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치우기 지원이와 병관이 6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병관이 시리즈. 큰조카한테 물었더니 만화같은 그림이 재밌다고 한다. 둘째 조카도 재밌다고 하는데 이유를 물으니 잘 대답은 못했다. 아무튼 아이들에게는 인기 폭발인 병관이 시리즈다.  

 

그림을 담당한 김영진 작가는 책의 표지를 열면 이렇게 콘티 작업한 것을 담아내서 작가의 땀이 스민 흔적을 곧잘 보여주곤 하신다.  무려 8개월을 작업했다는 일지를 보고서 놀랐다. 당연히 고된 노동의 흔적이 담겨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엄마는 지원이와 병관이 남매를 남겨두고 외출을 하셨다. 엄마가 없는 사이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뚜껑 열기 시작하는 두 남매. 알까기 하려다가 바둑알을 다 엎고 세계일주 놀이 찾겠다고 하다가 온갖 장난감들을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김영진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재미난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데 인형이며 장난감들이 어째 모두 병관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녀석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나보다.  

아이들의 폭주를 잠시 멈추게 한 것은 피아노 선생님.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선생님도 빨리 수업이 끝나기를 바랐을 것 같다. 천방지축 병관이가 피아노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째 내가 식은땀이 난다.  

실컷 놀았더니 출출하다. 토스트에 식빵을 구워 딸기잼을 발라 먹는 아이들. 그렇지만 이미 식탁은 초토화! 

빨리 엄마가 오시지 않으면 집은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말 것만 같다.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시는 엄마! 

 

충격받은 엄마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미 주부9단 엄마는 침착하시다. 저녁 준비하는 동안 치워 놓으라는 짧은 한 마디. 얌전한 지원이는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병관이는 블록 만들던 거 마저 한다고 제 방에 들어가버린다. 얄미운 녀석! 누나 지원이가 병관이의 괘씸죄를 엄마에게 이른다. ^^ 

 

엄마는 나중에 만들고 먼저 치우라고 하지만, 병관이는 다 만들고 치우겠다고 고집한다. 이쯤 되면 엄마가 버럭!할 것 같지만 역시 주부 9단은 다르다. 아이의 행동 반경을 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고집 피우다가 블록 들고 집을 나가는 병관이. 

괜시리 고집 피웠지만 이미 얼굴에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엄마는 이미 알고 계시다. 배고프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 이런 경험들은 대체로 한 번씩들 있을 것이다. 내 친구 하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얘기에 충격 먹고 제 엄마 찾겠다고 집을 나왔는데 검정 봉다리에 팬티 두 장만 들고 나왔다가 결국 저녁에 배고파서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나는 이런 적... 있던가??? 

 

병관이는 화장실이 급해서 잠깐 들렀다는 둥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집 주변을 서성인다. 만들던 블록으로 멋진 해적선을 완성했지만 자랑할 사람이 없다. 이렇게 섭섭할 데가! 게다가 하필 아빠는 모임이 있다고 늦게 오신다고 한다. 날 잡은 병관이. 진퇴양난이다.  

결국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온 병관이는 오감을 자극하는 저녁 냄새에 주저앉게 된다. 이미 여기까지 다 꿰고 있는 엄마. 식탁 위에는 병관이의 밥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느 엄마가 자식 밥을 정말로 안 줄까. 매번 말썽 부리고 힘든 일은 내빼기 바쁜 철없는 병관이지만 지극히 욕망에 정직한 어린아이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병관이도 자라면서 철들고 듬직하게 변하겠지? 

 

아, 눈물나게 신나하는 저 모습.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모습이다. 기름 잘잘 흐르는 비엔나 소세지라니, 아 맛나 보인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병관이는 방을 정리한다. 엄마가 들어오셔서 정리하는 요령을 알려주신다. 자주 갖고 노는 것은 꺼내기 쉬운 곳에,자주 갖고 놀지 않는 것은 안쪽에, 그리고 이제는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은 상자에 담아 치우자고 하신다.  

어느 걸 치워야 하나... 

망가진 것들도 있고, 잘 갖고 놀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치워 버리기는 좀 아쉬운가. 병관이의 고민은 좀처럼 책을 치우기 힘든 나의 고민과 일치한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옷도 그릇도... 

