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트레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 지음, 최성애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 생산지를 순례하는 책이라. 

커피 생산지 지도를 펼쳐보자. 이 지도는 세계 극빈국 분포, 지뢰 매설지역 분포, 분쟁지역 분포, 과거 피식민지역분포와 묘하게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미국 백인 사회사업가가 와인 지역이나 순례할 일이지 커피 생산지를 순례한다고. 거기다 커피 농장을 만든 것도 당신들, 이런저런 무도한 권력에 뒷돈대준 것도 당신들, 선물이니 옵션이니 하며 커피값을 생산가 이하로 낮춘 것도 당신들, 그덕에 빚더미에 내쳐진 농민들의 땅을 뺏든 것도 당신들, 그 농민들을 당신들 기업의 대형 농장 농업노예로 만든 것도 당신들, 그 생활을 못견뎌 탈출하려다 기차에서 떨어지고, 농사짓는 땅에 갑자기 터지는 지뢰 그런 것들을 만든 것도 거기 심어둔 것도 당신들... 그렇게 만든게 당신인데 돌아다니며 자선사업하는 걸 책까지 내서 자랑하겠다고? 살짝 배알이 꼴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 그런 경박함을 만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이 저자는 165cm 키를 가지고 있어 그런지 내려다 보지 않는다. 그리고 무수한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때로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 로스터 빈스커피의 대표이고, 사회사업가이고 변호사인 이 책의 저자 딘이 던지는 질문들을 우선 보자. 

공정무역이라 함은 생산자가 충분히 먹고 살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그 농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하는 거래를 말한다. 그런데 농민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부정부폐한 권력, 국제 투자협작꾼들에 의해 한것 부풀려진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비용까지 거기에 포함되야 하는 걸까? 우리가 지불한 공정한 비용이 그들의 배를 불리더라도 말이다. 

또다른 고민은 델 같은 다국적 기업의 농장에서 일하는 농업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사업은 결국 그런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닐까. 전통적인 공동체를 파괴하고, 농민들을 극한의 상태로 몰아간 주범 중에 하나인 델, 델몬트 같은 기업들이 마땅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딘 같은 자선사업가들이 대신 제공해주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말이다. (물론 그 싼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다시 서구의 소비자들이니 어찌 보면 주체만 다를 뿐 그들 주머니에서 계속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빌어먹어야 하는 농민들의 입장을 제외하면 그렇다.)

딘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 지역의 농민자치단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직무역을 하면서 그들의 돈이 이런저런 곳으로 세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런 여행길의 기록이다. (물론 나는 저위의 두 대답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먹고 교육을 해야 지금은 어렵더라도 다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씨앗들을 품고갈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에 논리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당한 정권을 돕는 길이더라도 그걸 뒤엎는 건 그나라 민중들의 힘으로 해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거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겸손한 키를 가진 백인의 뛰어난 유머감각이 마음에 든다. 그 중 특히 마음에 든 몇 가지를 옮겨본다.

어느 농민이 물소를 이용한 유기농법을 고안하자, 그 물소 한마리 비용을 대겠다고 하며 딘이 제시한 조건 세가지를 보자. 첫째 물소 이름을 파만딘(딘 아저씨 ^^)로 하고 둘째 그 파만딘을 꼼꼼히 모니터 할 것, 셋째 자신이 수마트라를 방문에 그 프로젝트의 성과를 판단하겠다는 것. 실패하면 파만딘을 모두 함께 잡아먹으며 축제를 하자는 제안을 한다. 위트있지 않는가? 

이런 건 또 어떤가 수마트라산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를 섞은 자신의 제품 이름을 '에이헵의 복수'(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에 등장하는 주인공 선장으로 스타벅과 갈등관계에 있다.)라고 붙인다. 그의 에이헵이 꼭 복수에 성공하기를 빌며 아, 나도 거기에 힘을 보테야겠다는 결의가 팍팍 다져진다. 

또 오지 여행기로서의 매력도 있다. 

두리안과 매운음식에 어쩔 줄 몰라하고, SEMEN(영어로 정액,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처럼 시멘트라는 뜻)이라는 종이 포대를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일어서서 발언하려다 혼나는(겸손하게 일어나서 발언하려던 딘은 이 부족에서는 일어서서 발언하는 것이 권위의 상징임을 알게됨) 등 적극적으로 경험한 이문화 체험기 이기도 하다. 

