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Fly Guy! (Fly Guy #1): Volume 1 (Hardcover) Fly Guy (Hardcover) 1
테드 아널드 지음 / Cartwheel Books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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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에 받았던, 조카를 위한 책이다.^^

익숙한 생김새를 가진 이 책의 주인공은 fly! 파리다.
파리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뭔가 식욕을 자극하는, 끈적끈적한 별미를 찾는 중이다.

그리고,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이 찾고 있는 것은 Amazing Pet Show에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애완동물이다. 나름의 낚시도구 등을 갖고서 출동하는 소년!

그리고 마침내 마주쳤다.
파리와 소년이!
소년은 파리를 유리 병에 담아 놓은 채 찾던 애완동물을 갖게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파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가!
그리하여 인상 팍 쓰고 한 마디 찍 뱉어주었다.
Buzz!!
파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소리를 낸 거지만 공교롭게도 소년의 이름이 버즈였지 뭔가!
소년은 크게 놀랐다. 세상에나,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애완동물이라니, 이렇게 똑똑한 친구를 어디서 또 보겠는가!

잔뜩 흥분한 소년은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도 자랑질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쿤둥한 반응. 파리는 애완동물이 될 수 없다나.
게다가 파리채까지 휘두르시지 뭔가!
졸지에 낙잡 파리가 되어 비명횡사하게 생긴 우리의 스마트한 파리!
또 다시 위급한 상황에 제가 할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Buzz!!
오오, 부모님의 표정이 급 변하신다.
이 파리는 보통 파리가 아니라 수염 한올한올이 특별한 스마트 파리였던 것!

이제 파리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다.
'Fly Guy'라는 멋진 이름도 갖게 되었고
유리병 가득 점심도 제공 받았다.
끄억~ 트림도 거하게 질러보는 파리!

그리고 마침내 참가하게 된 Amazing Pet Show!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크게 웃어 젖히고 말았다.
다른 참가자들도 푸훗! 웃고 만다.
한 순간에 웃음거리가 된 소년과 파리.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갖고 있는 모든 재주를 선보일 차례!
판타스틱한 공중 곡예도 선보이고
모두를 깜짝 놀래켰던 이름 말하기 재주도 보여줬다.
하지만 통하질 않는다.
파리는 애완동물이 될 수 없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
이젠 버즈 뿐 아니라 Fly Guy도 자존심이 상한다.
이번엔 좀 더 통 크게 날아보았다.
높이, 높이, 더 높이! 하늘을 뚫고 올라가듯 비상하는 Fly Guy!
그리고 그대로 자유 낙하하여 유리병 속으로 골인!!
오옷, 이런 재주를 가진 파리를 또 어디서 본단 말인가!
이젠 심사위원들도 딴지를 걸 수 없다.

만장일치로 쇼의 우승을 거머쥔 버즈와 Fly Guy!
이로써 Fly Guy는 명실공히 가장 스마트한 파리가 되었다는 전설~
그 후 둘의 우정은 아주아주 깊어졌다는 후문이 있다.

쉬운 영어 문장으로 구성된 짧은 이야기다.
게다가 파리의 활약이 눈부신 재미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과 친구가 된 파리 이야기를 접하니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함께 떠오른다. 심형래도 파리 시리즈로 한 동안 사람들을 많이 웃겼고, 영화의 소재에도 파리가 곧잘 쓰였는데 그러고 보니 인간의 생활과 많이 밀접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생적으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친구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 속의 파리 친구는 꽤 유쾌하다. 게다가 스마트하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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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애완동물 파리라니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한걸요.
인상 팍 쓰고 내뱉은 단어가 소년의 이름...푸하하.
유머러스하면서도 메시지가 들어있어 참 좋아요.
가만 우리 동화책에도 이런게 있던가?