 

지원이와 병관이의 여러 이야기들은 늘 우리 생활에 접목되어 있고 일치감을 느낄 때가 많아서 더 실감이 난다. 아이다운 순수함도 예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도 반갑다. 이 시리즈가 계속 된다면 혹시 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판 성장 소설도 나오려나?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상상하는 것으로도 즐겁다. 사춘기 소년이 된 병관이와 첫사랑의 열병으로 고민 많은 지원이라면...  

그나저나... 책상 위를 좀 정리해야겠다. 병관이 나무랄 처지가 아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2-1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9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그림이 아주 실감나는 책이예요.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리얼 그 자체여서 레알 돋아요.ㅎㅎㅎ
 
무릎딱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동시가 생각난다. 아기가 넘어져서 무릎에 빨긴 피가 나서 마구 울었는데, 알고 보니 단풍잎이었다는 것... 제목을 보고는 그런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문장에서 가슴이 덜컹 주저앉는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밤새 자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나한테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 

어린 아이가 엄마가 죽었다고 말을 한다. 내가 생각했던 가벼운 이야기의 범주를 휙 넘어서버렸다.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아이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조금 쉰 다음에 돌아오라고,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엄마는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아이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렇게 빨리 가 버릴 거면 나를 낳지 말지, 뭐 하러 낳았느냐고... 

엄마는 웃었고 아이는 울었다. 아이도 알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오래오래 병석에 누워 있던 사람이라면 가족들이 이별에 대한 대비를 조금이라도 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사람들은 막연히 불행이 나를 비켜갈 거라고 기대하며 살지 않던가. 아니, 반대로 그런 불행이 나의 것이 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닥치고 나서 이게 나의 일이라는 걸 막막한 와중에 체험할 뿐이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 그랬다. 암환자였고, 치료를 받지 못했고, 당연히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는데도 그게 현실처럼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서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당황했다. 현실같지 않았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는데 지금 이 그림책 속의 아이는 그 1/3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럴 거면 왜 낳았느냐는 아이의 다그침이 마음을 울린다. 웃었지만 울었던 엄마의 마음이 손에 잡힌다.  

아이는 아빠도 막막하다는 걸 짐작한다. 그래서 떼를 쓰지도 않고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 버린다. 아침마다 빵에 지그재그로 꿀을 발라서 반으로 잘라 먹곤 했는데,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은 모양이다. 짜증이 났지만 다른 수가 없다. 엄마가 죽기 전에 아빠한테 가르쳐 줬어야 했다. 아빠 혼자서는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아이는 안다. 고통을 겪고 나면 아이는 애어른이 되고 만다. 더 이상 아이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본능이 그렇게 알아차린다. 아이는 아빠를 돌보는 것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아빠를 가엾게 여긴다. 

아빠가 자꾸 운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젖은 수건 짜듯이 아빠를 꼭 짜면
온 몸에서 눈물이 뚝뚝 쏟아질 거다.
하지만 난 아빠가 자꾸 우는 걸 보는 게 싫다. 

아마 아이의 몸을 짜도 젖은 수건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아이가 보는 건 아빠이고 결국 자신이다. 아파도 아플 수가 없고, 울 수도 없는 상태에 아이는 처한 것이다. 그런 때가 더 위험하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엄마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창문을 꼭꼭 닫았다.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목소리가 지워질까 봐 다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하루는 마당을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에 상처가 났다. 아픈 건 싫었지만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플 때마다 위로해 주고 다독여 주던 바로 그 엄마 목소리다. 아이는 엄마 목소리가 반갑다.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으로 긁어 뜯어낸다. 다시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난다. 아파서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참는다.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조금은 덜 슬플 테니까. 스테프니 메이어의 '뉴문'에서 벨라가 그랬다. 자신이 위험해질 때마다 에드워드의 환영이 보여서 자해하다시피 위험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갔다. 이 어린 꼬마조차도 마음이 아픈 것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벌써 인생을 알아버렸다.  

 

할머니가 오셨다. 엄마의 엄마. 아니는 자신이 돌볼 슬픈 어른이 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아파하면서, 아이는 애처롭게도 역시나 아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할머니는 집에 오시자마자 아이에게 뽀뽀를 퍼붓고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이럴 수가! 아이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가 빠져나간다고 몸부림치는 아이. 기어이 눈물이 쏟아진다. 진작에 쏟았어야 할 눈물이 터저버렸다.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창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남아 있을 엄마의 체취가 아니라는 것을, 귀를 막고 입을 닫는다고 해서 붙잡을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던 엄마의 부재. 닿을 수 없는 느낌,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그 한 사람... 

