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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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부제가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이다.남의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닌 실제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떠한 자세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과 세상을 자신의 품으로 더 가깝게 끌어와 있는 그대로 서술해 가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직.간접의 경험과 상상력을 간결,명료하되 함축성과 공감성을 자아내려는 흔적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글은 인간의 삶의 흔적을 묘사하는 것이기에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욕망과 충동을 실어 넣어가면서 글에 변화를 주는 것이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주고,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는다면 타자와의 소통과 교류에도 힘을 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근래 <글쓰기>와 관련한 도서를 부쩍 읽고 있다.마치 작가가 되기 위한 수험생이라도 되는냥 타인이 남긴 글쓰기 요령과 요체를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타인의 글은 타인의 고유한 빛깔과 무늬일 뿐 자신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기에,타인이 남긴 글쓰기의 요령과 요체는 어디까지나 참고로 해야지 그대로 베끼는 식이 되어서는 참다운 글쓰기는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평소 글을 쓰기 위해 어떠한 준비과정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개인의 블로그 시대,칼럼과 웹진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글쓰기가 선보이고 있어 타인의 글을 참고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타인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번뜩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단어,문장,문단을 넘어 해당 작가에서만 뚜렷하게 감지되는 독특한 문체와 미려한 문장 표현을 가능하면 기록을 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인간의 일상은 생각과 사유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불만족과 불행을 동시에 안고 사는 생물이기에 자신이 발견하고 기록해 놓은 문장이 상황에 따라 연상작용할 수도 있다.이것을 글쓰는 동기로 삼을 수도 있고,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굳이 작가가 되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평소의 글을 쓰기 위한 기본자세를 잘 단련시켜 놓는 것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길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한다.글도 자신의 기질과 취향에 맞는 분야가 있기에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를 읽어 가면서 섭렵을 하되,어떠한 분야의 우물을 팔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삶의 길이는 찰라(刹那)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한 우물을 파내려가 전문이 되고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개인의 빛깔과 무늬를 남길 수 있어서이다.

 

 《고종석 문장》은 1권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서인지 2권은 급물살을 탄 듯 재미와 흥미,유익함을 골고루 맛보게 되었다.기본적인 언어지식(문법과 관련)을 비롯하여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전략적 글쓰기(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이 가장 인상에 남음),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표기법,은유(隱喩)와 환유(換喩),글쓰기를 묻다를 고종석 저자에게 배운 셈이다.저자와 수강생이 강당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분위기를 연상케 하면서,저자의 글쓰기 다년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강생들과의 수수작용(授受作用)이 예비작가생에게는 큰 힘을 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김현의 말들의 풍경과 전혜린의 구별짓기 부분은 내 코드와 부합하지 않는다.비평가 김현이 과연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는가와 전혜린 작가가 독일 뮌헨을 파리의 몽마르트 이상으로 감상화했으며,이를 만리포 해변의 지중해 해변으로 묘사해 놓은 점이 1950,60년대 한국 시대상황과 전혀 맞물리지 않은 부조화의 극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종석 문장의 핵심은 그가 쓴 《자유의 무늬》에서 발췌한 문장을 예시하면서 옥의 티를 가려내는 것이다.나 역시 글쓰기 위한 초심자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예를 들어 일본어에서 차입한 ∼적(的)의 남용,불필요하게 반복되는(복문에서) 주어 및 조사 사용,심리형용사의 인칭 제약(2,3인칭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음),불필요한 접속사 사용,외래어의 적절한 사용(중국어 인명은 신해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이전은 한자어 발음표기를 기준으로,이후는 중국어 현대발음에 의거하여 사용할 것) 등이다.내가 깊게 관심을 갖은 대목은 은유와 환유이다.'은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에 기초하고,환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인접성에 기초한다'는 야콥슨 이론의 요지이다.