마노아 2011-02-12 20:32   좋아요 0 | URL
재밌는 이야기죠? 다음 편도 읽어봤는데 역시 재밌어요. 리뷰를 더 써야겠어요.^^
우리 동화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을 법한데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뭐가 있을까요..^^

자하(紫霞) 2011-02-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메이징한 파리입니다 그려~~^^

마노아 2011-02-12 20:32   좋아요 0 | URL
어메이징하고 나름 큐트한 파리예요.ㅋㅋ

순오기 2011-02-1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파리군요.ㅋㅋ
하이타니 겐지로가 그려낸 파리박사 데쓰조에 버금가는 버즈 군에게도 박수를!^^

마노아 2011-02-12 20:32   좋아요 0 | URL
대단한 파리 씨예요. 데쓰조에 버금가는 버즈 군도 만만치 않아요.^^

L.SHIN 2011-02-1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병 가득 들어가 있는 핫도그를 보면서, '저걸 다 먹어야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웃음)

마노아 2011-02-14 11:47   좋아요 0 | URL
먹는데 3박 4일도 더 걸릴 거예요. 어쩌면 그 전에 핫도그가 먼저 상할지도... 하지만 파리는 상한 핫도그도 진수성찬으로 느낄 거예요.^^ㅎㅎ

따라쟁이 2011-02-1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일단 원서.. -ㅁ-;;(이딴 소리나 하고.. )

마노아 2011-02-14 18:11   좋아요 0 | URL
와우, 나 원서 읽는 여자 사람...ㅋㅋ(막 이딴 답글이나 달고...;;;)

2011-02-16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6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악기 겨레 전통 도감 3
안미선 글, 임희정.이종민 그림, 토박이 / 보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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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농기구' 편보다 종이가 훨씬 두껍다. 마치 도화지를 넘기는 기분이다. 보통 미술 관련 책들은 확실히 종이 질이 좋기는 했다. 이 책은 음악을 미술로 표현해 낸 거니까 좋은 종이를 쓴다는 게 흠이 될 이유가 없다.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풍물놀이/산조/풍류음악/군례악/제례악/연례악/종교 음악/그 밖의 옛 악기로 구성되어 있고 그 뒤로는 국악 길잡이, 국악 용어 표준안 등의 부록이 실려 있다.

또 안으로 들어가면 악기를 소개하고, 연주법과 관련된 이야기, 비슷한 악기 등을 더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에 등장한 악기는 꽹과리와 갈고다. 꽹과리는 보통 알 것이고, 갈고만 설명하자면 얼핏 장구와 크기도 생김새도 비슷한 악기다. 차이가 있다면 장구는 한쪽은 두꺼운 소가죽으로 메우고 다른 한쪽은 얇은 말가죽으로 메우는 데 갈고는 양쪽 다 얇은 말가죽으로 메웠다는 것이다. 또 북채 대신 양손에 대나무 채를 들고 친다. 그래서 갈고를 양장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왼쪽은 해금이다. 어느 꽃청년이 배운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도 잘 배우는지 궁금하다.^^
단 두줄 뿐이건만 소리의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악기다. 깽깽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기.
나로서는 '얼후' 때문에 해금에 관심이 생겼었다. 나를 이승환 빠로 만들어버린 6집 앨범에 '당부'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에 대만의 국보급 얼후 연주자가 등장한다. 그 소리가 너무 고와서 비슷하게 생긴 해금도 눈여겨 보게 된 것이다. 나의 지인은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직접 얼후를 배우기도 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데 소리가 어찌나 큰지 화들짝 놀랐었다. 해금 소리도 못지 않을 테지?

오른쪽 그림은 양금이다. 쇠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서양금'이라고도 부른다.
아주 먼 옛날에 양금은 아라비아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였는데 유럽으로 전해져서 널리 쓰이고 명나라 때 마테오 리치에 의해서 중국에 전해지고 다시 조선에 들어왔다고 한다.
사다리꼴 모양의 양금은 특이하게도 뚜껑도 있다. 뚜껑을 엎어 놓은 다음 그 위에 몸통을 올려놓고 연주한다. 열하일기에도 양금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취타 편성 악기, 종묘 제례악 편성 악기, 그리고 문묘 제례악 편성 악기를 한 장으로 모아봤다.
종묘 제례악 문묘 제례악은 악기 편성이 조금 다르다.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을 종묘 제례악이라고 한다. 여기에 쓰이는 음악은 세종 대왕 때 만들었다. 선왕의 제사에 우리 음악이 아닌 중국 당악을 쓰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손수 제사 음악도 만든 것이다. 정말 재주 많은 임금이 아닐 수 없다.

