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7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 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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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이 책을 궁금해하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우연히 구입하게 되었다. 책을 받고서 깜딱! 놀랐다. 폰트가 너무 촌스러운 게 아닌가! 초판 1쇄가 96년이다. 15년이 지났으니 촌스러울 만하긴 한데... 그래도 좀 심하긴 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촌스러운 폰트다!  

책은 다람쥐의 생태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해 준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따뜻하고 섬세하다. 아마도 그림의 영향일 것이다. 영국의 3대 그림 작가로 불리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작품인데 색들의 잔치가 벌어진 것처럼 화려하고 신나는 느낌이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에서도 그림의 '윤곽선'이 없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 그림책도 그렇다. 경계선이 무너진 것만으로도 좀 더 선뜻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친근함이 생겨버린다. 실제로는 무서워할 것 같지만 그림속의 다람쥐는 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둘째 조카 다현 양은 이제 여섯 살이 되어서 이 책은 이제 좀 어린 축에 속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가 읽어보니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니 그림 보면서 좋아할 것 같고 엄마가 읽어줘도 즐겁게 들을 것 같다. 설날 선물로 낙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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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빴나요?
사진이 없어 그림책 미리보기로 확인했는데 다람쥐가 귀엽네요~ ^^

마노아 2011-01-24 09:04   좋아요 0 | URL
40자 평으로 쓰기엔 조금 넘치고, 리뷰로 올리기엔 부족해서 몇 마디만 적었는데 사진이 없으니 역시 심심하지요? 이따 집에 돌아와서 사진 추가해야겠어요.^^ㅎㅎㅎ

순오기 2011-01-24 21:43   좋아요 0 | URL
사진 추가~ 고마워요!^^

마노아 2011-01-24 21:56   좋아요 0 | URL
이 정도는 요청하시면 기꺼이~~(>_<)

마녀고양이 2011-01-2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사진 추가하면 다시 읽으러 와야겠어요... 촌스러운 폰트에서 쿡 하고 웃는 중이거든요.

이번에 코알라랑 그림책을 알라딘에서 찾고 놀았는데,
사진 리뷰가 얼마나 고마운지 확실하게 알겠더라구요.... 마노아님 항상 감사!

마노아 2011-01-24 15:37   좋아요 0 | URL
사진 추가했어요~ 사이즈를 줄여놔서 촌스러운 폰트가 잘 안 보이지만, 표지의 촌스런 제목이 이 책의 폰트를 다 말해줍니다. ㅎㅎㅎ
사진 포함시키는 게 이젠 거의 습관이 됐어요.^^

마녀고양이 2011-01-25 13:41   좋아요 0 | URL
어머, 다람쥐 너무 이쁘다...
저 입이랑 발 좀 봐~
역시나 사진 있으니....... 너무 좋네요. 아하하.

마노아 2011-01-26 01:40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사진 리뷰에 더 힘쓰겠음돠. ^^ㅎㅎㅎ

하늘바람 2011-01-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깜짝 놀랄만하네요

마노아 2011-01-25 12:0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멋져요.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4
박효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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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늘 심심해를 외친다. 금방 싫증내고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종일 있다 보면 뭘 하며 즐겁게 놀아줘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스케줄이 빡빡해서 좀처럼 놀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놀고 싶어하고 재밌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민구는 학교 가는 길이 너무 지루하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달랑 10분 거리이고 가는 길도 하나 뿐이다. 초록 깃발을 든 녹색 아줌마를 건널목에서 두 번이나 마주쳐야 하는 것도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줌마들은 귀가 따갑게 소리치신다.  

"가운데로 똑바로 걸어! 한쪽 팔 높이 들고!"
"팔 높이 들어! 똑바로 걷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민구는 팔을 번쩍 들고 건너고는 있지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가 팔이 부러지면 어쩌나 엄한 상상까지 한다. 맘에 들지 않는 길을 꼭 갈 필요는 없다고 민구는 생각한다. 그래서 새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한 다음날, 민구는 가던 길이 아닌 빙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덕분에 학교는 지각했다. 

그 다음 날도 민구는 어제 가지 않은 색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역시나 지각했다.  