이런 아이의 마음을 할머니가 왜 모르실까. 할머니의 위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만큼 애잔한다.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아 가슴 위에 올려주신다.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아." 

아이는 무서웠던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엄마를 완전히 잊게 될까 봐. 잊어버리면 정말로 잃어버리게 될까 봐. 아이는 제가 할 수 있는 안간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아이는 달렸다. 온 힘을 다해서. 심장이 쿵쿵 뛰어서 심장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러면 꼭 엄마가 가슴 속에서 아주 세게 북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의 숨결을 느낀다.  

저녁이 되어 보니 무릎에 매끈매끈한 새살이 돋았다. 딱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딱지가 떨어진 것이다. 아이는 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울지 않는다. 상처가 덮이고 새살이 돋는 것이 섭섭할 때도 있다. 상처라도 남아서 잡고 싶은 흔적도 있는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그것이 아이든 어른이든... 

 

아이는 가슴 위 쏙 들어간 곳에 손을 올려놓고 잠이 오길 기다렸다. 심장이 편안하게 뛴다. 잠이 솔솔 온다. 어느새 잠이 든다. 

아이에게 편안한 꿈이 스며들 것이다. 엄마를 만날 수도 있다. 아직은 울면서 깨어날 날이 더 많겠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그것이 시간이 주는 유일한 선물이니까.  

가족과의 이별은 상상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망자의 삶이 살아 생전 연민 그 자체였다면 더욱 그렇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이별은 없는 법이지만 유독 아픈 죽음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을 화요일에 읽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물만두님 생각이 났다. 남겨진 가족들이 안타까웠다. 13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났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아빠'라는 이름 만으로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그 존재가 아직도 버거웠다. 그리고 어제 읽은 '내가 살던 용산'도 생각났다. 그래서... 시간이 완벽한 해약은 아님을 알고 있다. 조금 무디게는 해줄 수 있지만 시간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다. 함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위로해 주며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있고 할머니도 계시다. 이제 아이는 무릎 딱지보다 더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줄 비법도 알게 되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에서도 종종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난다. 어쩔 수 없다. 어린이라고 해서 죽음이 그 주변에 서성이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필요하다.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짐작해 보면서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은, 어른이 읽어도 마찬가지의 위로와 성찰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머뭇거리면 안 된다는 것을......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12-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슬퍼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0-12-16 21:21   좋아요 0 | URL
리뷰 쓰다가 막 울었어요.ㅜ.ㅜ

후애(厚愛) 2010-1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엽당~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름을 안 적고 보냈다는 걸 그 다음 날 알았어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마노아 2010-12-16 21:21   좋아요 0 | URL
후애님, 돌아오셨군요!
안 그래도 문자 받고서 후애님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돌아오면 후애님 맞죠? 하고 막 아는 척 하려고 했는데 말예요.^^
축하 감사해요. 생일 전날이어서 가장 먼저 받은 축하 인사였어요. ^0^

코코죠 2010-12-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고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저는 이 책을 결코 읽을 수 없겠군요.

마노아 2010-12-16 21:22   좋아요 0 | URL
행복한 신부는 이렇게 슬픈 이야기 말고 밝고 즐거운 이야기책을 읽어야 해요.
어휴, 책 읽을 틈이 어디 있어요. 피부 맛사지도 받아야 하는데 말예요.^^

비로그인 2010-12-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책을 읽지 않았지만.
맘 한켠에 뭔가가 남을것 같은 기분에..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드네요.

마노아 2010-12-16 21:23   좋아요 0 | URL
각자 생각나는 다른 얼굴들이 있을 거예요.
가끔은, 그런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섬사이 2010-12-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칠 수가 없겠어요.
저에게나 남에게나 좋은 기억을 남기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0-12-17 13:52   좋아요 0 | URL
늘 다짐하지만 지켜내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그것도 다 살아가는 과정이겠죠?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에요.^^
 
학교놀이 산하작은아이들 20
권정생 지음, 윤정주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출간된 책인데 글도 그림도 옛스럽다고 느꼈는데 오래 전 작품인 '하느님의 눈물' 중 단편 세 개를 따로 출간한 책이었다. 그림이야 새로 입힌 것이지만 글에 맞추어 분위기를 조정했을 것 같다. 선정된 세 편의 단편 제목은 '산 버들 나무 밑 가재 형제'와 '찔레꽃잎과 무지개', 그리고 표제작인 '학교놀이'다.  

