 13:25   좋아요 0 | URL
알라딘도 50% 하지 않았나요? 울 언니도 거기서 샀나? ㅎㅎㅎ
 
옷감 짜기 전통 과학 시리즈 2
김경옥 지음, 정진희 외 그림 / 보림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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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의 전통 과학 시리즈가 우수하다는 것을 진즉부터 알았지만 '옷감짜기' 편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어린이 책으로만 분류하기엔 많은 지식이 가득 담겨 있다. 그냥 내가 갖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추석이니 조카에게 줄 선물로 내밀기 위해서 미뤄둔 리뷰를 쓴다.^^

옷감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 변천사부터 다루고 있다.
태고적 시절에는 풀잎이나 가죽옷이 그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담과 하와 시절부터랄까. 그들도 풀에서 가죽으로 업그레이드된 옷을 입었더랬다.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 대표 유물로 '가락바퀴'를 들곤 하는데 그 바락바퀴의 쓰임새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이 늘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곤 했는데 이 책도 나의 갈증을 100% 달래준 것은 아니지만, 기존 책보다는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대학 시절 내가 발굴했던 반쪽짜리 가락바퀴가 떠오른다. 요즘 같은 때라면 사진을 많이 찍어뒀겠지만, 그때 찍은 사진이라곤 땀에 절어 토막 휴식을 취하고 있던 흙범벅 옷차림이 전부다. 그것도 추억이지만.

여러 가지 옷감 짜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옷감 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직물과 편물이 그것이다. 가로 실과 세로 실을 서로 얽어서 짠 것을 직물이라고 하고, 한 가닥의 실을 바늘로 얽어서 짠 것을 편물이라고 한다. 흔히 뜨개질이 그것!
서양에서는 편물이 주로 발달했었고 우리나라는 주로 직물이 발달해왔다. 우리의 전통 옷감은 모두 직물이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직물로 옷을 지어본 경험은 거의 없을 듯. 뜨개질은 많이 해봤지만. 그러고 보니 날이 선선해지는 게 또 뜨개질이 생각나는 철이다.

삼실로 짠 옷감을 삼베라고 한다. 삼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옷감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생산되었다. 삼실 만드는 과정을 찍어보았다.
일단 삼 껍질을 벗기기 좋게 증기로 찐다.
삼 껍질이 벗겨진 후의 속살까지 섬세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너무 고된 노동 작업이다. 고된 줄도 모르고 했을 것 같지만.

내가 덮고 자는 이불은 삼베 이불인데 시원해서 여름용으로 딱이다. 그런데 조금 날씨가 선선해지면 그 거친 질감이 피부에 아프다. 모시 옷은 부드러워서 그렇진 않겠지... 짐작해 봤다. 촘촘함의 차이가 한 눈에 보인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짠 옷감을 비단이라고 한다. 비단은 자연 재료로 만든 옷감 가운데 가장 보드랍고 아름답다. 겨울철 옷감으로는 따뜻해서 적격. 그렇지만 빨래하는 사람 입장에선 참 고된 옷감이었을 것이다. 비단 옷을 입을 수 있던 부잣집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고려했을까마는...

여러가지 비단을 구분해 놓았다.
무늬없이 평직으로 짠 명주, 무늬 없이 두껍게 짠 공단, 얇고 발이 성기게 짠 사, 무늬를 넣어 두껍게 짠 양단까지...

무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 목화 씨를 뿌려서 꽃이 피고 지고 목화 송이가 피기까지.
목화송이에서 수확한 솜의 뭉치. 딱 보아도 보온에 짱이다.
총알도 막을 수 있었던 솜의 결속력에 잠시 감탄!

솜 다듬는 여러 과정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첫번째 그림의 도구는 '씨아'다. 솜 속에 박혀 있는 목화씨를 빼는 도구이다. 암카락과 수카락 사이에 솜을 넣고 씨아손을 돌리면, 암카락과 수카락이 돌아가면서 솜이 납작하게 되어 밖으로 빠져나간다. 딱딱한 씨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아래쪽에 떨어진다.
솜을 다듬는 사람들의 숙련된 솜놀림에 눈길이 간다.
활 끈을 당겨 진동을 주면 활끈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솜은 부드럽게 피어 오른다. 마치 솜사탕이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솜을 떼어 적당한 크기로 고치를 마는 모습.
정말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그 고생이 솜옷 입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환희에 비할까.

