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 - 성 심리학으로 쓴 21세기 사랑의 기술
에스더 페렐 지음, 정지현 옮김 / 네모난정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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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性)에 대한 담론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먹고 자고 사랑을 나누는 세 가지 일은 가장 기본욕구로 본능에 가깝다.이것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결핍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그 어떠한 이유로든 세 가지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만 무척 어렵다. 일과 삶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부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불만족스러우리 만큼 삐걱거리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외부적 환경과 타성에 젖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두루뭉술하게 흘러가고 만다. 부부는 두 개의 성이 모여 한 배를 타고 인생의 항해 끝을 향해 가는 것인데,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분명 부부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는 윤활제일진대 그렇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 발단이 아닌가 싶다.

 

 현재 나는 오십 초반으로 신혼시절과 두 아이가 어릴 때엔 자주 스킨십도 하고 성적인 욕구도 강했다. 본능과 사랑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라는 단어만 생각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일까. 부부 간에 침대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교환은 파라다이스의 심연을 유영하는 기분일 때도 있고, 의무감 내지 책임감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도 있다. 전자가 당연히 이상적이고 멋진 성 행위이면서 부부의 금슬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사회적 지위, 삶의 질 등이 커다란 변화를 보이면서 먹고 자고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마음 만큼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인간의 성 행위는 단지 번식 행위 및 심심풀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부 사이에 녹이 슨 성적 욕구에 윤활유를 주입하여 활기차고 윤기나는 삶의 패턴으로 전환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요즘 부부는 외벌이보다는 맞벌이가 대세다. 업무의 양, 질이 어떠하든 사회라는 격랑 속에서 헤쳐 나가야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현실에 부합하는 대목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지출이 큰 교육비와 생계비, 알 수 없는 불안한 내일에 대한 걱정, 조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것들 등으로 몸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와 내면은 초췌해 간다. 무덤덤하고 재미없는 생활의 연속이다. 게다가 놀이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선 부부가 주말과 같은 휴일을 활용하여 부부의 금슬을 쌓아 가는 마음의 여유가 크지 않다. 내 경우엔 휴일엔 다음 주를 맞이하기 위해 부족한 수면을 채운다. 기껏해야 놀이터, 외식, 사우나에 가는 것이 고작이다. 신혼초엔 새파랗다고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싱싱한 야채와 같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목마른 채소밭의 야채와 같이 몸과 마음은 시들시들해져 간다.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 중인 에스더 페렐 저자는 현대 사회의 부부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성적 행위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성 상담자들의 사례를 들어 얘기하고 있다. 성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어도 이 글을 읽다 보면 부부라는 명제와 성 행위의 근본이 무엇인가, 왜 성 행위가 줄어들고 있는가, 뜸해진 성 행위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등을 생각하게 된다. 그 가운데 인간은 동물과 같은 야수적 성 행위가 아닌 매력과 탐닉을 추구해 가는 심리적 작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성 행위는 기분 좋은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에로틱한 욕구의 본질과 가치를 충분히 느껴야 한다. 부부라는 형식과 의례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르는 성적 행위는 '속 빈 강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또한 남자는 힘으로 여자는 사랑을 받는 것으로 전통적인 성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성 행위를 하기 전에 서로가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 성 행위를 전제로 부부의 도리, 친밀감, 쾌락,오르가슴, 육체의 신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성 문화가 개방되어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것은 성 행위에 대한 계층 간의 인식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유교적 문화의 지배를 받은 연령층과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변되는 젊은층들과이 느끼는 성 행위에 대한 인식은 사뭇 별세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고 애정을 느낀다면 속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이상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친밀감과 우정의 깊이가 깊어갈수록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사랑을 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있고 생각하는 것이 복잡해져 가고 삶의 질이 팍팍해질수록 사랑만큼 애정을 확인하고 친밀도를 더 깊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에로티시즘은 타인에게 다가가는 움직임이다. 이것이 에로티시즘의 본질적인 특성이다."라는 말을 새삼 되새겨 본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에 대한 호기심, 욕구가 싹튼다고 한다. 이러한 호기심, 욕구가 이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과 책임, 결과 등을 알아가는 데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이제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성적 욕구, 행위도 노력과 의지, 타협이 뒤따라야 한다. 일방적이고 비도덕적인 성 행위가 빈번해질수록 사회적 건강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몸보다 머리와 내면과의 적절한 타협과 소통을 통해 부부 간의 성 행위가 친밀감과 애정의 깊이로 전환해 갔으면 한다. 가장 편안하고 멋진 공간에서 부부만의 이상적인 에로스가 펼쳐지기를 나 또한 노력해 가련다. 부부 간의 성 행위에 앞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신뢰'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것이 성적 유대감을 깊게 하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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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남자 - 말 못 한 상처와 숨겨둔 본심에 관한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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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평등 시대에 능력 위주의 사회로 돌입하고 있다. 가부장적 시대의 봉건적 인습은 개인의 능력과 경쟁 앞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오랜 세월 남성들이 갖었던 남성 우월주의가 시대와 의식의 변화 앞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반면 여성은 억눌렸던 잠재력과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당당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구촌의 최고 리더자들이 점점 여성의 비율이 커져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에 보다 유연하고 수평적 사고의 관념과 같은 것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이다보니 종래 남성들 위주의 직업도 이제는 여성들이 얼마든지 갖게 되었다. 개성과 자기계발, 기호(嗜好)와 같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에선 주부라는 단어 대신 워킹맘과 같은 단어가 일상어가 되었다. 반면 남성은 양성평등의 시대를 맞이하여 가사, 육아, 훈육 등 가정의 전반에 걸쳐 부부가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앞에 놓여 있다. 아내가 밥, 빨래, 육아, 가계부를 정리하며 가정을 꾸리던 시절의 모습은 먼 과거의 일로 오버랩된다. 대신 사회적 활동 폭이 커지면서 남성과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사회 및 의식의 변화 앞에 저변에 어떠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을까.

