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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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존엄한 존재인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며 무감각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것과 애국심에 대한 것이 이 소설의 화두이다.

작중 소년이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나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고 애국가가 불려지는 동안 절과 절에서 부딪치며 생기는 미묘한  불협화음에 숨죽여 귀를 기울인다. 필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잊지 않겠다. 용서하지 않겠다. 화해하지 않겠다는 필사적임이, 행간에 숨어 있는 그것이 느껴진다. 나도 끝까지 읽었다!

 

프리모 레비의 책과 여자는 전쟁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이 계속 떠올랐다. 다시 찾아 봐야겠다.  

 

77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창 아래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앉아 그녀는 손톱들의 거스러미를 뜯어낸다.

 

122

그들은 장전한 소총을 들고 의자와 의자 사이를 다니며,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쳤습니다. 재판소 밖에서 가을 풀벌레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새로 받은, 세제 냄새가 풍기는 깨끗한 푸른색 수의를 입고서 나는 즉석 총살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재판장님이 입장하십니다.

서기의 말이 떨어지자 앞문이 열리며 법무장교 셋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습니다. 앞에서 두번째 줄 정도였습니다. 반쯤 고개를 들고 나는 앞쪽을 살폈습니다. 누군가가 소리 죽여 흐느끼듯 애국가 첫소절을 부리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린 영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미 합창이 시작돼 있었습니다.

 

161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당신이 자신에게 물은 적 있다. 모든 게 지나갔지 않은가. 당신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당신 스스로 깨끗이 밀어냈지 않나.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그 여름으로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 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을 끊어졌다.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199

어른들끼리 사진집을 돌려본 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몰래 그 책을 펼친 것은, 어른들이 언제나처럼 부엌에 모여 앉아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던 밤이었다. 마지막 장까지 책장을 넘겨, 총검으로 깊게 내리그어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 있는지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다.

 

206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212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구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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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5-2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었던~~읽어야지~~그러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있는 올봄이네요.
이책이 독서의 길로 인도해줄 것같기도 하구요^^
잘 지내시죠?^^

icaru 2017-05-25 11:42   좋아요 0 | URL
우앙~~~~~~~~~~~~~! 책나무님!!!
하루하루 피로의 강도가 더해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백세 시대라던데... 이렇게 마음이 쇠약해서리 우찌하나 싶고용 ㅎ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는 이렇게 마음맞고 통하는 온라인 벗들과 소통하는 깨알재미가 그래도 일상 피곤을 위로해 주었지 하는 생각 들더라고용!!

한강의 이 책은 한강이 언젠가는 써야만 할 통과의례 같은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작가가 되는 데에는 그날의 일이 저 아래에 깔려 있지 않았을까???

저는 사내 독서모임 지정도서라서 읽었는데....

icaru 2017-05-2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은 출간된 그때부터 읽어야 하는데 하는데... 했던 책이었어용!! 읽고 나니,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구나! 하는... ㅎㅎ 읽는 과정에서의 감정선이 ...음... 쉽지는 않아용 ㅠ
 
시즈코 상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펄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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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기록을 하려면 옆에 책이 있거나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날 때 틈틈히 기록을 해야겠다. 더 이상 늦어지면 읽었다는 동사만 남을 뿐 그 기억은 사라지며, 시간이 지나면 '읽었다'가 '읽었었나?'로 둔갑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만,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가물가물할 리는 절대 없다.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두려운 말은 자신의 노후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현재 부모님이 사시는 모습을 보라는 말이다. 노년의 삶도 보고 배우는 학습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의 말일테지만, 내게는 그것만큼 제발 그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또 없다.

 

적어도 존경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모녀 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참 발설하기 민망한 말이기는 하다. ㅠ

 

내가 늦게야 버닝하게 된 작가, 사노 요코가 자신의 어머니에 관해 쓴 에세이이다.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 맥락에서 읽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엄마의 모습(시즈코 상)도 아니고 인과성에 따른 것이겠지만 천륜으로 대하는 자식(사노 요코)의 모습도 아니다.  

낳은 자식 중에서 셋을 잃은 어머니이다. 특히 남달리 사랑했던(?) 열한살 짜리 장남의 죽음 이후 한의 화살이 바로 아래 장녀이자 여동생이던 시즈코에게 향했던 점이 그럴수도 있나 그럴수도 있을거야, 아니 그래도! 하게 되었다. 학대를 하지 않았다. 깨끗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 그러나 차갑게 대한다. 칭찬해 주지 않는다. 집안일을 많이 시킨다. 시대가 그래서 그랬다로 읽히지 않는 부분들이 툭툭 걸린다. 그런 엄마를 대하는 딸 절대 울지 않는다. 반항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뭔가 살기 등등한 게 느껴진다. 어린애한테 ㅎㅎㅎㅎ;;;  엄마와 딸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없어야 할 일도 많아 보였다.

