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왕자 웅진 세계그림책 2
첸 지앙 홍 지음, 윤정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2월
절판


깊은 숲속에 살던 어미 호랑이.
사냥꾼들에게 새끼들을 잃고 마음 속에 미움과 슬픔이 가득차 버렸다.
이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 어귀를 맴돌다가 집을 부수고 사람과 가축도 먹어 치웠다.
하지만 그런 공격적인 모습으로도 괴로움은 달래지지 않았다.
슬픔에 싸인 호랑이는 또 다른 마을을 습격하고 다음 날은 또 다른 마을을 짓밟았다.
밤마다 두려움에 휩싸인 비명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왕은 호랑이를 치기 위해서 군사를 모았건만 대나무 막대기와 돌멩이로 앞날을 내다보는 라오라오 할멈은 군사행동을 반대했다.
호랑이의 마음을 달래는 길은 왕자님을 바치는 것 뿐이라 한다.
하지만 왕자님께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왕과 왕비의 고민은 컸지만 결국 왕자를 호랑이에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왕자는 한참을 걷고 또 걷다가 잠이 들었다.
호랑이는 왕자 웬을덮치려다가 자기 새끼 생각에 그맘 멈칫하고 말았다.
오히려 웬을 포근하게 감싸준 어미 호랑이.
잠에서 깬 웬은 보따리에서 먹을 것을 꺼내어 호랑이에게 나눠주었고,
궁궐에서 추는 북춤을 보여주기도 했다.
호랑이는 웬을 자기가 사는 곳으로 인도했다.
깊은 숲 안에 펼쳐진 별천지.
그림 상으로도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듯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호랑이와 웬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웬이 호랑이의 엉덩이에서 화살 자국을 발견했을 때 소스라치게 몰라며 깬 호랑이가 역정을 냈던 것이다.
상처가 연상 시킨 인간들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겁먹은 웬의 두 눈에서 잃어버린 새끼들의 눈빛을 떠올리고 말았다.
호랑이는 다시 순해졌고 어미의 마음을 되찾았다.
오히려 놀란 웬을 달래주려고 부드럽게 물어 올리는 어미 호랑이

시간이 흘렀다.
호랑이는 다시 마을을 공격하지 않았고 밤낮으로 웬을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웬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웬은 숲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게 되었다.
아이의 눈매에서 자연을 겪고 살아온 강인한 인내와 정신력이 보인다.
하지만 왕자를 보내놓고 눈물로 세월을 보낸 왕과 왕비는 그런 웬의 변화를 알 리가 없다.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다시 군사를 모으고 숲으로 들여보냈다.
군사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불을 질렀고 웬과 호랑이는 궁지에 몰렸다.
이에 앞으로 나서며 호랑이를 보호하는 웬!

다행히 왕비는 아들을 알아보았고 호랑이와 사람들 사이의 중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웬은 어미 호랑이 곁을 떠나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웬에게 있어서 호랑이는 또 하나의 어머니였다.
호랑이에게서 배운 지혜를 가지고, 이제는 왕자로서 궁에서 배워야 할 지혜를 익힐 차례가 온 것이다.
둘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웬은 영영 이별을 한 게 아니었다.
해마다 어미 호랑이를 만나러 왔고 호랑이도 웬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웬은 아주 어린 아이를 데리고 숲에 왔다.
누굴까. 웬의 아들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 왕자를 어미 호랑이에게서 살아있는 교육을 시키려는 것이다.
진정, 궁극의 '호랑이 왕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를 이어서 말이다.

