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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평점 :
"세상이 혼란스럽고 망가진 곳처럼 보이고 암담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나는 집에서 나와 나무들이 있는 곳까지 5분동안 걸었다. 이 땅뙈기에서 자라나는 토끼풀, 잔개자리, 들장미, 검은수레국화, 사향채, 가시자두 등의 친숙한 식물을 바라보노라면 잎사귀들이 그리는 무늬와 미묘하고 다양한 색의 꽃들, 그리고 다채로운 녹음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내 마음을 가라앉혀준다."(251)
책을 다 읽고난 후, 아니 책을 읽는 내내 그랬지만 야생의 위로라는 책 제목은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도, 책에 담겨있는 사진들과 저자의 스케치도 또한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까지 똑같이 야생의 위로를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책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오늘 나는 자연속에서 평화로움과 안정을 느꼈다. 이건 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해가 지평선에 가 닿는 동안 올빼미는 먹이를 물어뜯고, 나무와 산울타리에는 황금빛 후광이 내려앉는다. 평생 목격한 것 중에서도 손꼽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우울증에 지치든, 얼마나 기만당하고 무기력해지고 황폐해지든 간에 이런 광경과 만나고, 그에 따른 치유 효과로 머리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계속 싸워나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112)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오랜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오셨지만 오랫동안 혼자 외출을 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셨던 분이 집에 혼자 계셔야했으니 무료함을 넘어 우울함을 말씀하시곤 했지만 아침이면 출근을 해야하는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전화 한 통 하는 것뿐이었다. 별다른 일없이 지루한 일상이 되풀이되는 듯 했는데 조금씩 어머니가 수다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코딱지만한 마당에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고 새가 모여들기 시작하면서라고 기억하고 있다. 오늘은 토마토가 두 방울 열렸다,라거나 작은 새들만 오더니 오늘은 큼지막한 새가 와서 앉았다 가더라, 오늘은 새가 토마토를 쪼아 먹더라, 오늘 보니 지난 해에 묵은 깨를 마당에 버렸는데 깻잎이 났더라....
그러면서 어머니는 활기를 찾으셨고 나 역시 나도모르는사이에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야생의 위로를 읽다보니 몇년간의 일들이 스쳐지나가며 백만배 이상 공감하게 되는 이유들이다.
물론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공감이 없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도시에 살면서 접하는 도시 공원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숲과 자연의 환경에 대해 읽게 되지만 그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더구나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즐거움에 더해 매월 시작하는 첫장에 담겨있는 저자의 수집품 사진을 보면 괜히 나도 뭔가를 모아놓고 싶어진다. 희귀종 식물이 아니라면 저자는 채집을 하여 압화를 만들기도 한다는데 어렸을 때 이쁜 나뭇잎이나 꽃잎을 모아두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한번 올 한해동안 주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꽃이나 식물을 채집하고 스케치를 시도해볼까...하는 마음이 든다.
이처럼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어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이것이 또한 야생의 위로,가 주는 또 다른 위로와 행복이 아니겠는가.
특히 지금, 생명력이 넘쳐나는 봄,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에 외출을 자제해야하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자연의 체험을 못하더라도 화사한 색상으로 자연을 묘사해준 이 책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