연이어 지각을 하니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신다. 선생님이 알림장에 적어 보낸 등교지도 당부 때문에 민구는 엄마께 혼이 난다. 자신이 지각했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새 길을 개척했다는 것에만 흐뭇했던 민구는 이제 하교할 때 새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민구의 얘기를 들은 친구 은결이도 그 길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을 가장 매료시킨 것은 녹색 아줌마를 만나지 않는 거라고 하니, 봉사하시는 녹색 어머니께 죄송할 따름이다.^^;;;  

엄청나게 길치인 나는 늘 가는 길로 가도 학교 가는 길을 매번 헤매고는 했었다. 앞서가는 같은 학교 교복 입은 선배 언니들 꽁무니만 따라가다가 잠깐 공상에 빠지면 그걸 놓쳐서 두리번 거리기 일쑤였는데, 모든 길이 확실히 학교로 통하기는 했다. 시간은 좀 걸리기는 했지만. 민구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못해봤다. 난 지각하는 게 두려웠으니까. ^^

 민구와 은결이가 친한 것처럼 민구 엄마와 은결이 엄마도 친하다. 민구 엄마가 민구를 데리고 은결이네 집에 찾아갔다. 엄마들이 이야기 나누실 때 두 사람은 재밌게 놀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은결이는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자랑질을 하면서 시선을 끌어 보지만 두 아줌마는 건성으로 듣는다. 딴 것도 칠 줄 안다고 강조를 하고 나서야 두 곡을 연주한 은결이는 두 엄마들의 식상한 박수를 받는다.  

딱 한 시간만 놀다 가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 두 아이는 마음이 바빠졌다. 서로 하고 싶은 놀이는 많지만 같이 하고 싶은 놀이가 많지 않았다. 곤충놀이 하고 싶은 민구와 인형놀이 하고 싶은 은결이는 결국 협상을 하게 된다. 제비뽑기로! 

하고 싶은 놀이를 각자 적어서 모자에 뽑기로 결정했다. 민구가 적은 놀이는 곤충놀이, 애벌레놀이, 탐험놀이, 공룡놀이, 물놀이. 그리고 은결이가 적은 놀이는 인형놀이, 학교놀이, 엄마아빠 놀이, 모래놀이, 카드놀이, 피아노학원 놀이다. 

서로의 관심사와 애정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놀이들이지만 아이들은 솔직해서 좋다. 서로 하지 않기로 한 놀이들이 걸리면 다시 제비를 뽑아서 결국 탐험놀이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이제는 민구가 엄마랑 돌아갈 시간...  

아이들은 언제까지라도 신나게 놀 수 있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아쉬움은 다음 날로 미뤄야 한다. 

 낮 동안에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했다. 열심히 구멍을 파서 함정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덮은 뒤 다시 모래를 덮어 깜쪽같이 속이는 것이 목표다. 민구와 은결이, 나중에는 지나가던 경빈이까지 합세한다. 아이들은 열심히 구멍을 팠고, 나름대로 그럴싸한 함정을 만들었지만 그 함정에 빠질 사람이 지나가질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마침 민구 엄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억지로 함정 쪽으로 이끈다. 엄마의 발이 빠지긴 했지만 아이들이 파놓은 구멍이 그리 깊을 리도 없고 엄마를 어이 없게 웃게 하는 정도로 끝난다. 이제 아이들은 한 발씩 함정에 발을 집어 넣기도 하고 모둠발로 점프를 해서 그 안에 뛰어들기도 한다. 구멍을 파는 것도, 그 구멍 안에 스스로 빠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된다.  

자칫 지나치면 위험해지거나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 놀이들을 통해 나름의 수위를 찾아갈 것이다. 오히려 이런 놀이의 맛을 전혀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불안하다. 잘 노는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고, 그래야 그 아이들이 살아가고 개척해 갈 세상이 더 건강해질 것이 아닌가.  

전자게임만 상대하며 더불어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사회성이 망가지기 쉽다. 형제 자매와,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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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독특하고 얘기도 재미나요.ㅎㅎ
우리집 느림보 아들은 학교까지 5분 거리인데, 돌아갈 길도 없는데 왜 맨날 학교 끝나고 늦게 오는지 의문임... ㅜㅜ

마노아 2010-12-24 02:05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학교 다녀오는 길은 탐험의 길 같아요. 참견할 것도 많고 상상할 것도 많고요.^^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담푸스 칼데콧 수상작 1
존 셰스카 지음, 이상희 옮김, 레인 스미스 그림 / 담푸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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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독특한 책이다. 그림도 심상치 않았지만 들쭉날쭉한 글씨 크기도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보통 괴짜가 아니겠는 걸! 