이 책 전반은 커피 공정무역을 통해 세상을 조금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저자의 농민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 그리고 자신의 한계에 대한 고민들이 글 전반에 뿌려져 있다. 농민들은 자생적으로 순환되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서구 열강에 의해 커피를 강제로 심게되면서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이는 더욱 생활을 어렵게 해 극한의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유기농 커피 공정무역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태계와 자신들의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힘(돈!)을 얻는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아, 이 책을 읽고서야 나는 별다방과의 완전한 이별을 할 수 있을듯 하다. 별다방의 무관심에 몸을 숨기고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을 즐겼으나, 커피 한잔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누구나 감당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아주 자그마한 일들이 저 바다건너 무수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금쯤은 알 듯 하다. 아주 아주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해보자. 오늘부터 공정무역 커피 한잔 어떠신가. 

"저 여러 불꽃들 속에 당신의 불꽃을 보태십시오." 



케나 장관의 번쩍번쩍한 옷을 입고 다니는 동안 가난한 농부의 자녀들은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커피 열매를 따야한다. 



세계진기명기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페루식 카누로 커피트럭 옮기기다.
우리가 쉽게 먹는 커피 한잔은 오지 농민들이 몇 일을 꼬박 지고 걸어와 판 것일지도 모르고, 저리 카누위에 뗏목을 만들어 물을 건너온 것일지도 모른다. 커피 한부로 발로 차지 말지어다. 



이 많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모두 수마트라의 전쟁 미망인이란다. 



이 양반이 저자 딘 사이컨이다. 저 머드맨들은 전사들이라는데 딘이 그들사이에 있자 진정한 관광사진이 되는구나.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0-02-21 11:03 
    온라인 쇼핑몰  이로운몰 : http://www.erounmall.com/app/  피스커피 : http://www.peacecoffee.co.kr/  아름다운 커피 : http://www.beautifulcoffee.com/  페어트레이드코리아 : http://www.fairtradegru.com/shop/main/index.php?nav=0  공정무역가게 울림 : http://www.fairtra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장바구니담기


나의 엎드린 사자, 우리가 CAP10B를 타고 날았던 이야기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하는 내 목소리를 생각하세요. 그럼 우리의 두 기억이 하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내게 낙하산을 메어 주었어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낙하산 줄의 길이를 맞춰 주고, 말아서 접은 다음 버클을 채워 주는 그 일은, 이상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기는 일과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직면하기 전에 어떤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말이에요.-73쪽

일단 사람들이 솔직해지고 나면 놀랄 만한 이점이 생기거든. 어떤 저항 운동에서든 그건 비교할 수 없는 전략적 이점이지.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결국 늘 같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80쪽

젊이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아는 걸 그 누구보다 생생하고, 강렬하고, 정확하게 알아요.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부분에서는 전문가예요.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거겠죠. 어쩌면 항상 그런 식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승리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 투쟁에는 끝이 없으며,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것만이, 삶이 우리에게 준 커다란 선물을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거겠죠!
그들이 당신을 잡아가기 전에는 미래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모님 세대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하셨겠죠. 우린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95쪽

우리는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그것을 지켜 준다.-97쪽

나는 가만히 지켜봐요. 내가 무얼 지켜보는지 알아요? 나는 거친 혀로 자신을 깔끔히 단장하는 당신의 부재를 보는 거예요.-155쪽

모든 약탈자들은 그들이 방금 도착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잊어버리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늘을 보기 위해 침대위에 올라간다. 하늘을 보면 내가 잠시 잊고 있었을지 모르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오늘날 금융 투기의 대상이 되는 사모펀드의 총액은 전 세계 국가들의 국민총생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스무 배나 크다!

