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평점 :
연예인 노홍철이 책방을 한다고 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전에 내가 가진 선입견으로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며 북까페를 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해봐야 정말 '연예인이 하는' 책방, 정도 아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이미지여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더구나 자신의 일정에 맞춰 시간이 안되면 문을 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투철한 주인의식일까, 아니면 이것도 판매전략의 하나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그가 한다는 '철든 책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에서의 이미지때문이었을까, 노홍철은 사업가적 기질이 다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익을 내는 것에 강하고 본인의 스타일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디자인 소품 판매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철든책방이라는 것 역시 주된 것은 본인의 소품판매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 이런 선입견을 계속 떠들어서 뭐할건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중적 의미를 가진 철든책방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이 책에서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다 풀어놓고 있었다. 책방은 책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커피를 팔기 시작하면 주인자리를 내줄 것 같기도 하고 해방촌 철든책방 주위에도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이 많은데 굳이 책방에서도 커피를 팔 이유가 없다며 최소한의 음료외에는 두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 결정에는 노홍철 자신이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나같으면 자그마한 커피머신이라도 한 대 들였을 것이다. 굳이 판매목적이 아니라하더라도 말이다.
뭐 어쨌든 이 책은 철든책방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단지 철든책방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노홍철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에세이 정도의 느낌.
책을 읽기 전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와 그의 친구들이 고민하고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공간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고 그 공간안에 담겨있는 책들도 궁금해졌다. 대형출판사의 책들도 많지만 독립출판사의 책도 있으니 내가 사는 지방의 서점에서는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책들이 많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그리고 독특하게 그곳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직접 추천사를 적은 책들이 있다고 한다. 굳이 유명인들만 책을 추천하라는 법은 없으니 철든책방의 손님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아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고 권해주고 싶다고 하면서 시작된 독자들의 추천서. 그것이 진짜야,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앞으로 운영방식이 바뀌게 될지, 철든책방이 해방촌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지 잘 모르겠지만, 주인장 노홍철이 있을때만 문을 여는 책방이 아니라 일일주인으로 오상진같은 사람이 있어도 좋고 작가님들이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을 중심으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내가 꿈꿔왔던 공간이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