 

 사는 것이 재미없다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어 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남성을 애인으로, 가장(家長)으로, 아버지로,아들로 두고 있는 가족들은 딱하게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삶의 질이 전 세계 최하위권을 달리면서 기본적인 생계마저 이어가기 버거운 현실 앞에 남성의 내면은 점점 위축되어 가는 것 같다. 경제적 수입의 고하,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남성은 가정에선 가장으로서 최상의 역할을 해야 하고, 사회에선 자신의 역할,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초조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기를 쓰듯 노력해도 삶의 질은 답보 상태 내지 뒷걸음질 치진다면 개인은 '번 아웃' 현상에 빠져 심신을 달래야 할 것이다. 일종의 삶의 휴지기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양성평등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남성이 해야 하는 역할은 크게 바뀌지를 않았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유교적 가족주의의 굴레가 남성들의 의식을 옭아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의식적 맥락이 남성들의 의식과 내면에 억압과 상처를 안겨 주면서 온전한 삶을 구가하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 대세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삶을 뒷걸음질칠 수는 없다. 어긋난 인식의 틀과 차이를 스스로 허물어 내야 한다. 그리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든 심리상담 및 약물 복용을 통해 마음 다스리기를 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면 안에 깊게 파고 드는 종양 및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나가야 억압과 상처 또한 원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법이다. 사회의 변화, 의식의 변화가 바뀌었다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도 없고,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불만일지라도 자포자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체질,능력에 맞게 쉼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자세가 필요하다.

