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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이뻤다. 일단 '책'이 등장하면 호감도가 올라간다.
표지도 예뻤다. 파스텔 톤의 그림 속 책장 풍경은 동화나라의 따스함을 연상시킨다.
종이는 오로지를 썼다. 때 잘 타는 것이 흠이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예쁜 질감은 몹시 여성스럽고 소녀취향의 느낌을 전해준다.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럼에도 양장본이다. 그러니까 책의 외관에 쏟을 수 있는 정성은 다 쏟은 셈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팔린 기적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관심이 쓰인다.
정호승 시인의 추천사에는 우리나라 어른을 위한 동화 중 "연어"에 비견된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 연어를 아주 감동 깊게 본 것은 아니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 장르는 내가 선호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졸업을 앞둔 스물 두 살의 대학생이다. 취업원서를 수십 통을 썼지만 어디서도 오라고 하는 이가 없다. 마땅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그의 속마음을, 면접관들도 이미 읽은 것이다. 편의점에서 플레이 보이지를 꺼내려다가 문득, 그에게 면박을 주는 노인을 만난다. 추운 날씨에 알로하 셔츠를 입은 엉뚱한 사내.
그 사내에 의해 주인공 사토시는 천국으로 떠나게 된다. 극 속의 천국은 우리가 막연히 짐작하고 있는 세계와는 너무도 달랐다. 사람의 수명은 100살로 고정되어 있고, 다 채우지 못한 삶은 천국에서 채우고 다시 환생한다. 지상에서 100세를 넘기며 사는 사람은 이미 한 번의 싸이클을 돌고 새로 시작하는 생.
왜 그곳에 오게 되었는데, 왜 그가 알로하 셔츠를 입고 있던 사내 대신 천국 책방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지만, 어쨌든 사토시는 뜻밖에도 만족을 느끼며 책방 점원으로서의 일을 해낸다.
작품 속 특이점은, 그가 그 책방에서 '낭독'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요청으로 시작된 책 읽어주는 작업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심지어 어른들조차 그에게 책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이 되어버린다.
사토시는 자신에게 놀라운 재능이 있었음을, 또 어릴 적에 책 읽어주는 것을 참 좋아했었던 기억까지 같이 떠오른다.
오전 중에는 '유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함께 일하는데, 통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마치 증오하듯이.
그녀를 향하는 애틋한 마음, 사랑의 시작, 고통의 기억, 그 기억을 떨쳐내는 과정, 헤어짐, 만남, 재회.... 등등이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 말할 순 없지^^;;;)
금세 다 보긴 했는데, 뭐랄까... 내 안에 쌓인 메시지가 별로 없다. 내가 대충 읽은 탓도 있지만, 무엇이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까지 짓게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일본에서 50만 부 팔린 것이 '베스트 셀러'라고 불리는 정도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보았을 거라는 상상도 좀처럼 연상되지 않는다.
다시 책의 표지를 보니 1... 그, 사랑을 만나다
라고 적혀 있다. 2권에서는 여자의 입장에서의 전개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여자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지 않을까 짐작됨..;;;)
다른 부분들은 모두 각설하고, '천국의 책방'이라는 타이틀은 참 마음에 든다. '낭독'을 해주는 책방이 있다는 설정도 참 아름답다. 빨리빨리가 너무 만연되어 있어, 남이 천천히 읽어주는 목소리에 얼마만큼 사람들이 귀 기울일 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을 열고 따스한 기분으로 들을 수 있다면, 몹시 로맨틱하고 또 아름다운 정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카한테 책 읽어주면서 느끼는 거지만 '낭독'...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게 하는 글쓰기, 말하기 등등... 그 일련의 과정들에 갑자기 사모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꼬리글... 천국의 책방은 책값도 받지 않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