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몬스터+종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예컨대, <위키피디아>라는 유명한 온라인 백과사전이 있습니다. 우선 사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그것이 더욱 진화해감에 따라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지금 그곳에 실려 있는 것은 대부분 유명인에 대한 정보로 제한되어 있지만, 아마도 머지않아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올라가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전혀 짐작하지도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보가 낱낱이 공개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119쪽

자본주의의 본질은 '차이를 만들어내어 차별화하는 것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는 물건을 소비하는 '욕망 긍정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자본주의의 진짜 적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대립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신의 뼛속까지 스며든 욕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185쪽

막스 베버는 [사회주의]에서 "관료제화는 자본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에도 공통적으로 흐르는 역사의 필연이자 숙명"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주의가 역사의 필연이 아니라 관료제가 역사의 필연이었다는 것은 본질을 꿰뚫는 탁월한 통찰입니다.(중략) 그에 대해 베버는, 관료제는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208쪽

선전은 모두 대중적이어야 하며, 그 지적 수준은 선전이 목표로 하는 대상 중 최하 부류까지도 알 수 있을 만큼 조정되어야 한다. 그 지적 수준은 선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획득해야 할 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순주한 지적 수준은 그만큼 낮게 해야만 한다.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진지하고 냉철한 사고나 이성보다 감정적, 혹은 감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성적 기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복잡하지 않고 매우 단순하며 폐쇄적이다.. 긍정 아니면 부정이며, 사랑 아니면 미움이고, 정의 아니면 불의이며, 참 아니면 거짓이다.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않다든가, 혹은 일부분이 그렇다는 일은 없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인용)-223쪽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역사학을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 능동적으로 시대를 열거나 주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단언하건대, 역사적으로 그런 일은 단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290쪽

역사학은 오랫동안 이런 백과사전적 지식에 들어가는 가장 좋은 입구였으며, 역사를 통해서 인류는 이런 방식의 지식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그런 지식체계를 갖춘 사람들을 재생산해왔다. -2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대답은 도망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예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당신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건 거의 사르트르의 말 아니겠습니까.-24쪽

우리에게 영원히 이상적인 기본 유형으로 남을 어떤 목소리, 향기, 피부색, 존재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내 안에 들어와 울리던 느낌을 처음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발견한 경험 말입니다. 사랑의 열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타인의 공감에 이르게 되는 한 방식입니다. 영혼과 육체를 통해 이 공감에 이르는 길은 육체와 함께하기도 하고 영혼만으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34쪽

"어서 와서 자요." 새벽 세 시가 되면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곧 온다고 하지 말고, 그냥 와요 지금!" 당신의 음성에 나무라는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놔두면서도 그렇게 오라고 부르는 것이 나는 좋았습니다.-36쪽

그때 난 당신은 내게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지금도다 더 대접받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42쪽

당신은 내 삶에 온 정성을 쏟으면서도 당신만의 모임이 있었고 또 당신만의 삶이 있었습니다.-49쪽

카프카가 [일기]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이 당시의 내 마음 상태를 요약해주는군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겁니다.-69쪽

그렇게 되면 인간을 위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게 됩니다.-76쪽

내가 보기에, 기술의학이란 훗날 푸코가 '생체권력'이라 부르게 된 것, 즉 각자가 자신과 갖는 내밀한 관계조차도 기술적 장치들이 장악하는 권력중에서도 유독 공격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82쪽


댓글(2)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긴밑줄)D에게 보낸 편지 - 여든두살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0-01-18 22:43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덦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
 
 
라로 2010-01-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얇아서 속상했어요,,,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두사람의 사진 넘 좋았죠!!!!

무해한모리군 2010-01-19 10:34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저 아래 제가 옮겨둔 사진 보셨나요.

꽤나 긴 편지이긴 하잖아요 ^^
 
봉크 - 성과 과학의 의미심장한 짝짓기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 파라북스 / 2008년 7월
품절


<<인간의 성반응>>에서 두 사람은 "실질적으로 여성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은 찌르는 동작을 남자가 조절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여성은 즐거움을 위해 음경을 환영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통제권-속도, 각도, 깊이, 생김새 등에 대한-을 확보할 때에만 그렇다는 말이다.-69쪽

돼지와 남자 사이의 공통점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 : 가슴을 즐겨 애무한다는 점이다. 그 외 지구상의 어떤 수컷도 일상적으로 가슴을 애무하는 동물은 없다.-109쪽

