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을 권리 - 쓸모없는 인간에 대한 반론
데이비드 프레인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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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애사적 계획이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 직업, 결혼, 여가 시간의 관심사, 자녀, 재산에 관한 계획이 우리를 앞질러 달린다. 그러나 때로 이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건너고 표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예측 가능한 여정과 너무 정확한 지도의 모습, 어제 지나온 길과 오늘 걸을 길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걸음을 방해한다. 이게 정말 내 인생이 나갈 길일까? 어째서 매일의 여정이 지루함, 타성, 판에 박힌 느낌을 안겨 주는 걸까? -코헨, 테일러, <도피 시도>


대다수에게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며, 적게 일하기는 언제든 실행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주기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 다들 보다 익숙한 도피 전략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시적 도피를 보다 영구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사람을 곤경에 빠뜨린다. 또다른 소비주의로의 도피는 지속적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불행을 유발하고 단절점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상과 현실,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고통스러운 격차였다. 해법을 찾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누구든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더 행복을 느낀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이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해법을 일상 속에서 실현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자기를 위해 꾸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 사랑하는 이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 일출을 볼 기회가 얼마나 적은지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일과 여가의 혼합으로서의 자발적인 바다거북 보호 활동>


일에 대한 저항을 지켜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첫째, 소득 의존성을 기꺼이 줄일 수 있는 방법, 일 중심 사회에서 일에 대한 저항이 유발하는 낙인 및 고립감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데 사용할 만한 전략. 나는 그런 전략으로 틈틈히 육아의 세계로 도피를 택했다. 육아서를 읽는 일, 육아 일기를 쓰는 일. 물론 진정한 육아의 세계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나,,, 나의 주업은 그게 못 되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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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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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근은 그것이었다.

 

큰아이가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철지난 어린이과학동아를 자주 들춰본다. --우리는 2월에 이사를 했는데, 그때 아이아빠가 이번 기회에( 이사)  애들 책들 좀 정리하자고, 잡지를 콕 찝은 것은 아니지만 에둘러 포함시켰던 것. 그러나 험하게 봐서 표지가 너덜한 것들만 버리고 절반 이상을 들고 왔다. ---  그래서 나는 아이아빠에게 저것 보라고, 버리라고 했던 책들인데 아이가 잘 보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씀인즉, 당연히 잡지는 잘 본다. 지난 것도 본다. 처음에 구독 받았을 때는 만화만 보지만, 두번 세번 다시 읽을 때는 기사도 본다. 라고. 그게 문제가 아니고, 백과사전류를 가리키며 저것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정보를 찾고, 지식을 암기하는 산업화 시대는 지났는데, 나보고 트랜드를 못 읽는다고 한다. 남편은 나의 책 소유 방식이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나보다.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또 '흥, 알게 뭐야! '하고 같이 퉁을 놓거나 흘릴 수가 없으니 원!

물론 조금 더 넓은 데로 이사를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결심한 바가 있어 과거의 것들을 정리하고 왔다. 내가 고이고이 모아두었던 10년도 더 지난 문학계간지들, 첫직장에서 만들었던 문제집, 그것을 만들기 위해 참고했던 자료들 파지 모으는 업자분에게 열 박스도 더 넘게 넘기고 왔다. 정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안 되는 것은 이사가서 정리하자며 싸가지고 왔는데, 남편 눈에는 띄지 않게 할 요량으로 옛책들은 주방쪽 다용도실 수납장에다가 무쇠압력밥솥 같은 거랑 같이 차곡차곡 넣어두었다.(북쪽 서랍장 안에서 빛도 못 쪼이는 불쌍한 것들) 그걸 또 지적해 주신다. 낡은 사고방식이다, 의미없다, 라는 말잔치를 벌이면서....   

 

그래서 나는 최근에 산 책들은 회사에 두고 있다. 집에 잘 안 가져간다.(회사 그만두면 어디에 두어야 할까?ㅠ) 이 책도 재작년에 한참 알라딘 화제의 책으로 나왔을 때 사서 읽은 책인데, 리뷰는 못 썼고, 아무데나 펼쳐도 한 눈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등장하는 신기한 책이라고만 어디다 써놓은 거 같다.

 

일테면 지금 내가 펼쳐 놓은 부분은 " 젊다 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그리고 또 펼쳐놓으니 나오는 부분은

"그해 여름에 그는 강의를 맡지 않았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병을 앓았다. 그는 원인이 불분명한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다.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기운이 쭉 빠져서 수척해졌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으로 청각마저 일부 잃어버렸다. 여름 내내 그는 너무나 쇠약해져서 겨우 몇 발짝만 걸어도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집 뒤편의 작고 사방이 막힌 일광욕실에서 소파 겸용 침대에 눕거나 지하실에서 직접 가져온 낡은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슬레이트로 된 천장이나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끔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가서 요깃거리를 가져오곤 했다. "

 

나는 스토너의 상황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사는 모습은 달라도 그럼에도 나는 스토너다.”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뜰 때면 생각한다.