 

 고종석 문장 2권 강의를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소재 및 주제를 정했다면 글의 장르에 맞게 순서배열을 밑그림하여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원고지에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닌 유리감옥인 컴퓨터 유리화면을 보면서 단어,문장을 전개해 나가되 글쓰기 도구.연장인 유의어,반의어,연관어 사전을 비치해 놓는 것이 좋겠다는 고종석 저자의 조언에 기꺼이 찬동한다.연관어 사전은 연관어 검색과 유의어로서 포털 사이트 연관어 검색을 치면 관련 유의어,반의어,숙어 등이 즐비하게 나온다.문장과 문장의 맥락을 살리면서 살아 있는 글,현대인들이 자주 회자하고 있는 단어,글로 선을 보인다면 시의성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해 본다.나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마음을 싣고 손을 휘둘러 내려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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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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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범죄 사건은 사건의 대소를 불문하고 세인들에게 충격의 도가니로 집어 넣는다.'묻지마 살인 사건'이 횡행하면서 신체적 약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유인하고 폭행하며 치사(致死)이 이르는 건수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미디어에 발표되는 것은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사법계의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가해자와 섣불리 고소.고발을 했다가 가해자로부터 이중,삼중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자의 모질지 못한 연약한 심성이 사회 범죄의 그늘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사회 범죄를 다룬 실화성 다큐멘터리 또는 범죄 소설을 접하게 되면 우선 먼저 사건.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사건의 전말에 온통 집중하게 된다.주로 남.녀간 치정과 원한,복수심리와 같은 응어리가 쌓이고 쌓여 일순간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살해를 주도면밀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범죄 수사학이 발달하면서 법의학도 동반 발전하게 되었는데,아날로그적인 수사방식을 넘어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는 것들이 많아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그런데 용의주도하게 법망,수사망을 우습게 생각할 정도의 용의자의 묘연한 행방은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듯 용의자가 수사를 방해하는 배경에는 용의자를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어 수사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되고,수사를 맡은 검.경의 수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의 향방을 지켜 보면서 흐지부지하게 되고 마는 경우도 자주 본다.

 

 1920년대 후반 미국은 주가 폭락과 함께 대공황을 맞게 되면서 루즈벨트은 뉴딜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 힘을 쓰지만,경제 한파로 인해 실물경제가 죽고 미국인들의 생기도 축 가라앉아 있던 시기에 '희대(稀代)의 살인 사건'이 터지게 된다.일명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라고 불리워지는데,서유럽에서 미국 동부지역으로 정착하게 된 이주민들이 뉴욕 빅맨 플레이스에 정착을 하게 된다.당시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사회적 범죄가 속출하게 되고,언론은 이를 부풀려서 세인들의 관심과 흥미거리를 조장했던 것으로 보인다.일명 황색지라 불리는 '타블로이드 판' 범죄 이야기가 선정적이면서 인간의 악랄함을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다.뉴욕 타블로이드판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발생지 빅맨 플레이스에서는 어떠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을까.

 

