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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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토를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교토의 작은 골목길들은 사랑스러울 것임은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여행을 떠났던 것은 아니지만 길을 잃어 헤매거나 예상치못한 숙소의 외진 위치로 인해 골목길을 슬쩍 엿봤던 기억이 있기때문이다.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는 온 도시 전체가 관광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것 같은 그런 곳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보기 좋은 사진들만 훑어가면서 다음에 교토 여행을 가게 되면 찾아가볼만한 곳이 어디일까,를 뒤적거렸었는데 집에 와서 차분히 다시 책을 펼쳐드니 '어른의 감성'이 곳곳에 묻어나는 작가의 글이 마음을 울리고, 오래전에 찾아갔었던 교토를 가로지르는 강변의 찻집에 벚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걸었던 산책도 생각나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골목길을 거닐어 보는 꿈을 꾸게 된다.


"어제의 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서 다시금 의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어른의 아침이란 이런 것일까 무엇보다 자신의 아침 시간을 각별히 여기는 그 마음이 좋다. 나도 덩달아 기운을 얻는다.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다"(55)


저자의 말처럼 어제의 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의연하게 하루를 시작하며 생활하고 싶다. 솔직히 작년말부터 짧게 온천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도저히 여유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한 해를 넘겼는데 여유로움은 전혀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끔은 버스 안에서 짧은 소동극을 목격하기도 한다. 정류장 이름을 잘못 안내 방송한 버스 기사의 작은 실수에 모든 승객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내려야 할 정류장을 묻는 외지인의 질문에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도로명을 곱씹던 할머니의 다정한 모습 같은 것들 교토 사람을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뻗은 도로명을 외우기 위해 노래를 배우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176-177)


교토 여행을 갔을 때 패스를 구입해 버스를 타고 다니기는 했었지만 관광지 코스만을 돌아서 그런지, 교토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에게는 여행이란 감성으로 세계 곳곳에서 찾아 온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안의 풍경도 그저 즐겁기만 하지만 버스안에 두어명 보이던 교토주민에게는 쉽지 않은 출근길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관광지 코스가 아니라면 버스도 여유롭게 달린다고 하니 관광지가 아닌 곳을 헤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집이 공항 근처라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타면 - 가끔 퇴근길 버스에도 트렁크와 배낭을 잔뜩 쌓아올린 여행자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아침 시간에는 대부분이 그 유명하다는 해장국을 먹으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동네로 출근을 하는 나로서는 동네 찐 맛집이 훨씬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을때가 있다. 특히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인테리어와 커피맛을 내는 커피숍도 많고 동네 멋집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마음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야금야금 책을 펼쳐읽어보던 일주일 남짓의 시간동안 느긋하게 살랑거리는 여행을 꿈꾸며 이쁘고 멋진 사진들에 마음을 뺐겼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은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교토의 골목길을 산책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은 잃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또다시 키요미즈데라의 한 골목길만을 걷게 된다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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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에세이.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 무법의 바다. 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나 치코 멘데스, 다윈의 사도들,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소설.


지구인을 위한 축구교실, 고통에 관하여, 단 한 사람, 우체국 아가씨,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딸들, 우리 슬픔의 거울, 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에세이


아주 사적인 여행,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달밤 숲속의 올빼미, 바다를 주다. 



그리고.








23년에 읽었다면 분명 좋다고 했을 책들인데 여즉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책을 구입하는 것이 화악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 알서점 기록으로 영쩜 몇퍼센트 이내 구입자에서 5퍼센트대 구입자로 툭 떨어졌으며 책을 읽는 속도 역시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실 사무실 업무가 줄어들어야하는데 과도기여서 그런지, 또 프로그램이 바뀌며 새로운 매뉴얼을 익혀야해서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집중해야하기도 해서인지 아무튼 업무가 길어지고 사무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집에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어서인지 뭔지 책 읽을 여유가 없다. 하이고.


어쨌거나 슬쩍 들춰 본 내 맘에 드는 책들의 기록.

올해는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 뭐... 











=== 베스트를 꼽는 건 늘 어렵구만요. 그나마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뒤적거려보니 요 책들이 좋네요. 인문에세이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서 좋다고 꼽은 것들이고요, 문학은.. 그냥 읽었는데 좋았다, 라고 할 수 있는. ㅎ

그리고 문학에세이. 제가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최은영, 정세랑 작가님 좋아하지만 한국작가님들 책은 늘 사두고 모셔두기만하는 것 같고... 읽었다면 또 꼽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는 합니다. 