"오늘 회사에 나가 잘 해낼(뭐 중뿔난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수 있을까, 온힘을 끌어모아도 의지가 부족하구나." 라고.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산뜻하게 눈이 떠지는 삶을 나는 죽을 때까지 살 수 없는 것일까?"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절망의 순간에도 나 자신이 이 (직업, 엄마와 아내라는 타이틀) 세계를 싫어하지 않고 있으며, 아무리 시름이 깊다 해도 이 삶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스토너의 말년은 자네는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 까지는 아니어도 젊은 동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번듯한 생활에 대한 꿈이 깨어지면서 함꼐 망가져서 서서히 절망을 향해 스러져가는 것이 보였다. 

 

언제 읽어도 그냥 한줄한줄이 지금의 삶과 대입되는데,,,, 왜왜 남편님은 다 읽은 책은 치우라고 하는 것일까? 남편님은 이런 경지를 몰라...저런저런...  

 

 


199쪽 : 12째줄 그저 한밤중에 붉을 밝히고->불을 밝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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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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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완독하기까지 1~2주가 흘러가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도 허다하지만, 삼분의 이가 넘어갔으면, 읽은 걸로 친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5월 연휴의 어느날 정오에 잡아서 2시에 덮었다. 보통 흡입력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서이기도 했을 것이고, 중편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을 것이다. 중편 분량에 하드커버라니, 고급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할 것까지야, 싶기도 했다.

장 도르메송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은 전혀 무게감이 다른 두 이야기 즉 청소년기의 우정과 나치즘의 발흥에 대한 이야기를 똑같은 감정을 실어 결합하여 매혹적인 필치로 다루었으므로 기적에 가까운 위업을 달성했다고 했는데, 음 왜 아니겠냐마는 ㅎㅎ

이 리뷰는 세치의 혀에서 나오는 짧은 단상이기는 해도 온전히 나의 생각으로 말을 해도 되는 자리이니,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태생이 귀티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주인공 한스의 친구 호엔펠스(아 이름도 어려워.. 독일인은 다이럼?)의 곁에는 남다른 공기가 흘렀다. 아니 무엇보다도 한스는 그렇게 느낀 듯하다.

둘째 유대인과 나치라는 역사적 맥락에서도 읽히지만, 우정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비단 청소년기의 우정만이 아니다. 한스에게 호엔펠스는 처음 열여섯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세월이 많이 흘러도 떠나가지 않았다. 큰 행복과 큰 절망의 원천이었다.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마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더듬어보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시간과 관심으로 공을 들여야 할 대상이다. 저절로 내 속마음을 알아준다는 지음이라는 성어가 있기도 하지만, 저절로 시간을 들이고 있고, 관심을 갖게 되는 그리하여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의 우정을 이어간 시기는 그 강렬함에 비하자면 짧다. 어른들에 의해 끝이 난 우정이지만, 끝이 난 것이 아닌 것. 한스와 호엔펠스가 아니어도 우리는(일반화할 게 아닌가? 다시 말하면 나는?) 갖고 있다. 예민한 청소년기에 강렬한 우정~ 그러나 지속되지 않았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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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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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중에서 발췌

 

<장발장이라고 알려진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자세히 묘사된 프랑스 파리의 하수도가 실은 전염병을 감소시킴으로써 평균 수명을 크게 향상한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이라든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는 베네치아의 상인 안토니오가 단지 배 한 척이 침몰했다고 해서 전 재산을 탕진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베네치아의 상인은 일찌감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현대식 투자 원칙을 준수하고 있던 터라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는 사실 등은 일종의 재미난 사실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겠다. -중략-

<빨간 머리 앤>, <베니스의 상인>, <소공자>, <마지막 수업>, <큰 바위 얼굴> 등 우리가 그저 재미있는 동화로만 알고 있는 책을 통해 주입된 강자의 논리와 입장을 대변한 역사 인식을 바른 역사 인식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P.44-48 : 빨간 머리 앤이 금발이었어도 길버트와 싸웠을까?

앤은 자신의 빨간색 머리카락을 놀린 길버트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친다. 그렇게 어떤 식의 사과도 받아주지 않은 채 몇 년을 보낸다. (……) 게르만족은 유럽 서북부에 분포하는 민족으로 남유럽의 라틴족, 동유럽과 러시아의 슬라브족과 함께 유럽을 구성하는 3대 민족이다. 이들 게르만인은 대개 키가 크며 흰 피부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다. 이들에게 빨간 머리는 매우 드물게 보이는 유전형질이다. 반면 그들이 이동하면서 몰아낸 고대 유럽의 원주민인 켈트족에게 빨간 머리는 비교적 흔한 형질이다. (……) 여기까지 살펴보니 감이 온다. 게르만족의 후예인 서북부 유럽인들과 그들의 후손들인 앵글로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다수의 게르만족이 가진 금발머리를 아름답고 정상인 것으로 본 반면, 자신들이 몰아낸 켈트족에게 흔한 빨간 머리는 추하고 비정상인 것으로 본 것이다. , 빨간 머리 혐오에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박해가 깔려 있다. 금발에 푸른 눈이 다수인 서북부 유럽에서는 빨간 머리가 마녀로 여겨지지만 흑발에 갈색 눈이 다수인 남부 유럽에서는 오히려 푸른 눈이 마녀로 몰렸다는 사실이 이런 소수에 대한 박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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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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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31~332

 

어릴 때 자녀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두어야 사춘기가 되었을 때,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사춘기가 되면 대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지지와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기 전에 아이와 친구가 되면,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부모를 친구처럼 친근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모든 협상이 훨씬 쉬워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받은 존중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이런저런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의 협상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제3자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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