바람, 구름 옆으로 보일 듯이 부드럽게 부는 바람만으로도, 그런 환상들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에는 충분하다.-161쪽

기다리는 법을 아는 피는
또한 돌이 되는 법도 알고 있다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은 고통이다
이것이 내가 배운 것이다

(휘모리 : 베잔 마투르라는 터키의 시인이 쓴 시란다)-169쪽

하지만 아주 큰 비밀들도 있어요. 너무 크기 때문에 직접 팔로 그 크기를 재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숨겨진 채 남아 있는 그런 비밀들. 그런 비밀들은 바로 약속들이에요.-212쪽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2-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제투쟁을 하다 감옥에서 이중종신형을 선고 받은 남자와 그를 사랑하며 기다리는 여자의 편지글로 된 소설이다.

사실 감옥문학이라면 우리나라도 어디서 빠지지 않는다. 세계 최장기수를 보유했던 나라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그 세계 최장기수인 분은 이십대에 들어가 할아버지가 되어서 나왔는데, 사실 많이 배우지도 투철한 사상가도 아니었다. 그런데 간단한 반성문(?) 한장이면 출소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러면 그 사람들이 맞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 수천번 그러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단다. 그는 누이가 나무에 묶여 난자당해 죽임을 당한 걸 보았다. 이러고 보면 이 지구상에 평화로운 곳은 정말 한 줌도 안되는 듯 하다. 하긴 그 한줌의 공간도 생존 전쟁 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삶에서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적다.

나는 책을 읽는 이유도 희망따위를 찾거나 뭔가 의미있는 걸 배우려고 하기 보단 나로 남기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비로그인 2010-02-13 00:14   좋아요 0 | URL
음.. 나로 남기. 그런 것이군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09   좋아요 0 | URL
음.. 이유 없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지만요.

L.SHIN 2010-02-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알파벳 A~Z까지 인격체라 한다면, 그들은 늘 순서대로만 있어야 한다면,
A는 X에게 다가서기까지 얼마나 긴 거리를 가야만 할까,
얼마나 크게 소리쳐야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0   좋아요 0 | URL
바로 지근거리에 있어도 마음은 한 없이 닿기 어려운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전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감동적인가봐요.

꿈꾸는섬 2010-02-1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네요. 와닿는 구절들이 있어요.
휘모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해 좋은 일로 기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가족들과 북적거리는 하루가 되셨겠네요.
아주 잠깐이라도 꿈꾸는 섬님 만의 쉬는 시간이 있었기를 바래봅니다.
올 한해 더 자주 이야기해요 우리 ^^*

후애(厚愛) 2010-02-13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연휴는 집에서 책만 읽으실 것 같은데요.^^
설연휴 잘 보내시고 즐거운 독서 많이 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2   좋아요 0 | URL
사실 어제 뭐 먹고 체해서 그냥 잤답니다.
자고 또자고 오늘도 책읽다 자고 으흐흐
아휴 게을러요 ㅎㅎㅎ

fiore 2010-02-1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옵빠아이폰으로 덧글ㅋㅋ담주가시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3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
신기술의 세계!
아이폰에 처음으로 솔깃해지는데요 ㅎㅎㅎ
알라딘 열심 블로거 상이라도 드려야겠습니다.

[해이] 2010-02-1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어요ㅋ 존복어 너무 조음ㅋ

무해한모리군 2010-02-14 22:14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이 추천해주셔서 샀는데 저 완전 사랑에 빠졌잖아요.
다른 것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게을러서 리뷰는 못쓴다는 ㅋㄷㅋㄷ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상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MB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파시즘'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는데, 이 정권이 내게 남긴 두가지는 파시즘, 공황의 명확한 의미와 데모하다 만난 애인되겠다.  

어쨌거나 이 책 역시 1937년 유럽에 파시즘의 기운이 넘쳐나고, 스페인 내전의 소식이 전해지던 무렵 나왔다. 슬프게도 요즘 한국 상황에 아주 잘 맞아떨어지니 읽는 내내 머리를 끄덕이고, 무릎을 쳤으며 호탕하게 웃어준 대목도 여러번이다. 동물농장을 생각해보라. 조지 오웰은 아주 위트가 있으면서 날카로운 글쟁이이고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 단락은 조지 오웰이 어느 단체의 청탁으로 북부 노동자지대를 두달한 취재하여 쓴 르포다. 노동자들이 묵는 하숙집에 묵으며, 남의 집에 문 열고 들어가 비새는 곳도 보고, 변변한 이부자리도 없는 침대까지 꼼꼼하게 살펴 기록한 글이다.  