 

 위축되고 불안을 거듭하는 남성들의 자화상을 그린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경제적 수입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늘고 길게 나아가기를 남성들에게 바란다. 학벌, 지연보다 능력이 우선으로 돌아가는 시대에선 당연 스펙과 스토리텔링을 균형있게 다져 나가야 한다. 사회는 이러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절대 수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남성들이여, 기지개를 펴고 당당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장 신뢰하고 객관적인 멘토와 자주 자신의 내면을 간담상조하라. 이를 통해 꺼져 버린 심신의 탈진을 긁어내고 새살을 돋게 하라. 평생의 반려자, 사랑하는 사람과도 늘 대화의 문, 소통의 장을 활용하여 심신에 주름이 가지 않게 자신의 내면을 보살피고 위무해야 한다. 가정에서 최소한 '개저씨'라는 말을 듣고 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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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 - 글로벌 보안 전문가가 최초로 밝힌 미래 범죄 보고서
마크 굿맨 지음, 박세연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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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진화와 더불어 고지능 범죄율은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보다는 고급정보를 자주 접하는 계층,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주도면밀하게 뒤에서 조종하면서 막후 세력을 형성해 가는 세력들이 과거,현재,미래를 좌지우지한다.특히 컴퓨터,로봇과 같은 최첨단 IT산업의 발달이야말로 고지능범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현대인은 각종 정보를 맘껏 흡수하고는 있지만 배후에는 이러한 정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들에 의해 막대한 인명.물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러니한 사안아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자 정보를 업데이트하고,무거웠던 휴대전화가 이제는 한 손에 쥐어지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쉽게 손가락으로 조작하고 범죄를 유유히 저지르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

 

 오늘날 범죄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기술은 현대인의 문명과 삶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반면 이러한 기술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 의해 수많은 인명.물적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 개인 및 이를 관장하고 수사하는 당국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수사망,수사과학이 발달해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 당해낼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종교와 관련한 테러 사건은 가장 주시하고 있는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치안과 안보 분야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을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LAPD, FBI, 비밀경호국, 인터폴 등이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의 크기가 크든 작든 인명 피해, 물적 피해와 직접 관련이 있기에 우리 모두는 범죄, 테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편리한 컴퓨터 기술과 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이 범죄의 온상이 될지도 모른다. 시스템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향후 그 수준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수용하면서 악의를 품은 개인 및 집단이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의 경로, 범죄 대상의 폭은 가리지 않고 늘어만 가고, 이에 대한 일반인들이 갖춰야 할 마인드와 대비는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 늘 우리 곁에 있는 것들 이를테면 자동차, 스마트폰, 진공청소기와 같은 일상의 제품이 범행의 수단.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보안 전문가인 마크 굿맨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털어 범죄의 유형,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고 있다. 비록 방대한 분량의 글이지만 정독하다 보면 범죄의 본질 및 향후 대책, 개인의 마인드 등을 긴장감 있게 설립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다 보면 문명의 발달은 분명 현대인의 삶의 질을 대폭 향상시켰지만 이것이 범죄자들의 미끼가 된다는 아이러니를 새삼 피부로 느끼게 한다. 해킹, 스토킹과 같이 자주 접하는 불미스러운 용어부터 전 세계를 뒤흔드는 종교 집단의 테러 조직, 테러 공포.확산에 이르기까지 첨단 과학, 기술이 빚어 낸 결과물을 접하고 있다.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경각심을 갖으면서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양하고 편리한 IT 기술 뒤에는 언제 어떻게 개인의 정보를 훔치고, 또는 사회를 불안케 하는 테러 집단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에 늘 조심하고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 컴퓨팅과 인공 로봇이 알고리즘을 형성해 또 다른 사회 불안 국면을 조성할 우려가 농후하다. 또한 국가는 개인 및 사회에 대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대책과 실천을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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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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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 기업계의 최고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 재벌 2,3세로 기업을 승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스스로 황무지를 일구어 농작지를 꾸려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게다가 육체노동보다는 해외 유학 및 최고 경영자 교육을 통해 신분이 수직상승하여 기업의 최고 정점에 이른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그러한 한국 기업계의 경영자들의 면면과 대비되는 사람을 좀처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박도봉 저자는 숨은 기업계의 숨은 일꾼으로 개척자이기도 하다. 일명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창조경제의 산증인이다. 특히 구직과 실업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박도봉 저자의 현장 인문 정신은 이들에겐 큰 귀감이 된다. 그들에게 저자는 실팍한 디딤돌이 되고자하는 사명감으로 이 글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장은 노동과 땀의 무대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곳"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비실용적이고 자유인의 학문이었던 인문학이 기업 현장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은 이젠 낯설지 않은 상식이 되어 버렸다.자본과 결탁하고 힐링 도구로 쓰이는 인문학이 이젠 기업 현장에서 인간다움으로 탈바꿈하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로 거듭 나고 있는 것이다.인문학은 이제 매우 실용적이고 대중 속에 깊이 파고 들었고 취업의 열쇠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천하고 행동하는 인문학이 우리를 자유롭게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느낀다.