문묘는 공자의 위패를 모신 곳인데 이곳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문묘제례악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문묘를 만들어 놓고 해마다 음력 2월과 8월에 제사를 올리면서 연주한다고 한다.

특이한 악기들을 모아보았다. 왼쪽의 악기는 '방향'이다. 쇠를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중국 양나라 때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때부터 썼다 한다. 두께가 다른 쇠붙이를 이용해서 음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실로폰을 치는 느낌이 나려나?

오른쪽의 항아리 같이 생긴 악기는 '부'다. 열 개 또는 열두 개를 한자리에 놓고 연주했다고 한다. 두께와 높이가 다를 것은 자명. 지금은 문묘제례악 연주시 댓돌 아래에 하나만 놓고 두드린다 한다. 두드리는 채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서 만든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소'다. 서양의 팬파이프와 닮았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시대부터 소를 불었다 한다.
고구려의 옛 무덤 벽화에도 소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하는데 벽화 사진도 실려 있었음 좋을 뻔 했다.
이 악기도 지금은 문묘제례악을 연주할 때만 쓴다고 한다.

금두꺼비처럼 생긴 오른쪽 악기는 '어'라고 한다. 두드리거나 긁어서 소리를 낸다. 지금은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연주시 사용된다.

어는 음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악기다.
어는 나무를 호랑이가 엎드린 꼴로 깎아 만들었는데 등줄기를 톱니 모양으로 오돌토돌하게 깎았다. 모두 27개인데 대나무 끝을 아홉 조각으로 갈라 만든 채 '견'으로 훑으면서 소리를 낸다.

왼쪽의 신기하게 생긴 저 악기는 '축'이다. '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축을 칠 때 나는 나무 절구질 소리를 나타낸 것이다.
어와 반대로 축은 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옆의 볼링공처럼 생긴 저 악기는 '훈'이다.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낸다.
진흙이나 기와 만드는 흙으 랏용해서 만드는데 다 빚고 나서 위쪽에 취구를 낸다.
들어보지 못했는데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로 낮고 부드러운 음이 난다고 한다.

공후는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낸다. 서양 악기 하프와 닮아 있다.
공후는 생김새에 따라 구분한다.
누운 모습의 와공후, 반듯하게 선 모습의 수공후, 그리고 약간 길면서 굽은 모습인 소궁후와 대공후가 있다.
소공후와 대공후는 똑같이 생겼지만 줄의 개수가 다르다. 소궁후가 13, 대공후가 23이다.
그러니 그림의 공후는 소공후다. 바로 이 악기가 고조선의 노래 '공무도하가'에 등장한 그 녀석이다.
이상은의 노래 '공무도하가'가 떠오른다. 한동안 꽤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

이밖에도 접해보지 못한 많은 다양한 국악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모른다는 것에 놀라고 부끄럽고 그랬다. 우리 음악을 '국악'이라고 부르고 서양 음악을 그냥 '음악'이라고 명칭하는 세태를 반영한 흔적이기도 하다.

내가 갖고 있는 겨레 도감 시리즈는 농기구와 국악기 뿐인데 다른 시리즈도 궁금증이 미친다. 궁금해 미치게 만드는 폭발적인 반응을 주긴 어렵지만 차분히 공부하며 들여다 보기 좋은 양질의 책들이다.

좀 더 재미를 반영하고 싶다면 낮은산에서 나온 '흘러라 우리 음악'을 추천하고 싶다. CD도 들어 있기 때문에 들으며 감상하기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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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2-0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금이 왜 깽깽이인지 실감중입니다 ㅠ.ㅠ

마노아 2011-02-04 12:40   좋아요 0 | URL
이름 대박 잘 지었어요.^^;;;

2011-02-0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2-08 13:16   좋아요 0 | URL
수정했어요. 고마워요.^^

순오기 2011-02-0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악기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책이네요~
우리 교육이 외면한 우리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보리의 겨레전통도감 시리즈 참 좋아요~
이런 건 소장해야 되는데~ 탈춤 하나만 갖고 있어요~ 리뷰는 안 썼지만.