왜 가난하고 더러운 곳에 살아야 하는가? 그들의 벌이로는 그런 집세 밖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사회에서 구성원의 상당수는 실업자로 살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이제 알아가듯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자리가 더 없기 때문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면 수십억을 들여서 관청을 지을 돈은 있어도, 쪽방촌에 사는 이들을 위한 싼 주택을 제공할 돈이 없다. 저 위에 있는 누군가들은 노동자들은 입에 풀칠만 해야지, 한달에 영화한편 아니 고기 한근을 사먹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최저임금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조지 오웰의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참이다. 

조지 오웰은 임신한 여성이 탄광에서 기면서 석탄을 채굴한 것이 불과 한세기 전의 일이며, 만일 지금도 그렇게 밖에 석탄을 얻을 수 없다면 석탄없이 살기 보다는 그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산업사회의 맨 얼굴임을 말한다. 광부들의 작업과정, 그들의 삶터, 일터, 수입, 질병, 실업 등을 세밀하게 데이터와 함께 보여주면서 우리에겐 하나의 상품인 석탄 뒤에 우리가 빚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마술처럼 깨끗해지는 건물, 믿을 수 없는 속도의 택배, 놀랍도록 싼 농산물 등 모두 우리가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 말이다. 

이 책의 두번째 부분은 계급과 사회주의에 대한 조지오웰의 생각들을 그리고 있다. 이 글만으로는 정확히 그가 그리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 비판만은 지금도 꽤나 유효해 보인다.  

공산주의와 가톨릭주의가 비슷한 점 하나는 '배운' 사람들만이 완전한 정통파라는 사실이다. (중략)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정말 흥미로운 점은, 정통이다 싶은 것을 실생활과는 전혀 무관해질 정도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심지어 우리가 마시는 음료도 정통적이거나 이단적일 수 있다. (중략) 이는 공산주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결한 형태의 신조는 진짜 프롤레타리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238~239쪽) 

사회주의의 '근본' 취지에 공감하는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은 어느 심각한 사회주의 정당에도 자기 같은 부류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 나쁜 것은 그가 사회주의란 실현될지도 모르지만 가능한 한 저지해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이라는 냉소적인 결론을 내리도록 내몰린다는 점이다. 

(245쪽)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 밖에 없다. 바로 정의와 자유다. 허나 이런 이상은 거의 완전히 잊혀버려 '바탕'이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버렸다.  

(290쪽)



조지 오웰은 중산층이 사회주의자가 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선거 때 진보정당에 표를 던지는 것 뿐(우리나라 자칭 사회주의자들은 이마저도 안한다) 자기 계급 사람들과 어울리며 부르주아적 취향을 즐기며, 자기 계급의 사람들과 결혼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시간의 절반은 자본주의 체제를 비난하는 데 쓰고, 그 나머지는 버스 차장의 무례함에 분을 터뜨리느라 허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지 오웰은 요즘 흔히 유행처럼 번지는 자신이 속한 계층을 조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양식의 차이를 넘어 그들을 어떻게 사회주의로 포섭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조지 오웰은 나름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동의하면서도 사회주의자에 대한 반감을 갖는 이유를 분석해 간다.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미감을 소중히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할까? 조지 오웰의 대책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본질을 희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외관은 크게 희생해 마땅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사회주의 운동에 아직도 붙어다니는 괴팍스러움의 기미를 떨쳐버릴 수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샌들과 베이지색 셔츠를 싾아놓고 태워버릴 수만 있다면, 채식주의자와 금주주의자와 위선자를 '웰윈 가든 시티'(전원도시란다)로 돌려보내 조용히 요가나 하며 지내게 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 '가능한' 것은 훨씬더 지적인 사회주의자들이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리석고 다분히 엉뚱한 방식으로 멀어지게 하는 일은 그만두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융퉁성 없이 구는 일이 너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너무 쉽게 근절할 수 있다. (중략) 거기다 거의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전문용어도 문제다. 일반인들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니 '프롤레타리아의 연대'니 '수용자들에 대한 수용'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영감을 받는 게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다. (중략) 평범한 문의자들을 사회주의자는 샌들을 신고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가버리도록 만드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사회주의 운동에도 인간미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게임은 끝이다. 