구부러진 페니스를 위해 위안이 될 만한 한마디. 수 박사는 완전히 직선으로 발기하는 페니스는 아주 드물다고 말한다. 그가 실제로 한 말은 이렇다. "남자는 대부분 공산주의자예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거죠! 그 다음으로 흔한 경우는 아래로 고개를 숙이는 거죠! 일본 신사들처럼 말이에요! 제3번은 오른쪽. 네 번째는 위쪽이에요! 코끼리처럼 말이죠!"-156쪽

2개의 발기실, 사실은 하나가 더 있다. 2개의 방 바로 아래에 있는데, 역할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무시하기로 한다. 마찬가지로 코 안쪽 벽에 있는 발기조직도 무시하고자 한다. 아주 드물지만, 성적으로 흥분하면 코 안의 발기조직이 확장하기도 한다. 이 역시 피가 흘러들어와 발기하는 것이다. 코가 막히는 것은 코 안에서 발생하는 발기현상이다.-159쪽

곧은창자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되는 희한한 물건과는 거리가 멀다. <곧은창자 속의 이물체 - 사례보고와 전 세계 문헌에 대한 개관>에는 의사들이 그 동안 곧은 창자에서 꺼낸 물건 목록이 수록돼 있다. 7명의 여성을 포함해 총 202건의 사례가 소개됐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들을 소개하면, 냉동 돼지꼬리(여성), 임펄스 바디스프레이통(37세 변호사 속에 "갇혀"있었다), 방풍나물 뿌리, 플랜틴 바나나(콘돔을 씌움), 날이 무딘 칼, 소뿔, 살라미, 보석 가공용 톱, 플라스틱 주걱 등이 있었다. 하나의 곧은창자 속에 다수의 물건이 발견된 사례는 "컬렉션"이라는 제목을 달아 따로 소개했다. 여기에는 정물화 제목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것들("기름통과 감자", "사과 2개", "돌멩이 402개"), 그렇게 쓸 수 없는 것들('우산 손잡이와 관장기 튜브", "레몬과 콜드크림병"), 그리고 빌티모어 샤토에서 한가한 한때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안경, 옷가방 열쇠, 파이프담배 주머니, 잡지") 등이 포함된다.-260쪽

나탈리 도브와 마이클 위더먼은 연구를 통해, 섹스 동안 딴데 정신이 팔려 있는 여자는-정신이 덜 팔려 있으면서 감각에 더 집중하는 여자에 비해-성적으로 덜 만족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의 오르가슴은 일관성이 떨어졌으며 또 오르가슴을 꾸며내는 일이 더 많았다.-295쪽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암컷 시궁쥐마저도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의 성행동>>에 수록된 이 문장은 킨제이 저작물 중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성교 중인 한 쌍의 시궁쥐 앞에 치즈조각을 흩어놓으면 암컷은 정신이 팔리지만 수컷은 그렇지 않다."-296쪽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남자는 좀더 제한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과 관심에 맞는 영화에만 흥분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여자 이성애자는-그리고 남자 동성애자는-남자 두사람이 섹스하는 비디오를 보고 흥분반응을 보이지만 남자 이성애자는 대체로 그러지 않는다.-297쪽

게다가 반응은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나타난다. 어느 학자는 이를 "자동적"이라고 표현했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기가 질리는 표현에 따르면 "성적으로 반응하는 여자는 삽입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윤활상태에 이르기까지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298쪽

네덜란드 학자 엘런 란의 연구에서 여자들이 여자 중심의 포르노를 보는 동안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적 흥분을 (주관적)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성적 흥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여자를 위해 만든 영화를 골라 사용하기 시작했다.-299쪽

피임약을 먹고 있다면 다르다. 인간의 경우 호르몬 수준은 월경주기에 따라 자연적으로 최고와 최저 사이를 오르내리는데, 피임약은 이를 평탄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면서 리비도도 함께 평탄하게 만든다.(중략) "피임약은 기본적으로 여자를 갱년기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죠."-335쪽

그러나 효율적 섹스는 놀라운 섹스와는 다르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실험실에서 있었던 섹스 중 최고는 게이 및 레즈비언 커플의 섹스였다. 이들은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특별한 섹스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았기"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또 섹스에 몰입했다. 이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으며...(중략)
또 한가지 차이는 레즈비언의 경우 자신이 파트너에게 하는 행동에서 파트너 자체에게 느끼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가슴을 애무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파트너가 보이는 반응에도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350쪽

그러나 감정이입의 괴리는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만'하면 된다. 마스터스와 존슨이 찾아낸 이성애자-동성애자 커플 사이의 차이점 중 하나는 동성애자 커플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훨씬 더 자주, 쉽게, 터놓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게이나 레즈비언들은 섹스라는 세계를 좀더 편안하게 즐기는 것 같다. 마스터스는 남자 이성애자의 손가락 삽입을 예로 든다. "여자 이성애자 중 다수가 거의 아무런 쾌감도 얻지 못하고.. 또 [그 때문에] 산만해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남편에게 그만두라고 요구한 경우는 두 건뿐이었다."-352쪽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1-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남자들에 대해 다룬 부분은 그닥 관심이 없어 옮기지 않는다. 단지 세우려는 그들의 노력만이 안타까울 뿐.