 유부남이면서 독일 자본가인 프리츠 겝하드 박사가 스트레츠라고 하는 애인에게 피격당하게 되는데,그녀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언약에 의해 들뜬 스트레츠 여인은 자본가 남자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부푼 마음에 들떠 있었다.그런데 프리츠 겝하드가 언약을 깨버리자 배신감에 권총으로 그를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그녀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작가 지망생이기도 했다.그녀의 사건을 맡은 검사,변호사들은 그녀를 팜므파탈로 규정지었는데,당시 독일인 자본가를 총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은 물리적 힘으로 되지 않기에 자신을 방어하는 차원인 정당방위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뒤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밥이다.밥은 뉴욕 이스트 맨해튼의 상류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세 명의 여인이 알몸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가해자는 밥이다.그는 연쇄살인 사건의 중심인물로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여겨진다.그는 결손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부모가 이혼을 한 상태에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부두,벌목꾼,과일 따기,통조림 공장에서 막노동을 했던 것이다.그러던 중 밥은 예술적 재능이 있어 조각가가 되면서 돈 버는 일에 주력하게 된다.그는 무기를 은닉하는 것을 시작해서 자신의 성기를 거세하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정신병동에 다섯 번이나 들락날락했다.그 후 파티걸이라는 여성이 살해되면서 수사 초동단계에서는 그를 혐의자로 두지 않았지만 전과(前科)와 행적을 놓고 그를 강력한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파밥은 섹스광(狂)으로 낙인 찍히고 죄상(罪狀)이 무거워 총 139년이라는 징역형을 받게 된다.그는 전기형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언도가 떨어지던 날,그는 형량이 억울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지난 삶의 과정이 분열과 우울의 나날이었는지 재판관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밥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가정환경의 결핍은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만,정신분열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은 치료와 죄값을 받아야 마땅하다.밥에게는 '빅맨 플레이스의 미치광이' '부활절의 살인자' 그리고 '미치광이 조각가'라는 오명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당시 뉴욕 타블로이드판은 앞다퉈 선정적으로 보도를 하려고 했다.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면서 판매부수를 넓히려 했던 것이다.사건의 진실을 외면한 채 선정성만 몰두하게 된다면 사건의 진실은 잊혀지고 허구 아닌 허구만 재생산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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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와 드골 - 위대한 우정의 역사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 지음, 변광배.김웅권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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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 프랑스 현대사에 있어 정치가 및 문학가라는 이미지가 짙다.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말로의 작품은 다행히도 《인간의 조건》을 몇 년 전에 읽었던 터라 그의 작품성과 지명도는 아직도 깊게 각인되어 있는데,샤를 드골은 정치가,군인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어 이 도서는 두 분의 삶의 역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길라잡이가 되어 주고도 남았다.앙드레 말로와 샤를 드골은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지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국가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꾸려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은 안성맞춤의 코드를 보여 주는 두 분의 정치 주연과 조연의 역할도 참 신선하기만 하다.

 

 "당신이 나의 친구이기 때문에,나는 내가 당신을 찬양하는 데 필요한 것을 그토록 훌륭하게 당신이 수행하는 데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인간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알기를 원하고 알게 해주는 데 있어서 가장 뛰어난 적임자"이다. -P356 드골이 말로에게 쏟아낸 우정과 찬양 -

 

 1890년생 샤를 드골과 1901년생 앙드레 말로는 자란난 집안 환경이 달랐지만 두 분의 삶의 내면의 공통점은 문학을 꿈꾸는 소년이었을 것이다.군인,정치가로 외길을 걸어간 드골도 청년시절 글을 쓴 적이 있었다.10년 터울의 두 분은 파리가 해방되고 난 뒤 1945년 극적인 만남에 의해 정치적 동지로 변모하면서 드골은 지도자,말로는 참모(參謀)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나간다.드골은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고 말로는 자신의 지식,경험,상상력을 종횡무진하는 변설가이기도 하다.드골은 제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 군인으로 참전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극적으로 넘긴다.말로는 전쟁 참가보다는 공산당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심취되어 한때는 파시스트,스탈린 사상,스페인 내전 등에 참여하게 된다.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전쟁으로 막대한 물적.인적 피해를 보았기에 경제적 회복이 급선무였다.파리 해방 후 십여 년 정도 과도기를 거쳐 샤를 드골은 1959년 프랑스 대통령에 선출되고,앙드레 말로는 공보부,문화부 장관을 맡게 된다.이는 샤를 드골이 앙드레 말로의 과거 이력을 충분히 검토하고 신임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가 공보부,문화부의 수장으로 재직할 때 '루브르.앵발리드.베르사유 궁전의 그랑 트리아농의 복원,앜마데미들.파리 오페라극장.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발전,프랑스 융단 산업과 코메디 프랑세즈의 건춪거 장식의 구제,도시들에서 민중이 찬란한 국가 문화유산에 접하도록 하기 위한 문화원들의 설립'같은 치적을 남겼다.