작가는 중국 사람인데 프랑스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품도 불어로 된 것을 번역한 것이다.
사진은 '어미 호랑이'라는 이름의 청동상을 그린 것이라 한다.
중국 은나라 말기의 것으로 프랑스 파리의 세르뉘시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작가 첸 지앙 홍이 이 청동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쓴 것이다.
중국의 전설 중에도 호랑이가 키웠다는 지웬이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 하니 전설과 창작이 잘 버무려진 예라고 하겠다.
칙칙하니 검은 표지가 비호감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 왕자 웬을 달래는 어미 호랑이의 모정이 느껴진다. 선 굵은 그림체가 그림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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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렁 뎅 둥그렁 뎅 우리시 그림책 13
김종도 글.그림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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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365 추천도서였다. 호감이 가서 구입했는데 기대를 만족시켰다.
때마침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더 적절한 타이밍!
추석이었다면 밝은 달이 더 안성맞춤이겠지만, 정월대보름도 멀지 않았으니 그럭저럭 구색도 맞겠다.

이 책은 전래동요를 동화로 옮긴 것이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새삼스럽지만 우리 말이 아름답다.
정말 달이 둥둥 떠 있는 정경이 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멀리서 잡은 숲속 풍경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깊은 숲 속으로 확 빨려들어간다.
그러자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착각이 인다.
둥둥둥둥...

북을 치며 노래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림자만 봐서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여우나 늑대 정도?
암튼 구성진 노래를 들어보자.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기-니 우편배달로 돌려라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황새가 재주 한 바퀴 도니 우편배달부로 변신한다. 구미호도 울고 갈 실력이다.

물새란 놈은 빛깔이 고우니 남사당 춤패로 돌리고
까치란 놈은 집을 잘 지으니 공사판 목수로 돌려라~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변신 끝낸 황새는 고수의 뒤에서 따라오고 새로이 변신할 녀석들은 앞에서 등장한다.
배경은 연필로 곱게 그리고, 등장하는 동물들은 먹으로 그림자를 표현한다.
겹쳐서 그린 정성스런 배경과 캐릭터들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밤새도록 산을 넘으며 춤을 추고 북을 울리고 변신을 한다.
그림에는 변신 하기 전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동물인지 그림자로 맞춰보자.
이 동물들이 어떤 인물로 변신하면 좋겠는지
각각의 특성을 생각해서 짐작해 보자.

힘 좋은 곰과 잘 달리는 토끼,
수다쟁이 개구리와 땅 잘 파는 두더지,
게다가 맹수의 제왕 호랑이에겐 어떤 직업군이 어울릴까?

이번 그림은 변신 완료한 동물들의 그림자다.
짐작한 직업으로 변신했는지 확인해 보시라.
맞았을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게 뭐 중요하겠는가.
저 둥그런 달빛 아래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게 춤사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누가 등장하든지 노래 가락 늘려가며 얼마든지 이어서 부를 수 있다.
저 달이 다 지도록 길고 긴 밤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

책의 맨 뒤에 원전으로 사용한 전래동요를 실어주었다.
원구절의 동물들과 이 동화책의 동물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림으로 표현하기 곤란하거나 너무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은 사용하기 좀 곤란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를 해도 흥이 난다. 저마다 타고난 기질과 재주가 반영되어 지금의 내 모습으로 빚어졌다고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운명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지만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벅차고 매우 감사하기도 하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와 '수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노래 시디도 같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구성져서 놀랄 수도 있을 테지만....

아쉬운 대로 스스로 노래를 상상해 보며 운율을 느끼면서 북소리를 내보자.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뎅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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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림도 좋더니,,,
시까지 있으니 너무 좋네요. 아아 이쁘당............. ^^

마노아님,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

마노아 2011-02-01 13:18   좋아요 0 | URL
둥그렁 뎅뎅~ 어감도 참 좋지요? 절로 어깨춤이 나요.^^
마녀고양이님도 연휴 즐거이 보내시고 스트레스는 꼭 퇴출시키셔요.
새해 복 만땅 기원합니다.^^
 
농기구 겨레 전통 도감 4
이순수 지음, 김경선 그림, 토박이 기획 / 보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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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촌사람인 나는 농사 관련 그림은 조선 시대 유물 사진 보는 것만큼이나 낯설다. 비록 그게 세밀화여서 좀 더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다가오는 책일지라도...