(299~301쪽) 

이를테면 여기 있는 나는 교육으로 보면 부르주아지면 소득으로 보면 노동 계급이다. (중략) 하지만 나와 거의 같은 처지인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그보다 훨씬 다수인, 이번엔 수백만에 육박하는 부류는(온갖 종류의 사무직 종사자와 검정 코트를 입고 다니는 종업원들) 어쩌란 말인가?(중략) 

그것은 우리가 쓰는 도구가 곡괭이든 만년필이든, 빈곤은 빈곤이라는 핵심적인 사실로부터 주의를 빼앗아버린다.(중략)앞으로 몇 년 안에 중산층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갑자기 우파 쪽으로 대거 몰려갈 위험이 상당히 크다.  

(303~308쪽) 

우리가 효과적인 사회주의 정당을 출범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이 책의 1부에서 기술한 여건을 바로잡거나 영국을 파시즘에서 구할 가망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정으로 혁명적인 의도를 가진 정당이어야 할 것이고,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수적으로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당은 우리가 일반인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목표를 제시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다른 무엇보다 지능적인 선전이 필요하다. 신성한 세 자매 정, 반, 합은 언급하지도 말고 '계급의식'이니 '수용자에 대한 수용'이니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니'니 '프롤레타리아의 연대'니 하는 말은 줄이는게 좋다. 정의와 자유, 그리고 실업자들의 공경에 대해 더 이야기 하는 게 좋다. (중략)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사실을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하는 것 뿐이다. 하나는 모든 피착취 인민의 이해관계는 같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는 상식적인 양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308~309쪽) 

- 강조는 내가 했다.

이 글을 보니 사회주의자들의 모양새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어려운 운동권 용어를 남발해 심정적 동조자들에게도 꿈꾸는 소리나 하는 먹물들로 오해받고, 나누고 찢어져서 니가 이단이네, 너는 좌경이네 우경이네 하며 싸우는 행태 말이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을 취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걸 자꾸 깜빡깜빡하게 된다.

오웰의 말대로 실업자들, 자꾸만 살림살이가 어려워만지는 도시 소상공인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그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만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녹색성장, 부동산 일확천금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지고 또 질 수 밖에 없다. 그 시절에도 지금도 역시 우리가 파시즘에 이기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iore 2010-02-1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모하다 만난 애인' ㅠ 읽어봐야겠네요.
창비세계문학 폴란드 편을 읽는데, 나라, 시대, 상관없이 권력가진 넘들은 다 똑같구나 생각하게 돼요. 한겨레21 노동OTL 읽는 기분 들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0 09:28   좋아요 0 | URL
애인에 방점을 찍으셨군요 ㅎㅎㅎ
아 폴란드편이 그렇습니까?
지금 전 러시아편을 읽는 중인데 사람사는거 별 차이 없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습니다 ㅋㄷㅋㄷ

fiore 2010-02-10 10:00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애인님을 말씀하신 거였네요!
아침에 휘릭 봐서 비유법인줄 알..
더 방점을 콕.. ㅋㄷㅋㄷ

머큐리 2010-02-1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얼릉 읽어야 겠어요... 휘님..진짜 데이트 한 번 해야 할텐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0 09:27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래요~~
읽고 수다 떨어요.