첫번째 그림은 날실 풀먹이는 장면이다. 날실을 팽팽하게 당겨 풀을 먹인다. 풀먹인 날실은 잘 끊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을 '베 매기'라고 한다. 밑에서 불을 피워 풀먹인 실이 쉽게 마르도록 한다. 여름에는 더워서 못하겠다. 덥고 습하고...

두번째 그림은 베 짜는 장면이다. 각각의 명칭과 그 쓰임새를 읽느라 힘들었다. 이걸 다 어떻게 그렸누. 사진도 아니고 그림으로 말이다. 양손과 양발, 어디 한 군데 쉴 틈이 없다. 이렇게 한 번 베를 짜기 시작하면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을 테니 보통의 강행군이 아니겠다. 기술 문명이 보다 발달된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쪽물 들이는 장면이다. 여러 번 물들여 더 깊은 푸른빛을 낸 옷감이 눈부시다.
'쪽빛'이라는 단어 자체도 강렬하다.
하늘빛 더 파래진 가을에 어울리는 단어다.

무늬 놓기!
수놓은 단추가 예쁘다. 매듭도 마음에 든다.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분기별로 매듭과 전통 자수 배우는 강좌가 열리곤 했는데 한 번쯤 배우고 싶기도 하다.

금박이 찍힌 저 화려한 옷을 보시라. 사극을 보면 시각적으로 눈이 참 즐거운데 옷 때문에 그렇다. 요새 꽂힌 드라마는 '성균관 스캔들'인데 궁중 사람 별로 안 나와도 유생들 반듯한 옷차림만 봐도 눈길이 시원하다. 특히 '여림' 도령은 유독 화려한 옷차림을 자랑하듯 입고 나오는데 이젠 남자 배우로도 옷자랑을 할만큼이 되었다. ^^

모시 옷을 입은 여자란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대나무로 엮은 방갓을 쓰고 있는데, 거대한 방갓이 눈길을 끈다. 오늘날의 양산 같은 용도라는 건데 무겁겠다...

옆에 있는 '미투리'는 문학 시간에 배웠던 어느 시에 나왔던 것 같은데... 미투리 엮어다가...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전개였던 것 같다. 자세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렇게 생겼구나. 샌들 같다. ^^

조선 전기에 일본이 우리나라로부터 많이 수입해 간 것이 무명이었는데 주로 '돛'의 재료로 쓰였다 한다. 그 전에는 '짚'으로 만들었다나. 짚으로 만든 돛과 무명으로 만든 돛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였을지는 자명한 일.

승복은 삼베에 먹물을 들인 거구나. 그런 어두운 색깔은 어떻게 만드는가 했는데 먹물 색이었다. 정감 가는 색상이다.

고쟁이와 다리 속곳. 역시 사극 보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속옷 아이템이 아닌가. 꽤 섹시한 속옷이다.

제주 해녀의 옷차림이 과감하다. 물안경(!)도 있다. ^^

동양화 밑판으로 비단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고운 비단에 그림을 그리면 물감이 옷감에 스며들어 접혀도 물감이 떨어지지 않고 오래간다.
오래된 그림을 보면 종이 뒤 밑판이 비단인 것도 그런 이유일 테지?

책 표지로도 각광을 받던 비단.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쳐들어왔을 때 '의궤'를 보고 눈이 돌았었다지. 비단으로 만든 표지에서부터 일단 값 나가는 책이 될거란 감이 오지 않았을까?

옷감 손질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빨래하고 삶고 풀 먹여서 구김을 펴서 다시 바느질하기까지.
어휴, 너무 고된 작업이다.
비록 이런 한복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우리 어머님들이 흰옷을 절대로 싫어하는 이유를 100% 이해한다.

오타가 눈에 들어와서 체크해 보았다. ㅎㅎ
용어풀이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두었다.
어린이들은 '백과사전'처럼 느껴져서 재미가 덜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적으로 아주 훌륭하다. 아이들 취향의 그림은 아니지만 정성이 가득 들어간 그림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내가 소장하고 조카더러 빌려보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
조카에게 선물하고, 내가 궁금할 때 다시 빌려봐야겠다. ^^

추석 빔 선물받는 나이는 지났고, 이젠 선물할 때가 되었다.
아까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어서인지 더더욱 시간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때아닌 물난리로 명절이 더 고되어진 사람들이 많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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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선운사
한태희 그림, 이상희 글, 초방 기획 / 한림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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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할아버지 한 분이 고개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기름진 들에다 산과 바다까지 있으니, 넉넉한 마을이로군."