 

원래는 보통 흰 종이로 빈채로 지나가는 첫 페이지에 빨간 암탉이 목청을 돋우고 있다. 글자 모양만 봐도 엄청 시끄러워 보인다. 잭도 여긴 면지가 있을 공간이라고 외쳐보지만 암탉은 도무지 듣지를 않는다.  

이어서 제목이 나오는 면의 구성을 보시라. '제목이 있는 쪽'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놓고 아래쪽에 이 책의 진짜 제목이 등장한다. 역시 심상치 않아... 

그 뒷장에는 글씨가 뒤집어진 채 나온다. 파본 아니다. 일부러 뒤집어 놓은 것이다. 누가 거들떠 보겠냐며 심드렁한 얼굴의 잭. 꼭 읽고 싶다면 물구나무 서서 보면 된다고 한다. 하핫, 그정도 수고는 못하겠고 뒤집어서는 읽어봤다. ^^ 

옆에 머리말을 쓴 저자 이야기도 확 깬다. 그저 지루한 이야기로 머리말을 채우고 있을 뿐이라고 대놓고 말을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고는 어떻던가.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아주 멍청하며 여러분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아, 이쯤 되면 파격미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이들도 막 들떠서 책장을 넘기게 되지 않을까? 

병아리 리켄의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제동을 건다. 사실은 '차례'가 나올 차례였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하다가 차례가 무너진 그림을 보여준다. 엉뚱하지만 차례를 알아보는 게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은 계속 이렇게 튀는 구성을 보여준다. 작은 이야기마다 황당한 전개를 보여주다가 뚝 멈추더니 '끝'을 외치곤 한다. 이야기 9편을 끝내놓고 마지막에 한 번 더 강조하는 '끝'과 썩소를 날리고 있는 꼬마의 모습이라니, 보통 배짱이 아니다.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야기 몇 편만 소개해 보자.  

공주와 볼링공은 알다시피 완두콩 공주를 패러디한 것이다. 완두콩 한 알 위로 요 100장을 깔아두고 며느리를 고르는 엄마 덕분에 장가를 못 가게 된 어느 왕자님이 머리를 쓰는 것이다. 엄마 몰래 완두콩 대신 볼링공을 넣어둔 것. 요 100장을 깔았어도 알아봄직한 크기 아니던가. 요 백장 위에서 어떻게 안 떨어지는 것 따위는 묻지 말자. 그건 약속이니까.  

하여간, 나름의 임기응변으로 마음에 든 공주님과 결혼하게 된 왕자님 이야기다. 끝! 

그 다음엔 아주 못생긴 아기 오리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운 오리 새끼의 패러디다. 여기서 등장하는 아기 오리도 자기가 언젠가 눈부시게 하얀 고니로 멋지게 변신할 거라고 의심치 않았는데, 이 오리는 정말로 아주 못 생긴 오리였을 뿐이다. 변신 따위는 없었다. 이야기 끝! 

 

자기가 사실은 왕자였는데 못된 마법에 걸려 왕자인 척했던, 사실은 진짜 개구리의 공주님 입술 훔치기 대작전과, 잭과 콩나무 이야기를 패러디한 잭의 이야기다. 마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한 페이지를 읽는 기분이다. 같은 문장을 바복하면서 글자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무수한 동화들을 패러디하면서 해학과 냉정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멋진 변신과 대반전도 없다. 없어도, 그 자체로 이야기는 충분히 된다. 지나치게 해피엔딩만 강조하는 동화나라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파격미가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하게 해줬을까? 

패러디 동화책은 늘 즐겁다. 물론 원작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며 특권이다. 그러니 어린이 친구들에게도 이 책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알고서 만나야 마땅한 책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왜 이야기가 뚝 끝나는지 파악하기 힘들 테니까.  

어린이 친구들이라고 늘 예쁘고 상냥하고 멋진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도 즐길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달까. 

 

책의 뒷장 표지다. 끝까지 평범하지 않다. 앞에서부터 내리 투덜투덜 대던 수다쟁이 빨간 암탉, 이제 그만 안녕하자.  

이 책은 향기로운 이야기는 아니어도 절대로 멍청하지 않은 재미난 이야기 모음이었으니까 너무 구박하지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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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주 독특하고 재미난 책이예요.
마노아님은 어디서 이런 재미난 책을 찾아내시나요? ㅎㅎ

마노아 2010-12-24 02:05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다른 책 찾다가 없어서 간택됐는데 다행히 재밌었어요.^^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 바르게 부르는 가족 호칭책
채인선 지음, 배현주 그림 / 미세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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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카 다현양은 다섯살이다. 요새는 얼굴만 마주치면 질문을 해댄다.  