람혼 2010-02-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이 직접 강조하신 부분들은 특별히 세 번씩 다시 읽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은, 소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실제로 한국의 '진보정당'들이 [외형적으로나마]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것들이 바로 조지 오웰이 강조하고 있는 저러한 지점들이 아니었나 하는 사실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라든가 '프롤레타리아의 연대' 등 이른바 '사회주의적 전문용어'의 시대였던 80년대에서 벗어나 90년대에 들어왔을 때부터 현재까지 대다수의 진보정당들은 정의와 자유, 실업자 문제 등등 지극히 '자유주의적'인 상식의 문제에 천착해왔던 게 아닐까요? 정치적 정의, 경제적 정의라는 문제는 소위 전문용어라고 불리는 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나 '프롤레타리아의 연대'보다 훨씬 더 상식적인 문제가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그 가장 상식적인 문제에 왜 대중들은 '호응'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렇게 의문을 던지는 것은 "모든 피착취 인민의 이해관계"가 정말로 "같다"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물론 오웰은 이 사실을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리고 과연 현재의 한국 정부 혹은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환경 등이 정말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피착취 인민들의 선거와 지지로 탄생되고 유지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어쩌면 오웰의 글 중에서 "효과적인 사회주의 정당"과 "지능적인 선전이 필요하다"는 말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2-10 10:49   좋아요 0 | URL
조지 오웰이 살던 세상과 지금은 같고도 또 엄청나게 다르겠지요.
특히 사람들 머리속이 오늘날 한국사회와 크게 다를듯 합니다. 조지 오웰이 말하는 생활양식(?)의 차이는 현대에 와서 무지막지한 소비를 하는 삶의 모델로 이미 표준화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거기다 세상은 하도 복잡해지니 어떤 것이 저의 이익인지 저는 잘 알지도 못하겠습니다.

현대의 진보정당들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역시 생각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한구절 인용하자면 '우리의 저항은 참으로 어설프다'라는 생각 역시 해봅니다. 그 어설픔이 과연 선전이나 효율성(이건 확실히 떨어지는듯 합니다만)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식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상식적인 방법이 우리 손안에 있다는 걸 잘 보일 수 있기를 오늘도 바래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느낀 것은 우리 저항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삶이 나빠지는 속도는 전혀 따라잡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때 수도권에서 재개발 아젠다를 어떻게 들고나와야 중산층이나 중산층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까요? --;; 이윤이 없이 이웃들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개발하자, 무분별한 성장정책안된다 이런거 얘기하면 먹힐까요? 쩝 이 먹히는 걸 생각하다보니 할 말도 못하고 두리뭉실해져서 선전이 안되는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뭔가를 내어놓고 포기해야한다고 말하는건 너무 두려운 일이니까요. 아 저번 교육감 선거도 생각나네요. 우파는 전교조 반대, 자사고 설립만 말하면 되는데, 좌파는 교육실정의 원인분석부터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청사진까지 말해야하니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ㅠ.ㅠ

저는 람혼님 댓글을 다섯번 읽어줍니다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2-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MB 정권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런 면에서는 감사해야 할까요? 훗) 휘모리 님의 글을 보니 꼭 한번 읽어볼 책이네요.. 감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2-11 10:2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고민할 거리를 많이 제시해주는 책이라 즐거운 독서 되시리라 봅니다.

비로그인 2010-02-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요책 기대, 기대, 기대 합니다 +_+

무해한모리군 2010-02-11 10:29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마음에 드셔야 할텐데요~

쎈연필 2010-02-1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지런하셔라, 정성스런 리뷰네요. 독서량이 엄청나신 것 같습니다. 저도 마침 조지 오웰을 읽던 터라, 참고가 많이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2-11 18:23   좋아요 0 | URL
아휴 정리를 할 시간이 없어서 대충 옮겨적기만 해두었는데 고맙습니다. 요즘은 정신이 없어서 두꺼운 책들은 엄두도 못낸답니다. 제랄님 글 저도 늘 재밌게 읽고 있어요~

기억의집 2010-02-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는 주변을 보면 알 수 없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부자들의 편을 든다는 거에요. 왜 그럴까요? 오웰이 말하는 산업사회의 맨얼굴에서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가진것 없는 그래서 교육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인데 그네들은 왜 뻔지르하게 말뿐인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지 모르겠어요. // 이 책 주변에서 보니 공짜책 많이 뿌려지길래 사지 말까 했는데... 3월엔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0-02-11 18:25   좋아요 0 | URL
공짜로 슬적 주우실수 있으시면 그렇게 읽으시면 어떨까요 ㅎㅎㅎ

주류의 논리를 뼈속까지 받아들여서 그런걸까요? 말만 뻔지르르해 보이는 배우아이들이 미덥지 못해서 그런걸까요? 우리가 무엇을 선호할때 합리적인 원인 외의 것들이 더 많이 좌우하니까요.

