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소진)12월 이것만은 꼭 읽겠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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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ㅣ 살림어린이 더 클래식 1
앤서니 브라운 그림, 루이스 캐럴 글, 김서정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12월
평점 :
내가 정말 이 얘기를 알았나?
아주 어린시절 만화 영화로 봤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화가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나 짜증이 나고 울컥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 말이다.
도대체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질문이 많고,
왜 꼭 위험해 보이는 곳으로 가고,
이제 뭔가 줄거리가 되나 싶으면,
이녀석의 호기심이 다른 데로 옮겨가서 또 엉뚱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
이 책은 참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동화다.
온갖 것들에 대한 호기심, 의문, 발견과 경탄
끝없는 질문들 질문들 질문들..
나도 그런 그녀에게 짜증이 났지만,
이 꽤나 자신감 있는 아가씨도 자기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명령만 내리는 어른들한테 짜증이 날 듯 하다.
빨간 모자 이야기를 한참 하려는데,
그림책 구석에 쪼그맣게 있는 벌에 호기심이 가는 것이 그녀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국내에 번역된 판본만 해도 여럿인데,
옮긴이에 따르면 이 책의 특징은
이 글 곳곳에 있는 말장난들을 영어를 넣고 주석을 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 말장난으로 대체해서 가독력과 재미를 높인 것이라 한다.
어짜피 동화란 아이들이 읽는 것이고, 구전되는 것이니 이런 번역도 무난해 보인다.
그래도 이걸 읽고 나니 원어로 읽어 그 말장난들을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 자란 내 꿈 속에도 시계를 찬 토끼, 물에 빠진 새앙쥐, 담배피는 애벌래들이 놀러와주길..
꿈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찾아본 단어들>
그리펀 : 독수리 머리와 날개, 사자몸통, 앞발은 새의 것 한쌍, 뒷발은 사자의 것 한쌍
정복왕 윌리엄 : 노르만 왕조의 시조이자 잉글랜드 국왕.
플라밍고 : 황새종류로 핑크색이 도는 큰 새. 유럽남부 카프브해 등지 서식
<펼쳐 본 그림>
호기심에 고양이를 따라 내려간 구멍에서 끝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앨리스.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유명한 체셔고양이의 고양이 없는 웃음
시간과 싸우고, 언제나 티타임에 머물러 있어서 테이블을 돌아가며 계속 차를 마시는 모자장수와 3월에 미친 토끼, 그리고 겨울잠쥐. 시간과 사이좋게 지내면 시간은 내 마음대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고, 순간이 영원이 되기도 한단다.
플라밍고를 라켓으로 고슴도치를 공으로 움직이는 카드병사들을 골대로 쓰는 크로케 경기
바닷가제와의 아름다운 춤
<마음에 든 구절>
"당신은 늙었어요." 젊은이가 말했어요.
"게다가 턱도 부실해서 죽이나 먹어야 할텐데,
거위 한마리를 통째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드시다니....
나 참,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예요?"
"내가 젊었을 땐." 윌리엄 신부가 말했어요.
"마누라랑 싸울 때마다 법정에서 논쟁을 했지.
그때 턱에 붙었던 근육의 힘이
내 일평생을 따라다니는구나."
(63~64쪽, 앨리스가 외우는 '당신은 늙었어요, 윌리엄 신부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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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마음에 들었는지는 묻지 마시라 ㅎ
이런 식의 위트가 도처에 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