사정이 이러하여서 한편의 책이 되었고, 뭔지 모를 강렬한 여운을 주었다.

 

" 나는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던 것 같다. 분명 밉살
스러운 아이의 분위기를 풍겼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밉살스
러운 아이였다.
나는 동생 다카시를 커다란 등나무 시렁에서 떨어뜨린 적도
있다. 그리고 저녁 무렵 어둑어둑해진 모래밭에 다카시의 공을
묻어두고 온 적도 있다. 다카시가 그전에 내 공을 도랑에 내던
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카시가 한 일을 엄마에게 일러바치
진 않았다. 이르면 “네가 먼저 무슨 짓을 저질렀겠지.”라면서
눈을 흘겼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그런 눈초리를 받을 바에는
흙투성이가 되어가며 뒹굴고 엉겨 붙어 싸우는 편이 나았다."

 

반푼이 같은 리뷰가 되었지만 여기에서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방금 할일이 생겨서리...)

내 엄마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야말로 엄마와 뼈속부터 다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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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하루가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다. 고 생각하면 그 말이 틀린 데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일은 많은데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나보다. 회사에서 집에 얼른 오고 싶었다. 알라딘 주문한 책(알라딘 굿즈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이 도착 예정이라는 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히도 내보이고 싶었나 보다 난삽하기 그지없는데 사진들로 찍어 본다.

 

책은 네 권을 샀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의 신간을 예약했고, 다음 세권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업무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인터넷 쇼핑으로 해소들을 한다. 쇼핑할 시간은 없고, 뭔가를 사서 풀고 싶은 그 마음. 너무나 잘 아는 그 경지가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나는 지독하게도 물건에 심미안이 없는 사람이다. 옷을 사는 데에도 큰관심이 없다. 본래 보는 눈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살다보니 이런 무미건조하고 소박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머나... 하지만 책욕심은 뒤룩뒤룩하다. 욕심도 내면서 잘 읽기까지 하다면야 얼마나 아름다운 경지를 이룰까만, 전혀 그렇지는 못하다는 거.

 

물건에 심미안도 욕심도 없지만, 알라딘굿즈를 사랑한다. 틴케이스 고양이와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돈키호테 방석과 생각보다 약간 별로였던 빨간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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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1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 입니다. 저도 다른 물건들은 크게 욕심이 없지만 책 욕심은 엄청납니다. 알라딘굿즈는 그냥 사랑이죠! ^^

icaru 2017-05-17 20:01   좋아요 1 | URL
알라딘굿즈는 그냥 사랑이죠! 라~ 우아 근사한 캐치프레이즈 같으네요! 알라딘굿즈 때문에 알라딘서재를 맴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유가 그것뿐이기야 하겠냐만 영향 관계는 확실히 있어요! ㅎㅎ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 사회계층 간 학력자본의 격차와 양육관행
신명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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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득수준은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 부모의 교육 수준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적 요인으로서 경제적 자원은 유일한 변인이 아니며, 출신 배경과 교육성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는 경제적 자원 아닌 문화 자본 등 다른 변인들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낳는 사회 계층 간 학업성적 격차의 문제는 취약 계층 청소년의 학업성적을 끌어내리는 제약 요인 뿐 아니라, 동시에 중산층 자녀들의 학업성적을 끌어올리고 그 격차를 유지하게 하는 구조적 기제를 규명해야 비로소 문제의 본직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학업성적 격차의 문제가 궁극적으로 직업을 둘러싼 사회계층 간 경쟁의 문제.
교육 성취는 곧 직업 성취의 지름길이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경쟁은 노동 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과 다름없다. 한 사회의 좋은 일자리는 무한정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다. 이 한정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사회 계층 간의 경쟁은 가장 확실한 수단인 학력 자본을 선취하는 경쟁으로 표현된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집단 간의 각축장으로, 집단 간의 관계 및 사회 역사적 맥락을 파악해야만 교육을 이해할 수 있다.
'자녀의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교육 열망과 양육 관행이 사회 계층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직업적 지위가 낮은 계층의 부모들의 계층 하강에 대한 위기 의식이 낮아서 자녀의 교육에 대한 열망이 상대적으로 하다는 일련의 주장을 한다. 

한국의 교육 체계는 순전히 학생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학습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인정하는 데 모든 이들이 수긍하고 동의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중산층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 어떻게 자기 아이가 남보다 뛰어난 성적을 얻을 수 있는가'를 학습하고 획득된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 공부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 제도를 통한 지위 경쟁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격렬하고 급속하며 순도가 높다.