서문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축구를 일등 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 백 번 지당하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대동강 마을 아이들과 백두산 마을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그날은, 모두가 같이 바랄 때 더 빨리 우리에게 올 것이다. 점점 더 멀게 느껴지는 이 거리감이 점점 옅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재 형제다. 좀 더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언니 가재와 좀 더 체격도 작고 집게도 작은 아우 가재. 아우가 맏이더러 '언니'라고 불러서 처음엔 자매인가 했다. 읽다 보니 장가든다는 얘기가 나와서 형제라는 걸 알았고, '추노' 한참 볼 때 예전에는 '언니'라는 표현이 동성 형제 자매 사이에서 모두 쓰인 단어라는 걸 찾아본 기억이 났다.  

언니 가재가 장가 들고 나자 아우 가재는 슬퍼졌다. 할아버지 가재가 위로를 해주자 언니가 더 많이 울었다고 괜찮은 척하는 아우 가재. 할아버지 가재는 헤어짐의 아픔을 하느님이 곧 잊게 해줄 거라고 말해준다. 그리하여 무엇이든 다 보고 듣고 헤아리고 계시다는 하느님의 존재를 찾게 되는 아우 가재. 별빛 가득한 밤에 하늘을 향해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그럼에도 제 할 말을 다 쏟아내는 아우 가재. 물어보는 질문이 애틋하기만 하다.   

"하느님네 언니도 장가갔나요?"
"엄마하고 아부지 돌아가셨구요?" 
"하느님도 이담에 튼튼해지면 장가가셔요?"
"하느님은 밤중에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으셔요?"
"대답 않으셔요?"
"자꾸 가만 계시면 내가 울 거예요."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아우 가재는 얼마나 슬펐을까.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망한 아우에게 할아버지 가재가 전해주는 위로는 어찌나 현명하던지... 아우 가재가 겁쟁이가 아닌 용감한 가재가 되라고 대답하고 싫어도 참았다는 얘기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또 하느님이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조용히 말씀하셔서 못 들었을 수도 있다는 말에도 귀가 기울여진다. 조용히 대답하신다는 하느님. 그러니까,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 소리에만 취해서 내 울음에만 겨워해서 들려오는 대답을 놓치고 살던 것은 아니었는지...... 

두번째 이야기에는 꽃잎이 등장한다. 예쁜 아기 찔레 꽃잎이 바람에 실려 시냇물 위로 떨어졌는데, 장난꾸러기 시냇물이 마구 장난을 해댄다. 와서 쓰다듬어 보고 입도 맞추고 하니 울상이 되어버리는 찔레 꽃잎. 이게 꽃잎과 물이니까 그림이 예쁘지만 사람이었으면 '희롱'이 되어버리니 약간 긴장도 되었다. 하핫...   

시냇물은 찔레 꽃잎을 넓은 세상으로 흘려 보내 주었다. 지나면서 학교 운동장의 아이들을 보고 교실에서 수업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어느 때나 아이들을 향한 권정생 선생님의 시선이 꼭 느껴진다.  

평화로울 것 같았던 여정은 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낙비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고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낙비는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비. 곧 해님이 얼굴을 내밀었고 들판도 때때옷으로 갈아입어 싱그럽다. 그리고 마주친 무지개. 아기 찔레꽃은 넓은 세상과 마침내 마주쳤다. 험한 길도 있지만 이리 예쁜 보상도 있음을 찔레꽃은 잊지 못할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참 찡했다.  