간단히 정리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해 독서기록을 살펴보니 좋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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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4-01-07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업무 때문에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에 공감 100배!^^
그래도 많이 읽으셨어요~~

chika 2024-01-07 23:2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책값 벌라므는 일을 해야겠고... ㅎ
올해는 좋은 책을 좀 더 많이 읽어보려고요 ^^

자목련 2024-01-08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베스트는 어려워요!
목록 가운데 제가 읽은 책, 좋아하는 책도 보여 반갑습니다.
올해도 즐겁고 행복한 책과의 시간 이어가세요^^

chika 2024-01-08 16:12   좋아요 0 | URL
내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분들도 좋아하면 막 기분이 좋아져요. 우리 뭔가 통하네? 같은 느낌이라 그런걸까요? ㅎㅎ
2024년도에도 변함없는 자목련님의 독서기록을 잘 보겠슴다~ ^^
 

서른이 넘은 뒤로 관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사사로운 오해와 다툼을 일으킬 만한 행동에 예민해졌고 무엇보다 더는 우정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베스트 프렌드나 소울메이트 대신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응원과 조언을 나누는 친구 몇 명만을 곁에 두는 게 좋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의구심이 고개를 들곤 한다. 어쩌면 내가 인간관계를 화단의 장미처럼 예쁘고 보기 좋게 가꾸려 하는 것은 아닐까.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를 감당하기에 나는 너무지친 것일까 혹은 두려운 것일까. 열일곱 살의 내게는 있고 지금의 내게는 없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독일까, 약일까.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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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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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회의 황금펜상수상작품이 탄생했는데 왜 나는 처음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번 작품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대상수상작인 '해녀의 아들'이었기 때문인데 제주의 4.3과 해녀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맞물려 일어나는 미스터리라는 내용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지 너무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대상작품인 해녀의 아들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몇몇 작가님은 이미 다른 작품으로 익숙하기도 하고 우수작품상을 받은 '팔각관의 비밀'은 왠지 익숙한 플롯과 트릭이 담겨있어서 - 사실 언젠가 한번 이상은 읽어 본 기억이 있는 명탐정코난의 한 장면같은 느낌이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 작가님이 리뷰어로 이름이 익숙한 엽기부족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익숙한 플롯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허술하지는 않아서 기분좋게 읽은 작품이다.


4.3의 역사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기때문인지 해녀의 아들은 '살인'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좀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역사속 제주도민들의 아픔이 크다는 것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과하지 않지만 역사적인 비극의 핵심을 뚫는 이야기 구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해녀의 아들이었다. 


해녀의 아들이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서미애작가의 '죽일생각은 없었어' 역시 섬뜩하면서도 생소한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여성 빌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주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맞닥뜨리는 상황들이 그녀를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뭔가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좀 있는거 아닌가,싶은 결말이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곧 지금 모두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더 '죽일 생각은 없었어'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된다. 


추리소설이다, 라는 느낌이 가장 강했던 것은 '40피트건물 괴사건'이었다. 처음 시작은 뭔가 으스스한 괴담 소설인가 싶었는데 논리적인 트릭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내용이 담겨있는 작품은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이었다. 10대 청소년들의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이 놀라웠는데 이 소설의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해서 더 충격적이었다. 2017년이라면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닌데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어 찾아봤는데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이라는 모티브만 따온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실들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사건을 찾아보니 몇가지는 당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연일 뉴스에서 언급했던 것이 떠오르기는 했는데 스치듯 접했던 뉴스와는 달리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나니 오히려 더 비현실적인 느낌이든다. 

송시우작가는 실제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것에서 창작자의 윤리적인 고민을 계속할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비윤리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한마디가 더 마음을 후비고 있을뿐. "앞으로 너보다 더 악한 아이가 나타나겠지. 믿기 싫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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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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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는 누구도 때려본 적이 없었다"


소설의 첫문장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뒷 이야기는 그래서 그녀는 복싱을 배우고 누군가를 때리기 시작했다,일까? 이렇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글이라면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 읽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스포츠인 복싱을 폭력적인 때리기로 이어붙여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왠지 모순같은 느낌이 들어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영어수업시간에 영어로 이름을 이야기할 때는 성과 이름이 뒤바뀐다는 설명을 잘못이해하고 자기 소개를 하며 '마이네임이즈 아서왕'이라고 말한 후 아서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왕서아의 세상살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려나... 뭔가 소설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중심주제에 대해 꺼내기가 쉽지 않다. 


우연히 복싱을 배우게 되어 챔피언까지 되었지만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는 왕서아는 교도소에서도 여러 부당한 일을 겪으며 생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아는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나간다. 어머니를 위해 감옥살이도 했지만 결국 어머니는 약속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고된 옥살이만 이어지는데...... 


한부모가정에서 자라 우연히 복싱을 배우게 되고, 열악한 여자복싱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왕서아의 복싱계 입문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왕서아에게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라기보다는 뭔가 인과성없는 우연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 같아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예상치못한 전개라는 것은 왕서아가 통쾌한 복수극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싶지만 솔직히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건 사랑이며 장기적으로 세상에 아직 인과율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드라마같은 극적재미를 위해 결말을 바꾸자는 출판업계의 권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내 아쉬움이 일반적인 감상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한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왕서아의 가족에 대한 헌신은 이해가 가지만 인과관계없이 불쑥 등장한 소미아빠의 등장은 좀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다. 서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도소에서 만나게 되는 영신이모의 등장 역시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서아가 최고의 복수를 하는 결말과는 달리 영신은 학폭 피해로 죽은 아들의 복수를 가해학생 살인이라는 최악의 복수를 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이라는 것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의 모순같은 느낌이 들어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니 - 어쩌면 작가의 말을 읽고난 후 되새김질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떠올려보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의 '인과성'이라는 것과 '약속'을 말하기 위해 서아의 아이돌 연예인 친구 애슬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인가 싶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자꾸만 소설의 이야기에 대한 평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글이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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