"이모, 왜 이모는 할머니더러 엄마라고 불러?" 

"이모는 왜 울 엄마한테 언니라고 불러?" 

다섯 살 아이에게는 왜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는지,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지 당최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모한테는 할머니가 엄마고, 다현이 엄마가 언니야~라고 말해 보지만, 아이가 알아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가족 관계 명칭은 어른인 나도 무지 어렵다. 직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은 그럭저럭 소화가 되지만 결혼으로 묶여서 새롭게 가족이 된 사람들을 부를 때는 한 번씩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부르는 이 호칭이 맞나? 하면서... 

이 책은 그렇게 어지럽게 느껴지는 가족 관계와 호칭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옛날이야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으니 살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이고, 친척들이 한 동네 살면서 왕래도 많았겠지만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내 경우도 외가 친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를 거의 모르고 자랐고,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친척 간 왕래도 거의 없어서 사촌 얼굴과 이름도 잘 모른다. 예전에 교생실습 나갔을 때는 어느 식당에서 몹시 낯이 익숙한 아저씨를 보았는데 누군지 못 알아차렸다가, 주방에서 나온 고모를 보고서야 사장님이 고모부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정도다. 이건 좀 심한 경우니 일반적이진 않지만, 대체로 가족 관계가 머릿 속에서 잘 안 그려져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시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가장 쉬운 관계부터 확인해 보자. 부모와 형제 자매(외동 아이 포함해서),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로 연결되는 가족 관계다. 남자 동기는 '형제', 여자 동기는 '자매', 그리고 남자 여자 섞인 경우는 남매 혹은 오누이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부모님은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엄마의 부모님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형제는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여자 형제는 고모라고 부른다. 엄마의 남자 형제는 외숙부 혹은 외삼촌이 되고, 여자 형제는 이모가 된다. 현재 나는 울 조카들의 막내 이모가 된다.  둘째 언니만 시집을 간 상태여서 조카들은 나의 큰언니를 큰 이모라고 부른다. 그러니 내게는 형부가 한 명 있고, 형부에게는 처형과 처제가 있는 거다. 

이런 명칭들은 결혼 사진 등을 보면서 정리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동글동글 참 사람 좋은 느낌의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배현주 샘. 새색시가 곱기만 하다. ^^ 

직계로 내여올 때는 1촌씩 추가하고, 옆으로 형제 자매 사이는 2촌씩 추가한다. 3촌까지는 제법 쉬운 편이다. 4촌도 그럭저럭 괜찮을 법하지만, 조부모님의 형제와 나의 관계 등 단계가 하나씩 추가 되면 상당히 헷갈려지기 쉽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의 외할아버지는 현재 네번째 부인과 살고 계시는데, 그 부인의 남동생이 현빈이 사장으로 있는 백화점의 상무로 있다. 그는 현빈의 '외외종조부'가 된다고 한다. 이 어려운 단어! 처음 들어봤다. 이렇게 복잡한 이름이 있을 줄이야! 

 

아버지의 남자 형제의 자녀를 종형제라고 부르고 여자 형제의 자녀는 내종형제 또는 고종 형제라고 부른단다. 뭐 우리는 전부 사촌으로 정리해서 부르고 있다.  

그리고 외숙부의 자녀들은 우리와 외종형제가 되고 이모의 자녀들은 이종형제가 된다. 보통 외사촌, 이종사촌 이렇게 부르는 그 관계다.  

사실 대개는 그냥 '언니, 오빠, 누나, 형'이라고 부르지 앞에 복잡한 이름까지는 붙이지 않는다. 하여간 엄마 쪽 친척은 '외'자가 붙는다는 것! 

이 책은 민규라고 하는 '나'의 가족 관계에서 뻗어나간 친가 외가 쪽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데 가족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다루며 진행하고 있다. 결혼식, 잔치, 명절 등등 말이다.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들은 바둑을 두고 있고, 며느리들은 모여서 과일 깎고 있는 설정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렇지 않은 집이 몇이나 되겠는가. 현실을 반영한 그림이다.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도 소개했는데, 사진 속 처자가 참 곱다. 저 시대에 사진을 찍었다니, 좀 사는 집이었군....생각했다.^^ 

오른쪽 사진은 민규네 가족과 민규의 돌사진, 그리고 아버지의 백일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이렇게 사진을 같이 놓아두면 얼마나 닮은꼴인지 신기한 유전의 법칙도 찾을 수 있고 전통도 느껴지고 가족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다. 이렇게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고나 세워둔 집을 여럿 보았다. 우리 집은 그럴 만한 사진이 없어서 없긴 하지만... 