여자의 몸이 반응하는 것과 여자의 성적인 흥분 사이에는 딱히 밀접한 경향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여자의 성반응에 대해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2010-01-15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5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5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1-1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은 환상'이라니까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1-15 13:33   좋아요 0 | URL
내 머리가 만들어 낸? ㅎ

2010-01-15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이 결혼할 때가 된 게야, 분명히~ ^^

비로그인 2010-01-15 15:43   좋아요 0 | URL
푸하핫, 이 책 이젠 더이상 휘님 회사 화장실에는 없는 건가요? 좋은 읽을거리라 생각됩니다만..

무해한모리군 2010-01-15 17: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하하 어렸을 때 이런거에 더 관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Manci님 슬프게도 별 인기가 없었어요 --a

순오기 2010-01-17 22: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분명히 어렸을 때 더 관심이 많지요. 그런 부분 나오면 다시 보기를 수차례 했잖아요. '서재 결혼시키기'에서도 나오잖아요. 아버지가 읽었던 책에 그 부분이 많이 구겨졌다던가 닳아졌다던가...내가 리뷰에 써놓고도 가물가물해요.ㅋㅋ
그래서 전 우리 애들에게 19금 소설도 다 읽게 해요. 큰딸이 너무 개방적인 성적대화에 놀란다고 말하지만..."야~ 솔직히 상상은 그보다 더 야한 것도 하는데 뭘~ 그래도 문학으로 걸러진 게 훨씬 더 낫지!'이러면서요.^^

무해한모리군 2010-01-18 08:04   좋아요 0 | URL
사실 저책은 웃기지 별로 야하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실험실에 남여가 기계달고 막 하고 있는 장면이 야할리가 ㅎ

순오기님 자제분들은 정말 좋은 어머니밑에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텐데.. 제가 언제 편지라도 쓸까봐요 ㅎㅎㅎ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의문에 싸인 자신의 영혼과 씨름하는 사람에게 책이란 한때 꽃 피웠다가 씨를 맺고 스러져가는 존재이다. 초판본이든 제 41판이든 껍데기일 뿐이다.

- D. H. 로렌스-214쪽

그러나 어떤 운동의 주역을 밝힌다는 관점에 선다면, 문학사의 결정적 기점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떤 책 한 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나는 법이다.-292쪽

희망에 가득 차 있되, 절망과 거리가 먼 것만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절망도 인류가 극복하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희망이 있다는, 음울한 종말론적인 걸작이라는 믿음이었다.

- 이블린 워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에 대해'-308쪽

내가 믿는 사랑은 단 하나
마른하늘에 내려치는 번개와 같은 사랑뿐
나는 믿지 못한다. 우정이 싹을 틔워 천천히 사랑이 맺어졌다거나
"왜"냐고 물어야 하는 그런 사랑을 나는 믿지 못한다.
사랑이란 우리에게 전쟁처럼, 야수처럼,
별안간 찾아왔으니까.
부드럽게 피어올라 상처도 없이 스러진다는 그런 사랑
나는 품을 수 없네.

- 그레이엄 그린의 '흘끗 뒤돌아보다'-321쪽

사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목소리를 공적인 자리에 그대로 옮겨적으면, 특별히 누구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더라도, 몹시 공격적인 어조로 들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336쪽

그는 뛰어난 어릿광대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이런 용어가 나오기 이전 시대였지만)에 대해서 거친 언사를 써가며 반대했고, 친구들을 대변해서 난폭한 말을 쏟아내는 일을 재미로 삼았다. 실제로 그의 정치적 견해가 어떤 것인가를 찾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338쪽


댓글(5)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소설 속의 시
    from 마지막 키스 2010-01-11 10:58 
    오늘 휘모리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갑자기 .  가끔 책들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든가, 혹은 누군가의 시를 인용했다든가 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들이 소설보다 더 가슴을 울릴때도 있다.    내게는 무척 재미없었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도 시가 나오는데 이 시는 이 소설 한권보다 도 훨씬 좋았다.      떨리는 한숨이 가슴을 채우고 두 손이 우연한
 
 
무해한모리군 2010-01-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개의 인용은 필립 라킨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의 시를 읽어보지 않아 시의 경향은 잘 모르겠지만, 실생활에서는 냉소와 이죽거림을 즐겼던 모양이다. 인터넷은 사적인 공간인가? 편지글이던 인터넷이던 저자의 '의도'에 따라 나눈다면, 인터넷은 공개될 수 있음을 알고 쓰는 것이니 공의 영역의 가깝지만, 그 발언의 형태는 사의 영역에 더 가까운 듯 하다.