두툼한 양장본의 이 책은 무게감이 꽤 크다. 어릴 때 헌책방에서 사온 달랑 세 권짜리 백과사전은 외피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들었지만, 이런 그림의 이런 질감의 책은 책장에서부터 이미 빛이 나서 꺼내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시킨다.

먼저 농사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달부터 농사 일은 어김 없이 시작을 알린다. 그 대략의 흐름을 전체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이 그림 속의 온갖 물건들은 앞으로 등장할 자세한 세밀화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다양한 도구들이 동원된다.
직접 만져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이름을 알고 생김새도 아는 것들은 패스해 보자.
게 중 재밌어 보이는 게 바로 이 오지장군과 나무장군.
뭐에 쓰는 물건 같은가? 두 녀석은 오줌이나 똥을 담아 옮길 때 쓰는 그릇이다.
인분을 거름으로 쓰는 것은 아주 탁월한 전략이었다.
유럽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던 훌륭한 농사 기술이었다.
요즘은 식생활이 워낙 인스턴트화 되어서 인분은 모아도 거름으로 쓰기 어렵지만...

요건 뭘까? 쇠신이다. 쇠로 만든 신이 아니라 소가 신는 신이다.
소 발굽은 단단하고 두꺼워서 신을 신겨줄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소가 지나가는 길바닥이 워낙 험해서 말이다.
쇠신은 짚으로 만든다. 밑이 두툼하고 앞코는 소 발굽의 갈라진 틈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앞발에만 신기는 이유는 뒷발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앞으로 전진시키는 건 앞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뒷발까지 신기면 움직임이 너무 둔해지고 무게를 많이 받아 신이 얼마 못 버틴다.
비탈길을 올라갈 때는 마찰력 때문에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해주고,
여름엔 뜨겁게 달구어진 자갈길에서 발을 데지 않게 하고,
요즘처럼 눈 쌓인 빙판 길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논밭을 갈 때는 신기지 않는다. 일할 때 방해를 받기 때문.

쟁기 달고 밭 가는 소의 모습이다.
그림은 심플해 보이는데 온갖 명칭들이 저 안에 담겨 있다.
술, 성에, 한마루, 보습, 볏, 봇줄, 물추리나무, 멍에, 뱃대끈, 한태 등등
뭔가 생뚱한 표정의 소를 보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이 생각난다. 끝내 함께 살처분될 운명이었음에도 끝까지 젖을 먹인 소도 생각나고...;;;;

윗 그림은 '거적'이고 아랫 그림은 '멍석'이다.
따로 보면 같은 거라고 착각하기 쉽게 생겼다.
하지만 거적이 훨씬 성기게 엮여 있고 멍석이 좀 더 촘촘하다.
쓸모가 많은 거적이지만 한두 해가 지나면 헐고 삭아서 더 이상 깔개로 쓰기 어렵다.
멍석은 윷놀이 할 때 참 좋다. 아, 그러고 보니 윷놀이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조카들에게 윷놀이를 가르쳐줘야겠다. 윷을 어디다가 보관했더라???

온갖 연장 모아봤다.
거름 주는 연장, 흙 다루는 연장, 씨 뿌리는 연장, 물 대는 연장, 김매는 연장, 거두는 연장...

찣거나 빻는 연장, 갈무리 연장, 나르는 연장, 그 밖의 연장, 축산 연장 등등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본 연장은 호미랑 낫, 도끼 정도. 유적 발굴 아르바이트 할 때 썼던 것들이다. 추가하자면 톱이랑 삽도 있다.^^

한 번에 다 읽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량인데 그림만 휙휙 넘기다가 궁금한 것들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는 정도로 접근하면 좋겠다.

이 책은 설 선물로 큰 조카에게 줄 생각이다. 내 책꽂이에서 언니가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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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3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소하네요....... 저야 말로 사서 공부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
좋은 선물이네요!