아래 그림은 외증조 할아버지의 구순 잔치 모습이다. 외갓집 사람들 총출동했다. 형제 자매가 많으면 한 세대를 넘으면서 그 자녀들까지 식구들이 무럭무럭 증가한다. 가족이 화목하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도 드물 것이다.  

 

뒤쪽으로는 부록같은 구성으로 앞의 내용에서 퀴즈로 물어본 사람 찾기 정답이 들어 있고, 관계도를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이 실려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의 가족을 부르는 각각의 명칭들이 어지럽다. 그 형제 자매들이 또 각자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니 실로 복잡한 관계다.  

아래쪽은 촌수를 매겨놓은 것인데 직계 혈족의 촌수는 세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오호, 그런가? 

촌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라고 하는데 유별나면서도 각별하다는 느낌이다.  

가족만큼 따뜻한 게 없고, 가족만큼 징글징글한 관계도 없는 것 같아서 혈육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때로 불편하지만, 한해를 돌아보고 또 새해를 기다리면서 가족이 모두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은 예년과 다름 없이 올해도 하게 된다.   

몇 다리만 건너면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하는 실험도 있었는데, 우리가 남남처럼 지나치는 전 세계의 사람들도 한 124촌 쯤 되면 다 친척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마무리에서 '가족은 발견하는 거예요'라고 적어주어서 고마운 기분이다. 혹여 가족이 없거나, 잃었거나,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서로가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듯해서 말이다.

 

마지막 사진은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올해 최고의 사건, 우리 가족이 올해 바라고 바란 것, 가족의 별명 등등, 나눌 수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해보라고 한다면 아이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생각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어려운 가족 관계 명칭이기 때문에 앞의 내용보다는 뒤의 별책부록을 활용하는 게 좀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친척들이 다 함께 나온 결혼 사진을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나처럼 올케랑 새언니가 늘 헷갈리는 사람에게도 정리를 위해서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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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이 책 살까봐요,,,
가족 명칭이 헛갈려서 평소에도 미치겠는데. ㅠㅠ

마노아 2010-12-20 16:47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려워요. 한국에 시집온 외국 사람은 더 헷갈릴 거예요. 이름 부르기가 무슨 고시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지방이나 가문마다 다르니까 문제에요.결혼해서 배우자네 집안을 방문하니 촌수 부르는 게 달라서 혼란스러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마노아 2010-12-20 16:47   좋아요 0 | URL
저자 분이 그 문제로 책 쓸 때 고민했다는 얘기가 나와요. 어려운 부분이에요.^^;;

2010-12-2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내용의 두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더라고요.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 라는 책인데요. 채인선 작가의 책보다 조금 먼저 나온 이 책을 찜해두었다가 바로 채인선 작가의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어떤 책을 사야할까 결정 못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작가의 지명도가 좀 더 높아서인지, 아니면 책 내용이 훨씬 좋아서인지 이 책의 인기가 먼저 나온 책을 훨씬 앞지르고 있네요.
마노아님의 리뷰가 많이 참고가 되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 2010-12-21 13:40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와 내가 이촌이 아니라 일촌이에요? ㅎㅎㅎ
이 책도 궁금해져요. 미리 보기 보고 왔는데 채인선 작가님 책과 구성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가족의 가족- 이 책은 유용할 것 같긴 하지만 아주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맘에 쏙들었으면 별 다섯 개 줬을 거예요.^^;;;

같은하늘 2010-12-2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는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와 <가족의 가족을 뭐하고 부르지?> 두 권이 다 있는데, 아이들보다 제가 아주 잘 배우고 있다능~~ 끙~~~^^

마노아 2010-12-24 02:06   좋아요 0 | URL
오, 두 권에 대한 비교는 같은하늘님께 맡겨야겠군요.^^
 
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책은 언제나 뻔한 결말로 나아가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역시 특별하게 진행시키는 재능이 있다. 이 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른쪽 바닥의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모디캐이 저스타인이 지었고 신형건이 옮겼어요!'라고, 쫓기는 와중에도 할 말은 하고 있다. 그 뒤를 쫓는 후크 선장과, 앨리스의 토끼와 탐정, 서커스의 광대, 거위 등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그림자까지 표현되어 있으니 마치 이 책을 들여다보는 내가 빛을 쏘아주는 느낌이다. 하늘색과 노랑색의 조화도 예쁘기 그지 없다.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든다. 