 

 앙드레 말로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으며,첫 번째 부인과 인도차이나의 식민지 베트남을 방문하고 그 이후 정부의 도움에 의해 전세계를 누비게 된다.1930년대 중국 대장정 시절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조건》을 펴냈던 것이다.앙드레 말로는 도스토옙스키,니체의 사상에 경도된다.문학적 작품 전개,정치적 행보 속에 두 분의 사상과 힘을 이입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한편 샤를 드골은 전대미문(78% 가량)의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경제회복,외교문제(알제리 해방 등),문화,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였다.청년 시절 모험가에서 반파시스트로 변신했던 앙드레 말로,장교에서 반항아로 변신했던 샤를 드골은 가느다란 강물이 하류로 접어들면서 물살이 거세지면서 거센 물살을 고요하게 침잠시키기 위해 말로와 드골은 극적 만남이 이루어지고 삶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변절하지 않고 관계는 더욱 아름답고 고귀해져만 갔던 것으로 보인다.정치판도에 무사적인 기질과 변사(辯士)적인 기질이 잘 융화하여 한 나라를 멋지게 이끌어 간 점은 본받을 만하다.샤를 드골은 앙드레 말로의 지식,모험,상상력,흡인력 등 총체적인 면에서 그에게 믿고 맡긴 것이다.한국 정치계에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광경을 볼 수 있고,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은 과연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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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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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삶에서 4대 요소라고 하면 물,공기,땅,불이다.이 모두는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이며 고마운 존재일 뿐이다.물,공기,땅,불이 한시도 없다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이고 지탱해 줄 것인가.그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고 만일 4대 요소가 사라진다면 인류도 자연 절멸될 것이다.그런데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상과 사건,사고,소소한 일들을 그림이나 글로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려는 문명의 진화가 있었다.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문명의 획을 그었던 것이고,동식물과 같은 지능이 낮고 말을 못하는 생물들은 본능에 의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그림과 문자,글로 기록하려 했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고대 중국,메소포타미아,이집트 등지에서는 거북의 등껍질,소 어깨뼈,죽간,파피루스 속껍질 등을 이용하여 그림과 문자를 새겨 넣었던 것이 중국 채륜(蔡倫)이 종이를 발명하면서 종이는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게다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직지,쿠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듯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은 경이로울 정도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던 것이다.그런데 모든 자원이 그러하듯 종이의 원료는 대부분 나무로 구성이 되었는데 산간에 식재되어 있는 목재를 벌목하다 보니 이제는 산림이 황폐될 지경에 이르렀다.산림자원의 부족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 일으킬 것은 뻔하다.

 

 내가 근거리에서 보았던 종이 만드는 과정은 닥나무를 베어 삶은 뒤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제지공장에 보낸 후 제지사에 의해 전통 한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던 것이고,일반종이에 대한 것은 책자 및 주워 들은 것이 전부이다.종이가 인간에게 주는 편리함과 고마움은 물,불,공기,땅의 존재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띠고 있는 것이다.종이로 만든 물건은 셀 수도 없고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지천에 깔려 있다.그런데 생활 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종이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특히 1회용 물건에 쓰이는 종이,화장지,사무용 서류 등이다.그린벨트 해제,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심하게 훼손.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절약해야 할 종이마저 함부로 쓰게 된다면 이는 사회적,경제적 타격과 함께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다.요근래에는 종이의 재활용이 활성화되면서 이미 사용한 종이를 재생산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나무는 자원이면서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자원빈국인 한국은 나무를 비롯하여 에너지 자원에도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인공물이면서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종이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는 《페이퍼 엘레지》는 종이의 제작부터 나무,지도,책,돈,광고,건축,예술,장난감,종이접기,영화 및 그 외의 것들을 심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소설가이면서 비평가인 이언 샌섬 저자는 책에 대한 감식안과 탐구력을 바탕으로 종이에 대한 애정과 비애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종이를 통해 종이를 이용해서 현실 속에 나나타는 것들은 참으로 많다.바로 눈 앞에 두고 있는 도서를 비롯하여 신문지,연습장,포켓용 다이어리,달력,벽지,봉투,서류,공문서,골판지 종이,색종이,종이 인형 등 다양하고 다채롭기만 하다.종이로 만든 것들은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끝없이 종이가 되고,종이가 우리가 되고,우리의 인공 피부가 된다.우리의 존재가 곧 종이다.종이는 행동의 바탕이고 우리가 하는 일의 동반자고 과거를 이해하는 열쇠다. -P22