울타리 저쪽에 병아리 11마리가 엄마 닭의 구령에 맞추어 학교놀이를 하고 있다. 나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도 저리 구령 붙여가며 큰 소리로 운동장을 행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좌향좌, 우향우 정도였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니 좌향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뒤돌아 가! 등등 구호가 늘어나더니 발 맞추기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울타리 이쪽에는 엄마 없는 병아리 7마리가 있다. 엄마 없는 자기들 처지가 서러워 괜시리 울타리 너머 병아리들에게 심술이 나버린다. 부럽고 설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던 병아리들은 꿈속에서 엄마 닭을 만난다. 아이들이 애처로운 엄마 닭은 아이들에게 따끔한 교훈을 준다. 내가 너희와 함께 갈테니 너희 중 하나가 이곳에 남으라는 말. 대체 누구를 고를 것인가. 아무리 보고 싶은 엄마라 할지라도 제 형제와 맞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은 자신들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고 만다. 살아있는 형제의 중함을 깨달은 그들은 저희들끼리 학교놀이를 하면서 씩씩함을 내보인다. 서로서로 선생님이 되어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익히고 배운다. 위험이 닥쳐왔을 때 알려주는 일, 한 번 죽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것,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 등을 말이다. 병아리들이 구호처럼 외치는 다짐과 맹세는 선생님의 육성처럼 들린다. 

"약한 자는 돕자."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자."
"죽이지 말고 사랑하자."
"서로서로 사랑하자." 

모두 인간이 아닌 다른 대상에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그 모두가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임을 모를 수 없다. 문장 하나하나에 사람에 대한, 자연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우리 말을 잘 살려낸 말씨들이 정감있고 예쁘기만 했다. 고운 이야기지만 잊지 말아야 할 교훈도 빼먹지 않고 다 담아냈다. 오랜 이야기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들. 오래오래 기억하고 새겨야 할 이야기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생이 태어날 거야 웅진 세계그림책 135
존 버닝햄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주제가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큰 기대는 없었다. 존 버닝햄과 헬렌 옥슨버리의 결합이니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혹시 실제 경험담은 아닐까 생각했던 게 기대치의 전부. 그런데 역시 유명세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내용도 그림도 그야말로 찰떡궁합으로 만족스러웠다.  

 

가을이 되면 곧 동생이 태어날 거라고 알려주니, 아이는 호기심에 겨워 질문을 잔뜩 풀어낸다. 기왕이면 남자 동생이어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의 이름 후보는 피터와 스파이더맨. 태어날 아이가 필히 여자여야겠다고 생각하는 독자다. ^^ 

첫번째 사진의 그림을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엄마의 앉아있는 자세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저 정도 거리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보고 있을지 충분히 그려졌다. 아직은 임신 초기라 배도 별로 불러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대화를 한다.  

동생이 이 다음에 뭘 할까요? 라고 묻는 아이. 자신이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한 게 아니라 동생이 뭐가 될지 궁금해한다.(한편으로 염려한다.) 

그림을 보시라. 첫번째 후보는 요리사다. 하지만 상상속의 동생 요리사는 그리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 동생이 만든 것은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후보는 아직도 많다. 

 

동생은 화가가 될 수도 있고 정원사가 될 수도 있다. 동생이 화가가 되면 집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집이 얼마나 엉마진칭이 될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저 모습은 화가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충분히 연출하곤 하는 모습. 상상 속 아이의 모습은 사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아이라고 해도 전혀 그림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게다.  

엄마의 배는 이제 제법 부풀었다. 아이는 곧 고민에 싸인다. 꼭 동생이 있어야겠냐고. 그냥 지금도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지극히 아이답다. 사랑을 빼앗길까 두렵기도 하고, 동생이 말썽을 부릴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기가 앙앙 울어대면 또 어쩌나 고민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는 것! 

동물원에서 일을 하는 동생을 상상해 본다. 호랑이한테 잡아 먹히면 안 돼!!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선원이 되는 건 근사하지만 선장은 절대적으로 내가 해야 함! 

동생이 은행에서 일을 하면 나한테 돈을 많이 줄까? 그밖에 공원지기 동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면 끝이 없을 테지. 수개월 동안 동생 생각을 했더니 이젠 동생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느덧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되었다. 엄마 뱃속에서 아가도 무럭무럭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동생은 태어났고, 아이는 자신의 동생을 만나기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문앞에 도착했다.  

동생이 안 와도 좋다고 말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동생을 사랑해줄 거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듬직한 아이. 형이 되었는지 오빠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맏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태어난 둘째도 반가운 마음으로 새 가족이 되어줄 테지...