마노아 2011-01-31 23:47   좋아요 0 | URL
겨레 전통 도감 시리즈들에서 배울 게 많아요. '국악기' 편도 기대해 주세요.^^

무스탕 2011-01-3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마노아님 책꽂이의 절반 이상은 조카용으로 채워져 있을걸요? ^^

마노아 2011-01-31 23:47   좋아요 0 | URL
으하핫,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게다가 조카용으로 사서 점점 내 소유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ㅎㅎ
 
머리가 요랬다 조랬다!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 베틀북 / 2008년 2월
절판


키타무라 사토시의 책들을 무척 재밌게 보아서 중고샵에서 발견하고는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다. 도착해 보니 가면 놀이 용도의 보드북이었다. 꽤 사이즈가 큰...
다현 양이 이제 여섯 살이 되었으니 이 책 갖고 놀기에는 좀 자라지 않았나 걱정이 들었는데, 조카는 '달님 안녕'에 열광하는 분위기라고 해서 아직 늦지 않았구나... 안심해 버렸다.^^

파티 당일 잠에서 깬 사자는 거울을 보고 깜딱! 놀랐다.
머리 스타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발소인지 미용실인지를 갔는데, 머리 손봐줄 헤어 디자이너는 기린 선생님!

자칭 파티 전문 미용사라는 기린 선생은 다양한 스타일로 사자의 머리를 만져 주었다.
봄처럼 화사한 민들레 머리,
정원 파티에 딱 좋을 들쭉날쭉 새집머리,
바닷가 파티에 어울릴 법한 철썩철썩 파도 머리에
바다에 빠져도 문제 없을 총총 땋은 오징어 머리까지 다채롭기 그지 없다.
사자의 표정은 약간 얼 나간 상태.
구멍이 뻥 뚫려 있고 고정된 뒷그림에 머리 스타일과 배경만 바뀌는 거니 그럴 수밖에 없다.
기린 선생의 솜씨를 좀 더 보자.

식당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스파게티 머리와
침이 꼴깍 넘어갈 아이스크림 머리,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한 로켓 머리까지!
범 우주적 헤어 스타일이라 하겠다.

과연 사자는 어떤 머리로 파티에 참석했을까?
나만의 머리 만들기 노하우도 가르쳐 주고 있다.
도화지에 구멍을 뚫고 주변을 멋드러지게 장식하고서 얼굴 앞에 대보면 완성!
아주 간단하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다현 양에게 도전해 보라고 하면 딱 좋겠다.
스케치북을 북 찢어서 가운데 원을 도려내고, 주변을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색칠하는 거다. 무얼 그리고 싶은지, 뭘 만들고 싶은지 궁금해진다.

별머리를 하고서 파티의 주인공이 된 사자 친구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다현양 가면 등장!
세계는 내 친구 시리즈의
가면 쓰고 어흥,
가면 쓰고 춤춰요,
모자 쓰고 인사해요-도 같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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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종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1
헤르베르트 홀칭 그림,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3월
구판절판


왕도둑 호첸플로츠로 유명한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글이다. 작가 때문에 독일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용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옛날 러시아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쟁기가 무언가에 부딪히는 걸 느꼈다.
땅바닥에 드러난 청동 고리가 빼꼼 보인다.
끙차~ 꺼내보니 이렇다.

세상의 그 어떤 종보다도 크고 무거운 청동종.
마을 사람들은 청동종의 출현을 기적으로 보았다.
나무탑을 지어 청동종을 매달았다.
종에 새겨진 무늬는 용을 무찌르는 성자 게오르기다.
청동종은 일 년에 열두 번, 마을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울렸다.
커다란 종소리는 이웃 마을까지 울려 퍼졌고,
종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걱정을 잊게 하고 외로움을 달래주고, 병을 가볍게 해주고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놀랍고도 신비한 청동종.
이제 청동종은 그 소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었다.

소문은 널리 퍼져 욕심 많은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인상부터가 딱! 욕심쟁이라고 적혀 있다.
황제의 화려한 궁 무늬, 옷의 장식, 머리의 관 등이 인상적이다.
이런 게 러시아 스타일이구나.
황제 옷에 있는 성직자들 그림은 러시아 정교의 성자들이겠지?