 

 나무에 의해 만들어지는 종이는 기계 및 화학이 발달하면서 펄프,표백 공정을 거쳐 제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한층 종이 사용량은 증가하게 되었던 것이다.또한 손재주를 이용한 종이의 예술성은 종이접기,종이 인형,종이 오리기,종이 옷 등 다양한 쓰임새로 번져 나갔다.게다가 건축,영화와 같이 다양한 산업에도 두루 활용되는 종이는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면서 위축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특히 e-book이 도서시장에 침투하면서 페이퍼 북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도 근자의 풍속도이다.시시각각 속출하는 종이로 만든 책을 비롯하여 간행물,잡지,신문,홍보지,팸플릿 등까지 합하면 지구는 종이더미로 휩싸일 것이다.디지털 문화가 팽창일로의 종이 문화를 얼마만큼 잠재울지는 미지수이지만 (개인적으론)종이로 만든 도서가 전자책보다는 더욱 애정이 간다.물론 전자북을 일부러 구입하지는 않았다.종이책을 넘기는 손놀림 속에서 육감을 느끼고 살아 있는 활자체를 몸과 마음으로 체감할 수 있어 생전에는 종이 책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리려 한다.

 

 종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사연이 담겨져 있는 《페이퍼 엘레지》는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영리함에 의해 삶은 비록 풍요로워졌지만 산림의 훼손.파괴 등 자원 부족 현상을 초래하는 부정적 요인도 많다.종이는 인간의 삶에 필요하지만 함부로 쓰고 버리는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행위는 성숙된 시민으로서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마운 존재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종이를 통해 쓰임과 용도를 정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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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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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회에  움베르토 에코를 만나다

 

 현대사회 사상가이면서 수많은 저술을 남기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 24세부터 저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팔십이 넘은 지금도 왕성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뒤따른다.글을 쓰는 소설가를 비롯하여 사상가,기호학자,철학자,역사학자,미학자가 바로 그것이다.평소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움베르토 에코는 일명 공부벌레,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내가 볼 때에는 언어의 연금술사 이상이 아닐까 한다.그의 작품은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프라하의 묘지1,2》,《젊은 소설가의 고백》을 읽었을 정도이기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작품들을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향후 시간이 주어지는데로 움베르토 에코의 철학과 사상,미학과 관련한 작품도 접하려 한다.

 

 어느 시대,어느 나라에든 '박람강기(博覽强記)' 같은 간서치들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동.서양의 역사,철학,사상,미학 등을 섭렵하고 해박한 지식을 정교하게 필터링하여 대중 및 독자들과 소통과 대화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을 접하게 되면 절로 탄식이 나온다.인간의 머리로 저렇게 해박하고 통찰력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한편 박람강기의 힘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부단한 연습과 연마를 쌓아가면서 오로지 한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삶의 이력에 점과 선,원으로 아로새겨져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움베르토 에코 저자는 이번 글에서 무엇을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일까.

 

 이 글은 총 열 네 편의 글 모음집으로서 10여 년에 걸쳐 쓰여진 것이다.특정한 주제에 대해 요청 받은 담화나 칼럼이 위주가 되고 있는데,사물,사건을 일방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과 사고로 짜여져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저자의 말대로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 주제가 되어야 하지만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적을 만들다>로 결정되었다고 한다.담화,칼럼,즉석 발표,강연,고찰 등은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애독하는 분들,인문학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에게는 기웃거리지 않고 느긋하게 읽어 가면서 내용을 음미하고 사유를 함양해 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적(敵)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P13

 