그렇지만 집집마다 문을 꼭꼭 걸어닫은 채 대답이 없어 밥 한 끼 공양받기도 힘들었다.
얻은 것은 겨우 감자 한 알.
산과 들과 바다에서 땀 흘려 거둔 양식을 해적들이 쳐들어와 모조리 빼앗아 가는 까닭에 마을 인심이 각박해져 있었다.
마을을 일으키는 사업을 구상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바닷가로 갔다.
개펄 진흙으로 둑을 쌓아 바닷물을 가둔 다음, 가마솥에 바닷물을 퍼넣고 장작불러 끓여 소금을 거두게 만들었다.
해적들이 바닷물과 햇볕은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
귀한 소금을 내다 팔면 굶주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서 황금 배가 등장하더니 흰옷을 입은 소년이 금빛 불상을 할아버지께 선물로 드리고 사라졌다.
역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이 되자 여지 없이 해적이 쳐들어왔다. 전라도 바닷가라면 왜구라고 해도 익숙했을 텐데 굳이 '해적'이라고 쓰는 마음이 엿보인다.^^
역시 평범하지 않은 할아버지!
칼을 뽑아들고 덤비는 해적을 벽에 걸린 그림속 호랑이로 제압하신다.
이놈들!

사정을 들어보니 해적들도 딱하다. 어릴 때 해적떼에 잡혀가 배운 것이 도적질 뿐인 그들에게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도와 소금을 굽고 절도 짓게 만들었다.
영차, 영차, 열심히 일하는 해적들.
힘 하나는 장사였을 테니 딱 제격이다!
부처님 모실 대웅전 공사도 한창 진행중.
못나다고 내버리지 않고 휜 대로, 생긴 모양 대로 나무를 짜맞춰 누각도 지었다.
새 봄빛 속에 우뚝 선 대웅전.
울긋불긋 고운 단청 올리고, 부리부리 눈을 가진 용 머리 들보도 꾸미고, 문간에는 우락부락 사천왕상을, 산과 바다와 마을에 하늘 소리 들려줄 범종도 들여왔다.

그렇게 도솔산 선운사가 지어졌다.
절 마당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합장하는 스님들 모습이 정겹다.
뜰에는 승무 추는 시님들 몸짓이 나비처럼 가볍고, 마을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번져 간다.

그렇게 마을에 평화와 번영과 사랑을 심어준 할아버지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평범한 할아버지가 아닌 이 할아버지를 찾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
그저 마음에 새기고 고마워하며, 더 열심히 사는 게 최선!
도솔산 선운사에 가면 이 할아버지 그림을 볼 수 있을까?
가보고 싶다. 도솔산, 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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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거 중고샵에서 건진지는 반년도 다 됐는데 리뷰는 안 썼어요.
나는 이상하게 소장하고 있는 책 리뷰는 소홀하다는...
도서관에서 빌려와야 반납일에 맞춰 쓰는 게으름의 극치예요.ㅋㅋ

마노아 2010-08-15 17:15   좋아요 0 | URL
중고샵에서 원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는 지금 안 사면 큰일나는 듯 덤비곤 하는데, 막상 내 책이 되고 나면 읽기까지도 한참 걸려요. 그런 책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마감이 필요한가봐요.^^;;;
 
옛날 스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아주 특별한 그림책 1 파랑새 그림책 53
김종상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3년 5월
절판


하늘을 온통 끌어안은 산자락에 밭갈고 계신 스님과 동자승이 보인다.
사실적인 그림을 은은하게 표현하는 김재홍 작가님의 필치가 돋보인다..
옛날 스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옛날 스님들은 씨앗을 심을 때 한 호미 자국에 세 개씩 심었다 한다.
새와 벌레와 똑같이 나눠 먹으려고.
혹시 새와 벌레가 욕심 부려 다 먹으면 어쩌지요? ^^

쓰던 바가지도 깨지면 솔뿌리로 꿰매던 옛날 스님들,
붓에 맹물을 찍어 묵판에 글씨 연습을 했단다.
종이와 먹물을 아끼려고.
어린 스님의 소박한 미소가 행복하다고 읽혀진다.
옛 스님들은 좋은 신발을 두고도 부러 엉성한 짚신을 신었단다.
벌레가 밟혀도 죽지 말라고.
아침에 내 다리를 기어간 벌레 때문에 잠에 깨어서 눈뜨자마자 살생을 한 나...;;;

옛날 스님들은 돌 하나도 함부로 옮기지 않았단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금 있는 자리가 제자리라고.
지금 있는 곳이 제자리.
그것은 좋기도 하고 조금 나쁘기도 하고...
어쨌든 제자리라는 것은 있기 마련!