엄마가 아이와 함께 여러 곳을 다니며 대화하고 사랑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편안하고 다정해 보였다.(경제적으로도 평안해 보인다.) 둘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 큰 조카는 다섯 살이었다. 나이 차는 네 살이 나지만 아직은 저도 어리기 때문에 동화 속 꼬맹이처럼 동생을 사랑해 주겠다는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두 남매는 현재 엄청 투닥거리며 싸우고 다투고 경쟁한다. 이모 눈에는 귀엽지만 매일 지켜보는 엄마한테는 꽤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동생이 태어나도 부모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가 안심하도록 일러주고 깨우쳐 줘야 한다고 들었다. 동생을 보면 남편이 바람 피운 것 같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럴 것 같다. 엄마에게도 곧 연장자가 될 아이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도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덧) 조카가 숙제가 있다고 전화가 왔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고 묻는다. 큰 언니가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고...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12-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토도 이쁘고, 리뷰도 이쁘고.
사랑스럽네요, 추운 아침에 읽으니 조금 훈훈한 것도 같구.
형제란, 내내 숙제 같아요, 굉장히 사이가 좋거나 아예 무관심하거나.

큰언니의 모범 답안 참 좋네요... 왜 저는 코알라에게 하마 한마리 얻었어, 이렇게 대답했을까요. ㅠㅠ

마노아 2010-12-16 12:24   좋아요 0 | URL
헤헷, 추운 날씨에 훈훈해졌다니 기뻐요.^^
저는 조카에게 반갑고 기뻤다고 지나치게 평이하게 대답했어요.
언니 답변 보고서 난 왜 이리 센스가 없지! 했다니까요.^^;;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실물이 작은 책이었다. 가로 세로 모두 내 손을 쫙 폈을 때의 길이다.
표지를 들여다 보며 신기해 했다.
분명 모형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었을 텐데, 이렇게 디테일하게 주거지의 모습을 표현해 낸 것이 말이다.
물론 우리가 늘 살고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웬만한 관찰력과 주의력을 갖지 않고는 재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운데 층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은 반장 할머니인데 할머니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다.
쥐...일까?? 혹은 늑대???
그 아래층에 곤히 잠들어 있는 이는 고양이일까? 정확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아파트를 둥근 보름달이 환히 비추고 있다.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고,
그래서 잠도 잘 오지 않았고,
무엇도 할 수 없는 날이었다.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틀고,
선풍기도 씽씽 틀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왼쪽 윗쪽으로는 슬며시 녹고 있는 달이 지상으로 뚜욱 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쉬이 잠을 청할 수 없는지 술 한 잔씩 들이키기도 하고,
야밤에 공연 실황을 지켜보는 모습도 보인다.
베란다 밖으로 에어컨의 실외기가 보인다.
동영상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더운 만큼 달이 녹는 속도도 더 빨랐을 터!
달이 녹아서 떨어지는 소리를 반장 할머니가 듣고 말았다.
어이쿠! 이러다가 모두 녹아 버리겠네!
할머니는 잽싸게 움직여 큰 고무 대야로 달방울들을 받았다.
받고 나서 보니 이걸로 뭘 할까 고민이 된다.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고 냉동칸에 넣어두었다.
안쪽에 전구를 넣고서 찍었는지 유난히 반짝이는 불빛이 정말 달빛을 담아둔 것처럼 보인다.

에어컨은 쌩쌩,
선풍기는 씽씽,
냉장고는 윙윙!
앗! 그렇지만 뭐든지 과하면 다치는 법!
전기가 팍! 나가고 말았다.
이렇게 더운 날에 전기가 나가다니, 앞이 깜깜한 노릇!
온 세상이 깜깜해졌는데도 반장 할머니 집에서는 밝고 노란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모두들 열을 지어 빛을 따라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문을 열고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아주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달샤베트!
신기하게도, 달샤베트를 먹고 나자 더위가 싹 달아나 버렸다.
그림 상으로도 모두의 쭈뼛 선 털의 느낌과 놀란 얼굴,
그리고 캄캄한 와중에 밝은 빛 덕분에 독자도 같이 시원함을 느낀다. 오싹~이랄까.

모두들 모처럼 선풍기와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었을까.
평화로운 밤이었다.
그런데...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아, 저 친구들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달이 녹아버렸으니 옥토끼들이 대체 어디서 떡방아를 찧겠는가.
저 지친 얼굴이라니...
반장 할머니가 묘안을 짜낼 차례다.

