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클래식 - 은밀하고 유쾌한 음악 속 이야기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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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듣고 또 들어도 잘 모르겠다. 익숙한 선율을 들으면 아! 하며 좋아하지만 정작 그 곡이 누구의 어떤 곡인지 알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냥 느낌대로 듣고만 있어도 좋지만 그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 그 선율이 더 마음에 남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 좋은 책이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그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와 브람스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음악가들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음악보다는 음악가들의 연애사만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에 더해 베토벤은 작곡료를 속이기도 하고 귀족이 아니면서도 이름으로 인해 사람들이 그를 귀족으로 오해하는 것을 은근히 기정사실화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오히려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감동을 감소시켜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할수는 없는 것이며 청각상실의 고통에서도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이었으리라 생각되는 베토벤을 떠올리면 또 그의 음악을 평가절하할수는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에만 빠져서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았는데 클라라 하스킬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그녀의 연주가 어떤지 궁금해 클라라 하스킬 연주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찾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지식채널의 동영상을 봤는데 책에 나온 내용과 똑같아 저자가 지식채널의 내용을 인용한 것인가 싶다. 클라라 하스킬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좋았고 정말 오랫만에 자클린 뒤 프레의 연주를 들어본 것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다락방 클래식은 다락방을 뒤적거리다 찾아내게 되는 보물을 얻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니 단지 음악가들의 연애사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애에서 음악에 영향을 끼친 사랑의 감정이며 그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진심임을 떠올리게 된다.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감동을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음악을 만든이들의 마음, 연주하는 이들의 삶을 알고난 후에 다시 들어보는 음악은 그 감동을 더 높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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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게 없는 냉동 테크닉
니시카와 다카시 지음, 김선숙 옮김 / 글로세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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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냉동식품만 냉동에 넣어두고 먹는다는 생각을 했었지 채소도 냉동해 뒀다가 먹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제철 재료가 최상이기는 하지만 제철에 저렴하게 채소를 사 두고 조금 더 먹으면 좋겠는데 또 한번에 많이 사두면 먹기 전에 상해버리곤 해서 이래저래 낭비만 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많은 채소와 심지어 두부까지 냉동해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각각의 재료에 맞게 영양소와 맛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냉동해두고 먹을 수 있는 지식공유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소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딱 맞춤형인 책이 출판된 것을 보면.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단순히 원재료를 냉동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약간의 밑간을 해서 조리해 먹을 수 있게 하거나 아예 양념까지 다 해서 그 상태로 가열을 해 바로 먹을 수 있게 냉동하는 방법도 설명되어 있다. 물론 레시피까지 포함해서.

생물의 경우 문어같은 것은 냉동 후 해동을 하더라도 식감이 변하지 않아 좋다는 것이나 채소의 경우 그대로 냉동시키는 것과 살짝 익혀서 냉동을 하는 것에 따라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냉동법에도 다 노하우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은 과일이나 단호박의 냉동법과 당근의 경우 크게 썰어놓는 것보다 자잘하게 썰어 보관하는 것이 식감을 더 좋게 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냉동을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그 재료를 이용해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가 담겨있어 다른 의미로 버릴게 없는 책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냉동을 하면 기본 보관기간을 한달로 생각하고 너무 오래 보관하지 말라는 것에서부터 각 재료의 특성에 맞게 보관하는데 해동하는 방법도 그에 맞게 해동시켜야 한다는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다 버리는 것 없이 활용하여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냉동해 보관했다가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고기를 덩어리째 얼렸다가 귀찮다고 그냥 버린다거나 냉동에 담아두고 잊어버렸다가 버린다거나 하는 것은 더 큰 낭비가 된다. 냉장고의 70%정도만 사용하라는 것 역시 정리정돈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사용하려는 재료를 찾기에 좋고 냉장고를 오래 열어두지 않을 수 있어서 열손실도 적고 재료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가지를 많이 받았는데 가지는 빨리 상하는 채소라서 어쩌나 하다가 물대신 가지를 많이 넣어 카레를 만들어 넣어뒀는데 이 책을 보니 가지냉동법도 있었다. 되도록이면 신선한 상태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뜻하지 않게 농작물을 받게 되거나 정말 좋은 가격에 식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냥 버리는 일 없이 보관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냉동을 해 두고 꺼내 요리에 사용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은 자주 보는 요리책 옆에 두고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양 이상의 식재료가 남으면 그 보관법을 찾아서 낭비 없는 슬기로운 생활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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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9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 냉동고에는 버릴게 가득인데~ 진짜 이런 분이 많은가봐요 이런 책도 출판되고요~ㅎㅎ

chika 2021-09-10 12:03   좋아요 0 | URL
1인가족은 재료가 남아서, 다인가족은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면 대량구매를 하게 되니 뭐 이래저래 냉동고가 가득차는게 아닐까 싶어요.
시금치 같은 경우 선물로 한박스를 주기도 해서, 그거 받으면 삼시세끼 밥으로 먹어도 다 못먹...ㅎ
기왕이면 잘 보관해서 먹는게 좋으니까요 ^^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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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벌어진 사건, 에서 시작된 운명적 이야기라고 하지만 테러가 우연이었던가?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인도라는 나라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상황을 제대로 모르지만 이것을 굳이 '인도의 캘커타'에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히즈라를 모른다해도 세상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 - 현재까지도 차이가 아닌 차별로 구분되어지는 그들은 존재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오는 무슬림의 난민들에 대한 배척과 증오는 저 먼곳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가짜 뉴스에 쏠리는 대중들의 시선, 거짓 증언들, 양심을 저버리게 되는 부와 권력에의 향유...

