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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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8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인 보비 존스는 러프에서 공을 치려고 할 때 공이 조금 움직이는 것을 봤다. 이 광경은 존스 외에 아무도 보지 못했고, 나중에라도 이런 사실이 발각도리 우려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벌타를 받았고 결국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존스는 기자들에게 이 일을 기사로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내 행동을 칭찬한다면 그것은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하는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133~134

우리가 유혹을 피하려고 내리는 모든 결정은 어느 정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 그런데 이런 수고를 반복함에 따라 의지력은 점점 더 소진된다. (...)

자아고갈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에 특히 자제력을 잃기 쉽다. 하루 종일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쓰다가 저녁이 되면 뇌가 지친 나머지 욕망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175쪽

우리는 단 한 차례의 부정행위도 사소하게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처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용서한다. 처음 저지른 실수이고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부정행위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그 시점 이후의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1쪽

사람들은 내가 설명하는 실험들의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았으며 그런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했다. (...) 그 후 (...) 질문을 던지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준 다음 각자 예상하는결과에 투표하거나 종이에 적으라고 했다. (...) 이 방법은 유효했으며, 이후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 사람은 천성적으로 자신이 정답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향이 있다.

 

266쪽

사소한 잘못은 그 자체만으로는 (상대적으로 볼 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잘모소딘 행동을 대대적으로 해도 괜찮다는 어떤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 내는 효과가 단 하나의 부정직한 행동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꺠닫는 것이 중요하다.

 

267~268쪽

이들(정치인, 공무원, 사회 저명인사, 기업 경영자 등과 같이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자칫 공정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한층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치며 더 큰 비용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저명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볍게 받으면서보상은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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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 학벌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김동훈 지음 / 더북(The Book)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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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15쪽
하기는 그 이전에 역시 존경받는다던 전 대법원장도 물러나자마자 모 법률회사에 '취직'하지 않았던가. 어느 판사는 이러한 현상을 비꼬아 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하신 교장선생님이 그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구멍가게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정곡을 찌르는 비유다.

 

120~121쪽
조선의 양반가에는 자식이 태어나면 다섯 살부터 과거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 이에 대해 성호 이익 선생은 '아이들이 머리털이 마르기도 전에 과거 공부를 하려 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당시 부모들의 교육관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권학가'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한창 놀고 싶은 아이들을 종일 공부방에 처박아두면서 그들에게 지금의 고통을 참고 이기라는 격려의 노래였다.

부자가 되기 위해 좋은 토지를 사들일 필요가 없나니/책 속에 그냥 천 석의 쌀이 높여 있도다/ 편안히 살려 함에 있어 호사한 집을 지을 필요가 없나니/책 속에 그냥 황금의 가옥이 지어 있도다/문을 남섬에 시중들어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지 말라/ 책 속에 여인이 있으되 얼굴이 옥과 같도다/남아로 태어나 평생의 뜻을 이루고 싶거든/육경을 창 앞에 두고 부지런히 읽으라. (송대에 편집된 명시문집인<<고문진보>>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200~201쪽

중등 및 고등 교육의 수요를 억제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진학 경쟁을 질서 있게 처리하기 위하여 입시의 국가 관리를 도입했으나 입시 경쟁의 격화가 점차 사회적 압박으로 다가오자 1968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 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국비로 학교를 신설하는 대신 사립의 설립을 장려하여 재정 부담을 덜고자 하였다.

중학교는 금방 포화 상태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고등학교 진학 경쟁을 격화하자 1974년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하여 6년 전과 똑같은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다시 고등학교의 포화 상태를 가져오고 다시 대입 경쟁을 격화시켰다.

1980년 광주 대학살 후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대입 경쟁의 격화에 따른 과외 부담을 덜어 민심을 얻으려 했다. 과외 적발자는 삼졸을 벌한다는 과외 금지령과 함께 대학 졸업정원제라는 것을 도입했고, 사립대학의 설립 인가를 남발하여 대학 정원을 대폭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전국민의 학사화'라는 초유의 학력 인플레를 가져오는 결과만 낳았다.