할머니는 식탁 위에 놓아두었던 빈 화분에 남은 달 물을 부어주었다.
그러자 달처럼 환하고 커다란 달맞이꽃이 피어났다.
꽃송이는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예쁘게, 예쁘게 피어났다.
정말로 달맞이꽃이 이렇게 생겼나 찾아보니 비슷하다.
책 속의 달맞이꽃이 더 예쁘다.
내가 기억하는 달맞이꽃은 황미나 작품 '아뉴스데이'에서의 꽃인데 사진으로 보니 반갑다. ^^

달맞이꽃이니, 달을 맞아야 할 터!
새까만 밤하늘에 작은 빛이 피어나더니 점점점 자라나 커다랗고 노랗고 둥그런 보름달로 변신했다.
아, 맛있어 보이는 예쁜 달이다.
저 꽃잎 속에는 노오란 전구가 들어있을 것만 같은 눈부심이다.
이제 토끼들도 새 집에서 잘 살 것이고,
할머니는 긴 저녁 밤을 정리하고 달콤한 잠을 이룰 수 있을 테다.

달 샤베트라니,
아이디어가 정말 훌륭하다.
책의 맨 뒤에 이 책을 만들기까지 도움 준 사람들의 이름이 정리되어 있다.
책요정은 뭘 한 사람일까?
큰도움과 글도움, 제작도우미가 각각 다르다.
끊임없는 조언과 의논,현실적인 조언의 상대도 있다.
그림책의 영감과 응원을 준 이들이 있고,
힘솟는 케이크라니, 케이크 선물해준 분도 있나 보다.
육아와 집안일 큰도움을 주신 분도 있다.
모두들 이 책의 공로자다.

지구의 내일을 위해 콩기름으로 인쇄를 했고, 비닐 코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쩐지 광택이 덜하다고 느꼈는데 그런 깊은 의미가 있었다니...
파손과 더러움의 위험이 더 있다고 하나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
솜씨도 맵시도, 맘씨까지도 고운 그림책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2-1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 책 참 예뻐요.
전 달 그림에 좀 환장을 하는 과 거든요.
저 점이 손톱만 했다가 점점 커져서 송편 같앴다가 보름달이 되는 저 과정 그림 참 예뻐요.
저 달맞이 꽃도,달맞이 꽃 속에 노란 전구가 들어 있을 것 같다는 님의 상상력도,다 이뻐요~^^

마노아 2010-12-12 10:15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달 나오는 그림책들이 모두 참 예뻤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이 변하는 모습은 참말로 매력적이에요. 어찌나 새침하고 복스럽던지요.
헤헷,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2010-12-12 0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2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1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마노아님의 포토리뷰에 큰 빚을 지고 있어요! 마노아님의 포토 리뷰를 보고 조카에게 사줄 그림책을 골라요. 그리고 이 책 그림이 참 좋아서 또 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조카에게 줘야겠어요! 히히 (4개월된 조카인데..ㅎㅎ)

마노아 2010-12-12 14:29   좋아요 0 | URL
백희나 씨 책은 구름빵도 참 훌륭해요. 자매품으로 먼지깨비가 있어요.ㅎㅎㅎ
그것도 제 사진 들어간 리뷰가 있을 거예요.
타미를 위한 예쁜 그림책들이 운동장 열바퀴를 돌고 있어요.
그게 저도 막 신나요.^^ㅎㅎㅎ

BRINY 2010-12-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책이 있었네요. 어린이가 아니지만 예쁜 것은 갖고 싶어지죠.

마노아 2010-12-13 00:26   좋아요 0 | URL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에 자연스럽게 호감이 가지요. 참 고운 책이에요.^^

같은하늘 2010-12-1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벼르고 벼르다 얼마전에 이 책 구입했는데,
책이 너무 작아서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좋아요~~~ㅎㅎ

마노아 2010-12-13 17:13   좋아요 0 | URL
책이 더 크면 환한 달빛이 더 찬란했을지도 몰라요.^^;;;

마녀고양이 2010-12-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방울, 달샤베트, 달맞이꽃.. 어머, 이렇게 이쁜 어휘가.

진짜 달콤하네요. 그림책이나 마노아님의 글이나.

마노아 2010-12-14 00:53   좋아요 0 | URL
달달하니 달콤한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