마노아 2011-02-08 13:16   좋아요 0 | URL
오, 탈춤도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울 게 많은 시리즈예요.^^
 
여왕 기젤라 풀빛 그림 아이 36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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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가젤라'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기젤라'였다.
내 기분에 '가젤라'가 더 어감이 좋은데, 원작이 기젤라이니 어쩔 수 없지.

아래 글자는 미어캣들이 만들어낸 조합이다.
konigin 기젤라라고 적혀 있는데 konigin이 뭔가 싶어 검색해 보니 독일어로 왕비라고 한다. 여왕 기젤라를 독일어로 썼나 보다.

이 책은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방학을 맞이하여 아빠와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난 딸내미.
두 사람은 바닷가 바로 옆 커다란 호텔에 묵게 되었다.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뗏목을 타고 나가 쉬기도 했다.
어쩐지 그림이 좀 침침해서 무척 추워 보이긴 하지만...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었고,
아빠는 밤마다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왕 기젤라' 이야기를...
그야말로 복에 겨운 소녀의 이야기인데, 아이가 듣는 기젤라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기젤라는 어린 소녀였는데 몹시 부자였다.
혼자서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서 호화 여객선을 탔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갔다가 폭풍으로 배가 가라앉아 버렸다.
물 위에 뜬 커다란 궤짝 하나에 매달려 기젤라는 바다를 표류했다.
그러다가 눈을 떠 보니 어느 섬에 닿아 있었다.
섬은 아름다웠고 먹을 것도 충분했다.
게다가 특별한 존재들도 있었으니, 바로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미어캣들이다.
미어캣들은 기젤라를 위해서 세숫물을 대령하고,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쉴 집도 마련해 주었다. 기젤라가 심심하다고 하면 자체 공연까지도 즉석에서 뚝딱 해내었다.
평범한 사고 구조라면 기젤라가 불행중 다행으로 행운을 만나 고마워했겠다고 여기겠지만, 제목처럼 '여왕' 기질을 갖고 있는 기젤라는 그렇지 못했다.
변덕 부리기 일쑤였고, 명령을 즐겼으며, 구분하기 쉽게 미어캣에게 이름표를 붙여 턱으로 부려 먹기 시작한 것이다.

놀고 먹고 자고 심술 부리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던 기젤라.
자칭 여왕 기젤라는 점점 더 도를 넘게 된다.
여왕 대관식을 마련해 놓으라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대관식 때 입을 줄무늬 비키니를 미어캣 가죽으로 만들어 오라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얼마 전 질좋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채로 털가죽을 벗겨내는 현장 보도로 국민을 깜딱 놀라게 한 뉴스가 있었다. 현장은 보지 못하고 글로만 읽었는데도 아찔해서 식은땀이 났더랬다. 그런데 그걸 당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이 오만방자하고 건방진 여왕을 어쩌면 좋은가.
하지만 미어캣들이 늘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기젤라가 구분하지 못했지만 미어캣들은 훨씬 훨씬 숫자가 많았다.
그들은 이름표를 바꿔 달면서 돌아가며 시중을 들었던 것이다.
한계에 다달은 미어캣들은 여왕 전복을 계획한다.

며칠 동안은 평소와 다름 없이 지나갔다.
기젤라는 마사지를 받았고, 머리 손질도 받았다.
미어캣들이 끄는 마차에 타고 대관식장에도 도착했다.
만찬을 대접 받았고, 자신의 보좌에 앉아 왕관도 머리에 썼다.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언제나 금물!!!
미어캣들은 기젤라를 뗏목에 묶은 채 바다로 흘려 보냈다.
그녀가 왔던 곳으로 다시 보내준 것이다.
영원히 바다를 떠돌라는 저주를 걸면서...

이쯤 읽고 나서 흠칫했다. 동화책에 '저주'라는 단어가 나오니 이건 잠 자는 숲속의 공주 저주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물론, 기젤라는 혼쭐이 날 짓을 했지만 말이다.


