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면서 길을 걷다가 문득 만두언니 생각이 또 나는겁니다. 다음 주 지나면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있는건가...싶었는데 문득 만두언니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녀석과 날짜를 섞어버린걸 깨달았습니다. 한동안 아프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서 날짜 세는 것도 힘들었었는데. 어제 괜히 우유곽을 접다가 만두언니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었군요. 한달이 지나고 바뀐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비어있는 그 자리는 내 몸의 깊은 구석에서 인식을 하고 있는거겠지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게 살았던. 언제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언제나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했고. 할 수 있을 때 모두에게 손으로 직접 쓴 카드 한 장이라도 더 보내려고 했던 만두언니를 기억합니다.
나는 이 책을 만두언니를 통해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800만가지 죽는 방법,은 정말 만두언니가 베스트로 꼽는 추리소설 리스트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오로지 그것뿐. 지금 괜히 왜,인가 더 정확한 글이 남겨있는 걸 찾아보고 싶어 만두언니의 리뷰를 찾아봤습니다.
이 작품을 볼때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를 연상하기 바란다.
내가 로렌스 블록의 매트 스커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진정한 탐정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외치며 바바리코트를 입고 멋을 부리며 상류층의 고객만 상대하는 필립 말로나 잘난척 대장인 엘러리 퀸, 잘 차려진 밥상에서 범인만 찾으면 되는 에큘 포와로와는 다른 진짜배기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탐정의뢰는 그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래서 탐정으로서 범인을 찾는 것보다 더 많이 금주단체에 참가하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시절 오발로 한 어린 소녀를 죽게 만들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남자... 끊으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병원에서 필름이 끊긴 체 깨어나는 삶을 사는 남자... 그래도 800만 가지의 죽음가운데 한 가지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는 남자...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매트 스커더고요. 저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솔직한 모습으로 남 앞에 설 수 있을까. 나는 그에게서 그 방법을 배운다...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희미해져 있지만 팔백만가지 죽는 방법에 남아있는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라는 건 어렴풋이 남아있군요.
그러니까...삭막하고 무서운,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살인사건이 날마다 신문의 한 귀퉁이에 실리는 그런 지옥과 같은 도시가 있다. 그렇지만 그 도시에도 사람은 살고 있으며, 쉽게 죽을 수 있는 800만 가지나 되는 방법이 있지만 그 전에 사람들은 800만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한가지 이야기가 '내 이름은 매튜고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어느 알콜 중독자 전직 경찰의 이야기이다. 이책은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제가 쓴 리뷰에 '추리소설에도 얻을 게 있다'며 왠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글을 남긴 만두언니가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예전부터, 이벤트를 할 때면 상품에 관계없이 서재주인장과의 의리로 이벤트 참가를 한다고 했었는데.
물만두추리소설리뷰대회에 만두언니를 아는 우리가 참가하는건 정말 만두언니에 대한 의리인데 여지껏 책 한권 못 읽었다는 생각이 나를 치고 있습니다. 만두언니에 대한 의리로 지금부터 더 관심을 가져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