 

 현재 한국 최고의 알루미늄 전문기업 알루코그룹 회장으로 자본금 600만 원 정도로 사업계에 뛰어든 박도봉 저자는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여 기술개발에 전력한 나머지 대기업 납품으로 중소기업의 체질을 바꾸었다.또한 대기업과 상생하는 중소기업의 혁신모델을 만든 주역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시 법정관리 중인 동양강철을 재상장하여 '고래를 삼킨 새우의 신화'로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베트남에 진출 현대알루미늄 VINA를 설립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로 비상(飛翔)하고 있다.세계 굴지(屈指)의 글로벌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이번 글을 기업 현장에서의 기업가의 인문학 정신이 얼마나 가치있는가를 여실히 일깨우고 있다. 저자는 김종록 문화국가연구소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가고 있다.

 

 출신 집안,학벌 등 내세울 것 없었던 저자는 속칭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현재는 국내와 해외 여러 회사 법인에 6,0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알루미늄이라는 친환경 소재 산업으로 굳건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가볍고 인체에 해가 없으며 재활용도가 100%에 가까운 양은(洋銀)은 알루미늄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양은냄비,음료수 캔,은박지 포일,메탈케이스,TV용 LCD 프레임,커튼 월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가 연구개발에 몰두한 것은 연구개발이 원청 회사만의 역할이 아닌 하청 회사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공동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동반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변변치 않은 가정 환경에서도 사업의 구심점.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부인의 내조를 빼놓을 수 없다.

 

 '장안종합열처리회사'로 시작한 회사는 '신의,성실,기술개발'을 사훈으로 정했다. 그는 요행수를 바라지 않는 땀과 노동의 힘으로 매진해 나가면서 사훈에 어긋나지 않도록 자신을 관리했다. 저자의 사업 정신을 정리하면 불굴의 의지, 벤처 마인드, 한솥밥 먹는 가족의 협력, R&D의 성과로 요약된다. 모든게 사필귀정이듯 저자의 사업도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사업의 볼륨이 커지면서 코스닥에 상장(2002년도)하게 된다. 열처리 업계로서는 제1호의 코스닥 상장이었다. 나아가 2007년 베트남에 현대알루미늄 VINA를 세워 해외경영 전진기지로 발을 내딛는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시 한국군 참전으로 피로 얼룩진 베트남과의 관계는 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베트남인들의 포용정책으로 사업은 날이 갈수록 승승장구(乘勝長驅)한다. 박도봉 저자는 동물적인 사업 감각을 지녔다. 낙타가 십리 밖에서도 물 냄새를 맡는다는 것처럼 머나먼 베트남을 선택하고 하노이 홍옌성을 선택한 것이 말이다.

 

 저자는 현장 인문학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어느 분야가 됐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가라. 거기서 빡세게 일하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성공하는 창업 노하우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름길이 거기에 있다" 라고 말이다. 땀 혈통론이 주류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말에서 오늘날 편하게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노동 정신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또 하나 모두가 멘토 자질이 있기에 스스로 묵혀버리고 안쓰면 사라지기에 잠재력을 찾고 계발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집도 없고 자식들에게 과도한 재산을 물려줄 마음도 전혀 없다는 저자의 말에서 노동과 땀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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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사이토 다카시, 박성민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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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어록을 담은 《논어》는 대학시절 수강한 적이 있다.원서로 되어 있던 교재로 매우 난해하게 다가왔다.내 한문 실력이 낮았기 때문이었기에 수업을 따라가고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했던 기억이 새롭다.1학기 수업이었기에 많은 진도는 나가지 못했고 주요 부문만 발췌하여 강의했던 것이다.첫 구절은 잘 알려졌듯이 '배우고 때론 이를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呼,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이다.공자는 배움과 벗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모양이다.