왜 이 책을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데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 이야기들은 슬프다. 들판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농사지어, 도시에서는 40루피에 파는 작물로 2루피를 벌며, 거짓으로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선 그 누군가는 정부청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544)


콜카타의 한 기차역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온세상이 들썩인다. 그 배후와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있을 때, 지반은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글이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 올려서는 안되는 표현을 남겨버린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이 아닌가요?" 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기차폭파 테러범으로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체육을 가르쳤던 체육선생과 지반에게 영어를 배운 히즈라 러블리의 이야기가 맞물려 그들의 삶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어렸을 때 읽은 디킨즈의 소설은 그저 해피엔딩으로만 기억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본 그의 소설은 당대 사회의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무거움이 담겨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선한 이들에 의해 우리의 주인공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도 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라고 기억한다. 그 해피엔딩으로만 기억하게 하는 '선함'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나는 콜카타의 세 사람이 좀 많이 힘들다. 


죄없는 이들이 국가폭력으로 희생되는 현실은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닌데, 거짓 선동에 휩쓸리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신성모독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으로 몰아 죽임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저 먼 나라 인도의 콜카타에서 벌어지는 일일뿐이다, 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꾸만 콜카타,라는 지도상의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만 여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힘들기도 했다. 아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누군가에게 내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방관자의 자세를 못 버리고 있다.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콜카타의 세 사람은 서로 얽혀있는 세 사람이 하나의 사건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각자의 시선과 막간의 이야기를 통해 언급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에피소드 한 문장만으로도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차별과 편견과 거짓,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그렇기에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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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를 꿀꺽해버린 꿀잼 심리학
류혜인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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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학문적인 접근으로 진지하게 공부를 하기 위한 것 이전에 심리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생긴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내용을 - 저자의 표현처럼 - 정신분석학으로 내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익숙한 내용을 재미있게, 때로는 색다른 관점으로 읽다보면 금세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상황에 맞는 동화의 내용이 적혀있고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심리학적 법칙을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화의 교훈적인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담겨있는 심리에 대한 설명과 동화의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유추해내기도 한다. 25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마다 '한걸음 더'라는 코너를 통해 나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른 올바른 판단과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중에서 다시 한번 더 새겨보는 것은 최고의 선택보다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인어공주의 만족자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행한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린 인어공주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행복했을 것이라는 내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택 결과의 좋고 나쁨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좋은 몫을 택했다는 마리아와 마르타의 성경내용을 떠올리게 하는데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음에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내가 편하고 좋은 몫을 택했음을 인정한다면 내가 나의 역할을 다 했음에 만족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 접해봤던 내용들이지만 동화의 내용에서 파생하여 설명하고 있는 글은 이해하기 쉽고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여러 심리학적 법칙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 그 법칙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이해가 더 중요하겠기에 상식수준에서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내게는 가볍고 재미있게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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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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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과 공감이 어우러진 이야기"

평론가의 추천글은 도무지 내가 글을 읽어내는 것과는 같을수가 없어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데, 책을 다 읽고 도서정보를 훑어보려고 하는 순간 이 문장이 훅 치고 들어왔다. 아, 정말 이 짧은 한마디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구나! 라는 감탄과 백만번의 끄덕임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인데 내게 더 이상 이 책에 대한 무슨 이야기를 꺼내라고?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선고의 날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하고 자신을 도와 줄 친구를 찾고 두 친구는 삶을 끝내기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는 이 소설이 그렇게 시작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예상이 되듯 친구의 우정이라거나 삶의 의미라거나 하다못해(?) 심지어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우리의 삶,이라고 하면 너무 대책없는 말이 될까? 시그리드 누네즈라는 작가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이번에는 이런 방식으로 잘라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또 나 나름대로 나의 입장과 생각을 끄집어 내면서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있게 되고.

내 생각이 맞으니 내 생각의 흐름으로 들어와, 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식하는 세상은 이런 것이야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세상을 이야기로 읽으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 먼저였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책을 펼치면 온통 공감투성이인데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게 되는 깊이가 있어서 정말 쉽게 읽히다가 어느 순간 멈칫하고 읽고 또 읽게 되곤했다. 


모험? 모험이라면,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모험에 나선 것이었다. 친구의 모험은 나의 모험과 완전히 달랐고, 앞으로 아무리 함께 생활을 한다 해도 우리는 다분히 혼자일 터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149)


이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이 내용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친구의 죽음과는 다른 이야기겠지만 내 평생을 같이 산 어머니의 노쇠함은 선뜻 자연의 법칙이라며, 순리를 따르듯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그냥 단순한 노쇠함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때와도 또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조금 더 가까운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이유로 안락사는 반대!를 외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지도 않고 나와 친하지 않은 그 누군가의 죽음이 또한 나와 완전히 별개의 것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위로 아닌 위로의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이건 '나도 너와 다르지 않다'라는 안도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그 누구도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나 역시 그 누군가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오롯이 나 혼자만이 견뎌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님을 알겠다. 고통이 줄어들지 않는다한들 무슨 상관인가. 견뎌낼 힘은 받지 않겠는가.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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