 나와 너,조직과 집단 간에는 생각과 감정,의식과 이데올로기와 같은 코드의 여부를 갖고 있다.이 문제는 역사적,문화적인 면에서 오랜 세월 정착하여 내면에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자신을 둘러싼 자연적 현상을 규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적(Enemy)으로 규정하여 악마로 여기고 있다.인간의 속성상 또는 정글의 법칙을 놓고 볼 때 이데올로기가 해체된 오늘날 적의 개념은 경제적,금전적 이해 상충관계를 놓고 규정된다고도 생각이 든다.또한 경제적 소득과 사회적 신분,소속 종교 문제를 놓고도 적이냐 아니냐를 가리고 대처해 나갈 것이다.나아가 도덕적,윤리적인 차원에서도 인습 및 의식기준에 맞춰 호의적으로 대할 것이냐,아니면 적대적으로 대할 것인가를 따질 것이다.결국 이것은 국가와 국가 간으로 비화되어 자칫 소소하게 여겨지는 문제로 크게 불거지면 외교적,군사적인 대립과 대치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 글을 읽어 가면서 크게 느끼는 것은 인류역사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면서 통찰력과 해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역사와 문화,신화에 대해 무지하게 되면 이 글을 읽는 데단어와 문장의 난독증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또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풍부한 어휘력이 필요하다.저자는 모국어인 이탈리어를 비롯하여 유럽각국의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면서 해당 국가의 역사,문화에 이르기까지 꿰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해박한 지식,논리적이면서 통찰력을 갖춘 그는 일종의 '걸어다니는 사전(辭典)'은 아닐런지.

 

 철학 사전에 따르면,절대라는 말은 연결이나 경계에서 자유로운,<얽매이지 않는>모든 것을 뜻한다.즉 다른 것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유와 근거를 가지며 설명되는 무엇이다.절대는 신와 매우 유사한 무엇이다.그 외의 나머지는 모두 우연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의 필연성,이유와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 -P42

 

 절대와 상대라는 의미의 차이를 놓고 그는 신과 유사한 무엇이다,우연히 생긴 존재는 반드시 순환논리에 따라 죽어야 할 운명이다,(현실을 떠나) 이상주의 철학자들과 만나면 절대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난해하면서 심오하게 다가온다.나아가 진리에 대한 개념도 상반성을 띠고 있다고 한다.논술의 의미론적인 특징과 같은 것과 신성(神聖)의 특성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즉 진리는 말하는 것과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의 일치를 의미한다.예를 들면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는 <내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의미이고,<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것은 신성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 지구천체,물리학,생물학,시사문제 등의 주제와 관련하여 저자만의 담론을 밀도 높게 설파하고 있다.특히 4대 원소이면서 잊히기 쉬운 <불>에 대한 담론은 식을 줄 모를 정도로 깊이 있는 사유를 오롯이 쏟아 붓고 있다.역사,문화,예술,일상에서 불의 쓰임과 생명력,파괴력을 적나라하게 들려 주고 있다.<사순절 설교집> 가운데는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하는 죽음의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내 자신은 경악스러움과 소름이 끼치면서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감각연구.PP 124∼125)

 

 

 

 

 

  생식력은 왕성한 정자의 힘에 있다,빅토르 위고 문학에 대한 평가(과잉의 시학!),흥미진진한 상상의 천문학,지혜와 교훈을 안겨 주는 속담 따라 살기,아일랜드 작가 조이스의 작품에 대한 저평가성 논조,역사의 장을 새롭게 펼친 위키리크스의 첩보 활동과 같은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기만 하다.이 글의 초반부보다는 중.후반부로 들어가면서 독자의 시선을 끌게 하는 이야기들이 꽤 많았다.논조 면에서 전문가는 편협적인 시각으로 흐르고 박학다식한 사람은 오류가 많을텐데 움베르토 에코 저자는 전문가인지 아니면 박람강기 그 자체인지 내가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다양한 분야를 다이제스트식이나마 새롭게 인식하고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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