 

 공자의 제자 이를테면 안회(인),자로(용),자공(지)가 스승 공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답하는 형식의 《논어》는 물질 우선주의,형식을 탈피한 초실용주의를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우선 공자가 강조했던 인(仁)과 례(禮)의 사상과 관념이 매우 희박해져 가고 있다.이를 두고 좋다,나쁘다고 일도양단할 수는 없겠지만,사람 사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이 경시되고 잊히려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실용주의에 입각하되 마음 내면에는 인,의,예,지,용과 같은 덕목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그래야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귀한 정신을 되살리면서 상생으로의 길목도 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공자가 말한 인,의,예,지,용이라는 덕목은 서로 이웃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그가 설파한 덕목을 하나로 모으면 덕(德)이라는 최상의 덕목을 만나게 된다.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의 장이 많아지고 리더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과 덕이라는 덕목이 몸에 배이게 해야 한다.그래서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세상과의 조우를 통해 만인이 우러러보는 이상적인 지도자로 거듭나지 않을까 한다.또한 덕을 늘 갖춰 나가되 인,의,예,지,용과 같은 덕목과의 연결,조합을 잊어서는 안된다.

 

 "덕(德)은 외롭지 아니하다.반드시 이웃이 있다." p-16 이인(里仁) 제4편

 

 이 도서는 사이토다카시 저자가 논어의 주요 덕목과 부분을 발췌하여 해설해 놓았다.공자는 노나라의 정치가로 실패하자 제자들을 데리고 주변 세상을 배회하며 그의 제자들과 함께 주유했다. 제자들과의 배움과 학문에 대해 토론했던 내용들이 주가 되고 후세인들에게 삶의 큰 지표로 적합하다.그가 제자들에게 설파한 덕목은 합리성에 바탕을 둔 이념들이다.그것은 비신비성,실천성,유연성으로 현실성에 입각한 것들이 위주가 된다.그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관직에 나가 일할 뜻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빗대어 질문하고 대답했던 내용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상자에 넣어 보관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후한 값을 쳐주는 사람을 찾아가 파는 것이 좋을까요?"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제값을 쳐서 나를 사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자한 제9편

 

 공자의 말씀 가운데 늘 명심하고 처세의 표준으로 삼는 것이 중용이다.예를 들어 용이 부족하면 두려움이 많아질 것이고 반대로 많아지면 무모(無謨)해지고 난폭해질 것이다.겸양도 마찬가지다.이게 없으면 거만해지지만 과하면 비굴해지기 마련이다.그러한 면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 말로 중용의 잣대를 지키기는 현실에서 무척 어렵다.인간의 생각이나 감정,행동은 늘 자신의 입장과 잣대에 맞춰 행하는 속성이 있기에 중용을 지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그래서 공자는 중용이 어렵거든 광인과 견인을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큰 뜻을 품고 적극적이며 과감하게 선을 지향하는 광인과,신중하지만 절조가 있고 선하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는 견인을 차선책으로 내놓았다.이러한 까닭에 중용의 덕을 최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금과옥조와 같은 말들이 많다.속담,격언,금언,명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자의 말씀 가운데는 현실 속에서 처세의 덕목으로 적격이지 않을까 한다.인.의.예.지.용 나아가 덕이라는 덕목은 부단한 수양 속에서 조금씩 함양되어 간다고 생각한다.게다가 이러한 덕목은 배움을 토대로 덕목을 쌓아 나아가야 인간이라는 본래의 그릇으로 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배움의 의의,학문에 대한 의욕을 북돋아주는 논어는 무모,독선,불합리성을 개선하여 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나아가는 바로미터가 되어 주는데 손색이 없다.

 

 "인간은 '시를 통해 선한 마음이 샘솟으며 '예'를 통해 안정을 찾고 '음악'을 통해 완성된다."

  -제8편 태백(泰伯)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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