그레이엄 그린의 시는 누구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게 한다. 낯간지럽게 몰랑한 시라니!

... 2010-01-09 02:09   좋아요 0 | URL
아니 저 시가 정녕<권력과 영광>의 그레이엄 그린이 쓴 시란 말입니까?

무해한모리군 2010-01-09 10:4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눈을 의심케하지 않습니까?
저 시가 있던 시집은 50부가 100부가 찍어서 지인들과만 나누어가졌데요~
저런류의 시들이 있다네요 ㅋㄷㅋㄷ

마늘빵 2010-01-0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고 재밌겠군요! 아, 책을 사면 안돼 안돼. 보통 씨 또 책 냈는데 눈 돌리는 중...

무해한모리군 2010-01-09 10:46   좋아요 0 | URL
보통씨 책은 서점에 서서 읽으면 될 분량이던데요.
전 두페이지 서점에서 읽었어요 ㅎㅎㅎ
 
오늘의 네코무라 씨 셋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가정부 네코무라씨의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호에도 네코무라씨는 가정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남의 일에 열심히 참견하며 다니다 혼이 나네요. 

여전히 주인집 가족들은 대화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으면서  

삐끄덕거립니다. 

모두 외롭지만 서로에게 다가갈 길은 원망에 가려서 찾아지지 않네요. 

교수의 부인은 항상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남편에게 수치를 안겨주면 안되잖아요.
어디서 누구와 만날지 모르는데.. 

항상 아름답지 않은 건 부끄러운 건가요? 

당연하죠!
내가 아름답기 때문에 남편도 날 데리고 나가길 원하는 거라구요.. 

아아~
그래서 항상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시는 거였군요. 

저는 어르신이 사모님과 함께 나가고 싶어하는 건 사모님과 함께 있으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심? 

네. 아무래도 밖에서 업무와 관련된 자리에선 누구든 긴장하게 되잖아요?
아무리 어른이라도 긴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거나 얘기를 하는 게 어렵겠지만...  
사모님이 곁에 있어주면 확실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192~193쪽) 

원래 타인이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된 거니까...
역시 마음 편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중략) 

역시 어르신은 사모님과 함께 있으면 마음 편하고 안심되시는 거죠?
부부라는 건 그런 거잖아요. 

응?
네코무라 양,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난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도 단한번도 마음 편했던 적이 없었다네. 
(중략) 

그럼 사모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모님이 아름답기 때문에 함께 외출하고 싶어하시는 건가요? 

네코무라 양... 
난 아내가 아름답다는 이유로 함께 외출하는 것도 아니라네. 

그럼 어르신은 어째서 사모님과 함께 외출을 하시는 걸까? 

(199~202쪽) 

글쎄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 부부. 

제 생각에 가족은 기억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단히 묶어두려면 함께 나눈 기억들을 많이많이 만들어두는게 중요한듯 합니다.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 보다 사랑한 추억과 시간이 많은 것은 그래서 중요한게 아닐까요?

그리고.. 남녀의 사랑이 지나간 후에 누군가와 계속 걸어나갈 결심을 하는건 서로의 삶에 대한 측은지심(안타깝게 여기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직 해보지도 않은 주제에 어찌아누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1-0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지속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사랑의 추억이 많아야 하는 건 분명해요.
살다가 갈라서고 싶을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어요?
그래도 사랑했던 추억이 많으면 그 추억을 야곰야곰 곶감 빼먹듯 버틸수 있으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10-01-02 19:58   좋아요 0 | URL
요즈음은 가족과 나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어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셔야할텐데..
전 왠지 어머니께 불만이 많은 딸인데..
이번에 일본에 갔을때도 엄마랑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랑 더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어요 지금은 ㅎ

순오기 2010-01-03 11:23   좋아요 0 | URL
엄마랑 딸은 친구가 되는데,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추억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나 보네요. 엄마랑 다 큰 딸의 여행이라~ 나는 우리딸과 제주올레를 꿈꾸는데...^^

무해한모리군 2010-01-04 00:21   좋아요 0 | URL
부족해요 늘 부족해요.
엄마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어요 ㅋㄷㅋㄷ
그리고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수다를 엄마한테 내뱉고 있어요 ㅎㅎㅎ
나이가 드신 분들만 봐도 엄마 생각이 나서 절로 도와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하하 아줌마가 되려나봐요 시집도 가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