나로서는 이야기를 쭈욱 이어서 설명했지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는 딸내미는 아버지가 밀고 당기기를 잘해서 여러 날에 걸쳐서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대목에서, 극적인 긴장과 반전을 노리며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이야기를 읽어내는 그 과정이 몹시 흥미로웠다. 아이가 잠자기 전 들려주는 이야기를 어떻게 흥미롭게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한 좋은 롤 모델도 되고 말이다.

아이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기젤라의 모습.
기젤라는 저주를 받아 바다를 떠도는 운명이 되었다지만, 어쩐지 뻔뻔한 기젤라는 또 다른 어느 섬이건 바다에서건 당차게 잘 살 것 같다. 또 다른 제2의 미어캣들을 부리고 구박해 가면서 말이다.

적당한 재미와 적절한 교훈도 주면서 아찔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런 긴장감은 또 오랜만이다. 그림만 보고는 결코 짐작해볼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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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지킨 새색시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4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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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이 없던 옛날에는 불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불이 꺼지지 않게 불씨를 소중히 여겼다. 

난방과 주방의 기능을 겸한 우리네 전통 부엌에서는 더더욱 불씨 지키는 일이 보통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마을에 불씨를 한 번도 꺼뜨리지 않고 칠 대나 이어온 집이 있었다.  

온 동네에 칭찬이 자자했고, 집안에서도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이 집에 새색시가 시집을 왔다. 

 

시집온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부엌 살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불씨 지키는 일도 새색시의 몫이 되었다.  

저녁이 되자 새색시는 이글이글 타는 아궁이 잉걸불을 불씨항아리에 옮겨 담았다. 잉걸불은 불이 이글이글 핀 숯덩이를 말한다. 새색시가 얼마나 기합을 잔뜩 주고 열심히 불씨를 보관했겠는가. 하지만 이튿날 아침 날벼락이 떨어졌다. 불씨 항아리에 담은 불씨가 꺼져 있었던 거다. 눈앞이 캄캄해진 새색시. 무려 7대를 이어온 것이 자신의 손안에서 꺼졌으니 보통 두렵고 막막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어미는 집안 망했다고 통곡을 하고 시아버지는 설마 집안이 망하겠냐며 며느리 손을 들어주었다. 부싯돌로 불을 쳐서 며느리에세 새 불씨를 넘겨준 고마운 시아버지. 하지만 이를 어째! 그 날 밤도 신경 써서 불씨를 보관했건만 다음 날 또 불씨가 꺼져 있었다. 어이쿠!! 

며느리 쫓아내야 한다고 방방 뛰는 시엄씨,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비는 새색시. 이번에도 마음씨 좋은 시아버지 덕분에 쫓겨나는 것은 면했지만 이날 밤이 문제다.  

 

며느리는 필시 누군가 고의로 불씨를 꺼뜨린다고 생각하고 불침번을 섰다. 아니나다를까! 수상한 작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누꼬? 새파란 옷을 입은 조그만 여자 아이가 아닌가. 요 꼬맹이가 불씨 항아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당연히 불씨는 또 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새색시는 몰래 다가가 여자애 치맛자락에다 명주실을 꿰었다. 날이 밝으면 아이 집을 찾아가 혼꾸멍을 내주는 게 목표였던 것이다.  

다음 날 자초지종을 들은 식구들은 다 함께 명주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실은 마을을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까지 이어져 있었고 까마득히 높은 바위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명주실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묻지 말자.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 

식구들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바위틈 풀무더기 사이에 매여 있는 명주실을 발견한다. 엄.훠.나! 

 

풀 밑을 파보니 산삼이 나오네. 그 밭은 산삼밭이었다. 오매 여기야말로 진짜 심봤다!!! 

결국 이 집은 산삼을 팔아서 큰 부자가 되고 말았다. 땅도 사고 집도 사고 비단도 사고... 

칠 대를 내려오는 동안 불씨를 지킨 정성이 갸륵해 산신령님이 주신 복일 지도 모르겠다. 불씨 꺼뜨렸다는 오명을 쓸 뻔했던 새색시도 시댁 식구들 사랑 받으면서 그 후로 잘 살았다는 후문이 있다.  