황제는 명을 내려 청동종을 자신의 성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병사들이 튼튼한 수레에 청동종을 실어 말 여섯 마리로 하여금 끌게 했다.
하지만 수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황제는 황소 열두 마리로 수레를 끌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뼘도!

말도 못해내고 황소도 아니 되고, 이번엔 병사들까지 동원했지만 누구도...
무엇도 청동종이 담긴 수레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이건 청동종의 의지라고 할 수밖에.
황진이의 집앞을 떠나지 않았다는 관이 생각난다.
하지만 황제는 청동종을 달래거나 설득할 생각이 없다.

나를 위해 울릴 수 없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울려서는 안 된다는 게 황제의 생각!
딱 생긴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을 지는 안 봐도 구만 리!

그렇지만 청동종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처음 청동종을 발견했던 이반은 잘게 부서진 청동 조각을 다시 원래 있던 들판에 묻어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들판에 작고 귀여운 청동종이 가득한 게 아닌가.

이반은 청동종을 모두 주어와서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말들이 썰매를 끌고, 그 말과 썰매에는 작은 청동종이 달려 있다.
커다란 청동종이 울리던 소리보다는 작을 테지만 끊임 없이 쉼 없이 곳곳에서 청동종의 은은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이다.
황제는... 배아파서 죽겠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썰매를 끄는 것도 러시아답다.
그림을 통해서 러시아 사람들의 복장도 눈여겨 볼 수 있고 전통 문양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판화로 제작한 그림처럼 보였는데 판화 그림이라는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안 한 건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부러 투박하게 표현해 낸 그림이 추운 나라의 소박하고 정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걸맞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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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1 그 이상을 주는 독!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2-02 20:12 
    얼마 전에 읽은 '청동종'을 연상시키는 우리의 옛 이야기다.어느 마을의 순박한 농사꾼 하나가 밭에서 큰 독 하나를 파내었다. 딱히 볼품도 없었던 평범한 독이었지만 이 독은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 바로 1+1 대박 생산 능력이라고 하겠다.괭이 자루 하나를 넣어놨더니 독 안에 똑같은 괭이 한 자루가 더 있는 게 아닌가. 놀라서 괭이를 꺼내 보면 그 안에 괭이가 또 있다. 오오, 심봤다!!!옆전 한 닢으로 실험을 해보아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대
 
 
무해한모리군 2011-01-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화책은 뭔가 색감이 환상적이예요!
인쇄술이 저어릴때보다 정~~~~~~~말 발달했나봐요.

마노아 2011-01-24 17:19   좋아요 0 | URL
그림에 매료되어 자꾸 그림책을 찾게 되나봐요. 은근 중독성이 있어요.^^

책가방 2011-01-2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제 자신이 만백성 중의 한사람이 되어야 함을... 왜 모를까요..??
그리하면 함께 나눌 수 있을텐데.. 작은이야기 큰 깨달음입니다...^^

마노아 2011-01-26 01:37   좋아요 0 | URL
황제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제 손에 쥐고서 자기 혼자서만 좋은 걸 독점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교훈이 되었으면 해요. 나누면 저렇게 기쁨 두 배의 갑절의 갑절인데... 사람이 어리석어 그걸 모를 때가 많아요.^^;;

카스피 2011-01-2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서 황제가 저런 모자를 쓰는것은 대체로 타타르족의 지배를 받던 시대나 그 이후 같네요.영화 이반 뇌제에서 이반 4세가 저런 모자를 쓴것을 본 기억이 얼핏 납니다.
그리고 황제 옷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기독교 성자들로 저런 그림을 이콘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이콘은 슬라브족이 많이 믿는 그리스 정교의 독특한 기독교 미술이지요^^

마노아 2011-01-26 01:38   좋아요 0 | URL
오, 전문적인 이야기! 영화 이반 뇌제는 재밌나요?

카스피 2011-01-27 01: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