그늘이 있으면 양지도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 옛 스님들,
길을 갈 때도 염불을 했단단.
목숨 가진 모든 것들에게 축복 있으라고.
그야말로 대자대비!
옷에 붙은 풀씨도 떼 버리지 않았단다.
새 땅으로 데려다 달라는 풀씨의 마음을 헤아려서.
풀씨의 마음을 헤아리는 옛 스님들, 아름답고 아름답다.

옛날 스님들은 자연을 귀하게 받들어
산에 가는 것을 입산이라고 했다.
산의 품에 든다는 뜻으로.
그럼 산에서 나올 때는 출산이라고 하나? 하산이라고 하지 않고?
산의 품에 깃들어 포근히 안기는 스님들의 모습, 자연스럽고 정갈하다.
한자루 촛불을 빛나는 보석보다 귀히 여기신 옛 스님들.
잠든 동자승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불빛을 바라보는 초탈한 눈길이 아득하고 평화롭다.

옛 스님들이 살아온 모습이다.
지금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계실 테지.
우러러 보지만 배우기 쉽지 않은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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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 아이즐 그림책방 3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정해왕 옮김 / 아이즐북스 / 2005년 11월
품절


길고 조용한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음악의 계절 봄이 돌아왔다.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보지 못했던 이고르는 어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먼동이 트자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이고르도 입을 쩍 벌려 노래를 따라 불렀건만,
엉망진창인 노래 솜씨에 빈축만 사고 말았다.

이고르는 집에 와서 맹렬히 연습했다.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추고, 소리굽쇠로 음높이를 잡았다.
일주일의 연습 끝에 다시 한 번 동무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동무들은 깔깔깔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상심한 이고르는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음악 선생인 거위 부인을 찾아가 특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고르의 솜씨는 좋아지기는커녕 도리어 거위 부인이 이고르의 노래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결국 이고르는 쓸쓸히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싫어져버린 이고르는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해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세상 어디를 가도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이고르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음악 없는 세상의 끔찍함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건 암흑이다!
저 고양이와 개와 양과 악어, 펭귄들도 모두 노래에 심취해 있는데, 우리의 이고르는 노래를 잃고 방황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들판에 이르러 휴식을 취했다.
누구도 없이 조용한 이곳에서 둥지를 틀어버린 이고르.

그렇지만 노래 없이 어찌 산다는 말인가.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든 어느 날,
이고르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이럴 때에 가장 어울리는 행위는 역시 노래!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이고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고르의 노래가 저녁 하늘에 울려 퍼지자, 이고르는 무척 행복했다.
참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이고르의 노래 가락이 하늘에 수놓아지는 풍경을 작가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던지...

그런데 이럴 수가!
바위가 꿈틀댄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바위가 아니라 커다란 새였다.
몇백 년 동안 잠들어 있떤 새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깨어나버린 것.
새의 이름은, '도도'였다.
아, 도도새라니...
300년 전에 멸종된 도도새. 도도새가 멸종된 것은 참된 노래를 부르는 이가 없었기 때문일까.
둘의 이중창이 밤하늘을 환상적으로 물들였다.
저 속에 끼어들어 함께 노래하고 싶다.
어제 너무도 좋은 노래들을 잔뜩 듣고 와서 밤새 음악회에 가 있는 꿈을 꾸었다.
이고르의 노래가 꼭 내 마음 속 노래 같다.
'나야? 고양이야?'로 나를 사로잡은 기타무라 사토시의 작품이다.
역시 다음 작품을 더 찾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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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쁘다...
난 왜이리 알록달록한 그림책만 보면 신나는지 몰라요!

도도새군여.. 그런가.. 참된 노래의 부재라.. 어쩐지 슬퍼지는 글귀예요.
나야?고양이야?도 이쁜 동화였는데..

마노아 2010-08-15 19:36   좋아요 0 | URL
이 책 읽고 나서 검색해 보니 동작가의 다른 책이 중고샵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질렀어요.(>_<)
그림이 참 맘에 들어요. 도도새의 등장도 맘에 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