아마 이 며느리도 자신의 며느리에게 자신이 지켜내려고 애쓴 불씨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전설'을 또 강요하지 않았을까. 앞으로의 며느리도 불씨 지키느라 고생 꽤나 했을 듯하다.  

장작불까지는 아니지만 연탄불 꺼졌을 때의 막막함은 기억난다. 번개탄 피울 때의 그 지독한 연기도. 겨울철 불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은 이런 불씨보다 불조심하기 위해서 더 강조해야 하지만... 얼마 전에도 산불이 났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불씨!! 잘 지키고 잘 지켜보자. 조심 또 조심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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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가질 수 없지만 만백성은 가질 수 있었던 것
신기한 독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3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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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청동종'을 연상시키는 우리의 옛 이야기다.  

어느 마을의 순박한 농사꾼 하나가 밭에서 큰 독 하나를 파내었다. 딱히 볼품도 없었던 평범한 독이었지만 이 독은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 바로 1+1 대박 생산 능력이라고 하겠다. 

 

괭이 자루 하나를 넣어놨더니 독 안에 똑같은 괭이 한 자루가 더 있는 게 아닌가. 놀라서 괭이를 꺼내 보면 그 안에 괭이가 또 있다. 오오, 심봤다!!! 

옆전 한 닢으로 실험을 해보아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대박 보물을 건진 농사꾼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걸 쉬쉬해서 혼자만 잘 먹고 잘 산 게 아니라 동네에 소문이 널리 퍼진 걸 보면 두루두루 퍼주고 함께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동네에 인색하기로 소문이 난 부자 영감은 이 소식에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을 빼앗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머리를 굴린 결과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 농부가 독을 파낸 밭을 팔기 전 주인이 자신인데 밭만 팔았지 독은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묻은 것이라나...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해서 농사꾼은 독을 부자 영감한테 돌려줄까 했다. 어이쿠, 착하디 착한 양반 같으니라고!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두 말리는 것이다. 결국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 원님께 가서 재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욕심 사납기로는 원님도 뒤지지 않으니 문제다. 둘이서 독 때문에 싸우니 둘 다 가지지 말고 나라에 바쳐서 만백성의 본보기가 되라는 거다. 어이쿠! 댁부터 본 좀 보여보세요!! 

허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원님 댁 늙은 아버지가 그만 독 구경하다가 안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원님 아버지를 꺼내고 보면 안에서 또 꺼내달라고 아우성이고, 그렇게 꺼내고 꺼내어 집안에 가득한 원님 아버지. 

게다가 이 노인들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다가 마침내는 독까지 깨버리고 말았다.  

내가 어릴 적 읽은 옛 이야기에서는 독이 깨지니 아버지는 하나만 남고 다 사라졌는데 이 이야기 책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모두 그대로 있다. 다만 더 생기지만 않을 뿐. 저 많은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원님 걱정은 안 되는데 저 집 며느리와 손주 며느리들은 어찌할꼬 한숨이 나왔다. 대체 집에 큰 어른이 몇 분이래... 쌤통이라고 하자니 좀 안쓰러워 보인다. 명절 앞두고 있어서 더 그럴지도...^^ 

홍영우 씨의 그림이 참 좋다. 재일교포이셔서 더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림체가 좀 더 부드럽다. 이를 테면 우리나라 도깨비와 일본 도깨비의 중간 지점의 느낌? 억센 기운이 조금 가신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제일 좋았던 건 홍길동이었는데 이 책도 나쁘지 않다.  

저런 놀라운 능력의 독이 내 집에 있다면 난 무엇을 넣을 것인가. 무작정 두 배로 뻥튀기 하지 말고 하루에 한 차례씩만 두배로 늘려줬음 좋겠다. 제곱의 힘은 어마어마해서 그래도 부자 되는 건 순식간.ㅎㅎㅎ 소문은 절대 내지 말고 조용히 불려서 좋은 일 하며 잘 먹고 잘 살았음 좋겠다. 하핫, 상상하자니 괜히 배가 고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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