 

'언젠가'라는 말이 2차원 평면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  

책 속 주인공 식구들을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는다.   

그런데 얼라! 이 시커먼 화면은 무엇인가! 

 

처음엔 책이 잘못된 줄 알고 책 미리보기까지 찾아봤다. 원래 이런 화면이다.  

그러니까 깜깜한 밤을 표현한 것이다. 밤이 지나고 새하얀 날이 밝았다. 저 어두운 침대의 주인공들이 얼굴을 내밀 차례다.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 되고, 그 덕분에 가족들이 일어난다. 저마다 기지개를 켜는 모습. 참 달콤하게 잤나 보다.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좋은 아침!을 외치는 경쾌한 가족들. 심지어 앙숙일 법한 개와 고양이도 안녕을 외치고, 어항속 물고기도 좋은 아침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여자 아이는 고민이 있다. 책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뭔지 모르겠다나.  

식구들은 저마다 자신의 직업이나 관심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서커스 광대 아빠도, 용감한 소방관 엄마도 자기 이야기만 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오빠도 빠지지 않고 심지어 개와 고양이, 물고기마저도 모두 제 얘기라고 강조한다. 그 와중에 우유가 쏟아지고 의자가 넘어지는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만 빼고 모두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소외감을 느끼는 주인공. 그리하여 다음 쪽으로 떠나보았다. 거기서 만난 큰 거위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독자의 존재! 

독자가 뭐냐고 물으니 위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독자를 보고 화드득 놀라는 꼬마 아이! 우리더러 빵빵한 덩어리라고 한다. 아, 식은땀 나네...;;;; 

 

아무튼 그리하여 이야기 찾아 삼만리를 떠나는 우리의 주인공! 

거위가 안내한 다음 쪽에서는 황금 알도 나오고 뽀뽀 해달라고 요구하는 개구리도 있고, 과자로 만든 집도 등장한다. 유리 구두를 내미는 임금님도 계시고 이름을 맞춰달라고 떼 쓰는 숲의 요정도 있다. 죽그릇을 내미는 곰 가족과 콩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소년, 혀를 낼름거리는 늑대까지... 이야기가 한가득이지만 그건 모두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다음 쪽으로 넘어간다. 

그리하여 만난 건 탐정 양반. 하지만 어지러운 발자국의 단서가 좌욱이 깔려 있는 이야기 공간은 무섭기만 하다. 소녀는 달아났다.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소녀를 끌어당기는 커다란 흰토끼! 

하지만 여기서 끌려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말 테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소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이크! 해적선이다. 바다도 무섭고 역사 소설 속 공간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 

대체 소녀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어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지구 안에 있는 것은 맞을까? 

 

그래서 가봤다. 우주까지! 

아침에 만났던 오빠는 벌써 자라서 우주 비행사가 되어 있다. 책 속에서는 단 몇 쪽 만으로도 어른이 될 수 있다나. 놀라운 세상이다.  

하지만 소녀는 알고 있다. 자신은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토끼 굴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다.  

추리 소설이나 동화 속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뭔지, 그 정체를 알 것 같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자. 식구들에게 중대 발표를 해야 한다.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의 주제를 식구들에게 알려준다. 모두들 호기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도 알려줬다. 식구들은 모두 멋지다고 환영해 주었다. 

대체 소녀가 말한 소녀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소녀는 이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라고 해당 대사는 잘랐다!(쿵!) 

이제 소녀는 잘 시간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잘 수 있게 책을 덮어달라고 한다.  

아핫! 책을 덮어야 저녁이 오고 소녀가 잠들 수 있겠지? 바로 저 시커먼 그림처럼....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크고, 소녀의 당찬 깨달음은 더 반갑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동심을 가진 모디캐이 저스타인이 신기할 지경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좋아할 책을 또 만났다. 흥분을 동반하는 즐거움이 몰려온다. 맛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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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이 책도 독특한 구성으로 재미나요.^^

마노아 2010-12-24 02:06   좋아요 0 | URL
역시 모디캐이 저스타인답다고 생각했어요. 실망시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