교육 제도의 특성
학업상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빠를 수록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그러므로 진로의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제도가 교육의 평등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교육제도는 어느 단계에서는 위계적 선발 단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획일적이고 평준화되어 있는 공립학교 체제 속에서, 중산층은 교육 만족도나 학업 성취도의 향상이라는 면에서 일반적으로 불만을 갖기 마련이고, 자신들의 높은 교육 열망과 능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일종의 계급적 전략을 구사한다. 중산층 부모는 통학과 관련된 물리적, 시간적 제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따라서 높은 학업성취도와 명문 대학의 진학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사립학교나 엘리트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교육 관여 및 양육 관행의 특징과 경향을 면접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보여 준다.
시회계층 간에 자녀의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교육 관여 방식 및 양육 관행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준다. 크게 나누어, 고학력 중산층과 저학력 노동자층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양육 관행의 특징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같은 양육 관행과 전략의 차이로 인해서 사회계층 간 성적 격차의 경향성이 나타남에도, 간혹 예외적인 현상이 생기는 이유를 살펴본다.
중산층 부모들은 고소득 전문직의 직업을 자녀의 장래 직업을 추천하고 제시한다. 그리고 자녀의 열망을 북돋기 위해 그런 직업으로 성공한 실제 인물들의 생활등을 소개한다. 따라서 중산층 가정의 자녀는 어떻게든 지켜야 할 현재 수준의 생활이나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들은 계층하강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고 계층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데 학력 자본의 위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학력군 내의 상대적 저학력자들은 최상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자신의 학업 이력이 시시때때로 가져오는 불이익과 차별에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들 역시 학력자본을 선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감하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다짐할 것이다.

 

 

 

"고만의 논문에는 그가 인터뷰한 한 공립학교 교사의 다음과 같은 진술이 인용되어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제도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다른 아이들은 구석으로 밀어내려 하죠. 

확실한 것은 당신이 자녀를 위해 나서서 얻으려고 해야 얻을 수 있고, 또한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는 거죠. 만약 댁의 자녀가 우수한 애라면, 그들은 그 아이를 알아볼 겁니다. 만약 댁의 아이가 보통 애라면, 당신이 나서서 학교에서 돌아가는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 해요. 부모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냥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애들이 있죠. 만약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댁의 자녀는 같은 종류의 교육을 받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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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고정아 옮김 / 학고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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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났다. 드디어 고만고만한 책들 사이에서 거물을 만났다. 연말에 나 혼자 꼽는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게 될 듯하다.
59 쪽
아버지는 욕을 참지 못했기에 어머니는 두 딸 앞에서는 욕 좀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 개 이름을 '대밋'이라고 지었다. 아버지는 좀 더 강력한 단어가 필요할 때면 그 자신만의 기다란 합성어를 만들어내어 전속력으로 내질렀다. 우라질갈로라모르부스안토니오카노바스키피오아프리카누스1세2세같은 중늙은이. 안토니오 카노바는 19세기 이탈리아 조각가이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습세는 한니팔을 물리쳤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2세는 카르타고를 약탈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감탄했다. 아버지에게 왜 그 이름들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소리가 듣기 좋아서"라고 했다.

 

196쪽

캐나다의 로스쿨에서 우리는, 법은 보편적인 도구이기에 페미니스트들이 유연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토론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유연성이 있으니까 재판관이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정의는 컴퓨터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논쟁한다. 대부분이 남성인 로스쿨 학생들은 어떤 예외도 위험하며 "파멸에 이르는 비탈길"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예외를 하나 만들면 그 수가 증가할 것이고, 법이 사실상 뒤집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변호사가 아니다. 말문이 막힌다. 저 젊은 남성들은 청중 가운데 상식을 가진 다수를 대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감으로 의기양양했다. 그때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뒤쪽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저기요, 제가 보아뱀을 한마리 키워요." 이 말에 청중들은 바로 조용해진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 달에 한 번, 학교 해부 실험실에 가서 보아뱀에게 먹이로 줄 냉동쥐들을 얻어요. 그런데 이번 달에 새 담당 교수가 말하기를 "냉동 쥐들을 줄 수 없어요. 만약 내가 학생한테 냉동쥐들을 주면, 모든 사람들이 달라고 할테니까요." ....

그녀가 정곡을 찔렀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정의로운 법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정의롭기 위해서 법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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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7-05-2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물.... 요 책이 그렇단 말이지요? 5만원 채우려고 남은 책 한 권을 찾아서 이웃들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요책으로 챙겨넣을까봐요. ㅎㅎㅎ

icaru 2017-05-25 08:50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 우아 반가워요~ 댓글들에서 여유가 흠씬 느껴지고, 좋아보이심요!!!
이 책도 좋았고,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데우스도 샀는데, 어후 좋더라고요~ 벌써 5만원 채우셨으려나! ㅎㅎㅎ
굿즈는 뭐 주문하셨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