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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벽돌 - 미래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생계를 위해,자녀 교육을 위해 농촌에서 도회지로의 인구 이동이 물밀듯이 밀려 오고 있다.내가 살던 산촌은 명절 때나 되어서야 성묘 겸 잠깐 들러 보는데,'나간 집'처럼 횡뎅그렁하기 짝이 없다.도회지로 이사 오기 전엔 약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돈과 밭을 벗삼아 살아가던 농부들이 많았다.그래서 나는 마음 속으로 늘 농부의 아들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보리,쌀,푸성귀,산채나물,구황식물 등을 재배하여 자급자족하며 살던 옛시절은 금전적으론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누구에게 아쉰 소리 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갔다.당시엔 농작물의 씨앗도 거의 국산 토종이어 인체 건강에도 걱정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21세기를 달리고 있는 요즘엔 어느 나라든 농촌의 모습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논과 밭을 일구어야 경작자들이 도회지로 떠났기 때문이다.농사를 짓는 사람이라곤 거의 노년층이고 어쩌다 귀농에 뜻이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전통적인 농법보다는 돈이 되는 상업성 작물 재배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이것을 누가 탓할 수 있는가.문제는 농촌의 경작지가 불모화되고 산업화,도시화가 가일층 진전되면서 공룡과 같은 도시군들의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게다가 인류는 문명의 진화,진보를 위해 자연의 생태계,부존 자원을 마구 쓰게 되었다.동시에 유례없는 기후변화는 대지각 변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후 변화이다.
인구의 도시 유입이 심화되면서 식량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세계자유무역은 정치적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국과 같은 서방 선진국들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농자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이제 사어(死語)'되어 버리고,유전자 변형 식품,항생제가 잔뜩 묻어 있는 식품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도 모르는 채 섭취하고 있다.가장 좋은 것은 유기농 재배를 통해 수확하여 식탁에 올리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6년 현재 세계 인구는 대략 73억으로 추정한다.2030년에 도시 인구가 35억 명 정도가 더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매년 중국 베이징(2,260만명/21015년) 규모의 도시가 다섯 개 정도 늘어난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세계 어느 나라든 산업화,도시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가 없는 법이어서,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시 정부는 도시 인구를 배불리 먹여 살릴 재정적 자립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 것이고,시 지도자는 어떻게 식량문제를 준비해 나갈 것인가.한국 사회에선 도시의 식량 문제보다는 '귀농'에 관한 화제가 관심거리다.도시로의 인구 증가는 사회적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빈부 격차,소외계층에 대한 문제를 꼽을 수가 있다.
이 도서는 기후변화 및 도시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문제를 다각도로 예측해 놓고 있다.도회지라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어떻게 먹을거리를 재배하고 부가가치를 올려 나갈 것인가를 개인별,공동체별,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실례를 들려 주고 있다.빌프리트 봄미트 저자는 오랫동안 기후변화,세계 식량 문제,인구통계의 변화를 연구하면서,도시화와 식량문제의 함수관계를 잘 짚어 주고 있어 매우 시사적이고 유용한 지침이 아닐 수가 없다.그가 제시한 식량문제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대비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가정하에 식량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질서의 윤곽을 보여 주고 있다.공동텃밭,공동경작농업,농업주식회사,농부의 직거래 시장,생산자와 소비자 협동조합,마을 상점,농업 용품과 농산물을 위한 인터넷 장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얘기했듯 기후변화는 가뭄과 홍수라는 극단적인 지구 대재앙을 들 수가 있는데,우선 물 부족으로 인해 일반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할 것이다.지하수를 퍼 올려 물 비축을 해야 할 것이고,강의 물길을 이용한 관개시설도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긴요하다.또한 도시라는 시장은 소득과 물가의 정도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빈부간의 체감지수는 상당히 다르다.가정에서는 발코니 및 스티로폼을 활용하여 간단한 푸성귀를 재배한다든지,공동텃밭을 활용한다든지 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주식회사 형태 및 인터넷 시장은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농작물을 중간상인 배제하여 소비자와 직거래 하는 방식을 택해 나가야 할 것이다.또한 도회지 근교에서 재배한 농작물은 신선도,유통 거리가 짧아 도회지 시민들의 먹거리 제공에 커다란 기여를 하리라 기대한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에서는 각 층마다 곡물과 채소와 물고기가 자란다고 한다.외부와 접촉이 최소한으로 제한되어 불청객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살충제는 전혀 필요가 없다.모아진 빗물은 물고기에게 우선 사용권을 주었다가,나중에 채소와 곡물의 층 암면에 방울방울 공급된다.-p56
2008년 시작된 세계 식량위기는 가격 폭등과 함께 시장이 대도시 문제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이에 도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실질적이고도 부가가치가 있는 식량 문제 질서의 윤곽을 그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가족이 먹을 만큼의 자경농이라는 텃밭도 좋을 것이고,친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철 농산물을 제공받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공동텃밭과 같은 농작물 재배법은 스스로 키우고 수확하는 보람과 이웃간의 공동체를 실현해 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가 있다.자신이 직접 뿌리고 키운 농작물엔 당연 인체에 유해한(감미료,인공 향료,방부제 따위) 것들이 없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산업적 농업과 글로벌 식품산업이라는 체계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2008년부터 이 체계에 대한불신은 커져가고 있다.늘어만 가는 에너지 소비,급등하는 비료 가격,줄어드는 물과 토양의 생물 종(種),글로벌 식품산업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앞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하면서 극한의 빈곤에 내몰리리라는 전망 등은 세계를 휩쓸 태풍의 전조다.정치는 자급자족이라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만 한다. -p285
식량위기를 직접 겪어 보지 않은 나라는 그 심각성을 모를 것이다.오늘날 높은 인기를 누리는 '고입력(High-Input 농업'과 정밀 가공식품산업이 바로 그것이다.과학은 이 두 모델을 최우선의 과제로 설정하고 거기에만 집중하도록 장려하고 있다.이것을 경로 의존성이라고 한다.즉 걷기 시작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관성으로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같은 기술,생각 모델,세계관을 고집해 경로를 벗어나거나 바꾸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경로 의존성이다.(p288) 이제 도시군은 식량문제를 심각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기다.세계 각국은 시민들로 주축이 되어 삶 자체를 새롭게 그려내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인생의 의미를 돈과 소유의 증식,물질의 풍요의 증가가 멋진 인생으로 동일시하는 태도라는 물질만능주의가 퇴조의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한국에서도 시민에 의한 식량문제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