그리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통해 무시험 입학은 달성했지만 공사립을 아울러 학군으로 묶어 학생을 배정하게 되었다. 이로써 사립학교는 완전히 공교육에 편입되었고, 이는 결국 사립학교의 재정 문제까지 국가가 떠안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립은 사립대로 독자성을 잃어버리고 재정 부담을 국가에 떠넘기는 누워서 떡 먹기 식 장사를 하게 되어 이것이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국가는 국가대로 예산을 공교육에 집중하지 못해 겨우 초등학교 6학년밖에, 그것도 불완전하게 무상 교육을 실시하는 열악한 공교육 현실을 초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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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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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80쪽
1979년 6월 나는 군에서 제대했다. 친구 나해철의 어머님이 나를 찾았다. 어머님은 내게 돈 5만 원을 주셨다. 이걸로 방을 하나 얻고 싸로가 연탄을 사렴. 어머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 줄 알지? 이 돈은 뒤에 꼭 갚아야 한다. (...)
그해 나는 5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국립대학 3학년이었던 나의 등록금은 8만 몇천 원이었으니 이 상금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나해철의 어머님을 찾아갔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내가 말했을 때 어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 그 돈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구나. 젊은 놈이 자존심 상할까봐 꼭 갚으라고 얘기했지.

89쪽
나는 그 무렵 한참 쓰고 있던 시의 제목으로 '남광주역에서'가 아닌 '사평역에서'를 선택했다. 만약 이 시를 '남곽주역에서'라고 했다면 그 시적 환기력은 훨씬 약해졌을 것이다. 상상력은 현실 속에서 태어나지만 상상력은 강력한 현실을 만나면 죽는다.

95쪽
<사평역에서>가 발표된 지 서른 해가 넘었다. 처음 십 년 정도는 누군가 내게 <사평역에서>를 이야기하면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 시를 썼던 시절의 용맹정진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누군가 내게 <사평역에서>를 이야기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1981년 이래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작가가 된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기도 하다. <사평역에서>가 나의 감옥이 된 것이다. 

 

101쪽

어느 해 봄 이곳 바다에 들른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개펄에서 일하는 아낙들을 바라보며 '봄날의 꽃보다 와온 바다의 개펄이 더 아름답다'는 얘길 했거니와 이는 훌륭한 육체노동을 하는 갯마을 아낙들의 삶에 대한 헌사에 다름 아니었다. 내가 쓴 시 한 쳔이 농부가 수확한 감자 한 망태나 토마토 한 광주리 같은 쓸모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나의 오랜 관심사였으니 평생 글을 써온 선생에 있어서는 그 소회가 오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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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감자 -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 생각하는 돌 7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 돌베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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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쪽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나라에게 식량을 수출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가혹한 현실 한 가지는 기근은 식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근 문제는 식량 이용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 있다.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아일랜드인을 굶주리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주, 농민, 도매상, 소매상의 생업에 간섭할 법률을 제정할 뜻이 없었을 따름이다. 그런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주와 농민도 곡물을 영국과 외국 시장에 수출했다. 자신들이 영리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19쪽
고아 형제가 어느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형은 아홉 살, 동생은 다섯 살이었다. 빵을 좀 달라는 말에 집주인 여자는 아침에 먹고 남은 빵을 형에게 건네주었다. "동생과 꼭 나눠 먹어야 한다." 여자가 이렇게 이르고 문을 닫으려는데 형이 동생에게 빵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 받아. 조니, 넌 나보다 어리니까 배고픔을 참기가 훨씬 어려울 거야. 너 다 먹어."

219~220쪽
영국 정부는 지방세 인상만으로는 아일랜드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잇었다. 수많은 지주가 새로 부과한 지방세를 낼 돈이 없고 토지를 지키기 위해 투자하기도 어렵다는 사정까지 훤히 꿰고 있었다. (...)
터무니없이 값이 떨어진 아일랜드의 토지를 너도나도 앞다퉈 사들였다. (...) 토지를 새로 사들인 사람은 대부분 아일랜드의 부유한 지주나 상인이었다. (...)
(...) 이들은 새로 사들인 땅에서 소작농을 인정사정없이 쫒아냈다. 또다시 무자비한 강제 퇴거와 철거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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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스 필립 K. 딕 걸작선 6
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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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쪽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마조히즘의 형태에 관한 연구에서 테오도르 라이크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견해를 개진했다. 마조히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널리 퍼져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희박한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기본 역학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어떤 나쁜 일이 불가피한 듯이 다가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무력감은 임박한 고통에 대한 제어 능력을 일부나마 얻어야 할 필요성을 낳는다. 어떤 종류의 제어 능력이건 간에 말이다. 이것은 일리가 있다. 무력감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은 임박한 불행보다 더 고통스럽다. 따라서 그 사람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으로 그 상황에 대한 제어 능력을 장악한다. 즉 임박한 불행의  발생을 묵인하는 것이다. 심지어 재촉하기까지 한다. 이런 행동은 남들 보기엔 마치 고통을 즐기는 것 같다는 잘못된 인상을 조장한다. 물론 그런 인상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더 이상은 무력감, 또는 예상되는 무력감을 견딜 수 없었던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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