글샘 2010-02-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
파시즘이 내세우는 것이 <민족>이고 <군사력>인데 이 정권은 저질 폭력 정권에 불과한 거 같아요. 그렇지만 여러 측면에서 파시즘과 공황 시대의 양상과 유사하죠. 파시즘이 세계화된 시대라고나 할까요...ㅠㅜ

무해한모리군 2010-02-24 14:2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샘님
고맙습니다 ^^
잘쓴 리뷰라서가 아니라 아마 관심도서라서 뽑힌 모양입니다.
이 깊은 불황과 실업, 빈부격차가 결코 쉬이 물러가지 않을듯해 더욱 걱정입니다.

2011-03-1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18 15: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네 괜찮아요 ^^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1. 정당 간 묻지마 선거연합이 아니라 의제 중심의 선거연합이 되어야 한다. 각 정당이 지방선거를 통해 정책적으로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의제가 상당부분 일치하거나 수렴하고 상호 타협의 가능성이 높다면 선거연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 갈라진 진보세력의 내부적 통일성을 공고히 한 이후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 지방선거 공동대응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 진보 양당 간 지방선거 공동대응의 원칙이 세워진 이후 민주당을 포함한 선거연합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진보세력의 몇몇 주요 의제를 받아들이고, 진보세력의 일정한 지분을 인정해주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 때, 최대다수 선거연합의 형성은 충분히 가능하다.-220쪽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쉬러는 투기적 버블시기에는....'가격상승-이야기-가격상승-박탈감-가격폭등'으로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비이성적 과열 국면을 맞는 것이다.-156쪽

찰스 킨들버그는 투기적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한 바보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으로 맨 마지막에 남겨지는 불운을 겪는다고 지적한다.....결국 숫자로만 존재하는 자산가치를 구경만 하면서 힘들게 번돈으로 자산에 딸린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158~159쪽

이렇게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욕구로 만들어지는 풍요는 오히려 끝도 없는 욕구로부터의 소외를 낳아 더한 빈곤에 갇히게 만든다.
또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에 쉽게 이끌려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못 돼먹은 금융 도구로 충동적인 소비를 하고는 잡동사니에 시달린다.(중략)
이렇게 잡동사니 소비를 하면서 정작 꼭 써야 하고 꼭 쓰고 싶은 곳에는 돈이 없어 빚을 낸다. 혹은 그런 미래를 살지 않기 위해 머니게임의 패자 대열에 혹시나 하고 참여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사는 것이다.
-163~164쪽

필요 이상의 돈을 생각없이 쓰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은 그 자체가 피곤한 삶일 수 밖에 없다.(중략)
불필요한 곳에 혹은 수동적인 소비 욕구를 채우는 것에 돈을 쓰지 않는 지혜로운 경제 생활이야말로 품위있고 여유있는 삶을 만들어줄 수 있다.(중략)
고정 지출이 적어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저축은 자산을 쌓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목돈을 쓰기 위함이다.-164~165쪽

신용카드는 우리를 일상적인 채무에 허덕이게 만든다.(중략)
두번째로 반드시 해야할 것은 고정지출을 줄이는 것이다.(중략)모든 항목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줄이면 전체적인 고정 지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세번째는 반드시 저축을 하는 것이다. 생활이 궁핍해도 행복한 사람은 저축이 있는 사람이다. (중략)
실재로 우리 사회가 폭넓은 사회안정망을 갖추고 공동체 가치관이 사람들에게 크게 자리잡고 있다면 그 자체가 사회적 저축이다. (중략)사회안정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활동이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당장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보충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저축계좌를 늘리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166~167쪽


댓글(5)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2-0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지만 행동은 쉽지않은... --;;

카스피 2010-02-0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 없으니 카드를 쓸수 밖에 없다는.. --;;;

무해한모리군 2010-02-05 09:09   좋아요 0 | URL
없으면 사지말라는게 이 책의 뜻.
카드로 쓰다보면 쓸데없는 잡동사니 소비가 는다네요.
제 경우에는 맞는듯 해요.

Mephistopheles 2010-02-0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년 전 신용카드는 다 끊어버렸다는...직불카드만 있을 뿐....

무해한모리군 2010-02-07 19:39   좋아요 0 | URL
오 매피님은 대단한 분이셨어...
저도 그래야 하는데 생각만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